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연하게 다음을 검색하다 제가 오마이뉴스에 송고한 <영월강변둘레길> 역사트레킹이 아웃도어 코너에 걸려있는 걸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냉큼 가져와 봤답니다. '힐링'이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힐링은 아니었습니다. 무척 힘들었다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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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 영상기기, 탁자... 왜 캠핑하세요?___2탄

EBS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 단상... 적게 쓰는 캠핑 되길

---> 전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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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뱀사골 뱀사골 캠핑장 옆에 있는 뱀사골 계곡이다. 바위 위에 젖은 옷들을 말리고 있다. 시각적으로 썩 좋아보이지 않는다. 2012년 여름에 촬영한 사진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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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왔나?

장비 과시욕은 다른 아웃도어 영역에서도 늘 잡음을 발생시켰다. 소형차 한 대 값에 맞먹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나 슬슬 다니시는 분,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명 아웃도어 메이커로 도배했지만 등산은 잘 못하시는 분 등등. 그런 분들이 있으니 아웃도어 업체에서도 계속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문제들은 그래도 과도한 음식물 쓰레기는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렇다. 필자가 캠핑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다. 이 부분은 캠핑을 즐겨하시는 분이나 캠핑에 익숙지 않은 분들도 공통적으로 공감하실 것이다.

요즘에는 캠핑식이라 해서 캠핑 요리 레시피를 모은 가이드북도 발간됐다. 캠핑장에서 먹는 요리는 꿀맛이다. 대자연에서 캠핑도 즐기고, 요리도 해먹으니 얼마나 맛있겠는가?
밤마다 캠핑장은 바비큐 파티장으로 변신한다. 고기가 구워지고, 자연스럽게 술잔이 돈다. 자연 속에서 고기와 술을 즐기니 그곳이 무릉도원인가? 그렇게 먹고 마신다 보면 필연적으로 쓰레기가 발생한다. 아웃도어 활동을 하다 보면 그렇게 부산물들이 발생하지만 캠핑장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정도를 넘어섰다.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그렇게 '파티의 끝'은 항상 쓰레기였다. 다 먹지도 못할 음식물들은 왜 가지고 와서 버리고 가는가? 도시에서도 그렇게 음식물을 버리는가? 차라리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은 남은 음식물들을 공용 냉장고에 넣어 둔다. 그러면 다른 숙박인들이 재활용(?)할 수 있다. 필자도 제주도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 냉장고에 있는 오징어를 재활용해서 요리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캠핑장에서는 그런 재활용 과정 없이 그냥 버려진다. 필자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먹으로 오셨나요? 먹으러 오셨으면 다 드시고 가시지, 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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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박 비박이란 야외에서 텐트를 치지 않고 취침을 하는 것을 말한다. 텐트를 설치하면 캠핑이 되는 것이고, 사진에서처럼 그냥 침낭만 깔고 자면 비박이 되는 것이다. 2013년 여름 강원도 횡성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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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캠핑은 안녕하십니까?

필자는 우리나라 캠핑장에 발우공양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신이 먹을 만큼만 음식을 준비해서 남기지 않는 것이다. 뒤끝이 없게 캠핑을 잘 마무리 하는 것이다.

그럼 필자는 캠핑을 하면서 무엇을 먹었을까? 콘플레이크를 먹었다. 두유에 동동 띄어서 먹었다. 밥도 지어먹기는 했지만 콘플레이크를 더 많이 먹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전혀 남기지 않았다.

물론 필자처럼 캠핑장에서 콘플레이크 같은 행동식을 취식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미에서 콘플레이크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좀 더 계획적으로 일정을 짜서 좀 더 적게 버리자는 것이다.

이제껏 필자가 언급한 것들과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에서 질타한 내용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또한 백패킹을 지향점으로 삼는 것도 동일하다. 먹고, 마시고, 장비 과시에 집중된 우리의 캠핑문화는 변해야 한다. 물량공세식의 소비지향적 캠핑은 지양돼야 한다. 캠핑은 자연을 느끼러 가는 것이지 도시적인 소비패턴을 연장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혼잡한 캠핑장에서의 하룻밤은 힐링이 아니다. 그저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짜증 캠핑'일 뿐이다.

<당신의 캠핑은 몇 g입니까?>는 그릇된 캠핑문화의 폐해를 잘 지적한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캠핑, 아웃도어 문화에 대해서 되돌아 볼 수 있었다. 방송을 다 시청한 후 필자는 이런 의문을 품어 봤다. 

'당신의 캠핑은 안녕하십니까? 진정 캠핑을 제대로 잘 즐기고 계신가요?' 

 

 

 

 

 

소셜다이닝 <집밥>에 실린 인터뷰입니다. 시간 관계상 대면이 아닌 서면인터뷰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여간 집밥은 무척 기특하단 말야~^^;

 

 

 

 

 

 

 

 

 

 

 

 

 

 

 

 

 

 

 

 

 

 

 

 

 

Q.역사트레킹? 이 말이 좀 생소합니다. 오지트레킹이나 숲길트레킹은 들어봤는데요...?

A. 그렇죠. 조금 생소하실 겁니다. 하지만 역사트레킹은 익숙한 것들의 결합입니다. '역사'와 '트레킹'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트레킹을 통해서 역사를 익히는 것이죠!

 

 

Q. 트레킹을 통해서 역사를 배운다고요? 그것 참 흥미롭군요!

A. 그렇죠.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고 현장에서 직접 문화유산을 관찰하면 그것만큼 좋은 학습이 없으니까요.

 

 

Q. 그럼 역사트레킹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 되나요?

A. 일단 문화유적이 있는 곳에서 마스터가 해당 유물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는 트레킹이 이어집니다.

 

 

Q. 기존의 문화탐방과 역사트레킹의 차이가 있나요?

A. 기존의 문화탐방은 이동을 할 때 주로 차량을 많이 이용합니다. 어떻게 보면 수학여행식의 '버스 뺑뺑이' 지요. 하지만 역사트레킹은 그런 '편한' 방식에서 탈피하자고 합니다. 역사지식과 아웃도어를 함께 함양하자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입니다. 그래서 우리카페의 별칭은 <역사트레킹 지덕체>입니다. 

 

 

Q. 트레킹은 거리는 정도 되나요?

A. 일단 10km 정도가 가장 표준입니다. 즉 문화유산 탐방 이후에 10km 정도 트레킹이 이어지는 것이죠. 그래야 운동효과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꼭 10km를 못 박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보다 더 줄어들 수 있고, 더 늘릴 수도 있지요.

 

 

Q. 트레킹의 강도는 어떻습니까? 등산 식으로 하나요?

A. 기본적인 체력만 있으면 충분히 완주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판단됩니다.

 

 

Q. 역사트레킹의 리더를 마스터라고 부르던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역사트레킹에서 마스터의 역할을 무척 중요합니다. 역사유물 앞에서는 관련 설명을 해야 하고, 트레킹코스에서는 리딩을 해야 합니다. 또한 준비운동과 응급처치도 마스터의 몫입니다.

 

 

Q. 마스터의 역할이 과중한 것 아닌가요?

A. 외형적으로 보면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겁니다. 해당역사 유물에 대한 사전 공부와 트레킹을 리딩할 수 있는 체력만 있으면 누구나 다 마스터가 될 수 있답니다. 물론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필수적으로 있어야겠지요!

 

 

Q. 그럼 역사트레킹의 당면 과제는 무엇입니까?

A. 일단 트레킹 코스의 지정입니다. 역사유물이 있고, 풍광이 유려한 트레킹 코스를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 나무들: 북한산성 12성문 종주기념으로 한 컷

 

 

 

 

 

 

* 마스터클래스 11차 회원들: 마스터클래스 11차 회원분들은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십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금요일 밤만 되면 잠이 잘 오지 않더군요.

계속 뒤척이다 늦게서야 잠이 들고... 부담감 때문이었을까요?

북한산성 12성문 산행까지, 제가 참석한 산행이 총 4번인데 4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 간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이 정도의 수면 부족은 큰 문제는 아니죠. 아웃도어를 하다 별의별 일도 많이

당했으니... 홀로 산 꼭대기에서 태풍을 맞은 적도 있었고,

홀로 공동묘지에서 단잠을 잔 적도 있었으니까요.

 

무엇이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되더군요. 무엇때문에 금요일 밤마다

잠을 뒤척였을까요?

 

숙제였던 것 같습니다. 마스터클래스 11은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숙제였던 것이죠.

기왕하는 숙제 잘해야 하잖아요. 숙제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담감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후기를 작성해야 하는 나머지 공부도 있고~ㅋㅋㅋ

 

 

 

 

 

 

 

 

 

 

* 나무들: 본격적인 산행을 앞두고 무척 긴장해 있는 모습!

 

 

 

 

 

 

 

* 도깨비님: 저렇게 미션수행을 했답니다. 별님이 그려진 숫자판을 들고요~ 뒤에 성문에는 경천님이 계시군요!

 

 

 

 

 

이번 북한산성 12성문 산행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산행의 길이면이나 산행 시간, 난이도 등등...

제가 최근에 행했던 산행 중에서 가장 험난했습니다.  오죽했으면 선봉대와 후발대가 서로 끊어진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지 뭡니까! 저도 중간에 혼자 외떨어져서 '차라리 하산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말이야 선봉과 후미를 연결하는 중간역할이라고 했지. 혼자 외떨어지니 이거 정말 쓸쓸하더군요.

 

마스터클래스까지 와서 단독산행이야!!! ㅋ

 

산행 시작전에 많은 분들이 조금은 긴장된 모습을 보이시는 듯했습니다. 워낙 12성문에 대한 엄포가 강했고, 11시간이라는 물리적 거리가 사람들을 위축들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마스터클래스 11 분들이 누구입니까? 숙제를 제대로 해내는 분들이 아닙니까?

무사히 산행을 다 마쳤고, 미션도 다 수행을 하신 대단한 분들이죠!

 

물론 11성문으로 마무리 하신 분들도 계시지만 모두다 자신의 피지컬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그렇죠. 하루이틀 아웃도어 하고 쫑낼 거 아니니까, 자신의 피지컬은 항상 염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도 언급됐듯이 저도 중간에 외떨어져서 그냥 혼자 하산할까, 생각했었답니다. ㅋㅋㅋ

하지만 원효봉의 수려한 풍광은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풍광이었습니다. 남도에 있는 산자락 풍광들과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었을 정도였으니까요!

 

 

힘들게 산행했고, 같이 장시간을 이동하다보니 확실히 다른 분들하고 친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다른분들을 존경하는 마음도 불같이 피어오르더군요! 이것이 바로 11시간의 고된 산생이 가져다 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ps. 이 포스팅은 고어코리아에서 주최한 마스터클래스 11차, <어게인 서울 7대 명산> 오르기 행사를 체험하고 난 후에

작성됐답니다.  이번 포스팅은 북한산 등반입니다.

 

 

 

  

 

  

*선우아빠님: 힘들게 의상봉을 오르고 계시군요. 사진이 참 멋있었는데...

그런데 왼쪽 상단에 날라가는 녀석은 까마귀??? 우리 그냥 독수리라고 생각하죠! 북한산 독수리~ㅋ

 

 

 

 

 

*쥔장님: 매번 사진을 찍어주셔서 이번에는 제가 한 번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배경 좋고, 인물 좋고!

 

 

 

 

 

* 북한산성: 산성의 특성상 주위에 있는 자연석을 이용하여 축성을 한답니다. 그래서 시골의 돌담처럼 질서정연하게 축성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요거는 폐허가 된 성곽 일부에 사람들이 기원석을 올려 놓은 것 같네요. 성곽이 성황당이 된 것이 아닌가요?ㅋ

 

 

 

 

 

 

* 복원된 성곽: 아무리 봐도 올바른 방식으로 복원된 모습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위에 올린 돌은 북한산에 있는

돌이 아닌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이네요. 사진 아래쪽에 있는 괸돌들이 원래 성곽을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산성: 북한산의 경사도를 이용한 천혜의 요새라고 생각되는군요.

 

 

 

 

 

 

 

 

 

* 다솜님: 힘든 산행 와중에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로 포즈가~ㅋ 나이미스님과 자유의지님도 보이네요!

 

 

 

 

 

* 길바닥코딩님: 멋진 바위와 함께 한 컷~

 

 

 

 

 

 

* 경천님: 멋진 배경을 뒤로 하고 한 컷. 사진만 보면, 경천님이 산악사진 전문가처럼 보이는군요!

 

 

 

 

 

 

 

* 경희님: 경희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한 컷! 그나저나 저 바위는 참 많이 등장합니다.

 

 

 

 

 

 

 

* 별님: 별님이 별을 들으셨군요. 점프를 하시려는지 자세를 응크리셨군요! 왼쪽으로는 믹님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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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진님: 빠질 수 없지 수진양! 그런데 얼굴은 안 보이는군요. 대신 이런 사진이 역동적으로 보여서 더 좋을지 모르지 음...

뒤로는 코딩님, 멋진여행가님이 보이는군요. 코딩님과 여행가님 중간에는 사페티이거님이 있답니다.

 

 

 

 

 

 

 

 

 

* 선우아빠님: 원효봉에서 바라본 풍광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무척 시원한 조망입니다.

 

 

 

 

 

 

 

* 나무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뒤로 하고. 인증샷 한 컷!

 

 

 

 

 

* 파워블로킹님: 이번에도 제 후기의 대미는 파워블로킹님이 장식해주셨습니다. 아쉽게도 파워블로킹님은 원효봉에 못 오르셨답니다.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텐데요. 이 사진은 의상봉에서 찍은 사진인데 그래도 이 사진의 배경도 무척 좋네요! 

 파워블로킹을 비롯한 마클 11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석불 앞에 서니 웃음이 절로 나오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12] 안동 이천동 석불 앞에서 '깔깔'거리며 웃다

 

 

13.02.21 13:43l최종 업데이트 13.02.21 18:20l
▲ 국제탈춤공연장 안동 시내에 국제탈춤공연장이 있다. 그 입구에 하회탈 석상이 방문객들을 환영해 주고 있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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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4일: 여행 31일차


# 안동 이천동 석불 앞에서 크게 웃어댔다!

누구는 여행을 직접 할 때보다 여행 계획을 꾸릴 때가 더 흥분된다고 한다. 지도를 보며 동선을 그리고 검색을 통해 탐방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행 계획을 꾸리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한정된 시간과 뻔한 예산을 가진 가난뱅이 여행자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다녀보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으나 시간과 경비 제약 때문에 가보고 싶은 탐방지를 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가난뱅이 여행자들이라면 더 많은 뺄셈을 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여행자들이 그렇듯, 필자도 절경과 유적지를 양대 축으로 삼아 여행 계획을 수립한다. 한편에서는 아름다운 풍광에 매혹되고, 또 한편에서는 찬란한 우리 문화유산에 감탄사를 내뱉는다는 말이다. 양대 축을 동시에 누리면 금상첨화겠지만 따로 따로 체험한다고 해도 큰 불만은 없다. 이번 여행기에 소개할 안동 이천동 석불은 후자 쪽에 속할 것이다. 이천동 석불은 감탄사를 유발시키는 훌륭한 우리의 문화유산이었던 것이다.

 

 

 

▲ 안동 이천동 석불 멀리서 보면 이천동 석불은 망토를 두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천동 석불은 몸통에 따로 제작한 머리를 올린 형상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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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필자는 이천동 석불 앞에서 '깔깔깔'하고 연신 웃음보를 터뜨렸다. 석불 앞에서 경망스럽게 웃었더니,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필자를 보고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그럼 필자는 왜 그렇게 부처님 앞에서 망동된 행동을 했던 것일까? 혹시 필자는 불교에 대한 존중심이 없던 것이 아닐까?

 


# 거인 같은 고려 전기시대 석불들

전편인 경북 봉화 여행기에서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을 만나 뵙고 왔다고 했다.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에서 세상을 시원스럽게 굽어보시는 석불 좌상을 두고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 말에 빗대보자면 안동 이천동 석불은 세상을 즐겁게 해주시는 부처님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멀리서 보았을 때 이천동 석불은 망토를 두른 모습이었다. 큰 망토를 두르고 얼굴을 불쑥 내민 형상이었다. 그런 독특한 형상의 석불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엉뚱한 생각이 스쳐지나 갔다.

'부처님이 누더기 같은 도포를 두르고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고행의 길을 가시다 안동 이천동에서 석상이 되신 것이 아닐까?'

 

▲ 안동 이천동 석불 망토를 두르고 수풀 속에서 그 앞을 지나는 중생들을 굽어 보시는 것 같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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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이천동 석불은 자연석을 이용하여 만든 석불이다. 몸통 부분과 머리 부분이 별개의 암석으로 제작된 독특한 형상을 갖고 있는 것이 이 석불의 특징이다. 몸통 부분, 즉 필자가 망토를 둘렀다고 지칭한 큰 바위 상단 중앙에 머리 부분을 조각한 별개의 돌을 얹었다는 것이다. 단지 머리 부분만 조각하여 올렸을 뿐인데도 자연석인 몸통 부분이 서로 어우러져 일체형의 거대한 석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석불 제작자의 지혜와 구성 감각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안동 이천동 석불은 고려 전기 작품이다. 파주 용미리마애이불입상(일명 파주 쌍미륵 석불)이나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부여 대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등이 고려 전기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석상들이다. 이 시기에 세워진 석불들은 하나 같이 다 엄청난 크기들을 자랑하고 있다. 신체비례에 맞춰 정교함을 구현하는 방식이 아닌, 선이 굵은 방식으로 '키다리 아저씨' 같은 큰 석불을 조각했던 것이다. 일례로 대조사 석불은 인체비례로 따지면 4등신에 가깝고, 얼굴은 '얼큰이'다. 정교성보다는 투박함이, 조화미보다는 개성이 넘치는 석불들이 탄생했던 시기가 바로 고려 전기였던 것이다.

그럼 왜 고려 사람들은 선이 굵으면서 개성이 넘치는 큰 석불들을 제작했을까? 삼국시대나 통일신라시대의 사람들보다 세공기술이 덜 해서 그런 식으로 석불을 제작했단 말인가? 고려 전기 시대에는 마을의 안녕에서부터 개인적 기복까지 다 받아주는 수호신과 같은 '키다리 아저씨'가 대표적인 석불로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대형 석불들은 해당 지역의 민간 신앙이 접목된 형태라고 한다. 마치 큰 장승을 세운 것처럼 거인 같은 수호신이 마을 입구나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으니 해당 지역 사람들은 얼마나 든든했겠는가?

 

▲ 안동 이천동 석불 안동 이천동 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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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쌍미륵과 안동 이천동 석불


더불어 파주 쌍미륵은 잉태까지 '책임'져 준다고 하지 않던가? 파주 쌍미륵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남녀 쌍미륵 형상이라 잉태와 관련된 기도들이 많이 올려진다는 것이다. 즉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이 많이 와서 기원을 드리고 간다고 한다. 실제로 이 쌍미륵과 관련된 설화도 잉태와 관련이 있었다.

파주 쌍미륵도 안동 이천동 석불처럼 자연석을 몸통으로 이용하였고, 얼굴 부위도 따로 제작하여 올렸다고 한다. 쌍미륵이 있는 용미사를 방문했을 때, 필자는 쌍미륵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경내에서 그것도 석불 앞에서 큰 소리를 내며 웃는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 짓이다.

"뭐가 그렇게 좋아요?"

스님이었다. 누가 뒤에 있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웃었던 것이다.

"쌍석불을 보니까 좋네요. 그냥 보기만 해도 복이 오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 파주 용미리마애이불입상 일명 파주용미리석불입상 또는 쌍미륵석불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쌍둥 석불 형식을 띄고 있다. 왼쪽에 원립불을 쓰고 있는 상은 손에 연꽃을 들었는데 남성을 뜻한다고 한다. 오른쪽 방립불을 쓰고, 손을 합장한 상은 여성을 뜻한다고 한다. 원립불은 말그대로 둥근 모자 형태이고, 방립모는 그에 비해 각이 진 모자 형태라고 한다. 용미리마애이불입상은 보물 93호로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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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동 이천동 석불 이천동 석불이 있는 곳은 제비원이라는 하여, 조선시대 국영여관이 있었던 곳이다. 즉 석불이 세워진 제비원 일대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교통의 요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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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한 짓을 했지만 웃음소리가 나쁘지 않게 들렸는지, 스님은 필자를 꾸짖지 않고 그냥 거처로 돌아가셨다. 필자는 그런 큰 웃음을 안동 이천동 석불 앞에서도 터뜨리고 만 것이다. 망토를 두른 듯한 모습이 재밌었고, 수풀 사이로 몸을 쑤욱 내민 듯한 모습도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하느라 심신이 다 지쳐있었지만 석불을 보고 있을 때만큼은 근심 걱정을 다 내려놓고 크게 웃었다.

그런 '불경'한 모습을 보고 어떤 불심이 깊은 분이 손가락질을 해댔지만 필자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마을의 수호신에게 안녕을 기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물론 석불 앞에서 경망스럽게 '깔깔'거리며 웃었던 것은 예의에 어긋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안동 이천동 석불이 준 큰 기쁨 덕택에 나는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계속 해서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천동 석불을 보기 위해 거의 20Km 이상을 돌아갔지만 200Km 이상을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충전시킨 느낌이었다.

글을 마치기 전에 4대강과 관련된 이야기를 잠깐 언급해 보겠다. 이미 실패한 정책임이 만천하에 드러난 4대강에 대해서, 필자까지 나서서 왈가불가 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필자가 스스로 느낀 감상 정도만 언급해 보겠다.

필자는 경북 안동에서부터 구미까지 낙동강 자전거도로를 타고 이동을 했다. 필자는 예전부터 국토를 종단하는 자전거 도로가 하나 개설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자전거도로든 도보여행길이든 무동력 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이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는 길이 개설됐으면 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의 부속시설로 만들어진 현재의 4대강 자전거도로 방식은 반대한다. 필자가 직접 주행을 한 결과 4대강 자전거도로는 안전성이 결여된 구간이 상당히 많았다. 4대강을 중심축에 두고 억지로 설계를 해서 그랬는지 급경사가 다반사였다. 기존의 산길과 농로길을 끌어 와서 4대강 자전거도로 탈바꿈을 시키느라 그런 무리수가 나왔던 것으로 판단된다. 급경사가 진 농로길은 굴곡이 심한 일반국도 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도로폭이 좁을뿐더러 안전시설물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를 가장 당혹시켰던 것은 강 중간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보였다. 그런 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아름다운 이곳에 이런 시설물이 있어야 하지? 굳이 이런 시설물이 여기 있을 필요가 있을까?'

자연석을 이용하여 석불을 제작함으로써 주위사물들과 혼연일체가 된 안동 이천동 석불을 보다 '쌩뚱맞게' 낙동강 한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입맛이 무척 씁쓸했다.

 
▲ 낙단보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낙단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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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낙동강 상류의 사진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보를 쌓고, 콘크리트를 바르면서 4대강이 친환경적이라고 하면 그걸 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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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을 만나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11] 경북 봉화 여행기②

13.02.02 09:56l최종 업데이트 13.02.02 09:56l
▲ 청량사 청량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 사찰 한 가운데에는 석탑과 함께 부처님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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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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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하늘다리에서 스릴을 즐기다!

 

다음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는지 늦잠을 잔 것이다. 세면을 하고 난 후에 어제 내가 '물아일체'를 했던 곳을 찾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곳을 찾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는 좀 움푹 파인 곳처럼 보였다. 선녀탕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의 틀은 나왔다. 그래서 난 내식대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선탕으로.

그런데 신선탕 주변에 쓰레기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먹다 남은 술병과 안주거리들을 그대로 놓고 간 것이다. 어제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난 좀 짜증이 났다. 자연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유명관광지 티'를 내고 갔기 때문이었다. 어떤이들이 '유명관광지 티'를 내던 곳에서 난 좋다고 물아일체를 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청량사 산들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부처님이 계신 곳은 주위가 확 트여 있어, 풍광이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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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까지 와서 등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와 텐트를 잘 놓아두고 등산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등산을 하기 전에 신선탕 근처에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갔다. 내가 전날 물아일체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풍기문란도 했기에 그 벌로 환경미화를 자청했던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남들도 재밌게 놀 수 있게 뒷정리를 깨끗이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청량산도 국립공원 클럽의 물망에 오를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산이다. 낙동강 상류와 어우러진 청량산의 모습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도 만나 뵐 수 있다.

한편 청량산에는 하늘다리가 있다. 그 곳에 서면 자신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산바람이 세게 분다. 스릴을 느끼고 싶지만 번지점프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은 청량산 하늘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가 구름다리를 통과할 때,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었는데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다리가 요동을 쳤다. 스릴 만점이었다.

 

 

▲ 청량산 하늘다리 저 하늘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다리를 건널때 강력한 횡풍이 불면 그 스릴감은 공포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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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산 하늘다리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청량산 하늘다리는 해발 800m 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의 계곡'에 하늘다리를 걸어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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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물귀신, 오늘은 고기귀신의 유혹에 넘어가다!


즐겁게 청량산 산행을 마치고 난 후, 필자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을 때는 저녁 경이었다. 그런데 내 베이스캠프 옆쪽에 승용차와 함께 작은 텐트가 하나 쳐져 있었고, 수염을 기른 어떤 아저씨가 분주하게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삼겹살을 굽는지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내 코를 자극시켰다. 어제는 물귀신이 나를 유혹하더니만 오늘은 고기귀신이 나를 유혹하나?

"자전거여행 다니시나 봐요? 여기 와서 같이 식사 하시겠어요?"

서울에서 봉화군으로 귀농을 하셨다는 분이셨다. 자신도 젊었을 때 자전거여행을 많이 다녔던 터라 자전거 여행족들의 마음을 잘 안다고 했다.

"아참, 아까 저 아래에서 쓰레기를 줍던데..."
"그거요. 제가 먹은 건 아니고요. 그냥 보기 흉해서 제가 환경미화 좀 했죠."
"아, 역시 그랬구나! 진짜 자전거여행 하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단 말야."

별 뜻 없이 쓰레기를 주었을 뿐인데, 그 덕에 난 푸짐하게 삼겹살과 술을 얻어 마실 수 있었다. 착한 일을 해서 내가 상을 받았던 것일까? 그 귀농아저씨도 그날 같이 캠핑을 했다. 젊은 시절 캠핑을 자주했던 분이라 귀농 이후에도 종종 캠핑을 해오셨다고 한다.

"그 팔각정 명당자리에요. 그 자리 내가 좋아하는 자리인데..."

알고 보니 내가 아저씨의 명당자리를 '선점'하고 있었던 것이다. 청량산 등반에서 오는 피로감에다 푸짐한 저녁 식사까지 대접받았더니 노곤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날은 자리에 눕자마자 그냥 눈이 감겼던 것 같다.

다음날.

 


그토록 예쁘게 안개가 낀 산을, 난 난생처음 보았다. 낙동강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청량산 봉우리들을 휘감고 있는 모습은 장관중의 장관이었다. 마치 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맛에 강변 캠핑을 하는 거구나!

그렇게 진기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을 뒤로 하고 나는 계속 자전거여행을 이어갔다.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으니, 난 행운아였던 셈이다.

 

▲ 차 한 잔 청량사 같은 고즈넉한 사찰에서 느긋하게 차를 한 잔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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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량사 청량사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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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해가 졌네"... 이럴 때 최고의 야영지는?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10] 경북 봉화 여행기①

 

13.02.01 11:01l최종 업데이트 13.02.01 13:24l

 

 

 

 

 

 

 

▲ 낙동강과 청량산 필자가 봉화를 방문했을 때는 장마철이라 그랬는지 무척 유량이 풍부했다. 물소리가 아주 거세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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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동강 낙동강은 청량산을 굽이쳐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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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을 바라보면서 잠이 드는 것처럼 로맨틱한 '굿나잇'이 또 있을까? 나는 바다도 좋아하지만 강변에서의 하룻밤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강변이 갖고 있는 아기자기함 때문이다. 난 광활한 망망대해를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 주는 각성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독여 주는 입체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강물을 끌어와 농사를 짓고, 강촌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모꼬지를 가고, 캔 맥주 하나 들고 홀로 한강에 나가 실연의 아픔을 강물에 실어 보내고...


이런 강변에 산이 어우러지면 그 입체성은 더욱더 강조될 것이다. 경쾌하게 흐르는 강물 소리에 산 새 소리가 어우러지면, 최소한 사운드면에서는 이미 무릉도원에 도달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이번 여행기는 강변 캠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백두대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매일같이 텐트를 쳤다. 한계령 도로 정상에서 텐트를 쳤고, 울릉도 북면 천부항에도 쳤다. 또 수많은 초등학교와 폐교, 개활지에도 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최고의 캠핑지에 대한 순위가 매겨졌다. 그럼 최고의 캠핑지 1순위는 어디일까.

 

 





▲ 청량산 베이스캠프 낙동강가에 세운 청량산 베이스캠프. 청량산을 병풍 삼고, 낙동강 끌어 안을 수 있었던 최고의 캠핑지였다! 한편 저렇게 정자 아래에 텐트를 치니 밤새 비가 내려도 물난리를 겪을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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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산 베이스캠프

 

당시 나는 경북 봉화를 거쳐 안동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강원도 태백을 통해 봉화군으로 입성을 했는데, 내가 보기에 봉화는 행정상으로는 경상북도이지만 지형적으로는 강원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보였다. 그렇게 험준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봉화지역은 '심산유곡'의 절경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명소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명호면에 있는 낙동강시발지공원에서부터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까지의 길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병풍처럼 서 있는 청량산을 따라 낙동강이 시원하게 내달리는 모습은 장관 중에 장관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근처에 캠핑장이 있나요?"

나는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청했다. 낙동강과 청량산이 뽐내는 절경을 카메라로 담아내느라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그러다 덜컥 일몰 시간을 맞았기 때문. 설상가상이라고 그때 빗줄기가 한 두 방울씩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 여기는 근처에 캠핑장이 없는데... 여유가 있으면 민박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비수기라 민박 요금이 비싸지는 않을 텐데요."

자신도 아웃도어를 무척 좋아한다고 밝힌, 관리사무소의 한 젊은 직원은 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비수기에는 민박 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하지만, 내게는 비쌌다. 하루를 만 원으로 버텼던 내게 5만 원 짜리 펜션 숙박은 사치였기 때문이었다.

"아참,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여기에서 쭈욱 가다보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거기 보면 비를 막을 수 있는 오두막이 있거든요. 거기다가 텐트를 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장마철이라 사람도 거의 없으니까요."

 

 


 

▲ 청량산 도립공원 주자창 필자가 청량산을 방문했을 때는 장마철이라 그랬는지 주자창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최고의 캠핑을 즐길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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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아웃도어 하는 사람은 다르다!


그러면서 손수 커피 한 잔을 타서 내게 건네주었다. 역시 아웃도어를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다르긴 다른 듯싶었다.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자칫하면 숙소도 못 잡고 노숙을 할 판이었는데 말이다. 시골 인심에 아웃도어 인심까지 더해진 행운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그 직원이 알려준 곳을 찾아갔다. 그 곳은 팔각정 같은 곳으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좋은 풍광을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장소인 듯싶었지만 내 시야는 가로등 불빛 너머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주위 풍광만 지레짐작 할 수밖에 없었다. 난 서둘러 의자와 테이블을 한 쪽으로 몰아 텐트 칠 공간을 마련했다. 그것들이 돌처럼 무거워서 힘을 좀 쓴 후에야 그럭저럭 비가 들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드디어 나의 '청량산 베이스캠프'가 완성될 수 있었다.

 

▲ 청량폭포 등산로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청량폭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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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프팅 낙동강 상류는 물살이 급해 래프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청량산 도립공원 인근에는 래프팅 업체들이 산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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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 템플스테이 발우 공양 문화를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⑨] 태백산 2편

13.01.02 08:35l최종 업데이트 13.01.02 08:35l

 

 

 

 

 

 

▲ 태백산캠핑장 일명 당골캠핑장이라고도 불린다. 아침에 눈을 뜬 후, 바라보는 태백산의 전경이 일품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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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태백산캠핑장에서 3일을 머물렀다. 이번편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다.


# 물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는 태백산 캠핑장

"야영비 받으러 왔습니다."

태백산 산신령님이 달콤한 잠을 내려 단잠에 빠져 있는데, 아침부터 누가 돈 타령을 하고 있는가? 난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내일 받으러 와요."
"..."

나는 당골매표소 아래쪽에 위치한 태백산캠핑장(일명 당골야영장)에다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당시가 장마철이라서 그랬는지 캠핑장에는 야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화장실 문을 잠가 놓고 샤워를 했다. 원래는 캠핑장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놈의 돈이 원수지!

필자가 보기에 태백산 캠핑장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내부는 숲이 둘러싸고 있고, 외부는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말 그대로 숲 속에서 캠핑을 하는 식이었다. 또 캠핑장 옆으로 당골천이 흐르고 있어, 밤에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잠자리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작은 소음에도 잠을 뒤척일 수 있지만 태백산 캠핑장은 당골천이 소음을 중화시키기에, 민감한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취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밤에 산 새 소리와 함께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는 캠핑장이라면, 정말 좋은 캠핑장이 아니겠는가? 물론 갈수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태백산 베이스캠프 저렇게 태백산캠핑장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참 단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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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텐트 내 텐트와 비교하면 저 텐트는 궁궐 같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저런 멋진 텐트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

 

 

 

 

 


그렇게 좋은 태백산 캠핑장에서 필자는 3일을 머물렀다. 하지만 돈 한푼 안냈다. 처음 수금하러 온 이후에는 징수원들이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규칙을 위반하고,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는 등 민폐를 끼쳤다고 필자에게 손가락질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듯싶다. 하지만 필자는 민폐를 끼쳤으면 그만큼의 값을 한다.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했고, 캠핑장 식수대를 말끔히 치웠다.

어느 캠핑장을 가나 식수대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퇴수가 잘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찌꺼기들을 손으로 직접 다 끄집어내, 퇴수가 잘 되도록 하고 나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행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골든보이 캠핑장에 가면 색다른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다. '골든보이' 이 친구도 태백산캠핑장에서 만났다. 그는 3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 일대를 여행했다고 한다. 3개월 동안 강원도를 돌아다닌 터라 그의 허벅지는 튼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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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핑장에 템플스테이 식문화를 이식시키자


한편 그 음식물 찌꺼기는 필자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음식물을 왜 남기는가? 넉넉히 먹고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캠퍼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숨 가쁜 도시생활을 벗어나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의 안락함을 캠핑에서까지 이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필자는 답답함부터 느낀다.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 주말 섹션에 겨울캠핑과 관련하여 전기장판에 관련된 이야기가 언급됐다. 필자는 그 기사를 보고 혀를 찼다.

'과연 이 엄동설한에 뭐 하러 전기장판까지 준비해서 캠핑에 나서는가? 전기 꼽을 곳은 있나? 그렇게 갖출 거 다 갖추고 싶으면, 동네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는 게 최고일 텐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캠핑시장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그런가?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캠퍼들이 기본적인 캠핑 매너도 안 지키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캠핑장을 애용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캠핑장 사용을 매우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음 일정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먹고, 마시자, 죽자'라는 캠퍼들의 소음에 새벽까지 잠을 설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캠핑장 필자가 손으로 음식물 찌꺼기를 끄집어 낸 식수대. 그 뒤로 필자가 몰래 샤워를 한 화장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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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도 최첨단 장비에 걸맞게 캠핑문화도 최첨단으로 향상 시킬 때가 됐다. 성숙한 캠핑문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할 때가 됐다. 이제 캠핑장에서는 좀 덜 먹고, 덜 마시는 분위기가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 같아서는 '템플스테이'와 같은 식문화와 정숙함이 전국 캠핑장에 만발했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급진적인 생각인가?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 캠핑장에서 수금 징수원을 가장해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들이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대규모 캠핑장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기에 사기꾼들의 좋은 활동처가 되곤 한다. 그들은 캠핑장 직원과 동일한 복장과 동일한 영수증 용지를 들고 다니며 캠퍼들을 현혹시킨다. 그런 사기에 넘어간 캠퍼들은 사기꾼과 정식 수금요원에게 두 번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캠핑의 낭만은 사라지고 불쾌지수만 높아질 것이다.

 

 

 
▲ 백캠핑 대형오토 캠핑도 좋지만 요즘은 호젓하게 백캠핑을 하는 캠퍼들도 많이 늘어났다. 백캠핑은 배낭에다 캠핑장비를 짊어 지고 다니며, 캠핑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백캠핑의 관건은 짐의 경량화에 달려 있다. 필자가 행한 캠핑도 백캠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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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트비를 받아서 얼마나 남겠냐고, 의문을 표시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텐트의 경우는 통상 2만 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한다. 그런 텐트가 10동 이상 있다고 생각해보시라. 한 시간도 안 되서 사기꾼들은 수십 만원을 챙길 수가 있는 셈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캠퍼 자신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본다.


1. 영수증을 꼭 확인한다.
2. 징수원의 직원증을 확인한다.
3. 쓰레기봉투를 요청한다.

2번 직원증 확인의 경우는 쉽지 않다. 수금요원이 직원증이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면, 사전에 캠핑장 관리사무소의 전화번호를 메모해뒀다가 전화를 걸어 수금 요원의 신분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요즘은 웬만한 대형캠핑장은 사용료를 지불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발행한 쓰레기봉투를 지급하니, 쓰레기봉투 지급여부도 잘 확인을 해보면 가짜 징수원들의 사기 행각의 덫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캠핑장 요금도 안 내고 도망간 주제에 말이 많다고, 아직도 필자를 질책할 분이 있을지 모른다. 여행이 다 그런 거지 뭐. 여행에 무슨 정답이 있겠는가! 그리고 캠핑장 팁도 알려드렸으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캠핑 적기에 맞춰 이런 팁을 알려드렸어야 하는데 엄동설한에 이런 글을 쓰니, 필자도 그게 참 아쉽다.

 

 

 

 

* 불암산: 불암산 정상 부근에서

 

 

 

 

 

 

 

 

 

 

 

 

 

 

 

 

 

 

불암산과 안전산행

 

 

시민리포터 곽동운 | 2013.03.27

 

 

 

지난 3월 23일. 아무리 일교차가 변덕을 부리고, 꽃샘추위가 위세를 부린다고 하더라도 오는 계절을 막을 수는 없는 법! 필자도 그런 봄이 오는 소리에 취해 배낭을 꾸려 불암산으로 향했다. 서울 노원구와 남양주시 별내면에 걸쳐 있는 불암산은 해발 508m로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다. 하지만 기암괴석과 울창한 수림이 일품인 산이다. 그래서 서울 동북부의 대표적인 등산코스로 손꼽히고 있는 곳이다.

 
싱그러운 기운이 올라오고 있는 봄날에 떠났고, 더군다나 좋은 분들과 함께 한 산행이었던 터라 필자도 자못 들뜬 기분으로 등산로 입구에 섰다. 하지만 언제나 방심은 금물이다. 더군다나 '싱그러운 기운이 올라오는 봄날'이란 말은 달리 말해 해빙기라는 뜻이다. 동절기와 마찬가지로 해빙기에도 각종 산행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 기사에서는 해빙기뿐 아니라 전 계절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산행 안전 수칙을 다뤄보고자 한다.

 

 

 

 

 

예전에 필자는 산행 대회에 여러 번 참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몇 몇 산행대회에서 좀 의아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산행에 나선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긴 했지만 준비운동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었다. 그렇다. 준비운동은 아웃도어 활동의 기본이다. 적절한 준비운동은 산행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10~15분 정도 몸풀기를 해주자. 이때 하체만 하지 말고 상체까지 골고루 해주어야 한다. 산행에서는 바위를 타거나 로프를 잡는 등, 상체 근육도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페이스(pace)라는 게 있다. 오랫동안 아웃도어 활동을 해왔던 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잘 아실 것이다. 한 번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게 잘게 썰어서 도착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두 가지를 적절히 절충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페이스 조절법의 근원에는 에너지 30% 비축론이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 30% 비축론이란 산행 시, 항상 자신의 체내 에너지를 30%이상 남겨두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다. 비상 상황이라고 해도 체력이 남아 있으면 훨씬 더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다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산행 중에 자신의 에너지를, 더군다나 3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계량화 하여 보유한다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필자도 아직까지 에너지 30% 비축론을 제대로 체화시키지 못했다. 어쩌면 탈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을 종료하면 에너지 30% 비축론 같은 '스포츠 의학'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 적정 에너지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자주 먹으면 된다. 등산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아웃도어 활동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등산 시에 취식을 많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산에서는 적당히 먹고, 하산해서 배불리 먹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 산에서는 잘 먹고, 하산해서는 덜 먹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고, 운동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통상 산행 시에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당분이 많은 행동식을 드실 것이다. 필자는 여기에 더해 탄수화물 섭취를 권한다. 격렬한 에너지 소모가 있은 후에는 반드시 탄수화물 보충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보디빌더들이 힘차게 피트니스를 한 후 가장 먼저 섭취하는 것도 식빵이다. 식빵이 먼저고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은 나중이라는 뜻이다. 탄수화물 보충용으로 손쉽게 애용되는 것은 미숫가루다. 전통시장에서 인절미를 구매해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상도 찍었겠다. 막걸리도 걸쳤겠다. 하산해서 거하게 뒤풀이도 예정됐겠다...
대다수의 사고는 하산할 때 발생한다. 특히 정상에서 마시는 정상주는 산행 사고를 부채질 하는 주범이다. 등산은 지구의 중력을 많이 받는 행위이다. 산에 오를 때는 중력을 거스르지만 하산 할 때는 중력을 갑절로 받는다. 그래서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낙상 사고가 왜 발생하겠는가?

 

이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하산 방법이 필요하다. 일단 산행 중 음주행위는 금지해야 한다. 내리막길에서 비틀거렸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산 시에는 중심을 뒤쪽에 두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중심을 뒤쪽에 둔다면 넘어지더라도 엉덩방아를 찧는 수준으로 사고를 마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산 시에도 스틱을 사용하는 이들이 있는데 필자는 그냥 맨손으로 가길 권한다. 내리막길에서는 나무들이나 암석을 붙잡을 일들이 예상외로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등산화는 필수다. 예전에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등산을 잘 했다. 필자도 예전에는 그렇게 했다. 하지만 요즘은 기능성 등산화에 푹신한 등산 양말까지 준비를 한다. 또한 배낭에는 고어텍스 같은 기능성 재킷도 넣어 두고 다닌다. 필자는 가급적 아웃도어 제품을 준비하라고 권한다. 요즘에는 저렴한 기능성 제품도 많이 출시됐다.

'다 아는 내용인데 뭐하러 장황하게 설명하시나?'


이렇게 질책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불암산 산행에서도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분은 베테랑이었는데도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발목을 다쳤다. 결국 테이핑까지 해야 했다. 필자도 하산하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두 번이나 크게 찧었다. 그나마 뒷수습을 잘해서 둘 다 무사했다. 산행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작지만 몇 가지 안전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즐겁게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 불암산 찾아가기 :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 하차. 도보로 천보사 방면 10분간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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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톡톡에 실리지 못한 사진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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