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제동에도 마애불이 있습니다. 쌈지공원이라고 불리는 곳 한쪽에 위치해 있지요.

양각으로 새겨진 마애불은 섬세한 기법이 돋보이더군요. 정병을 들고 보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관음보살상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 마애불 앞에 섰던 저는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애불 앞에 운동 기구가 있다니요! 다른 공간이 있음에도 굳이 마애불 앞에 다 운동 기구를 설치한 이유를 잘 모르겠더라고요.

마애불에 대해서 명쾌하게 밝혀진 게 없는 점이 저런 푸대접의 원인이 되었을 겁니다. 아무리 찾아도 홍제동 마애불에 대한 사료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이 마애불은 불심이 깊은 누군가가 1970년대에 제작했다는 블로그 글을 보게됐습니다. 마애불이 있는 쌈지공원은 일제강점기 때 채석장이었다는 것입니다. 버려진 채석장에 불심 깊은 신자께서 석각을 했다는 것이죠.

그 말이 사실일까요? 1970년대에 제작됐다면 비교적 최근에 제작됐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제작자든 시주자든 자신의 이름을 작게나마 새겨넣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그 주위 일대를 열심히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없더라고요. 

또다른 의문이 들었습니다. 버려진 채석장에 부처님을 그려넣는다? 이게 합당하다고 여겨지세요? 버려진 채석장이면 중고품이라는 소리인데 공양할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온갖 정성을 다해 공양을 올리는 불자가 중고품에다 부처님을 새겨넣는다?

그러는 와중에 쌈지공원이 사현사라는 절터였다는 이야기를 듣게됐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명확하게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지도도 한 번 살펴봤습니다. 1850년대 김정호 선생이 제작한 <수선전도>라는 지도에는 지금의 홍제동 일대에 '미륵'이라는 명칭을 기재하였답니다. 딱 쌈지공원 근처지요. 그게 맞는 걸까요? 그런데 마애불이 너무 상태가 좋습니다. 그리고 미륵불이 아니라 관음보살상이던데...

명확하게 떨어지는 것이 없이 제가 계속 의문형 부호만 날렸지요. ㅋㅋㅋ 이런건 직접 현장에 가서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는게 최고입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홍제골 역사트레킹 때 함께하시죠! 제가 자료를 열심히 준비해갈테니! 시원한 풍광은 덤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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