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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부르짖었던 공포의 시간들
▲ 지리산 정렴치에서 촬영했다. 주렁주렁 짐을 많이 실었는데도 바람이 거세게 불어 자전거가 중심을 못 잡고 있다. | |
ⓒ 곽동운 |
지리산에 진입하니 태풍이
▲ 만해 한용운 충남 홍성에 있는 만해 한용운 선생 기념관 앞에서 한 컷. 2011년 여름. | |
ⓒ 곽동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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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마지막] 민족의 영산 지리산
▲ 성삼재 성삼재에서 바라본 전남 구례. 앞에 보이는 도로가 지리산 관통도로이다. | |
ⓒ 곽동운 |
인생사는 타이밍이다. 여행기의 작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다고 하더라도 발표 시기를 놓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행기는 묵혀 놓으면 놓을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골동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 도계삼거리 달궁삼거리를 도계삼거리라고도 부른다. 저 표지판처럼 그 곳은 분명 아름다운 곳이지만... 필자에게는 너무나 험난한 곳이었다! | |
ⓒ 곽동운 |
# 한파주의보에 보는 반소매 사진
특정 주제를 놓고 공모를 하는 여행기 공모전이나 옛 추억을 회고하는 방식의 포토에세이라면 시간의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처럼 특정 시기에 행하고 동선이 명확한 여행기는 계절감이라는 족쇄에 묶일 수밖에 없다. 2012년 12월 31일에 발행된 <태백산 주목, 혹시 당신이 산신령?>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였다. 그 여행기를 본 지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 지리산 관통도로 꼬불꼬불 구절양장 같은 지리산 관통도로 | |
ⓒ 곽동운 |
그런 면에서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종결점을 다시 지리산 성삼재로 잡은 것은 2011년의 '리벤지 매치'의 성격이 강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성삼재에 올라서 등산객들에게 제대로 환대와 격려도 좀 받고, 노고단에도 오를 생각이었다. 지리산 관통도로에서 블루야크(내 자전거의 애칭)를 끌고 가는 내내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 노고단에서의 아침 첩첩 산 중을 배경으로 한 컷! 일출 즈음이라 그런지 사진이 잘 안 찍혔다. | |
ⓒ 곽동운 |
#성삼재에서의 결심 '자랑 좀 해야겠다'
7월 27일 오후 7시
▲ 성삼재 드디어 성삼재에 도달했다. 어두운 시각에 도착했던 터라 사진도 잘 안 찍혔다. | |
ⓒ 곽동운 |
7월 27일 오후 8시
▲ 노고단 탐방소 노고단 탐방소에 갔더니, 저렇게 노고 할매가 반겨주었다. 사진에서 보여지듯 내 자전거는 해발 1,380m까지 올라갔다. 짐을 주렁주렁 매달고 참 멀리도 간 셈이다. | |
ⓒ 곽동운 |
#"이러다가 딱지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내려갈 수 없으면 올라가면 되지 않던가? 그냥 노고단으로 가면 되지 않던가?
▲ 육십령 지리산과 남덕유산 사이에 있는 육십령 고개. 육십령도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고개이다. 지리산까지의 여행 일정을 마치고 지선 개념으로 육십령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달려보았다. | |
ⓒ 곽동운 |
덧붙이는 글 | 그동안 재미는 없고, 분량만 긴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덧글. 내 자전거 블루야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고지대인 노고단 탐방소(1380m)에 오른 여행 자전거로 기록될 것이다. 만약 그 주차관리소 직원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블루야크의 고지대 기록은 성삼재(1090m)에서 멈췄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만항재(1330m)다. 한마디로 자전거도 만항재까지밖에 못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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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궁삼거리: 여기서 직진을 하면 성삼재가 나오고, 우회전을 하면 정령치가 나온다.
# 성삼재에서 여행 자랑을 해야겠다! 7월 27일 오후 7시
드디어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에 진입했다. 유명한 달궁 삼거리에 도달한 것이다. 이제 관통도로의 경사도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가팔라졌다.
보통 산행을 할 때 자신의 에너지 중 30%는 비축해놔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무리 비상시라도 체력이 남아 있다면 훨씬 더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산행 가이드'는 내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젖 먹던 힘까지 내뿜어야 할 시기였던 것이다.
그냥 등산 배낭을 메고 그 도로를 타고 오르는 것도 힘든데 40kg 정도 되는 짐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 그곳을 올라가야 하다니…. 어느 구간은 너무 경사도가 심해서 자전거가 뒤로 밀리기까지 했다. 닳고 닳은 신발을 신고 자전거를 밀어 올리는 순간에 내 에너지는 0%에 가까웠을 것이다. 에너지 30% 비축론은 지리산 관통도로에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법칙이다.
그렇게 나는 온몸으로 성삼재로 향했고, 지리산은 어둠으로 덮였다. 이제 슬슬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마지막도 보이기 시작했다.
'푸하핫, 드디어 내 여행도 끝이 보이는구나. 성삼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분에게 인사하고 여행 자랑 좀 해야지!'
내 발걸음과 블루야크의 바퀴질도 더 분주해졌다. 빨리 가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고 싶었다. 몸은 힘들었으나 노고단이 눈앞에 있으니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 성삼재: 드디어 성삼재에 도달했다. 어두운 시각에 도착했던 터라 사진도 잘 안 찍혔다.
7월 27일 오후 8시
성삼재에 도착했다. 드디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종착지에 도달한 것이다. 난 해냈다. 결국 여행의 끝을 본 것이다. 어둠 속 성삼재는 고요했다. 밤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다. 필자는 성삼재에서 처음으로 만난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려고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성삼재 이곳에서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마쳤습니다. 여행을 마치자마자 처음으로 뵙는 분이 선생님이십니다. 정말 반갑습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주차관리소에서 급히 나오셨다. 난 먼저 인사를 건넸다.
# 칭찬은커녕 꾸지람부터 듣다!
"안녕하세요."
"아니 이 밤에 여기는 뭐하러 올라와?"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을 뱉고는, 서둘러 쇠사슬로 자동차 진입로를 걸어 잠그는 것이었다.
"뭐해요. 당장 가요."
"……."
역시 또 퉁명스러운 목소리였다. 난 당혹스러웠다. 힘든 여행을 종결짓자마자 가장 먼저 접한 소리가 퉁명스러운 꾸짖음이라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겨우 이런 괄시나 당하려고 그 고생을 하면서 지리산에 왔단 말인가? 내 여행이 이렇게 멸시를 당할 정도로 하찮았단 말인가?'
2011년에 태풍을 맞았던 것보다 훨씬 더 억울했다. 그나마 태풍을 맞았을 때는 관리소 직원이 직접 커피를 타주며 필자의 '무사귀환'을 염려해줬다. 그런 고마운 기억이 있었기에 일부러 국립공원 직원분을 찾아 먼저 인사를 드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내 작은 소망은 퉁명스러운 꾸짖음과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다.
'그래 무슨 대단한 자랑거리라고 그렇게 혼자 오버 하냐. 뭐 대단한 여행이라고…. 대충 정리하고 빨리 서울 갈 생각이나 해야겠다.'
심신이 다 지쳤다. 그냥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 심야고속버스라도 있으면 잡아타고 곧장 서울로 출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지리산 관통도로를 타고 내려간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제동이 좋은 자동차도 골짜기로 굴러떨어진다는 '죽음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야간에 그곳을 내려간다면?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가야 했다. 그 직원이 퇴거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멸시를 당했더니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걸 어쩌지? 가긴 가야 하는데, 내려갔다가는 바로 골로 갈 텐데….'
* 노고단 탐방소: 노고단 탐방소에 갔더니, 저렇게 노고 할매가 반겨주었다. 사진에서 보여지듯 내 자전거는 해발 1,380m까지 올라갔다.
짐을 주렁주렁 매달고 참 멀리도 간 셈이다.
# "이러다 과태료 딱지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내려갈 수 없으면 올라가면 되지 않던가? 그냥 노고단으로 가면 되지 않던가?
현재 노고단-성삼재 구간은 임도로 돼 있다. 그래서 1톤 트럭도 통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전거는 통행할 수 없다. 게다가 일몰 후 야간에는 산행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두 개의 규칙을 어기고 노고단으로 향했다.
한밤중 지리산은 고요했다. 적막감이 들 정도였다. 나는 랜턴을 끄고 달빛에 의존해 노고단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간을 회고해봤다. 한밤중 지리산에서 여행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자전거를 끌고 가니 노고단에서 빛나는 불빛을 만날 수 있었다. 노고단 탐방소에 갔더니 어떤 젊은 국립공원 직원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야간 산행에, 자전거까지…. 이러시면 안 돼죠. 과태료 딱지를 맞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 수긍했다. 그 직원이 이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규칙을 꼭 지켜주십시오. 어쨌든 여행이 완료된 건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해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무사히 종료됐다. 성삼재에서 빰 맞고 노고단에서 화풀이 한 경우이지만, 어쨌든 지리산에서 무사히 여행을 종료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 육십령: 지리산과 남덕유산 사이에 있는 육십령 고개. 육십령도 백두대간에 자리잡은 고개이다.
지리산까지의 여행 일정을 마치고 지선 개념으로 육십령을 거쳐 남덕유산까지 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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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삼재: 성삼재에서 전남 구례 방면을 찍어보았다.
# 인생사 타이밍, 여행기 작성도 타이밍
인생사는 타이밍이다. 여행기의 작성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다고 하더라도 발표 시기를 놓친다면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행기는 묵혀 놓으면 놓을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골동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 기사는 시급을 다퉈 발표하는 성격의 뉴스가 아니다. 사진도 잘 선별해야 하고, 이동 중에 기록한 메모들도 잘 정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기사를 송고할 때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장거리 여행에 대한 여행기이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그 지점에 있다. 시간의 소요가 느긋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느긋함을 부리다가 기사 작성이 계속 뒤로 미뤄지고, 그러다 아예 전체 기사분에서 누락되는 원고가 생기게 된다. 내가 연재 아닌 연재를 하고 있는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여행기에도 그렇게 누락분이 발생했다. 삼척·동해·예천·거창·김천 등등 시간에 쫓기다 보니 좀 더 오래 머물고, 좀 더 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한 지역을 취사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뜀뛰기를 하듯 여행기를 작성했지만 한 번 꼬인 '스텝'은 잘 풀리지 않았다. 한여름에 다녀왔던 이야기가 엄동설한에 발표됐던 것이다. 계절감이 전혀 맞지 않게 된 것이다.
* 지리산 관통도로: 꼬불꼬불 구절양장 같은 지리산 관통도로
# 한파주의보에 보는 반소매 사진
특정 주제를 놓고 공모를 하는 여행기 공모전이나 옛 추억을 회고하는 방식의 포토에세이라면 시간의 속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처럼 특정 시기에 행하고 동선이 명확한 여행기는 계절감이라는 족쇄에 묶일 수밖에 없다. 2012년 12월 31일에 발행된 <태백산 주목, 혹시 당신이 산신령?>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였다. 그 여행기를 본 지인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글도 사진도 꽤 쓸 만한데, 반소매 입은 사진은 좀 추워 보인다. 지금 한파주의보라는데…."
아무리 좋은 글을 쓰고, 아무리 멋진 사진을 게재하더라도 한파주의보를 체감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반소매 사진은 '아니올시다'를 유발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필자도 이런 변명 아닌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뜀뛰기를 하듯 여행지를 취사선택을 할 필요도 없게 됐다. 이번 편이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마지막 편이기 때문이다.
# 2011년 여름에 만난 태풍의 기억
여행 43일 차 2012년 7월 26일
나는 경남 함양군을 출발했다. 이제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리산!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민족의 영산.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마지막 관문인 지리산. 그렇게 필자는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마무리 짓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나는 이미 2011년에 관통도로를 통해 지리산을 넘은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국토종단 자전거여행 중이었는데 성삼재에서 태풍을 만났다. '죽음의 도로'라고 불리는 지리산 관통도로를 힘들게 올라갔는데 나를 반긴 것은 '덴무'라는 태풍이었다.
무척 억울했다. 여러 번에 걸친 위기를 넘기고 성삼재에 도착했더니, 태풍이 필자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구절양장 같은 꾸불꾸불한 지리산 관통도로를 40시간에 걸쳐 이동을 했는데 말이다.
겨우 태풍이나 만나려고 그 고생을 하며 성삼재에 올랐던 것인가. 힘 좋은 4륜 구동 자동차로도 오르기 힘들다는 지리산 관통도로를 자전거로, 그것도 40kg나 되는 짐을 싣고 올라섰건만. 이름도 이상한 태풍이나 만났으니! 더군다나 당시 내 자전거의 브레이크는 둘 다 작동 불능 상태였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태풍을 만났지, 자전거 브레이크는 망가졌지, 체력은 다 빠졌지.
* 도계삼거리: 달궁삼거리를 도계삼거리라고도 부른다. 저 표지판처럼 그 곳은 분명 아름다운 곳이지만... 필자에게는 너무나 험난한 곳이었다!
그런 면에서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종결점을 다시 지리산 성삼재로 잡은 것은 2011년의 '리벤지 매치'의 성격이 강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성삼재에 올라서 등산객들에게 제대로 환대와 격려도 좀 받고, 노고단에도 오를 생각이었다. 지리산 관통도로에서 블루야크(내 자전거의 애칭)를 끌고 가는 내내 우쭐한 마음이 들었다.
'푸하핫, 태풍도 안 오고 날씨 참 좋네. 이번에는 성삼재에 올라가서 목에 힘 좀 주고 다녀도 되겠군. 백두대간자전거 여행의 마지막이 지리산이라고 등산객들한테 자랑하고 다녀야지!'
나는 시간 계산을 잘못해, 야간주행을 하는 위험천만한 짓을 했지만 당시 마음은 뭔지 모를 뿌듯함이 넘쳤다. 불빛 하나 없는 산 한복판에서 오직 달빛에 의존해 주행하는 것도 '판타스틱'했고, 그런 '판타스틱'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 지리산이라는 점도 내 마음을 기쁘게 했다. 당시 여행일지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여행을 해서 그런지 몸이 무척이나 피곤하다. 그냥 눈이 감길 정도다. 하지만 기분은 좋다. 몸은 피곤해도 기분은 상쾌하다. 왜? 이곳은 지리산이니까! 민족의 영산 지리산이니까!"(7월 26일 오후 11시 뱀사골 야영장에서)
# 땀 뻘뻘 흘리며 페달 밟는데, 옆에서는 맥주가...
다음날. 지리산 산신령께서 단잠을 내려 주셔서 그랬는지, 나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까지 잠이 들었다. 여행 막바지라고 여유를 좀 부렸던 것이다. 어차피 내가 그곳 지리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시간당 이동 거리도 가늠할 수 있었기에 그런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그 전년도의 경험도 한몫했다.
한여름의 지리산은 생기가 흘러넘쳤다. 덩달아 탐방객들이나 캠핑족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러넘쳤다. 달궁 캠핑장을 지날 때였다. 한무리의 가족들이 둘러앉아 수박을 쪼개 먹고 있었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 걸치면서... 불타오르는 아스팔트의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던 나로서는 그런 광경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천하절경 속에서 음식과 술잔이 도니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지만 술 한 잔 받아먹지 못하는 내 처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그렇게 느긋한 감상에 빠질 시간이 없었다. 서편으로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리산 지리를 안다고 하지만, 야간에 지리산 관통도로를 이동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성삼재에 오르는 것이 급선무였다.
* 노고단에서의 아침: 노고단 가는 길에 있는 전망대에서 한 컷. 일출 즈음이라 그런지 사진이 잘 안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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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일간의 자전거도보 여행> 지리산이 내게 준 가르침! (0) | 2011.08.25 |
* 안양천- 한강 합수지점: 내가 한강 자전거 도로 주행을 위한 기점으로 삼는 곳. 뒤쪽으로 흐릿하게 상암월드컵 구장이 보이네요.
* 지리산 정렴치: 전북 남원시 주촌면에서부터 정렴치 휴게소까지. 거의 20시간 이상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음. 사진에서도 보듯 짐이 주렁주렁이네요.
노란색 깃발은 서산 아래매길 깃발인데... 사진에서도 보듯 바람이 심하게 불어 깃발이 날라갈 정도입니다.
나는 이전 포스팅에서 자전거로 대륙횡단을 하고 싶다는 꿈을 드러낸 적이 있다. 1만 5천 킬로 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는 대장정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래글은 이전의 포스팅 내용과 배치된다. 서유럽 3개국, 3000Km 이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으니까.
내년 여름에 계획하고 있는 서유럽 3개국 3000km는 그냥 전초전으로 보면 될 것 같다.
1만 5천을 뛰기 위한 3천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 난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쥐~ ㅋ
그거와 관련된 포스팅이다. 나의 2012년 계획을 담은 것인데... 역시 나의 아웃도어의 베이스캠프인 한강 라이딩 중에
계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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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요즘 거의 하나의 계획만 바라보고, 아웃도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창한 계획인가? 그렇다. 보기에 따라서는 거창하다면 거창한 계획이다. 물론 여행 고수가 보면 '에게 겨우 그거야?'
라고 놀림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난 요즘 내년 여름경에 있을 그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거기에 맞춰가고 있다.
도대체 무슨 계획인데 그렇게 유난을 떠는가?
서유럽 3개국을 자전거여행으로 다녀온다는 계획이다. 처음에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러시아 모스크바까지
한 5천 킬로 미터를 달리고 모스크바에서 대륙횡단 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까지 와서 대한민국으로 귀국하려고
했는데... 그건 좀 너무 금전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비현실적이라 그나마 현실적인 방향으로 틀을 잡아봤다.
그래서 수정된 코스가 이베리아반도(포르투갈, 스페인)를 한 바퀴 돌고 프랑스 파리나 독일의 프랑크프르트에서
여행을 종료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다른 코스를 잡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코스가 어디냐?
아일랜드 - 영국 - 프랑스 코스다.
이 코스를 구상하게 된 것 약 한 달 전쯤에 만난 어느 배낭여행가 때문이다. 유럽여행을 한다면 굳이 사람들이 자주
가는 코스를 택하지 말고 다른 코스를 가보라며 강력하게 아일랜드를 추천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기회가 닿으면
독일이나 프랑스는 가볼 기회가 있지만 아일랜드는 거의 가볼 기회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사람이
자전거로 아일랜드를 여행한 건 거의 없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아일랜드 현지 유학생들이 자전거 여행을 한 것을 빼고 말이다.
나의 팔랑귀를 어쩌랴? 그렇게 해서 나의 유럽 3개국 코스가 잡힌 것이다. 재밌는 것은 아일랜드(더 정확히는 북아일랜드) 섬에서
영국으로 여객선을 타고 이동할 수 있고, 영국에서 도버해협을 여객선으로 건너 프랑스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나 육상교통수단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여객선을 타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 내게는 더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난 제주도도 비행기보다는 배를 타고 간다.
아일랜드에서 약 800Km, 영국에서 1500Km, 프랑스에서 500km 이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넉 잡고 3000Km에 달하는 거리라
부담이 많이 가서 체력 훈련도 하고 있고, 어학 공부도 매일 하고 있다. 금전적인 문제도 있는데 약 45일 정도를 그곳에서
보낼터라 서유럽 패키지여행보다도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앞서서 언급한
"사실 난 요즘 거의 하나의 계획만 바라보고, 아웃도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말을 괜히 한 것이 아니다.
* 요거이 자전거로 올 여름 여행을 다녀왔지요. 보시다시피 거의 중고자전거입니다. ㅋㅋㅋ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복장이나 신발이 신경이 쓰인다. 난 주로 여름에 자전거여행을 하는 터라
비와의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 그래서 복장은 온통 젖을 것을 각오를 한다. 비에 젖든 땀에 젖든....
문제는 신발인데 올 여름에 다녀온 자전거여행에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
만약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브레이크의 이상으로 비상 상황이 왔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자신의 신발을 이용해야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두 다리를 브레이크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리산에서 만난 어느 자전거여행 대선배께서도 동의하신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참 무서운 말이다.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브레이크가 나갔다면... 그걸로 그냥 끝이다.
자신의 아웃도어 생활도 그냥 끝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그런 무서운 경험을 올 여름 지리산에서 했다. 성삼재에서 태풍을 만나 지리산 횡단도로에 빗물이 넘쳐났을 때다.
노고단 탐방이고 나발이고 태풍에 내 자신이 쓸려 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 빨리 내려가자고 멍청하게 자전거를 타고 내려갔다.
그때 이미 내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맛탱이가 간 상태였다.
지리산 관통도로의 경사도는 다들 잘 아시리라 믿겠다.
* 지리산 정렴치 휴게소의 고도를 알려주는 표지판: 앞뒤로 짐이 한 40kg 정도 됐던 터라 경사도가 심한 지리산 관통도로를
그냥 끌고 올라갔습니다. 제가 지리산 관통도로로 저 자전거를 끌고 갔다고 하니 안 믿는 분들이 계셔서 인증샷 개념으로... 한 컷!
사진기가 맛탱이가 가서 화질이 안 좋네요. 저 때까지만 해도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답니다.
브레이크가 안 든다는 걸 인지했을 때의 그 섬찟함이란... 굽이굽이 돌아가는 길에 빗물이 넘쳐나고 바람은 엄청나게 불어대고...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내 두 발로 속도를 줄였다. 내리막길인데다 빗물이 넘쳐 그 미끄러운 길인데 잘 멈춰섰겠는가?
두 발로 자전거와 계속 함꼐 뛰어 가며 속도를 줄여야했다. 그 무거운 자전거와 함께 말이다.
그냥 자전거를 버릴까 하다가, 괜히 나 때문에 지나가는 차들이 사고를 당할까봐 그냥 끝까지 자전거와 함께 같이 있었다.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서야 나와 자전거는 멈춰섰고 상황은 종료됐다. 덕분에 나는 복숭아뼈 쪽에 큰 상처를 입었고
무릎쪽에 큰 무리가 생겼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ㅋ
이런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어떤 식으로든 미끄럼이 덜한 신발을 신고 자전거여행을 하려고 한다.
제일 좋은 것은 전문적인 등산화가 좋겠지만 자전거여행의 특성에 맞추려면 트레킹화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올 여름에 신고 간 신발은 워킹화 정도로 미끄럼 방지가 잘 되지 않은 신발이었다.
나는 자전거여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착탈형 자전거전용 신발을 신지 않을 거면 트레킹화를 신고 가라고 권한다.
여행을 하다 예쁜 산이 있으면 잠시 멈췄다 등반도 하고 좋지 않은가. 그러려면 트레킹화가 제격일 것이다.
* 한강의 야경: 성산대교입니다.
* 한강 자전거 도로: 이 자전거 도로가 없었다면 제 아웃도어 생활은 무척 따분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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