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ntiago de compostela: 산티아고콤푸스텔라 대성당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20년 1월 13일 월요일: 28일차 / 맑음, 강풍이 붐

1. o cebreiro에 있는 공립알베르게에서 오전 8시 30분경에 나옴. 어제 저녁식사를 한 곳에서 아침식사를 했음.

2. 오늘은 triacastela까지 가는 코스임. 약 22km 정도이 거리임. 주로 내리막길이라 어렵지 않음.

3. 오늘은 난이도가 양호하고 주위 풍광이 아름다웠음. 하지만 바람이 좀 세게 불었다. 역시 변화무쌍한 기후를 보이는 갈리시아 지방에 온 게 맞군!

4. 오늘은 오르막도 별로 없고 길도 양호해서 목적지인 triacastela에 오후 3시경에 도착했다. 공립 알베르게에 입실했음. 이곳도 역시 작년에 1박을 했던 곳이다.

5. 작년에도 느낀 거지만 갈리시아 지역의 공립 알베르게는 대체로 양화하더라.

* 이동거리: 약 22km

* 누적거리: 585km



* ourense: 로마석교. 오우렌세는 동네 자체가 아름답다.





* ourense: 오우렌세에는 특이한 모습의 다리들이 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다.





* 2020년 1월 14일 화요일: 29일차 / 맑음, 강풍이 붐

1. triacastela 공립알베르게에서 오전 8시 30분경에 나옴. 어제 저녁을 먹은 바르에서 아침식사를 함. 어제 저녁은 치킨샐러드 비슷한 것을 먹었는데 아주 거하게 잘 먹었음. 사실 이곳도 작년에 식사를 했던 곳임.

2. 오늘은 사리아(sarria)까지 가는 길임. triacastela에서 사리아까지는 약 18km 정도 걸림. 그리 먼 길은 아님. 그런데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었음.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날씨였음. 그래서 감기 몸살에 걸렸음.

3. 이 코스는 곳곳에 마을이 있지만 식사할 곳이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임. 바르가 다 문을 닫았음. 작년에도 그랬음.

4. 오후 2시경에 사리아 입구에 도착했고 바르에 들러 허겁지겁 식사를 했음. 정말 맛나게 거하게 잘 먹음. 그런데 디저트까지 먹었는데도 겨우 7유로 밖에 나오지 않았음. 너무 저렴해서 어리둥절했음. 그러고보니 커피까지 마셨음.

5. 드디어 사리아에 도착했음. 이 도시는 이번을 포함해 3번이나 방문했음. 산티아고콤포스텔라까지 약 110km를 앞두고 있는 이 도시는 완주증을 받을 수 있는 거리에 딱 위치해 있음. 완주증은 도보로 100km 이상을 걸어야 받을 수 있기에 이곳 사리아에서 순례길을 나서는 사람도 있을 정도임.

6. 어떤 이들은 사리아에서 순례길을 시작하지만 난 이곳에서 순례길을 마쳤음. sarria - santiago de compostela 구간은 약 110km로 2014년과 2019년 1월, 이미 두 번이나 걸었음. 특히 2019년에 빡세게 걸어서 굳이 올해까지 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됨.

7. 이리하여 내 자전거여행 대신 행해진 순례길 여행도 막을 내림. 이제는 배낭여행자 모드로 변심함.

8. 어쨌든 큰 사고없이 순례길 여행이 잘 종료됐다. 그걸로 족하다! 사리아에 있는 credencial 알베르게(사설)에 오후 3시경 입실함.

* 이동거리: 18km

* 누적거리: 603km


* 2020년 1월 15일 수요일: 30일차 / 비오다 갬

1. 이제 도보여행으로의 순례길은 종료가 됐다. 전체적으로 컨디션도 안 좋고 다리상태도 나빠서 사리아(sarria)에서 멈춘 것이다.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문제는 언제 마드리드로 돌아가서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냐였다.

2. 기왕가는 거라면 빨리 가는게 좋다는 생각에 사리아역까지 서둘러 움직였다. 전날 사리아역을 가보았기에 망정이지... 기차를 놓칠뻔했다.

3. 사리아역은 잠겨있었다. 역무원도 없었고, 티켓발권기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서 발권을 하냐 이 말이다. 이때 플랫폼에 있는 현지인 부부에게 물어보니 기차를 타고 직접 승무원에게 직접 발권을 하라고 하더라! 이게 말이 되는건가? 기차도 선로를 억지로 건너가서 타아했다. 선로 무단횡단이라고 할 만 했다. 우리나라였으면 벌금감이었다. 하여간 상업운영을 하는 기차역에 역무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4. 기차를 타서도 문제였다. 도대체 역무원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티켓을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방법이 없었다.

5. 기차는 약 40분 가량을 달려 ourense라는 도시에 닿았다. 기분도 그렇고 해서 그냥 하차했다. 결국 무임승차를 하게 된 것이다. 알고보니 이 기차는 갈리시아 서쪽을 달리는 지역 노선이었다. 그래서인지 객차도 2량 밖에 되지 않았다. 마드리드를 가려면 오우렌세(ourense)에서 우리나라 새마을호급으로 기차를 갈아타야했다. 어쨌든 내리긴 내려야 했다.

6. 오우렌세는 산티아고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에서 남동쪽으로 약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그런데 이곳에 로마시대에 만든 다리가 있는게 아닌가! 더군다나 아직까지 현역으로 쓰이고 있다.

7. ponte roman de ourense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는 로마시대의 다리. 그 아래를 시원스럽게 미뉴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 미뉴강을 쭈욱 타고 상류로 가면 portomarin에 닿는다. 반대로 하류로 내려가면 포르투갈과의 국경을 이룬다. 그러고보면 이 미뉴강은 갈리시아 지역과 푸르타갈 북부에서 무척 중요한 수로 역할을 하는 거 같다.

8. 로마시대 다리가 아니더라도 오우렌세는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도시 자체가 상당히 예쁘니까! 하여간 의도치 않게 기차여행을 하게 됐고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진주를 발견하게 됐다. 인생사도 이런걸까? 의외적인 것에서 얻는 기쁨... 뭐 그런거...!

9. 여기까지 와서 산티아고콤포스텔라를 안 간다는 건 무언가 마침표를 안 찍는 느낌이 들었다. 점핑을 하든 안하든 마침표는 찍어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오우렌세에서 산티아고콤포스텔라까지는 약 100k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까.

10. 그래서 마드리드행 대신 산티아고콤포스텔라행 티켓을 끊었다. 약 40분 정도 소요.

11. 딱 1년 만에 다시 찾은 산티아고 대성당! 벌써 세번째다. 하지만 다시 와도 좋다. 어쨌든 나는 다시 이곳에 서 있다. buen camino!





* santiago de compostela: 대성당 앞에서 한 컷






* 오우렌세: 로마석교. 아직도 현역으로 쓰이고 있음.






* 오우렌세: 특이한 형식의 다리. 저 맨 위쪽에 올라갈 수 있다. 전망대 역할을 한다.












* 철의 십자가: foncebadon에서 molinaseca로 넘어가는 길에 있음.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molinaseca가는길

*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25일차 / 맑음

1. rabanal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는 그럭저럭 따뜻했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이 있었다. 2층에 주인장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데 그들이 움직이는 발자국 소리가 1층에 생생하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1층과 2층이 목재로 구분되어 있는데 층간 소음이 엄청났다. 스페인에 와서 층간 소음의 피해를 당할 줄이야!

2. 주인장 부부가 새벽 2시경에 돌아왔는데 그들의 발자국 소리에 놀라 새벽 단잠에서 깨고 말았다. 휴~

3. 내 옆 침대에 있던 스페인 할매가 옷을 갈입는데... 브라자도 갈아 입더라. 순례길 알베르게에 있다보면 의외의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지만 오늘 장면은 정말 문화충격이었다. 화장실도 가깝고 남자들도 많았었는데... 그 할매한테 내 똥배나 보여줄까보다! ㅋ

4. 오늘은 molinaseca까지 가는 길이다. rabanal del camino에서 molinaseca까지는 약 25km에 달한다. 25km라 못 걸을 거리는 아닌데 산길이라 시간이 더 걸린다. 더군다나 막판 3시간 정도는 계속 내리막 길이다. 무릎이 아픈 사람은 고역일 것이다.

5. 그렇다고 이 코스를 점핑할 수도 없다. 왜? 이 구간은 너무 멋지니까! rabanal del camino에서 약 8km 정도 떨어진 foncebadon 일대는 팜플로냐 대평원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foncebadon 일대는 정말 눈에 다 넣고 싶을 정도로 멋진 곳이다.

6. 하지만 산길이고, 경사도가 있고 하니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5060세대들에게는 좀 무리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이 곳을 점핑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7. 이 코스를 정상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좀 일찍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좀 느그적거리며 9시 30분 이후에 출발을 했고, 점심도 느긋하게 먹었다. 그랬더니 오후 6시가 넘어 molinaseca에 도착했다. 5060세대들과 함께 올 때는 늦어도 8시 30분 경에는 출발해야 한다.

8. 좀 긴장하고 이동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판단된다. 그렇게 해야 그토록 아름다운 구간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지!

* 이동거리: 약 25km

* 누적거리: 526km



* foncebadon: 폰세바돈(foncebadon) 마을을 배경 삼아 한 컷.

* 2020년 1월 11일 토요일: 26일차 / 맑음

1. molinaseca에서는 senor oso라는 사설 알베르게에서 1박함. 사설 알베르게라 그런지 출입문이 항상 개방되지 않았다. 스페인의 출입문은 왜그리 열고 닫기가 어려운지... 같이 묵었던 프랑스 친구들이 문을 안 열어줬으면 밤새 밖에서 벌벌 떨었을지 모른다.

2. 부르고스(burgos)에서 숙박했던 호스텔도 아스트로가 호스텔도 모두 다 문을 열고 닫기가 정말 어려웠다.

3. 이 알베르게에서 그럭저럭 잠은 잘 잤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오늘은 ponferrada까지만 가고 거기서 villafranca del biezo로 버스를 타고 넘어갈 계획이었다. molinaseca에서

ponferrada까지는 약 8km 정도 걸리고,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까지는 약 20km 정도 걸린다.

4. 작년 기억에 의거하면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 구간은 재미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어 그냥 버스 점핑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5. 어제 25km 산길을 걸은 여파 때문인지 왼쪽 다리가 욱신거렸다. 몸살끼도 있었고... 어찌어찌하여 ponferrada까지 왔고, 그럭저럭 점심도 먹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안 듣는 것이다. 천근만근이었다.

6. villafranca del biezo까지 버스를 타려고 alsa 앱을 검색했는데 오늘은 버스편이 없다는 것이다. 멘붕이었다. 그래서 기차편을 검색했는데 villafranca del biezo 가는 기차편은 없었다. 기차역에 가서 직접 확인했다.

7. 기운은 없고, 왼쪽 다리는 아프고... 또 똥은 매려오고. 어쩔 수 없이 ponferrada에 있는 san nicolas de flue 알베르게에 입실했다. 오후 2시 입실. 이렇게 빨리 알베르게에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8. 어차피 내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야하니 길도 알아둘 겸 슈퍼도 다녀올 겸 버스터미널에 갔다. 그런데 버스가 있다는 거 아닌가! 가격도 저렴해서 1유로70센트. 버스터미널에 오후 2시 50분경에 갔는데 오후 3시 10분경에 버스가 있다는게 아닌가!

9. 어제 산길을 걸으며 knocking on heavens door 노래를 읊조렸는데... 밥 딜런 오리지널 버전부터 건앤로즈 버전까지 읊조렸는데... 버스터미널에서 건앤로즈 버전으로 knocking on heavens door가 나오더라.

10. 안되는 발음으로 노래를 궁시렁거리며 따라불렀더니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라. 하긴 내가 생각해도 미친놈 같더라...ㅋ

11. 슈퍼에서 장을 본 후 오랜만에 빨래를 했다. 저녁식사는 직접 조리해서 먹었다. 좀 이른 오후 5시경.

* 이동거리: 약 8km

* 누적거리: 534km





* 폰페라다성: 폰페라다(ponferrada)에 있는 기사의 성.






* 안개낀 villafranca del biezo

* 2020년 1월 12일 일요일: 27일차 / 맑음

1. san nicolas de flue 알베르게는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작년에는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그럭저럭 지낼만했다.

2. villafranca del biezo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오전 7시 30분 경에 알베르게를 나왔다. 버스는 8시 10분 출발이었다. 티켓머신에서 1.7유로를 주고 샀다.

3. 그런데 어떤 술취한 젊은놈 하나가 계속 달라붙었다. 이날이 현지 시각으로 일요일 아침이니 토요일 밤에 열심히 술을 마셨나보더라.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나한테 담뱃갑을 뜯어내려고 했던 거 같다.

4. 하지만 그런 넘에게 내 아까운 동전을 뜯길 수 없는 법! 그래서 제 풀에 지치게 터미널 주위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이넘이 계속 따라왔고, 내가 탄 버스까지 올라오더라. 이 상황을 주시하던 버스 기사가 호통을 치니 궁시렁궁시렁 대다가 결국은 버스에서 내리더라. 버스 기사 말로는 소매치기일 거라고 했는데... 눈도 풀려있고 삐쩍 마른 거 봐서는 그냥 여행객들 상대로 동전 삥이나 뜯는 넘으로 보였다.

5. 하여간 순례길을 여행하다보면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단 말이야!

6. ponferrada에서 villafranca del biezo까지는 버스로 약 30분 정도 걸렸다. 요금도 꽤나 저렴했다. 하지만 하루에 몇 편 없다는 단점이 있다.

7. 오늘은 o cebreiro로 까지 가는데 약 29km를 걸어야 한다. 거리도 길지만 막판 10km 정도는 산길을 걸어야 한다. 피레네 산맥 이후로 가장 난코스로 불릴만한 곳이다.

8. 하지만 작년에도 그 29km를 씩씩하게 걸었고, 오늘도 열심히 걸었다. 오후 6시경에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는데 예상한 시각과 딱 맞아 떨어졌다.

9. 이 코스는 힘이 많이 들지만 그래도 주위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다. o cebreiro 공립 알베르게는 산꼭대기에 있는데 그 경치가 정말 일품이다. 풍광만 따지면 최고의 알베르게라고 칭할 수 있는 곳이다.

10. 그러고보니 어느 순간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섰다. 이제 서서히 순례길도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o cebreiro에 있는 식당에서 엠마와 폴 등등... 프랑스 팀을 다시 만났다. 엠마를 여친으로 둔 폴이 왜그리 부럽던지!

11. 다음에 비지니스가 아닌 그냥 순수하게 순례길을 걷는다면 여자친구랑 같이 걸어야겠다. 그러고 싶다!^^

12. 아참 이 구간은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난이도 때문에 5060세대들과는 같이 걸을 수 없을 거 같다.

* 이동거리: 29km

* 누적거리: 563km




* 프랑스팀: o cebreiro에 있는 식당에서 한 컷. 잘못 촬영했는지 좀 깨지게 나왔다.






* o cebreiro: 지붕을 짚으로 올렸다. 초가집? 신기해서 한 컷. 가정집은 아니고 창고로 쓰이는 곳으로 보임. 이렇게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스페인 내륙과는 좀 다른 모습들이 보인다.





* o cebreiro에서 바라본 일출.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일출을 순례길에서 보다니~!










* 레온대성당: 야경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20년 1월 7일 화요일: 22일차 / 짙은 안개

1. el burgo ranero 알베르게는 너무 추웠다. 1층 홀에는 나무를 떼는 구형 난로가 있어 훈훈했지만 2층 도미토리에는 전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아주 꽁꽁 싸매고 잤다.

2. 알베르게 앞에 있는 바르에서 식사를 한 후 출발했다. 오전 8시 30분경. 아참 춥게 잔 것에 대한 아쉬움에 기부를 아주 조금만 했다. 오늘은 arcahueja까지 갈 예정이다. el burgo ranero에서 arcahueja까지는 무려 30km 정도나 걸린다. 하지만 결국 7km를 더해서 leon까지 갔다.

3. el burgo ranero에서 레온(leon)까지 총 37km를 걸은 셈이다. 오전에 열심히 걸었더니 레온까지 갈 여력이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37km를 걷는다는게 이제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작년에는 30km 이상을 꽤나 많이 걸었었는데...

4. 레온 시내에 있는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를 먹었다. 배가 너무 고프기도 했고 발바닥이 너무 아파서... 간만에 먹은 맥도날드도 맛나더군.

5. 대도시인 레온에 온 만큼 하루쯤 편히 쉬려고 호스텔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찜해 놓은 호스텔에 주인장이 부재중인 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작년에 1박을 했던 레온 공립알베르게에 다시 갔다. 퇴실 시간이 칼이었던, 오전 8시에는 무조건 떠나야 하는 그 알베르게였다.

6. 레온에는 오후 7시경에 도착했지만 시내에서 헤매기도 했고 해서 오후 9시가 넘어 알베르게에 들어갔다. 샤워만 겨우 하고 바로 자야했다. 역시 알베르게에는 일찍일찍 들어가야 한다니깐!

* 이동거리: 약 37km

* 누적거리: 479km





* 아스트로가(astroga) 대성당

* 2020년 1월 8일 수요일: 23일차 / 맑음

1. 공립알베르게에서 준 조식을 먹음. 오전 8시경 알베르게에서 나옴.

2. 오늘은 걷지 않고 astroga까지 버스로 이동할 예정임. 레온(leon)에서 astroga까지는 도보로 약 47km 정도임. 이 코스는 작년에 걸었을 때 너무 재미없게 걸었음. 작년에 프랑스길(약 800km)을 하나도 빠지지 않고 완주를 했음. 그러니 굳이 이 코스를 걸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또 다리 상태도 별로고.

3. 그래서 버스를 타고 아스트로가(astroga)까지 이동함. 오전 9시 10분 버스를 탔는데 오전 10시 30분경에 아스트로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음. 요금은 3.95유로였음. 4유로도 안되는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음.

버스 기사한테 요금을 직접 지불했음. 또 거스름 돈도 받음. 독특함.

4. 레온은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붙어 있었음. 대중교통의 선택의 폭이 넓었음.

5. 아스트로가에 와서 대성당 일대를 둘러봄. 작년에 왔을 때는 안 보이던 것이 올해는 보이더군. 역시 한 번보다는 여러번 보는게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거 같다.

6. 아스트로가 외곽에 있는 호스텔에서 1박을 하기로 했음. 24유로를 줬는데 룸 안에 화장실이 없었다. 화장실은 공용이었다. 싼 게 비지떡! 어쨌든 오늘은 편히 쉴란다.

* 이동거리: -

* 누적거리: 479km





* 아스트로가: 왼쪽에 대성당, 오른쪽에 있는 건축물은 그 유명한 가우디의 작품이다.



* 2020년 1월 9일 목요일: 24일차 / 맑음

1. 아스트로가(astroga) 외곽에 있는 delpin 호스텔에서 오전 10시경 체크아웃함. dolphin을 스페인에서는 dolpin으로 부르더군.

2. 오늘부터는 순례길 답사로 여행 형태가 바뀌었음. 뭐 작년에 꼼꼼히 기록해서 그렇게 어려움은 없을 듯싶음. 사실 작년 경험과 기록만 가지고도 순례길팀을 리딩할 수 있을 것도 같음. 하지만 경험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더 좋을 수 있기에 경건한 자세로 답사를 하기로 마음 먹음.

3. 오늘은 rabanal del camino까지 가는 길임. 아스트로가에서 rabanal del camino까지는 약 22km 정도 걸림. 이 길은 초반 6km 정도만 지나면 꽤 괜찮은 풍광이 나옴. 오늘은 멀리 왼쪽편에 설산을 바라보면서 걸었음.

4. rabanal del camino까지 거의 다 왔을 때, 한 500미터를 남겨 두고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다. 그래서 옷이 젖었다. 그 짧은 순간에 그렇게 젖은 것이다. 그렇다. 이제 슬슬 갈리시아 지방과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종 잡을 수 없는 갈리시아 지방의 날씨! 이제 좀 있으면 또 찐하게 만나게 되겠군 ^^;

5. 오후 4시경 공립알베르게에 입실함.





* 바르(bar): 한국사람들이 워낙 많이 애용해서 그런가? 태극기를 떡하니 걸어두웠다. 음식은 꽤 맛있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주인장분도 친절하고. 그러니 안 갈 수가 없는 식당임...ㅋ










* 순례자: 순례자 조형물과 내 배낭. 잘 어울리나? villalcazar de sirga에서.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fromista: san pedro 성당.





* fromista: san pedro 성당 야경.





* 2020년 1월 4일 토요일: 19일차 / 흐리다 갬

1. fromista에 있는 betania 알베르게에서 오전 9시 30분경 체크아웃했음. 보르도 출신 프랑스인 3명과 함께 1박을 했는데 이들의 이름이 재밌었음. 엠마, 폴, 기윰이었는데... 기욤을 빼놓고선 다 영어 이름으로 보였으니까. 하긴 보르도 지역은 영국과 오랜동안 관계가 있는 지역이었으니까. 그 지역에 영국과 관련된 흔적들이 짙게 베어있을 수도 있지.

2. betania는 가정집 알베르게였다. 신앙심이 깊은 주인장 아주머니의 친절함에 탄복했다. 알베르게 주인장이라는게 참 쉽지 않은 직책인데 싫은 내색없이 순례자들을 한 명 한 명 맞이하더라. 자신의 생활 공간 한 곳을 순례자들을 위해 내놓다는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덕분에 따뜻하게 하룻밤을 잘 보냈다. castrojeriz에서는 너무 춥게 잤는데...

3. 길을 걷다 배가 고파 villalcazar de sirga라는 곳에 들러 식사를 했다. 알고보니 이곳은 작년 순례길에서도 들러 점심을 거하게 먹은 곳이다. 이번에도 점심을 거하게 먹을 생각으로 치킨샐러드를 시켜서 먹었다. 그런데 식사를 하다보니 몸이 너무 축 늘어지는게 아닌가. 식사를 하면 기운이 나야하는데 오히려 반대가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바르 위에 있는 호스텔에서 1박을 할까 라는 생각까지 했을까! 몸이 축나긴 축난 것이다.

4. 겨우겨우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은 carrion de los condes라는 곳을 향해가는데 이곳은 작년 순례길에서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식사를 한 villalcazar de sirga에서 carrion de los condes까지는 약 6km 정도 걸린다.

5. 식사를 할 때는 머리가 띵할 정도로 아찔해서 6km는커녕 6m도 못 움직일 거 같더니 어찌어찌해서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그 원동력은 똥이었다. 아침도 점심도 좀 과하게 먹었더니... 몸이 축쳐졌던 건 온데간데 없고 발에 모터가 달리기 시작했다. 한 3km 정도를 갔을 때는 노상방변을 할까 하는 생각까지 진지하게 하게됐다. 하지만 오늘 길은 노상방변을 하기에 적당하지가 않았다. 자동차 도로를 옆에 끼고 걷는데다 몸을 가려줄 숲길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6. 난 똥 마려운 순례자가 되어 점심 먹을 때의 축 쳐진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엉덩이를 붙잡고 종종 걸음을 치는 내 모습이란...ㅋ

7. carrion de los condes 초입에 있는 바르에 들어가 화장실도 보고 간식으로 또르띨라도 먹었다. 해우소도 가고 민생고도 해결하고. 꿩먹고 알먹고...ㅋ

8. 작년에 이어 올해도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espiritu santo 알베르게에 체크인했다. espiritu santo 알베르게는 7유로임에도 시설이 참 좋았다. 오늘 점심의 헤프닝은 이 알베르게로 오라는 신의 계시였던 거 같다.

* 이동거리: 약 21km

* 누적거리: 387km



* villalcazar de sirga 성당.

* 2020년 1월 5일 일요일: 20일차 / 맑음

1.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espiritu santo 알베르게에서 오전 9시경 체크아웃함.

2. 오늘 길은 재미가 정말 없는 길이다. calzadilla de la cueza까지 가는 길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길이었다. 약 17km에 달하는 carrion de los condes - calzadilla de la cueza 사이의 길은 작년에도 재미없게 걸었던 길이다. 17km 사이에 바르는커녕 마을 하나 못 본 구간이니까. 혼자 걸었으면 정말 늘어졌을 구간이었다.

3. calzadilla de la cueza에 있는 바르에서 햄버거를 먹었음. 햄버거가 무슨 음식처럼 나왔음.

4. 오늘은 어제처럼 몸 상태가 나쁘지는 않았음. 그래서 sahagun까지 가려했음. 그러면 38km를 가야했음. 하지만 갑자기 배가 아파왔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계시인 듯... 그래서 moratinos의 마을 초입에 있는 hostal morations 알베르게에 잠시 멈춤. 이 알베르게에는 1층에 바르가 있음. 그래서 바르에서 콜라를 시켜놓고 화장실을 가서 일을 봤음. 알고보니 공사를 한다고 단수, 단전이 된 것임. 결국 변기 안에 내 흔적을 남겨놓고 민망한 상태로 나와 콜라잔을 들었음. 상황은 민망했지만 그래도 콜라는 맛있었음.

5. sahagun까지 약 9km 정도가 남아서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이었음. hostal moratinos에 오후 4시 20분경에 도착했으니까. 하지만 뒤끝을 남겨놓고 가는게 거시기했고 너무 무리할 필요도 없었음. 그래서 hostal morations에서 1박을 하기로 함.

* 이동거리: 29km

* 누적거리: 416km



* calzadilla de la cueza 마을: 거의 3~4시간 만에 처음으로 마을이 나타났다.

* 2020년 1월 6일 월요일: 21일차 / 짙은 안개

1. 9시 30분경 hostal morations 알베르게에서 체크아웃함. 역시 한국인 단체 순례자들과 함께 알베르게를 쓰면 썩 좋지가 않음. 이 알베르게에는 나를 포함한 5명의 한국인이 1박을 했음. 다른 숙박객들은 없었음. 그렇게 5명이서 한 방을 썼는데... 한국인들만 그것도 아는 얼굴들만 있다보니 알베르게의 규율이 깨진 것이다. 밤 10시에는 소등을 해야하는데 11시가 넘어서까지 불을 켜고 소음을 냈던 것이다.

2. 전날 sahagun까지 가지 못했던 걸 땅을 치며 후회했다. 이제는 단체 한국인들은 좀 피해야 할 거 같다. 괜히 내가 옆에 가봐야 꿔다 둔 보릿자루가 될테니...ㅋ

3.그런 스트레스 때문인지 새벽에 복통을 앓았다. 트림이 계속나왔고, 속이 울렁울렁거리기까지 했다. 오바이트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 새벽에 알베르게 2층 테라스를 계속 뱅뱅거리며 걸었다. 마침 알베르게에 널찍한 2층 테라스가 있어 다행이었다. 하여간 그렇게 걷다보니 좀 속이 풀리더라.

4. 아침부터 안개 짙게 끼었다. 오후까지도 계속 안개가 끼어 있어 시야가 별로 좋지 않았다. 안개보다는 화창한 날씨가 좋다. 안개 속을 걸으면 좀 음산한 기운이 드니까.

5. sahagun에 갔더니 슈퍼마켓이 다 문을 닫은 것이다. 오늘은 대축일이라 하여 휴일이라 한다. 어쩐지 월요일인데 문을 닫은 곳이 많더라.

6. 오늘은 el burgo ranero라는 곳까지 가는데 약 26km 정도를 걸어야했다. 안개도 끼고 길도 재미없고 했다. 대신 간간이 렌페 열차가 지나가서 손을 흔들어줬다. 저 기차를 잡아 타고 확 가버려? 응?

7. el burgo ranero를 약 3km를 남기고 다리가 너무 아팠다. 햄스티링이 또 도진 것이다. 이 다리 상태로 순례길을 다 완주할 수 있을까?

8. el burgo ranero 공립 알베르게에 오후 5시 30분경 도착함. 관리자가 공석이라 스스로 명단을 작성하고 스탬프도 찍었다. 기부제 알베르게라 돈은 내일 내도 된다. 안 내면 좀 그렇고...ㅋ

* 이동거리: 26km

* 누적거리: 442km




*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공립알베르게: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곳임.






* aragon 표지석: 옛 아라곤 왕국의 문장을 석각해 놓았다.











* fromista 가는길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20년 1월 1일 수요일: 16일차 / 맑음

1. 대망의 2020년이 밝았다. 2019년 때처럼 올해도 산티아고순례길 위에서 새해를 맞았다. 2020년에는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으면!

2. hoteal jacobeo는 방음이 안되고, 조식도 주지 않았지만 따뜻했다. 오랜만에 따뜻하게 잘잤다.

3. hoteal jacobeo에서 오전 10시 30분경에 나왔다. 1월 1일이고 오늘 목적지인 hornillos del camino까지 부르고스에서 약 22km라 비교적 가까워서 그렇게 한 것이다.

4. 작년에 의하면 부르고스에서 레온까지는 썩 재밌지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hornillos del camino 까지 가는 길에 펼쳐진 평원은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됐다. 약 8km 정도 되는 평원인데... 마을은커녕 사람 한 명이 없었다. 물론 순례자들은 있었지만...

5. 그런 한적한 평원을 나 홀로 터벅터벅 걸었다. 1월 1일이라 순례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홀로 걸었다. 새해 첫 날을 제대로 맞이한 것이다. 단독 여행의 진수를 맛본 것이다.

6. 오후 5시경 hornillos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주인장이 빠른말로 '디너'가 어떻고 저떻고 해서 말을 못 알아들었다. 좀 한심하게 나를 쳐다보더군. 좀 기분이 나빴는데 알고 보니 저녁 식사에 나를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좀 꿍해있었다. 영어공부를 좀 더 해야된다니까! ^^;

7. 어쨌든 1월 1일 새해맞이 만찬 초대를 받은 셈이다. 주인장이 이탈리아 사람이라 이탈리아 가정식을 맛 본 셈이다. 어쨌든 2020년의 첫 만찬이었다.

8. 그래 2020년에는 더욱더 열심히!

* 이동거리: 약 22km

* 누적거리: 320km




* 역사트레킹서울학개론: 깃발을 꽂고 왔다. 아니 짐을 덜고 왔다.

* 2020년 1월 2일 목요일: 17일차 / 맑음

1. 하루가 지났지만... 새해 벽두부터 쌩쇼를 했음. 전날 이탈리아 알베르게 주인장이 해 준 음식을 좀 과하게 먹었더니 새벽에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음. 그러다 4시경에 밖에 나가 오바이트를 했음.

2. 저녁은 오후 7시경에 먹고, 잠은 9시 30분 이후에 들었으니 일정 정도 소화를 시켰던 셈이다. 그리고 오바이트를 할 때 음식물은 전혀 뱉어내지 않았다. 뱉어낸 건 직전에 먹은 소화제와 콜라 등이었다. 한마디로 좀 억지같은 오바이트였다.

3. 묵은 해를 보내고 2020년을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로 묵은 것을 내보내려고 오바이트를 한 것 같다. 2년 전, 2018년 새해에는 꼭 그랬었다.

4. hornillos del camino 알베르게는 hornillos del camino 성당 바로 옆에 있다. 내가 오바이트를 한 곳은 성당 뒤편에 있는 묘지 옆이었다. 스페인의 성당은 성당 뒤쪽에 공동묘지를 두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명동 성당도 지하에 묘지가 있다고 한다.

5. 어쨌든 오늘 새벽의 오바이트는 상황도 장소도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긴 세상에 이해가 되는 일보다 이해가 안 되는 일이 더 많은 법이지! 내가 이렇게 오바이트 이야기를 길게 한 건, 그 오바이트로 해서 2020년은 무언가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 거라는 느낌이 팍팍 왔기에...ㅋ

6. 알베르게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솔직히 그 공립 알베르게는 시설이 너무 열악했다. 난 2층 침대를 썼는데 2층 침대에 난간이 없었다. 뜨거운 물도 거의 나오지 않아 찬물로 샤워를 했다. 5유로짜리 알베르게보다 못한 곳이었는데 10유로를 받다니!

7. 새벽에 속이 부대껴서 아침식사를 건너뛰고 걸었다. 하지만 너무 배가 고픈게 아닌가. 미련하게 물도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길은 걸어야했다.

8. 평소 같았으면 물과 식량을 당연히 준비했겠지만 오늘은 뭐에 홀린 듯이 당연히 준비하지 않았다. 덕분에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픈 상태로 열심히 걸어야했다.

9. hontanas라는 마을을 지나갔는데 1월 1일 연휴 탓인지 바르가 문을 열지 않았다. 오늘은 20km 정도를 걸었는데 20km를 걷는 동안 목 마르고, 배고픈 상태로 걸어야했다. 뭐하느라 새해 벽두부터 그렇게 준비없이 순례길을 걸었는지...

10. 오후 3시경 castrojeriz라는 마을에 도착해 바르에 들어가 허겁지겁 먹을 것을 먹었다. 콜라만 2병을 마셨다. 너무 목이 말라서...

11. castrojeriz라는 마을은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그때는 공립 알베르게에 입실을 했었다. 오후 3시 30분경 castrojeiz에 있는 el camino-verge de montserrat 사설 알베르게에 입실함.

* 이동거리: 약 22km

* 누적거리: 342km



* castrojeriz





* 알베르게주인장: castrojeiz에 있는 el camino-verge de montserrat 알베르게 주인장. 옆쪽에 내 배낭.

* 2020년 1월 3일 금요일: 18일차 / 흐림

1. castrojeiz에 있는 el camino-verge de montserrat 알베르게에서 오전 9시경 나옴. 이름이 상당히 긴 이 알베르게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무척 추웠다. 하지만 옷을 껴입고 해서 그럭저럭 잘만했다. 이 알베르게에 나홀로 입실을 했는데 주인장 할배가 무척 친절하게 잘해 주었다. 어쨌든 하룻밤을 잘 보냈다.

2.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오랜만에 세탁을 했는데 검은색 자켓의 안감 부분이 다 떨어져 나간 것이다. 전부터 그랬더니 안감이 잘게잘게 점처럼 찢겨져 다른 빨래에 다 달라붙은 것이다. 그 부분은 천이 아니라 무슨 이상한 소재로 만들어졌고 접착제로 본체에 붙어있었다. 그러니 다른 빨래에 덕지덕지 붙을 수밖에...

3. 고민 끝에 그 검은색 자켓, 에코로바 자켓을 놓고 오기로 했다. fromista 평원을 지났는데 그곳에 잘 접어서 놓고 왔다. 정확히는 castrojeriz와 itero del castillo 사이에 있는 쉼터 옆 십자가 탑 앞에 두웠다. 어제는 오바이트를 하며 털어내고, 오늘은 순례길 내내 입고 다녔던 자켓을 기부(?)하고... 하여간 연초부터 잘 버리는 거 같다. 새 것을 얻으려면 헌 것을 버려야 하는 법이지!

4. 요 며칠새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좀 흐렸다. 그래서 작년에 fromista를 향해서 가던 길에 보았던 연무는 보지 못했다. 자켓을 접어둔 그 십자가 탑에서 연무와 함께 아침 햇살을 보았을 때의 광경은 참으로 황홀했었지. 하지만 올해는 그 광경을 보지 못해 참 아쉬웠다.

5. 광활하게 펼쳐진 fromista 평원은 좀 지루하기도 했다. 그 길을 나홀로 터벅터벅 걸었다. 아무도 없이 홀로... 그래 나는 순례지이자 도보여행자다. 아무도 없는 평원길을 나홀로 그렇게 열심히 걸었다.

6. 오후 5시경 fromista에 있는 betania 알베르게에 입실했다. 이곳은 8명 밖에 수용을 못하는 작은 알베르게다. 가정집을 알베르게로 사용해서 그런 것이다. 작년에 왔을 때는 자리가 없어 4km 더 가서 poblacion de campos라는 곳에 묵어야했다. 다행히 오늘은 자리가 있어서 이 평화로운 가정집 알베르게에 묵을 수 있게 됐다.

7. 왼쪽 다리가 계속 땡겨서 약국에 갔다. 순례자라고 하니 약사가 크림을 주저없이 건냈다. 얼마나 많은 순례자가 그 약국을 이용했겠는가... 척하면 삼천리지!

* 이동거리: 약 24km

* 누적거리: 366km



* fromista 가는길






* fromista 가는길






* itero del castillo 가는길의 언덕: 저 곳에 내 검은색 자켓을 기부(?)하고 왔다.










* 산티아고순례길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19년 12월 29일 일요일: 13일차 / 맑음

1. 오전 8시 30분경 sanato domingo de la calzada를 출발함. 오늘도 알베르게 잡기가 만만치 않을 듯해서 부지런히 움직였음. 날씨가 좋아서 걷기에 쾌적했음.

2. 작년에 Belorado에서 숙소를 못 구한 기억이 있어 아예 다음 마을인 Tosantos까지 가기로 했음. 하지만 tosantos는 아예 알베르게가 문을 닫아서 villambistia까지 가야했음. 작년에 villambistia 알베르게에서 기분 좋게 숙박을 한 기억도 있고 해서 tosanto에서 바로 출발함. tosanto - villambistia 구간은 약 2km 정도라 걷는데 부담은 없었음.

3. 그럼 처음부터 villambistia에 가는게 낫지 않았나? 그러고 싶었지만 앞선 팀들이 Granon에서 많이 출발해 숙소 잡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랬던 것이다. 오늘 출발지인 sanato domingo de la calzada에서 granon까지는 겨우 6km 정도다. 다행히 이 구간은 마을이 촘촘히 있는 구간이었다.

4. 오후 5시경 villambistia에 도착했다. 하지만 알베르게가 꽉 찬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 다음 마을인 Espinesa del camino라는 곳으로 와야했다. 다행히 villambistia에서 Espinesa del camino까지는 2km가 되지 않았다.

5. villambistia 알베르게에서 나를 위해 공짜로 커피 한 잔을 줬다. 그 알베르게는 식당까지 겸해서 하는 곳이라 그랬음. 어쨌든 감사!

6. 오후 6시 20분경에 Espinesa del camino 사설 알베르게에 도착함. 디너와 조식까지 포함해서 20유로였음. 실비아라는 여자 주인장이 맛있게 음식을 해줬음. 새끼고양이가 뛰어노는 아담한 알베르게였음. 알베르게 이름은 la cantina였음.

7. 오늘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약 30km를 걸었음. 다리가 아프다!

* 이동거리: 약 30km

* 누적거리: 257km





* 부르고스 가는길: 이 십자가 왼쪽으로 군사보호시설이 있음.

* 2019년 12월 30일 월요일: 14일차 / 맑음

1. Espinesa del camino에 있는 la cantina 알베르게에서 오전 8시 30분경에 출발함.전날 저녁은 훌륭했으나 조식은 별로였음.

2. 오늘은 atapuerca를 향해갔음. 아타푸에르카(atapuerca)는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구석기 유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타푸에르카는 대도시인 부르고스(Burgos)와 가까운 곳인데 부르고스는 스페인 내전 당시 프랑코군의 거점 도시였다. 그래서인지 아타푸에르카를 가는 숲길에 스페인 내전 당시, 첫 한 달 동안 사망했던 300명을 위한 추모탑이 있다. 그 추모탑을 작년에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추모탑을 본 후 길을 잘못 들었었다.

3. 그 추모탑을 앞뒤로 해서 무척 긴 숲길이 있다. 거의 1시간 30분 정도 이어진다. 임도길을 걷는 구간인데 정말 길었다. 작년에도 이 구간을 걸으며 참 길다고 느꼈었다. 대신 숲에서 피톤치드를 팍팍느꼈다. 코가 확 트이는 느낌이었다.

4. 그 긴 숲길은 villafranca montes de oca에서 ages까지였다. 오늘은 일찍 움직인 것도 있고 숲길을 속도 내서 걸은 것도 있고 해서 아타푸에르카에 빨리 도착했다. 아타푸에르카에서 Espinesa del camino까지는 약 22km 정도 떨어져있다.

5. 작년에 이어 아타푸에르카에 있는 la hutte 알베르게에 도착함. 이 알베르게는 참 시설이...ㅋ

* 이동거리: 약 22km

* 누적거리: 279km





* atapuerca 가는길: 원래 저 황토색 흙기로 가야하는디... 저 넘들이 딱 버티고 서 있어서 크게 돌아와야했음...ㅋ






* 스페인내전 추모비




* 스페인내전 추모비



* 2019년 12월 31일 화요일: 15일차 / 맑음

1. atapuerca에 있는 알베르게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너무 추웠다. 난방이 아예 안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인지 후기 평점이 너무 안 좋았다. 그러니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 작년에는 나 혼자였고, 올해는 산토도밍고부터 안면이 있던 마드리드 부부랑 같이, 총 3명이서 사용했다.

2. 이 마드리드 부부는 부르고스(burgos)에서 기차편으로 바로셀로나로 넘어간다고 했다. 이 부부가 나를 잘 봤는지... 기차 시간이 촉박했을텐데 내게 작별 인사를 청하더라.

3. 작년에 atapuerca - burgos 구간은 짙은 안개가 끼었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을 헤집고 다녔는데 올해는 햇살이 좋은 날에 걷고 있다.

4. 이곳은 독특하게 군사보호구역 카미노 옆에 있었다. 작년에도 그걸 보고 좀 의아했다.

5. atapuerca - burgos 구간은 구글지도에서 약 14km 정도로 나와있다. 하지만 거의 19km 정도 걸은 것 같다. 구글 지도가 잘못된 것일까?

6. 작년에는 부르고스 대성당이 바로 보이는 알베르게에서 1박을 했지만 올해는 영등포50 커뮤니티 서류작업 때문에 hotel jacobeo라는 호텔에 체크인했다. 서류 작업 때문에 호텔에 묵다니! 별로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무슨 서류는 그렇게 많이 요구하는지...ㅋ

7. hotel jacobeo는 말이 호텔이지 그냥 호스텔 수준이다. 방음도 잘 안 되고... 전에 los arcos에서 묵었던 monaco 호스텔이 더 괜찮았다.

8. 1년 만에 다시 부르고스 대성당 인근 케밥집에서 케밥을 먹었다. 아주 맛났음!

9. 어쨌든 이제 2020년 새해다. 묵은 해는 잘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 이동거리: 약 19km

* 누적거리: 298km



* 부르고스(burgos)대성당











* 순례길: 내 그림자를 피사체 삼아 한 컷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11일차 / 맑음, 아침에 쌀쌀했음.

1. 그러고보니 내 생일이다. 뭐하느라고 벌써 또 생일을 맞는가! 하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숙명이다. 그 운명 안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인간의 또다른 숙명일 것이다. 생일날 웬 개똥철학인가?ㅋ

2. 로그로뇨(Logrono) 공립 알베르게에서 오전 8시 30분경 출발했다. 오늘은 작년 순례길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구간을 두 곳이나 지난다.

3. Logrono - Navarrete 구간에서는 멧돼지떼를 만났고, navarrete 다음 마을인 ventosa에서는 노숙을 했기에 이 구간은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4. 2018년 순례길에서 이 구간을 밤에 지나서 그랬는지 이 일대를 자세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밤에 보는 것과 낮에 보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이 구간도 꽤 매력적인 구간인데 작년에는 밤에 지났으니 그 참 맛을 몰랐다. 괜히 멧돼지떼나 만나고 노숙이나 하고... 오늘의 목적지는 Najera였다.

5 멧돼지떼를 만난 곳에서는 손인사 한 번 해줬고, 노숙을 했던 ventosa 성당 벤치에서는 노숙 퍼포먼스를 행했다. 단단히 벼르고 왔지만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이들었다. 밤과 낮의 상황이 달라서 그랬던 것 같다.

6. 하지만 생일빵은 나를 피해가지 않았다. '그냥 보내드릴 줄 알았나요?' 내가 강의 시간에 했던 말이다. 그 말이 내 스스로에게 다가왔다. 한마디로 자업자득! 괜히 잘난척 하다가 본 코스에서 벗어난 곳을 갔던 것이다.

7. 나헤라(Najera)를 약 5km 정도 앞두고 터널을 하나 지났는데 그쪽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표시가 안 보이면 뒤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냥 간 것이다. 어차피 그 길도 자전거 도로라 나헤라를 향해 가긴했다.

8. 하지만 나헤라를 직접 가는 길이 아니라 순례길에서 벗어난 huercano라는 도시를 거쳐 간 것이다. 어림잡아 5~6km는 더 돌아서 간 것 같다. 마지막 3km 정도는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자동차들이 어찌나 빨리 다니는지! 시건방떨다가 아주 꽝이 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생일빵을 제대로 선사한 것이다.

9. 하여간 2018년이나 2019년이나... 로그로뇨 - 나헤라 구간은 내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전해주었다.

10. 나헤라에 일찍 도착했으면 생일케이크라도 하나 사서 자축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보카딜료컴플리타(bocadillo completa)를 하나 사서 먹었음.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엄청 맛있었다.

11. 나헤라 공립알베르게(도네이션)에 작년과 같이 1박함. 오후 7시 30분경.

* 이동거리: 약 28km -> 헤매인 5km는 포함시키지 않음.

* 누적거리: 206km




* 노숙퍼포먼스: ventosa 성당 옆 벤치. 2018년에는 실제로 노숙하고, 2019년에는 노숙 퍼포먼스를 행함. 2019년에는 생일날 노숙 퍼포먼스를 행함. 생일날 뭐하는 짓이야!^^






* 스페인의 일자산?: 서울 강동구에 일자처럼 생긴 일자산이 있다. 딱 저 산처럼 생겼다.

*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12일차 / 맑음

1. 나헤라(Najera) 공립 알베르게에서 일찍 나왔다. 오전 8시경. 배가 좀 고파서 빵과 커피로 속을 채웠음.

2. 오늘은 오전부터 열심히 걸었다. 26km 거리인 그라뇽(Granon)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오는게 아닌가? 어제 헤매인 것, 로그로뇨까지 일일 36km를 걸었던 것 등등... 피로가 엄청 누적됐던 거 같다.

3. 그래서 그라뇽보다 6km 전에 있는 Santo domingo de la calzada에서 멈춰섰다. 산토도밍고데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는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작년에 이어 산토도밍고데칼자다 공립 알베르게에 입실함.

4.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잘란다. 브레이크를 걸 때는 확실히 걸어줘야 함!

* 이동거리: 약 21km

* 누적거리: 227km






*순례길




*순례길





* santo goimngo de la calzada 대성당의 야경





* santo goimngo de la calzada 가는길











* 평원: 평원길에서 한 컷.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 내 그림자를 피사체 삼아서...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Los arcos 가는길

* 2019년 12월 25일 수요일: 9일차 / 맑음

1. 오전 9시경. estella에 있는 hoteria de curtidores 알베르게에서 체크 아웃함.

2.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알베르게 잡기가 만만치 않음. 그런 이유도 있고, 좀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들은 그곳 알베르게에서 1박을 더한다고 함. 사설 알베르케는 연박이 가능하니 그렇게해도 무방하겠지. 피레네 산맥 구간에서 받은 피로가 남아 있을테니까.

3. 하지만 난 계속 이동하기로 했다. 남자는 직진이니까! 그렇게 사람들에게 호언장담했다. 일단 오늘은 약 23km 정도 떨어진 Los arcos에 갈 것이고 거기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으면 아예 대도시인 Logrono까지 이동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도시인 Logrono까지 간다면 총 46km를 이동하는 것이다.

4.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다면 좀 일찍 나왔어야지! 오전 9시에 나와서 어쩌라고!

5. estella에서 los arcos까지는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팜플로냐 평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원시원하다. 그렇게 드넓은 평원에 사람 한 명이 없었다. 작년에도 그 길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더군다나 오늘은 크리스마스라 더 그런 거 같다. 오늘 hoteria de curtidores 알베르게에서 출발한 순례자는 내가 유일한 것이다. 내 뒤로 한 명도 순례자를 만나지 못했으니까.

6. 그렇게 드넓은 평원에서 시원하게 노상방변을 했다. 당연히 화장실은 없었고 바르도 문을 거의 닫았다. 별 수 없이 노상방변을 해야했다. 드넓게 펼쳐진 평원에서 엉덩이를 까고, 아주 자연인처럼 시원하게 노상방변을 뿌렸다.

7. los arcos에 왔는데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다. 정말 크리스마스 시즌은 알베르게 잡기가 너무 힘들다. 고심 끝에 이곳 호스텔에 들어갔다. 45유로를 부르는 걸 40유로로 깎았다. 예전 같으면 노숙도 불사했겠지만 오늘은 그냥 편하게 잘란다.

8. 곽작가 지갑이 넉넉한가? 유로화 좀 있어? 지갑 얇은 거 다 알면서...ㅋ 다음 일정 위해 그냥 투자 좀 했다. 호스텔 이름은 monaco였다.

* 이동거리: 약 23km

* 누적거리: 약 142km






* Los arcos 성당


* 2019년 12월 26일 목요일: 10일차 / 맑음

1. 오늘은 드디어 로그로뇨(Logrono)에 입성했음. 좀 느긋하게 갈까해서 비아나(viana)라고 로그로뇨 앞에 있는 도시까지 갈 예정이었으나 그냥 로그로뇨까지 이동했음.

2. 오전 10시경 los arcos monaco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함. 전날 저녁을 먹은 호스텔 인근 바르에서 아침 식사를 함. 저녁도 맛있었고 아침도 맛있었음. 그냥 세상이 다 좋은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3. 늦게 출발해서 비아나에서 종료할 예정이었는데 비아나에 도착하니 알베르게가 열리지 않은 것이다. 그때가 오후 4시 30분경이었다.

4. 비아나에서 로그로뇨까지는 약 11.7km라서 좀 망설였다. 야간트레킹이 좀 부담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아나에서 40분 정도를 망실이다 로그로뇨로 출발했다. 우물쭈물 망설이다보면 되는 일이 없는 법이다.

5. 무슨 힘이 났는지11.7km를 2시간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주파했다. 정말 열심히 걸은 것 같다. 비아나에서 오후 5시 20분에 출발했는데 로그로뇨 알베르게에 오후 8시도 안 되는 시각에 도착했다. 정말 열심히 걸었다.

6. 로그로뇨 공립 알베르게에 도착함. 카르프에서 빠에야를 사서 렌지에 돌려먹었음. 시간도 없고 배고프기도 해서...

* 이동거리: 약 36km

* 누적거리: 약 178km





* torrse del rio




* 로그로뇨(Logrono)의 야경





* 평원길: 왼쪽으로 포도밭이 보인다.












* 팜플로나성: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랬는지 해자에 물이 찼다. 요즘 유럽에 있는 성들의 해자는 거의 다 제 구실을 못한다. 물을 다 빼내고 산책로로 많이 쓰이더라.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랬겠지만... 어쨌든 팜플로나 성의 해자는 원래의 그 기능대로 물이 좀 찼다...ㅋ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론세스바예스에 있는 수도원 알베르게.

* 2019년 12월 21일 금요일: 5일차 / 맑음

1. 생장피에르드포드에서부터 같이 만난 한국인 팀들에게 급류를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2. 작년에 급류에 휩쓸린 뻔한 기억이 있어 그렇게 한 것이다. 피레네가 지형 때문에 애를 먹었다면 수비리(zubiri)까지는 급류가 위험요소로 작용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밤새 비가내렸으니 유량이 확 불었을 것 아닌가!

3. 하지만 급류를 만나지 않았다. 작년과 비교해서 유량이 확 줄어 있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떠들고 나녔는데... 뭐 나쁜 일은 아니었다. 안전하게 이용하면 그걸로 족한 거지! ^^;

4. 급류를 만나는 곳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계속 순례자들을 따라다녔다. 원래 개는 자기 동네를 잘 안 떠나는데 거의 5km 이상을 순례자들을 따라 이동했다. 그러다 어떤 트럭에서 아저씨가 내렸고 그 검은 개를 번쩍 들어 트럭에 싣고 갔다. 트럭 아저씨가 개 주인이었던 것이다.

5. 말을 들어보니 순례자들을 졸졸 쫒아다니는 유명한 개라는 것이다. 순례자들을 한 두 번 따라다녀본 솜씨가 아니었고, 주인 아저씨도 한 두 번 개를 붙잡아 본 솜씨가 아니었다. 하여간 재밌는 개였다.

6. 오후 5시 30분경 수비리에 있는 알베르게에 도착함. 돌다리 옆에 있는 알베르게인데 작년에도 묵은 적이 있었음.

7. 푸드 기부함에 스파게티면과 쌀이 있어 음식을 만들어 먹었음. 밥 맛이 썩 좋지는 않았음. 대신 짝퉁 스파게티는 먹을만 했음. 다음에 다시 도전해봐야겠음.

* 이동거리: 약 21km

* 누적거리: 약 47km


* 수비리(zubiri): 라비아다리(puente de la rabia). 좀 어둡게 나왔다. 알베르게는 사진에서 오른쪽 건물이다. 바로 앞에 강이 흐르는 끝내주는 전망을 가진 알베르게다.


* 검은 개와 한 컷: 순례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과 한 컷



* 수비리 가는길: 전년도에는 저 돌다리가 안 보일 정도로 급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는 아주 편하게 넘었다.

* 2019년 12월 22일 일요일: 6일차 / 맑다가 비 옴

1. 오전 9시 30분경 수비리 돌다리옆 사설 알베르게에서 체크 아웃함. 오늘은 pamplona(팜플로나)까지 약 23km를 걸어야 함.

2. 햄스트링 건염에 걸린 왼쪽 다리가 좀 이상함. 피레네 여파가 몰려 오는 듯함. 어제는 밤에 소염진통제까지 먹었음.

3. 1년 만에 다시 왔는데 왜이리 새로운지 모르겠음. 뭐 그 맛에 걷는 거지만...ㅋ

4. 길을 걷다 캠핑장 끝 지점 부근에서 우비를 주음. 알고보니 같이 이동하는 김종혁씨의 우비였음. 팜플로나 jesus y maria 알베르게에 도착해서 종혁씨에게 전달했음. 이때 종혁씨가 팜플로나에 있는 데카트론에 있다고 해서 배낭 레인커버를 부탁함. 덕분에 데카트론에 가는 수고를 덜함.

5. 일행 중 길성범씨가 스파게티 및 각종 요리를 해줘서 맛있게 먹었음. 무슨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먹는 느낌이었음. 그렇게 맛난 순례길 음식은 처음이었음. 염치 불구하고 맛있게 먹음.

6. 1년 전에는 길을 잘못 들어 팜플로나 성곽 일대를 못 봤었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보게 됨. 팜플로나 성은 해자가 있는 성으로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진 성으로 보였음. 정확한 건 시간을 두고 알아봐야겠음. catsle이 아닌 citywall인 것 같음. 그 내부 공간이 상당히 넓직했으니까.

* 이동거리: 약 23km

* 누적거리: 약 70km

* 조랑말: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짚을 뜯고 있다.


* 쓰러진 나무: 이 곳 말고도 여러 등산로에서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강풍에 조난을 당할 정도였으니 그럴만도 하지.



* 캠핑장


* 팜플로나성


* 팜플로나성: 삼각형으로 각잡힌 포대가 인상적이다.










* 피레네가는길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19년 12월 19일 목요일: 3일차 / 맑음


1. 자전거 뒷안장이 필요하기에 생장피에르드포드에 있는 자전거샵을 찾아갔음. 그 자전거샵은 작년에 길을 헤매였던 곳에 위치해있었음.


2. 자전거샵에 가니 주인장이 문을 닫으며 30분 후에 돌아온다고 했음.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1시간 후에 나타났음.


3. 뒷안장을 달고 하니 돈 좀 들었음. 무려 66.6유로. 깎아서 66유로를 지불함. 무슨 뒷안장 다는데 무려 8만원 가까이나 하나!ㅋ


4. 하여간 뒷안장을 달고 임시방편으로 양쪽에 바구니를 달아서 드디어 여행자전거 형태가 나옴. 이제 시작인가! 이제 열심히 주행하는 일만 남았음.


5. 그런데 자전거를 탄지 너무 오래되서 그런가? 자전거를 타는게 너무 불편한 것이다. 바지도 자전거를 타기에는 불편했다. 너무 거치적거리는게 아닌가? 이러다 나중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들었다.


6. 생각해보니 국내에서 자전거여행을 할 때는 항상 여름이었다. 그러니 복장이 간편하고 거치적거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겨울이 아닌가? 겨울 바지를 입으니 페달 굴리기가 어렵지.


7. 그런 와중에 뒷바퀴가 펑크가 났음. 주행한지 5km도 안 됐는데 펑크가 난 것이다. 수리 공구도 마땅치 않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8. 고심 끝에 다시 생장피에르드포드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를 타는 현지인을 만났는데 내 자전거를 보니 순례길 여행을 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하더라. 강하지 않은 약한 자전거라고. 차라리 자전거샵에 팔아버리거나 기부하라고 했다.


9.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 자전거는 도시형 자전거라 장거리여행에 적절하지가 않았다. 중고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옛날 생각에 사로잡혀 이게 장거리여행에 적합한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참 여러가지로 꼬인다 꼬여!


10. 고심 끝에 뒷안장을 달았던 자전거샵에 가서 자전거를 팔았다. 정확히는 기부를 했다. 그런데 주인장이 아까 받았던 뒷안장 값을 돌려주었다. 70유로. 뒷안장 값이 66유로였으니 자전거를 4유로에 판 셈이다. 180유로에 사서 이틀도 못되서 4유로를 받고 판 것이다.


11. 나의 산티아고순례길 자전거여행은 5km 만에 끝이 났다. 아이고 이를 어쩌냐! ㅋ


12. 돈이 아까운 건 둘째치고 기획했던 일정이 엉망이 된 것이 너무 억울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른다. 계속 비가 온다는데 그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기에는 너무 위험했으니까.


13. 다시 시작하는 거다. 그냥 작년처럼 도보여행을 하는 것이다. 열심히 걸어야지. 자전거를 대신해서 열심히 걷는 거야! 아자아자~





* 자전거: 바디만 있는 자전거. 생장피에르드포드 알베르게 앞에서.





* 펑크난 자전거: 호기롭게 시작된 자전거 여행은 약 5km도 안 되서 아웃됐다.






* 2019년 12월 20일 금요일: 4일차 / 흐리다 비 옴


1. 9시 30분경 생장피에르드포드(saint-jean-pied-de-port) 알베르게(albergue)에서 체크 아웃함. 드디어 순례길을 다시 시작한다. 자전거가 사라졌으니 새로운 각오로 다시 임해야 한다.


2. 배낭을 꾸려서 출발을 하려고 할 때 순례길 사무소 할배가 와서 뭐라고 뭐라고 그런다. 처음에는 같은 알베르게에서 이틀 연속 묵은 거에 대해 질책을 하는 줄 알았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같은 알베르게에서는 연박이 허용되지 않으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피레네 산맥에 강한 바람이 부니 조심하라는 거였다. 할배가 무표정하게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니 질책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이었나...ㅋ


3. 알고보니 전날 피레네를 넘은 팀들 몇 명이 조난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할배가 경고를 한 거 같다.


4. 1년 만에 다시 피레네를 넘을 생각을 하니 셀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작년에 정말 힘들게 넘어서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아 난 것이다. 그때 비를 엄청 맞고 걸었으니...


5. 1년 만에 다시 악몽이 되살아 났다. 자전거 여행용으로 짐을 싸서 그랬는지 짐이 많았다. 물론 작년에도 많았지만... 짐 무게는 짓눌려 오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약 1년 만에 다시 똑같은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정말 중간에 때려 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택시라도 불러서 점핑을 하고 싶었다.


6. 그 와중에 배낭 레인커버를 분실했다. 일체형이 아닌 분리형이라 바람에 날라갔던 것이다. 비닐 봉지로 배낭을 감싸기는 했는데 진짜 임시 방편이지!


7. 빗줄기는 거세지고 바람도 거세졌다. 배낭 무게도 점점더 늘어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짐 무게가 내 어깨를 눌러댔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면 가자! 그래 가자!


8. 중간에 산길을 거쳐갔는데 전날 강풍의 영향으로 등산로에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사무소 할배가 경고를 할만 했다.큰 나무들이 쓰러졌기에 그 나무들을 피해 기어가야만 했다.


9. 날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비를 맞으며 홀로 걷는 피레네 산맥. 역시 피레네는 피레네였다. 우여곡절 끝에 9시간 만에 목적지인 론셀바예스(Roncesvalles) 알베르게에 도착함. 아이고 힘들어! 그래도 또 피레네 산맥을 넘었다!


10. 하도 배가 고파서 바르에 가 닭고기+ 감가칩을 먹었음.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정말 맛있게 먹었음.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이라고 판단됨. 주인장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racion이라고 했음.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 racion은 '1인분의 요리' 이런 뜻이었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 요리 이름을 정확히 알아내야겠음.


* 이동거리: 약 26km

* 누적: 26km





* 피레네 가는길





*배낭:자전거를 팔고(?) 다시 도보여행자로. 무슨 돗떼기 장수 같다...ㅋ





* 도보여행자: 본의 아니게 이틀 연속 잠을 청한 생장피에르드포드 알베르게. 그 앞에서 한 컷. 휴대폰 카메라가 별로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