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10월 23일: 영국 맨체스터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 앞에서 : 맨유 VS 맨시티 벡매치를 앞두고 박지성과 한 컷ㅋ

 

 

 

 

 

놀라움으로 가득했던 프리미엄리그 체험단


 

‘나 같은 서울 촌놈이 영국을 간다고? 더군다나 올드 트래포드에서 박지성이 뛰는 것을 보게 된다고? 그거 완전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야?’

 

 

 

*영국행 Express


하지만 그런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었답니다. 제가 받은 전화는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영국행 Express'였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영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답니다.

우리는 11시간에 걸친 장거리 비행 끝에 드디어 영국 런던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게 됐답니다. 우리 일행은 체험단 20명과 <스포츠 토토> 직원분들과 스태프 등, 총 25명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여행단이었습니다. 각자 개성들도 강했고, 나름대로 끼도 넘쳤답니다. 각자의 개성이 차고 넘쳤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모두 다 확실하게 공유하고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바로 축구에 대한 열정이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애착이었습니다.

 

* 영국은 역시 2층 버스의 나라였음

 

 

2011년 10월 26일부터 26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일정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답니다. 한 축은 프리미엄 리그와 관련된 체험이고, 다른 한 축은 영국의 명소 탐방이었습니다. 우리 체험단은 첫날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답니다. 전날 런던 FC첼시 스타디움 인근 밀레니엄 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 일행은 아침부터 분주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FC첼시 스타디움 인근이라고요? 혹시 드롭바, 아넬카, 토레스, 램파드, 존 테리가 뛰고 있는 그 첼시요? 예, 맞습니다. 그 첼시가 맞습니다. 우리 숙소 바로 옆에 그 첼시 스타디움이 있어서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그 곳을 산책했었답니다. 그런 점에서 숙소 선택도 ‘프리미엄’급 선택이 아니었나 합니다.

 

 

* 첼시 경기장: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멋져부러였음

 

* 첼시 경기장 외곽의 벽: 첼시 경기장 바로 옆은 주택가였음. 우리나라 축구경기장이나 잠실야구장과는 무척 차이가 났음. 첼시

경기장 인근에는 공동묘지도 있을 정도였음.

 

*본격적인 EPL 투어


대영제국의 빛나는 역사가 살아 숨쉬는 영국의 수도 런던은 고전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습니다. 몇 백 년 전에 지어진 고전 양식의 건물들이 웅장함을 드러내며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면, 한편에서는 최신식의 고층 건물들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해 착착 올라가고 있더군요.

 

버킹검 궁전, 웨스트민스트 사원 등을 관람한 체험단은 런던 한복판에 자리 잡은 하이드 파크에서 진짜 런던 시민들이 쉬듯이 느긋하게 쉬었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 영국 관광 패키지와 별반 다를 게 없지요. 하지만 그날 오후에 있었던 첼시 홈구장인 스템포드 브리지의 탐방부터는 이야기가 확 달라졌답니다. 런던을 연고지로 한 명문 구단 첼시의 홈구장인 스템포드 브리지의 투어에서부터 본 체험단의 눈이 확 뜨이게 됐답니다. TV에서만 본 그 경기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우리 체험단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답니다. 경기장뿐만 아니라 언론인터뷰실, 첼시 선수단 라커룸, 원정팀 선수단 라커룸 등... 스템포드 브리지의 심장부를 현지 첼시 스태프에 의해 안내를 받았으니 탐방이 더욱더 빛을 내는 듯했습니다.

 

* 옥스포드의 고전양식 건물 : EPL 투어 뿐아니라 영국 유명 명소 투어까지 같이 이루어졌음.

 

 

그 다음날도 일정이 바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셰익스피어 생가가 있는 스트렛포드 어픈 에이븐을 탐방한 후 드디어 우리 체험단은 맨체스터에 입성하게 되었답니다.

맨체스터가 잉글랜드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고 했지만 도시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런던보다도 더 유서 깊은 건물들이 많은 것 같더군요. 또 전차도 다니더군요. 전차는 맨체스터 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맨체스터 시내 트레킹을 좀 해봤는데 많은 부분이 전차로 연결되어 있더군요. 우리 체험단은 ‘MINT HOTEL'이라는 곳에다 여장을 풀었는데, 그 호텔 바로 옆에도 전차가 지나갔습니다.

 

 

10월 23일 일요일, 4일째에 접어든 우리 체험단은 꿈에 그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레포드에 입성하게 됐답니다. 올드 트레포드는 정말 으리으리하더군요. 그 올드 트레포드에서 빅게임 중에 빅게임인 ‘맨유 VS 맨시티’의 게임을 우리 프리미엄리그 체험단이 관람하게 됐으니, 이 얼마나 큰 흥분의 도가니입니까? 박지성을, 그것도 올드 트레포드 현지에서, 더군다나 신흥 강호이자 같은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인 맨시티와의 격전에서 볼 수 있다니요! 정말 생각만으로도 짜릿했습니다.

 

* 맨유의 홈구장 올드트레포드: 맨시티와의 빅매치를 앞두고 있어서인지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분주했다!

 



*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 그 역사의 현장에 서다!


‘맨유 VS 맨시티’라는 빅 더비 매치 때문인지 경기장 주변은 경기 3시간 전부터 떠들썩하더군요. 사진 촬영을 하는 관광객들, 기념품을 파는 길거리 상인들, 암표를 파는 암표상들 등등... 엄청난 경기의 비중 때문인지 훌리건 진압용 기마경찰도 기존보다 더 많이 배치됐다는 풍문도 돌았습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선발 출장을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박지성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더군요. 그래도 후반전에는 ‘지성 박’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올드 트래포드에 있는 수많은 맨유 팬들과 함께 큰 소리로 맨유를 응원했습니다. 그 엄청난 올드 트래포드의 위용보다 더 엄청났던 수만 명의 맨유 팬들과 어우러져 우리 체험단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맨유와 박지성을 응원한 것이었죠.

 

 

* 맨체스터 VS 맨시티: 빅게임이었다. 하지만 결과... 맨시티가 6골을 몰아 넣으며 맨유를 6:1로 이겼음!

박지성은 나오지도 못하고...-_-

 

 

그러나 결과는?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에는 꼭 ‘마’가 끼기 마련인가요?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지더군요. 맨체스터 유나티드가 자신의 홈인 올드 트레포드에서 상대방에게 무려 6골을 내주며 맨시티에게 6대 1로 대패를 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팀도 아닌, 맨유가 자신의 안방에서 엄청난 점수차로 지역 라이벌에게 일격을 당한 것이지요. 정말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맨유 팬들도 어안이 벙벙했는지 경기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귀가를 하더군요. 우려했던 훌리건 난동은 있지도 않았습니다.

 

현지 가이드를 맡으신 분은 염 실장님이라고, 영국 현지 생활만 18년째인 베테랑 가이드 분이신데 이 분은 여행 내내 우리 체험단에게 ‘Unbelieve’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답니다. 비가 많이 오기로 유명한 영국인데 우리 체험단이 있었던 내내 현지 날씨가 화창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투어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답니다. 날씨가 정말 좋았던 것이지요. 자칫하면 영국 날씨는 ‘비도 안 오고 정말 좋다’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 맨시티 구장의 야경: 맨시티 구장의 야경 멋지지 않은가? 맨유와 맨시티의 경기 전날, 나는 홀로 숙소를 몰래 빠져나와 맨체스터 나이트 트래킹을 즐겼다. 맨체스터까지 왔다가 그냥 갈 수 없지 않은가? 그래도 명색히 아웃도어 맨인데... 그래서 나이트 트래킹을 즐겼다. 맨체스터 나이트 트래킹! 맨시티 구장 방문은 그 나이트 트래킹 때 이루어진 것이다.

 

 

박지성의 출장은커녕 엄청난 스코어로 대패를 당한 경기를 보고 온 직후 염 실장님은 우리에게 또다시 ‘Unbelieve'를 외치시더군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경기 결과였다는 겁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죠.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 체험단을 위해 박지성이 풀타임으로 뛰고, 해트트릭에다 결승골도 넣어 맨유가 승리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럼 역사적인 순간을 우리 체험단이 목격을 한 셈이 되겠지요. 하지만 세상 일이 우리 마음대로만 댔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어쨌든 역사적인 순간은 순간이었습니다. 맨유가 그렇게 홈에서 대패를 했던 건 1955년 이후로 처음이었다고 하니까요. 그 역사적인 순간을 우리 체험단은 만끽(?)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꿈만 같았던 5박 7일간의 스포츠토토 주최 프리미엄리그 체험단 행사는 성공리에 잘 마무리됐답니다. 워낙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였던 터라,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프리미엄리그 투어 이외에도 런던 시내 탐방, 윈저성 탐방, 옥스퍼드 탐방, 대영박물관 답사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한 투어여서 자칫 각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 인해 다른 일행들이 시간적인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구조였지만 우리 체험단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터라 물 흐르듯이 투어가 잘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 런던의 명소 타워브리지


 

*런던의 하이드 파크

 

 

 

 

 

 

 

 

 

 

 

 

 

 

 

 

 

 

 

 

*서산 삼존마애석불 

 

 

 

 

 

불경한 짓일까요? 감히 마애석불 앞에서 크게 웃었다면요.

경건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들을 수도 있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애석불 앞에서 깔깔거리며 웃다니! 

잘못하면 불교에 대해 적대시 하는 개념 없는 놈으로 몰릴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항상 여행을 다니면서 사찰을 방문하고  해당 사찰의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무사하게 여행을 마칠 수 있도록 기원을 드린답니다. 그래서 사찰에 들어서면

옷깃이라도 여미며 경건함을 유지하려고 애쓰지요. 그것이 매너니까요.


 

 

하지만 전 가야산에 있는 서산 마애석불을 보자마자 크게 웃었습니다.

왜? 석불에 그려진 미소가 정말 좋았기 때문입니다. 세상 근심을 다 잊게 해주는

정말 아름다운 미소였기 때문입니다.


 

 

서산마애석불이 웅진(공주) 백제시대에 새겨졌다고 하니 신라에서 이차돈이 순교했을 때보다도 먼저 만들어졌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마애석불은 1500년도 더 넘는 시간동안 가야산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온화한 미소를 드러냈던 것입니다.

 

 

저는 다짐했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서산 마애석불을 생각하자고. 그 후덕한 미소를 생각하며 스마일하자고! 

 

 

 

 *서산 마애삼존석불

 

 

 

 

 

* 충남 서천 부근에서 찍은 원두막: 저 곳에서 시원하게 수박을 먹고 싶네요.

마애석불의 미소는 제게 편안한 안식처와도 같은 느낌을 주어 관련 사진으로 같이 실어봤답니다.

 

 

 

 

 

 

 

 

 

 

 

 

 

 

 

 

 

 

 

 

 

 

 

 

 

 

* 지리산 정렴치: 태풍 무위파의 영향으로 당시 지리산은 폭우와 함께 강한 돌풍이 불었음. 워낙 강한 바람이 부니 자전거가 넘어갈 정도였음.

 

 

 

 

여행기간 총 35일. 이동거리 약 1300km.

서울에서 해남 땅끝을 찍고 전남 진도군으로 방향을 틀어 그 곳에서 마친 여행.

 

서울에서 계속 남진을 하다 일부러 찾은 백두대간... 그 백두대간에 우뚝하게

솟아 있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

 

나는 왜 한 짐 가득한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 올랐는가?

애초 계획했던 순수 도보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꺼리낌을 타파하려고?

도보여행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차피 고바위 길이면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니... 자연스럽게 도보여행 형식이 되겠지.

그래서 해발고도가 높은 전북 진안, 임실, 남원으로 코스를 잡았잖아.

 

또한 정말 그런... 내 안의 존재하는 약간의 건방을 지리산에서 표출하려고?

그간 아웃도어 좀 해봤다는 자신감을 지리산에서 떨쳐보려고? 

 

그러다 결국 지리산에서 태풍을 만났지. 건방 떨다 제대로 당한 셈이지.

역시 지리산은 지리산이었어. 역시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었지.

 

그런 만큼 지리산은 내게 큰 가르침을 주었어. 소박하지만 큰 가르침이었지.

 

 

건방떨지 말고 굳은 다짐에 실행을 더하라!

 

지리산에서 얻은 가르침과 다짐을 고이 간직해서 하루하루 잘 살자고.

그게 바로 정답 아니겠어!!!

 

 

 

 

* 지리산 성삼재: 저 자전거를 끌고 성삼재를 올랐다. 오직 내 팔과 내 다리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랬으니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다.

무동력으로 지리산 관통도로를, 그것도 약 40kg 정도 되는 짐을 싣은 철TB를 끌고 올라갔으니 말이다. 내가 성삼재에 도착하니 지리산은 전면적으로 입산통제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성삼재 코 앞에 있는 노고단도 오르지 못했다. 하긴 그 폭풍우가 부는데 지리산에 입산이 가능하겠는가? 내가 이렇게 자전거를 끌고 성삼재까지 갔더니 국립공원 직원들도 참 이상하게 보더라. 그 폭풍우 덕택(?)에 내 사진기도 망가졌다. 그래서 지리산 이후로는 전혀 사진을 찍지 못했다. 장거리 여행시에는 무겁더라도 카메라를 두 대 이상 가지고 가는게 현명한 것 같다.

메인과 서브..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람을 순해지게 만드는 옥정호



2010년 6월 23일-여행 5일째

 

 


당시 나는 자전거여행 중이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여정은 목포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날은 전북 익산을 거쳐 전주, 임실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했다. 아름다운 전라북도의 내륙을 탐방할 생각에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아시다시피 전라북도 내륙에는 덕유산, 마이산, 모악산과 같은 이름난 명산들이 많다. 그만큼 경치가 빼어나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도 잠시 뿐이었다. 당시 난 자전거여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앞뒤로 짐을 가득 싣고 가는 터라 자전거 속도는 꽝이었다. 더군다나 전라북도의 내륙은 노령산맥의 영향으로 산악지형이 잘 발달이 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시간보다 끌고 가는 시간이 많았다. 무거운 자전거를 낑낑거리며 산등성이를 넘어가기가 일쑤였다.


사실 전북 내륙 부분은 자전거를 타기에 적당한 코스가 아니다. 통상적으로 서울에서 목포까지 가는 국토종단코스는 전북의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익산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 고창지역을 지나가는 것이다. 해안가지역은 고도가 낮을뿐더러 간간이 바다도 볼 수 있어 자전거를 달리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난 왜 해안가 코스를 가지 않고 왜 사서 고생을 하며 내륙코스를 택했는가? 사실 난 작년에도 장거리 여행을 했는데 그때는 전북의 해안가코스를 지나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 마음먹고 내륙코스를 여행하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또 아는 지인의 조언도 있었다. 임실이나 순창지역에 가면 볼거리가 많다는 조언이었다.

 

도대체 무슨 볼거리가 있기에 임실,순창 코스를 강추한 것일까? 정말 제대로 된 볼거리가 있기는 한걸까? 그 지인의 조언을 반신반의 하면서 난 힘든 여행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보니 무언가 ‘Feel' 같은 것이 느껴졌다. 여행을 좀 많이 하신 분들은 그런 느낌을 한두번씩 가져보셨을 것이다. 이 코너를 돌면 무언가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말이다. 이 고개만 넘으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질 것 같은데... 이 고개만...


“와!”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산 정상부에 다다르니 큰 호수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호수는 산들로 둘러싸여 넉넉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 호수는 바로 옥정호였다.

옥정호는 전라북도 임실군 운암면에 위치한 인공호수다. 일제시대에 건립된 다목적 댐에 의해 조성된 옥정호는 전북의 대표적인 농업용수 공급용 저수지로 손꼽히고 있다. 이 부분은 문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작성한 부분이다. 사실 옥정호를 농업용수 공급용 저수지로만 인식을 한다면 그건 여행을 만끽할 자격이 없는 사람일 것이다.

 

 

 

내가 처음 옥정호에서 받은 인상은 소양호 이미지였다. 옥정호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춘천의 소양호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소양호와는 좀 다른 면이 많았다. 소양호가 웅장한 이미지라면 옥정호는 아기자기한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옥정호에는 숨어 있는 비경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옥정호는 국내 사진사들에 의해 출사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옥정호는 주변을 따라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순환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부지역을 탐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길을 걷고 싶었지만 일정 관계상 그만두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옥정호의 풍광을 두고 그냥 가기가 아까워서 옥정호에서 한 숨 자기로 했다. 어차피 다음 여행일정을 위해서라도 체력회복을 해야 했으니까. 옥정호가 한 눈에 펼쳐지는 곳에 자리를 깔고 눈을 감았다.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산새 소리가 들렸다. 여행에서 오는 피로감 때문인지 나는 솔솔 단잠에 빠져들었다. 기분이 너무 좋다.... 호수를 앞에 두고 잠을 청할 수 있다니....

 

 


 

전북 임실이나 옥정호를 그냥 한 번 방문했다고 그 지역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분명히 오버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나는 어쩌면 오버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최소한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씨가 왜 임실 땅을 못 떠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예전에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으며, 작품 활동을 하려면 출판사들이나 문인단체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의문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임실 지역을 방문해보니 왜 시인께서 섬진강을 못 떠나는지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나라도 안 떠날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들을 놔두고 무엇 하러 각박한 서울살이를 하겠는가.


옥정호에서 잠이 깼을 때 난 잠깐 묘한 기분을 느꼈었다. 매일 회색의 콘크리트 건물들만 보다가 몽롱한 상태에서 옥정호를 바라다보니 정말 딴 세상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 착각은 이내 곧 사라졌지만 그 여운은 오래 지속되었다. 그렇게 사람을 UP시켜주는 착각이라면 그 속에 빠져드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닌 것 같다.

 

 

 



여행 5일째 전체평: 옥정호, 섬진강 상류. 나도 이 곳에서 살고 싶다. 이 곳에 오니 사람이 순해지네! ^^;


 

사진설명: 상단의 사진 두 개는 섬진강 상류를 찍은 사진이고, 나머지는 옥정호를 배경으로 한 사진임. 시간상으로는 옥정호-> 섬진강 순으로 이동을 했으나 글을 다이나믹하게 꾸미기 위해 순서를 바꾸어 놓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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