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은 태고적부터 우리조상들이 신성시한 곳이다.

 

 

 

 

* 황지연못: 강원도 태백시 중심가에 자리한 황지 연못. 이 연못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점이 되는 곳이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태백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였다.

 

 

 

 

 

# 태백산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지난 7월 5일, 울릉도에서 다시 육지로 돌아온 나는 '태백산 산신령'을 만나러 강원도 태백시로 향했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개천절이면 산 정상부에 있는 천제단에서 단군을 위해 제례를 들이는 곳. 예로부터 계룡산과 더불어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곳.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로 북악(北嶽)이라 불렸던 곳. 이렇듯 태백산(1567m)은 예로부터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축적되어 온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태백산이, 국립공원이 아닌 도립공원 '품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뻘인 소백산(1440m)도 국립공원인데 태백산이 아직도 도립공원으로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의문을 표하는 사람 중에 필자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지역의 국립공원 지정은 첨예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교통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이해관계 중에서 단연 두드러진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약이다. 군립공원보다는 도립공원이, 도립공원보다는 국립공원이 더 많은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지도상으로 보면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허리축에 자리잡은 중요한 산이다. 

 

 

 

 

* 태백산 망경사: 당골매표사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2시간 쯤 정도를 오르다보면, 8부 등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태백산을 오르다 지친 나그네를 위해 위로라도 해주듯 부처님이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가부좌를 틀고 계셨다.

 

 

 

 

 

 

 

# 태백산은 언제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할까?

 

지난 2012년 12월 27일에 지정된 21번째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국립공원이 지정된 해는 1988년이다. 그해, 변산반도와 월출산이 지정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1967년에 지정됐고 20호인 월출산이 1988년에 지정됐으니, 21년 만에 무려 20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된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24년 동안 새로운 국립공원 지정이 전무했던 것은 시대상황의 변화 때문으로 판단된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같은 권위주의적인 정권하에서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대해서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항쟁 이후로는 재산권 행사와 관련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그 수위가 높아졌을 거라는 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12월 27일에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의 경우는 참 반가운 사례다. 서울의 북한산과 더불어 무등산은 광주광역시라는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순번 대기를 하고 있는 국립공원 후보군들이 재산권 제약이라는 난관을 뚫고 '국립공원 클럽'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무등산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 번호표를 뽑고 '국립공원 클럽' 앞에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이 몇 명 보인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린 '녀석'은 단연 태백산이다. 도대체 언제쯤 태백산은 국립공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 태백의 기찻길

 

 

 

 

 

 

 

 

 

 

 

▲ 다이센 눈꽃산행: 뜻하지 않게 일본에서, 겨울 산행의 백미인 눈꽃 산행을 했다.

 

 

 

 

▲ 다이센의 설국: 산 중턱 부근에 오르자 저렇게 설국(雪國)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겨울 눈꽃 산행을 제대로 해보았다.

 

 

 

 

# 겨울산행은 만만치가 않아!

 

하지만 필자도 한 가지 고민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겨울산행인데, 그에 걸맞은 장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 흔한 스틱도 안 챙겨왔고, 신발도 등산화가 아닌 그냥 트래킹화를 신고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진입로를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서 그렇게 미끄러울 것 같지 않았고 쿠션감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대충 지형을 파악해보니 특별히 난코스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까짓것 아웃도어맨이 어디를 못 가겠는가? 낙엽 쌓인 산길을 사뿐히 갔다가 내려오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리고 하산하면 상금이 기다리고 있는데. 푸하하!'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일정 정도 고도에 이르자 눈길이 시작됐다. 난 좀 당황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겨울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리! 세상의 모든 일들이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 예상외의 난관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고도가 높아질수록 적설량도 많아졌다. 눈이 발목 이상으로 쌓여 있던 것이다. 덕분에 내 바지 밑단은 다 젖어있었다. 계속 나아가다보니 아예 눈 속에 발이 푹푹 들어가는 것이었다. 전날 비가 내렸는지 어떤 곳은 물웅덩이도 있었다. 눈길에 빠져, 물웅덩이에 빠져, 진흙탕에 빠져... 내 바지는 아주 거지꼴이 되어 갔다.

 

산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세상은 새하얀 설국(雪國)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이 흰색으로 변해갈수록 상금에 대한 생각도 서서히 희석되어 갔다. 이미 페이스 조절은 실패했고 선두권과의 격차도 상당히 벌어진 상태였다.

 

 

 

 

 

▲ 미즈키시게로 로드: 돗도리현 미즈키시게로 거리에서 만난 일본 처자들. 이 거리는 요괴만화로 유명한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작품에 등장한 요괴들을 형상화한 거리다. 미즈키시게로 로드에는 총 134개의 요괴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이센을 등반 하기 전에 잠깐 그 곳을 방문했었다. 그나저나 저 요괴들은 무섭기보다는 우수꽝스럽다. 사람을 혼비백산 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사람들한테 놀라서 줄행랑을 칠 거 같다. 

 

 

 

 

 

 

▲ 외눈박이 요괴: 미즈키시게로 로드에서 만난 외눈박이 요괴. 역시 이 요괴도 무섭기보다는 좀 우수꽝스럽다

 

 

 

 

 

 

 

# 상금을 포기하니, 설국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니 벌써 반환점 찍고 내려오시는 거예요?"

"예. 쫌만 올라가면 반환점이에요. 고생하세요."

 

1등으로 보이는 분이었다. 마치 산악마라톤을 하듯 쏜살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얼마 안 남 았어요. 고생하세요."

 

2등 권으로 보이는 분들이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분들도 산악 마라톤 하는 것처럼 빠른 스피드로 하산을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네. 저런 분들을 어떻게 이겨!'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나는 그 분들에 비하면 아주 세 발의 피였던 것이다. 선두권 분들이 대여섯 명이었으니까 이미 상금은 물 건너 간 셈이었다.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이라고, 나는 그 분들이 미운 게 아니라 아주 고마웠다. 상금에 대한 생각을 싹 다 정리를 해주셨으니까. 그렇게 상금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니 제대로 겨울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진짜 느긋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멈춰 서서 사진도 찍고, 꼬마 눈사람도 만들며 느릿느릿하게 산행을 했다. 느리게 산행을 하다 보니 더 많은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더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상금도 좋지만 산행이 목적이라면 빠름보다는 느림이 더 알찬 산행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등반대회가 끝나고 난 후에 대충 필자 나름대로 등수를 매겨보았다. 다행히 난 중간 순위 정도에 들었다. 맨 마지막으로 출발을 했고, 겨울산행 장비도 갖추지 않은 것치고는 나름대로 선전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나의 다이센 등반대회는 무사히 종료가 됐다. 참가상으로 만족을 해야 했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다. 자연 앞에 겸손하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격언들을 새삼스럽게 떠올려보았던 산행이었으니까.

 

 

 

 

 

 

 

 

 * 요괴들: 이 녀석들도 별로 변변치가 않은 듯~ㅋ

 

 

 

 

▲ 우리나라 도깨비: 아무리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요괴들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난 이 도깨비 녀석들이 더 좋다. 거창귀농학교 복도에 걸려 있는 도깨비들.

 

 

 

 

 

 

 

 

 

▲ 다이센 등산로: 등산로 입구에는 저렇게 낙엽이 쌓여 있었다.

 

 

 

 

 

 

▲ 일본의 순시선: 앗! 일본의 순시선이다. 혹시 저 배도 우리의 독도 인근에 출몰 한 적이 있었을까?

돗도리현의 서쪽은 시마네현이다. '다케시마'의 날로 유명한 그 시마네현이다.

 

 

 

 

 

# 14시간동안의 기나긴 항해

 

나는 느긋해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재빠르게 계산기를 작동시켰다.

 

'등반대회에서 1등을 하면 50만원 주니까, 그 돈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하면 되겠군. 남는 돈으로는 돼지고기 사 먹어야지!'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아웃도어 여행가인데 등반대회 1등 하나 못 하겠는가! 5600Km짜리 무동력 여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아니면 누가 1등상을 받겠는가! 이렇게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여행도 하고, 상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강원도 동해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DBS호를 타면 일본 돗도리현 사카이미코항에 갈 수 있다. 동해항-사카이미나코항 항로는 450Km에 달하는데, 그 거리를 DBS호는 14시동안 달린다. 비행기로 한 두 시간 정도면 닿을 거리를 14시간을 달리니 만만치 않은 항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한 점의 빛을 점멸하는 고기잡이배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자연스럽게 '로맨틱'하고 '센티멘털'한 감정이 스며들게 된다. 야간에 설악산 대청봉 부근 산행을 하시다 동해바다에 떠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들을 보신 분들은 필자의 감정을 잘 이해하실 것이다.

 

그렇게 선상에서 로맨틱한 감정이 돋우어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바로 '타이타닉' 놀이다. 안 그래도 그날 '타이타닉' 놀이에 흠뻑 빠져있던 커플이 하나 있었다. 아랫배가 출렁거리는 어떤 남자가 디카프리오 흉내를 내며 포즈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포즈는 상당히 어색했다. 애초 의도는 영화 타이타닉이었지만 그 결과물은 <코미디빅리그>처럼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포즈였다.

 

 

 

 

 

 

 

 

▲ DBS호의 항로: DBS호는 우리나라 동해항을 기점으로 일본 돗도리현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일본 사카이미나코항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일본을 우리나라보다 위쪽으로 올려놓았다. 우리가 보는 통상적인 동아시아 지도가 아니었다.

 

 

 

 

 

▲ DBS호의 항로: 사진편집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돌려봤다. 사실 이게 더 눈에 잘 들어온다.

 

 

 

 

 

 

# 등반대회 1등은 나의 것이다!

 

내가 그렇게 긴 항해를 감내하며, 돗도리현에 갔던 이유는 '다이센(大山) 등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등반대회는 지난 11월 24일에 개최됐었다. 다이센은 일본인들이 가장 등반하고 싶어 하는 산들 중에서 세 번째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선호도가 거짓이 아님을 입증하듯, 다이센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멀리서 다이센을 보면 마치 후지산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현지인들은 다이센을 후지산의 '짝퉁'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시 나는 <아름다운 도보여행>이라는 도보여행 카페 회원분들을 비롯한 여러 산악인들과 함께 다이센 산행에 나섰다.

 

다이센은 일본 혼슈의 서쪽 주고쿠 산지의 핵심을 이루는 산이다. 다이센은 해발 1729m로 우리나라의 설악산(1708미터)와 비슷한 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좀 더 느긋해졌다. 10년 전, 지리산 천왕봉 근처에서 홀로 침낭 깔고 잠을 잤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1915미터인데, 그 보다 작은 산이라면... 푸하하! 1등은 내 것이다!'

 

한국산이든 일본산이든 자연 앞에 겸손하라고 하는데 나는 상금에 눈이 멀어 '시건방'을 떨었던 것이다. 또 얼마나 등반대회를 우습게 봤는지 맨 마지막으로 산길에 진입을 했다. 한 사람이 겨우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센의 등산로는 아주 좁았다. 하지만 난 곧바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등산로 입구에서 관계자와 잡담도 하고, 노상방뇨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맨 마지막으로 등산로에 진입했던 것이다. 대신 뒤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음... 내가 여기서 젊은 축에 속하는군. 페이스 유지하다가 중간 부분에서 확 치고 나가면 되겠군!'

 

 

 

 

 

 

 

 

 

 

 

 

 

 

 

 

 

 

 

 

 

 

 

 

 

 

 

뱃길아, 북적북적해져라

 

[한겨레] 강화도 외포리에서 출발한 ‘2005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전쟁으로 갈라진 강화지역-황해도 생활권의 적막이 구슬프다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글 곽동운 10기 독자편집위원

 

 

 


7월27일 오전 9시, 강화 외포리 항구에서 뱃고동이 힘차게 울렸다. 그동안 통행할 수 없었던 한강 하구를 향해 평화의 배는 씩씩하게 물살을 헤치고 나아갔다. 얼마 만인가. 52년 동안 갈 수 없었던 한강 하구. 더 정확히는 한강과 임진강의 하구. 남북 분단으로 반세기가 넘는 동안 가로막혔던 물길을 평화의 배는 갈매기를 벗 삼아 유유히 흘러갔다.

지금은 석모도행 전용 항구가 됐지만, 옛날 외포리에서는 서울 마포나루로 떠나는 배들도 있었다. 수산물과 각종 특산물을 가득 싣고 한강 하구를 거슬러 올라갔던 것이다. 인근 교동도에서는 북한 지역인 황해도 연백으로 장을 보러 다니곤 했다. 생활권으로 묶일 만큼 강화 일대와 황해도는 가까웠다.

 

 

 

 


전쟁은 물길까지 갈라놓았다. 52년 전 조인된 정전협정에서는 민간 선박의 규제가 없었음에도 북방한계선(NLL)과 어로 한계선이 ‘관습헌법’처럼 작동해 이 지역은 고깃배 한척 없는 적막한 곳이 되었다. 돈이 있어도 그곳은 못 갔다. 배가 있어도 그곳은 갈 수 없었다. 러시아도 가고, 달나라도 가는데.

평화의 배 출항지가 외포리항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로 인해 강화 지역에서만 1천명 정도가 사망했다. 외포리도 학살지 중 하나였다. 비무장 민간인들이 전쟁의 제물이 되어 총과 칼을 맞아야 했던 잔혹한 역사를 지닌 곳이다. 진혼무의 가락이 더욱더 구슬프게 느껴졌다.

예정했던 항로가 단축되어 어로한계선 800m 북상을 끝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했던 평화의 배에서는 각종 문화공연과 리영희 교수, 도법 스님, 김낙중 선생의 강연이 이어졌다. 예정 항로를 다 채우지 못해 무척 아쉬웠지만 평화의 배 띄우기는 출항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었다. 꽃게철만 되면 남북 경비정의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던 이곳에 새로운 물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평화의 기운이 서해 건너 중국 베이징까지 전달되면 얼마나 좋을까. 52주년을 맞은 7·27 휴전 협정일을 떠올리며 4차 6자회담이 잘되길 기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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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제가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을 했을 때, 작성한 기사였습니다. 한겨레21 독자편집위원을 하면, 아주 간간이 한겨레 측에서 원고 청탁을 하더군요. 물론 원고료가 서운했죠...-_- ㅋ 그러고보니 이 행사를 했던 때가 벌써 7년 전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네요~!

 

 

 

 

 

 

 

 

 

 

 ▲ 미즈키시게로 로드: 돗도리현 미즈키시게로 거리에서 만난 일본 처자들. 보아하니 이 분들도 다른 지역에서 돗도리현으로 탐방을 온 것 같습니다. 온천에서 만난 마주친 분들이 아니니 절대 오해하시지 말기를~ㅋ 그나저나 저 요괴들이 무척 재밌네요.

무섭기보다는 우수꽝스럽다고 해야 하나?

 

 

 

---> 1편에 이어서

 

 

 

한국에서는 아무리 나이가 어린 여아들이라고 해도 아빠의 손을 잡고 남탕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난 아웃도어 여행가라 전국 각지의 목욕탕과 찜질방을 두루 다녀봤지만 여아가 남탕에 들어온 경우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는 빈번하다.

나이 어린 남아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여탕에 가는 일은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나름대로 필자는 문화적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몸이 노곤한 상태에서 그런 광경을 목격했으니 더욱더 그럴 수밖에.

난 온천욕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어떤 여아가 툭 튀어 나오더니 내 허벅다리를 붙잡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난 뒷걸음을 치다 그만 바닥에 '쿵'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렇게 '사고'를 유발시킨 여아는 '카와이'라는 말을 남기고, 또 신나게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카와이? 일본말로 귀엽다는 말인데, 도대체 뭐가 귀엽다는 것인가? 나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었나?

그렇게 일본 꼬마숙녀의 '습격'을 받은 후, 나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난 수건을 마련하지 않았기에, 좀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기념품으로 받은 손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눈을 맞았는지 손수건도 젖어 있었다. 기왕 그렇게 된 거, 난 탕 입구 쪽에서 뜀뛰기를 하며 물기를 털어내기로 했다. 현지분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지만 난 개의치 않고 열심히 뜀뛰기를 했다.

그런데 그때 평상복 차림으로 라커룸을 정리하시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60대로 보이는 분이었는데 물기에 젖은 깔판들을 교체하고 있었다. 그 분도 나를 봤을 것이다. 욕탕 앞에서 혼자 폴짝폴짝 뛰고 있는데 그걸 못 봤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슬며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남자가 아닌 것 같은데…."

 

 

 

* 고토부기성의 떡집 아저씨: 고토부기성은 돗도리현 서부 방면 관문에 있는 과자의 성입니다. 고토부기성이라고 무슨 역사유적이 아니고 과자의 성이라는 것이지요. 그 곳에는 일본 전통 방식의 과자가 제조,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시식코너도 있었고요.

저도 시식코너를 잘 활용했답니다. 그나저나 저 아저씨는 일본아저씨가 아니라 왕서방 같어~ㅋ

 

 

 

 


내 시력이 안 좋아서 그랬는지, 분명 남자는 아니었던 것 같았다. 다시 나는 혼동에 휩싸였다. 그래서 현지 남성들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현지인들은 무척 자연스러웠다. 그 라커룸 관리원이 자기 주위에 있든 말든 각자 자신의 일을 하기에 바빴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나만 괜히 혼자 부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도 정신을 가다듬고 내 할 일을 했다. 말린 건 말려야 했기 때문이다. 뜀뛰기로 대충 몸에 있는 물기는 제거가 됐으나 머리는 젖어 있었다. 그래서 헤어드라이기 앞에 가서 전원을 켰다. 그런데 작동을 안 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30엔 하는 동전을 넣어야 작동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속으로 욕에 욕을 해대며, 동전을 찾아다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했다. 나는 30엔 이상으로 '뽕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헤어드라이기를 온 몸에 들이댔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 라커룸 관리자였다. 그 분은 내게 손수건을 하나 내밀었다. 그 손수건은 내 것이었다. 동전을 가지고 갈 때 흘렸던 것 같았다. 그 때 자세히 봤는데 그 분은 확실히 남자가 아니었다. 골격이나 체형을 보나 확실히 여자였다. 그 분은 아주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 순간 내 몸을 다 봤을 것이다.

난 좀 억울했다. 뭐 똥배도 있고, 울퉁불퉁한 몸매지만 그래도 소중한 내 몸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쩌다 처음 보는 일본 아줌마 앞에서 몸을 다 노출시키게 됐단 말인가! 그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난 나름대로 '대범하게' 복수할 생각을 했다. 그것이 무엇이냐? 볼 테면 봐라, 하는 식으로 당당하게 그 아줌마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안경을 찾아 쓰고 그 관리자 앞을 아주 당당하게 지나갔다. 주위를 끌기 위해 두어 번 왔다 갔다 했다. 그 아줌마의 반응은? 콧방귀도 안 뀌더라. 아니 나를 얼빠진 놈처럼 취급하는 것 같았다. 그랬다. 내 '대범한' 복수는 씨알도 안 먹혔다.

나는 그렇게 일본 온천에서 무서운 '일본 여자'들을 만났던 것이다. 그 사람들로 인해 난 그 곳에서 엉덩방아를 찧었고, 얼빠진 놈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일본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왔기 때문이다.

날씨가 한겨울로 접어들어서 그런지, 뜨끈한 아랫목이 생각난다. 이번주 주말에는 공짜로 수건을 쓸 수 있고, 공짜로 헤어드라이기를 쓸 수 있는 우리 동네 찜질방에 갈 생각이다. 일본 온천이 괜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난 우리동네 신도림 찜질방이 더 좋다.     

 

 

 

 

 

 *일본 목선: 어느 큰 호텔 옆에 있는 장식용 배더군요. 뭐 저기서 큰 연회라도 열릴까요?

 

 

 

 

▲ 미즈키시게루 로드: 입만 살아 있는 요괴가 참 익살스럽습니다. 이 거리는 요괴만화로 유명한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작품에 등장한 요괴들을 형상화한 거리입니다. 미즈키시게로 로드에는 총 134개의 요괴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 온천에서 당한 일을 잘 표현해주는 요괴 조형물이네요!

 

 

 

 

 

 

 

 

 

 

▲ 일본 돗도리현 다이센(大山): 올해 첫 눈을 일본에서 맞았네요. 생각지도 않은 설국(雪國)을 만나서 좀 어리둥절 했습니다.

 한편 별다른 장비없이 이 정도까지 산행을 했다면, 온천에서 몸 좀 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제목이 상당히 선정적이다. 굳이 이렇게 선정적인 제목을 거는 이유가 뭐냐고 필자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제목에 언급된 단어들만으로도 충분히 '일본산 AV' 하나 정도는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보시고, 은근슬쩍 하드디스크의 '비밀폴더'에서 비슷한 제목의 동영상을 찾으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DBS호를 타면 일본 돗도리현 사카이미나코항에 갈 수 있다. 동해항-사카이미나코항 항로는 450km에 달하는데, 그 거리를 DBS호는 14시 동안 달린다. 비행기로 한두 시간 정도면 닿을 거리를 14시간을 달리니 만만치 않은 항해임에 틀림없다.

내가 그렇게 긴 항해를 감내하며, 돗도리현에 갔던 이유는 '다이센(大山) 등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등반대회는 지난 11월 24일에 개최됐었다. 다이센은 해발 1729m로, 일본인들이 가장 등반하고 싶어 하는 산들 중에서 세 번째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선호도가 거짓이 아님을 입증하듯, 다이센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난 올해 첫 눈을 다이센에서 맞았다. 등산 초입에서는 눈이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산 중턱부근에 오르자 눈발이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등산로에 쌓인 적설량도 상당했다. 그것이 문제였다. 왜? 난 눈꽃 산행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젠은커녕 그 흔한 스틱도 가지고 가지 않았다. 또 우비도 없었다. 하지만 난 목표지점까지 완등을 했다. 그런 악조건 하에서도 목표지점까지 무사히 도달한, 내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산행을 마치자 난 오들오들 떨었다. 그럴 만했다. 눈을 맞아서 옷이 많이 젖었기 때문이다. 목욕탕 생각이 간절했다. 이심전심인지 가이드도 급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하여 온천 탐방을 추가시켰다.

 

 

 

▲ DBS호 동해항-사카이미나코항-블라디보스토크항을 연결하는 국제여객선입니다.

 동해-사카이미나코 항로의 거리는 450Km 정도인데, 그 거리를 DBS는 14시간을 달려갑니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온천에서 따뜻하게 몸을 지지고 나오십시오!"

그렇게 하여 난 문제의 온천에 입장하게 된 것이다. 온천의 입장료는 500엔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00원 정도였다. 최근의 환율은 100엔당 1400원 정도다. 입장료는 저렴했지만 수건은 공짜가 아니었다. 우리돈 2000원을 주고 수건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껏 수건을 쓸 수 있는 우리동네 찜질방을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욕에 욕을 해댔다. 그리고는 그냥 맨 몸으로 들어갔다. 등반대회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손수건으로 대충 닦을 생각을 하면서.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눈꽃 산행을 해서 그랬는지 온천물은 무척 달았다. 몸에도 미각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있었으면 그렇게 감별을 했을 것이다. 밝고, 탁 트인 느낌의 온천 내부도 상당히 호감이 갔다. 뗏국물이 둥둥 떠 있는 후미진 동네 목욕탕 하고는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그 곳은 노천 온천도 있었다. 노천온천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몸을 '지질'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얼굴에는 찬바람이 불어댔지만 목 아래쪽은 후끈했었다.

그렇게 온천에서 몸을 지지니 노곤해졌다. 난 잠시 눈을 감고 향후 일정들에 대해서 곱씹어 보고 있었다. 그때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남자가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에 놀라, 난 눈을 떴다. 그때 꼬마 숙녀들이 정신없이 욕탕을 뛰어다니고 있는 장면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무엇이 그리 신났는지 대여섯 살로 보이는 여아들이 '깔깔'거리며 온천 내부를 헤집고 다녔던 것이다. 그 뒤로는 아버지로 보이는 어떤 일본 남자가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순간 나는 어리둥절 해졌다.

'여기 남녀 혼탕인가? 아닌데… 분명 남녀 갈라서 들어갔는데….'

 

 

 

 

* DBS호의 항로:  우리나라 동해항을 기점으로 일본 돗도리현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정기적으로 운항합니다. 일본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자국 중심으로 지도를 배치했군요.

 

 

 

 

 

* DBS호의 항로: 그래서 이렇게 사진을 돌려봤습니다. 사실 이게 더 눈에 잘 들어오지요. 이게 실제로 맞는 거지요!

 

 

 

 ▲ 다이센 등반대회 처음 진입했을 때는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 중턱 부근에 오르자 저렇게 설국(雪國)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강설량도 상당했습니다. 한편 아이젠이나 스틱 같은 별다른 겨울산행 준비도 없이 눈꽃 산행을 했더니 곤혹스러웠더군요.

하산하다 엉덩방아도 찌었습니다. 산행할 때는 안전이 가장 우선이겠죠.

 

 

 

 

 

 

 

 

 

 

 

 

 

 

 

 

 

 

 

 

 

 

 

 

 

 

* 울릉도 투구바위

 

 

*** 언론 기고문이라는 폴더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언론에 기고한 콘텐츠를 게시할 예정입니다. 저는 언론사에 기고를 할 때 블로그에다 원문글을 작성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일단 개인 블로그에서 작성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재 자전거여행기를 기고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도 기사작성 하는 것이 편리하지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인터넷 신문인데도 기사 작성하는데 순탄치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제 개인블로그에다 초고를 작성합니다. 그런 후에 완성본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하는 식입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면 다음 블로그의 웹기반 성에 대한 찬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를 일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다음블로그의 웹기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에 대한 대접은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겠죠.

 

각설하고.

 

이 코너에 게재되는 기사들은 이미 제 블로그에 올라온 것들입니다. 블로그의 포스팅과 차이는 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신문기사 글이 훨씬 더 깁니다. 기사글이 한 편이면 블로그 글은 3편으로 쪼개 놓았습니다.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요. 우리는 스코롤의 압박을 싫어하잖아요!

 

저는 블로그 글과 기고문을 좀 다르게 작성해 왔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신문이라지만, 제 기명으로 발행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게이트키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최대한 블로그 원문글과 신문기사글을 일치시키려고 노력을 했었지요.

 

블로그에는 쪼개서 작성하였지만 기사에는 한 편으로 올라갔다, 이것이 가장 핵심일 것 같습니다.

 

 

 

 

 

 

 

 

▲ 울릉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곳곳이 절경이라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그곳이 최고의 출사지가 되는 곳이다.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흰색 구조물은 작은 터널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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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와 자전거 일명 '철TB'라 불리는 '막강한 자전거'를 끌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다녔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해안도로가 놓여 있기는 했지만 가파르게 형성된 구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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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거창하다. 그냥 자전거여행이면 자전거여행이지, 뭐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요즘은 백두대간이라는 명칭이 맥주 광고에도 차용될 정도로 대중화 됐다지만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거나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지 못했다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는 명칭은 한마디로 '낚시용' 제목이 아닌가.

그렇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이번 여행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이름지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난 백두대간을 너댓번 정도 오르락내리락했다.

한계령을 넘어 울릉도에 입도했고, 태백산 야영장에 자전거를 주차(?)시켜 놓고 천제단까지 등산을 했다.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육십령 고개를 통해 전라북도 장수에서 경상남도 거창으로 이동을 했다. 또한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철TB를 끌고 지리산 성삼재와 노고단까지 다녀왔다. 이 정도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질책을 그나마 덜 당하지 않을까.

 

 


▲ 청량산에 위치한 청량사 청량사는 정말 시원한 배경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저기에 계신 부처님은 참 행복한 부처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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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가 여행한 코스와 산악인들이 언급하는 백두대간의 코스는 다르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전거를 끌고 대청봉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경북 지역에서 봉화와 안동지역을 여행했는데 이곳은 차라리 낙동정맥과 더 가까웠다.

어쨌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과 가장 근접한 지역을 여행을 했고, 지금은 무사히 서울로 돌아와 이렇게 여행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산악지역을 다니느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행 일수가 소요됐고, 체력적인 부담도 무척이나 컸다. 더군다나 올 여름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지 않았던가.

지난 56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느꼈다. 더불어 아쉬움도 스쳐갔다. 이번 여행이 국내에서 행하는 장거리 자전거여행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만 거의 1200km 정도를 주행했는데 지난 5년간 누적된 거리만 따지고 보면 한 5400km 정도가 된다. 그렇다. 필자는 자동차나 기차처럼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무동력(No-motor)으로 5000km 이상을 여행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5000km 이상의 자전거여행 경력을 이제는 해외로 발산할 순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기는 제대로 잘 기록해 둘 셈이다.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장거리 여행을 한 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획득한 엄청난 스펙을 스스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우를 범하지 않게 지난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 생각이다. 여행 내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었고, 살벌한 이야기도 있었다. 또 폭염에 지쳐 황천길로 갈뻔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통상적인 여행기보다는 좀더 '서프라이즈'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과 평화의 종 평화의 댐 부근은 DMZ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타원형에 평화의 종이 걸려있다. 평화의 종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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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 부근 힘든 여정이 있었기에 지리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일까? 동이 트고 있을 때라 좀 어둡기는 하지만 지리산의 영험함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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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 여행기간: 2012년 6월 14일~ 8월 8일

2. 주행거리: 약 1200km

3. 이동경로: 서울 -> 강원도 춘천 -> 화천 -> 양구 -> 인제 -> 설악산(한계령) -> 양양 -> 강릉 -> 경상북도 울릉군 -> 강릉 -> 동해 -> 삼척 -> 태백 -> 경상북도 봉화 -> 안동 -> 예천 -> 구미 -> 김천 -> 경상남도 거창 -> 함양 -> 지리산(성삼재, 노고단) ->전라남도 구례 -> 전라북도 남원 -> 장수 -> 거창

* 원래는 지리산에서 여행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경남 거창에 볼 일이 생겨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음. 거창에서는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서울로 복귀함.


이기사는 제 블로그(http://blog.daum.net/artpunk)에도 실렸습니다.

 

 

 

▲ 현포항 일대 북면 현포항. 이국적인 모습이 들 정도로 참 아름다운 풍광이다. 저런 곳에서 낙조를 본다면 더욱더 멋질 것 같다.

 

 

 

 

 

* 현포항: 정말 멋있다!

 

 

 

 

---> 전편에 이어서

 

 

 

 

 

#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팁

 

필자는 2012년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울릉도에 머물렀다. 6월 29일까지 쓴 비용은 29만7000원이었다. 이를 다시 울릉도에서만 지출한 비용을 계산해보니 19만6000원이었다. 여기에 강릉-울릉도 여객선 왕복요금인 9만8000원을 빼보니 9만8000원이 되었다. 즉 약 7일간 울릉도에 있으면서 9만8000원으로 여행을 한 것이다. 이 비용에는 태하 모노레일 비용, 섬목-저동 구간 배 삯, 울릉도 군내버스 비용 등이 다 포함된 것이다.

 

물론 필자는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으며 여행을 하는 터라 위와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저렇게 가난뱅이처럼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울릉도 탐방에 대한 팁을 드리려고 한다.

 

울릉도는 숙박이나 음식점의 90%가 울릉읍 저동-도동-사동에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읍내를 빠져나오면 호젓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울릉도도 성수기 시즌에는 민박 잡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성수기 시즌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울릉도 중심가만 빠져나오면 텐트 칠 곳은 아주 많기에 캠핑 장비를 완비했다면 여름에도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천부항: 천부는 북면의 중심지이다. 천부에 면사무소와 함께 버스종점이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버스노선의 주선은 도동-천부 라인이다.

만약 북면 일대에서 해안도로 걷기를 하신다면 천부항은 꼭 방문하시게 될 것이다.

 

 

 

* 관음도: 울릉도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관음도다. 사진에서도 보듯 현재 관음도는 다리로 울릉 본섬과 연결이 되어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관음도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관음도에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입구는 공사중이었는데, 관리자가 없었다.  

 

 

 

 

 

 

# 버스와 도보를 결합한 여행이 울릉도 여행으로 제격!

 

울릉도의 해안은 그 자체가 명품이다. 그래서 울릉도의 일주도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일주도로가 해안가를 끼고 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주도로를 걷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일주도로가 걷기에 편한 것은 아니다. 길을 가다보면 입출입이 한 곳인 단방향 터널이 나온다. 그런 터널을 걸어서 넘어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필자는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넘었는데, 어찌나 차들이 빨리 다니는지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울릉도에는 단방향 터널이 여러 곳이 있는데, 신호를 잘 받으면 한 번에 여러 터널을 쉽게 건널 수 있는 구조였다. 반면 신호를 놓치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터널에서 차들이 빨리 지나갔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보로 터널을 지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해안가 걷기는 북면 일대가 최적이었다. 내가 시시포스 놀이를 했던 항목령을 넘으면 북면 현포항이 나온다. 이곳부터 섬목까지는 걷기도 좋고, 풍광도 멋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코끼리 바위나 삼선암, 관음도 같은 멋진 풍광을 시원스럽게 볼 수 있다.

 

울릉도는 버스 운행이 자주 있는 터라 버스와 도보를 결합하는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버스가 1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데 시골버스치고는 상당히 자주 운행하는 편이다. 중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다음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여행 중에 만난 대학생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버스 요금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울릉도 시내버스의 기점인 도동 읍사무소 입구에서 북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천부까지 거리는 30Km가 넘는다. 여행일지를 찾아보니, 6월 26일(여행13일차)에 나는 천부항 인근에 텐트와 자전거를 주차해 놓고 도동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앞서 언급한 '일몰 관광버스'를 이용했던 것이다. 당시 왕복요금으로 3000원 정도를 지불했으니 무척 저렴하게 여행했던 셈이다.

 

다른 지역의 시골버스 같은 경우는, 30Km 이상 이동했으면 편도 요금만 3000원이 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울릉도 버스-도보를 결합한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면 굳이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고도 재미난 여행을 할 수 있을 듯싶다. 물론 이런 방식은 단독이거나 소규모 팀으로 움직여야 가능할 것이다.

 

걷기를 하다 식사를 못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울릉도의 경우 면소재지 정도에 가야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전거여행 중에 거의 매일 5끼를 먹었다. 영양보충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 중에 3식은 시리얼과 두유로 해결을 했다. 우유보다는 두유가 보관하기가 편하고 유통기간이 길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하니 무척 간편했다. 또 시리얼과 두유를 섭취하면 영양공급 문제가 해결이 되는 장점도 있었다.

 

 

기왕 하는 여행, 맛집도 다니고 그래야 하지 않냐고? 맛집 기행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무슨 재미냐고? 혼자 몸으로 식당에 들어가면 식당 주인이 별로 안 좋아한다. 서울이야 혼자 밥먹는 사람도 많지만 유명관광지는 단체손님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냥 눈치 보면서 밥먹는 것보다 시리얼로 때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한 끼 식사 정도는 그런 식의 행동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맛집 너무 좋아하지 마라. 남이 맛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별로일 수 있는 게 음식이다. 음식 맛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인 개념 아니겠는가?

 

전쟁 때는 주먹밥 먹고도 전투를 잘 했다고 하지 않던가! 주먹밥보다는 두유나 우유에 시리얼 둥둥 띄어서 먹는 게 더 맛있을 것이다. 가난뱅이 여행자라면 이런 정도는 감수를 해줘야지!

 

 

 

 

 * 관음도: 석포전망대에서 찍었다.

 

 

 

▲ 석포전망대에서 본 관음도: 석포전망대에서 본 관음도이다. 석포전망대에 오르면 저런 멋진 풍광들을 볼 수 있다.

한편 관음도에는 다리가 놓였지만, 필자가 입구에 갔을 때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관음도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 관음도의 다리: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관음도 입도 편의를 위해 마련된 엘레베이터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공사중이었다.

 

 

 

 

* 소라계단: 태하모노레일 옆으로는 소라계단이 있다. 소라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전편에 나온 소라계단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보았다.

 

 

 

 

 

* 나리분지 가는 길: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 구간이다. 나리분지를 가기 위해서는 또 꾸불꾸불한 길을 올라가야 한다.

 

 

 

 

* 나리분지를 알리고 있는 표지판: 나리분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천부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물론 난 그냥 걸어 올라갔다.

 

 

 

 

* 나리분지: 울릉도 유일의 평지라 그런지 경작지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 울릉도의 투막집: 투막집은 울릉도의 기후조건과 섬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강우와 강설이 내리는 기후 조건이 울릉도에서 투막집을 짓고 살게 했던 것이다.

 

 

 

 

 

*울릉도의 우데기

 

 

 

* 나리분지 캠핑장: 나리분지 캠핑장은 울릉도 유일의 공식 캠핑장이다. 캠핑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게 삼림욕을 할 수 있다.

 

 

▲ 북면 석포 인근의 해안가: 석포 인근에는 삼선암이나 딴바위 같은 큰 바위들이 해안도로 주변에 위치해 있다.

사진에 나오는 '물개바위'도 석포 일대에서 볼 수 있다. '물개바위' 뒤편으로 보이는 섬은 관음도이다.

석포전망대에서 보는 관음도의 풍광은 일품이었다. 한편 '물개바위'는 필자가 임의적으로 네이밍을 해 본 것이다.

 

 

 

 

 * 저동항: 울릉도여행을 마치고 다시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을 하기 위해 저동항으로 돌아왔다. 사진 중앙에 있는 배를 타고 다시 강릉항으로 되돌아 갔다.

 

 

 

▲ 태하 산책길에서 서면 태하 모노레일 인근에는 소라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안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바위투성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 투구봉: 울릉도 서면에 있는 투구봉이다. 급경사를 자랑하는(?) 울릉도 지형을 잘 설명해주는 사진이다. 울릉도는 종상형 화산지형이라 이렇게 경사도가 급한 지형이 나타난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 아닌가? 왼쪽 하단에 하얀색을 띈 터널이 있어 더욱더 이채로운 사진이라고 생각된다.

 

 

 

* 투구봉: 울릉도를 탐방할 때는 멀리 있는 풍광을 담을 수 있게 고배율 카메라를 휴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사진도 좀 멀리에서 찍었다.

 

 

 

 

---> 전편에 이어서

 

 

 

 

#울릉도 vs 제주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그래서 울릉도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듯 계속적으로 울릉도행 배편은 증편되고 있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에 의해 탄생된 섬이다. 하지만 두 섬의 지형적 특색은 다르게 나타난다. 제주도가 솥두껑 모양의 완만한 순상화산 지형이라면, 울릉도는 급격한 경사도를 나타내는 종상화산 지형이다. 제주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올레길이 개설됐을 정도로 해안지형이 완만한 경사도 나타내지만 울릉도는 그렇지가 않다. 울릉도의 해안은 수직적인 해식애 지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식애란 바닷물의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를 말한다.

 

그런 지형적 한계 때문에 아직까지 울릉도는 완전한 일주도로가 없다. 1963년부터 2001년까지 39.8km에 이르는 도로가 저동(울릉읍)-섬목(북면)까지 개설이 됐는데, 섬목-저동까지는 도로가 끊겼다. 울릉도 중앙에 성인봉(986m)이 있는데, 성인봉을 중심으로 1시 방향 지역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동리 -천부(북면 면소재지)간 4.75km 도로의 기공식이 2011년 12월에 거행됐고, 2016년에는 완전한 울릉도 일주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듯 울릉도에는 둘레길이 있다. 하지만 경사도 완만성이나 접근성면에서 제주 올레길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울릉도 둘레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면 남양리에서 태하리까지 개설된 7km 구간은 섬 안쪽에 있는 태하령(496m)를 넘어가는 코스다. 저동-섬목 구간에 개설된 둘레길도 남양-태하 구간보다는 바닷가에 접하기는 하나 내수전과 정매화골등을 지나쳐야 하기에 산행코스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대신 울릉도에는 '행남해안산책로'라는 해안도보길이 따로 개설돼 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 팀이 탐방해 유명해진 길인데, 해안절벽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주는 멋진 길이다.

 

 

 

 

 

▲ 태하 해안산책길: 서면 태하 모노레일 인근에는 소라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안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중앙에서 보듯 데크로 놓인 구간이 있는가 하면 바위투성이 길도 있다.

 

 

 

 

 * 울릉도 서면의 해안길

 

 

 

 

 

#오르락내리락, 울릉도는 내게 시시포스가 되길 '강요'했다

 

필자는 주로 울릉도 해안을 따라 이동을 했다. 울릉도는 역시 섬지역이라 해안을 따라 관광명소가 즐비했다. 예를 들어 서면 통구미 마을에 거북바위나 북면 석포리의 삼선암 등은 해안도로 바로 옆에 있어 힘들이지 않고 그 바위들을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무척 힘든 곳이었다. 급격한 경사도로 인해 자전거를 끌고 가기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철TB'인 블루야크(내 자전거의 애칭)에 무려 40kg 달하는 짐을 싣고, 울릉도의 꾸불꾸불한 길을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오르락내리락은 반복하니, 마치 내 자신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가 된 것 같았다.

 

설악산의 한계령을 넘고, 그밖에 강원도의 험준한 고개들 줄줄이 넘어온 나였지만, 울릉도의 꾸불꾸불한 길에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서면 태하에서 북면 현포리로 넘어가는 항목령 부근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 험하기로 소문난 지리산 관통도로와 필적할 정도로 꾸불꾸불했기 때문이다. 지리산 관통도로야 해발고도가 높기라도 하지. 항목령은 겨우 300m밖에 안 되는 곳이었지만 내게 시시포스의 역할을 강요시켰던 것이다.

 

 

 

 

 

* 항목령: 항목령은 300고지 정도였으나 한계령을 빰칠 정도로 난코스였다. 저 곳을 오르려다 거의 탈질할 뻔했다.

 

 

 

 

* 항목령: 정말 꾸불꾸불한 길이다. 난 항목령에서 '시시포스'놀이를 해야 했다. 내가 무슨 그리스 신화를 쓰는 사람도 아닌데.

 

 

 

 

* 울릉도의 깔딱고개: 오르고 오르다보면 결국에는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난 의지의 한국인이다!ㅋ

 

 

 

 

 

* 울릉도의 갈매기들: 울릉도는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도도한 녀석들 같으니... 딱봐도 성격(?)이 있는 것 같다.

 

 

 

* 울릉도의 바위: 북면 송곳바위 앞쪽에 있는 코끼리 바위

 

 

 

 

 

* 북면의 해안길: 울릉도 해안길을 트래킹하려면 울릉읍이나 서면보다는 북면쪽 길이 훨씬 더 좋다.

북면쪽의 도로에는 인공터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좀 더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 울릉도의 꽃: 북면 석포에서 한 컷.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알려주셨으면...

 

 

 

* 울릉도의 바위: 촛대 바위인가?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리미리 기록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울릉도의 바위

 

 

 

 

 

▲ 내수전 가는 길: 저동항에서 내수전 가는 길이다. 내수전 전망대에 오르면 바닷가 쪽으로는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관음도와 죽도를 볼 수 있고

내륙 쪽으로는 성인봉 일대를 바라볼 수 있다. 필자가 내수전 전망대에 올랐을 때는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있어 원활한 관찰을 할 수 없었다.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있는 섬은 죽도다.

 

 

 

▲ 울릉공설운동장: 서면에 있는 울릉공설운동장. 저렇게 멋진 곳에서 축구를 하면 나도 메시나 호나우두처럼 공을 잘 몰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 울릉공설운동장: 저 곳에서 축구를 한다면, 나도 호나우두나 메시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도 있을 듯....ㅋ

 

 

 

 

 

 

 

▲ 현포항이 바라다보이는 전망대 북면 현포항이 보이는 전망대다.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현포항 부근은 옛날 우산국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 울릉도의 해안도로 울릉도의 해안은 그 자체가 명품이다.

 

 

 

 

* 여행 10일차: 2012년 6월 23일


내가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석양이 지고 있을 때였다. 당시 여행일지를 살펴보니 오후 8시에 하선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배멀미로 구토를 여섯 번이나 해서 진이 다 빠졌지, 주위는 이미 어두워진데다 하룻밤 잘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지. 울릉도 섬 여행이고, 백두대간 여행이고 다 귀찮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여행을 ‘쫑 내고’고 서울로 복귀하고 싶었다. 그냥 편하게 안양천이랑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이쁜 여자’들이나 쳐다보면서 자전거나 탈 걸 무엇 하러 이고생을 사서 하는가? 그런 필자의 우울한 마음도 몰라주고 어떤 울릉도 아줌마가 이런 말을 외친다.


“어이, 자전거 끌고 가는 아저씨 민박 3만원.”


가뜩이나 울릉도에 와서 우울한 감정에 휩싸였는데 그 호객행위 하는 아줌마의 말이 귀에 잘 들렸겠는가.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텐트 있어요.”

 

 

 

# 울릉도의 첫 번째 베이스캠프 울릉한마음회관


텐트만 있었을 뿐이지, 캠핑 장소는 없었다. 조바심이 들었다. 아무리 필자가 노숙에 익숙하다고 해도 진이 빠진 상태에서 텐트 세팅도 없이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고민 끝에 도동항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읍 소재지인 도동항에 가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울릉도의 지형은 한계령 빰칠 정도로 험했다. 저동항에서 도동항으로 이동할 때는 저동재를 넘어야 했는데 이 고개의 경사도가 엄청 가파른 것이다. 배멀미의 여파로 정신은 혼미하고, 뱃속은 허하고, 저동재의 경사도는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정말 울릉도와 나는 서로 궁합이 안 맞는 것일까?

 

 

 

▲ 울릉한마음회관에 친 텐트 울릉도에 너무 늦게 입도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노숙을 할 판이었지만, 다행히 울릉한마음회관 앞마당에

저렇게 텐트를 칠 수 있었다.

 

 

▲ 저동항 울릉한마음회관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울릉도에서 맞은 첫 아침 풍경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텐트 칠 곳을 찾았다. 울릉한마음회관이라는 곳 앞뜰에 팔각정이 있어 거기다 그냥 텐트를 쳤던 것이다. 더 이상 이동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그냥 텐트 세팅을 했던 것이다.

 

텐트를 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없었다. 배멀미로 위액까지 쏟아낸 터라 내 뱃속이 음식물을 잘 소화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죽을 먹으면 제격이었기에 그 길로 다시 저동항 부근 편의점으로 가, 동원 야채죽을 하나 사 먹었다. 울릉도에 입도해 처음으로 먹은 음식이 편의점 죽일 줄이야!

 

 

다음날.

 

육지에서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랬는지 잠은 잘 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울릉한마음회관이라는 관공서 앞에 야영지를 잡았지만 그럭저럭 하루를 잘 보낸 셈이었다. 텐트에서 나와 야영지 일대를 둘러보았는데 난 놀라운 풍광들을 보게 됐다. 내가 있던 울릉한마음회관은 저동재 중턱 부근에 있었는데 그 아래로 저동항 일대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던 게 아닌가! 내 눈은 휘둥그레졌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비경을 품고 있기에 필자가 놀랄 일은 앞으로도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 도동일대: 도동은 울릉도의 중심지이다. 군청과 읍사무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 도동항: 도동항 일대는 울릉도에서 가장 번성한 지역이다. 한편 야간에

내수전전망대에 오르면 도동항과 저동항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독도사랑호: 사동항 인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너무 원거리에 있는 배를 찍어서 그런지 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독도사랑'이라는 로고가 있어 한 컷 찍어 봤다.

 

 

 

* 도동항의 갈매기들: 울릉도는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은근히 도도한 녀석들이다.

 

 

 

▲ 거북바위 서면 통구미 마을 부근에 있는 거북바위다. 형상이

 기묘하여 사진동호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바위다.

 

 

 

 

▲ 거북바위와 내 자전거

 

 

 

 

 

 

▲ 울릉도 지도 포스팅의 이해 높이기를 위하여 지도를 가져와 봤다.

노란색 줄은 울릉도 일주도로를 뜻한다. 동북쪽 지역은

일주도로가 연결이 안 된 것을 지도상의 표시로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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