저 사진은 제가 2009년도 7월 경, 충남 부여군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당시 저는

제1차 국토종단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었답니다. 당시 여행이 저의 최초의 장거리 자전거여행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부여군의 어느 이름 모를 야산을 오르고 있었지요. 사진에서는 경사도가 잘 잡히지 않는데... 저는 그때 상당히 고생을 했었답니다. 경사도가 심한 곳에 비상도로 개념으로 콘크리트 길을 만들었더군요. 나중에 알고보니 저 길로는 인근에 마을사람들도 자주 안 다닌다고 하더군요. 하여간 저는 정말 힘들어서 욕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오 마이 갓!"

 

 

사실 당시 제 주위 여건이 오마이 갓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17일 동안 여행을 했습니다. 3박 4일도 아니고 17일이나 여행을 했다는 것은 무언가 사연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그랬습니다. 당시 저는 진로 문제로 인해 상당히 곤욕스러운 처지에 있었답니다. 거기다 인간관계 문제도 저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지요. 그렇게 서울에 있으면 안 되겠더군요. 그래서 떠났고, 결국에는 국토종단을 하고 제주도까지 입도를 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여행에서 참 저는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하루종일 길을 누비며 일상에서의 번뇌들을 버리고 또 버렸지요. 제가 지나온 길 들 위에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온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채워지는 것이 있더군요. 깨달음 같은 것들이 있더군요.


40Kg가 넘는 짐을 싣고 하루종일 때양볕에서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를 끌으니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참 맑아지더군요. 또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마음껏 즐기니 마음의 아픔도 많이 누그러지더군요.

그렇게 길은 저에게 많은 격려를 위로를 해주더군요. 그렇기에 저는 앞으로도 계속 길 위에서 많은 이야기를 써내려 갈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느낀 길의 의미입니다.

 

 

 

*** 부여군 이야기가 나와서 당시 국립부여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찍었던 사진

올립니다.

 

 

 

 

* 칠지도: 근초고왕의 아들 근수고왕이 일본쪽 왕에게 하사했다는 그 유명한 검이죠.

 

 

 

* 백제석탑: 국립부여박물관 앞 뜰에 있었는데... 정확히 어떤 석탑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래서 정확히 기록을 해야 한다니까...ㅋ


 

 

 

 

 

 

 

 

 

 

 

 

 

 

 

 

 

 

 

 

 

 

* 전남 보성 녹차밭(2010년 7월): 저렇게 자전거에 주렁주렁 매달고 녹차밭까지 끌고 올라갔습니다. 참 힘들더군요.

이번에는 자전거 뒷안장에 실린 저 노란색 배낭을 매고 한 번 떠나보렵니다.

 

 

 

 

 

 

여행명: 나무들의 국토종단 도보순례

기간: 2011년 7월 17일~ 8월 초순 경

여행형태: 단독 도보여행

 

 

 

 

 

 

서울(신도림) ->  안양 ->  군포 ->  안산 ->  화성 ->  평택

->  아산 ->  당진 ->  서산 ->  홍성 ->  보령->  서천

 

->  군산 ->  전주->  임실 ->  진안 ->  남원

 

->  화순 ->  장흥 ->  강진 ->  해남

->  진도(보너스) 

 

 

서울에서 해남까지 거리 약 500Km. 오랜 장맛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그렇게 길을 나섭니다.

무슨 영광을 얻고자 길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무슨 생활의 임팩트를 주려고

떠나는 여행도 아닙니다. 모 제약회사 국토대장정 순례단처럼 청춘을 불사르러 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나서는 것입니다. 길이 있기에 그 길을 가는 것이요. 그 곳에서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떠나는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망각의 늪 속에다 묻어 두어야 했던 제 자신의 본의를 길 위에서나마

잠시 꺼내두고 싶어서 떠나는 것입니다.

 

좀 거창한가요? 그냥 조용히 떠난 후에 일상으로 돌아와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면 된다고요?

 

저도 자전거여행이나 등산여행 등은 좀 해봤습니다. 그래서 야영이나 비박도 익숙하고요. 하지만 500Km나

되는 거리를 혼자서 걸어본 적은 없답니다. 통상적인 도보여행이 30Km 정도 이내에서 종료되는  만큼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은 정말 먼 길입니다.

 

가야할 거리가 먼 만큼 새겨놓을 이야기도 많을 추억의 여행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일상에서 저를 괴롭혔던 애욕들을 걷는 내내 끊임없이 버려야 하는 고행길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

 

나무들의 국토종단 도보순례가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도록  많이 성원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오라고, 파이팅 한 번 외쳐주세요!

 

 

 

 

* 충남 천안시 광덕사(2010년 6월): 천년 고찰인 광덕사입니다. 천년 고찰이라 불리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더군요. 하지만 소박하고 담백한 멋이 있었던 사찰입니다. 이 곳에서 저는 시원하게 물 한 잔 틀이켰죠.

이번 국토종단 도보순례 기간에도 될 수 있으면 많이 사찰들을 둘러볼 생각입니다.

 

 

 

 

 

 

 

 

 

 

 

 

 

 

 

 

 

 

 

 

 

 

 

 

 

* 추자도, 2010년 6월: 제주시 추자도에서 한 컷, 뒷 배경은 참 아름다우나 캠핑 장비가 널부러진 모습이 별로인가요?

 

 

 

 

 

국토종단 도보순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서울에서 해남 땅끝 마을까지 무려 500Km 의 거리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서... 그래서 준비할 것도 많다. 한가지 한가지 준비하다보면 꼭 빠지는 물건들이 생기기 마련이어서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어차피 난 그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캠핑을 계속 해왔던 터라 특별히 도보여행이라고 해서 더 추가한 것은 없다.

 

 

 

 

* 충남 천안시, 2009년 7월: 아침에 밥을 해먹고 난 후 한 컷. 그나마 좀 치우고 찍은게 저거네요.

 

 

 

 

1. 캠핑장비: 텐트, 침낭, 돗자리, 매트

 

 

2. 취사도구: 버너, 코펠, 부탄가스, 숟가락&젖가락

 

 

3. 옷가지: 속옷 3벌, 수건 3벌, 양말 4벌, 잠옷용 반바지, 긴팔 옷 한 벌 등등...

 

 

4. 랜턴& 라디오: 렌턴 2개, 휴대용 라디오

 

 

5. 건전지: AA규격,  AAA규격

 

 

6. 충전기: 휴대전화 충전기, 건전지 충전기

 

 

7. 구급약: 복통약, 진통제, 물티슈

 

 

8. 모기약&에어파스: 모기약 1통, 에어파스 3통

 

 

9. 쌀과 부식: 쌀 1Kg, 참치캔, 라면, 반찬거리

 

 

10. 기타: 지도책, 슬리퍼, 설거지 장비 등등...

 

 

 

 

* 충남 청양의 어느 야산(2009년 7월): 지저분한 캠핑의 진수를 보입니다. 대신 전 저것들 말끔히 다 치우고 왔답니다.

 제 여행의 첫 번째 신조는 '민폐 끼치지 말자'이니까요!

 

 

 

 

 

 

 

 

이렇게 나열을 해보았는데 또 빠진게 있을까? 꼭 출발하다 보면 꼭 빠지는게 있더라.

 

 

올 6월에 여행에서는 쌀을 빼놓고 출발하지 않았나? 뭐 중간에 마트에서 구매를 하긴 했지만...

좀 챙길 건 출발할 때부터 챙겨야 한다. 그래야 깔끔한 출발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자전거여행 하면서 캠핑을 밥먹듯 했으니 나도 야영에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이제 자전거여행이든 도보여행이든 밥먹고, 잠자고 하는 건 별로 걱정이 안 들기 때문이다.

 

단, 걱정이 있다면 저 엄청난 장비들을 배낭 하나에 다 챙겨갈 수 있느냐다. 또한 그 무게를

내가 온전히 버티면서 무사히 국토종단 도보순례를 마칠 수 있느냐다.

 

힘들어? 그래서 안 하게? 뭐 예상하는 것 아닌가! 어차피 힘들 거 다 예상하고 준비하는 것 아닌가!

노고가 없이 무슨 영광을 얻으리오!!!

 

 

 

 

근디,  이렇게 강한 의지를 붙태우며 착착 국토종단 도보순례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작 날씨 때문에 서울에 갖혀 있는 이 내 몸이 정말 안쓰럽습니다. -_-

장마가 너무 싫다. 장마 때문에 불쾌 지수 엄청이다!-_-

 

 

 

* 제주시(2009년 7월): 자전거여행 할 때는 빨래다이 걱정이 없답니다. 자전거에다 빨래를 널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도보여행은 빨래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그냥 배낭 뒷부분에다 걸고 다녀야 하는지 원~

 

 

 

 

*제주시(2009년 6월): 위에 사진들은 시각적으로 별로였지요. 이 사진 한 장 걸고 욕 좀 덜 얻어 먹으려고 합니다. ^^;

 

 

 

 

 

 

 

 

 

 

 

 

 

 

 

 

 

 

 

 

 

 

 

 

 

 

 

       * 전남 완도군 청산도에서 : 중앙부 하단에 있는 저 자전거를 타고 남도여행을 다녀왔답니다. 짐이 주렁주렁 달려있네요^^;

 

 

 

 

        * 순천만: 순천만은 참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안 갔으면 무척 후회할 뻔했답니다.

 

 

 

 

 

 

 

기간: 2011년 6월 7일~ 6월 27일

 

코스: 광주광역시 출발 -> 나주시 -> 영암군 -> 해남군 -> 완도군(청산도) -> 강진군 -> 장흥군 -> 보성군 -> 고흥군 -> 순천시 -> 광양시 -> 경남 하동군 -> 진주시 -> 함안군 -> 통합 창원시 -> 김해시 -> 밀양시 -> 경북 청도군 -> 경주시 -> 포항시 -> 영덕군 -> 서울(동서울터미널) : 자전거는 앞바퀴를 분리하여 고속버스에 실었음.

 

여행종류: 자전거 여행

 

총 이동거리: 900Km -> 자전거 속도계에 이동거리 측정 기능이 있음

 

순간 최고속도: 65Km -> 완도군 청산도에서 기록됨. 죽는 줄 알았음. ㅋㅋㅋ

 

일일 최장 이동거리: 80Km

 

 

 

 

* 순천만 옆에 있는 순천 문학관: 제가 요렇게 하고 숙식을 해결했답니다. ㅋㅋㅋ

 

 

 

눈치를 채셨겠지만 제가 다녀온 여행은 1박 2일 같은 통상적인 여행이 아니었습니다. 20일 정도 됐던 여행이었고, 순수하게 자전거로 주행한 여행이었습니다. 제 자전거에 속도계를 달아서 카운팅을 해보았답니다.

 

자전거도 별로 안 좋은데 짐을 40Kg를 달고 주행을 했으니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예 오르막 길은 그냥 자전거를 질질

끌고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자전거 여행을 하는데, 왜 팔뚝에 근육이 붙었을까요? ㅋㅋㅋ

 

서울에 와서 체크를 해보니 제가 경북 코스를 지날 때는 백두대간의 꼬리 부분을 지났더군요. 한마디로 자전거를 끌고 백두대간을 넘은 셈입니다. 예전에 지인들에게 얼핏 백두대간을 자전거로 한 번 넘어보고 싶다고 흘리듯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렇게 훌쩍 넘은 셈입니다. 말이 씨가 되는 건가요? 어쨌든 씨가 좋은 싹으로 꽃 피워졌네요!

 

뭐 대충 간파는 하셨겠지만 돈도 별로 들지 않은 여행이었습니다. 제가 별로 돈이 없어서리...ㅋㅋㅋ

사실 카드빚 내서 갔습니다. 다음달 결제 대금이 얼마가 나올지-_-

그러고보면 식수는 거의 받아 마신 것 같군요. 어디서? 정수기에서. 이런 겁니다. 면사무소나 읍사무서에 들어가면 정수기가 있잖아요. 거기에서 그냥 드립다 물을 받는 겁니다. ㅋㅋㅋ

면사무소나 읍사무소 탐방을 하다보니 공통적으로 느껴지던게 있더군요. 역시 지역에서도 여성 파워가 느껴지더군요.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역시 우리나라는 아직 인심이 넉넉한 곳이라는 겁니다. 현지분들에게 제가 예의를 갖추고 요구를 하면 왠만한 것은 다 들어주시더군요.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참 미안한 표정을 지으시는게 확 느껴지더군요. 제가 다 민망할 정도로요.

 

 

야간주행 하다가 국도변에서 사고 나서 죽을 뻔한 기억, 급경사를 내려오다 핸들 이상으로 살 떨렸던 기억 등등... 참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기억들이 있었기에 더 유익한 여행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 순천만의 외곽지역

 

 

 

 

 

       *주남저수지: 람사르 총회가 열렸던 통합창원시의 주남저수지

 

 

 

 

   *  지리산과 섬진강의 고장 하동군: 오른쪽 중간에 붉은색은 기차입니다. 경전선이죠. 저거 타면 섬진강을 넘을 수 있답니다.

 경전선은 그냥 타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는 것 같더군요.

 

 

 

 

* 경주 경동마을: 최근에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됐죠.

 

 

덧붙임: 본 포스팅은 본 남도여행의 스케치 정도에 불과합니다. 당연하죠. 20일 동안의 여행 동안 제가 찍은 사진만 해도

1000장 가까이 됐으니까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20일 간의 여행을 디테일하게 포스팅해 보고 싶네요.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요. ㅋ

 

 

 

 

 

 

 

<코오롱 스포츠 히스토리 갤러리 오픈>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최근 10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아웃도어 시장의 급성장은 아웃도어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변화가

큰 몫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그냥 알록달록한 등산복 차려 입고

산에 올라간다는 게 고작이지 않았습니까? 아웃도어라는 개념이 자리잡은 것도

불과 몇 년 사이의 일이잖아요.

 

코오롱스포츠에서 이승기, 이민정 같은 젊고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 브랜드 광고를

하고 여타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도 장혁이나 천정명 같은 젊은 인기 스타들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듯 앞으로도 아웃도어 시장은 계속해서 발전을 할 것 같습니다. 20~30대 젊은 고객층들이 계속해서 유입될 테니까요.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떡고물은 국내 브랜드가 아닌 외국 브랜드가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나마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가 선전을 해준 것은 눈여겨 볼 대목입니다. 제품의 고급화와 디자인 개선에 힘을 쓰면 국내 브랜드도 외국 브랜드의 공세에 꿋꿋하게 버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코오롱스포츠에서 히스토리 갤러리를 오픈했네요.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토종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가 걸어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아 놓았다고 하네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한 번 방문해도 좋을 듯합니다.

 

 

 

 

 

 

 

 

 

 

 

저 자전거를 보라.

 

뒷 안장에는 짐이 잔뜩 실려있고, 앞 핸들에는

빨래가 걸려있다. 저게 자전거인가? 아니면 집인가?

 

여행길에서 자전거는 내 집이자, 내 친구였다.

 

짐들이 볼품없고 지저분하게 걸려있지만...

그게 여행중의 내 모습이었다. 자전거도 그 주인을

따라가는 것 같다.

 

이 사진은 2009년 7월 경에 했던 국토종단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다. 충남 천안시 풍세면 부근에 있는

풍세천에서 찍었다.

 

 

자전거가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는건가?

 

 

 

 

 

  

 

 

 

 

 

 

 

 

 

 

 

 

 

 

 

 

 

 

 

나같이 단독 여행가에게 사진은 나를 담아내는 하나의 도구일 수 있다. 

최소한 여행할 때는 나의 분신 역할을 해준다고 할 수 있다.

 혼자 떠난 여행이기에 나를 피사체 삼아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이 없기에...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보면 내가 평소에 마음을 두었던 이미지들이

도출되는 듯싶다.

이 사진은 충남 천안시 광덕면에 위치한 천년 고찰인 광덕사이다.

천안시 광덕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천안 삼거리, 그 교통의 요지인

천안이 아니었다. 높지 않은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산촌이었다.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좀 마음이 경건해진다. 길이나 도로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드립다 달리고 싶은데...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 108배라도 올리고 싶다.

 

최소한 이 사진을 보고 있을 때 만큼은 나도 구도자가 되련다.

 

 

 

2009년 7월에 있은 자전거 국토종단여행에서

 

 

 

 

 

 

 

 

 

 

 

 

 

 

 

 

 

 

 

 

 

 

 

 

어느 순간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 만나서 호감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특정한 이미지를 추출해내려고

애를 쓰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이미지? 무슨 이미지?

그래.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호감을 가지고 만난 사람들에게 부처님 얼굴을 대비시켜보는 버릇이

생기게 된 것이다.

 

신격에 대한 모독은 둘째치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얼굴을 부처님 얼굴이란 특정 이미지에 꿰어 맞춘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 얼굴을 한 사람들이 꼭 선한 이미지만 내게 선사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부처님 얼굴에 누군가를 투영시키는 버릇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내 나름대로의 관상법이니까!

 

그나저나 내 얼굴은 부처님 얼굴상인가? 탐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남들에게 부처님의 자비를 기대하려면 내 자신부터 자비로워져야 할테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ㅋㅋㅋ

 

 

사진은 설악산 입구에 있는 사찰에서 찍었다. 2005년 가을 경으로 기억하는데...

 

 

 

 

 

 

 

 

 

 

 

 

 

 

 

 

 

 

 

 

삼남길 개척단 첫빠따 멤버, 나무드리의 후기 



들어가면서: 굉장히 오버한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는데, 저는 최근에 불고 있는 걷기 열풍을 보면서, ‘아, 이제 우리나라도 서서히 탈근대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흔히 학자들은 한국사회를 근대, 전근대, 포스트모던(탈근대)이 혼재되어 있다고들 하는데 포스트모던에 대한 징표들은 엘리트층에서만 통용되었다는 게 사실이었거든요. 그런 형이상학적 사상의 조류들을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해체 담론이니, 탈구조화니 하는 것들이 산행을 즐기는 일반 사람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런 골치 아픈 거 생각하느니 그 시간에 오징어 뜯어 먹는 게 훨씬 남는 장사지.

 

‘느림’을 기본으로 하는 걷기여행은 속도 경쟁을 우선시 하는 근대사회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게 개념입니다.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개념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쳐도 살아남을까 말까인데, 뭐 느림? 걷기? 니가 배가 불렀구나?” 과거 성장우선주의 시대에서는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200km가 넘는 제주 올레길을 완주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올레길 투어가 가족단위 관광 상품으로 등장하는 요즘에는 그런 속도 경쟁적인 사고보다 동행과 보폭을 맞출 수 있는 더불어 숲과 같은 생각이 우리사회에도 확산된 게 사실입니다.

 

 

 

 

그만 그만! 제가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요? 후기 쓰는데 서설이 왜 이렇게 기냐고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며칠 전 한겨레신문(2010년 10월 18일자 12면)을 보니 걷기 열풍을 타고 100여개 가량의 길이 개척되었다는 소식이 실려 있더군요. 또 앞으로도 더 개척될 예정이라고도 하고요. 이 기사를 읽고 있자니 우리가 개척한 삼남길은 걷기 열풍에 가장 정점에 위치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사에 소개된 길들은 개별 지역을 중심으로 개척되었다보니 해당 지역에 국한된 루트일 수밖에 없을 것 같더군요. 그쪽 안에는 촘촘한데 그쪽 밖에는 끊겼다고 해야 할까요? 개별지역의 걷기 길이 일반적인 의미의 산이라면 1000리 삼남길은 백두대간과 같이 큰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삼남길은 서울에서 해남까지 국토를 종단으로 연결하는 의미가 강한 것이죠.

 

 

 

선조들이 한양을 가기 위해 걸었던 옛 길. 그런 의미에서 삼남길 루트 개척단은 역사적인 길을 복원한다는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삼남길 루트 개척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뜻 깊은 족적을 남겼다고 자화자찬을 해도 괜찮을 겁니다.


 

 


참가인원: 한소절님, 정감독님, 마스코트님, 연경님, 무영님, 삼공빠님, 마루금님, 사이다님, 나무드리(나) + 손성일 대장님, 정 실장님, 김기동 주임님 그 외 스텝 분들



이동경로: 광주역 집결 후 버스로 해남 땅끝 관광지로 이동



해남 현지에서의 이동: (첫날) 땅끝 마을→송호 해수욕장

(둘째날) 송호해수욕장→영전


날짜: 2010년 10월 16~17일


 



개척활동: 12인 삼남길 루트 개척단은 활동은 단순히 길 걷기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개척단’이었습니다. 안내자를 따라 길을 걷다가 중요 포인트에서 멈춰 서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통상적인 여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걷기 코스로 생각하고 루트 개척단에 참가를 하셨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1기 멤버들이 주로했던 활동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1. 표지 리본 달기

2. 루트 나무판 달기

3. 방향 화살표 달기

4. 길에 스프레이로 화살표 표시하기

5. 낫 작업으로 보행로 잡풀 제거하기


위에 나열된 작업들을 손성일 대장님, 스텝 분들과 함께 진행해 나갔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같은 1기 멤버인 삼공빠님과 함께 스프레이 작업을 했는데 손 대장님이 주요 포인트를 찍어주시면 그 곳에 스프레이로 화살표 표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편 스프레이 작업을 할 수 없는 구간, 즉 산림지대로 진입했을 때는 한소절님을 따라 낫으로 잡풀을 제거했습니다. 낫 작업은 벼베기를 할 정도의 큰 근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벌초 작업정도의 스킬만 있으면 되겠더군요. 한소절님은 백두대간을 세 번이나 완주하실 정도로 대단하신 분인데 그 때문인지 역시 필드에 강하시더군요. 덕분에 낫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답니다.

 

루트 나무판 설치는 개척단 일과 중에 가장 중점을 둔 작업이었습니다. 나무판 자체의 제작 단가가 비싸고, 수량도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중요 포인트라고 여겨지는 곳에서만 설치를 했답니다. 각 개인마다 3개의 나무판을 전달받아서 그 뒷면에 자신이 소망하는 글귀를 적었답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지요. 저는 ‘행복한 길, 삼남길 걷기’ 이런 문구를 적어봤답니다. 아쉬운 것은 광주에서 해남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미리 나무판과 관련된 공지를 전달받았다면 더 멋진 문구를 생각했을텐데... 해남 현지에서 발대식 이후에 문구를 적으라고 하셔서 좀 어리둥절하게 적었답니다. 다음 기수부터는 좀 더 멋진 문구를 많이많이 적어주시길!

 

 

 

 

 


개선점: 이 부분은 16일 첫날 일정이 끝난 후 간담회 자리에서 마루금님과 다른 멤버분들이 날카롭게 지적하셔서 제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지만 제 나름대로 보충적인 의견을 개진해 보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도 동의를 하신 것 같은데, 사실 이번 1기 루트 개척단은 좀 정신없이 진행된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런 혼동은 ‘첫빠따’인 1기의 숙명일 수밖에 없을 노릇이겠죠. 그런 초기 혼란 비용을 하루라도 빨리 틀어막는 게 손성일 대장님이나 코오롱 측에도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나름대로의 개선점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이 부분은 다른 멤버들의 의견도 포함되어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1. 신속한 일정공지: 홈페이지 상의 공지가 너무 늦었을 뿐더러 개인 이메일 공지도 출발 하루 전날에 도착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시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2기는 10월 30일에 출발하오니 최소한 25일 정도에는 관련 공지가 공고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겠습니다.


2. 버스 이동시간 활용하기: 버스에서의 이동 시간은 참 소중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광주역에서 해남까지 버스로 무려 2시간가량을 이동했는데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삼남길 관련 영상물이나 루트개척단의 작업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게도 필요없이 15분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반복학습을 위하여 출발 직후에 한 번, 도착 즈음에 또 한 번 상영하면 더 좋겠네요.

아참, 앞서도 언급했듯이 버스에서 개척단에게 미리 나무판 실물을 보여주고 거기에 담을 문구도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왕 문구를 남기는 거 좀 ‘뽀대나게’ 문구를 기재하면 좋잖아요!☺


3. 기장 선정 및 소집단 선정: 개척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열성적인 분들이실 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굳이 기장이 필요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기장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기장은 멤버들 중 가장 연령이 많은 분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막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소집단을 꾸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스텝진에서 기계적으로 나누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해당 소집단이 바로 작업조로 변형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4인 1개조 형식으로 하면 총 3개 팀이 나오겠네요. 그럼 해당 팀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한 팀은 나무판 작업팀, 다른 한 팀은 스프레이 팀, 또 다른 팀은 낫 작업팀 등등...

표지 리본 작업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작업이니 모든 팀들의 공동 임무 사항으로 삼으면 될 듯 합니다.


 

 

 

 


4. 공구함 만들기: 루트 개척단이 단발성에 그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꼭 시정이 됐으면 좋을 듯싶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리본 작업 같은 경우는 가슴 앞쪽으로 맬 수 있는 투명 비닐팩 가방을 준비하여 거기에 리본들을 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장시간 리본들을 들고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투명 비닐 팩에는 니퍼도 넣을 수도 있겠네요. 아참 니퍼는 4개 이상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각 팀마다 최소한 한 개 이상씩 지급하는 것이죠. 니퍼가 없어서 대기하는 시간이 생기면 안 되겠죠.

 

또 스프레이 작업이 계속된다면 스프레이 작업 전용 공구함도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가수 싸이가 맥주상자를 들고 ‘씩스팩, 씩스팩’ 그러는데 그 외형으로 만들면 좋겠네요. 대신 주형틀 나무를 끼워 넣는 공간도 확보를 해야겠지요. 조그마한 비닐봉지에 여러 개의 스프레이통과 주형틀을 넣고 다녔더니 완전 고역이었습니다.


 

마치며: 참 장문이네요. 뭐하느라 이렇게 길게 후기를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제가 할말이 많았나 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만약 제가 통상적인 인솔자가 주도하는 산행이나 트래킹에 참여했다면 이렇게 장문의 후기를 남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이번 루트 개척단에서 받은 느낌이 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삼남길의 얼리 어댑터가 됐기 때문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꼈다고 해야겠네요.


자 여기까지는 삼남길에 대한 칭찬이었습니다. 그럼 루트 개척단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이 되어서 쓴소리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현재도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단독이나 소규모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대규모 팀을 꾸려 떠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소규모라고 하면 통상 열명 이하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겠고 대규모라고 하면 모 제약회사의 국토순례단 같은 단체들이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을 소규모 도보여행객들을 삼남길로 끌어오는 것은 당장이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대규모 집단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거냐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제가 다닌 길에서는 대규모 도보 순례단을 맞을 인프라가 전혀 없었습니다. 화장실은커녕 식수를 받을 장소도 없었습니다. 또 소규모로 이동한다고 해도 그들이 텐트나 취사도구 같은 캠핑장비로 중무장 하지 않는 이상 여행 종착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삼남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순례단도 맞을 수 있고, 소규모 여행자들의 배낭의 무게도 줄여주어야 삼남길이 본 궤도에 들어설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제주 올레길의 전례를 참고로 삼을 수는 있지만 삼남길이 올레길의 판박이는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제주도는 이전부터 관광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기존의 인프라가 존재했기에 올레길이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적한 문제는 삼남길의 장기과제가 되겠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아닐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따로 사진에 대한 설명은 안 드리겠습니다. 풍경 사진외에는 작업 사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에서도 나와 있듯이 1기 멤버들이 다녀온 삼남길은 그 자체가 출사지였습니다. 정말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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