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서울에 있을 때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 뭐 매일 비스무리한 일상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ㅋㅋ 아니다. 게을러서 그랬다. 그래도 일상을 육필로 기록하고 싶은 생각은 언제나 진행형이다

 

 

하지만 장거리여행을 할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꼬박꼬박 일지를 작성하였다. 올 겨울에 다녀온 이베리아반도 여행도 51일 내내 여행일지를 깨알같이 작성하였다. 다이소에서 천원에 사간 기자(?)수첩을 한 권 다 채웠으니까.

 

말 그대로 여행일지였지만 여정 와중에 느낀 감상들도 기술했으니 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내 자신을 소개할 때 '역사트레킹 마스터'라는 직함 말고도 '여행작가'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여행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없다. 그래서 누가 여행을 하며 삶이 확 바뀌었다고 하면... 물음표부터 걸어둔다. 뭐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그렇다치고.

 

그 전에도 가기는 했지만 딱 10년 전 여름경에 행한 국토종단 자전거여행부터 내 장거리여행으로 기록하고 있다. 여름, 그것도 장마철과 겹쳐서 행한 여행이라 비를 계속 맞았다. 싸구려 자전거를 타고, 비가 줄줄 세는 2만원 짜리 텐트를 치고 잤었다. 짐도 주렁주렁이었다. 대충 자전거 무게까지 합치면 40kg 정도는 됐을 것이다.

 

캠핑장에서 잤다? 아니다. 돈도 없었고 캠핑장도 눈에 띄지 않아 주로 공터에서 사이트를 구축했다. 공동묘지에서도 텐트를 쳤고. 생각보다 공동묘지가 은근히 아늑하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그렇게 국토종단 4, 국토횡단 2번을 행했다. 그 자전거여행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도둑으로 몰린 일, 사고가 났던 일, 지역주민들의 따뜻한 격려를 받았던 ... 다 추억이다. 잊지못할 추억들...

 

사진에 나온 일지는 2010년도 여름에 행한 L자형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원래는 다른 곳에 기록되어 있었는데 새로 받은 수첩에 옮겨 적고 있다. 기존에 적혀 있던 수첩이 비에 젖어 완전히 엉망이고 해서 필사(?)를 해서 옮기고 있는 것이다.

 

L자형이라는게 내가 이동한 코스가 알파벳 L자형이라서 그렇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

 


천안(시작) -> 공주 -> 익산 -> 나주 -> 목포 -> 제주 -> 추자도 -> 완도 -> 장흥 -> 고흥

(나로도)

 

대충 요렇게 이동을 했다. 찌그러진 L자 형태가 나오더라.

 






비를 맞으면 맞은대로 엉망이면 엉망인대로 그냥 간직하는게 나을 것도 같다하지만 내 10년 전 쯤의 일기를 들쳐보고 수정한다는 생각으로 옮겨 적고 있다사실 오리지널이 적힌 수첩은 너무 꽝이었다는게 가장 큰 난관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옮겨 적다보니 그 때의 기억이 너무나도 또렸하게 되살아나 울컥하는 것이다. 당장 어딘가로 뛰쳐나가고 싶은 생각이드는 것이다아무 자전거나 빌려 타고 페달을 열심히 밟고 싶은 생각이 확 드는게 아닌가!

 

괜히 옮겨 적었나! 수첩 속에 잠들어 있던 자전거요정이 깨어나서 내 몸에 붙은 거 아닌지몰라...ㅋ 

 

붙은게 맞다. 2013년 이후로 중단했던 자전거여행을 올 8월 경에 다시 행하기로 했으니까. 지금 열심히 관련 용품들을 검색하고 있다. 트레킹하는 사람이 다시 페달을 열심히 굴리기로 작정한 것이다. 

 

10년 전의 일기가 올 여름 휴가를 기획해줬네! 이게 기록의 힘인가? ^^;













 

 

 

 

 

 

저 자전거를 보라.

 

뒷 안장에는 짐이 잔뜩 실려있고, 앞 핸들에는

빨래가 걸려있다. 저게 자전거인가? 아니면 집인가?

 

여행길에서 자전거는 내 집이자, 내 친구였다.

 

짐들이 볼품없고 지저분하게 걸려있지만...

그게 여행중의 내 모습이었다. 자전거도 그 주인을

따라가는 것 같다.

 

이 사진은 2009년 7월 경에 했던 국토종단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다. 충남 천안시 풍세면 부근에 있는

풍세천에서 찍었다.

 

 

자전거가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는건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