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8년 12월 11일부터 2019년 2월 1일까지 산티아고 순례길 및 이베리아반도 여행을 행하고 왔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열심히 여행일지를 작성했답니다. 앞으로 그 여행일지를 포스팅화 시킬 예정입니다. 여행일지를 약간의 수정 과정을 거쳐 올릴 거라 그렇게 재밌는 포스팅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큰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저 손글씨로 작성한 여행일지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에 불과할테니까요.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 노숙: 노숙도 순례길의 일부? 2차 노숙지.




*여행 9일차: 2018년 12월 19일 수요일 맑음 

1. 오전 9시경, Torres del rio 알베르게에서 출발함.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거의 홀로 걸었음. 날씨도 양호했고, 노면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음.

2. 일행들은 Logrono를 향해갔지만 난 일행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서 Logrono를 넘어갈 생각이었음. 그러러면 좀 서둘러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음. Logrono는 대도시임.

3. Logrono를 9.6km 정도를 지나 navarrete를 향해 갔음. 프린트상에 navarrete는 나름대로 알베르게가 6개 정도 있다고 적혀 있었음.

4. Logrono에서 navarrete까지는 약 13km 정도임. 이미 Logrono에 들어섰을 때 해가 지고 있었음. 그런데 거기서 13km를 더 가겠다고? 과욕임에 틀림없었음!

5. 결국 야간트레킹을 하게 되었음. 뭐 야간트레킹이야 국내에서도 숱하게 했고, 이번 순례길에서도 야간트레킹을 몇 번을 할 거라고 예상했었음. 하지만 의외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음.

6. 아닌 밤 중에 홍두께라고, 멧돼지 떼를 목격한 게 아닌가! 한 마리도 아니고 멧돼지 떼를 만난 것이다. 
예전 도봉산에서 멧돼지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한 마리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떼거지였다...ㅋ

7.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멧돼지 녀석들의 덩치가 크지 않았다는 것과 길을 가로질러 갔다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멧돼지를 만났을 때의 수칙을 되내이며 녀석들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다.

8.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쾌에엑'거리는 멧돼지들의 굉음을 듣다보니 오싹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남에 나라에 와서 한 밤 중에 뭐하고 있냐...ㅋ

9. 어찌어찌하여 위기의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또다른 위기가 안 온다고 누가 보장하는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끌고 열심히 걸어갔다. 이미 오후 9시가 넘은 시각, 거의 12시간 정도 걸은 것 같은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속보로 걷고 있었다. 어디서 멧돼지가 또 나타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질려서 그랬는지 내 다리는 멧돼지 녀석들보다 훨씬 더 빨리 내달리고 있었다...ㅋ

10. 그렇게 힘들게 야간트레킹을 한 후 navarrete에 갔더니 알베르게가 딱 하나 열었다는 것이 아닌가! 그나마 그것도 알베르게 관리인이 출타중이라고 했다. 이때가 밤 10시 경이었다. 역시 겨울철 순례길은 알베르게 잡기가 만만치 않다. 그나마 그 동네에 호스텔이 있어서 갔더니 30유로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뭐 30유로면 우리나라 돈으로 4만 2천원 정도 하는터라 그 정도를 지불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5유로 10유로에 익숙해져서 그랬는지 30유로라는 말에 잠시 망설였었다. 

11. 망설이며 잠시 어디를 다녀왔는데 그새 호스텔도 문을 닫았다. 그 잠시 사이에 문을 닫은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 navarrete에는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걸 어쩌냐!

12. 별 방법이 없었다. 노숙을 하는 수밖에... 그렇다고 navarrete에서 할 수는 없고, 좀 더 걷기로 했다. 야간트레킹을 넘어 심야트레킹을 하기로 한 것이다. 

13. 그렇게 심야트레킹을 해서 ventosa라는 곳에 도착했다. 그 ventosa 성당 벤치에 자리 깔고 노숙을 했다. 무자게 춥더라! 특히 하반신이 무척 추웠다. 발도 시렸고. 그래도 피곤했는지 잠은 잘 왔다. 코를 골면서 잤으니까. 

14. 멧돼지를 만나지 않나! 노숙을 하지 않나! 순례길을 제대로 만끽하네!ㅋㅋㅋ




*여행 10일차: 2018년 12월 20일 목요일 맑음 

1. 노숙의 여파로 아침경에 또다시 자리를 깔고 드러누웠다. 날씨만 따뜻하면야 노숙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런게 순례길의 또다른 맛이 아니겠어!ㅋㅋㅋ

2. 오늘은 체력 관리 차원에서 najera까지만 가기로 했음. ventosa에서 najera까지는 약 9km 정도였음.

3. 어제오늘 총 51km를 걸었음. 하루에 그냥 25km씩, 이틀에 걸쳐 가는게 더 나을뻔 했음. 이게 뭐야!




* 필자: 출발할 때는 이렇게 호기롭게 출발을 했지. 이 사진은 일본인 사와다라는 친구가 찍어줬음. 




navarrete: ventosa와 함께 잊을 수 없는 도시!





* 1차 노숙지: ventosa성당 벤치. 힘들어서 그랬는지 코골면서 잤다. 내 코고는 소리에 스스로 놀라 깼을 정도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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