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례길: 내 그림자를 피사체 삼아 한 컷


☞ 지난 2019년 12월 17일부터 2020년 2월 11일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및 유럽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 전년도에도 다녀왔으니 2년 연속 탐방을 한 셈입니다. 순례길 탐방이 종료된 이후에는 20대에 못해봤던 배낭여행을 행했답니다.

독일 - 오스트리아 - 슬로베니아 - 크로아티아 - 스위스 -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나라들 위주로 여행을 다녔습니다. 알프스 산맥에는 못 갔지만 먼 발치에서나마 알프스 일대를 둘러보았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여행일지는 수첩(기자수첩 사이즈)에 작성했는데 그 내용들을 포스팅할 생각입니다.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거라 재밌는 포스팅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한 개인의 여행기가 이 공간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한 개인의 작은 기록이 올라가지만 그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한 개인의 역사로 이어질테니까요!

* 2019년 12월 27일 금요일: 11일차 / 맑음, 아침에 쌀쌀했음.

1. 그러고보니 내 생일이다. 뭐하느라고 벌써 또 생일을 맞는가! 하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고 숙명이다. 그 운명 안에서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인간의 또다른 숙명일 것이다. 생일날 웬 개똥철학인가?ㅋ

2. 로그로뇨(Logrono) 공립 알베르게에서 오전 8시 30분경 출발했다. 오늘은 작년 순례길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구간을 두 곳이나 지난다.

3. Logrono - Navarrete 구간에서는 멧돼지떼를 만났고, navarrete 다음 마을인 ventosa에서는 노숙을 했기에 이 구간은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4. 2018년 순례길에서 이 구간을 밤에 지나서 그랬는지 이 일대를 자세히 보지 못했다. 하지만 역시 밤에 보는 것과 낮에 보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 이 구간도 꽤 매력적인 구간인데 작년에는 밤에 지났으니 그 참 맛을 몰랐다. 괜히 멧돼지떼나 만나고 노숙이나 하고... 오늘의 목적지는 Najera였다.

5 멧돼지떼를 만난 곳에서는 손인사 한 번 해줬고, 노숙을 했던 ventosa 성당 벤치에서는 노숙 퍼포먼스를 행했다. 단단히 벼르고 왔지만 조금은 허무하다는 생각이들었다. 밤과 낮의 상황이 달라서 그랬던 것 같다.

6. 하지만 생일빵은 나를 피해가지 않았다. '그냥 보내드릴 줄 알았나요?' 내가 강의 시간에 했던 말이다. 그 말이 내 스스로에게 다가왔다. 한마디로 자업자득! 괜히 잘난척 하다가 본 코스에서 벗어난 곳을 갔던 것이다.

7. 나헤라(Najera)를 약 5km 정도 앞두고 터널을 하나 지났는데 그쪽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표시가 안 보이면 뒤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냥 간 것이다. 어차피 그 길도 자전거 도로라 나헤라를 향해 가긴했다.

8. 하지만 나헤라를 직접 가는 길이 아니라 순례길에서 벗어난 huercano라는 도시를 거쳐 간 것이다. 어림잡아 5~6km는 더 돌아서 간 것 같다. 마지막 3km 정도는 도로를 따라 걸었는데 자동차들이 어찌나 빨리 다니는지! 시건방떨다가 아주 꽝이 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생일빵을 제대로 선사한 것이다.

9. 하여간 2018년이나 2019년이나... 로그로뇨 - 나헤라 구간은 내게 아주 강렬한 인상을 전해주었다.

10. 나헤라에 일찍 도착했으면 생일케이크라도 하나 사서 자축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보카딜료컴플리타(bocadillo completa)를 하나 사서 먹었음.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 엄청 맛있었다.

11. 나헤라 공립알베르게(도네이션)에 작년과 같이 1박함. 오후 7시 30분경.

* 이동거리: 약 28km -> 헤매인 5km는 포함시키지 않음.

* 누적거리: 206km




* 노숙퍼포먼스: ventosa 성당 옆 벤치. 2018년에는 실제로 노숙하고, 2019년에는 노숙 퍼포먼스를 행함. 2019년에는 생일날 노숙 퍼포먼스를 행함. 생일날 뭐하는 짓이야!^^






* 스페인의 일자산?: 서울 강동구에 일자처럼 생긴 일자산이 있다. 딱 저 산처럼 생겼다.

*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12일차 / 맑음

1. 나헤라(Najera) 공립 알베르게에서 일찍 나왔다. 오전 8시경. 배가 좀 고파서 빵과 커피로 속을 채웠음.

2. 오늘은 오전부터 열심히 걸었다. 26km 거리인 그라뇽(Granon)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나니 갑자기 피로가 확 몰려오는게 아닌가? 어제 헤매인 것, 로그로뇨까지 일일 36km를 걸었던 것 등등... 피로가 엄청 누적됐던 거 같다.

3. 그래서 그라뇽보다 6km 전에 있는 Santo domingo de la calzada에서 멈춰섰다. 산토도밍고데칼자다(santo domingo de la calzada)는 작년에도 1박을 했던 곳이다. 작년에 이어 산토도밍고데칼자다 공립 알베르게에 입실함.

4.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잘란다. 브레이크를 걸 때는 확실히 걸어줘야 함!

* 이동거리: 약 21km

* 누적거리: 227km






*순례길




*순례길





* santo goimngo de la calzada 대성당의 야경





* santo goimngo de la calzada 가는길








☞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노숙: 노숙도 순례길의 일부? 2차 노숙지.




*여행 9일차: 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맑음 

1. 오전 9시경, Torres del rio 알베르게에서 출발함.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거의 홀로 걸었음. 날씨도 양호했고, 노면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음.

2. 일행들은 Logrono를 향해갔지만 난 일행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서 Logrono를 넘어갈 생각이었음. 그러러면 좀 서둘러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음. Logrono는 대도시임.

3. Logrono를 9.6km 정도를 지나 navarrete를 향해 갔음. 프린트상에 navarrete는 나름대로 알베르게가 6개 정도 있다고 적혀 있었음.

4. Logrono에서 navarrete까지는 약 13km 정도임. 이미 Logrono에 들어섰을 때 해가 지고 있었음. 그런데 거기서 13km를 더 가겠다고? 과욕임에 틀림없었음!

5. 결국 야간트레킹을 하게 되었음. 뭐 야간트레킹이야 국내에서도 숱하게 했고, 이번 순례길에서도 야간트레킹을 몇 번을 할 거라고 예상했었음. 하지만 의외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음.

6. 아닌 밤 중에 홍두께라고, 멧돼지 떼를 목격한 게 아닌가! 한 마리도 아니고 멧돼지 떼를 만난 것이다. 
예전 도봉산에서 멧돼지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 마리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떼거지였다...ㅋ

7.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멧돼지 녀석들의 덩치가 크지 않았다는 것과 길을 가로질러 갔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멧돼지를 만났을 때의 수칙을 되내이며 녀석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8.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쾌에엑'거리는 멧돼지들의 굉음을 듣다보니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남에 나라에 와서 한 밤 중에 뭐하고 있냐...ㅋ

9. 어찌어찌하여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또다른 위기가 안 온다고 누가 보장하는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열심히 걸어갔다. 이미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거의 12시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속보로 걷고 있었다. 어디서 멧돼지가 또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질려서 그랬는지 내 다리는 멧돼지 녀석들보다 훨씬 더 빨리 내달리고 있었다...ㅋ

10. 그렇게 힘들게 야간트레킹을 한 후 navarrete에 갔더니 알베르게가 딱 하나 열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그것도 알베르게 관리인이 출타중이라고 했다. 이때가 밤 10시 경이었다. 역시 겨울철 순례길은 알베르게 잡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그 동네에 호스텔이 있어서 갔더니 30유로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뭐 30유로면 우리나라 돈으로 4만 2천원 정도 하는터라 그 정도를 지불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5유로 10유로에 익숙해져서 그랬는지 30유로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었다. 

11. 망설이며 잠시 어디를 다녀왔는데 그새 호스텔도 문을 닫았다. 그 잠시 사이에 문을 닫은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navarrete에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걸 어쩌냐!

12. 별 방법이 없었다. 노숙을 하는 수밖에... 그렇다고 navarrete에서 할 수는 없고, 좀 더 걷기로 했다. 야간트레킹을 넘어 심야트레킹을 하기로 한 것이다. 

13. 그렇게 심야트레킹을 해서 ventosa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 ventosa 성당 벤치에 자리 깔고 노숙을 했다. 무자게 춥더라! 특히 하반신이 무척 추웠다. 발도 시렸고. 그래도 피곤했는지 잠은 잘 왔다. 코를 골면서 잤으니까. 

14. 멧돼지를 만나지 않나! 노숙을 하지 않나! 순례길을 제대로 만끽하네!ㅋㅋㅋ




*여행 10일차: 2018년 12월 20일 목요일 맑음 

1. 노숙의 여파로 아침경에 또다시 자리를 깔고 드러누웠다. 날씨만 따뜻하면야 노숙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런게 순례길의 또다른 맛이 아니겠어!ㅋㅋㅋ

2. 오늘은 체력 관리 차원에서 najera까지만 가기로 했음. ventosa에서 najera까지는 약 9km 정도였음.

3. 어제오늘 총 51km를 걸었음. 하루에 그냥 25km씩, 이틀에 걸쳐 가는게 더 나을뻔 했음. 이게 뭐야!




* 필자: 출발할 때는 이렇게 호기롭게 출발을 했지. 이 사진은 일본인 사와다라는 친구가 찍어줬음. 




navarrete: ventosa와 함께 잊을 수 없는 도시!





* 1차 노숙지: ventosa성당 벤치. 힘들어서 그랬는지 코골면서 잤다. 내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 깼을 정도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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