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르도바수변성: 과달키비르강을 따라 건설된 도시장벽이다. 곳곳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산책하기에는 딱이었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로마신전

 

 

 

 

* 2024년 1월 4일 목요일: 22일차 / 이슬비

-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우비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경에 빗물이 튀는게 싫어서 모자를 사러 갔다. 전에 있던 모자는 알라칸테에서 잃어버렸다. 못생긴 모자였지만 나름 쓸만한 모자였다. 귀돌이도 붙어있고... 데카트론이 숙소 근처에 있어 가봤더니 창이 달린모자는 안 팔았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만물상에 가서 4.5유로 모자를 구매했다.

- 코르도바(cordoba)에 왔으니 당연히 메스키타대성당(mezquita-catedral de cordoba)부터 보러갔다. 메스키타대성당은 과달키비르강 옆에 있는데 이곳을 보려면 코르도바 로마다리(puente romano de cordoba) 반대편에서 바라보는게 제일 나은거 같더라.

-코르도바 로마다리의 끝부분에는 칼라오라탑(torre de la calahorra)이 있다. 이곳도 입장료를 받더라. 메스키타 입장료는 이해가 되는데 그 조그마한 칼라오라탑도 입장료라니!

- 비오는 날의 메스키타는 무척 아름다웠다. 방문객도 엄청 많았다.

- 메스키타에서 사진을 넉넉히 찍은 후 코르도바 알카사르(Patio Morisco - Alcázar de los Reyes Cristianos) 부근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코르도바 알카사르 뿐아니라 강변쪽으로도 성곽이 있었다. 하지만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다.

천천히 그곳을 둘러본 후 코르도바 알카사르성에 입장했다. 입장료는 5유로였다. 코르도바 알카사르는 여러모로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을 연상시켰다. 성곽의 중심 공간을 둘러본 후 성체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Jardines del alcazar de los reyes cristinos 정원을 둘러보았다. 잘 가꾸어져 그런지 그냥 한들한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곳이었다.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겨울에 녹색의 싱그러움이라니! 스페인 남부는 남부인가보다!

- 코르도바 로마다리 한편에는 칼라오라탑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puerta del puente가 있었다. puerta del puente를 직역하면 '다리문'이다. 처음에는 로마시대 문이라고 했는데 16세기 경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여기도 티켓을 구매해야 정상부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어젯밤에 봤던 로마신전(templo romano)를 다시 봤다.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 호스텔로 돌아왔다. 하루 더 묵기로 했다. 어제 체크인을 해주었던 스태프인, 다비드가 친절히 맞아주었다. 알고 보니 다비드는 역사선생님이라고 했다. 지금은 호스텔에서 돈을 벌어 학업을 이어갈 거라고 했다. 전날 스페인 역사책 한 권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이날은 스페인 지리책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소개만, 누가 읽는데...ㅋ

- 하여간 다비드는 꽤 유쾌한 녀석이었다. 또한 Libere cordoba patio santa marta호스텔도 꽤나 정감가는 호스텔이었다. 어떤 호스텔에서는 사기를 당했지만 어떤 호스텔에서는 환대를 받았다. 이것도 다 여행의 일부 아니겠는가!

 

 

 

* 로마다리와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

 

 

 

참고) 코르도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 있는 도시로 과달키비르강(rio de guadalquivir)이라는 큰 강이 흐르고 있다. 코르도바는 로마시대부터 도시가 들어섰는데 과달키비르강 위에 세워진 로마시대 다리도 그 당시에 만들어졌다.

로마다리를 건너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mezquita-catedral de cordoba)을 가보자. 메스키타(mezquita)는 스페인어로 모스크를 뜻하는 보통 명사다. 고유명사로 쓰면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을 뜻한다. 그만큼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의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풀어쓰면 모스크대성당이라는 말인데, 모스크와 성당이 붙어 있나? 애초에 그곳에는 로마시대 신전이 있었다. 이후 서고트 시대에 성당이 들어서게 된다. 711년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한 후, 성당 자리에 모스크가 지어지게 된다.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그리스도교도들이 무어인들을 물리친 뒤, 그 모스크 자리에 다시 대성당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로마신전 -> 성당 -> 모스크 -> 대성당

이렇게 복잡한 역사가 있다보니 '모스크대성당'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명칭을 얻게 된 것이다.

 

 

* 코르도바성: 안쪽에 근사한 정원이 있다.

 

 

 

 

* 2024년 1월 5일 금요일: 23일차 / 맑음

- 코르도바 구시가지를 다시 둘러봤다. 비오는 날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코르도바성(alcazar de los reyes cristianos) 주위는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또한 그 앞에 있는 코르도바수변성(Huerta del Alcázar de Córdoba)으로 번역될 수 있는 도시장벽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코르도바수변성은 코르도바의 옛 도심지역을 크게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부 구간은 망실됐고, 한양도성 신당동 구간처럼 성곽 위에 집이 들어서기도 했다.

- 스페인 남부는 확실히 북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1월이었지만 무척 더웠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배낭 위에 빨래를 널 수 있을 정도였다.

- 이제 론다(Ronda)로 가야한다. 코르도바에서 론다를 가려면 일단 말라가(Malaga)로 가는게 좋을 거 같았다. 말라가에서 론다로 가는 편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갈 때는 끊겼고, 마르베야(Marbella)라는 도시를 거쳐가는 버스편은 있었다. 이미 어두운 상태였다. 마르베야에서 1박을 할까 하다가 늦더라도 론다에 가는게 낫다는 생각에 버스표를 끊었다. 그런데 중간에 버스를 갈아탔다. 기사는 같았는데 갑자기 하차해 다른 버스로 갈아탄 것이다. 좀 웃기는 상황이었다.

- 론다에 있는 hostal doña carmen에 예약을 했는데 체크인 시간이 밤 12시까지였다. 겨우 11시가 넘은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두운 밤길, 그것도 꾸불꾸불한 산길을 달리느라 버스는 거북이 걸음이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말라가에서 론다까지 거의 2시간 40분 이상이 걸렸다. 거리로만 따져보면 120km 정도였지만 돌아돌아, 그것도 산길을 돌아돌아 가니 2시간 40분이 걸린 것이다. 물론 말라가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버스도 있다고 한다.

- 말라가에서 마르베야까지 큰 리조트와 대형호텔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쪽 해변이 그 유명한 태양해안(Costa del Sol)이다. 이 말라가 주변에 위치한 태양해안은 안달루시아 관광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곳이다. 연간 17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용할 정도로 태양해안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해안가에서 숙박도 하고 그래야 하는디...ㅋ

 

 

 

*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 아랍풍의 외벽 장식.

 

 

 

 

 

*다리문(puerta del puente)

 

 

 

*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 종탑

 

 

 

* 코르도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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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메리아성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알메리아성

 

 

 

* 2024년 1월 3일 수요일: 21일차 / 맑음

- 숙박 사기를 당하고 난 후에 잡은 delpin verde 호스텔에서 잘 쉬었다. 급하게 잡았지만 주인장도 좋았고 하룻밤 묵기에 제격이었다. 처음부터 이쪽으로 올 걸 그랬다. 그러고보니 스페인어로 돌고래가 'delpin'이다. 숙박 사기를 친 viejo hostal B&B는 간판도 없이 장사를 하는 곳인데...이제 간판없이 장사하는 호스텔은 예약하지 말아야겠다. 간판도 없이 무슨 숙박업을 하는지...

- 숙박사기를 당했다고 여행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알메리라 탐방의 메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primer recinto de la alcazaba de Almeria라는 다소 긴 이름의 성을 탐방했다. 간단히 말하면 알메리아성이다.

- 알메리아성은 한쪽에서는 탐방을 할 수 있게 해놓았고, 다른 쪽에서는 복원 공사를 하고 있었다. 복원이 완료되면 유료 입장으로 바뀔 수도 있을 듯싶었다. 알메리아성은 꽤 멋스러운 성이었다. 특히 알메리아방어장벽(almeria defensive walls)이라는 익성이 보조성으로 역할을 해서 더 눈에 띄었다. 언뜻 우리나라 탕춘대성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 무거운 배낭을 계속 둘러메고 성 안쪽 곳곳을 누볐다. 좁은 통로를 피해가기도 하고, 좁은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진짜 좁고 경사가 심한 타워를 앞에 두고 배낭을 벗어 한쪽 구석에 놓았다.

그런데 보안 요원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배낭 메는 시늉을 하면서 빨리 아래로 내려가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배낭쪽으로 갔더니 다른 보안요원 둘이서 내 배낭을 둘러싸고 있었다. 혹시 폭발물로 신고가 들어간 것일까? 혹시 나를 테러범으로...?

- 성곽 구조물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배틀멘트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다. 구멍이 뚫린 것도 있고, 안 뚫린 것도 있었다. 총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안내소에 문의를 했더니 화살 쏘는 구멍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그럴만도 했다. 화살을 쏘면서도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조였다.

- 알메리아를 떠나서 코르도바를 향해갔다. 알메리아에서 코르도바까지는 약 370km 정도 떨어져있는데 버스로 5시간 정도 걸렸다. 밤 11시경에 코르도바에 있는 Libere cordoba patio santa marta호스텔에 체크인을 했음.

참고) 알메리아성은 995년경, 무어인들이 알메리아를 지배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알메리아 항구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알메리아성은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군사시설 뿐아니라 지방 행정 시설까지 성 안에 자리잡았다. 한편 외부에 장벽을 설치하여 방어력을 증강시키기도 했다.

 

 

 

* 알메리아 방어장벽: 본성과 외성을 연결해주고 있다. 이를 두고 날개성, 혹은 익성이라고 말한다. 서울에도 탕춘대성이라고 하여 익성이 있다. 얼핏 탕수육 잘하는 중국집이 생각는 이름이지만... 탕춘대성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서로 연결해준다.

 

 

 

* 알메리아 방어장벽: 장벽 안쪽에는 예수상이 있다.

 

 

 

* 알메리아성: 현재도 복원중이다.

 

 

 

* 화살구멍: 영어로는 arrowslit 혹은 loophole이라고 부른다. 위에는 밋밋한 1자형이지만 어떤 화살구멍은 십자가처럼 만들기도 했다.

 

 

 

* 화살구멍: 화살구멍을 가까이에서 찍어봤다. 이 구멍 안으로 화살을 쏘기보다는 적들의 동태를 살펴보는 게 더 나을 거 같다. 구멍이 작아서 조준이라도 제대로 했을까?

 

 

#스페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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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메리아

#알메리아성

#스페인역사여행

#스페인역사트레킹

 

 

 

 

 

* 카르타헤나 로마원형극장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린테르나탑(Torre Linterna): 무어인들이 만들었다. 등대 역할과 함께 감시용으로 이용됐음. 컨셉션성(Castillo de la Concepción) 인근에 있는 공원에 위치해 있다.

 

 

 

 

* 2024년 1월 1일 월요일: 19일차 / 맑음

- 무르시아 hoomy 호스텔에서 체크아웃한 후 무르시아 대성당 일대를 탐방했다. 아무리 무르시아를 스쳐간다고 해도 탐방할 건 탐방해야 한다. 나중에 카르타헤나(Cartagena)에 가서 알게된 사실인데 카르타헤나 대성당이 스페인 내전때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카르타헤나 대성당이 가지고 있던 기능이 무르시아로 옮겨졌다고 한다. 스페인 내전의 상흔이 스페인 곳곳에 남겨져 있다.

- 무르시아 버스터미널에 가서 카르타헤나행 버스표를 끊으려고 했다. 그런데 버스자판기가 이상한 거다. 전화번호에 여권번호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버스로 1시간 거리도 안 되는 곳인데 무슨 여권번호까지 요구하는지... 카르타헤나까지는 4유로 정도였고, 그것도 버스표를 안 사고 기사에게 직접 요금을 주고 탈 수도 있었다. 자판기에서는 전화번호에 여권번호까지 요구했는데 정작 현장에서는 기사에게 다이렉트로 표를 살 수 있는... 뭐 이러냐!

- 4년 만에 카르타헤나에 다시 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카르타헤나는 참 멋진 곳이다. 쉽게 올 수 없는 곳이니 더 열심히 둘러봤다. 일단 4년 전에 왔을 때 가지 못하고 바라만봤던 모로스성(castillo de los moros) 일대를 탐방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 바로나와 그곳으로 향했다.

 

 

 

 

* 모로스성(castillo de los moros): 이런 귀중한 문화유산을 이렇게 방치하다니! 스페인 문화재 당국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 모로스성(castillo de los moros): 성체를 겹겹이 두른 겹성 형태를 띄고 있다.

 

 

 

- 기대를 하고 갔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성벽은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고,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났다. 문화유산을 이런식으로 방치해도 되는 것인지...

- 4년 전에 탐방했던 곳을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찍어나갔다. 전에도 인상 깊었던 castillo de la concepcion에 오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렇게 새해 첫 날을 카르타헤나에서 보냈다.

- 4년 전에도 묵었던 Loopinn hostel cartagena에 여장을 풀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좋다. 그곳에서 가브리엘이라는 아재를 만났는데 예전 카르타헤나 사람들의 전통 인사 방식을 알려주었다. 서로 무릎을 들어서 우측으로 한 번 부딪히고, 죄측으로 한 번 부딪히는 방식이다. 처음에는 닭싸움을 거나 싶었는데 그게 페니키아인들의 전통 인사법이라는 것이다. 진짜?

참고) 카르타헤나는 기원전 227년, 하밀카르 바르카가 만든 도시로 이베리아반도의 동남부에 위치해 있다. 하밀카르 바르카는 그 유명한 한니발의 아버지이다. 카르타고의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하밀카르 바르카는 자신의 가문, 즉 바르카 가문이 이베리아반도에서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할 수 있게 큰 토대를 세우게 된다.카르타고와 로마는 지중해의 패권을 두고 결전을 벌이게 된다. 그게 바로 포에니 전쟁이다. 제 2차 포에니 전쟁때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로 진격했다. 그때 출발점이 바로 이곳 카르타헤나였다.

 

 

 

* 로마가도(Calzada Romana): 로마시대 카르타헤나는 카르타고 노바로 불렸다. 그 시절 만들어진 로마가도다.

 

 

 

 

* 2024년 1월 2일 화요일: 20일차 / 맑음

- 호스텔에서 체크 아웃을 했음. 전날 못 본 카르타헤나 일대를 다시 둘러보았음. 4년 전에 탐방했을 때와 루트는 비슷했음. 이전에 왔을 때는 카르타헤나 대성당이 왜 폐허 상태로 남겨져 있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스페인 내전 때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좀 묘한 감정이 들었다.

- 카르타헤나 버스터미널에서 알메리아(Almeria)행 버스에 탑승했다. 알메리아까지는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버스가 이곳저곳을 다 들려서 무려 4시간이나 소요됐다. 알메리아에 도착하니 밤 8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 부킹닷컴에서 viejo hostal b&b에 27유로를 주고 예약했다. 그런데 숙박 사기를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급히 delpin verde라는 곳을 다시 예약해야 했다.

* 아래는 부킹닷컴에 올린 항의글이다.

저는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cartagena라는 곳에서 알메리아(almeria)라는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죠. 이때가 2024년 1월 2일 밤 8시가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시간도 늦고 해서 알메리아에 있는 viejo hostal b&b라는 곳에 부킹닷컴을 통해 예약을 했습니다. 약 27유로가 결제됐더군요.

그 viejo hostal에 주방이 있다고 해, 버스터미널 부근 슈퍼마켓에서 장을 잔뜩보고 이동을 했습니다. 장을 많이 봐서 좀 뒤뚱거리며 걸었습니다. 어두운 밤길이라 viejo hostal을 찾기가 쉽지 않더군요. 겨우겨우 구글 지도로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간판이 없더군요. 무슨 호스텔이 간판도 안 걸어놓고 장사를 합니까?

지나가는 동네 주민분에게 이곳이 호스텔이 맞냐고 물었는데... 잘 모른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그 곳의 대문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시간이 이미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거든요. 사람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주인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이, 자신은 이 집을 렌트를 했다고 했습니다. 황당하더군요. 무슨 호스텔이 에어비앤비에서나 하는 렌트를 해주나요?

어쩔수 없이 주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안 되는 영어로 체크인을 해달라고 했지만... 'I'm sorry.'라는 말만 연신하면서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더군요. 사실 제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제껏 그 안 되는 영어 실력으로 여행도 잘 다녔고, 호스텔도 잘 이용했습니다. 영어가 안 되는 주인장과도 어찌어찌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했었지요.

호스텔 주인장이면 면대면으로 접객을 해야하는거 아닌가요? 정상적으로 예약을 한 사람을 밖에다 세워두지를 않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지 않나... 다시 전화가 오지도 않더군요. 아무래도 이날 viejo hostal이 이중예약을 받은거 같습니다. 덕분에 저는 급히 다른 호스텔로 예약을 해야했습니다. 30유로를 주고 hostal delpin verde라는 곳으로 예약을 했죠. 당시 제 휴대폰의 배터리는 5퍼센트 정도였는데... 자칫했으면...

오후 11시가 가까운 시각에 다시 거의 2km이상을 걸어야 했습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또 뒤뚱뒤뚱거리며 걸었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제 2024년 1월 2일은 그렇게 황당했답니다.

제 27유로를 환불받고 싶습니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돈이지만 꼭 환불받고 싶습니다.

2024년 새해를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 카르타헤나시청

 

 

 

* 로마원형경기장: 몇 년째 공사중이다. 2019년도에 갔을 때도 공사중이었다. 앞으로도 계속할 거 같다.

 

 

 

 

* 카르타헤나 항구방면

 

 

 

* 카르타헤나 대성당: 스페인 내전 때 파괴된 후 복원되지 않았다. 스페인 내전 당시 파괴된 대성당 중에서 복구되지 않은 건 카르타헤나 대성당이 유일하다고 한다. 크게 훼손됐던 게르니카 대성당도 복원이 됐는데 왜 카르타헤나 대성당은 이렇게 방치됐을까?

 

 

 

 

 

* 순례길누렁이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메세타평원

 

 

 

 

*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7일차 / 맑음(엄청추웠음)

- 순례길 구간을 포기하고 버스투어로 전환하려다가 다시 순례길에 도전하기로 했다. 걷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 걷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또한 어제 만남 루시아님에게 스페인의 음식 문화 같은 것을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맸다. 다시 길에 선 것이다.

- 왕물집이 터져서 발바닥이 쓰린 것이지 발목에 이상이 있어서 못 걷는게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이전 순례길에서도 매번 발바닥이 쓰렸었다. 하긴 순례길이 주단이 깔린 비단길이겠는가?

- 길을 걸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일깨워졌다. 오늘 목적지는 Hornillos del camino였다. 2019년에 왔을 때가 기억이난다. 그때 과식을 해서 오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Hornillos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에서 숙박을 했는데 주인장이었던 이탈리아 아저씨가 음식을 맛나게 해주었다.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시원하게 오바이트를 해버렸다. 그런데 오바이트를 할 대 옆을 보니 공동묘지가 있더라.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있었던 것이다.

- 이번에 가보니 알베르게 주인이 스페인 아줌마로 바뀌었다. 아줌마가 좀 까칠했다. 공립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었다.

 

 

 

* 메세타평원

 

 

 

*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8일차 / 맑음

- 저녁이면 발바닥이 불타올랐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항상 순례길은 쉽지 않았다. 겨울 카미노는 더 그렇다.

- 부르고스(Brugos) - 레온(Leon) 구간은 메세타 평원 구간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이 인상적인 곳이다. 한편 고원지대에 있다보니 안개가 자주끼는 곳이다. 거기에 더해 겨울이니까 서리도 자주 내린다.

- 부르고스에서 만난 루시아님과 길동무를 했다. 루시아님은 7년 동안 스페인 현지에서 가이드 생활을 했고, 스페인 음식에 대해서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그동안 스페인 여행에서 만났던 한국인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분이었다. 스페인어를 능통하게 구사해서 현지인들과도 막힘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루시아님 같이 스페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을 만나니 좀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스페인 콘텐츠를 작성하기 위한 답사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루시아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지식이 얄팍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솔직히 충격먹었다. 그런 알량한 지식으로 스페인 콘텐츠를 작성했다면 두고두고 오점을 남겼을 것이다.

- 냉정하게 따지면 현재의 내 지식으로는 스페인 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걸 루시아님을 만나면서 제대로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더 많이 답사하고, 더 많이 자료를 섭력해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그게 내 재능이다! 재능을 썩혀서는 안 된다!

- 루시아님이 스페인 음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계속 스페인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작성해보라고 부축였다. 어쩌면 꼰대스럽고, 질척거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루시아님이 착해서 그런지 다 받아주었다. 얼굴이 복스럽게 생겼는데 마음도 참 복스럽다. 하여간 루시아님은 충분히 재능이 있었고, 난 그 재능을 알아본 사람이다. 반대로 루시아님은 내게 큰 죽비소리를 내린 사람이다.

- 메세타평원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지평선은 이루고 있는 곳이다. 만주벌판을 그리워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걸어볼만한 곳이다.

- 오늘의 일정은 castrojeriz까지다. Hornillos del camino castrojeriz까지는 약 20km 떨어져 있다.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에서 신년 연휴 주간까지는 알베르게는 물론, 바르까지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겨울 카미노가 이렇게 어렵다.

- castrojeriz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음. 오후 3시경. 이후 루시아님과 함께 식당에서 맛나게 식사를 했음.

 

 

 

* castrojeriz가는길

 

 

 

 

*메세타평원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부르고스 야경

 

 

 

* 2023년 12월 18일 월요일: 5일차 / 맑음

- 전날 노숙은 둘째치고 발바닥에 있던 왕물집이 문제였다. 둘 다 터져서 탱탱부었다. 발목 위쪽으로는 상태가 양호했지만 발목 아래 부위는 비상이었다. 이 상태로는 안 될 거 같아 에스텔라(Estella)에서 로그로뇨(Logrono)로 점핑하기로 했다.

- 에스텔라에서 로그로뇨까지는 버스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버스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에스텔라 시내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발바닥은 비상이었지만 탐방할 건 탐방해야 한다. 에스텔라에도 예전에 기차가 다녔었다. 옛 기차역 바로 앞이 버스터미널이었는데 완전 간이 터미널이었다. 로그로뇨 버스터미널도 기차역과 바로 인접해있었다. 버스터미널과 기차역 둘 다 최신식이었다.

- 물집이 터진 곳이 너무 아파 다리를 끌듯이 이동했다. 로그로뇨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다. 이곳 알베르게에서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는 47세의 한국 남성을 만났다. 그는 동남아 여행과 동류럽을 방문한 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러 왔다고 했다. 오랜만에 한국사람을 봐서 그랬는지 그 세계여행자는 말을 너무 많이 했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담배 두 갑을 줬음. 대신 그 사람이 조리해 준 저녁을 같이 먹었다.

 

 

 

* 에스텔라 옛 기차역: 바스크 지역인 에스텔라에도 옛날에는 기차가 운행됐었다.

 

 

 

 

* Weevil Bridge: 에스텔라에 있는 중세시대 다리임. 다리 중간부가 쑤욱~ 올라와 있음. 기병대의 진격을 저지시키려는 의도로 저런 설계를 했다는 이야기가 있음.

 

 

 

 

* 2023년 12월 19일 화요일: 6일차 / 맑음

- municipal de Logrono 알베르게에서 오전 8시경에 퇴실했다. 역시 발바닥 상태는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또 부르고스(Burgos)로 점핑하기로 했다. 부르고스, 로그로뇨 둘 다 대도시임. 몸이 안 좋을 때는 대도시에 머무는 것이 좋다.

- 로그로뇨 터미널에서 부르고스행 semi express bus에 탑승했다. 부르고스까지는 약 2시간 정도 소요됨.

- 부르고스 대성당에 있는 albergue de peregrino casa del cubo de burgos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다. 이곳에서 한국인 순례객들을 마주쳤음.

- 부르고스에 오면 항상 들르는 대성당 아래 케밥집에 들어갔다. 역시 맛났음. 이후 rio arlanzon 수변을 탐방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El Cid 동상, 기마상을 발견했다. 스페인 여행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지웠다.

- 알베르게에서 스페인에서 7년 동안 가이드를 한 루시아님을 알게 됐다. 루시아님도 한국인임. 루시아님과 다른 중년의 한국남성, 나 이렇게 셋이서 tapa champi(champinon)를 먹으로 갔다. tapa champi는 로그로뇨에서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인데 부르고스에서도 많이 먹는다고 했다. tapa는 가볍게 먹는 안주 종류를 말하고, champi는 버섯을 말한다. 정확히 tapa champi는 버섯꼬치이다. 생각보다 맛났다. 가격도 저렴하고. 이걸 루시아님이 알려주셨는데 루시아님은 스페인 음식에 관심이 많으셨음.

 

 

* 부르고스 성: 뒤쪽으로 부르고스 대성당이 보인다.

 

 

 

* 부르고스 대성당: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임. 뽀족뽀족한 건축 양식을 고딕 양식이라고 함.

 

 

 

* 엘시드: 엘시드는 발렌시아를 탈환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는 등, 무어인들과의 전쟁에서 많은 전공을 세운다. 무어인들은 스페인이 포함된 이베리아 반도를 침공한, 북아프리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유목민들이다.

 

 

 

 

* tapa champi

 

 

 

 

* 알리칸테: 세라그로스에서 바라본 알리칸테 해변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알리칸테: 포스티쿠엣해변

 

 

 

 

* 2023년 12월 30일 토요일: 17일차 / 맑음

- 새벽 3시가 가까운 시각에 마드리드 바라하스 터미널4(T4)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차 싶었다. 그 새벽에 무슨 비행기가 이착륙을 하겠나? 그러니 당연히 새벽 버스도 없지!

-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아예 이날은 이동일로 삼았다. 어차피 안달루시아 지역으로 내려가야 했으니... 세비야로 갈까, 그라나다로 갈까하다가 시간이 무척 애매해서 아예 마드리드 남부터미널(Madrid-south)로 가기로 했다. 그동안 마드리드를 몇 번 왔다고 새벽시간에 마드리드 중심가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N27번 공항버스가 20분 간격으로 24시간 운행되고 있었다. 공항버스라 좀 비쌌다. 5유로를 직접 현금을 주고 탔다.

- 세비야나 그라나다로 가는 버스편은 좀 오래기다려야 했다. 카르타헤나(Cartagena)로 가는 버스가 가장 적합했다. 지도를 보니 카르타헤나와 알라칸테(Alacant)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래서 두 도시의 연계 도시인 무르시아(Murcia)로 떠나기로 했다.

- 무르시아까지는 약 5시간 정도 걸렸는데 하필 역방향 좌석이 배정됐다. 정방향에 앉는 사람들... 우락부락한 아재 둘이랑, 껑뚱 청년, 나... 총 4명이서 테이블 하나를 앞에 두고 이동한 것이다. 우락부락 아재들은 끊임없이 맥주를 마셔댔고, 주점부리를 즐겼다. 지들만 먹고...ㅋ

- 차라리 이럴 때는 몸이 피곤한게 나았다. 우락부락 아재들 보기 싫었는데... 하여간 잠이 잘 와서 다행이었다.

- 무르시아를 거쳐 알리칸테로 향했다. 알리칸테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됐다.

- 알리칸테에 있는 hostal mayor에 체크인을 했다. 시설은 낡았지만 20유로에 룸 하나를 통으로 썼다. 나야 좋지! 새해 선물을 미리 받은 것인가?

- 아름다운 알리칸테 해변 일대를 탐방했다. 밤에도 아름다운데 낮에 보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 산타바바라성(Castell de Santa Bàrbara)

 

 

 

 

*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18일차 / 맑음

- hostal mayor에 체크아웃한 후 전날에 이어 구도심 일대를 다시 돌아보았다. 그런데 배가 고픈게 아닌가? 어제 먹었던 식당에서 다시 점심을 먹었다. 전날 저녁에 멋고 모르고 이것저것 주문해서 식사비가 25유로가 나왔었다. 궁시렁대면서도 잘 먹었다.

- 아름다운 모래사장을 가지고 있는 playa del postiquet를 거쳐 산타바바라성(castell de la santa barbara)에 올라갔다. 전날 매표소에 갔더니 문을 닫을 시간이란다. 그래서 내일 오겠다고 하니 문을 안 열거라고 한다. 그러는게 어딨나!동네길을 따라서 산타바바라성에 올랐다. 그렇게 고도가 높은 곳은 아니었다. 확트인 전망이 빼어난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대편에는 멀리 큰 산들이 보였다. 그런데 이곳은 외성이었다. 외성에서 바라본 전망이 이렇게 멋진데 내성으로 들어가면 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을 거라며, 내심 기대를 했다.

- 그런데 사람들이 내성으로 들어갈 생각들을 안 하는 것이다. 왜지? 그러고보니 내성으로 들어가는 문이 잠긴 것이다. 오늘 문을 안 열거라는 매표소 처자의 말이 떠올랐다. 예쁜 풍광은 아주 많이 찍어서 좋았지만 무언가 허전했다. 메인을 안 보고 사이드만 봐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이것도 여행의 일부니깐, 그 핑계대고 알리칸테에 또 오는 거지!

- 다시 무르시아로 넘어갈까 하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산타바바라성 앞쪽에 있는 세라그로사(serra grossa) 에 오르기로 했다. 말이 산이지 세라그로사는 해발이 170미터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해안가 앞에 있다보니 예전에 관측장비 등,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 세라그로사에 오르니 산타바바라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하는데... 그 닭이 꿩을 능가할 정도로 풍광 자체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곳에 안 올랐으면 어쩔뻔 했나! 풍광사진도 많이 찍고, 내 셀카 사진도 찍었다. 이런 풍광에서는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

- 2023년의 마지막날이다. 이런날에는 카르타고 문화와 로마의 문화가 남아있는 카르타헤나(Cartagena)에 가야 한다. 그래서 카르타헤나행 버스 티켓을 끊으려 했는데... 매진이란다. 알라칸테에서 1박을 더 할 수 없으니 일단 다시 무르시아로 가기로 했다.

-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무르시아에 와서 보니 모든 버스편이 매진이란다. 2023년의 마지막날에 다들 어디로 가시는지...! 어쩔 수 없이 무르시아에 있는 hoomy 호스텔에 예약을 했다. 그런데 지도를 아무리 찾아봐도 hoomy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골목을 뺑글뺑글 돌아도 간판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 어쩔 수 없이 주인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주인장이 잘 응대를 해줬는데... 구글 지도하고 실제 건물하고 차이가 있었다. 엉뚱한 건물 앞에서 전화를 하고, 대문을 열어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니까 간판 좀 크게 하고, 구글 지도도 업데이트 좀 하고 그러지...

- hoomy 이곳은 건물은 오래됐지만 출입문 시스템은 최신식이었다. 주인장이 멀리 출타중인데도 앱을 통해 문을 열 수 있는 구조였다. nuki라는 앱을 이용했는데 그 자리에서 나도 가입해서 대문과 방문의 온라인 열쇠를 전달받았다. 받기는 했는데 좀 어려웠다.

 

 

 

* 무르시아: 산토도밍고성당(Church of Santo Domingo)

 

 

 

- 배가 고프기도 하고 정신도 없고 해서 밖에 나와 식당을 찾았다. 마침 five-guy라는 햄버거집이 늦게까지 열어서 그곳에 들어갔다. hoomy 호스텔에서 한바탕 곤욕을 치를 때가 밤 10시가 훨씬 넘은 시각이었고, 햄버거집에 들어간 시각도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다. 약 16유로가 나왔다. 좀 비싼 햄버거를 먹은 셈이다.

- 햄버거집에서 나왔더니 밤 12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그냥 숙소로 들어가기보다 무르시아 시민들과 함께 2024년 1월 1일, 새해를 같이 맞이하고 싶었다. 남의 나라에서, 남의 동네에서새해를 맞는 것도 좋지 않은가?

- 기분좋게 새해를 맞이하고, 호스텔에 돌아왔다. 대문은 잘 열렸다. 그저 기술의 발전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방문이 안 열리는 것이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스마트폰 배터리는 얼마없고. 결론적으로 방문을 앞에 두고 약 10분 정도 고립됐었다. 그때가 12시 20분경이었다. 내 2024년은 고립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까?

- 그 순간 전화가 생각났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주인장에게 전화를 해서 방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덜컹! 바로 열렸다. 기술의 발전이...!

 

 

 

* 무르시아대성당(Catedral de Murcia)

 

 

 

 

* 알리칸테: 산타바바라성에서 바라본 세라그로사. 작은 석회석 산이다.

 

 

 

* 세라그로사에서 바라본 내륙쪽 모습

 

 

 

* 인증샷

 

 

 

 

* 게르니카: 게르니카에서 본 피소의 <게르니카>. 원본은 마드리드에 있는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에 있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산탄데르 매그달레나궁(palacio de la Magdalena)

 

 

 

 

 

* 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15일차 / 맑음

- 산탄데르(Santander)는 말 그대로 바다를 보고 싶어서 방문한 곳이다. 대평원도 좋고, 산도 좋지만 망망대해, 그것도 대서양을 바라보고 싶은 생각에 이 동네로 발걸음을 한 것이다.

- 산탄데르에는 해수욕장이 여러개 있는데 여름만 되면 유럽 각지에서 온 피서객으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그 중에서 낙타해변(playa del camello)이라고 불리는 해수욕장과 왕족들의 별장인 매그달레나궁(palacio de la Magdalena)을 탐방했다. 낙타해변은 작고 아담했다. 하지만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다. 시원할 정도로 큰 파도였다.

- 매그달레나궁은 고풍스러운 면모와 현대적인 멋이 혼재된 그런 건물이었다. 주위 환경과 어울려서 그런지 더 눈에 띄었다.

- 낙타해변과 매그달레나궁을 가기 전에 산탄데르 대성당을 먼저 둘러보았다. 대성당을 출발해서 그 두 곳을 향해갔는데 좀 길을 헤맸다. 처음부터 해안길을 따라가면 손쉽게 갈 수 있었는데... 괜히 잘난척 하느라...ㅋ

- 바다도 실컷보고 헤매느라 걷기도 많이 걸었다. 이제 빌바오로 가야 한다. 산탄데르에서 빌바오까지는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빌바오에 있는 ganbara hostel에 체크인을 했다.

 

 

* 산탄데르대성당

 

 

 

* 낙타해변에 있는 Neptuno, niño바위: 바위 위쪽을 보면 삼지창을 들고 있는 소년이 보일 것이다. 저길 어떻게 올라갔을까?ㅋ Neptuno은 영어로는 neptune, 즉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말한다. niño는 소년을 뜻한다. 그럼 소년 포세이돈인가?ㅋ

 

 

 

* 2023년 12월 29일 금요일: 16일차 / 맑음

- 전날 빌바오(Bilbao)에 있는 간바라 호스텔에 체크인을 했다. 빌바오라는 도시가 복잡한건지, 아니면 밤에 도착해서 그런지 밤길을 헤맸다. 그러다 얼떨결에 FC Bilbao 홈구장도 지나쳤다. 너무 헤맨다싶어 지하철을 타고 구도심으로 향했다. 빌바오에도 그렇게 지하철이 다니고 있었다.

- 겨우 부킹닷컴에서 ganbara hostel라는 호스텔을 찾아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이곳에는 스태프가 없는 것이다. 알고보니 이 호스텔의 정식 명칭은 ganbara hostel-self check in이었다. 4명의 빌바오 청년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체크인 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이가 많은 이들이나 기계치인 사람들은 어쩌라는건가!

- 호스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게르니카(Gernika)로 향하는 전철을 탔다. 빌바오대성당 근처에 있는 casco viejo에서 E4 노선을 탔는데 요금이 3.7유로였다. E4 노선은 빌바오와 빌바오 동쪽편을 연결하는 노선인데 게르니카를 거쳐 베르메오(Bermeo)라는 도시까지 운행을 한다. 베르메오는 바다 풍광이 아름다운 해안도시라고 한다.

- 어쨌든 전철을 타고 게르니카를 갈 줄은 몰랐다. 빌바오 casco viejo역에서 게르니카까지는 약 50분 정도 걸렸는데 바깥풍광이 예뻐서 지루하지가 않았다. 도심 구간을 지나니 철로가 단선으로 바뀌었다. 또 자세히보니 선로가 좁았다. 예전 수인선처럼 협궤 철도였던 것이다.

- 드디어 게르니카에 도착했다. 게르니카가 작은 동네인지 알았지만 꼭 그렇지가 않았다. 순례길 구간에 있던 마을들과 비교해보면 훨씬 컸다.

- 대충은 예상했지만 현재의 게르니카에는 스페인 내전 당시의 상흔이 크게 남아있지 않았다. 거의 다 복구가 된 거 같았다. 사실 서울도 한국전쟁을 혹독히 겪었지만 지금 서울에 한국전쟁 때의 상흔이 남아있는 장소가 거의 없지 않은가? 대신 게르니카 곳곳에는 조형물을 설치하여 그때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 그렇게 곳곳을 탐방하다 드디어 게르니카 벽화 앞에 서게 됐다. 이걸 보기 위해 나는 그 애를 쓰며 이곳에 왔던 것이다. 드디어 게르니카 벽화를 내 두 눈으로 보게 됐다.

- 스페인 내전 당시 파괴되었던 게르니카대성당은 복구가 됐다. 그런데 복구를 해서 그런지 상단부와 하단부의 돌색깔이 차이가 났다.

 

 

 

* 게르니카대성당

 

 

 

* 게르니카대성당: 스페인 내전 이후로 복원됐다.

 

 

 

- 대성당 위쪽에 있는 parque de los pueblos de Europa 공원이 좋았다. 느긋하게 걷기 좋아 크게 두 번이나 돌았다.

- 게르니카 탐방을 마치고 다시 빌바오로 돌아왔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Bilbao Museoa)을 보기 위해 casco viejo에 하차한 후 구겐하임과 가까운 역으로 갈아탈 생각이었다. casco viejo에는 E1, E3, E4, FCC, L3 등등... 많은 노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다. 그런데 환승이 안된다는 것이다. 뭐 이런게 다 있냐! 1.7유로니까 그냥 티켓을 끊을까 하다가 걸어가기로 했다. 강변길을 따라가면 구겐하임 미술관에 닿을 수 있으니까...

- 강변길 걷기를 한 건 잘한 선택이었다. 네르비온강(rio Nervion) 주변이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드디어 구겐하임 미술관에 도착했다. 왜 사람들이 구겐하임, 구겐하임 하는지 알겠더라. 그 규모에 앞도될 정도로 구겐하임은 웅장함을 자랑했다.

-이제 빌바오를 떠나 스페인 남부로 가야할 때이다. 기차를 탈까하다가 시간이 어정쩡하고, 비용도 비싸서 심야버스를 타고 마드리드공항에 있는 버스터미널(T4)로 이동했다. 이후 남부지방으로 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땅한 버스가 없어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가 Madrid-south터미널로 이동해야 했다. 노숙은 아니더라도 버스에서 밤을 지새웠다.

- 새벽 5시경에 프라도 미술관을 지나가는데 좀 묘한 생각이 들더라.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 빌바오 네르비온강

 

 

 

* 빌바오 야경: 크리스마스, 신년 시즌의 빌바오

 

 

 

* 구겐하임미술관

 

 

 

* 게르니카: 스페인 내전 당시의 모습을 담은 전시물들.

 

 

 

* Large figure in a shelter: 거대 대피소라는 명칭의 작품. 게르니카와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대성당 인근에 있는 parque de los pueblos de Europa 공원에 있다. free palestine!

 

 

 

 

 

* 오비에도 대성당의 야경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오비에도대성당: 크리스마스, 새해 시즌

 

 

 

 

* 2023년 12월 26일 화요일: 13일차 / 안개

- 3일간의 carrion de los condes의 espiritu santo 알베르게 생활을 정리하고 이제 레온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레온행 버스는 마을 초입에 있는 바르 앞에서 탄다. 16유로인데 바르 사장님이 티켓을 판매하면서 프린트까지 해주셨다.

- 약 1시간 40분을 달려 레온(Leon)에 도착했다. 레온은 스페인어로 사자를 뜻하는 도시다. 영어로 사자가 Lion이니 얼추 비슷해보인다. 레온은 산티아고 순례길 상에서 가장 큰 도시로 도심 한 가운데에 있는 레온 대성당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곳이다.

- 이렇게 멋진 레온이지만 이미 두 번이나 방문을 했던터라 터미널에서 바로 오비에도(Oviedo)행 버스 티켓을 구매했다. 레온에서 오비에도가 가까워서 그런지 버스비가 약 9유로가 나왔다. 카리온과 레온 사이의 버스비보다 훨씬 더 저렴했다.

- 언제나처럼 버스에서 열심히 졸았다. 그렇게 졸다가 눈을 떴는데 눈이 휘둥그래졌다. 주위 풍광이 너무나 이색적이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북부의 산악 구간이 빼어난 절경을 자랑한다는데 그 말이 딱이었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이 얼핏 강원도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가볼 생각이다.

- 오비에도 대성당 일대를 둘러보다보니 밤이 되었다. 호스텔을 가려고 했는데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알베르게를 찾아갔다. 오비에도에는 오리지널 순례길과 북쪽길을 걸을 수 있다. 오비에도 알베르게는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길을 돌고돌아 겨우 알베르게를 찾아 체크인을 했다. 가격은 7.5유로였다. 아주 저렴했다. 하지만 냄새가...ㅋ

 

 

 

 

* 수도교 기둥(Acueducto de los Pilares): 물을 공급하는 수도교. 지금은 일부 교각만 남아 있다. 수도교로 가장 유명한 곳은 세고비아 수도교다.

 

 

 

* 알폰소2세: 오비에도 대성당 앞에 동상이 있다.

 

 

 

 

 

 

* 2023년 12월 27일 수요일: 14일차 / 맑음

- 오비에도 알베르게를 빠져나와 오비에도 대성당으로 갔다. 어제는 야경을 찍었으니 이제 밝은 시간의 광경을 담을 생각이었다. 대성당 정식 입장전이었지만 문이 열려있어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그러는 와중에 성당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 직원이 나를 불렀다. 공짜로 성당 박물관 티켓을 끊어준 것이다. 가격이 약 8유로였는데... 값을 지불하고 입장할 생각이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어서 이렇게 생일 선물을 받는 걸까? 하여간 고마운 일이었다.

- 오비에도 성당박물관은 알폰소 2세때 모은 문화재를 간직한 곳으로 전시물 중에는 예수님의 혈흔이 묻어있는 성의도 있다. 이렇게 귀한 문화재들은 원래 스페인 중부에 있는 톨레도에 있던 것들이다.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에 의해 이베리아반도가 침략당했을 때 톨레도에서 오비에도로 옮긴 것이다. 무어인들이 이베리아반도를 거의 다 장악했지만 북부 지방만큼은 침략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이베리아인들은 북부 산악지대에 아스투리아스 왕국을 세웠다. 그 아스투이라스 왕국의 수도가 바로 오비에도였던 것이다.

- 오비에도 대성당 앞에는 순례길 표식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camino del norte(북쪽길)이고, 다른 하나는 camino primitivo(오리지널길)다. 스페인어로 primitivo는 최초, 시작, 원래를 뜻한다.

- 오리지널길인 camino primitivo는 알폰소2세가 최초로 산티아고콤포스텔라로 성지 순례를 떠났을 때 이용한 루트다. 한마디로 알폰소2세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첫번째 순례자였다. 스페인인들은 국토회복전쟁을 벌였고, 그에 따라 국경선도 변하게 된다. 순례길도 변화를 겪게 된다.

- 그 두 개의 표식은 오비에도 대성당 앞 알폰소 2세 동상 부근에 자리잡고 있다.

- 이후 영화배우이자 감독이었던 우디 알렌 동상을 보러갔다. 우디알렌 동상 말고도 오비에도에는 동상들이 꽤 많았다. 도시 전체가 큰 외부 조형물 전시관 같았다.

- 탐방을 마치고 버스터미널로 가기 전에 잠깐 오비에도 대학 건물에 들어섰다. 처음에 그곳이 대학 건물인지도 몰랐다. 그저 외형이 근사해서 들어갔던 것이다. 규모있는 옛 건축물이라서 그런지 회랑이 있었는데 그 회랑의 기둥들을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기둥에 흉한 자국들이 많이 있었던 것이다.

- 얼핏봤을 때는 석재가 석회석이라 석회석은 흉하게 풍화가 되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총탄 자국이었다. 의문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이들어 건물 안내센터에 물어봤다. 안되는 영어로... 하지만 그 안내데스트 언냐도 영어가 안 됐다. 대학 건물을 나와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 관광안내센터가 있어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봤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청년이 이 자국은 스페인 내전 당시의 총격전 때문에 생긴 것들이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그렇지!

- 이후 산탄데르로 이동했다. 처음에는 빌바오까지 가려다 시간도 늦고, 대서양도 보고 싶은 생각에 산탄데르로 가기로 했다. 오비에도에서 산탄데르까지는 약 200km정도 떨어져있는데 버스로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산탄데르 터미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hostal liebana에 체크인했음. 이렇게 내 생일을 낯선 외국에서 보내게 됐다. 케잌 한조각도 못 먹었지만 무언가 분주하게 잘 보낸 거 같다. 이렇게 생일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가 않네~!^^

 

 

 

* 예수 성의: 예수의 혈흔이 남아있는 옷. 오비에도 대성당 박물관에 있음.

 

 

 

* 두개의 길에 대한 표식: camino primitivo(오리지널길)이냐 camino del norte(북쪽길)이냐. 북쪽길은 camino de la costa라고도 한다.

 

 

 

 

* 오비에도대학교

 

 

 

 

* 총탄자국: 스페인 내전 당시, 오비에도도 전쟁의 참화를 벗어날 수 없었다.

 

 

 

 

* 총탄자국

 

 

 

* 우디알렌: 오비에도를 사랑했던 우디알렌. 우디알렌 동상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 수녀원 알베르게: 성탄절 이브에 미사를 함께 보고, 작은 파티를 함께 즐겼다. 저기서 한국말로 '징글벨'을 불렀다. 그렇게 부르는데 이 사람들이 따라 부르는 것이다. 징글벨이 한국 노래가 아니었나?ㅋ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Iglesia de Santa María del Camino 성당

 

 

 

 

* 2023년 12월 24일 일요일: 11일차 / 안개

- Carrion de los condes 알베르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루시아님은 여기서 약 30km 떨어진 Moratinos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난 여기서 Leon가는 버스를 탈 생각이었다.

- 새벽 시간이었다. 속이 매시꺼우면서 울렁거렸다. 위장약을 꺼내 먹고 누웠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없어 다시 소화제를 먹고 누웠다. 그래도 울렁거림은 여전했다. 화장실을 갔더니 구토 증상이 있어 크게 카~악을 했다.

- 솔직히 저녁에 뭐를 크게 잘못 먹은게 없었다. 아무래도 이번 순례길 걷기는 여기까지... 라는 하늘의 계시인거 같았다. 구토를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뱃속에서 가스가 빠져나오는 느낌이었다. 용트림 같은 카~악으로 뱃속이 편해지다니... 그것도 좀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용인가?ㅋ

- 새벽 6시 30분 경이었다. 루시아님은 Moratinos를 가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고 있었다. 루시아님과 더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제 난 스페인 버스 여행을 해야 한다.

- Carrion de los condes 도착했을 때 분명 레온(Leon) 가는 버스가 있다는 걸 봤다. 그런데 이날은 없는 것이다. 일주일 내내 배차가 있는게 아니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있는 거다. 더군다나 이날이 성탄절 전날이 아닌가! 당연히 버스가 없는 것이다. 알고보니 버스는 26일 화요일에 있다고 했다.

- 별 수 없었다. 나아갈 수도 없고, 그냥 수녀원 알베르게에 머무를 수밖에... 성탄절 주간을 이곳 수녀원 알베르게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오후 8시에 인근 성당에서 성탄 미사가 있어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참가를 했다. 사찰만큼이나 성당에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 미사가 끝난 후에 알베르게에서 수녀님들이 작은 파티를 열어주셨다. 수녀님들이 '코리안 캐롤'을 부르라고 해서 '징글벨'을 한국말로 불렀다. 어쨌든 함께 박수를 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수녀님이 따라주신 샴페인도 맛났다.

- 이렇게 타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서로 격려해주고, 보듬어주고... 각박한 우리 삶에 한 박자 쉼표같은 것들이 있기에 우리는 미소를 잃지 않는 것이다.

 

 

 

* Iglesia de Santa María del Camino 성당의 내부

 

 

 

 

 

* 2023년 12월 25일 월요일: 12일차 / 안개

- 크리스마스 당일이라 레온 가는 버스가 없었다. 그래도 바르(bar)는 열렸다. 성탄절에 바르가 열려 무척 고마웠음.

- 크리스마스였음에도 순례자들은 계속 Carrion de los condes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 중에서 커피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청년이 있었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하다 '칼디커피'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그 청년은 고향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 프랑스 리옹 출신 순례자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요리사란다. 이 요리사 순례자가 만들어준 파스타를 맛있게 먹었다. 알베르게에서 프랑스 출신 셰프가 해주는 요리를 먹다니! 이 알베르게에서는 좋은 일들만 계속 일어났다.

- 나를 제외하고 총 5명의 순례객이 있었는데 이들은 프랑스 4명, 스위스 1명이었다. 이들이 한국인 순례객을 좀 꺼려한다는 말을 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난 한국인들을 변호했다. 영어나 스페인어가 안 되니 그런 거다.

 

 

 

* 프랑스 아재: 순례길 마니아인 그의 크레덴셜. 이 프랑스 아재는 순례길만 수십 차례 완주했을 정도로 순례길 마니아였다.

 

 

 

* 셰프: 프랑스 리옹 출신 셰프. 세프가 해주는 요리라서 그런지 맛이 달랐다. 싹싹~ 긁어먹었다.

 

 

 

 

 

 

 

* 순례길 표식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안개낀 순례길: 메세타평원 구간은 안개가 자주 낀다.

 

 

 

 

 

* 2023년 12월 22일 금요일: 9일차 / 안개

- 이날의 목적지는 프로미스타(Fromista)로 약 26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아침부터 안개가 너무 짙게 끼였다. Castrojeriz를 벗어나 언덕돌탑으로 올라갔을 때도 주위가 다 안개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메세타 평원의 풍광이 무척 인상적이고, 광활한데... 그걸 이번에는 못 보고 간다.

-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공립 알베르게도 문을 닫을 정도였다. 그래서 같은 순례자인 루시아님은 틈만나면 알베르게 검색을 했다. 걷는 것도 버거운데 알베르게 오픈 여부를 계속 체크한다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어쨌든 부지런한 루시아님 덕분에 프로미스타에 있는 betania 알베르게에 손쉽게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 betania 알베르게는 가정집을 개조한 사설 알베르게로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곳은 2019년 때에도 묵은 적이 있었다.

 

 

* 안개와 나무

 

 

 

*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10일차 / 맑음

- 계속 언급한 것처럼 겨울 카미노는 알베르게 잡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꾸준히 알베르게 업데이트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계속 그 작업을 루시아님이 해주셨다. 길을 걷는 것도 어려운데 객식구(?)의 예약일까지 도맡은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한결 수월하게 순례길을 걸을 수 있었다.

- 이날은 Calzadilla de la cueza까지 가려고 했다. 프로미스타에서 Calzadilla de la cueza까지는 약 35km 정도인데 이렇게 이 구간을 치고 가면 이후 일정이 손쉽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나를 제외한 다른 순례자들의 일정이다. 난 프로미스타 이후로는 보너스 개념이기 때문이다.

- 사정이 생겨 카리온(Carrion de los condes)까지만 가기로 했다. 원래 가기로 했던 곳의 숙소가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결국 카리온까지만 갔는데 프로미스타에서 카리온까지는 약 18km 정도 떨어져 있다. 오전 내내 거의 안 쉬고 왔는데 중간에 바르가 다 문을 닫은 것이다. 성탄절 주간은 알베르게는커녕 바르도 문 여는 곳이 많지 않다.

- 전에 왔을 때도 느꼈지만 프로미스타 - 카리온 구간은 재미가 없다. 차도 옆에 길을 걸어서 그렇다. 차 소리도 별로고, 매연도 싫다. 그래서 이 구간은 사진도 별로 안 찍고 열심히 걷기만 했다.

- 카리온(Carrion de los condes)에 있는 espiritu santo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음. 이곳 espiritu santo 알베르게는 수녀원에서 운영을 하는데 전에도 2번이나 와서 숙박을 했음. 지금이 3번째인데 3번 모두 좋았음. 시설도 좋고, 관리하시는 분도 좋고... 모든게 다 만족스러웠음. 원래 일정대로 가지는 못했지만 이 수녀원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할 수 있어서 아쉬움을 좀 덜어낼 수 있었음.

- 광장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음. 이후 루시아님과 함께 맛있는 식사를 했음.

 

 

* 카리온(Carrion de los condes)

 

 

 

* 프로미스타(Fromista) 가는길

 

 

 

 

* 프로미스타(From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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