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서야 문화관광부에서 도보여행길에 대한 본격적인 정비에 나서나 봅니다. 하지만 너무 뒤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금의 도보여행길의 중복투자 및 혼선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중앙정부가 중심이 되어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했는데 오히려 그릇된 경쟁에 불을 지폈으니까요!

 

그나저나 이렇게 정리되는 기조 때문에 건실한 도보여행길조차 도매금으로 넘겨지는 건 아닌지 모를 일입니다. 유행을 타듯, 행정력이 도보여행길 개설에 몰려다녔던 모습은 정말 촌극 중에 촌극이었죠!

 

 

 

 

 

 

 

 

 

========================================================================================================================================

 

 

 

 

'길 하나에 이름 두개'..전국 도보여행길 중복 명칭 '수두룩'(종합)

 

최종수정 2013.07.11 06:50기사입력 2013.07.10 10:58

 

 

 

 

 

사회문화부이규성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걷기 열풍에 편승, 정부 부처 및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도보여행길(일명 '올레길') 조성에 나서 예산 중복 및 이용자 혼란, 정보 미흡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심지어는 같은 길을 두고 조성 주체에 따라 다른 이름을 쓰는가 하면 기본적인 여행 정보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수두룩한 상태다.

이에 정부도 도보여행길 신규 지정 중단 등 관련 정책 공유 및 협업 등을 위한 중앙부처 협의회 개최 및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하는 등 개선, 보완을 서두르고 있지만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10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따르면 전국 도보여행길(조성중인 사업 포함)은 총 595개, 단위 코스 1689개, 총 길이 1만767km에 달한다. 이 중 조성 주체별로 ▲ 중앙부처 390개, 1만246km ▲ 지자체 196개, 6559km ▲ 민간 및 기타 9개, 866km이다.

현재 도보여행길 조성사업에 ▲ 국토교통부(52개) '녹색경관길' ▲ 안전행정부(125개) '우리마을 녹색길' ▲ 문체부(48개) '문화생태탐방로' ▲ 환경부(55개) '국가생태탐방로' ▲ 산림청(58) '산림문화체험길' ▲ 해양수산부(52개) '해안누리길' 등 6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부처가 경쟁적으로 도보여행길을 조성함에 따라 예산 중복, 관리 주체 혼선, 사후 운영 미흡 등의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도보여행길 일부 구간의 경우 조성 주체의 따라 같은 노선에 명칭이 중복 사용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같은 구간 내에서 명칭 중복 사용된 구간으로 ▲ 부산 도보여행길의 경우 해파랑길과 갈맷길이 사용중인 것을 비롯, ▲ 울산-해파랑길, 솔마루길 ▲ 강원 고성- 해파랑길, 산소길 ▲ 충남 부여 -사비길, 백마강길 ▲ 전북 군산- 구불길, 생태문화탐방로 등이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같은 길을 두고, 사업 주체별로 세개의 명칭을 쓰는 곳도 있다. 경기 양평 '두물머리길'은 물소리길, 물레길 등으로 문체부, 국토부, 지자체가 각기 다른 이름을 쓰고 있다.

중복 구간은 전체 구간 중 500km 정도로 도보여행길의 3%에 이른다. 그 중에서 동해안 도보여행길인 해파랑길은 부산지역에서 해파랑길과 갈맷길로 중복되기도 하고 강릉 일부 구간에서는 '해파랑길', 관동팔경 녹색관광길, 강릉바우길' 등으로 명칭이 붙어 있다. 이런 구간들은 관리 주체마저 불명확해 조속한 정리가 요구되는 구간들이다.

이같은 문제는 전국여행길 조성사업 초기부터 예정됐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강원 고성에서 부산에 이르는 동해안 도보여행길은 안행부 예산 1200억원을 포함, 5개 부처가 2500억원 이상 투입하기도 했다.

반대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길 중에는 다른 노선에 해파랑길, 산소길, 삼남길, 갈맷길 등 같은 이름이 중복 사용돼 이용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내부 부서간 소통 부재로 관할 지역 내 도보여행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이용자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도보여행자 살인사건으로 사회문제가 됐던 제주 올레길의 경우 여행자가 요청할 경우 경찰서에서 GPS가 정착된 위험 송신기를 제공하고, SOS 기능을 탑재한 두발로 앱이 운영중이나 기타 여행길에는 안전관리시스템이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치안 및 안전대책도 절실한 형편이다. 이 외에도 안내 표지판 부족, 표기 오류 등 사후 관리 부실도 곳곳에 노출된 상태다.

현재 도보여행길 정보망이 갖춰져 있는 것은 150여 개에 불과하다. 안행부가 조성한 일부 도보여행길은 부처 홈페이지에서도 기본 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나마 지자체 사이트에 정보가 있기는 하나 이용이 불편하다는 하소연이 넘친다.

각종 관리 문제가 노출된 것과 관련, 사후 예산 중복 투입 및 안전체계 수립 등을 총괄 관리할 컨트롤 타워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에 도보여행 전문가들은 "도보여행길 운영 및 관리 효율화를 위해 지역 주민 등 민간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며 "정보망 구축, 관리 주체 재정비 등 보완작업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도보여행길 조성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여행길 기본 계획 및 시행계획 수립, 실태조사, 관리대상 지정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문체부는 오는 9월까지 '전국도보여행길' 종합정보망을 구축하고 모바일 앱 서비스 '두발로 3.0' 보완하기로 했다. 또한 중복 구간 안내체계 및 안전·편의시설을 재정할 예정이다. 또한 국회에 계류중인 '걷는 길 조성 관리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입법화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규성 기자 peace@

 

 

 

==========================================================================================================

 

 

 

 

 

전국 도보여행길 1만7671㎞...정부, 체계적 관리

9월까지 전국 종합안내망 구축-이정표 등 안내체계 보완

 

기사입력 [2013-07-10 15:45] , 기사수정 [2013-07-10 15:45]

양승진 기자 기사더보기

 

 

정부가 전국의 1만7671km에 달하는 도보 여행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사진은 영주 00길.

 

 

아시아투데이 양승진 기자 =
정부가 전국의 1만7671㎞에 달하는 도보여행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는 10일 도보여행이 단순한 열풍을 넘어 지속 가능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해 9월까지 전국 도보여행길 종합안내망(Korea trails)을 구축하고 이정표 등 안내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부는 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걷는 길 조성 관리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문화부는 최근 관련 부처, 지자체와 함께 전국에 조성된 도보여행길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독립된 이름을 가진 길의 수가 595개에 달했고, 도보여행을 위한 단위코스는 1689개, 총 길이는 1만7671km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별 도보 여행길 현황(단위= 개소수, km)

 


문화부 관계자는 “길을 조성한 중앙부처의 사업명에 따라 동일 노선에 여러 개의 명칭이 사용되는가 하면, 지자체가 조성한 길 중에는 다른 노선에 같은 이름이 중복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이용자의 불편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아 관리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부처와 단체 간 소통을 확대하고 도보 여행길에 대한 사후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ysyang@asiatoday.co.kr


 

 

 

 

▲ 삼남길 장군봉이라는 곳이다. 작은 산이지만 그 곳에 올라서면 평야와 산들이 어우러진 강진군 일대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사진에서 나타나듯 장군봉에서 바라다보는 남도 일대는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사진에 등장한 분들은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과 장덕진 팀장이다.

 

 

 

 

 

당신이 걷기 좋았던 그 길, 누군가에겐 골병의 길

7일 동안 90km 걸으며 삼남길 보수작업 여행기___2편

 

 

 

 

 

# 공구가방을 둘러메고 보수작업에 나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개척이 아닌 보수공사를 하러갔다. 이미 개척이 완료된 구간의 설비들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자의 임무였다. 보수작업은 개척작업과 상당히 유사하다. 그래서 개척작업과 보수작업을 이란성 쌍둥이로 표현할 수도 있다.

도보여행 코스는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지·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어야 하는데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는 한 번쯤 전수 조사를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안내판 재정비 같은 작업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훼손된 방향표지판을 새로 교체해 주고, 수풀이 우거진 곳은 낫으로 통행로를 확보하는 작업을 했다. 그래서 지니고 움직여야 할 장구들도 한가득이었다. 방향지시판, 스티커, 리본, 전동드릴, 실리콘총 등등…. 이렇게 가지고 다녀야 할 공구들이 많으니 작업팀들은 허리에 공구가방을 둘러야 했다. 군대에서 쓰는 탄띠를 응용해서 만든 가방이었다. 그 많은 장비들을 공구가방에 담았더니 허리가 축 처지는 느낌이었다. 

보수작업의 첫 시작점은 해남 땅끝 마을이었다. 삼남길의 시작점이 땅끝 마을이기 때문이다. 보수작업은 할 만했다. 필자도 트래킹 코스를 직접 개척한 경험도 있었고, 개별적으로 삼남길을 여행한 적도 있었다. 더군다나 필자는 아웃도어 여행가가 아닌가!

'그냥 산보 하듯이 살랑살랑 걷다가 맛있게 남도 음식으로 배를 채워야겠군. 푸하핫, 간만에 일주일 동안 포식하겠군!'

 

 

 

 

 

▲ 화장실에 붙여진 삼남길 스티커: 녹색이 서울 방면이고 빨간색이 해남 방면이다. 사단법인이 돈이 없는 관계로 값비싼 방향표지판 대신 스티커를 붙여야 했다. 한편 저 화장실은 스티커를 붙이는데는 제격이었지만 볼 일을 보기에는 꽝이었다. 무척 지저분 했기 때문이다. 아마 화장실 귀신도 도망갔을지 모른다.

 너무 지저분해서.

 

 

 

 

 

도보여행 길 보수 작업의 핵심은 올바른 표지판 설치에 있다. 단방향 길처럼 중간에 진·출입이 없는 곳이면 표지판 설치에 드는 수고가 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남길은 그렇게 단순한 길이 아니다. 바다와 만나고, 산을 둘러가고, 농로를 질러가고, 강을 건너는 길이 바로 삼남길이기 때문이다. 해안길만 타고 가는 길이야 그냥 바다를 기준 삼아 계속 나아갈 수 있지만 삼남길은 그렇게 단순하게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말이다.

혹자는 '그렇게 단순한 길이 아니면, 국립공원 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나무 푯대 같은 것을 갈림길 곳곳에 세워두면 되지 않냐'고 의문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삼남길 개척을 주관하는 손성일 대장의 고심이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돈이 문제지. 나무 푯대 하나 설치하는데 인건비 포함해서 100만 원 정도 든다는데 그 비용이면…. 아휴."

 

 

 

 

 

▲ 점재 삼나무 숲길: 삼남길 6코스는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지나 점재를 넘는다. 1970년대 포장도로가 들어서기 전까지 백련사가 있는 만덕산 산 아래 주민들은 점재를 넘어 강진 읍내로 왕래했다고 한다. 포장도로 개설 이후 사람들이 자동차만 타고 다니니, 자연스럽게 산길은 사라졌다고 한다. 그러다 삼남길 개척으로 옛길이 다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아마 다산 정약용 선생도 저 점재를 넘어 강진 읍내로 왕래를 하셨을 것 같다.

저렇게 시원스럽게 뻗은 늠름한 삼나무에 감탄을 하시면서.

 

 

 

 

 

#'초' 저비용으로 개척되고 있는 삼남길

그렇게 손성일 대장이 한탄을 할 만했다. 오죽했으면 고급(?) 인력인 필자까지 자원봉사로 삼남길 보수공사에 참여를 했겠는가. 그렇다. 역시 돈이 문제였다. 사단법인이 비영리단체이다 보니 항상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헝그리 정신'은 삼남길 개척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전남구간 228km 개통에 3억 원 남짓한 비용밖에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km당 1억 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됐던 다른 도보여행 길들의 예산 집행과정과 삼남길의 개척비용을 일대일로 비교해보면, 그 '헝그리 정신'이 더욱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걷기여행의 열풍을 타고 각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개설했던 도보여행 길들에 적게는 수십 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 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삼남길은 확실히 저비용이라는 대단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한편 개발비용이 저렴하다는 말은 달리 말해 개척자들이 엄청난 '생고생'을 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랬다. 개척초기에 삼남길 개척단은 매일 같이 텐트 생활을 해야 했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했다. 돈이라고는 지인들이 모아준 후원금이 전부였다고 한다. 비용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개척단 한 사람 한 사람이 일당백이 되어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피로가 가중됐고, 황소도 때려잡게 생긴 사람도 몸살을 앓고 '픽픽' 쓰러졌다고 한다.

 

 

 

 

*삼남길 작업: 삼남길 작업에 쓰인 리본

 

 

 

 

#'이거 도망가야 하나?', 야반도주를 생각하게 됐다

문제는 필자도 그렇게 '픽픽'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작업 3일째가 되자 출발 전에 품었던 느긋함은 싹 다 사라졌다. 작업 장구를 지니고 하루 평균 15km 이상의 거리를 속보를 통해 이동을 하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피지컬을 염두에 두고 이동하는 일반적인 도보여행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균형이 깨졌던 것이다. 자신만의 페이스라는 게 있다. 아웃도어 여행을 하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한 번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적지까지 잘게 썰어서 도착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두 가지를 절충해서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삼남길 보수 작업에서는 그런 통상적인 페이스 조절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왜? 말 그대로 작업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작업지점에 멈춰 서서 작업을 하고, 또 이동하다 작업하고. 그렇게 불규칙적으로 이동과 작업이 반복됐다. 그 와중에 수많은 돌발 변수들이 발생했다. 예전에 설치했던 표식들이 사라졌거나 길 자체가 훼손된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새롭게 코스를 재정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유지를 통과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땅 주인이 철문을 새로 달아 놓으면 그 길은 더 이상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중엔 국도가 4차선으로 확·포장 되어서 기존의 트래킹 코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곳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필자만의 페이스를 발휘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균형도 깨졌다. 일반적인 도보여행보다 피로도가 2~3배는 더한 것 같았다. 작업 당시 남도는 봄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었지만 내 몸에는 한기가 스며들었다. 그리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식은땀이었다.

숙소로 돌아왔을 때는 온 삭신이 다 녹아나는 느낌이었다. 파스로 버틸 수위를 넘어선 것이다. 야반도주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 내 마음을 간파했는지 손성일 대장이 몸살약을 건네며 이런 말을 했다. 

"정말 만만치가 않지…. 이 일 하다 여럿 도망갔어."

 

 

 

 

 

 

 

▲ 공구가방을 두른 필자 사진 왼쪽이 손성일 대장이고, 오른쪽이 필자다. 허리에 공구가방을 두르고 작업을 하고 있다.

계속된 작업에 지쳐서 그랬는지 뒷모습이 좀 '거시기'하다. 공구가방이 축 처져있다. 자켓에 달린 모자도 지퍼가 좀 풀려있다. 뒤에 있는 산은 영암 월출산이다.

 

 

 

 

 

# 약속은 지켜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도망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배신자도 되고 싶지 않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전 일정을 다 참가한다는 애초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 달릴 때까지 달려보는 거야. 중간에 그만 둘 수는 없잖아!'

오기 때문인지, 몸살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여곡절 끝에 필자는 전 일정을 다 소화 할 수 있었다. 무척 고단한 작업이었고 체력적으로도 힘겨웠지만 전 일정이 무사히 완료됐다. 멤버들도 모두 무탈하게 귀가 했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7일 동안 90km 정도를 이동했던 것 같다. 100km에는 못 미쳤다. 오전 작업만 한 적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래도 단기간 내에 참 많이 걸었던 셈이다.

새삼스럽게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지 말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했던 여행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체력적으로 충만하다고 해도 아웃도어 현장에서는 돌발 변수라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피로는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아웃도어를 하다가 골병이 들면 안 되지 않나?

도보여행 객들을 위해 좋은 길을 만드시는 분들의 노고도 새삼스럽게 되새겨 보았다. 가장 걷기 좋게, 가장 친환경적으로 트래킹 코스를 만들기 위해서, 그들은 숱한 몸살과 골병들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런 개척자들의 피땀 어린 노고가 있었기에 도보꾼들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을 것이다.

 

 

▲ 삼남길 8코스 태평양 다원 여기서 조금만 더가면 유명한 월남사지 3층 석탑을 만날 수 있다.

 

 

 

 

▲ 강진 태평양 다원 삼남길 전남구간 8코스에 있는 태평양 다원. 멀리 보이는 산이 월출산이다.

월출산을 병풍 삼아 펼쳐진 강진의 녹차밭은 보성 녹차밭과는 또다른 멋이 있었다.

 

 

 

 

 

▲ 해남의 갈대밭 삼남길 3코스는 해안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삼남길은 바다를 만나고, 산을 둘러가고, 강을 넘는 길이다. 멀리 보이는 섬은 완도다.

 

 

 

 

 

당신이 걷기 좋았던 그 길, 누군가에겐 골병의 길

7일 동안 90km 걸으며 삼남길 보수작업 여행기____1편

 

 

 

일주일 동안 100km를, 도보를 통해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필자는 개의치 않았다. 차라리 느긋해 있었다. 물론 자동차가 아닌 도보를 통해 100km를 이동해야 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내가 할 일은 길의 보수·정비였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걷는 일반적인 도보여행이 아니었다. 각종 장구들을 지니고 주요 지점에 멈춰 서서 길을 정비하는 일을 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도 필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 필자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여행가이기 때문이다. 5600km라는 무동력 여행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 100km 정도는 그리 큰 숫자로 보이지 않았다.

'하핫, 까짓것 파스 좀 바르면 거뜬하게 버틸 수 있겠군. 오랜만에 남도여행이나 재밌게 해보는 거야!'

지난 2월 21일. 필자는 그런 느긋한 생각을 품고 해남 땅끝 마을로 향하는 승합차에 탑승했다. 승합차 뒤편에는 전동드릴, 실리콘 총, 리본, 스티커 등등…. 각종 작업 장구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곽 작가, 오랜만이야. 자원봉사 고마워. 그런데 이번 삼남길 보수작업 만만치 않을 거야."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이었다.

"무슨 말씀을.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전문가 아닙니까?"

 

 

 

* 삼남길 보수작업: 보수작업에 쓰여던 각종 공구와 도구들.

 

 

 

 

 

 # 서울에서 해남 땅끝까지, 삼남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랬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할 여행기는 삼남길 전남 구간 보수·정비에 대한 이야기다.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 삼남길에 대해서 소개해본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듯이 한국에도 삼남길이 있다. 서울에서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걷기 편한 트레일(trail:오솔길) 코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장장 700km가 넘는 도보여행길이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에 의해서 개척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현재의 삼남길 개척은 조선시대 십대대로 중에 하나였던 삼남대로를 계승한다는 역사적인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곡창지대였던 삼남(전라, 경상, 충청)이 조선왕조 물산(物産)의 중심축 역할을 했듯, 한양에서 호남지역으로 향했던 삼남대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길을 따라 수많은 관헌들이 말을 달렸고, 그 길을 따라 수많은 보부상단과 남사당패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또한 수많은 수레들이 힘 좋은 황소들에 이끌려 그 길에 바퀴자국을 냈다. 
 
그 길에서는 희망과 참담함이 서로 교차되기도 했다. 호남과 충청지역 자제들이 청운의 꿈을 품고 과거를 보러 갔던 길이 삼남대로였고, 중앙권력에서 밀려난 선비들이 고향 산천을 그리워하며 귀양길을 떠나야 했던 길도 삼남대로였기 때문이다. 정약용·정약전 형제가 귀양길을 올랐던 곳도 삼남대로였고, 추사 김정희가 유배지인 제주도로 향할 때 걸었던 길도 삼남대로였다. 이렇듯 옛 삼남대로를 계승하는 삼남길은 단순히 국토종단 도보여행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역사적인 길이 오늘날 느림의 미학과 결부되어 행복과 치유의 도구로 거듭나게 되었다는 의미도 있다. 삼남길은 현재 전남구간(해남~장성) 14코스 228km가 개통되어 있고, 올해 5월에는 경기도 구간이 개통될 예정이다. 아직 충남과 전북지역은 미개통 상태로 남아 있다.

 

 

 

 

▲ 삼남길 보수작업의 작업팀 맨 왼쪽은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이다. 나머지 두 분은 보수작업을 위해서 자원봉사를 하시러 왔다.

두 분 다 정말 대단한 분들이었다. 도보여행에 대한 애착과 경력은 이미 전문가급을 넘어서고 있었다.

 

 

 

 

 

 #매연을 먹으면서 '힐링'을 할 수 있는가?

한편 현재 개척되고 있는 삼남길이 조선시대에 발간된 지도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필자는 이런 주장이 좀 우려스럽다. 삼남길에 대해서 기계적인 접근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복사기로 복사하듯 옛날 길을 복원하라는 건 현실적인 상황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라고 판단된다.

지난 100년 동안 우리는 교통혁명을 겪었다. 인력과 축력, 즉 무동력 시대에서 동력기관으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타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교통혁명은 시간에 대한 개념도 바꾸어 놓았다. 무동력 시대에는 해남에서 한양까지 30일이었지만 지금은 고속도로로 5시간이다. 현재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이 해남으로 출장을 가면 1박 2일이 걸리지만 조선시대 관헌은 왕복하는데 족히 2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교통혁명은 옛 삼남대로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흙길이었던 곳에 신작로가 닦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신작로가 지금은 국도나 고속도로로 변한 곳도 있다. 군부대가 들어선 곳도 있다.

옛 삼남대로를 기계적으로 복원하면,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바퀴 열 개짜리 24톤 트레일러와 함께 길을 걸어야 할지 모른다. 군부대 연병장을 가로질러 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길은 걸을 필요가 없다. 매연을 먹으면서 '힐링'하려고? 소음을 들으면서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려고?

 

 

 

 

 

▲ 삼남길 삼남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남도의 정취에 물들게 된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지는 풍광이 삼남길 곳곳에 즐비해 있다.

 

 

 

 

 

       * 2코스 숲 : 2코스가 끝날 무렵 저렇게 울창한 숲을 만날 수 있다.

나도 관악산을 많이 다녔는데 이런 나무 숲은 처음이었다.

 

 

 



 

* 손성일 대장님과 아도행 회원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아름다운 도보여행 회원분들과 함께한 관악산 둘레길 걷기>

 

 

 

일시: 2012년 5월 16일 수요일

장소: 관악산 둘레길 1~2코스

소요시간: 약 4시간 30분 정도( 식사시간, 휴식시간 포함)

인원: 손성일 대장님을 비롯한 아도행 회원님

기타: 날씨 맑음. 사진빨 잘 받는 날씨였음!

 

 


 

 

* 1코스를 걷고 있는 아도행 회원들: 1코스를 지나면 낙성대가 나온다.

 

 

 

 


 

단독으로 지리산에 가고, 단독으로 자전거 전국여행을 다녀오고, 단독으로 트레킹을 하고...

그러고보면 난 계속 단독으로만 아웃도어를 즐긴 것 같다. 왜 단독으로만 아웃도어를 하고 다녔냐는 상대방의 물음에 항상 머뭇거렸었다. 특별히 모범 답안 같은 것도 없을 뿐더러, 괜히 '친구도 없는 왕따라서 혼자 다녀요!'라고 실토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ㅋ

 

내가 아도행을 알게되고 관심있게 지켜본 계기는 2010년도에 있었던 삼남길 개척단 때문이었다. 난 삼남길 개척단 1기였고 거기서 손성일 대장을 처음 만났는데 손대장님이 개척단들에게 아도행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나야 등산, 자전거, 트레킹을 골고루 하는 짬뽕 아웃도어 맨이지만 한편에서는 항상 이런 생각들이 맴돌았다.

 

'아웃도어의 종착점은 어딜까? 결국 그많은 아웃도어 마니아들은 다 어디로 회귀를 할까?'

 

 



 

 * 1코스: 1코스를 누비는 아도행 회원들 

 

 

 


 

내가 내린 답은 도보, 즉 걷기였다. 결국에는 도보로 돌아올 거라는 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난 작년에 재밌는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7월 경이었는데, 당시 난 제2차 자전거 국토종단 여행중이었다.


전북 진안을 지나고 있었는데 제주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걷기 국토종단을 나선 어떤 분을 만난 것이다. 나처럼 단독여행자였는데 그 분은 나를 무자게 부러워하더라~ 20kg짜리 배낭을 메고 이동을 한 것 자체가 고역이라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내가 무척 부러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어쩌나? 난 그 도보여행자 분이 정말 부러웠는데. 무동력(No-moter)여행 중에서 가장 최고봉은 아무래도 걷기가 아닐까 한다. 자전거여행도 만만치 않게 힘들긴 하지만 도보여행자 앞에서는 그저 고개가 숙여질 수밖에...

 

잠깐! 그럼 당시, 나와 그 도보여행자는 서로서로를 부러워 한 셈인가? ㅋ

 

내 아웃도어는 차후에 도보여행으로 종결지어질 것 같다. 어차피 내가 그렇게 체력이 강한 편도 아니지 않은가. 분명 피지컬적인 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신체가 허락하는 한, 난 계속해서 아웃도어를 즐기고 싶은 만큼 도보여행이 가장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든다.

 

 



 

* 낙성대: 관악산 둘레길 덕분에 낙성대도 오랜만에 가봤다!

 

 

 

* 강감찬 장군상: 강감찬 장군의 기상이 느껴지는 동상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번 아도행 회원분들과의 관악산 둘레길 걷기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 나보다 훨씬 더 연배가 높으신 분들과 함께 걷기를 한 것도 참 오랜만에 일이었다. 역시 아름다운 길은 혼자 가는 것보다 여러명이서 함께 걷는 것이 더 좋다.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일행 모두가 동시에 감탄사를 외쳤을 때의 느낌이란!


축구에서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골을 넣었을 때,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는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할까나?




관악산은 서울 남부 지역의 대표적인 명산이지만 관악산에 둘레길이 개설됐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직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관악산 둘레길을 걷는 분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당시 우리가 이동했을 때가 주중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관악산 주 등산로를 이동하는 사람들과 비교를 해보면 확실히 적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홍보의 미흡함도 있겠고, 아직 전 구간이 다 개통되지 않은 점 등 미비점들이 있긴 하다.

 

 



 

* 2코스: 2코스 입구에는 장승들이 줄지어 서 있다. 2코스는 예전에는 무척 지저분했었다. 등산로도 정비가 안 됐고

쓰레기들도 많았는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저렇게 정비가 잘 된 길로 변했다.

 

 

 



 

또한 손 대장님이 지적을 한 것인데 둘레길이라고 하면, 높아봐야 5부 능선 사이에서 길이 개설되어야 하는데 애초에 관악산 둘레길은 7부 능선 이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구상됐다고 한다. 등산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5부든 7부든 상관은 없겠지만 아웃도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7부보다는 5부 이하에서 걷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래야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덜하지.

 

토르님도 1코스 시작지점이 급경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셨다. 하긴 내가 봐도 1코스의 시작점은 좀 경사도가 높긴 했다. 또한 협소하기도 하다. 그래서 팀으로 이동하는 분들은 따로 준비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어찌댔든 애초 기획안보다는 현재의 노선이 좀 더 걷기 편해졌다고 한다.

 

역시 관악산 둘레길도 등산하는 느낌을 준다. 단지 수직적인 개념이 아닌 수평적인 개념을 전해준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번 도보여행은 1~2코스만 행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1~3코스까지 통으로 한 번 다 걸어보고 싶다. 아카시 꽃이 만발한 관악산이 집근처에 있어서 참 좋다. 조만간 또 한 번 가봐야겠다.

 

 



 

 

*2코스: 장승들 사이를 걷고 있는 손 대장님

  

 

 

 

 

* 관악산 둘레길 지도: 관악산 메인 등산로 하고는 많이 차이가 난다.

'A코스',  'B코스'라는 표시는 내가 임의 편집하여 만든 것이다.

 

 


 

 

 *** 4년 전에 쓴 글인데... 이번에 블로그 정리하면서 다시 재정열, 갈무리 해봅니다.

 

 

 

 

 

 

 

 

 

 

 

 

 

 

 

 

 

 

 

 

 

삼남길 개척단 첫빠따 멤버, 나무드리의 후기 



들어가면서: 굉장히 오버한다고 욕을 먹을 수도 있는데, 저는 최근에 불고 있는 걷기 열풍을 보면서, ‘아, 이제 우리나라도 서서히 탈근대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흔히 학자들은 한국사회를 근대, 전근대, 포스트모던(탈근대)이 혼재되어 있다고들 하는데 포스트모던에 대한 징표들은 엘리트층에서만 통용되었다는 게 사실이었거든요. 그런 형이상학적 사상의 조류들을 일반 시민들이 피부로 체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해체 담론이니, 탈구조화니 하는 것들이 산행을 즐기는 일반 사람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런 골치 아픈 거 생각하느니 그 시간에 오징어 뜯어 먹는 게 훨씬 남는 장사지.

 

‘느림’을 기본으로 하는 걷기여행은 속도 경쟁을 우선시 하는 근대사회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게 개념입니다. ‘시간이 곧 돈이다’라는 개념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이런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빨리빨리를 외쳐도 살아남을까 말까인데, 뭐 느림? 걷기? 니가 배가 불렀구나?” 과거 성장우선주의 시대에서는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200km가 넘는 제주 올레길을 완주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올레길 투어가 가족단위 관광 상품으로 등장하는 요즘에는 그런 속도 경쟁적인 사고보다 동행과 보폭을 맞출 수 있는 더불어 숲과 같은 생각이 우리사회에도 확산된 게 사실입니다.

 

 

 

 

그만 그만! 제가 뻔한 이야기를 한다고요? 후기 쓰는데 서설이 왜 이렇게 기냐고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며칠 전 한겨레신문(2010년 10월 18일자 12면)을 보니 걷기 열풍을 타고 100여개 가량의 길이 개척되었다는 소식이 실려 있더군요. 또 앞으로도 더 개척될 예정이라고도 하고요. 이 기사를 읽고 있자니 우리가 개척한 삼남길은 걷기 열풍에 가장 정점에 위치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사에 소개된 길들은 개별 지역을 중심으로 개척되었다보니 해당 지역에 국한된 루트일 수밖에 없을 것 같더군요. 그쪽 안에는 촘촘한데 그쪽 밖에는 끊겼다고 해야 할까요? 개별지역의 걷기 길이 일반적인 의미의 산이라면 1000리 삼남길은 백두대간과 같이 큰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삼남길은 서울에서 해남까지 국토를 종단으로 연결하는 의미가 강한 것이죠.

 

 

 

선조들이 한양을 가기 위해 걸었던 옛 길. 그런 의미에서 삼남길 루트 개척단은 역사적인 길을 복원한다는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삼남길 루트 개척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뜻 깊은 족적을 남겼다고 자화자찬을 해도 괜찮을 겁니다.


 

 


참가인원: 한소절님, 정감독님, 마스코트님, 연경님, 무영님, 삼공빠님, 마루금님, 사이다님, 나무드리(나) + 손성일 대장님, 정 실장님, 김기동 주임님 그 외 스텝 분들



이동경로: 광주역 집결 후 버스로 해남 땅끝 관광지로 이동



해남 현지에서의 이동: (첫날) 땅끝 마을→송호 해수욕장

(둘째날) 송호해수욕장→영전


날짜: 2010년 10월 16~17일


 



개척활동: 12인 삼남길 루트 개척단은 활동은 단순히 길 걷기가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개척단’이었습니다. 안내자를 따라 길을 걷다가 중요 포인트에서 멈춰 서서 안내자의 설명을 듣는 통상적인 여정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걷기 코스로 생각하고 루트 개척단에 참가를 하셨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1기 멤버들이 주로했던 활동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1. 표지 리본 달기

2. 루트 나무판 달기

3. 방향 화살표 달기

4. 길에 스프레이로 화살표 표시하기

5. 낫 작업으로 보행로 잡풀 제거하기


위에 나열된 작업들을 손성일 대장님, 스텝 분들과 함께 진행해 나갔습니다. 이를테면 저는 같은 1기 멤버인 삼공빠님과 함께 스프레이 작업을 했는데 손 대장님이 주요 포인트를 찍어주시면 그 곳에 스프레이로 화살표 표식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편 스프레이 작업을 할 수 없는 구간, 즉 산림지대로 진입했을 때는 한소절님을 따라 낫으로 잡풀을 제거했습니다. 낫 작업은 벼베기를 할 정도의 큰 근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벌초 작업정도의 스킬만 있으면 되겠더군요. 한소절님은 백두대간을 세 번이나 완주하실 정도로 대단하신 분인데 그 때문인지 역시 필드에 강하시더군요. 덕분에 낫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답니다.

 

루트 나무판 설치는 개척단 일과 중에 가장 중점을 둔 작업이었습니다. 나무판 자체의 제작 단가가 비싸고, 수량도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중요 포인트라고 여겨지는 곳에서만 설치를 했답니다. 각 개인마다 3개의 나무판을 전달받아서 그 뒷면에 자신이 소망하는 글귀를 적었답니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지요. 저는 ‘행복한 길, 삼남길 걷기’ 이런 문구를 적어봤답니다. 아쉬운 것은 광주에서 해남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미리 나무판과 관련된 공지를 전달받았다면 더 멋진 문구를 생각했을텐데... 해남 현지에서 발대식 이후에 문구를 적으라고 하셔서 좀 어리둥절하게 적었답니다. 다음 기수부터는 좀 더 멋진 문구를 많이많이 적어주시길!

 

 

 

 

 


개선점: 이 부분은 16일 첫날 일정이 끝난 후 간담회 자리에서 마루금님과 다른 멤버분들이 날카롭게 지적하셔서 제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지만 제 나름대로 보충적인 의견을 개진해 보겠습니다.

 

저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도 동의를 하신 것 같은데, 사실 이번 1기 루트 개척단은 좀 정신없이 진행된 것이 사실입니다. 어쩌면 그런 혼동은 ‘첫빠따’인 1기의 숙명일 수밖에 없을 노릇이겠죠. 그런 초기 혼란 비용을 하루라도 빨리 틀어막는 게 손성일 대장님이나 코오롱 측에도 유익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나름대로의 개선점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참고로 이 부분은 다른 멤버들의 의견도 포함되어 있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1. 신속한 일정공지: 홈페이지 상의 공지가 너무 늦었을 뿐더러 개인 이메일 공지도 출발 하루 전날에 도착되었습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시정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2기는 10월 30일에 출발하오니 최소한 25일 정도에는 관련 공지가 공고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겠습니다.


2. 버스 이동시간 활용하기: 버스에서의 이동 시간은 참 소중한 시간인 것 같습니다. 광주역에서 해남까지 버스로 무려 2시간가량을 이동했는데 그 시간을 잘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에서 삼남길 관련 영상물이나 루트개척단의 작업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길게도 필요없이 15분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신 반복학습을 위하여 출발 직후에 한 번, 도착 즈음에 또 한 번 상영하면 더 좋겠네요.

아참, 앞서도 언급했듯이 버스에서 개척단에게 미리 나무판 실물을 보여주고 거기에 담을 문구도 한 번 생각해보라고 권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왕 문구를 남기는 거 좀 ‘뽀대나게’ 문구를 기재하면 좋잖아요!☺


3. 기장 선정 및 소집단 선정: 개척단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열성적인 분들이실 거라는 생각이 들기에 굳이 기장이 필요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기장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기장은 멤버들 중 가장 연령이 많은 분이 될 수도 있고, 가장 막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소집단을 꾸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스텝진에서 기계적으로 나누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해당 소집단이 바로 작업조로 변형될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4인 1개조 형식으로 하면 총 3개 팀이 나오겠네요. 그럼 해당 팀에게 임무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한 팀은 나무판 작업팀, 다른 한 팀은 스프레이 팀, 또 다른 팀은 낫 작업팀 등등...

표지 리본 작업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작업이니 모든 팀들의 공동 임무 사항으로 삼으면 될 듯 합니다.


 

 

 

 


4. 공구함 만들기: 루트 개척단이 단발성에 그치는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도 꼭 시정이 됐으면 좋을 듯싶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리본 작업 같은 경우는 가슴 앞쪽으로 맬 수 있는 투명 비닐팩 가방을 준비하여 거기에 리본들을 담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장시간 리본들을 들고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투명 비닐 팩에는 니퍼도 넣을 수도 있겠네요. 아참 니퍼는 4개 이상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각 팀마다 최소한 한 개 이상씩 지급하는 것이죠. 니퍼가 없어서 대기하는 시간이 생기면 안 되겠죠.

 

또 스프레이 작업이 계속된다면 스프레이 작업 전용 공구함도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가수 싸이가 맥주상자를 들고 ‘씩스팩, 씩스팩’ 그러는데 그 외형으로 만들면 좋겠네요. 대신 주형틀 나무를 끼워 넣는 공간도 확보를 해야겠지요. 조그마한 비닐봉지에 여러 개의 스프레이통과 주형틀을 넣고 다녔더니 완전 고역이었습니다.


 

마치며: 참 장문이네요. 뭐하느라 이렇게 길게 후기를 적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제가 할말이 많았나 봅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만약 제가 통상적인 인솔자가 주도하는 산행이나 트래킹에 참여했다면 이렇게 장문의 후기를 남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만큼 이번 루트 개척단에서 받은 느낌이 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삼남길의 얼리 어댑터가 됐기 때문에 스스로 자부심을 느꼈다고 해야겠네요.


자 여기까지는 삼남길에 대한 칭찬이었습니다. 그럼 루트 개척단 입장이 아닌 제 3자의 입장이 되어서 쓴소리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현재도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단독이나 소규모로 떠나는 사람들도 많고 대규모 팀을 꾸려 떠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소규모라고 하면 통상 열명 이하의 사람을 말하는 것이겠고 대규모라고 하면 모 제약회사의 국토순례단 같은 단체들이 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볼 때는 아스팔트 길을 걷고 있을 소규모 도보여행객들을 삼남길로 끌어오는 것은 당장이라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이상의 대규모 집단들을 어떻게 끌어들일 거냐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제가 다닌 길에서는 대규모 도보 순례단을 맞을 인프라가 전혀 없었습니다. 화장실은커녕 식수를 받을 장소도 없었습니다. 또 소규모로 이동한다고 해도 그들이 텐트나 취사도구 같은 캠핑장비로 중무장 하지 않는 이상 여행 종착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삼남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길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규모 순례단도 맞을 수 있고, 소규모 여행자들의 배낭의 무게도 줄여주어야 삼남길이 본 궤도에 들어설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제주 올레길의 전례를 참고로 삼을 수는 있지만 삼남길이 올레길의 판박이는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제주도는 이전부터 관광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 기존의 인프라가 존재했기에 올레길이 빠른 시간 안에 자리를 잡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지적한 문제는 삼남길의 장기과제가 되겠지만 가장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아닐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따로 사진에 대한 설명은 안 드리겠습니다. 풍경 사진외에는 작업 사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에서도 나와 있듯이 1기 멤버들이 다녀온 삼남길은 그 자체가 출사지였습니다. 정말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