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령포와 청령포 나룻터: 단종이 겨울철에 유배를 왔으면 저 얼음을 넘어서 다시 한양땅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단종은 그해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고보면 단종의 유배기간도 자신의 운명처럼 무척 짧았던 셈이다.

 

 

 

 

▲ 청령포 터널 청령포에서 방절산(야산)을 넘어가면 청령포역이라고 간이역이 나온다. 그 길 중간에 저 터널이 있었다.

산 중간에 배꼽처럼 뚫린 터널 속으로 기차가 오가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다.

 

 

 

 

 

# 걷기 열풍의 빛과 그림자

행정도 유행을 타는 걸까. 제주 올레길의 인기를 벤치마킹한 길들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그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쟁적으로 만들어 놓은 트레킹 코스들을 많이 탐방해봤다. 물론 좋은 길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도보여행길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부실한 곳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화장실이나 안내판 같은 기본적인 편의 시설 부족은 둘째 치고, 자동차들이 쌩쌩 다니는 도로를 횡단해야 다음 코스로 진행할 수 있는 도보여행길도 여러 곳 만날 수 있었다.

다른 형식의 여행도 마찬가지겠지만 도보여행의 기본 덕목은 안전이다. 목숨을 내놓고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보여행은 비교적 아웃도어에서 소외되었던 이동권 약자들이 더 많이 선호하는 여행이 아니던가. 남성보다는 여성, 젊은층보다는 장년·노년층이 선호하는 아웃도어 방식이 걷기 여행이라면, 그에 걸맞은 안전시설과 편의시설들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기승전결이 잘 맞아떨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많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필자는 이 지면에서 '단종 유배길'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길을 기반이 확실히 잡힌 도보여행 코스에 빗대서 비판을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영월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기왕 좋은 길을 만들었으면 적극적으로 홍보도 하고, 편의 시설도 갖추어서 도보꾼들의 발걸음을 불러들이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동차 없이도 영월 지역에서 부담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버스편 증편 등 제반 시설 확충에 힘써 달라는 말이다.

 

 

 

 

 

 

* 빨간다리: 영월읍에서 청령포 나룻터까지는 약 2Km 정도 걸린다. 얼마전 청령포 입구쪽에 저류지 공사가 있었다.

저류지에는 각종 운동시설이 들어섰는데, 난 개인적으로 저 빨간다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동강 철로길: 동강 위로 철로길이 놓여 있었다. 이 철로길은 영월역과 청령포역(무인역, 기차 정차 안 함) 사이에 놓여 있었다.

뒤쪽으로 우뚝 솟아 있는 산은 태화산이다. 상당히 멋진 산이라는데...

 

 

 

 

 

 

# 단종이 겨울에 유배를 왔었다면 저 얼음을 넘어 한양으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덧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에 도달하게 됐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배후면에는 가파른 산이 놓여 있는 곳이라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그래서 청령포는 배가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지난 가을에 방문했을 때는 필자도 배를 타고 청령포에 입장했다. 

다시 영월을 방문했던 1월 중순께에는 '얼음 트레킹'이라는 말에 걸맞게 청령포 앞을 흐르는 서강이 얼어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얼음 위를 걸어가 청령포에 도달할 수 있었다. 배가 오갔던 서강 강물이 강추위로 꽁꽁 언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미끄러지듯 그 얼음 위로 청령포를 오가는 방문객들의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단종은 청령포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못했다. 1457년 6월 하순에 청령포에 왔다 그해 여름 홍수를 피해 영월 읍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옮겨 갔고, 그해 10월 하순에 관풍헌에서 숙부인 세조에 의해 사사됐다. 그러고 보면 단종의 유배기간도 자신의 운명처럼 짧았던 셈이다. 얼음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관풍헌을 오가는 탐방객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단종이 겨울에 유배를 왔으면 저 얼음을 넘어서 다시 한양 땅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태백산에서는 산신령으로 만났던 단종 임금을 영월 얼음 트레킹을 통해 다시 만났던 것은 뜻 깊은 일이었다. 그 외에도 필자는 청령포를 넘어가는 방절산(야산)과 동강 철로길을 탐방했다. 방절산에는 청령포역이라고 지금은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작은 간이역이 있는데 그곳도 탐방하고 왔다.

약 12km 정도 되는 비교적 짧은 트레킹이었지만 겨울철에 하는 아웃도어라 만만치는 않았다. 눈 속에 발이 파묻히기도 했고, 얼음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도 여러 번 찧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에 영월 얼음 트레킹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 동강대교: 현재 영월군에서는 '영월 동강 겨울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1월 11일부터 시작된 축제는 2월 3일까지 계속 된다고 한다.

필자가 영월을 방문했을 때는 축제 준비로 동강 일대가 분주했었다. 한편 사진에 나온 동강 대교는 영월의 또다른 자랑 거리이다.

확 트인 동강 둔치와 그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들이 동강대교와 어우러진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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