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량사: 청량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 사찰 한 가운데에는 석탑과 함께 부처님이 계셨다.

 

 

 

 

 

* 청량사: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곳에 부처님이 계셨다!

 

 

 

 

 

# 청량산 베이스 캠프 완성

 

 

그러면서 손수 커피 한 잔을 타서 내게 건네주었다. 역시 아웃도어를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다르긴 다른 듯싶었다.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자칫하면 숙소도 못 잡고 노숙을 할 판이었는데 말이다. 시골 인심에 아웃도어 인심까지 더해진 행운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그 직원이 알려준 곳을 찾아갔다. 그 곳은 팔각정 같은 곳으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좋은 풍광을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장소인 듯싶었지만 내 시야는 가로등 불빛 너머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주위 풍광만 지레짐작 할 수밖에 없었다. 난 서둘러 의자와 테이블을 한 쪽으로 몰아 텐트 칠 공간을 마련했다. 그것들이 돌처럼 무거워서 힘을 좀 쓴 후에야 그럭저럭 비가 들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드디어 나의 '청량산 베이스캠프'가 완성될 수 있었다.

 

 

▲ 청량산 하늘다리: 저 하늘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다리를 건널때 강력한 횡풍이 불면 그 스릴감은 공포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청량산 하늘다리: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청량산 하늘다리는 해발 800m 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의 계곡'에 하늘다리를 걸어놓은 셈이다

 

 

 

 

청량산 하늘다리에서 스릴을 즐기다!

다음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는지 늦잠을 잔 것이다. 세면을 하고 난 후에 어제 내가 '물아일체'를 했던 곳을 찾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곳을 찾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는 좀 움푹 파인 곳처럼 보였다. 선녀탕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의 틀은 나왔다. 그래서 난 내식대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선탕으로.

그런데 신선탕 주변에 쓰레기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먹다 남은 술병과 안주거리들을 그대로 놓고 간 것이다. 어제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난 좀 짜증이 났다. 자연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유명관광지 티'를 내고 갔기 때문이었다. 어떤이들이 '유명관광지 티'를 내던 곳에서 난 좋다고 물아일체를 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청량산까지 와서 등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와 텐트를 잘 놓아두고 등산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등산을 하기 전에 신선탕 근처에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갔다. 내가 전날 물아일체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풍기문란도 했기에 그 벌로 환경미화를 자청했던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남들도 재밌게 놀 수 있게 뒷정리를 깨끗이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청량산도 국립공원 클럽의 물망에 오를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산이다. 낙동강 상류와 어우러진 청량산의 모습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도 만나 뵐 수 있다.

한편 청량산에는 하늘다리가 있다. 그 곳에 서면 자신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산바람이 세게 분다. 스릴을 느끼고 싶지만 번지점프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은 청량산 하늘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가 구름다리를 통과할 때,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었는데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다리가 요동을 쳤다. 스릴 만점이었다.

 

 

▲ 래프팅: 낙동강 상류는 물살이 급해 래프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청량산 도립공원 인근에는 래프팅 업체들이 산재해 있었다.

 

▲ 청량사 산들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부처님이 계신 곳은 주위가 확 트여 있어, 풍광이 시원스럽다.

 

 

 

▲ 서강: 서강 뚝방길은 단종유배길 11코스다. 단종유배길의 종점은 청령포가 된다.

 

 

 

 

▲ 서강 고라니길: 서강은 동강에 비해 개발이 덜 된 곳이었다. 그래서 고라니들이 뛰어놀 만큼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편 겨울철을 맞아 고라니들이 먹이가 없어서 마을로 내려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동네 개들이 고라니들을 보고 안 짖는 걸 보니,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차라리 필자를 보고 엄청나게 짖어 댔다.

 

 

 

 

 

 

# 저 고라니를 잡아다 루돌프를 시켜볼까?

 


그 길이 동물 전용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 길을 걷는 사람은 필자 혼자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런 필자의 모습이 무척 신기했는지 고라니 녀석 하나가 계속 내 주위를 서성이고 있었다. 일반적인 고라니들은 겁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유독 그 녀석은 겁도 없이 내 주위를 계속 맴돌고 있었다. 마치 원거리 경호를 하듯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내 앞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고라니 녀석의 '원거리 경호'를 받으며 길을 걸었던 곳은 영월읍 방절리 일대 뚝방길이었다. 몇 해 전 서강 일대에는 홍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제방 공사를 했는데, 그 위로 길을 닦았다. 그 길을 필자는 홀로 호젓하게 걸었던 것이다.

필자가 영월을 방문했을 때는 동장군이 위세를 부렸던 1월 중순이었다. 그래서 서강의 물길은 꽁꽁 얼어 있었다. 강 옆으로 펼쳐진 야트막한 기암괴석들과 농한기의 한적한 농촌 풍경들이 꽁꽁 언 서강의 모습과 함께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가을철 단풍산행이 형형색색의 '비주얼'을 감상하는 재미라면, 겨울 눈꽃 산행은 흰색으로 단일화된 설국(雪國)을 걷는 오묘한 맛이 있다. 그 말에 빗대서 생각해보면, 서강 '얼음트레킹'은 흰 색 물감이 좀 덜 칠해진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흰색이 덜 채색된 부분에 얼음이 얼어 있다고나 할까. 그런 서강길을 고라니와 함께 걷고 있자니 엉뚱한 상상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간다.

'저 고라니를 잡아다 루돌프를 시켜봐? 그럼 내가 산타클로스가 되는 건가?'

 

 

 

 

 


* 방절산(야산): 방절산에는 청령포역이 있다. 예전에는 청령포역에서 하차 한 후 걸어서 청령포 나룻터까지 갔다고 했는데,

지금의 청령포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사다. 이 사진은 방절산 정상 부근에 올라 영월읍 지역과 함께 동강철로길을 찍은 것이다. 

 

 

 

 

# 동네 주민도 모르는 '단종 유배길'

한편, 전국에 불어 닥친 걷기 열풍은 서강 뚝방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필자가 걸었던 길이 바로 단종 유배길 11코스였기 때문이다. '단종 유배길'은 영월군에서 단종의 유배 행선지를 모티프로 삼아 트레킹 코스로 개척된 도보여행길이다. 유배라는 테마를 중심에 둔 트레킹 길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강진군의 '정약용 남도 유배길'과 경남 남해군의 '남해 바래길'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남해 바래길'은 <구운몽>으로 유명한 서포 김만중과 관련된 길인데, 그중 3코스가 서포의 유배지였던 벽련 마을을 통과한다.   

조선시대 중앙정치에서 밀려난 인물들이 눈물을 머금고 걸어야 했던 비운의 유배길이, 오늘날에는 '스토리'가 있는 도보여행길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건 참 역설적인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인물을 중심에 놓은 길이 풍광을 앞세운 길보다 역사 공부에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 여행 전후로 해당 역사인물의 삶의 궤적과 당시의 시대상들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트레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으니 1석 2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단종 유배길'은 걷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단종 유배길'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단종 유배길'은 전체 구간이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지난해 9월). 하지만 '단종 유배길'은 현지 주민들이 길 개통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모를 정도로 전혀 홍보가 안 된 상태였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영월군 누리집에도 '단종 유배길'에 대한 상세한 안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단종유배길'에는 화장실이나 벤치·식수대와 같은 기본적인 편의 시설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청령포역: 청령포역은 기차가 서지 않는 무인역사다. 2005년 경에 무인 역사가 됐다고 한다.

 

 

 

 

 

▲ 선돌: 기묘한 형상의 선돌은 예로부터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 청령포 조선조 6대 임금이었던 단종은 청령포에서 2달 간 유배 생활을 했다. 단종은 1457년 6월 하순에 청령포에 왔다,

그 해 여름 홍수를 피해 영월 읍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다. 그러다 그 해 10월 하순에 관풍헌에서 숙부인 세조에 의해 사사됐다.

 

 

 

 

 

# '뚜벅이' 여행자들에게 불편한 영월 여행

 

강원도 영월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비운의 왕인 단종과 관련된 유적지부터 래프팅으로 유명한 동강, 가난뱅이 여행자들의 아이콘인 김삿갓 그리고 우리나라의 모습을 닮은 한반도 지형까지…. 이렇게 볼거리,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니 영월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했다. 지난 10일, 설렘을 안고 영월로 향했다.

하지만 자동차 없이 '뚜벅이'로 여행을 다녀야 하는 필자 같은 여행객에게 영월은 다른 지역처럼 불편한 곳 중 하나다. 왜? 군내 버스편이 드문드문 있으니까. 동강 어라연이 있는 문산리행 버스는 읍내에서 하루 다섯 번만 운행한다. 김삿갓 문학관행도 마찬가지로 다섯 편만 운행된다. 그러나 문산리행이나 김삿갓행은 양반에 속한다. 한반도지형행은 하루에 단 두 편밖에 없다. 이런 대중교통편의 미비로 인해 영월 여행도 자동차 여행이 주를 이룬다. 실제적으로 영월 읍내에 있는 관광 안내도도 자동차 여행을 기준으로 작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필자는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았음에도 아주 재밌게 영월 지역을 탐방하고 왔다. 영월 읍내 지역을 중심으로 '얼음 트레킹'을 하고 왔는데, 겨울 눈꽃 산행하고는 또다른 재미를 느끼고 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숨어 있는 진주와도 같은 서강의 모습을 발견하는 큰 수확도 얻었다.  

 

 

 

 

* 동강: 동강과 서강은 영월읍 방절리 부근에서 서로 합쳐져 남한강을 이룬다. 필자가 영월을 방문했을 때, 서강과 마찬가지로 동강도 꽁꽁 얼어 있었다.

 

 

 

 

 

 

 

# 유배가는 단종도 선돌의 기묘함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영월 얼음 트레킹은 선돌에서부터 시작됐다. 선돌은 영월 읍내에서 약 4.5km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서강 강변에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다. 본 바위에서 툭 튀어 나온 듯이 서 있는 선돌은 그 높이가 70m에 달한다.

선돌은 그 자태가 오묘하여 예로부터 '신선암'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런 기묘한 모습 때문에 선돌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비운의 임금이라고 불리는 단종 임금도 그들 중에 포함된다. 단종 임금의 유배지는 영월 땅 청령포였다. 한양에서 청령포로 가기 위해서는 소나기재라는 곳을 거쳐야 하는데, 그 고개 정상 부근에 선돌이 있다. 단종도 선돌을 볼 때만큼은 고된 귀양길에서 오는 피곤함을 잠시 내려놨다고 한다.

소나기재에 올랐던 단종은 기묘한 모습의 선돌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종대왕의 피가 흘러 어릴 적부터 영민했던 단종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다시는 한양 땅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자신의 불후한 운명을 말이다.

선돌 탐방을 마친 후, 산길을 1km 정도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서강 강변을 트레킹할 수 있다. 어라연을 품고 있는 동강과 한반도 지형을 품고 있는 서강은 영월읍 부근에서 서로 만나 남한강을 이룬다. 같은 영월 땅을 흐르고 있지만 서강은 동강에 비해 대중적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서강 주변은 개발의 손길에서 비켜나 있었다. 동강 주변을 따라 각종 리조트들과 래프팅 업체들이 몰려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느껴질 정도.

역설적으로 그렇게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서 그런지, 서강은 고라니들이 뛰어놀 만큼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었다. 필자가 직접 서강길을 탐방했을 때, 곳곳에서 고라니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눈길 곳곳에 찍힌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사람 발자국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야생 동물들의 발자국들만 가득하니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이 길은 동물 전용 노선인가? 사람이 발을 들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 선돌과 서강: 선돌 옆을 유유히 흘렀던 서강이 겨울 동장군에 의해 꽁꽁 얼게 됐다.

 

 

 

 

▲ 선돌: 꽁꽁 언 서강을 배경으로 우뚝 솟아 오른 선돌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산악인들이 으뜸으로 꼽는 산행은?

관악산둘레길, 설국(雪國)으로의 여행

시민리포터 곽동운 | 2013.01.09

 

 

 

 

 

 

 

[서울톡톡] 5월의 봄꽃 산행, 가을철의 단풍 산행도 좋지만 산악인들이 으뜸으로 꼽는 산행은 바로 겨울철 눈꽃 산행이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산길을 걸을 때의 느낌은 여타 다른 계절의 산행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을철 단풍산행이 형형색색의 비주얼을 감상하는 재미라면, 눈꽃 산행은 흰색으로 단일화 된 세상을 걷는 오묘한 맛이 있다.

 

하지만 겨울철 산행만큼 위험한 산행도 따로 없다. 깊은 산 중에서 예기치 못한 폭설을 맞는다면 조난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칫하면 저체온증으로 인하여 위급상황을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꽃 산행의 그 오묘한 맛을 '탐닉'하고 싶다면 관악산에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관악산은 한라산이나 덕유산 같은 설경 산행 명소는 아니다. 서울이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1월 초순 기준) 관악산은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적설량을 자랑하고 있다.

 

리포터는 지난 1월 3일 관악산을 탐방하였는데 주 등산로가 아닌 관악산 둘레길(2구간)을 걸었다. 그렇다. 관악산도 지리산이나 북한산처럼 둘레길이 있다. 총 연장 15㎞로 3구간이 개설되어 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 외곽을 하나로 잇는, 총연장 202㎞의 서울둘레길을 만들고 있는데 그 서울둘레길의 서남부축을 관악산둘레길이 하부 구조로 담당하고 있다.

 

등산이 수직적인 오르기에 주안점을 둔 행태라면, 트레킹(걷기)은 수평적인 이동에 초점을 둔 행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트레킹이 등산보다는 물리적으로 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 연유로 걷기 동호회에는 장년층과 여성들의 참여가 두르러지게 나타난다.

 

등산, 특히 겨울산행에 익숙지 않은 분들이라면 관악산둘레길 눈꽃 산행을 권한다. 산행도 하면서 설경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악산 둘레길을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통상 트레킹코스가 4~5부 능선에 개설되는 반면, 관악산 둘레길은 6~7부 능선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도시에 위치한 둘레길 치고는 상대적으로 가파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난이도가 있는 만큼 눈이 시원한 눈꽃 산행도 할 수 있다. 2구간 입구에 해당되는 '장승배기'에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장승들이 둘레꾼들을 반겨준다. 돌산 구간에 오르면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서울대 관악캠퍼스를 굽어볼 수 있다. 국제산장 아파트 구간에는 서울에서는 보기 드문 큰 나무들의 숲을 볼 수 있다.

그렇게 2구간 4.7㎞를 걷다 보면 여타 명산의 눈꽃 산행이 부럽지 않게 느껴질지 모른다. 서울 시내 가까운 곳에서도 그렇게 설국(雪國)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었으니까.

 

둘레길 걷기에 나서기 전에 준비할 것들이 있다. 관악산 둘레길도 산길이기에 사전에 안전장구들을 갖추는 것이 좋다. 아이젠이나 각반, 스틱 같은 안전장비는 뿐만 아니라 저체온증을 대비하기 위해 핫 팩을 지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트레킹이든 산행이든 안전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 산행 안내
 ○ 교통편 
  1. 관악산 입구(2코스 시작점) : 지하철 2호선 신림역 3번 출구서 서울대입구행 버스로 환승하여 관악산 입구에서 하차 
  2. 국제산장아파트(2코스 종료지점) : 5522A번 등 신림역(신림사거리)행 버스 승차 

 ○ 겨울산행 장비
  1. 아이젠 : 미끄럼 방지
  2. 각반 : 적설량이 많은 곳을 지나다 등산화 위로 눈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함
  3. 핫 팩 : 체온 유지용
 ○ 관악산 둘레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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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운 시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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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백산 캠핑장: 숲이 우거져 있는 태백산 캠핑장

     

     

     

     

     

    ▲ 태백산 베이스캠프: 저렇게 태백산캠핑장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참 단출했다.

     

     

     

     

     

     

    # 캠핑장에 템플스테이 식문화를 이식시키자

     

     

    한편 그 음식물 찌꺼기는 필자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음식물을 왜 남기는가? 넉넉히 먹고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캠퍼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숨 가쁜 도시생활을 벗어나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의 안락함을 캠핑에서까지 이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필자는 답답함부터 느낀다.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 주말 섹션에 겨울캠핑과 관련하여 전기장판에 관련된 이야기가 언급됐다. 필자는 그 기사를 보고 혀를 찼다.

     

    '과연 이 엄동설한에 뭐 하러 전기장판까지 준비해서 캠핑에 나서는가? 전기 꼽을 곳은 있나? 그렇게 갖출 거 다 갖추고 싶으면, 동네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는 게 최고일 텐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캠핑시장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그런가?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캠퍼들이 기본적인 캠핑 매너도 안 지키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캠핑장을 애용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캠핑장 사용을 매우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음 일정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먹고, 마시자, 죽자'라는 캠퍼들의 소음에 새벽까지 잠을 설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최첨단 장비에 걸맞게 캠핑문화도 최첨단으로 향상 시킬 때가 됐다. 성숙한 캠핑문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할 때가 됐다. 이제 캠핑장에서는 좀 덜 먹고, 덜 마시는 분위기가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 같아서는 '템플스테이'와 같은 식문화와 정숙함이 전국 캠핑장에 만발했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급진적인 생각인가? 

     

     

     

     

     

     ▲ 대형텐트: 내 텐트와 비교하면 저 텐트는 궁궐 같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저런 멋진 텐트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

     

     

     

    ▲ 골든보이: 캠핑장에 가면 색다른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다. '골든보이' 이 친구도 태백산캠핑장에서 만났다.

     그는 3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 일대를 여행했다고 한다. 3개월 동안 강원도를 돌아다닌 터라 그의 허벅지는 튼튼했다.

     

     

     

     

     

    # 캠핑장에서 사기꾼을 극복하려면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 캠핑장에서 수금 징수원을 가장해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들이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대규모 캠핑장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기에 사기꾼들의 좋은 활동처가 되곤 한다. 그들은 캠핑장 직원과 동일한 복장과 동일한 영수증 용지를 들고 다니며 캠퍼들을 현혹시킨다. 그런 사기에 넘어간 캠퍼들은 사기꾼과 정식 수금요원에게 두 번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캠핑의 낭만은 사라지고 불쾌지수만 높아질 것이다.

     


    텐트비를 받아서 얼마나 남겠냐고, 의문을 표시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텐트의 경우는 통상 2만 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한다. 그런 텐트가 10동 이상 있다고 생각해보시라. 한 시간도 안 되서 사기꾼들은 수십 만원을 챙길 수가 있는 셈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캠퍼 자신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본다.

     

    1. 영수증을 꼭 확인한다.


    2. 징수원의 직원증을 확인한다.


    3. 쓰레기봉투를 요청한다.

     

    2번 직원증 확인의 경우는 쉽지 않다. 수금요원이 직원증이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면, 사전에 캠핑장 관리사무소의 전화번호를 메모해뒀다가 전화를 걸어 수금 요원의 신분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요즘은 웬만한 대형캠핑장은 사용료를 지불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발행한 쓰레기봉투를 지급하니, 쓰레기봉투 지급여부도 잘 확인을 해보면 가짜 징수원들의 사기 행각의 덫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캠핑장 요금도 안 내고 도망간 주제에 말이 많다고, 아직도 필자를 질책할 분이 있을지 모른다. 여행이 다 그런 거지 뭐. 여행에 무슨 정답이 있겠는가! 그리고 캠핑장 팁도 알려드렸으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캠핑 적기에 맞춰 이런 팁을 알려드렸어야 하는데 엄동설한에 이런 글을 쓰니, 필자도 그게 참 아쉽다.

     

     

     

     

     

     

    ▲ 백캠핑: 대형오토 캠핑도 좋지만 요즘은 호젓하게 백캠핑을 하는 캠퍼들도 많이 늘어났다.

    백캠핑은 배낭에다 캠핑장비를 짊어 지고 다니며, 캠핑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백캠핑의 관건은 짐의 경량화에 달려 있다. 필자가 행한 캠핑도 백캠핑이다.

     

     

     

     

    ▲ 태백산은 참 복받은 산 등산 중에 배수로 작업을 하시는 분을 만났다. 그 분은 도립공원 직원이 아니었다. 그냥 자진해서 등산로 배수로 작업을 하시고 계셨다. 그냥 태백산이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작업을 하신다고 했다. 극구 사진 찍는 걸 원하지 않으셨지만 난 살짝 '몰카'를 찍었다.

    그러고보면 태백산은 참 복 받은 산인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분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 천제단: 천제단의 옆모습

     

     

     

     

     

    필자는 태백산캠핑장에서 3일을 머물렀다. 이번편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다.

     

     

    # 물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는 태백산 캠핑장

     

    "야영비 받으러 왔습니다."

     

    태백산 산신령님이 달콤한 잠을 내려 단잠에 빠져 있는데, 아침부터 누가 돈 타령을 하고 있는가? 난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내일 받으러 와요."
    "..."

     

    나는 당골매표소 아래쪽에 위치한 태백산캠핑장(일명 당골야영장)에다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당시가 장마철이라서 그랬는지 캠핑장에는 야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화장실 문을 잠가 놓고 샤워를 했다. 원래는 캠핑장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놈의 돈이 원수지!

     

    필자가 보기에 태백산 캠핑장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내부는 숲이 둘러싸고 있고, 외부는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말 그대로 숲 속에서 캠핑을 하는 식이었다. 또 캠핑장 옆으로 당골천이 흐르고 있어, 밤에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잠자리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작은 소음에도 잠을 뒤척일 수 있지만 태백산 캠핑장은 당골천이 소음을 중화시키기에, 민감한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취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밤에 산 새 소리와 함께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는 캠핑장이라면, 정말 좋은 캠핑장이 아니겠는가?  물론 갈수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태백산캠핑장: 일명 당골캠핑장이라고도 불린다. 아침에 눈을 뜬 후, 바라보는 태백산의 전경이 일품인 곳이다.

     

     

     

     

     

    ▲ 태백산 캠핑장: 필자가 손으로 음식물 찌꺼기를 끄집어 낸 식수대. 그 뒤로 필자가 몰래 샤워를 한 화장실이 보인다.

     

     

     

     

     

     

    그렇게 좋은 태백산 캠핑장에서 필자는 3일을 머물렀다. 하지만 돈 한푼 안냈다. 처음 수금하러 온 이후에는 징수원들이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규칙을 위반하고,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는 등 민폐를 끼쳤다고 필자에게 손가락질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듯싶다. 하지만 필자는 민폐를 끼쳤으면 그만큼의 값을 한다.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했고, 캠핑장 식수대를 말끔히 치웠다.

    어느 캠핑장을 가나 식수대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퇴수가 잘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찌꺼기들을 손으로 직접 다 끄집어내, 퇴수가 잘 되도록 하고 나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행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캠핑장: 캠핑장에서 만난 분이다. 부산에서 여행을 오셨다고 했는데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당골천: 캠핑장 바로 옆으로 당골천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본인이 캠핑을 한 시기는 장마철이라 유량이 풍부했다.

     

     

     

     

    ▲ 태백산 주목: 죽은 것 중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 있을까? 죽으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흉하게 썩고 만다. 그건 식물도 마찬가지다. 죽은 나무는 껍질이 썩어들어가 종국에는 흰개미가 득실거리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래서 썩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주목은 다르다. 오히려 죽어서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 같다. 죽어서 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 같다. 생(生)과 사(死)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태백산 주목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든다. '혹시 태백산의 진짜 산신령은 주목이 아닐까?'

     

     

     

     

     

    ▲ 태백산 주목: 이 사진을 보니 비룡이 용솟음 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장면이 연상된다.

     

     

     

     

     

     

    # 태백산과 주목

     

    태백산은 태백시내에서 약 5~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강원도에 있는 다른 큰 산들에 비해 접근성이 더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태백시내에서  도립공원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를 하면 바로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다.

     

    태백산의 등산로는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매표소 입구에서 부지런히 걸으면 정상까지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당골매표소-반재-망경사-단종비각-천제단 코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산을 할 때면 그 반대편인 유일사매표사 코스로 내려가면 되는데 그 코스도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태백산 산 정상부는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그 능선길 양 옆으로는 장구한 세월을 올곧게 서 있는 주목들이 있다. 그 중에서 단연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목의 고사목들이다.

     

    주목은 색깔이 붉다고 하여 적목(赤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생하는 고산 식물이다. 그래서 백두대간 고산 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편, 주목은 가장 오래 사는 식물들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또 주목은 한약재로 쓰이는 좋은 나무라고 한다. 주목이 약재에 좋은 나무라는 것이 잘 알려져서 그런지, 알게 모르게 많이 벌목이 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소백산 정상에 있는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죽어서도 아름다운 태백산 주목

     

    주목이 오래 살고, 약재에도 좋다고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저 '죽은 주목'만이 눈에 뛸 뿐이었다. 왜? 주목의 고사목처럼 죽어서 아름다운 나무들은 거의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주목의 올 곧은 자태는 태백산의 정기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도 등산 중에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린 적이 있다. 필자가 힘이 센 '슈퍼맨 나무꾼'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두께가 얇은 나무는 죽으면 쉽게 쓰러진다. 그 쓰러질 타이밍에 필자가 손을 댔던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에 우쭐해 하며 내 힘 자랑을 떠벌렸다. 산행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 나를 진짜 슈퍼맨으로 알겠지만 노련한 등산가들은 필자를 허풍쟁이로 몰아붙일 것이다.

     

     

    이렇듯 죽은 나무는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제 본 모습을 잃고 흉하게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죽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정상에 서 있는 주목 고사목들은 기품이 있었다. 죽었으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은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주목의 자태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죽어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있구나! 혹시 태백산 산신령이 있다면 이 주목들이 아닐까?'

     

     

     

     

     

    ▲ 태백산 주목: 이 주목은 큰 수사슴의 뿔처럼 여겨진다. 이 기사가 발행되는 시점이 한겨울이라 태백산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주목 사진이 더 시의성에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새해 2013년을 기약하는 마음과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로 좋을 것 같다.

     

     

     

    ▲ 망경사 용정: 당골매표소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오르다보면 8부 능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망경사 옆쪽으는 '용정'이라는 시원한 샘물이 있다. 한편 사진 오른쪽에 있는 가부좌를 튼 보살상이 이채롭다. 용정에서 조금만 더 오르다보면, 단종 임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단종비각에 닿을 수 있다.

     


     

     

     

    # 태백산의 산신령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태백산은 우리민간 신앙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속설에 의하면 태백산이 내뿜는 기가 매우 강렬하여 무속인들을 끌어당긴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샛길로 빠졌는데, 그 곳에서 형형색색의 비단으로 치장한 나무 성황단을 만나게 됐다. 그곳은 그나마 있던 샛길도 끝나는 후미진 곳에 있던 나무 성황단이었다.

    아무래도 태백산 산신령을 모시기 위한 제단처럼 여겨졌다. 제단이 후미진 곳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아지트와 같은 곳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제단에는 지폐 몇 장과 동전이 쌓여 있었다. 싹 쓸어 담으면 한 2만 원 돈 이상이 되는 듯했다.

     

     

    '산신령님한테는 죄송한데, 저걸 가져다 여행 경비로 써? 어차피 지폐는 비 맞고 하면 훼손 되잖아. 이참에 한 번 조폐공사에서 감사패 한 번 받아봐?'

     

    그 순간 갑자기 푸드득 거리며 내 앞으로 새가 한 마리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난 좀 놀랐다. 아무래도 그 짓을 하지 말라는 '산신령의 계시'인 것 같았다. 뒤가 밟혔던 나는 돈은 그대로 두고, 제단 주위에 있는 쓰레기들을 말끔히 치웠다. 그리고는 생수 하나를 개봉하여 정화수로 올렸다. 괜히 제단에 있는 재물을 탐했다가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하긴 앞으로도 수많은 '백두대간 산신령'들을 만나뵐 텐데 괜히 거기서 밑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 태백산: 그런 신성스러운 공간에 필자가 올랐다. 자전거는 저 산 아래 태백산캠핑장에 주차시켜 놓고.

     

     

     

     

    ▲ 나무 성황단: 태백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단종비각: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사사를 당한 단종은, 죽어서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고 한다.

     

     

     

     

    * 태백산 주목

     

     

     

     

    ▲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은 태고적부터 우리조상들이 신성시한 곳이다.

     

     

     

     

    * 황지연못: 강원도 태백시 중심가에 자리한 황지 연못. 이 연못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점이 되는 곳이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태백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였다.

     

     

     

     

     

    # 태백산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지난 7월 5일, 울릉도에서 다시 육지로 돌아온 나는 '태백산 산신령'을 만나러 강원도 태백시로 향했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개천절이면 산 정상부에 있는 천제단에서 단군을 위해 제례를 들이는 곳. 예로부터 계룡산과 더불어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곳.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로 북악(北嶽)이라 불렸던 곳. 이렇듯 태백산(1567m)은 예로부터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축적되어 온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태백산이, 국립공원이 아닌 도립공원 '품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뻘인 소백산(1440m)도 국립공원인데 태백산이 아직도 도립공원으로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의문을 표하는 사람 중에 필자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지역의 국립공원 지정은 첨예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교통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이해관계 중에서 단연 두드러진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약이다. 군립공원보다는 도립공원이, 도립공원보다는 국립공원이 더 많은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지도상으로 보면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허리축에 자리잡은 중요한 산이다. 

     

     

     

     

    * 태백산 망경사: 당골매표사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2시간 쯤 정도를 오르다보면, 8부 등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태백산을 오르다 지친 나그네를 위해 위로라도 해주듯 부처님이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가부좌를 틀고 계셨다.

     

     

     

     

     

     

     

    # 태백산은 언제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할까?

     

    지난 2012년 12월 27일에 지정된 21번째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국립공원이 지정된 해는 1988년이다. 그해, 변산반도와 월출산이 지정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1967년에 지정됐고 20호인 월출산이 1988년에 지정됐으니, 21년 만에 무려 20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된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24년 동안 새로운 국립공원 지정이 전무했던 것은 시대상황의 변화 때문으로 판단된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같은 권위주의적인 정권하에서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대해서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항쟁 이후로는 재산권 행사와 관련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그 수위가 높아졌을 거라는 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12월 27일에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의 경우는 참 반가운 사례다. 서울의 북한산과 더불어 무등산은 광주광역시라는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순번 대기를 하고 있는 국립공원 후보군들이 재산권 제약이라는 난관을 뚫고 '국립공원 클럽'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무등산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 번호표를 뽑고 '국립공원 클럽' 앞에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이 몇 명 보인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린 '녀석'은 단연 태백산이다. 도대체 언제쯤 태백산은 국립공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 태백의 기찻길

     

     

     

     

     

     

     

     

     

     

     

    ▲ 다이센 눈꽃산행: 뜻하지 않게 일본에서, 겨울 산행의 백미인 눈꽃 산행을 했다.

     

     

     

     

    ▲ 다이센의 설국: 산 중턱 부근에 오르자 저렇게 설국(雪國)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겨울 눈꽃 산행을 제대로 해보았다.

     

     

     

     

    # 겨울산행은 만만치가 않아!

     

    하지만 필자도 한 가지 고민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겨울산행인데, 그에 걸맞은 장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 흔한 스틱도 안 챙겨왔고, 신발도 등산화가 아닌 그냥 트래킹화를 신고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진입로를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서 그렇게 미끄러울 것 같지 않았고 쿠션감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대충 지형을 파악해보니 특별히 난코스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까짓것 아웃도어맨이 어디를 못 가겠는가? 낙엽 쌓인 산길을 사뿐히 갔다가 내려오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리고 하산하면 상금이 기다리고 있는데. 푸하하!'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일정 정도 고도에 이르자 눈길이 시작됐다. 난 좀 당황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겨울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리! 세상의 모든 일들이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 예상외의 난관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고도가 높아질수록 적설량도 많아졌다. 눈이 발목 이상으로 쌓여 있던 것이다. 덕분에 내 바지 밑단은 다 젖어있었다. 계속 나아가다보니 아예 눈 속에 발이 푹푹 들어가는 것이었다. 전날 비가 내렸는지 어떤 곳은 물웅덩이도 있었다. 눈길에 빠져, 물웅덩이에 빠져, 진흙탕에 빠져... 내 바지는 아주 거지꼴이 되어 갔다.

     

    산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세상은 새하얀 설국(雪國)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이 흰색으로 변해갈수록 상금에 대한 생각도 서서히 희석되어 갔다. 이미 페이스 조절은 실패했고 선두권과의 격차도 상당히 벌어진 상태였다.

     

     

     

     

     

    ▲ 미즈키시게로 로드: 돗도리현 미즈키시게로 거리에서 만난 일본 처자들. 이 거리는 요괴만화로 유명한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작품에 등장한 요괴들을 형상화한 거리다. 미즈키시게로 로드에는 총 134개의 요괴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이센을 등반 하기 전에 잠깐 그 곳을 방문했었다. 그나저나 저 요괴들은 무섭기보다는 우수꽝스럽다. 사람을 혼비백산 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사람들한테 놀라서 줄행랑을 칠 거 같다. 

     

     

     

     

     

     

    ▲ 외눈박이 요괴: 미즈키시게로 로드에서 만난 외눈박이 요괴. 역시 이 요괴도 무섭기보다는 좀 우수꽝스럽다

     

     

     

     

     

     

     

    # 상금을 포기하니, 설국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니 벌써 반환점 찍고 내려오시는 거예요?"

    "예. 쫌만 올라가면 반환점이에요. 고생하세요."

     

    1등으로 보이는 분이었다. 마치 산악마라톤을 하듯 쏜살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얼마 안 남 았어요. 고생하세요."

     

    2등 권으로 보이는 분들이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분들도 산악 마라톤 하는 것처럼 빠른 스피드로 하산을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네. 저런 분들을 어떻게 이겨!'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나는 그 분들에 비하면 아주 세 발의 피였던 것이다. 선두권 분들이 대여섯 명이었으니까 이미 상금은 물 건너 간 셈이었다.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이라고, 나는 그 분들이 미운 게 아니라 아주 고마웠다. 상금에 대한 생각을 싹 다 정리를 해주셨으니까. 그렇게 상금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니 제대로 겨울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진짜 느긋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멈춰 서서 사진도 찍고, 꼬마 눈사람도 만들며 느릿느릿하게 산행을 했다. 느리게 산행을 하다 보니 더 많은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더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상금도 좋지만 산행이 목적이라면 빠름보다는 느림이 더 알찬 산행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등반대회가 끝나고 난 후에 대충 필자 나름대로 등수를 매겨보았다. 다행히 난 중간 순위 정도에 들었다. 맨 마지막으로 출발을 했고, 겨울산행 장비도 갖추지 않은 것치고는 나름대로 선전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나의 다이센 등반대회는 무사히 종료가 됐다. 참가상으로 만족을 해야 했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다. 자연 앞에 겸손하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격언들을 새삼스럽게 떠올려보았던 산행이었으니까.

     

     

     

     

     

     

     

     

     * 요괴들: 이 녀석들도 별로 변변치가 않은 듯~ㅋ

     

     

     

     

    ▲ 우리나라 도깨비: 아무리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요괴들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난 이 도깨비 녀석들이 더 좋다. 거창귀농학교 복도에 걸려 있는 도깨비들.

     

     

     

     

     

     

     

     

     

    ▲ 다이센 등산로: 등산로 입구에는 저렇게 낙엽이 쌓여 있었다.

     

     

     

     

     

     

    ▲ 일본의 순시선: 앗! 일본의 순시선이다. 혹시 저 배도 우리의 독도 인근에 출몰 한 적이 있었을까?

    돗도리현의 서쪽은 시마네현이다. '다케시마'의 날로 유명한 그 시마네현이다.

     

     

     

     

     

    # 14시간동안의 기나긴 항해

     

    나는 느긋해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재빠르게 계산기를 작동시켰다.

     

    '등반대회에서 1등을 하면 50만원 주니까, 그 돈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하면 되겠군. 남는 돈으로는 돼지고기 사 먹어야지!'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아웃도어 여행가인데 등반대회 1등 하나 못 하겠는가! 5600Km짜리 무동력 여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아니면 누가 1등상을 받겠는가! 이렇게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여행도 하고, 상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강원도 동해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DBS호를 타면 일본 돗도리현 사카이미코항에 갈 수 있다. 동해항-사카이미나코항 항로는 450Km에 달하는데, 그 거리를 DBS호는 14시동안 달린다. 비행기로 한 두 시간 정도면 닿을 거리를 14시간을 달리니 만만치 않은 항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한 점의 빛을 점멸하는 고기잡이배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자연스럽게 '로맨틱'하고 '센티멘털'한 감정이 스며들게 된다. 야간에 설악산 대청봉 부근 산행을 하시다 동해바다에 떠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들을 보신 분들은 필자의 감정을 잘 이해하실 것이다.

     

    그렇게 선상에서 로맨틱한 감정이 돋우어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바로 '타이타닉' 놀이다. 안 그래도 그날 '타이타닉' 놀이에 흠뻑 빠져있던 커플이 하나 있었다. 아랫배가 출렁거리는 어떤 남자가 디카프리오 흉내를 내며 포즈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포즈는 상당히 어색했다. 애초 의도는 영화 타이타닉이었지만 그 결과물은 <코미디빅리그>처럼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포즈였다.

     

     

     

     

     

     

     

     

    ▲ DBS호의 항로: DBS호는 우리나라 동해항을 기점으로 일본 돗도리현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일본 사카이미나코항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일본을 우리나라보다 위쪽으로 올려놓았다. 우리가 보는 통상적인 동아시아 지도가 아니었다.

     

     

     

     

     

    ▲ DBS호의 항로: 사진편집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돌려봤다. 사실 이게 더 눈에 잘 들어온다.

     

     

     

     

     

     

    # 등반대회 1등은 나의 것이다!

     

    내가 그렇게 긴 항해를 감내하며, 돗도리현에 갔던 이유는 '다이센(大山) 등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등반대회는 지난 11월 24일에 개최됐었다. 다이센은 일본인들이 가장 등반하고 싶어 하는 산들 중에서 세 번째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선호도가 거짓이 아님을 입증하듯, 다이센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멀리서 다이센을 보면 마치 후지산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현지인들은 다이센을 후지산의 '짝퉁'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시 나는 <아름다운 도보여행>이라는 도보여행 카페 회원분들을 비롯한 여러 산악인들과 함께 다이센 산행에 나섰다.

     

    다이센은 일본 혼슈의 서쪽 주고쿠 산지의 핵심을 이루는 산이다. 다이센은 해발 1729m로 우리나라의 설악산(1708미터)와 비슷한 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좀 더 느긋해졌다. 10년 전, 지리산 천왕봉 근처에서 홀로 침낭 깔고 잠을 잤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1915미터인데, 그 보다 작은 산이라면... 푸하하! 1등은 내 것이다!'

     

    한국산이든 일본산이든 자연 앞에 겸손하라고 하는데 나는 상금에 눈이 멀어 '시건방'을 떨었던 것이다. 또 얼마나 등반대회를 우습게 봤는지 맨 마지막으로 산길에 진입을 했다. 한 사람이 겨우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센의 등산로는 아주 좁았다. 하지만 난 곧바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등산로 입구에서 관계자와 잡담도 하고, 노상방뇨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맨 마지막으로 등산로에 진입했던 것이다. 대신 뒤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음... 내가 여기서 젊은 축에 속하는군. 페이스 유지하다가 중간 부분에서 확 치고 나가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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