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배는 안 떴고, 난 섬을 돌아다녔네!

흑산도 구석구석 탐방하기!

 

2023년 1월 11일(수) ~17일(화)

흑산도에 있었던 시기이다. 안개와 풍랑으로 인해 예정했던 날짜보다 더 오래 흑산도에 머물렀고, 그에 따라 마음껏(?) 흑산도 여행을 하게된 것이다. 기록은 시간순이 아닌 해당 여행지를 중심으로 작성하였다.

*** 2023년 1월 14일 토요일.

홍도여행이 유람선 관광 중심이라면, 흑산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포인트를 찍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관광택시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항상 돈이 문제가 아닌가... 주머니가 가볍고 하니 택시는 못 타고 발로 떼우기로 했다.

흑산도는 마을이 다 해안가에 접해있다. 섬 내부의 산들이 워낙 가팔라서 마을이 들어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날은 그런 산들 중 하나에 오르기로 했다. 홍도에서도 깃대봉을 올랐었는데 이번에도 또 산이다! 이러다 섬 산행에 맛들이겠다.

 

 

* 상라산 전망대: 전망대에서 흑산도 북동쪽을 바라본 모습.

 

 

 

* 흑산도: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흑산도에서 유명한 산은 칠락산이다. 해발 271미터 정도로 서울 남산 정도의 높이다. 섬 내부에 해발 404미터의 문암산이 있지만 중심지인 예리와 진리의 진산 역할을 하는 산이라서 그런지 칠락산은 꽤 인기가 많다. 이날의 이동코스는 이렇다.

칠락산 -> 반달봉 -> 상라산(전망대) -> 12굽이길 -> 무심사지

이 코스는 섬의 서북쪽의 산악 구간을 탐방한다. 홍도 깃대봉처럼 흑산도의 산들도 녹음이 가득했다. 입춘이 아직 저멀리에 있는데 푸른 숲길을 걸을 수 있다니! 인적이 끊긴 겨울 푸른 숲길을 홀로 걷고 있자니 참 묘한 느낌이 들더라. 때마침 안개가 숲길에 깔리는데... 마치 엘프가 된 느낌? 똥배나온 엘프도 있나?ㅋ

흑산도의 자랑 상라산 전망대에서 섬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배를 타고 둘러보는 것과 위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래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풍광도 위쪽에서는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 맛에 산에 오르고, 트레킹을 하고 그러는 것이다.

12굽이길 탐방을 끝으로 흑산도 섬 등산을 잘 마무리했다. 12굽이길을 직접 내려가 봤는데 그 경사도가 정말 한계령 빰칠 정도였다. 이곳을 직접 가봐야 흑산도 지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 12굽이길: 상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12굽이길과 흑산도항.

 

 

 

마지막 탐방지는 12굽이길 시작점 부근에 있는 무심사지였다. 무심사는 신라 후기시대에 만들어진 사찰이었는데 장보고의 해상활동과 관련있는 곳이다. 상라산이 있는 섬의 서북쪽에는 후기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상라산성이 있다. 흑산도가 중국으로 가는 길목이다보니 성을 쌓아 감시와 방어를 했고, 무심사는 배후 사찰로 역할을 했다.

무심사지에 들어서니 거대한 팽나무가 크게 두 팔을 벌리듯 맞이하고 있었다. 그 자태가 의리의리해서 석탑과 석등이 좀 위축되게 보였다. 석탑과 석등은 팽나무의 보호(?) 아래 좀 방치된 느낌이었다. 그래도 섬 지역에서 불교문화재를 보는 것이 쉽지가 않아서 그런지 무척 반가웠다.

지금은 팽나무 울타리 안에 석탑과 석등이 있다. 하지만 분리를 해서 석등과 석등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으면 한다. 안타까운 이혼이 아니라 아름다운 제자리 찾기라고 생각하며.

 

 

 

* 무심사지: 거대한 팽나무가 석탑과 석등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다.

 

 

 

* 무심사지 석탑과 석등

 

 

 

*** 2023년 1월 15일 일요일.

빠르게 흑산도를 돌아보고 싶다면 관광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섬 일주도로를 직접 걸어보는 것이다. 흑산도 일주도로는 약 25km정도이니 2번에 걸쳐 나눠 걷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일주도로면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아닌가? 트레킹의 첫번째 원칙이 안전이라고 숱하게 강조하지 않았나? 안전에 위배되는 행위를 추천하고 있는 것인가?

맞다. 일주도로에서는 자동차와 경합하면서 걸어야 한다. 갓길도 아주 비좁다. 그럼에도 일주도로 걷기를 추천하는 이유가 있다. 차들이 별로 안 다니기 때문이다. 1월이 비수기여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이동하는 자동차들이 드문드문이어서 안전이 위협받을 일은 거의 없었다.

이날은 공영버스를 타고 면암 최익현 유배지에서 하차를 한 후 유배문화공원이 있는 사리마을까지 걸어갔다. 거리로는 약 5km 정도였다.

 

 

* 손암 정약전

 

 

 

면암 최익현은 대표적인 위정척사파로 불린다. 1876년 일본과의 병자수호조약이 맺어지자 이에 반대하는데 그 때문에 흑산도로 유배를 오게 됐다. 이후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직접 의병을 조직하여 일본군과 맞서 싸운다. 이때가 그의 나이 74세였다. 하지만 일본군에게 잡혀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06년 대마도에서 순국하고 만다. 최익현 유배지는 아주 단출하다. 비석과 바위의 각자가 전부였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그냥 스쳐지나갈 거 같다.

이후 유배문화공원이 있는 사리마을로 향했다. 일주도로는 해안가를 끼고 돌아간다. 그래서 풍광이 일품이다. 자동차를 타고 갔으면 뜀뛰기하듯 보았을테지만 느긋하게 걷다 보니 시원한 풍광을 눈에 마음껏 담을 수 있었다.

흑산도에서 동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영산도라는 섬이 있는데 이 영산도를 걷는 내내 바라보면서 걸었다. 영산도의 해안선이 위풍당당하게 뻗어있었다. 반대편 영산도에서 흑산도를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 사촌서당: 정약전이 후학을 양성하던 곳.

 

 

 

목적지였던 사리마을 유배문화공원에 도착했다. 이틀전인 13일에 한 번 왔으니, 두번째 방문이다. 흑산도의 남쪽에 위치한 사리마을은 손암 정약전의 유배지였다. <자산어보>로 유명한 정약전 선생은 정약용 선생의 둘째형이다.

정약용과 마찬가지고 정약전도 1801년 신유박해로 인해 귀향살이를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완도 본섬 바로 옆에 있는 신지도로 유배된다. 이 신지도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완도 본섬은 신지대교로, 북쪽의 고금도와는 장보고대교로 연결되어 있다.

이후 정약전은 황사형 백서 사건에 연류가 됐고, 그것 때문에 한양으로 압송되어 문초를 받는다. 정약용도 마찬가지였다. 정약용의 첫번째 유배지는 전라도 강진이 아니라 경상도 포항 장기였다. 정약용도 한양으로 압송되었고, 강진으로 이배된 것이다.

이후 각자의 유배지로 떠나게 됐는데 전라도 나주까지는 함께 동행을 했다. 나주 율현골에서 형은 흑산도 인근 우이도로, 동생은 강진으로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된다. 그것이 그 두 사람의 마지막이었다. 1816년 손암 정약전은 유배지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자산어보>가 1814년에 집필됐으니 딱 2년 후에 일이다.

잠깐! 흑산도가 아니라 우이도라는 지명이 나왔다. 우이도는 흑산도에서 서쪽으로 약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행정구역상 현재 신안군 도초면 소속되어 있다. 흑산도보다 육지쪽에 훨씬 더 가까운 곳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약전은 흑산도와 우이도를 오가며 유배생활을 했다. 물론 흑산도에서 생활한 기간이 더 길다. 우이도에서 유배 초반기를 보내다 1806년경 흑산도 사리마을로 옮기게 된다. 그러다 1815년 우이도로 다시 옮겨갔고, 그곳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 사리항: 작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사리 마을은 흑산도 중심지에서 남쪽으로 약 10km정도 떨어져 있다. 사리마을은 일주도로의 남쪽 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일주도로가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25년이 걸렸다고 한다. 왜? 흑산도의 지형이 너무 험준하니까!

현재 사리마을은 유배문화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유배문화공원의 핵심은 사촌서당이다. 사촌서당은 복성재라고도 불렸는데 정약전이 후학을 가르치던 곳이었다. 초가를 올려 복원을 해 놓았다.

유배문화공원을 찬찬히 걸으며 사리마을 일대를 둘러보았다. 돌담길이 정겹게 느껴진다. 날카롭게 서 있는 내 마음속의 철조망을 정겨운 돌담길에 잠시 내려놓았다. 돌담길이 망므도 정화시켜주네!

유배문화공원에서 나와 항구쪽으로 이동하다보면 황금색의 정약전 선생의 동상이 서있다. 좀 쌩뚱맞은 곳에 위치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손암 선생 동상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나? 손암 선생이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유배생활에서 오는 참담함을 선생은 저 바다를 바라보면서 날려버렸을까? 바다는 말없이 철썩이고 있었다.

 

 


 

 

* 상라산전망대 트레킹

* 세부코스: 흑산면사무소 -> 반달봉(칠락산) -> 상라산(전망대) -> 12굽이길 -> 무심사지

* 길이: 약 6km

* 소요시간: 약 3시간 정도 -> 볼거리가 많으니 천천히 둘러보자

* 난이도: 중

* 교통편: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행 쾌속선을 탄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

* 참고: 흑산도행 쾌속선은 박스형태라 운항중에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없음. 그래서 멀미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미리 약을 복욕하시는게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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