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대천: 고사리 수변공원에서 찍었음.

 

 

 

 

 

 

 

***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6일간 강원도 일대를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인제 ☞ 속초 ☞ 양양 ☞ 강릉 ☞ 평창 ☞ 원주

 

 

2021년 2월 1일 월요일 .

 

유명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탐방하는 날이다. 전날 아침가리골 얼음트레킹을 행한 후 다시 현리로 돌아왔는데 시간이 저녁 7시경이었다. 서울에서야 오후 7시면 초저녁이지만 지역에서는 어두워지면 인적이 드물어진다. 그래서 인제읍으로 이동하지 않고 현리에 있는 모텔에서 1박을 했다.

 

얼마나 많은 군인 아저씨들이 이곳을 거쳐 갔을까? 생각해보니 나도 20년도 더 전에 강원도 화천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휴 그때만 생각하면 아주 징글징글한데 강원도의 자연은 정말 매력적이단 말야! 강원도는 아웃도어 천국이지...^^

 

현리에서 인제읍내까지는 약 3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윗길과 아랫길로 갈 수 있다. 현리에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가려면 고사리 수변공원까지 시골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현리에서 고사리 수변공원까지는 약 15km 정도 떨어져 있다.

 

아랫길은 유명한 남대천을 끼고 있어 풍광이 아주 수려하다. 자칫 운전하는데 시선을 뺏겨 사고가 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아니다를까 앞에서 사고가 났다. 아스팔트에 살짝 살얼음이 언 거 같았다. 안개도 끼었고. 하여간 사고 때문에 20분 정도를 버스 안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 자작나무 숲 입구

 

 

 

 

 

 

 

 

고사리 수변공원에 도착했다. 안개낀 남대천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곳이 자작나무 숲이 아니다. 수변공원에서 약 5km 정도를 걸어가야 자작나무 숲 입구에 갈 수 있다. 버스를 타라고? 자작나무숲 입구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하루에 몇 편 되지 않는다. 그럼 택시는? 돈이 없다. ^^

 

그리고 필자도 나름 도보여행가인데 왕복 10km 정도는 항상 감안해야 하지 않나? 물론 자작나무 숲에 이동을 하면 거의 20km 정도에 달하겠지만...

 

고사리 수변공원에서 자작나무숲 입구까지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었지만 나름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걸을만 했다. 걸으면서 마을들을 찬찬히 둘러보았는데 왜 버스편이 하루에 몇 편밖에 없는지 알겠더라. 아무리 자작나무 숲이 유명하다고 하더라도 원대리는 그저 시골 동네였다.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이런 곳에 버스편이 많이 배치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뚜벅이 여행자들은 자신의 두 발을 믿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10km 이상을 걸을지 모르니까. 돈 없는 게 원수지...ㅋ

 

전날 아침가리골 얼음트레킹에서 힘 좀 뺐더니만 다리가 말을 안 듣는다. 더군다나 배낭도 50리터 짜리를 메고 왔다. 배낭이 크니 마구 때려넣었다. 태블릿과 키보드를 세트로 넣고, 책과 다이어리 세트도 넣었다. 결론적으로 태블릿은 한 번도 전원을 안 켰고, 책은 한 장도 펼쳐보지 않았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숙소에서는 그저 TV만 붙잡고 있었다. 모텔만 다녀서 그런가? 성인방송이 잘 나오더군~^^

 

그나저나 저놈의 배낭 2014년도에 스페인에서 구매해서 잘도 써먹는다. 저 배낭으로 두 번이나 산티아고 순례길도 다녀오고 했으니 본전은 제대로 뽑은 셈이다. 사실 50리터짜리 새 배낭이 있긴 하지만 저 녀석이 더 끌린다. 그런데 왼쪽 사이드 포켓 자크가 고장이 났다. 하지만 고장이 났더라도 계속 쓸 생각이다. 여행의 동반자를 함부러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쉬엄쉬엄 걷다보니 어느 순간 자작나무 숲 입구에 닿았다. 자 이제 자작나무 숲으로 출발!

 

- 관리사무소에서 알려드립니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입니다. 이용에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의 핵심 부분을 가보지 못했다. 사진은 입구 바로 앞쪽에 있는 구간에서 찍은 것이다. 한마디로 맛배기만 보고 온 것이다. 자세히 알아보니 그간 코로나 때문에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입산 통제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2월 3일부터 탐방이 재개가 됐다는 것이다. 코로나 때문이든 휴무일이든... 어쨌든 탐방을 하지 못했다.

 

세상 일이 다 그렇겠지만 여행도 합이 맞아야 한다. 기껏 갔더니 휴무이거나 공사중이라면 김이 셀 수밖에 없다. 물론 그 핑계대고 해당 지역을 또 방문할 수도 있다. 이번에 못 가면 다음에 또 가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검색을 해야 할 거다.

 

조만간 다시 자작나무 숲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때는 20km 정도 걸어야 할 거 같다. 통상적인 코스가 아니라 임도따라 쭈욱 걸어볼 생각이다. 이때 못 걸은 거 그날 다 걸어봐야지!

 

 

 

 

 

 

 

* 본전 뽑은 배낭: 필자대신 인증샷

 

 

 

 

 

 

 

 

 

* 자작나무 숲 초입

 

 

 

 

 

* 운영안내 현수막

 

 

 

 

 

 

 

 

 

* 아침가리골

 

 

 

 

 

 

***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5일까지, 6일간 강원도 일대를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인제 ☞ 속초 ☞ 양양 ☞ 강릉 ☞ 평창 ☞ 원주

 

 

2021년 1월 31일 .

 

강원도 동계 여행의 시작일이다. 아직까지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좀 조심스럽게 움직였었다. 방역수칙을 항상 염두해 가면서 이동을 했었다. 뭐 물론 단독여행이었으니 누구랑 말 섞을 일도 없었지만...

 

이날의 일정은 강원도 인제군이었다.

 

인제오면 언제가나? 원통해서 어찌하리!

 

인제는 강원도 군번들의 특유의 푸념들을 다 담아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인제에서는 아침가리골과 원대리 자작나무 숲, 두 곳을 메인 탐방지로 삼아 방문할 생각이었다. 아침 일찍 동서울터미널로 향했고, 인제행 버스를 발권을 하려고 카드까지 꺼냈다. 그러다 딱 멈췄다. 아침가리골을 가려면 인제읍내보다는 현리터미널이 더 가깝기 때문이었다.

 

현리터미널은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해 있는데 인제읍내에서 남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져있다.

굳이 읍내를 들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현리터미널행 시외버스에 탑승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현리터미널까지는 약 2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됐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든다. 기린면터미널로 불리는 것이 맞지 않나? 왜 '면'보다 '리'를 중시해서 현리터미널로 불리는지... 물론 그곳에 가면 '기린면터미널'이라고 입간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린면터미널이 아니라 현리터미널로 부른다. 동서울터미널 자동발권기에도 현리터미널로 적시되어 있다.

 

무슨 스토리가 있지 않을까? 사실 현리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전투 중의 하나로 불리는 현리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혹자들은 조일전쟁 때의 칠전량 해전, 병자호란 때의 쌍령전투와 더불어 한국전쟁 때의 현리 전투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3대 패전이라고 부른다.

 

1951년 5월 16일부터 22일까지 벌어진 현리 전투는 국군 3군단과 중공군 9병단이 맞붙었었다. 당시 중공군은 지금의 현리터미널에서 남서쪽으로 약 7킬로 정도 떨어진 오미재 고개를 점령한다. 오마치 고개라고도 불리는 오미재는 국군 3군단의 유일한 퇴각로이자 보급로였다.

 

문제는 중심을 잡고 지휘를 해야 할 군단장이 연락기를 타고 도망을 갔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퇴각로가 봉쇄되어 동요를 겪고 있는데 지휘관이 도망을 가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렇게 도망간 이는 유재흥 중장이었다. 별 3개가 아깝다.

 

지휘체계가 무너지니 모든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군인들은 오합지졸처럼 퇴각을 했는데 많은 인원이 중공군에게 사살되거나 포로로 잡히게 됐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워낙 급박하게 퇴각을 하다보니 무기와 보급품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하나가 아쉬운 무기와 탄약, 보급품들이 중공군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다.

 

현리 전투를 두고 당시 미군 사령관인 밴플리트 장군은 격노를 했다. 그리고는 3군단을 해체시키고 한국군의 지휘권을 박탈시키기에 이른다. 현리 전투의 결과 때문에 아직까지도 전시작전권을 미군에게서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을 소개한다면서 현리 전투에 대한이야기를 너무 길게 한 걸까? 아니다. 아침가리골과 현리 전투는 서로 연관이 되어 있다. 아침가리골은 방태산에 자리잡고 있는데 3군단의 주요 퇴각로가 방태산이었으니까. 당시 군인들은 길도 없었던 그 험한 곳을 기어가다시피 했다. 사단장은 제복을 벗어던져 버리고, 장교들은 계급장을 떼어버렸다고 하니 얼마나 군기가 문란했는지 알 수 있다.

 

 

 

 

 

* 아침가리골

 

 

 

 

 

 

현리터미널에서 아침가리골 트레킹의 시작점까지는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가 다니는데 하루에 6편밖에 없다. 잘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아침가리골 트레킹의 인아웃은 이렇다.

 

IN: 방동약수(방동약수마을)

OUT: 진동1리(추대)

 

하지만 필자는 인아웃을 거꾸로 했다. 진동1리로 들어가서 방동약수로 나온 것이다. 간간이 트레킹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만 반대방향이었다. 뭐 이렇게 가나 저렇게 가나...ㅋ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침가리골은 계곡트레킹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여름에 인기가 많다. 허리까지 오는 계곡물을 박차며 걷는 맛이 제격인 곳이다. 그만큼 계곡이 깊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얼음트레킹을 하기에도 제격이라는 뜻이 된다. 수위가 원만하니 얼음이 훅 꺼진다고 해도

양말이나 젖는 정도가 될테니까.

 

어쨌든 여름 계곡트레킹의 천국같은 곳에서 얼음트레킹을 하겠다고 나섰다. 운이 좋았는지 여러 조건들이 받혀줬다. 기온이 비교적 온화했고, 바람이 불지 않았다. 하지만 전전날까지 강추위가 몰아쳐 얼음이 꽝꽝얼었다. 물론 군데군데 얼음이 깨진 구간도 있었지만.

 

사실 얼음트레킹은 쉽게 할 수가 없다. 갑자기 얼음이 쑥 꺼지면 어떻게 하는가. 또 그만큼 얼음이 얼어야 한다는 건 날씨가 추워야 한다는 뜻이다. 동장군의 위세에 맞서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필자도 정말 오랜만에 얼음트레킹을 하러 온 것이다.

 

챙겨온 아이젠을 끼고 열심히 걸었다. 아이젠을 끼고 걸었더니 얼음을 치고 나가는 소리가 계곡에 쩌렁쩌렁 퍼져나갔다. 간간이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지만... 계곡을 전세낸 듯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안전에 신경을 써서 그랬는지 계곡 구간의 종료점인 조경교 인근까지 한 번도 얼음이 깨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원래 사고는 막판에 일어나는 거야! 끝까지 조심해야 돼"

 

딴에는 경각심을 갖겠다고 혼자서 궁시렁거렸던 것이다. 하지만!!!

 

- 우지찍

 

계곡 구간 막판에 얼음이 제대로 깨져서 오른쪽이 싹 다 젖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몇 걸음을 종종 걸음쳤는데 또 얼음이 깨져 이번에는 왼쪽이 싹 다 젖었다. 그래 원래 사고는 막판에 일어나는 거잖아!

 

아침가리골 트레킹의 길이는 약 14km 정도다. 계곡 구간이 약 7km 이고, 임도 구간이 약 6km 정도 된다. 나머지는 마을입구까지 걷는 아스팔트 길이다.

 

방동약수마을 ☞ 방동약수 ☞ 방동리고개 ☞ 조경교 ☞ 계곡구간 ☞ 진동 1리

 

한 번 진입하면 나가는 길이 마땅치 않으니 그냥 열심히 걸으셔야 한다. 그렇게 경사가 심한 구간은 아니기에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 번 도전해 볼만 하다. 하지만 중간에 매점은커녕 화장실도 없다는 걸 명심하셔야 한다. 벤치조차도 없다. 단단히 준비를 하시고 떠나셔야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얼음트레킹은 쉽게 하기가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의 하천은 갑자기 쑥 꺼지는 부분이 있기에 무척 조심해야 한다. 뭐 그걸 선녀탕이라고 부르는데 선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

하여간 얼음트레킹을 하려면 여러가지가 받혀줘야 한다. 여러가지 돌발상황도 감안해야 한다. 특히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렇게 단단히 준비를 해야만 설경과 빙설이

만들어놓은 환상적인 풍광을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아침가리골: 필자 대신 가방으로 인증샷

 

 

 

 

 

 

 

* 아침가리골

 

 

 

 

 

 

 

* 아침가리골

 

 

 

 

 

 

* 아침가리골

 

 

 

 

 

 

 

 

 

 

 

 

 

* 지족해협과 창선교

 

 

 

 

 

 

 

*** 지난 11월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11월 27일. 이제 경상남도 서부권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이날은 남해읍에서 삼동면 지족리로 가는 시골버스를 탔다. 지족리는 위쪽으로는 남해군 창선면, 더 위쪽으로는 사천시 삼천포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있다. 그렇다. 삼천포는 그 유명한 삼천포다.

 

이날은 지족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삼천포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지족리까지는 사천시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남해 창선면에서 삼천포(사천)로 넘어가려면 4개의 대교를 건너야한다.

 

창선대교(340m) ☞ 늑도대교(340m) ☞ 초양대교(200m) ☞ 삼천포대교(436m)

 

보시다시피 각각의 다리들은 그리 길지 않다. 제일 긴 삼천포대교도 한강에 있는 다리보다도 더 짧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다리들을 걸어서 넘어볼까 했으나 시간관계상 시내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 구간은 총 3.4km로 정도된다. 섬 안쪽 지역까지 포함된 길이다. 어쨌든 아름다운 남해바다를 시내버스를 타고 건넌다는 것이 무척 매력있지 않은가? 남해나 삼천포 주민들은 정말 좋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들을 매일 공짜로 볼 수 있으니!^^

 

언제가는 걸어서 이 다리들을 넘어볼 생각이다. 하긴 남파랑길도 이 다리를 넘어 남해군에서 사천시로 넘어가더군. 일단 버킷리스트로 잠깐 돌려놓을란다.

 

 

 

 

 

* 초양대교와 삼천포대교: 왼쪽 다리가 초양대교다. 2014년에 찍은 사진임.

 

 

 

 

 

 

대신 삼동면에서 창선면으로 넘어갈 때 창선교를 걸어서 넘어갔다. 창선교는 앞서 언급한 창선대교와는 다른 교량이다. 하여간 창선교를 걸어서 넘는데 어찌나 바닷바람이 세던지...! 아주 그냥 날라가는 줄 알았다. 덕분에 코에 바람은 제대로 넣었다. ^^

 

창선교 아래는 지족해협이 흐르고 있는데 이곳은 물살이 무척이나 빠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죽방렴(竹防簾)이라는 우리 고유의 민속 어획법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들어오는 곳은 입구를 크게 하고, 뒤로 갈수록 폭을 줄인다. 물고기들이 모이는 곳에는 대나무를 촘촘히 박아 우리처럼 만든다.

 

해류의 방향과 반대로 죽방렴을 설치하니 그 안에 있는 물고기들은 지족해협의 급류와 계속해서 맞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지쳐서 어부의 손에 낚이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계속해서 급류와 싸워서 그런지 죽방렴에서 잡힌 물고기들은 신선도가 매우 높고, 그래서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지족해협 죽방렴에는 주로 멸치가 많이 잡힌다.

 

난 죽방렴을 보면서 갯담이 생각이났다. 갯담은 큰 돌들을 바닷가에 담처럼 쌓아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업법인데 밀물 때 갯담에서 유영하던 물고기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갯담에 가둬지게 되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갯담을 원담으로도 부른다. 갯담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업법이면 지족리의 죽방렴은 해류의 세기에 의존한 고기잡이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족해협 일대에는 약 20여개의 죽방렴이 있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8월 18일에 명승 71호로 지정되었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죽방렴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려면 창선교에서 보는게 제일 낫다. 그나저나 죽방렴을 자세히보니 삼겹살 먹을 때 쓰는 집게 같아 보이지 않는가. 집게를 좀 크게 벌려놓은 거 같다. ^^

 

남해군을 뒤로하고 사천시 시내버스를 타고 삼천포항으로 갔다. 단돈 1400원인가? 그 버스값 내고 아름다운 한려해상을 넘으니 너무 좋더라. 공짜로 버스투어 하는거 같았다.

 

삼천포에서는 유명한 코끼리 바위를 보려고 했다. 코끼리 바위는 남일대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데 몇해 전 탐방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큰 감흥을 받아서 이번에 다시보려고 갔는디...! 진입로가 공사중이었다. 올 여름에 있은 태풍으로 진입로가 망실됐다는 것이다. 코끼리바위 바로 앞까지 가려면 2021년 5월까지 기다려야 할 거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안전하게 다시 탐방로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하여 6일간의 경남 서부권 여행이 종료됐다. 이번 여정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보약같은 여행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그러다 여행을 하고나니 개운한 감이 드는게 아닌가. 나도 어쩔 수 없는 방랑자인 거 같다. 맞아, 나 여행 좋아해!^^

 

 

 

 

 

 

* 죽방렴

 

 

 

 

 

 

 

 

* 죽방렴

 

 

 

 

 

 

* 삼천포항 부근

 

 

 

 

 

 

 

 

* 창선대교: 초양대교가 아님. 2014년에 찍은 사진임.

 

 

 

 

 

 

 

* 코끼리바위: 2014년에 찍은 사진임.

 

 

 

 

 

 

 

 

 

* 보리암

 

 

 

 

 

*** 지난 11월 22일부터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11월 26일. 경상남도 남해군에서의 일정이 시작됐다. 남해에서는 보리암 탐방을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잡았다. 보리암은 상주면에 있는 금산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금산은 원효대사의 기도처였는데 원효대사께서는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보광산이라고 불렸다. 그러다 이성계가 이 산에서 기도하였고, 마침내 왕으로 등극을 하였다. 이성계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산 이름을 비단 ‘금(錦)’ 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고쳤다고 전한다.

 

금산은 산악으로서는 유일하게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금산은 빼어난 절경을 품고 있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기암괴석들을 보시라. 눈이 다 즐거워진다.

 

그런 금산 정상 아래쪽에 보리암이 자리잡고 있다. 깎아질 듯한 지형 위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보리암은 다른 사찰들과는 다른 가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기암괴석들과 하나로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랄까? 예전에 탐방했던 도봉산 원통암이 생각이났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과 어우러진 원통사의 모습이 보리암 앞에서 떠올랐다.

 

원통사도 우이암 정상부 아랫부분에 자리잡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 관음사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도봉산 원통사는 보리암보다는 덜 알려져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3대 관음성지는 강화군 석모도 보문사,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홍련암, 그리고 보리암이다. 서해, 동해, 남해바다를 관음보살께서 살펴주시고 계신다. 더 정확히는 해수관음 성지다. 모두 바닷가에 면해 있으니까.

 

 

뚜벅이들은 보리암을 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보리암을 가려면 남해읍내에서 상주면행 버스를 타야한다. 그리고는 보리암 입구(?)에서 하차한 후 약 30분 정도 복곡 1주차장이라는 곳을 향해 걷는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여기서 보리암의 관문인 복곡 2주차장까지 약 7km나 떨어져있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총 9km의 거리를 걸어가야 보리암을 탐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주차장과 2주차장 사이에 마을버스가 운행되기는 하는데 그건 성수기 때의 일이다. 배차 시간이 있는게 아니라 일정 정도 사람들이 모아져야 운행을 하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는데 상주면행 버스에서 보리암을 가는 보살님 두 분을 만나 함께 택시에 동승했다. 9km 거리에 택시 요금이 1만원이었는데 셋이 나눠냈다. 난 3천원 냈다. ㅋ

 

 

사찰 탐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보리암은 한 번 쯤 방문해보시면 좋을 거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룬 가람이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리암 해수관음상 앞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의 모습은 정말 절경이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그런가? 조금은 어수선하다. 산 꼭대기에 있는 사찰에 사람들이 붐벼서 좀 당혹스러웠다. 이런 말을 해서 좀 그런데... 마치 유원지 같았다.

 

 

 

 

 

* 보리암 3층 석탑: 왼쪽으로 해수관음상이 보인다.

 

 

 

 

 

 

마음이 거시기해서 일부러 상주은모래해수욕장으로 길을 잡고 내려갔다. 이곳은 금산 등산로로 향하는 길이기도 한데 상당히 경사가 심했다. 그래서인지 동굴인 쌍홍문 부근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이 맛이지! 이렇게 호젓하게 탐방하려고 그 멀리 남해까지 온 거잖아!

 

보리암에서 금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 2km 정도인데 무척 가파르다. 하지만 등산에 자신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해볼만 할 것이다. 택시 1만원이 없는 분들이라면 그쪽으로 가시는 것도... 나도 다음에는 금산 등산로로 올라가 볼 생각이다. 다리에 파스 좀 엄청 뿌리겠구먼~^^

 

상주은모래해수욕장까지 다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그냥 걷기로 했다. 어차피 해수욕장까지는 약 2~3k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도로옆을 지나가는 길이니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금산 등산로 앞에 정차하는 버스는 복곡주자장도 지나가고 상주은빛해수욕장도 지나가는 버스다. 그 버스가 그 버스다.

 

상주은빛해수욕장에 가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게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결국 바다에 온 것이다. 모래사장도 어쩜 그렇게 좋은지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걸었다. 이토록 여유롭게 겨울바다를 걸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남도라서 그런지 겨울인데도 바닷바람이 살랑거린다. 그 바람결이 좋구나!

 

 

 

 


 

 

*** 뚜벅이들을 위한 금산 보리암 가는법

 

A. 복곡주차장 방면으로는 가는 방법 

 

1. 남해군 읍내에서 상주면행 시골버스 탑승. 복곡주차장 입구에서 하차. 이때 버스기사에게 꼭 보리암으로 간다고 말을 해야함. 

2. 진행방향은 이렇다.  주차장 입구 -> 제1 복곡주차장 -> 제2 복곡주차장.

3. 제1 복곡주차장까지 걸어간다. 거리는 약 2km 정도.

4. 여기서 제2 복곡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탄다. 제1주자창에서 제 2주차장까지는 약 7km 정도임.

주의할 점이 있음. 문제는 해당 셔틀버스가 비수기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차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정도 사람이 모이면 운행되는 버스임. 

5. 정 안되면 보리암 경내까지 걸어간다. 예전에는 비포장 임도였는데 지금은 포장이 되었다. 총 9km 정도를 이동하면 된다. 약 3시간 정도 잡고 걸어간다. 

6. 시골버스에서 하차 한 지점에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있음. 제2 복곡주차장까지 택시비 1만원임. 

 

B. 금산 등산로로 올라가는 방법

 

1.  역시 남해군 읍내에서 상주면행 시골버스 탑승해서 금산 등산로 입구에서 하차. 이때도 금산 등산로 입구에서 내리겠다고 이야기를 해야 함. 

2. 진행방향은 이렇다. 등산로 입구 -> 도선바위 -> 쌍홍문 -> 보리암

3. 등산로 입구에서 보리암까지는 계단도 많고 가파르다. 거리는 약 2km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넉넉하게 2시간 정도 잡고 산행을 하면 좋을 듯싶다. 

4. 가팔라서 그런지 등산로 입구에서 보리암까지는 아주 한적하다. 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갈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 필자도 나중에는 이 코스로 올라갈 생각이다. 올라갈 때는 화끈하게 올라가야지~^^

5. 참고로 금산의  높이는 해발 700미터다. 보리암은 금산의 9부 능선 쯤에 자리잡고 있다. 

 

 

 

 

* 금산

 

 

 

 

 

* 금산 정상 망루

 

 

 

 

 

 

* 보리암

 

 

 

 

 

 

* 쌍홍문

 

 

 

 

* 금산 전경

 

 

 

 

 

 

 

* 상주은빛해수욕장

 

 

 

 

 

 

 

* 상주은빛해수욕장

 

 

 

 

 

 

 

 

 

 

 

 

 

 

 

 

*** 지난 11월 22일부터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11월 23일.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거창 양평동 석조여래입상을 보러갔다. 거창군 거창읍 양평마을에 있는 석조여래입상은 신라 후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실 경남 거창은 내게 친숙한 곳이다. 거창군 고제면에 거창 귀농학교가 있는데 그 귀농학교 교장선생님과 친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해 전에는 귀농학교에서 한동안 기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렇듯 거창에 많은 발걸음을 해왔지만 정작 문화재 답사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양평동 석불도 전에 한 번 답사하려고 갔다가 정확한 위치를 몰라 되돌아 온 적이 있었다.

 

석불이 있는 양평마을은 거창 읍내에서 가깝다. 직선거리로 약 2~3km 정도 된다. 거창시외버스터미널에서도 걸어서 약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나도 읍내에서 걸어서 갔다. 이번에는 제대로

찾아가려고 지도를 계속 주시하고 걸었다.

 

사진에서보듯 양평동 석불은 뛰어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아주 잘 표현된 얼굴 부분, 옷주름까지 신경 쓴 신체부분... 정교한 멋이 살아있는 디테일이 강한 석불이다. 밑받침인 대좌까지 합쳐 총 3.7미터에 이르는 석불은 통돌로 되어 있다. 거대한 조각상이 하나의 돌로 이루어졌다니! 그것도 천 년도 훨씬 전인 신라 후기에 만들어졌다니!

 

사실 이 양평동 석불은 1970년대에 복원을 하였다. 그 전에는 하반신이 땅 속에 묻혀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머리 위에 있는 천개도 같이 올렸다고 한다. 원래부터 천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실수에 의해 올려진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참고로 석불 머리 위에 얹혀진 둥근 모자 같은 걸 천개 혹은 보개라고도 부른다.

 

솜씨 좋은 석공이 만든 석불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흐믓해진다. 섬세하게 잘 표현된, 거기에 보존 상태까지 좋은 석불을 보니 자연스럽게 합장을 하게 됐다. 더군다나 아주 가까이까지 가서 볼 수 있으니 그 감동이 두 배가 되더라. 마치 한 편의 완벽한 예술 작품을 보고 온 느낌이었다.

 

이렇듯 우리 문화재는 후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정말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 농월정

 

 

 

 

*** 지난 11월 22일부터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경남 함양군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지리산 둘레길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함양에는 지리산 둘레길말고도 '화림계곡 선비문화탐방로'라는 계곡트레킹을 할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 있다.

 

일명 선비문화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함양군 서하면부터 안의면까지 약 9km에 걸쳐 이어진 길이다. 총 연장이 총 9km면, 도보여행길 치고는 무척 짧은 편이다. 지난 10월 31일에 개통된 남파랑길을 보라. 총 연장이 무려 1470km라고 하니까.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를 논할 때, 흔히 '좌 안동, 우 함양'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여기서 '우 함양'을 '우 안의'로 바꿔도 될 만큼 안의 지역은 풍부한 선비문화를 창달했던 곳이다. 선비문화길이 있는 화림동(花林洞) 계곡은 용추계곡이라는 명칭으로 더 유명한 심진동(尋眞洞) 계곡, 거북바위로 유명한 원학동 계곡과 더불어 안의삼동(安義三洞)이라고 불렸다. 원학동, 화림동, 심진동이 안의 지방의 3대 계곡이라는 뜻이다.

 

안의는 현재 행정구역상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으로, 면 단위에 불과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안의현이라 불리며 함양, 거창과 함께 그 어깨를 나란히 했다고 한다.

 

주변에 큰 산들이 많은 이 일대는 예로부터 정자가 많기로 유명했다. 큰 산들이 뿜어내는 풍부한 유량과 평평한 너럭바위들은 풍류객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충분했을 것이다. 그때도 막걸리 잔부터 돌렸을까?ㅋ

 

사진에서 보이듯 화림동 계곡은 매우 완만하게 이루어져있다. 통상적으로 계곡이라하면 급경사와 급류가 떠오르는데 화림동 계곡은 평평한 모습이다. 그래서 선비문화길의 난이도는 '하'이다. 통상적인 계곡트레킹이 '중' 이상인 것을 생각해보시라. 큰 부담없이 계곡길을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일대는 정자가 많이 있다. 그래서 선비문화길은 정자를 따라 걷는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는 이렇게 된다.

 

거연정 ☞ 동호정 ☞ 농월정

 

이렇게 하면 약 6km 정도다. 6km 정도로는 성이 안 찼다면, 3km를 더 걸어 안의면 버스터미널까지 가면 된다. 그래서 총 연장이 9km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거연정에서 농월정까지의 6km를 추천한다.

 

 

 

 

 

* 거연정

 

 

 

 

 

* 거연정 자연석 주초

 

 

 

 

 

트레킹의 시작은 거연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번에 갔을 때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거연정의 주춧돌이었다. 사진에서보듯 거연정은 계곡의 바위 위에 지어졌다.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 지어지다보니 통상적인 주춧돌이 쓰일 수 없었을 것이다.

 

보통 건물의 주춧돌은 잘 다듬어져 있다. 하지만 '덤벙주초'라고 해서 자연석을 거의 그대로 주춧돌로 삼기도 했다. 그러면 주초가 나무기둥에 맞혀지는게 아니라 반대로 나무기둥이 주초에 맞혀지게 된다.

 

그런데 거연정의 주춧돌은 덤벙주초를 넘어 아예 울퉁불퉁한 계곡 바위다. 그러니 나무 기둥도 그에 맞춰 생김새가 아주 독특한 것이다. 전에는 잘 모르고 넘어간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가니 눈에 확 들어왔다.

 

동호정 앞에는 차일암이라고 불리는 평평한 너럭바위가 있다. 이 차일암은 하도 커서 100명이 동시에 앉을 수도 있다고 한다. 족구도 한 판 할 수 있을 거 같이 차일암이 크긴 크더라.

 

마지막으로 농월정을 탐방했다. 선비문화길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이 바로 농월정이다. 농월정 앞은 거대한 너럭바위들이 크게 펼쳐진 곳이다. 확 트인 곳에 시원스럽게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큰 너럭바위들까지 펼쳐져있으니 '음풍농월' 하기에 제격이 아니던가!

 

그랬던 농월정이었지만 2003년에 큰 아픔을 겪게 된다. 누군가 방화를 해서 농월정이 전소된 것이다. 아주 천벌을 받을 놈이지! 소중한 문화재를 왜 망가뜨리냐고!

 

지금 보는 농월정은 2015년 9월 16일에 다시 지어진 것이다. 다시 지어졌을 때는 칠이 칠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번에 갔을 때는 화려하게 단청까지 칠해져있었다.

 

무리없이 계곡트레킹을 하기에 제격인 화림동계곡 선비문화탐방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끄적이다보니 다시 가고 싶네~^^

 

 

 

 

* 거연정

 

 

 

 

 

 

* 동호정

 

 

 

 

 

 

 

*화림동계곡

 

 

 

 

 

 

 

* 소나무숲: 농월정 가는 길

 

 

 

 

 

 

 

 

 

* 농월정

 

 

 

 

 

 

 

 

 

 

 

 

11월 5일 목요일. 양평 역사트레킹 약식후기

 

고대하던 양평 트레킹을 행하는 날! 집을 나설 때는 꽤나 쌀쌀했는데 딱 트레킹을 행할 때가 되니 기온이 올랐다. 가을 트레킹을 하기에 트레킹하기 딱인 날씨였다. 처음 뵙는 분들도 오시고 해서 총 11명이 함께 걸었다. 이날 양평 역사트레킹도 벙개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벙개 치고는 많은 분들이 오셨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양평역 -> 양강섬 -> 양근성지 -> 김종환 노래비 -> 물소리길 -> 갈산공원 -> 수변길

 

양평 역사트레킹은 이런 형식으로 진행됐다. 양평 트레킹은 완경사임에도 볼거리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강을 끼고 걷는 길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코스는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있어 지루할만 하면 새로운 아이템이 나타나곤 했다.

 

섬에 입도(?)를 하기도 하고, 가톨릭 성지를 방문하고, 노래비에서 노래도 듣고, 출렁다리도 건너고... 이러니 지루한 면이 확실히 덜한 것이다.

 

기온이 봄날같이 올라 신나게 걸을 수 있었다.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면서 먹는 점심은 또 어떤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렇게 트레킹팀은 재미나게 가을 소풍을 행하고 왔다.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함박 웃음이 피었다.

 

덕분에 나도 코에 제대로 바람 좀 넣고 왔다. 양평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유명한 용문산과 시원스럽게 펼쳐진 남한강을 바라보면서 눈도 호강하고, 코도 호강했다.

 

한편 호사마다라고 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 양평 트레킹을 위해 약 반 년 정도를 준비를 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준비한 걸 다 쏟아내지 못했다. 자료도 진짜 많이 준비했는데 그걸 다 못 풀어냈다. 뭐 어쩔 수 없지. 다음에 풀어내야지.

 

코로나 때문에 무척이나 어수선했던 2020년도도 이제 11월이다. 곧 있으면 송년회 시즌이 다가온다. 그넘의 코로나 땜시 트레킹 다운 트레킹을 못해 본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뭐 벙개트레킹으로 일정 부분 벌충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2021년에는 다시 정상적으로 트레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보내기에는 이 순간들이 너무 아쉽다. 정형외과 신세를 질만큼 지난 몇년간 발에 땀나도록 답사를 다녔고, 이제 슬슬 그 결실을 맺으려고 하니까 '펑'하고 코로나가 터졌던 것이다.

 

돈을 못 버는 건 그렇다치고 제대로 악셀 한 번 밟아보려고 잔뜩 벼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1년을 낭비하니 정말 아쉬울 수밖에!

 

그럼에도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트레킹에 대한 애착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근 지역에 걷기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이 고맙다. 내 두 다리로 그 곳들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부족한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 트레킹팀이 고맙다. 그렇게 트레킹을 하면서 '고맙다'라는 말들을 새겨볼 수 있어 고맙다.

 

실내에서 작업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그래도 난 야외 활동이 더 좋다. 아웃도어 활동을 통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발산하니까. 그렇게 좋은 기가 감도니 트레킹을 더 많이 사랑할 수밖에...!

 

그나저나 코로나에 때문에 방구석에만 있으면 정말 우울증 걸릴 거 같더라. 언택트 시대가 각 개인들의 정신 지수를 급격하게 떨어뜨린 것이다. 그게 정말 무서운 거다. 그럴수록 트레킹이 더 고맙다.

 

우리 함께 역사트레킹 하러 떠나요! 이 와중에도 광고 때리고 간다^^;

 

 

 

 

 

 

 

 

 

 

 

 

 

 

 

 

 

 

늦게 올리는 금선사 트레킹 약식후기...

 

10월 29일 목요일.

 

이날은 우여곡절 끝에 모임이 성립된 금선사 벙개트레킹을 행하는 날이었다.

어지어찌하여 최소 인원이 달성됐고 트레킹팀은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과천골 트레킹이 추석 전에 행해졌으니 거의 한 달만에 트레킹을 행한 셈이다.

그런데!!! 이날 1년 만에 얼굴을 내비친 분들도 계셨다. 한 달도 아닌 거의 일 년 만에 얼굴을 뵙다니!

 

그넘의 코로나 땜시... 여러가지로 참 불편합니다. 반가운 얼굴도 자주 못 보니...

하여간 자주 나오세요. 마스크 쓰고 안전수칙을 지키면 트레킹만큼 좋은 야외활동도 없으니까요!

 

트레킹팀은 메인 탐방지인 금선사를 향해갔다. 금선사는 무학대사가 창건한 서울 구기동에 있는 작은 사찰이다. 북한산의 남쪽 봉우리가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그런 멋진 곳이다.

금선사를 가기 위해서는 3,6호선 불광역에서 하차한 후 구기동행 시내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이동해야 한다.

 

트레킹 전부터 금선사에 대해서 격찬을 했다. 그래서 트레킹팀도 큰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금선사의 단풍이 여물지 않았다. 이거 어쩌나~ 그리고 여름에는 콸콸콸 시원하게 흘렀던 계곡이 싹 말라있던 것이다. 되게 황량하더군. 트레킹팀의 기대치를 너무 높여드렸던 것이다. 난 구라쟁이! ㅋㅋㅋ

 

금선사를 벗어나 점심을 먹었다. 맛난 것들을 많이 싸오셔서 덕분에 아주 잘 먹었다.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

 

이후 트레킹팀은 탕춘대능선을 따라 이동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가을 운치를 느꼈다. 금선사에서 못 느낀 가을 분위기를 탕춘대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느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북한산 자락길이었는데... 거기에 가보니 알록달록한 낙엽이 쫘악 깔려있었다. 누구는 그 낙엽을 하늘로 뿌리며 소녀 시대로 돌아갔다. ^^

 

그 단풍들이 너무 좋아서인지 집에 안 돌아가려고 하시더군. 그래서 제가 제발 집에 가시라고, 마을버스 바로 앞까지 안내해 드렸다. 그런데도 집에 안 가시려고 하더군. 혹시 지금도 집에 안 가시는 거 아니에요?ㅋ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금선사 트레킹은 무사히 종료가 됐다. 너무 신이 나서 집에 안 돌아가려고 하는 것만 빼놓고는 뭐...ㅋ

 

가을단풍이 뭐라고 사람들을 가출시키는지! 하긴 가출할만도 하죠. 그렇게 알록달록하고 예쁜데...

 

 

 

 

 


 

 

 

 

 

*** 아래는 금선사와 관련된 이야기:

https://brunch.co.kr/@historytrekking/213<= 전문을 보시려면 클릭

 

 

 

● 농산 스님이 정조의 아들?

 

1787년(정조11)에 수빈 박씨가 후궁으로 간택된다. 하지만 바로 순조를 낳지는 못했다. 왕위를 계승할 후손이 없었으니 정조는 얼마나 마음이 타들어갔겠는가. 그런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순조의 탄생과 관련하여 주술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용파 스님이라는 분이 계셨다. 용파 스님은 당시 부과되는 부역이 너무 과하여 불교계가 피폐해지자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오셨다. 학수고대한 끝에 임금을 만났으니 그가 바로 정조였다. 대왕 앞에 나가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그 부역을 면하게 됐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걸렸다. 왕위를 이을 왕자를 낳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정조께서는 용파가 보통 승려가 아니었음을 알아보았고 그에게 후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던 것이다.

 

문제가 해결됐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임금과의 거래의 산물이니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던 것이다. 용파 스님은 이 일이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 하여 삼각산(북한산) 금선사에 있는 농산 스님을 찾아갔다. 자초지정을 들은 농산 스님은 금선사에 있는 목정굴에서, 용파 스님은 수락산에 있는 내원암에서 300일 관음기도를 올리게 된다.

 

드디어 300일이 되던 날이었다. 이날 수빈 박씨는 한 스님이 나타나 음력 6월 18일에 아들이 태어날 것이라고 일러주는 꿈을 꾸게 된다. 이때 금선사 목정굴에서 기도를 올리던 농산 스님이 가부좌를 튼 채로 열반에 들게 된다. 마침내 음력 6월 18일이 됐고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왕자 아기씨가 태어났다. 이를 두고 농산 스님이 환생을 하여 수빈 박씨의 아들로 태어났다고 말한다. 이 설화로 따지면 농산 스님이 정조대왕이 아들이 된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어쨌든 왕위를 이을 왕자가 태어났고, 금선사에서는 매해 6월 18일에 순조의 탄신제를 올리고 있다. 더불어 금선사와 내원암은 정조 재위 기간에 크게 중창된다.

 

 

 

 

 

 

 

 

 

 

 

 

 

 

9월 24일 목요일.

 

숲길을 찾아 떠난 과천골 역사트레킹. 솜털 구름이 청명한 가을하늘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날이었다. 이렇게 좋은 가을날이라서 그런지 벙개트레킹치고는 많은 분들이 오셨다.

 

- 역시 숲길 걷기에 대한 갈증들이 많으셨던 거 같아요. 사실 저조차도 숲길에 대한 갈증이 아주 크거든요.

 

1년 만에 다시 찾은 과천골... 그런데 좀 변했다. 눈쌀을 찌푸리게하는 '사유지 출입통제' 입간판. 또 사라져버린 과천 망루... 과천 망루가 철거된 것은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이 부분은 차후에 좀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다.

 

어쨌든 기대를 크게 하고 온 과천골이었는데 갑자기 상황변인이 생기니 좀 당혹스러웠다. 좀 분위기가 다운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반전됐다. 용마계곡 너럭바위에서 맛나게 식사를 했더니

아주 화기애애해진 것이다. 역시 트레킹도 식후경!^^

 

관악산의 남자하동 계곡도 탐방하고, 거기에 석각된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도 보고... 늘 그렇지만 트레킹팀은 언제나 풍류객처럼 잘 노닐었답니다~^^

 

아참 사진 중간에 맨발 사진이 있는데... 남자하동 계곡을 가기 전에 공터에서 몇몇 분들이 맨발의 청춘이 되었다. 맨발로 걷기 모임을 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분들을 따라 우리 트레킹팀도 맨발 걷기에 나서셨다. 맨발로 걷기가 만병통치약이라나 뭐라나...ㅋ

 

숲길도 걷고, 맨발의 청춘도 되고... 그렇게 초 가을날의 과천골 역사트레킹도 잘 마무리가 됐다.

 

 

ps. 맨발 걷기든 아니면 역사트레킹이든... 어쨌든 트레킹을 하고 나니 몸이 아주 가뿐해졌습니다. 며칠 전부터 속이 더부룩해서 애를 먹었거든요. 그게 싹

사라졌네요. 허리도 좀 욱신거렸는데 그것도 좀 좋아졌습니다. 역시 걷기는 만병통치약인 거 같습니다. 트레킹은 허준이어라...ㅋ

 

 

 

 

 

 

 

 

 

 

 

2020년 9월 19일 토요일.

코로나19가 아무리 맹위를 떨친다고 해도 트레킹에 대한 열의를 꺾을 수 없는법! 더군다나 날씨도 화창한데 이런날 그냥 있을 수가 있는가!

그래서 길을 나섰다. 누구와? 중학생 5명과 초등6년 1명, 그리고 그들의 엄마들(5명)과.

한마디로 학생 6명과 그들의 엄마 5명이 모여 함께 트레킹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부모님 한 분이 올 여름경에 메일을 보내주셨다. 학생들이 역사트레킹을 행하고 싶다고... 처음에는 학교 소모임이나 체험학습 차원의 프로그램을 요청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저 아이들이 서로 친목을 더하는 것을 원하셨고, 그게 트레킹을 통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셨다. 자연을 느끼며 운동도 하고, 역사체험을 하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사실 좀 의아했다. 아이들의 친교를 위한 트레킹? 이런 식의 요청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다 당일날 의문이 풀렸다. 아이들은 하키팀이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학교가 나눠졌고, 그래서 모일 계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사트레킹이 모임의 장을 제공한 것이네~ 어쨌든 내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기특하다고 토닥토닥...ㅋ

그건 그렇고 이렇게 부모님 동반 트레킹을 행하면 자연스럽게 팀이 갈라진다. 아이들팀 / 부모님팀... 물론 여기서는 아이들이 메인이다. 하지만 그건 명목상이다. 사실 역사트레킹은 아이들보다 부모님들이 더 좋아하신다. 오늘 오신 어머니들도 열심히 사진을 찍으셨다. 또한 곳곳에서 웃음꽃을 피우셨다.

코로나 때문에 너무 갑갑하셨던 것이다. 그러다 풍광이 수려하고 걷기 좋은 인왕산 트레킹에 나서셨으니 얼마나 좋으셨겠는가! 그렇다. 메인인 아이들보다 더 재미나게 즐기셨던 것이다.

주말이고, 날씨가 화창해서 그랬는지 인왕산에는 등산과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소 실내에서만 묶여 있었으니 엄청 갑갑했을 것이다. 사회적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안전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그렇게 트레킹이라도 해서 갑갑함을 좀 날려버려야지!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가 사라져 많은 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마음껏 트레킹을 행하며 마음껏 웃고 떠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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