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예초 앞두고 '말벌' 조심하세요 2편

과민증 여부 미리 확인하고, 벌에 쏘이면 즉시 119 연락

 

 

 

구급차 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즉시 하산


그렇다면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말벌에 쏘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벌침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벌침은 손이나 핀셋으로 뽑으면 침낭에 담긴 독소가 체내로 주입되므로 카드 같은 모서리가 단단한 물체로 긁어내는 것이 좋다. 통상 1분 안에 벌침 속의 독이 체내로 주입되므로 신속하게 손을 써야 한다.  

또한 지체 없이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1분 안에 벌침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안전을 위하여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환자는 구급차 접근이 용이하도록 포장도로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웃도어 활동이나 제초작업 등은 통상 산 속에서 행해지므로 사고 발생지점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말벌에 쏘였을 때의 골든타임은 20분에서 60분 사이이다. 이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다면 생존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놓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주위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단 환자 옷의 단추나 지퍼 등을 풀어줘야 한다. 이미 환자의 몸은 퉁퉁 부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환자를 똑바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환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환자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땅바닥에 드러누우면 호흡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물을 뿌려 환자가 의식을 잃지 않게 계속 일깨워야 한다.

 

 

 


 

 

 
▲ 포장도로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말벌에 쏘였을 때 즉시 하산을 하여야 한다. 구급차 진입이 용이한 곳으로 이동을 하여야 한다. 산 중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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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지 사전에 파악해야...


앞서도 언급했듯이 말벌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증상은 골든타임을 지켜주면 치유가 가능하다. 문제는 자신이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고 있느냐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벌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봉침을 놓는다. 벌침에 있는 봉독(蜂毒)을 정제하여 주사기로 환부에 주입하는데, 봉침은 강력한 항염증 작용이 있어 척추치료에까지 이용된다고 한다. 이런 봉침 시술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바로 벌침 알레르기 테스트다. 봉침 시술을 받다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봉침 시술에 필요한 벌침 알레르기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봉침 시술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일부러 한의원에 들러 벌침 알레르기 테스트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또한 의술차원에서 정제된 봉침을 맞는 것과 말벌, 특히 독성의 강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야생 말벌에 의한 벌침 공격은 그 정도의 차이가 크다. 

자신이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인지하는 가장 최후의 수단은 이전에 벌에 쏘였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복기해 보는 것이다. 꿀벌이든 말벌이든 벌에 쏘였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몸 전체적으로 일어났다면 중증 알레르기 체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손성일 대장은 자신이 벌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전에도 벌 때문에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그 사건이 있기 2주 전에도 꿀벌에 물려 통원치료를 받았었다. 그런 '학습' 효과가 있었기에 손성일 대장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산 중 깊은 곳에서 작업을 했던 그는 당시의 말벌 공격을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그 즉시 구급차 접근이 용이한 장소로 하산을 했던 것이다.  

이번 여름은 마른장마로 인하여 벌 개체 수가 증가했다. 일찍부터 말벌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그래서 추석을 앞두고 예초 작업을 할 때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작은 곤충이라고 벌을 낮잡아 봐서는 안 된다. 그 작은 벌의 침 하나가 사람의 생사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벌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벌에 의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팁들이 있다. 아래를 참고해서 벌에 의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하자.

1. 산에 오를 때에는 진한 향수나 화장품을 쓰지 말자. 진한 향기 때문에 벌들이 몰려올 수 있다.  


2. 단맛이 나는 음식물을 곁에 두지 않는다. '꿀'인줄 알고 벌들이 몰려들 수 있다.


3. 벌침에 쏘였다면 손으로 잡아 빼지 말고, 교통카드 같은 끝 면이 단단한 물체로 긁어내듯이 제거하자. 손으로 침을 잡아 빼면, 치약이 짜이듯 침낭 안에 있는 독소가 체내로 주입되게 된다. 


4. 벌침은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1분 안에 제거해야 침 안에 있는 독소가 우리 신체로 주입되지 않는다.  


5.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에피네프린(epinephrine) 성분이 있는 '자가 에피네프린 펜' 주사를 휴대하고 다니는 게 좋다. 에피네프린 주사는 처방전이 있어야 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나필락시스 증상을 가진 사람이 드물어 대량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6. 에피네프린 주사를 주입했다고 하더라도 119에 연락을 해야 한다. 주사는 단지 증상을 늦춰줄 뿐, 근본적인 치료는 아니다.

 

 

 

 

 

 

추석 예초 앞두고 '말벌' 조심하세요 1편

 

과민증 여부 미리 확인하고, 벌에 쏘이면 즉시 119 연락

 

 

14.08.21 10:06
l최종 업데이트 14.08.22 11:38

 

 

 

 

 

지난 12일,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의 손성일 대장은 잠시나마 '황천길'을 경험했다. 그가 개척한 도보여행길인 삼남길 보수 작업을 하다 말벌에 쏘였던 것이다. 말벌에 쏘였다고 해서 모두가 다 '황천길'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급차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목숨을 잃을 뻔 했을 정도로 그는 위급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겨우 말벌 한 마리 때문에 생(生)과 사(死)의 기로에 서게 됐던 것이다.

 

 


 
▲ 말벌집 말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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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증이라 불리는 아나필락시스

살면서 누구나 다 한 번쯤은 벌침에 쏘인 적이 있을 것이다. 야외 활동을 하다 쏘일 수도 있고, 제초 작업을 하다 쏘일 수도 있다. 필자도 트레킹을 하다 여러 번 벌침에 쏘였다. 그렇게 벌침에 쏘였지만 하루 정도 욱신거리다 말았다. 따로 약물치료를 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상처 부위가 가라앉았다.

대다수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말벌의 공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쏘인 부분, 국소 부위에만 이상 증상을 나타낸다. 따로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자연치유가 가능하다.

하지만 손성일 대장처럼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에게 벌침은 치명적이다. 온 몸이 부어올라 기도가 좁아져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하고, 더불어 심장마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 저혈압으로 인한 쇼크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중증 알레르기 반응을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고 부른다. 과민증이라고도 하는 아나필락시스는 벌이나 독개미 같은 곤충뿐만 아니라 땅콩이나 새우 같은 음식물을 통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인구 10만 명당 3~4명 정도다.

 

 

 


 
▲ 산 길 아웃도어 활동이나 제초작업은 통상 산 중에서 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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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접근이 용이한 곳으로 즉시 하산

그렇다면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말벌에 쏘였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벌침을 신속히 제거해야 한다. 벌침은 손이나 핀셋으로 뽑으면 침낭에 담긴 독소가 체내로 주입되므로 카드 같은 모서리가 단단한 물체로 긁어내는 것이 좋다. 통상 1분 안에 벌침 속의 독이 체내로 주입되므로 신속하게 손을 써야 한다.  

또한 지체 없이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1분 안에 벌침을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안전을 위하여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환자는 구급차 접근이 용이하도록 포장도로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웃도어 활동이나 제초작업 등은 통상 산 속에서 행해지므로 사고 발생지점에서 머뭇거리고 있으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말벌에 쏘였을 때의 골든타임은 20분에서 60분 사이이다. 이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한다면 생존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하지만 그 시간을 놓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주위 사람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일단 환자 옷의 단추나 지퍼 등을 풀어줘야 한다. 이미 환자의 몸은 퉁퉁 부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환자를 똑바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 환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환자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땅바닥에 드러누우면 호흡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얼음주머니를 대거나 물을 뿌려 환자가 의식을 잃지 않게 계속 일깨워야 한다.

 

 

 


 

 

 

풍경 좋은 산, '머리 잘리는 산'이 되다 2편

서울에서 가까운 천주교 성지는? 절두산, 삼성산 그리고 마재성지


 


 

 
▲ 마재성지 마재성지 한옥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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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선생 동상. 다산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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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생가와 함께 둘러보는 마재성지

 

 

이제는 서울을 조금 벗어나 중앙선 전철을 타고 이동해 보자. 목적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마재성지.

마재성지는 다산 선생의 셋째 형인 정약종의 생가다. 앞서 언급한 절두산을 비롯해 새남터, 해미읍성, 황새울(충남 공주) 등 일반적인 천주교 성지는 거의가 순교, 즉 신자들의 죽음과 관련된 곳이 대다수다. 하지만 마재성지는 한 집안의 살림집이 성지가 된 독특한 사례다.

일단 정약종에 대해서 알아보자. 정약종은 정약용의 바로 윗형이었다. 도교에 심취해 있던 정약종은 다른 형제들보다 늦게 천주교에 입문했다. 하지만 그는 진산사건으로 인해 다른 형제들이 천주교를 멀리할 때도 강건하게 신앙을 지켜냈다.

1791년(신해년)에 발생한 진산사건은 윤지충이란 사람이 제례를 거부하고 위폐를 불사른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의 파장으로 다산 선생도 벽파세력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신유박해(1801년) 이후 또다시 피바람을 몰고 왔던, 황사영의 백서(帛書)에도 '정약종만 홀로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라는 기록이 나올 정도였다.

 

 
▲ 마재성지 이 곳 뒤편에 한복 입은 예수상이 있다. 이 사진에서는 가운데 부분에 작게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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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형제들조차 정약종의 강건한 신앙을 환영하지 않았다. 당시 조선의 천주교는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포교된 것이 아니라 남인 계열의 선비들이 서학을 토대로 자생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래서 기존의 유교적 가치관을 전복 시키는 혁명적 도구로 천주신앙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조상의 위폐를 불태운 진산사건에 반발해 천주교를 떠난 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배교를 한 이들은 조상의 제사도 지내지 않는 천주교 교리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래서 정약종이 계속 굳건하게 신앙을 지키면 지킬수록 집안 형제들과의 사이는 멀어져갔다. 그래서 나중에는 정약종만 홀로 강 건너 분원리(현 광주시 남종면)에 살게 될 정도였다.

마재성지에 있는 한옥 성당은 가톨릭과 한옥이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옥 성당 옆으로 산책을 할 수 있는 작은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에는 한복을 입은 예수상이 서 있다. 한복을 입은 예수상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동상이다.

마재성지에서 다산 정약용 생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마재성지 그리고 정약용 생가까지 연결해서 탐방할 수 있다. 마재성지와 정약용 생가 일대는 수도권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역사트레킹 코스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기대되는 것은 '그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가르침을 한국에서 어떻게 실천할까'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의 '낮은 곳'은 어디일까. 당장 십자가를 둘러메고 순례를 떠났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떠오른다. 또 단식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떠오른다.

어찌 그들뿐이겠는가! 다른 낮은 곳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도 '파파'의 손길을 기다릴 것이다. 당장 '젖과 꿀'이 흐르게 해주지는 않을지라도 그가 내미는 손길을 따뜻하게 받고자 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다.

 


 

수도권 천주교 성지, 어떻게 가나요?

 

1. 절두산 성지 : 지하철 2호선, 6호선 합정역에서 하차. 합정역에서 절두산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됨. 절두산 성지 탐방 후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 탐방을 해보는 것도 좋음.

2. 삼성산 성지 : 삼성산 성지는 관악산둘레길 2코스를 통해 탐방하는 방법이 좋음. 관악산둘레길은 서울대입구에서 시작됨. 산길을 약 1시간 30분 정도 이동을 하면 삼성산 성지에 도착할 수 있음. 서울대입구까지는 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함.

3. 마재성지 : 마재성지는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함. 중앙선 팔당역에서 하차하여 능내 1리행 버스에 탑승. 능내 1리가 능내역임.

 

 

 

 

풍경 좋은 산, '머리 잘리는 산'이 되다___ 1편

 

서울에서 가까운 천주교 성지는? 절두산, 삼성산 그리고 마재성지

 

14.08.13 11:29 최종 업데이트 14.08.13 11:29

 

 

 

 

 

 

 

 

 
▲ 절두산 성지 당산역 방면에서 바라본 절두산 성지. 뒤로는 멀리 북한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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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부터 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호세 마리오 베르고글리오(Jorge Mario Bergoglio)라는 이름을 가진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천주교 신자들에게 큰 축복일 것이다.

비천주교 신자들도 그의 방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타임>이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정도로 그간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노숙인을 초청하고, 분배의 정의를 역설하는 등 전임 교황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역사 트레킹을 통해 천주교 성지 답사를 꾸준히 해왔다. 천주교 성지 탐방은 사찰 탐방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지금까지 천주교 성지 답사를 하면서 깨달은 점이 하나 있었다. 생각보다 천주교 신자들이 천주교 성지를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이 기사는 서울 인근에 있는 천주교 성지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에 맞춰, 우리 땅에서 천주교가 어떤 식으로 뿌리를 내렸고 또한 어떤 수난을 겪어 왔는지 공부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산, 절두산

 
▲ 척화비 절두산 성지 한 쪽 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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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당산철교를 지나다 보면 절두산과 선유도를 볼 수 있다. 절두산은 옛날에는 '잠두봉'이라 불렸는데 선유봉(선유도)과 함께 빼어난 경치를 자랑했던 곳이다. 양천 현감이었던 겸재 정선은 <양화환도>를 통해 화폭에 이 풍광을 담아냈다.

뽕나무가 많다고 해 이름이 붙여진 잠두봉은 그 머리가 불쑥 튀어나와 '용두봉'이라고도 불렸다. 중국 사신들이 조선에 왔을 때 꼭 들렀다는 잠두봉이, 겸재 정선이 화폭으로 담아낼 정도로 비경을 자랑하던 잠두봉이 왜 절두산으로 바뀌어 불렸을까. 그것도 머리가 잘린다는 의미인 절두산(切頭山)으로.

1866년. 흥선대원군의 주도로 이뤄진 병인박해 때문에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죽임을 당한다. 이때 주교인 베르뇌를 포함한 아홉 명의 프랑스인들이 처형을 당했는데 그들은 새남터(현재의 용산구 이촌동)와 충남 보령 갈매못 등지에서 형장의 이슬이 됐다.

병인박해가 원인이 돼 병인양요가 발생한다. 자국의 선교사가 처형됐다는 소식에 중국에 주둔하고 있던 로즈 프랑스 제독은 함대를 이끌고 조선을 침략했다(그런데, 당시 로즈 제독의 침공은 자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그런 의미로 병인양요는 국가 대 국가간의 분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프랑스 함대는 본격적인 공세에 앞서 정찰선을 파견하는데 그 정찰선이 한강 깊숙한 곳까지 올라왔다. 양화진을 넘어 서강까지 침범을 하고 돌아갔다. 이 소식을 들은 대원군은 격분했다. 그러면서 '사악한 서양 세력의 흔적들을 천주교도들의 피로 씻어내겠다'라면서 잠두봉에 새로운 처형지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뽕나무들이 우거졌던 잠두봉은 '머리가 떨어져 나간다'는 뜻을 가진 절두산으로 바뀌어 불리게 됐다. 병인박해는 1866년을 시점으로 1871년까지 계속 이어졌다.

약 150년 전, 절두산은 수천 명의 천주교인들의 목이 잘려나간 비극의 땅이었다. 또한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가 우뚝 서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현재 흥선대원군이 세운 척화비는 절두산 한쪽에 서 있지만 절두산은 그 자체가 천주교에서 가장 중시하는 성지 중에 성지가 됐다.

 

 

 

 

 

세 프랑스 신부가 운명 달리한 곳, 삼성산 성지


 
▲ 삼성산 성지 왼쪽부터 앵베르도 주교,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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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은 관악산의 지산이다. 삼성산은 원효·의상·윤필 세 분의 성인이 움막을 짓고 수도에 정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성산에 있는 삼막사(三幕寺)의 유래도 거기에서 나왔다. 그런 삼성산에도 삼성산 성지라는 천주교 성지가 있다. 삼성산 성지는 기해박해(1839년) 때 효수된 세 명의 프랑스 신부들의 무덤이 있던 자리를 성역화한 것이다.


세도 가문이었지만 안동 김씨는 천주교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폈다. 하지만 뒤이어 집권한 풍양 조씨는 천주교 탄압에 앞섰다. 그렇게 해서 발발한 것이 헌종 5년에 있었던 기해박해였다. 이로 인해 권력의 중심은 풍양 조씨로 넘어갔다. 그런 면에서 기해박해는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 간의 권력투쟁의 부산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해박해로 인해 앵베르도 주교(한국명 범세형)와 모방·샤스탕 신부 등이 새남터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주검은 노고산(마포구 노고산동)을 거쳐 삼성산에 묻혔다. 이후 천주교에서는 이곳을 성역화했고, 지금의 삼성산 성지가 조성됐다.

이 성지는 산 중에 있어서 그런지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삼성산 성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삼성산 숲이라는 소나무 군락지도 있는데 이곳도 사색하거나 시집을 꺼내 읽기 좋은 곳이다.

 

 

 

 


 

 

 

여름 산행에 '저체온증'? 준비가 필요하다___2편

안전한 여름 산행, 계곡 트레킹을 즐기려면


 

 

 

 

 

▲ 계곡 경남 거창 수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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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자! 에너지를 비축하자!

자신만의 페이스(pace)라는 게 있다. 이런 페이스 조절법의 근원에는 '에너지 30% 비축론'이 자리 잡고 있다. 에너지 30% 비축론이란 산행이나 트레킹 시, 항상 자신의 체내 에너지를 30% 이상 남겨두어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다. 비상 상황이라고 해도 체력이 남아 있으면 훨씬 더 생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산행 중에 자신의 에너지를, 더군다나 3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계량화하여 보유한다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필자도 아직까지 에너지 30% 비축론을 제대로 체화 시키지 못했다. 어쩌면 탈진하지 않고 안전하게 산행을 종료하다면, 에너지 30% 비축론 같은 '스포츠 의학'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럼 적정 에너지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산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자주 먹어주라는 것이다. 등산, 그것도 여름 등산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난 아웃도어 활동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등산 시에 취식을 많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산에서는 적당히 먹고, 하산해서 배불리 먹겠다는 심산이다. 이런 방식은 좋지 않다. 산에서는 잘 먹고, 하산해서는 덜 먹어야 한다. 그래야 안전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고, 운동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그럼 여름 산행 시의 행동식은 무엇이 좋을까? 평상시의 산행에서는 초콜릿이나 김밥 같은 것들을 많이 드실 것이다. 그런데 여름에는 초콜릿은 녹기 쉽고, 김밥은 상하기 쉽다. 여름 산행에는 초콜릿보다는 영양바가 더 낫다. 녹지 않기 때문이다. 단 시간에 취식한다면 김밥을 드시는 것도 상관없지만 식중독이 염려된다면 드시지 않는 것이 좋다. 아쉬운 대로 곡물로 만든 쿠키 같은 것들로 탄수화물에 대한 그리움을 달랠 수도 있다.

한편 맥주 안주로 쓰이는 아몬드, 건포도, 호두 등도 훌륭한 행동식이다. 보관이 간편한데다 영양가도 높아 행동식으로 '딱'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드시다 맥주 생각이 간절해질지 모른다. 아무리 시원한 맥주가 눈앞에 아른거려도 음주는 하지 마시라. 산행 사고의 대부분은 음주와 관련이 있다.

 

 

 

 

 

 

▲ 계곡 충남 서산 용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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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저체온증? 여름 산행의 준비물들

여름 산행에도 저체온증을 조심해야 한다. 저체온증? 겨울 산행도 아닌 여름 산행에 저체온증을 유의해야 한다니. 하지만 진짜 저체온증에 대비를 해야 한다. 여름 산행은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면 옷은 젖어 버리고, 거기다 해까지 지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여벌의 옷을 준비해야 한다. 비상용으로 바람막이 재킷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은 대비책이다.

산행 중에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지 않더라도 여름 산행은 물과의 전쟁(?)을 벌여야 한다. 계곡길을 걷다 웅덩이에 빠져 옷이 젖을 수도 있고, 나뭇잎에 고인 빗속이 우두둑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중요한 물건들이 물에 젖어 난감해질 수 있다. 그런 일들을 방지하려면 중요한 물건들은 지퍼팩에 담아두는 것이 좋다. 일반 비닐봉지보다는 지퍼팩이 방수력이 더 좋고 보관하기에도 용이하다.

필자는 장거리 여행 중에 지퍼팩을 사용하지 않고, 바지 뒷주머니에다 지갑을 넣고 다니다가 지갑 안에 있던 지폐를 못 쓸 뻔한 적이 있었다. 땀을 많이 흘려 지갑 안으로 땀이 스며든 데다 물구덩이에 빠지기까지 하니 지갑 안에 지폐들이 다 젖어 버렸던 것이다. 은행에서 다른 지폐로 교환을 해주었기 망정이지 굶으면서 여행을 할 뻔 했었다. 지갑에 돈도 별로 없었지만 가슴이 철렁한 경험이었다.

여름 산행은 봄이나 가을 산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들과 풍부한 유량을 자랑하는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바위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을 담고 있자면 산행에서 온 피로는 어느덧 물을 타고 가는 꽃잎처럼 저 멀리로 사라질 것이다.

이렇게 시원하게 계곡물에 몸을 담글 수 있을 때가 언제겠는가? 여름 아니면 담글 수가 없다. 그래서 여름 산행, 특히 계곡트레킹은 그런 맛이 있기에 즐거운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신선 놀음 같은 여름 산행을 하려면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등산 고수들이 겨울 산행보다 여름 산행을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던 것이다.

 

 

 

 

 

 

여름 산행에 '저체온증'? 준비가 필요하다___1편

 

 

안전한 여름 산행, 계곡 트레킹을 즐기려면

 

14.07.21 10:02l최종 업데이트 14.07.21 11:06l

 

 

 

 

 

 

 

 

 

 
▲ 계곡 지리산 뱀사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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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있으면 휴가철이다. 여름이면 해수욕장에 가서 해수욕도 하고, 선탠도 즐기는 것이 제격이다. 하지만 한여름에도 무거운 배낭을 둘러메고,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왜? 계곡이 있으니까!


시원한 계곡 바위에 걸쳐 앉아 탁족을 즐기다 보면 타는 듯한 더위도 말끔히 싹 씻겨 내려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흐르는 계곡물에 꽃잎 하나 떨어뜨리고, 시도 한 수 읊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여름 산행, 혹은 계곡 트레킹을 신선놀음 하듯 즐겁게 즐기려면 몇 가지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시원하게 신는 아쿠아 슈즈


여름 산행, 그 중에서도 계곡 트레킹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트레킹 아쿠아(aqua) 슈즈의 구매 유무다. 트레킹 아쿠아 슈즈는 트레킹화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샌들의 기능도 있어 물 빠짐이 잘되는 아웃도어 신발을 말한다.

계곡의 한 장소에서만 머물면서 물놀이를 하는 계곡 야영객이면 그냥 일반 샌들만 가지고도 충분할 것이다. 장시간 계곡길을 걷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곡 트레킹을 하는 도보여행자라면 통상적인 신발의 외형을 가진 아쿠아 슈즈를 착용해야 한다.

아쿠아 슈즈는 신발의 틀을 가지고 있기에 발을 보호하지만 샌들은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이다. 아쿠아 슈즈는 통풍이 잘되기 때문에 무좀이나 습진 때문에 여름이 괴로운 등산객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도 있다.

맨발로 아쿠아 슈즈를 신지 말자. 폼이 나지 않더라도 꼭 두꺼운 등산 양말을 신자. 울퉁불퉁한 계곡길을 몇 시간씩 계속 걸어야 하는데 맨발로 이동한다면 발이 무척 아플 것이다. 대개의 아쿠아 슈즈는 일반 트레킹화보다는 밑창의 두께가 얇다.

 

 

 

 

 

 

 

▲ 계곡 경기도 가평 명지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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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아웃도어의 시작과 끝

 


필자는 산행 대회에 여러 번 참여했다. 그런데 몇몇 산행 대회에서 좀 의아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준비 운동을 하지 않고 바로 산행에 나선 점이 바로 그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라는 물리적 한계가 있긴 했지만 스트레칭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 스트레칭은 아웃도어 활동의 기본이다. 적절한 스트레칭은 산행이나 트레킹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 덥다고, 혹은 춥다고 생략해서는 안 된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10~15분 정도 스트레칭을 해주자.

시간과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하면 약식으로라도 해주자. 이때 하체만 하지 말고 상체까지 골고루 해주어야 한다. 산행에서는 바위를 타거나 로프를 잡는 등, 상체 근육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산행이 종료된 후에도 스트레칭을 잊지 말자. 준비 운동이 중요한 만큼 마무리 운동도 중요하다. 준비 운동은 충실히 해도 마무리 운동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미로 마무리 스트레칭도 해보자.

 

 

 

 

 

 

 

 

 

 

 

 

 

 

 

역사를 걷는 길, 공주역사둘레길 ___2편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공주역사둘레길', 제가 만들었습니다

 

 

 

 

50대 아줌마로 빙의(?)하다

"우금티에서 공산성까지 숲 길 따라 가는 길이 있나요? 저쪽 아래 도로길은 매연 때문에 별로라서요."

그렇게 계속 두드리니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때부터는 계속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다. 갔던 길을 계속가고, 오르락내리락 하고, 갑자기 장대같은 비를 만나고, 뱀하고 인사하고 등등.

강원도 영월, 경기도 안양 등 이미 10개 정도의 길을 개설한 경험이 있지만 그때보다 이번 '공산성-우금티'를 잇는 개척길이 훨씬 더 힘들었다. 100km 이상의 거리를 계속 헤집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10km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100km 이상의 거리를 직접 조사하고 탐방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도보 여행길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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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학생태공원 가는 길 생태공원은 공주시의 수원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 주변은 개발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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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개척은 좀 더 집중을 하고, 좀 더 잘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갑오농민전쟁 120주기를 맞아 나름대로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50대 아줌마로 빙의(?)까지 했을까. 도보여행길의 난이도를 통상 50대 여성에게 맞추는데 적절한 난이도를 유지하려고 하니, 필자가 50대 아줌마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갑자기 10살 이상 더 먹게 된 것이다. 성별도 바뀌고.

그렇게 되니 아쉽게도 봉수대터가 코스에서 빠지게 됐다. 우금티 동쪽편 봉우리에 위치한 봉수대터는 동학군이 점령하려다 실패한, 역사적 상징성이 강한 곳이기에 코스에 넣고 싶었다. 또 그곳에 올라서면 공주시가지를 내려볼 수 있기에 동학군의 행군로를 설명하기도 수월하다.

하지만 그 곳을 진입하려면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하기에 누락시켰던 것이다. 빙의를 해서 그런지 가파른 길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억!' 소리가 나왔다. 그것보다 더 가파른 산들을 올랐을 때도 그냥 힘들이지 않고 올랐었는데, 50대 아줌마로 변신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런 경사도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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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성당 공주 구도심 국고개에 있는 중동 성당. 1937년에 세워진 중동성당은 가톨릭신자나 근대건축물에 관심있는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한편 중동성당은 내포지역에 자리잡은 천주교 성지들과 연계되는 중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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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공주역사둘레길'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공산성과 우금티, 더불어 충청지역 동학군들이 몰살된 송장배미까지 연결하는 '공주역사둘레길'이란 도보 여행길이 생성됐다. 공주의 구도심에 산재한 역사유적들을 원형으로 둘러가기 때문에 공주역사둘레길이란 명칭을 붙인 것이다. 

공주역사둘레길은 앞서서 필자가 언급한 5가지 원칙을 기반을 두어 개척됐다. 특히 역사, 풍광, 생태 세 박자 맞아 떨어지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역사만 있고 풍광이나 생태적인 면이 떨어지는 트레킹 코스는 도보 여행객들에게 외면을 받기 때문이다.

'공주역사둘레길'은 금학생태공원이란 곳을 통과하는데 그 곳 배후면은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 관찰될 정도였다. 그래서 고라니, 삵, 뱀 같은 야생동물들도 꽤 많이 만났다. 트레킹 시에 이런 점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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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장배미 충청도 농민군들이 피를 흘렸던 곳이다. 그 농민군들은 전봉준 부대와는 다른 부대였다고 한다. 이 곳은 현재 연못 형태로 되어 있다. 비석에 무슨 그을음 같은게 번졌는지 무척 지저분하다. 그래서 그런가? 송장배미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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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유적지들의 성격에 맞게 구획 설정도 해보았다. '금강교-공산성'은 백제구역, '중동성당-충남역사박물관-영명학교'는 근대구역, '금학생태공원-삼거리'는 생태구역, '우금티-송장배미'는 동학농민혁명구역 등으로 세분화 한 것이다. 각 구역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부족한 도보여행객들이나 동학농민운동에 유달리 관심 있는 분들은 생태구역과 동학농민혁명 구역만 묶어서 트레킹을 할 수도 있다.

공주역사둘레길은 아직 지도상으로만 존재하는 길이다. 표식작업 등, 앞으로 시급히 보완을 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트레킹 코스다. 하지만 일단 제 궤도에 오르면 공주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렇게 1박 2일 여행 일정을 짤 수 있다. 첫째 날은 공주역사둘레길을 걷고, 둘째 날은 공주 읍내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마곡사에 가는 것이다. 마곡사에 가서 김구 선생의 자취를 따라 산사트레킹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정말 알찬 1박 2일, 공주 역사 기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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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역사둘레길의 지도 공주 구도심의 역사유적들을 저런 식으로 둘러본다. 네이버지도를 편집해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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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6월 하순경에 답사와 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서울로 상경하여 후속 작업을 실시했습니다. 기사 본문에 언급되어 있듯이 현재 공주역사둘레길은 지도상으로만 존재하는 길입니다. 이 도보여행길이 정식으로 개통되기 위해서는 표식작업 등의 사후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올해는 우금티 전투 120주기입니다. 필자의 작은 바람은 우금티 추모제가 개최되기 전에 그러한 작업들이 완수되어,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주역사둘레길  트레킹을 해보는 것입니다. 

 

 

 

 

 

 

▲ 금학생태공원 <공주역사둘레길> 금학생태공원 구간에서는 생태탐방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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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좋구먼! 인생 참 재밌게 살어!"

전국을 돌며 역사트레킹 코스를 '개척'하고 다니니, 만나는 사람마다 저런 소리를 툭툭 내던진다. 팔자가 좋기는… 남의 속도 모르면서! 한편 온라인에서는 상당히 날카로운 비판들이 가해진다.

'현재도 도보 여행길이 넘쳐나고 그러는데, 뭐하러 또 만드나?'
'4대강 사업 때 자전거길 만들어 놓았는데 이용객들도 별로 없잖아. 또 그렇게 되면 어쩌려고?'

 

 



장거리가 아닌 단거리, 역사라는 테마로, 읍내와 가까이

맞는 말이다. 현재 도보 여행길은 포화 상태다. 600개가 넘는 도보 여행길이 있고, 그 거리만 해도 2만km에 달한다. 2만km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도 남을 엄청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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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산성 공산성 북쪽에 위치한 만하루와 연지. 오른쪽에 금강이 흐르고 있다. 뒤쪽으로는 금강대교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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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도보 여행길은 몇몇 잘 나가는 길들을 제외하고는 역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자전거 도로와 함께 도매급으로 매도되는 실정이다. 2007년 제주 올레길 열풍 이후, 중앙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길을 개설했기에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런 맹점들이 부각됐다.

필자는 그런 점들을 타산지석 삼아 역사트레킹을 실시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원칙들이 세워지게 됐다.

 

1. 무작정 걷는 것보다 역사라는 테마를 가지고 트레킹을 해보자.
2. 육체적으로 힘들면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5km 이내 단거리 코스로 만들자.
3. 가급적 포장도로는 피하자. 아스팔트 위를 걸으며 자동차들과 경합하는 도보여행은 할 필요가 없다.
4. 역사, 풍광, 생태 세 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길을 개척해보자.
5. 시작점(IN)과 종료점(OUT), 둘 다 접근성을 높여보자. 가급적 종료점을 읍내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하여 귀경길이 편하게 하자.


 

원칙은 좋다. 하지만 위의 원칙들이 다 부합되는 도보 여행길을 개척하기란 쉽지가 않다. 특히 역사, 풍광, 생태 세 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는 길을 개설한다는 건 정말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더군다나 읍내와 가까운 곳에 개설돼야 한다는 조항까지 맞추려면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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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금티 2006년 우금티 터널 개통 이후, 우금티는 벌판이 됐다. 동학농민군들은 왼쪽 도로 아래부분에서 많이 희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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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과 우금티를 트레킹 코스로 연결하자

 



공주를 처음 방문했을 때 필자도 다른 여행객들처럼 공산성과 우금티를 탐방했다. 하지만 그때는 공주의 지형을 잘 몰라 그 두 곳을 각각 따로 방문했다. 그것도 자동차를 타고 이동을 했다. 도보 여행가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도로 교통에 의존하여 탐방을 했던 것이다.

'여기 우금티에서 공산성까지 멀어야 3~4km인데 공산성까지 트레킹을 통해서 갈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없나? 지도상으로 보면 있을 것도 같은데… 공산성과 우금티를 하나의 선으로 연결해서 트레킹 코스로 만들면 그게 진짜 역사트레킹인데… '

공주를 방문할 때마다 이런 고민들이 밀려왔다. 그래서 공주토박이 분들을 붙잡고 조언을 구했다.

"뭐 하러 걸어가유? 차로 5분인디."
"공주대간이라고 그런 길이 있을 것도 같은디… 근디 그냥 잘 포장된 길 가지, 뭐하러 둘러둘러 가유."


대충 예상했던 반응들이었다. 각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도보 여행길을 개설했을 때 공주시에서 '공산성-우금티'를 직접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를 만들지 않은 걸 보면 무언가 큰 난관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 산딸기 여름이라 그런지 산딸기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행동식이 부족해서 산딸기로 허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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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갑오년의 농민군들이 가고자 했던 공주성(공산성)과 농민군들의 아픔이 서린 우금티를 연결하는 영광(?)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올해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20주년이라 그런 도보 여행길의 개설은 더욱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지도를 들고 공주의 구도심을 누볐다. 그리고 길 위에서 만난 분들 중,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붙잡고 계속 같은 물음을 던졌다.

 

 

* 공산성: 공산성 북쪽에 위치한 만하루와 연지. 오른쪽에 금강이 흐르고 있고,

뒤쪽으로는 금강대교가 보인다.

 

 

 

 

 

* 우금티: 2006년 우금티 터널 개통 이후, 우금티는 벌판이 형성됐다. 

동학농민군들은 왼쪽 도로 부분에서  많이 희생당했다.

 

 

 

 

 

이 사진들은 <공주역사둘레길>을 걸을 때 볼 수 있는 풍광들입니다. <공주역사둘레길>은 역사 도시,

공주에 산재한 역사유적들을 둘러볼 수 있는 그런 트레킹 코스입니다. 아직까지는 지도상에 존재하는

<공주역사둘레길>이지만 공주 여행의 새로운 묘미가 될 수 있게 한 번 제대로 개통시켜 볼 생각입니다.

트레킹도 하고, 역사 공부도 할 수 있는 그런 <공주역사둘레길>이 되게 하겠습니다!

 

 

 

 

 

 

 

 

 

 

 

* 금학생태공원: 생태공원 일원에서는 생태탐방을 할 수 있다.

 

 

 

 

*금학생태공원 가는 길: 생태공원은 공주시의 수원지 일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그 주변은 개발이 되지 않았고,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도 발견된다.

 

 

* 소나무 숲 길: 피톤치드가 풍부해, 산책하기 좋았던 소나무 숲 길.

 

 

 

 

* 우금티

 

 

* 산딸기: 사람들의 손이 잘 닿지 않아서 그런지 산딸기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었다.

행동식이 부족해서 산딸기로 허기를 채웠다.

 

 

 

* 영명학교: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전통의 사학이다.

한때 유관순 열사가 재학한 학교했다.

 

 

 

* 중동 성당: 공주 구도심 국고개에 있는 중동 성당. 1937년에 세워진 중동성당은

가톨릭신자나 근대건축물에 관심있는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한편 중동성당은 내포지역에 자리잡은 천주교 성지들과 연계되는 중요한 곳이다.

 

 

 

 

 

* 송장배미: 충청도 농민군들이 피를 흘렸던 곳이다. 전봉준 부대와는

다른 부대였다고 한다.  이 곳은 현재 연못 형태로 되어 있다. 무슨

그을음 같은게 번졌는지 석비가 무척 지저분한다. 그래서 그런가? 

송장배미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버려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 공주역사둘레길의 지도: 공주 구도심의 역사유적들을 저런 식으로 둘러본다.

 

 

 

 

 

 

 

* 공주역사둘레길: '금강대교-공산성'은 백제구역,

'중동성당-충남역사박물관-영명학교'는 근대화구역,

'삼거리-금학생태공원'은 생태구역, '우금티-송장배미'

구역은 동학농민혁명구역 등으로 테마를 잡을 수 있다.

 

 

* 공주역사둘레길: 사유지인지도 모르고 길을 개척하다

욕만 바가지로 먹고 내려와야 했다.

 

 

 

 

* 공주역사둘레길

 

 

 

 

 

 

 

한겨레21


 

한겨레 이종근 기자

 

 


 

 

[한겨레21]
[레디 액션!]

뭐 서평을 쓰자고? 세상살이에 바빠 책 한 권 읽기도 힘든 마당에 책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고? 이거 너무 무리한 ‘레디 액션’이 아닌가. 맞는 말이다. 독서다운 독서를 하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책읽기를 넘어 서평을 써보자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

온라인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책은 부차적인 정보취득원일지 모른다. 간단한 키워드 검색만으로도 평생 섭렵할 수 없는 자료가 쏟아져나오는데 해당 정보를 찾으려 굳이 책장부터 뒤적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손에 ‘수갑’처럼 콱 쥔 스마트폰은 또 어떤가?

하지만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어지러운 온라인 지식을 걸러내고, 심도 있는 정보를 구체화하는 데 아직 책보다 더 뛰어난 지식의 도구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앞서도 언급했듯이 서평을 쓰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서평을 쓰면 적극적으로 책읽기를 하게 된다. 서평을 쓰기 위해서라도 밑줄을 긋거나 메모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능동적인 독서 행위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능동적으로 독서에 임하다보면 책에 더 집중할뿐더러 지은이가 말하는 바를 잘 깨닫게 된다.

 

 

 

 

 

 

 


 

독자가 천재가 아닌 이상, 아무리 재밌게 읽은 책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머릿속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책장을 덮을 때부터 한줄 한줄 사라지다 나중에는 자신이 그 책을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가물가물해진다. 하지만 서평을 쓰다보면 구체적인 문장은 사라질지언정 저자가 말하는 큰 틀은 머릿속에 남아 있게 된다. 그러고 보면 서평쓰기는 바다에 던지는 그물과도 같다. 작은 물고기는 놓치더라도 큰 녀석만큼은 잡아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서평쓰기에는 특별한 격식이 필요 없다. 전문적인 평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이 가는 대로 작성하면 된다. 예를 들어 책 내용 중에 중점적으로 드러내고 싶은 부분을 기술하고, 왜 그 부분을 부각시켰는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된다.

잘 작성된 서평을 자신의 블로그나 페이스북에 게재해보자. 그러면 지식나눔이 되는 것이다. 그 서평을 통해 네티즌과 알차게 소통할 수도 있다. 누가 아는가? 서평을 열심히 쓰다보면 인터넷 서평꾼 ‘로쟈’처럼 되어 이름을 날릴 수도 있을지. 물론 그렇게 되려면 엄청난 내공이 필요하지만 말이야.

 

곽동운 독자


*‘레디 액션!’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소소한 제안을 하는 코너입니다. 독자 여러분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습니다. 제안하고 싶은 ‘액션’을 원고지 6~7장 분량으로 써서 han21@hani.co.kr로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레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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