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리는 즐거운 놀이터

한강 다리가 이렇게 재밌는 곳이었어?

 

필자는 한 때 한강에 미쳤던(?) 적이 있다. 그런 인연 때문인지 지난호에 한강의 섬에 대한 이야기를 기고했었다. 글을 잘 썼는지 이번에도 한강에 대한 이야기를 또 기고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 이 글은 한강에 미쳤던 사람의 두 번째 한강이야기다.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주는 한강 다리 이야기.

오늘도 사람들은 한강을 분주하게 넘고 있다. 강남과 강북을 가르며 자연장벽이 될 수도 있는 한강을 현대인들은 손쉽게 건너고 있다. 그럼 언제부터 한강을 나룻배가 아닌 교량을 통해 건너갔을까? 1900년 한강철교가 부설되면서부터다. 1899년에 경인선이 개통됐는데 그때는 노량진역이 출발역이었다. 다음해에 한강철교와 함께 경성역이 준공됐고, 1900년 7월에 ‘경성역-인천역’까지 완전 개통을 하게 된다. 경성역은 나중에 서대문역으로 불렸는데 지금의 서울역과는 다른 곳이다.

 

 

* 동작대교: 동작대교 위로 넘어가는 노을. 서래섬 부근에서 촬영함.

 

 

 

한강철교는 기차만 다닐 수 있는 철도전용 다리였다. 지금이야 교통카드만 있으면 간편하게 전철을 타고 한강을 건널 수 있지만 구한말에 살았던 사람들이 손쉽게 티켓팅을 할 수 있었을까? 일반 사람들도 편리하게 한강을 넘을 수 있게 된 건 1917년부터였다. 이때 한강 인도교라 불렸던 한강대교가 개통됐다.

이후 서울은 확장을 거듭했고, 한강의 다리들도 더 많이 건설됐다. 그럼 서울의 한강에는 몇 개의 다리가 있을까? 총 27개다. 여기서 말하는 다리는 서울시와 연관을 맺는 다리를 말한다. 그래서 팔당대교(남양주시-하남시)처럼 경기도와 경기도를 잇는 다리들은 27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런 다리를 두고 서울시에서는 ‘시계외 교량’이라고 부르는데 팔당대교, 김포대교 등 총 4개가 있다.

한편 서울 강동구와 경기도 구리시를 잇는 고덕대교(가칭)가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는 등 앞으로도 한강 다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잠깐 교량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자. 교량의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순수도로교량
철도교량
철도도로병용교량
예) 마포대교
예) 당산철교
예) 동작대교

 

순수도로교량은 자동차가 다니는, 철도교량은 기차만 다니는 다리 형태로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교량 형태다. 이에 비해 철도도로병용교량은 자동차와 기차가 교량을 함께 쓰는 다리 형식으로 도시 지역에서만 나타난다. 인천공항을 오가는 영종대교를 제외하고 철도도로병용교량은 서울에만 존재한다.

 

 

 

* 동작대교: 자동차와 나란히 주행하는 4호선 전동차

 

 

 

● 동작대교: 지하철과 자동차가 함께 경주를 한다?

지면관계상 한강 다리를 일일이 다 언급할 수는 없고, 몇 개만 추려서 이야기 해본다. 첫 번째 다리는 동작대교다. 동작구 동작동과 용산구 이촌동을 잇는 동작대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도로병용교량이다. 푸른색 아치가 인상적인 동작대교는 1984년에 준공됐고, 그 다음해에 지하철 4호선이 개통한다. 동작대교 위로 푸른색으로 도장된 4호선 전동차들이 자동차들과 경주하듯 달리게 됐다. 전동차와 자동차가 한 공간에서 나란히 주행을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무척 이색적이었다.

그래서 동작대교는 영화나 CF의 단골 다리로 등장했다. 미끄러지듯 전동차가 달리고, 그 옆으로는 자동차가 경쾌하게 주행을 하며, 그런 모습을 주인공이 미소지으며 지켜보고...

동작대교의 남단은 ‘동재기나루(銅雀津:동작진)’라고도 불렸던 동작나루가 있던 곳이다. 동작역 4번 출구에서 나오면 서울현충원으로 갈 수 있는데 중간에 이곳이 동작나루였다는 것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다. 옛날 나룻배로 동작나루를 건넜던 사람들은 남태령으로 향했고, 과천에 당도할 수 있었다. 삼남(충청, 전라, 경상)지역으로 먼 길을 떠나야 했던 이들도 동작나루를 이용했었다.

 

 

* 동작대교: 동작대교 위에 있는 구름카페

 

 

 

동작나루는 정조대왕이 화성 능행차를 행하기 위해 건넌 곳이기도 했다. 왕이라 나룻배로 움직이시지 않고 임시로 배다리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셨다. 배다리는 정약용 선생이 설계했다고 전해진다. 어쩌면 이 배다리가 동작대교의 시초일지도 모른다. 하여간 현재 동작대교가 놓인 자리는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이들이 오갔던 교통의 요지였던 셈이다.

그 수많은 발걸음에 필자도 빠질 수 없었다. 동작대교 남단에 있는 구름카페와 노을카페로 향했다. 구름카페는 동쪽, 노을카페는 서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동작역과 가까워서 접근성이 무척 좋다. 2009년에 오픈한 두 카페는 몇 년 전 재정비를 한 후 야경 명소로 재탄생했다. 한강은 당연하고, 남산은 물론 서울현충원을 품고 있는 서달산까지 파노라마로 볼 수 있으니 한강의 전망 ‘맛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여의도와 가까워서 그런지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편하게 볼 수 있는 명당(?)이라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참고) 구름카페 / 노을카페: 운영시간 매일 07:00 ~ 24:00 / 주차가능(유료)

 

 

 

*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

 

 

 

● 반포대교와 잠수교: 다리도 걷고, 달빛무지개분수도 감상하고

필자가 도보여행가라서 그런 것일까? 한강에 있는 다리들을 걸어서 넘기 편한 순서대로 분류를 한 적이 있었다.

1.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2. 보행로가 넓어야 한다.

3. 연결 대중교통이 있으면 좋다.

이 원칙에 의거하면 가장 손쉽게 넘을 수 있는 다리는 잠수교다. 잠수교는 보행 공간이 넓어 자동차의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남단쪽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는 버스정류장이 있고, 북단쪽인 용산구 서빙고동에는 경의중앙선 서빙고역이 가깝게 자리잡고 있다. 더군다나 잠수교는 795m로 한강 다리 중에서는 가장 짧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잠수교는 걸어서 넘을 수 있는 최적화된 한강 다리임에 틀림없다.

아시다시피 잠수교는 위쪽에 반포대교가 놓여 있다. 복층형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형태는 아니었다. 1976년에 잠수교가 건설됐고, 6년 후인 1982년에 반포대교가 추가로 건설된다. 두 다리가 동시에 세트로 지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가 않다.

잠수교는 유사시 탱크나 장갑차가 통과하는 걸 염두에 두고 건설되었다. 그래서 교량의 높이를 낮게 만들었다. 이렇게 다리가 낮다 보니 비가 많이 오면 제일 먼저 ‘잠수’를 하게 된다. 홍수 시에 한강 수위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어주는 것이다.

 

 

* 잠수교: 한강을 걸어서 넘기에 좋은 잠수교

 

 

 

 

이렇게 키가 낮은 잠수교는 2008년에 4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로가 축소된다. 차로는 좁아졌지만 보행로는 넓어지게 된다. 걷기 친화적인 다리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때 윗층에 있는 반포대교도 달빛무지개분수가 설치되며 새롭게 변신하게 된다. 반포대교 상판에 조명과 함께 분수 시설이 설치되어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가슴을 적셔주게 된 것이다. 형형색색의 조명과 함께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질 때는 관람객들의 탄성이 한강변에 울리게 된다.

지난 4월 1일 토요일, 올 해 첫 달빛무지개분수가 가동된 날이었다. 잠수교를 탐방한 후 달빛무지개분수를 보기 위해 자리를 잡으러 갔다. 하지만 명당 자리는 이미 누군가가 돗자리를 펴고 있었다. 워낙 관람객들이 많다 보니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그런 와중에 외국인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렸다. 이미 달빛무지개분수는 외국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볼거리로 자리를 잡은 듯싶었다.

축제가 빠질 수가 없다. 작년에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개최되었다. 잠수교를 보행 전용 다리로 바꿀 예정인데 그에 앞서 축제를 통해 미리 체험을 해보자는 것이다. 올해는 상·하반기 10회씩, 총 20회의 뚜벅뚜벅 축제가 개최될 예정이다.

작년에 한강달빛야시장도 반포한강공원 일원에서 진행됐다.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다시 등장한 야시장은 이전에는 ‘밤 도깨비 야시장’으로 불렸다. 40여 개의 푸드 트럭과 60여 개의 판매부스 등이 야행을 즐기는 시민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 반응이 너무 뜨거웠던지 한강달빛야시장이 열리자 강남 일대 교통이 마비가 됐을 정도였다.

 

참고) 달빛무지개분수: 운영기간 4~10월(11월 이후 휴업)

4~10월 12:00, 19:30, 20:00, 20:30, 21:00 (20분씩 가동)

7~8월 12:00, 19:30, 20:00, 20:30, 21:00, 21:30 (20분씩 가동)

 

 

 

 

 

* 청담대교: 서울생각마루(자벌레) 옆 청담대교. 7호선 전동차가 주행하고 있다.

 

 

 

● 청담대교: 자벌레가 있는 즐거운 놀이터

지하철을 타다 보면 선호하는 구간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누구는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4호선 상계역 구간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누구는 여의도의 고층빌딩과 한강의 밤섬을 한 눈에 관찰할 수 있는 2호선 당산철교 구간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7호선 청담대교 구간을 좋아한다. 특히 한강 남쪽인 지하 구간에서 청담대교로 진입하는 그 순간을 무척이나 즐긴다. 전동차가 어두운 지하 구간에서 청담대교로 나올 때 특유의 진동음이 발생되는데 그런 소음까지도 클라이맥스를 기다리는 배경음으로 들릴 정도다. 어두운 지하 구간에서 ‘딱’하고 나오자마자 넓은 한강이 펼쳐지는 거 자체가 아주 극적이기 때문이다.

청담대교는 아래층은 7호선 철로가 위층에는 차로가 있는 복합교량이다. 본교가 1999년 12월에, 접속교는 2001년 1월에 개통되었다. 이렇게 접속교 개통까지 언급한 이유는 청담대교가 자동차 전용도로로 보행이 불가한 교량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담대교는 동부간선도로상에 있으면서 분당-수서간 고속도로와 바로 연결된다.

같은 철도도로병용교량이지만 청담대교는 동작대교나 동호대교와는 다른 이미지이다. 동작대교와 동호대교가 철로를 가운데에 두고 차로가 좌우로 있는 구조라면 청담대교는 영종대교처럼 위아래로 층층이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동작대교에서는 전동차와 자동차가 나란히 주행하는 화면이 많이 그려진다.

그런 모습을 주인공이 미소지으며 바라보고 있고... 이에 비해 청담대교는 한강변에서 청담대교를 올려보는 모습이 많이 그려진다. 주인공이 청담대교를 배경으로 한강변을 바라보고 있고, 이때 마침 전동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펼쳐진다. 배경음악은 도시 감각에 맞는 음악으로...

 

 

* 청담대교: 서울생각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담대교. 전망대에서는 청담대교를 바로 옆에서 조망할 수 있다.

 

 

 

청담대교의 북단에는 뚝섬유원지역이 있고, 그 아래에는 뚝섬한강공원이 있다. 뚝섬유원지 시절부터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곳에는 길이가 200미터가 넘는 자벌레가 산다(?). 이 자벌레는 서울생각마루라는 복합공간으로 전망시설과 함께 각종 문화시설이 들어서 있다. 자벌레는 특이한 외형 때문에 셀카 명소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청담대교를 넘었다. 어두운 터널에서 ‘딱’하고 한강으로 나왔을 때의 쾌감은 여전했다. 뚝섬유원지역에서 하차한 후 커피 한 잔을 들고 자벌레 앞에 가서 셀카를 찍었다. 이때 마침 청담대교로 전동차가 지나고 있었고 도시 감각의 음악이 들리고 있었다.

이렇게 한강 다리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무거운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서고 있다. 거기에 재미까지 더해졌다. 한강 다리들이 이렇게 재밌는 곳이다. 시민들의 즐거운 놀이터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참고) 서울생각마루 운영시간: 평일 및 주말 10:00 ~ 21: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 1월1일 / 설날 및 추석연휴

 

 

* 이 글은 서울시체육회에서 발간하는 격월간 <서울스포츠> 2023년 5~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봄날, 한강 다리 구경가자!

개성 만점 한강 다리들

시민리포터 곽동운 | 2013.03.08

 

 

 

 

 

 

[서울톡톡] 아무리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친다고 하더라도 계절의 변화는 막을 수 없는 법! 이미 계절은 춘삼월로 접어들었고 한강 시민공원을 찾은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가뿐해졌다. 카메라를 챙겨들고 그렇게 계절의 변화가 스며든 한강으로 향했다.

 

그럼 이번 기사는 한강에 대한 기사인가? 아니다. 이번 기사는 한강 다리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서울시와 관련된 한강 다리는 25개이다. 동쪽 강동대교에서부터 서쪽 신행주대교까지 한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그 중 반포대교와 잠수교는 같은 교각을 사용하고 있지만 각자 개별적인 명칭이 부여됐고, 통행량도 다르게 집계하기 때문에 별개의 다리로 취급한다.

 

한편 1999년에 개통된 청담대교는 위로는 자동차가 통행하고 아래로는 지하철 7호선이 운행되는 복층형이지만 하나의 다리로 취급된다. 종합해보자면 서울시계 한강을 남북으로 가로질러 세워진 인공구조물은 24개가 되고, 개별적으로 명명되고 관리 받는 다리는 25개가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다. 강동구 암사동과 구리시를 잇는 구리암사대교와 마포구와 영등포구를 잇는 월드컵대교가 한창 건설 중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도보여행을 즐겨하는 터라 한강에 있는 다리들을 직접 걸어서 건넌 적이 많았다. 그렇게 직접 걸어서 한강 다리들을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순위가 매겨졌는데 그 중 단연 1등은 잠수교였다.

 

도보로 한강 다리를 건널 때 가장 중시되는 부분은 진출입의 용이성이다. 다리에 설치된 보행로는 만족스럽지만 다리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곳이 여러 곳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잠수교는 보행로뿐만 아니라 진출입의 용이성에서도 최고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바로 잠수교로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잠수교가 그렇게 걷기에 편한 다리가 된 것은 지난 2009년 4월에 일이었다. 왕복 4차선이었던 잠수교를 왕복 2차선으로 도로폭을 줄이고, 그만큼의 공간을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로 만들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잠수교는 795m로 한강 다리 중에서는 가장 짧다. 위층에 있는 반포대교가 1,135m이니 잠수교가 얼마나 단신(?)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넓게 확보된 보행로와 진출입의 용이성, 거기다 최단거리로 한강을 건널 수 있기 때문에 잠수교는 한강을 가장 편하게 건널 수 있는 다리 1위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한강에 있는 다리를 말할 때 한강대교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어불성설일 것이다. 한강대교는 도보로 한강을 넘을 수 있었던 최초의 다리였기 때문이다. 물론 1900년에 한강철교가 준공되어, 한강대교 이전에도 기차를 타고 한강을 넘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일반 백성들이 쉽게 기차를 탈 수 있었겠는가? 결국 일반 백성들이 편리하게 한강을 넘을 수 있게 된 것은 그 뒤로 한참 시간이 흘러야 했다.

 

 1917년 한강대교가 개통되고 나서야 일반 백성들이 손쉽게 한강을 건널 수가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강인도교라고도 불렸던 한강대교는 당시 경성 사람들의 좋은 나들이 장소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룻배에 의존하여 도강을 해왔던 한강을 느긋하게 걸어서 건널 수 있다는 자체가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무척 신기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한강대교 중간에는 노들섬이 있다. 그 노들섬에는 '노들텃밭'이라 하여 시민들이 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경작을 하는 곳이다. 강변 주위로 대형아파트들과 고층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지만 노들 텃밭에는 오두막이 있고, 허수아비들이 간간이 날아오는 갈매기들의 친구가 되어 준다. 노들텃밭은 2012년 6월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동호대교와 동작대교는 각각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중간에 놓여 있는 병용 교량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타고 전동차와 나란히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곳이다.

이에 비해 잠실철교는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전동차와 속도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전동차와 근접해서 주행을 할 수 있어서 재미까지 가미된다.

 

1979년 10월. 지하철 2호선의 일부 구간으로 개통된 잠실철교는 교량 중앙에는 철로가 있고 양 옆에는 도로가 놓여 있었다. 약 4미터 정도의 폭을 가진 이 도로는 차량 통행량이 극히 적었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인근에 있는 넓은 차선을 가진 잠실대교(왕복 8차선)와 올림픽대교(왕복 6차선)을 놔두고 굳이 왕복 2차선인 도로를 이용할 운전자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잠실철교 도로 중 한쪽이 2006년 12월에 자전거도로와 보행로로 탈바꿈을 하게 된 것이다. 강변역 방면 진입로에는 자전거경사로가 설치되어 자전거뿐만 아니라 유모차나 휠체어의 진출입도 용이해졌다.

 

잠실철교는 자동차 매연 없이 한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의 페달 밟는 속도가 더 경쾌해지는 듯싶다. 그렇게 박진감 있게 페달을 밟다보면 자전거가 전동차를 이길 수도 있다. 단 경쟁을 했던 전동차 속의 탑승객들은 라이더를 무척 흥미롭게 쳐다보거나 안쓰럽게 바라볼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길! 그만큼 잠실철교에서는 아주 가까이에서 전동차와 자전거가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공간이다.

 

 

 

 

마지막은 한강철교에 대한 이야기다. 한강철교는 1900년, 한강에 세워진 최초의 인공시설물이었다. 구한말에 세워져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몸소 겪은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만하다. 증기기관차가 오갔던 한강철교에 이제는 초고속 KTX가 분주히 오가고 있다.

 

이런 장엄한 역사를 가진 한강철교도 한강불꽃축제가 개최되는 날에는 독특한 개성을 갖는 다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강불꽃축제가 한강철교 바로 옆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잘 아시다시피 한강불꽃축제 당일날 여의도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래서 명당자리는커녕 인파에 밀려, 정작 불꽃쇼 관람도 제대로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축제 당일날 노량진역에서 용산역까지 전철을 타보시라! 그 순간만큼은 불꽃관광열차가 될 것이다. 전동차 창문을 넘어 '빵, 빵' 터지는 폭죽은 말 그대로 장관 중에 장관이다. 더군다나 전동차를 타고 이동 중에 바라보는 터라 속도감까지 더해진다. 겨우 1구간 요금으로 흥미진진한 특별열차를 타는 셈이다.

 

이런 개성이 독특한 다리들이 있어 한강의 스토리텔링은 더욱더 다양해지고 풍부해진다. 기회가 된다면 한강 다리들을 직접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넘어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강 다리들이 얼마나 많이 좋아졌는지 직접 확인도 해보시고, 강바람을 맞으며 '에어샤워'도 해보시길!

 

 

 

 

 

* 노들텃밭: 한강대교 한폭판에 있는 노들섬. 그 노들섬에는 시민들을 위한 텃밭이 있다. 기사에는 게재되지 않은 사진임.

 

 

 

 

 

 

*서울소방: 여의도 부근에서 촬영한 119구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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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운 시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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