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맞아? 푸른숲에 꽃향기까지 퍼지네!

<홍도> 동백꽃 향을 맡으며 망망대해를 바라보다니!

2023년 1월 12일 목요일.

섬 여행은 쉽지가 않다. 이번 흑산도, 홍도 여행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 쉽지 않았던 만큼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들. 그 시간들을 잊지않기 위해 기록해본다.

흑산도는 목포에서 서쪽으로 약 90km 정도 떨어진 섬으로 행정적으로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다.

홍도는 흑산도 본섬에서도 서쪽으로 약 20km 정도 더가야 한다. 그래서 목포에서 출발한 쾌속선이 흑산도를 거쳐 홍도까지 간다. 홍도(紅島)는 석양에 물든 섬의 모습이 붉은색으로 보인다하여 홍도라 불린다.

11일 저녁에 흑산도에 입도를 해서 1박을 한 후 다음날 아침에 홍도로 이동했다. 쾌속선으로 30분 거리. 두 섬 사이가 가까워서 그런지 흑산도와 홍도는 같이 묶어서 여행을 한다. 티켓팅을 할 때 직원이, 비수기라 홍도 주민분들이 단체로 여행을 갔다고했다. 그래서 밥 먹을 식당이 없을 거라고, 친절히 안내해주셨다. 어차피 배낭에 2끼 정도의 행동식은 항상 휴대를 하니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가난한 여행자들은 배낭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 홍도: 홍도의 중심지인 홍도 1구. 홍도 초등학교의 운동장이 보인다.

홍도에 입도를 하니 정말 섬 전체가 조용했다. 흑산도는 면사무소도 있고 일주도로도 있고 해서 좀 분주한 맛이 있는데 홍도는 주민들초자 섬밖에 있으니... 상황이 이러니 홍도 여행의 필수코스라는 유람선 투어는 생각도 못할 판이었다. 비수기라 식당이 문을 닫았는데 유람선이 출항을 하겠냐고!

잠깐 여기서 흑산도와 홍도를 비교를 해보자. 일반적으로 홍도와 흑산도를 묶어서 여행하기 때문에 두 섬의 크기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홍도의 크기는 6.4㎢이고 흑산도의 크기는 19.7㎢로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홍도는 경사가 워낙 급해서 자동차가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지도앱을 봐도 로드뷰가 없다. 이에 비해 흑산도는 해안선을 따라가는 일주도로가 있고, 그 도로를 따라 공영버스도 운행된다.

이런 지형적인 여건 때문에 여행 방식도 달라진다. 홍도는 유람선을 타고 홍도 외곽을 도는 해상 관광이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흑산도는 일주도로를 따라 주요 포인트를 찍는 방식으로 여행이 진행된다. 그래서 관광택시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홍도에 와서 유람선 투어를 하지 못하니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하기는 산으로 올라가야지!^^

 

 

* 깃대봉 가는길: 한 겨울에도 이렇게 푸른 숲길이다. 바닥에 동백꽃도 떨어져있다.

 

* 동백꽃

홍도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애벌레같은 모습이다. 섬의 ⅔ 지점에 중심지인 홍도 1구가 있고. 중앙부에는 깃대봉이라고 불리는 해발 365미터짜리 봉우리가 있다. 그 깃대봉을 넘어가면, 섬 서북쪽에 홍도 2구가 있다. 지금은 홍도 1구가 섬의 중심지이지만 처음 섬에 정착한 사람들은 홍도 2구에 닻을 내렸다고 한다.

그렇게 꿩대신 닭으로 깃대봉에 올랐다. 섬에 와서 산이라니! 그래 이 맛도 나쁘지는 않다.

중간중간에 전망대도 있고, 문화유적도 있어서 그런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코스다. 수풀 너머로 보이는 비경들은 놀라움을 선사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이 있었다. 바로 숲길이었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푸른 잎으로 뒤덮힌 숲길이 눈 앞에 펼쳐지는게 아닌가? 지금 1월달 아닌가? 소한 지나서 대한으로 가고 있지 않나? 그렇게 홍도 깃대봉 숲길에서는 동장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황홀한 향취의 동백꽃이 붉게 만개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봤던 동백꽃들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숲 전체에 알싸한 동백향이 은은히 흐르고, 수풀너머로 다도해의 비경이 펼쳐지니 마치 꿈길을 걷고 있는 듯했다. 이런 동백향을 홀로 마음껏 맡게 될 줄이야! 이러다 선녀같은 동백아가씨를 만나는 거 아니야?

정신차려!. 그러다 똥배 아저씨 만날라!

 

 

* 청어미륵

그렇게 동백꽃 향기를 음미하며 걷고 있는데 청어미륵이라는 돌미륵 두 개를 만나게 됐다. 죽항마을 산길에 있다하여 죽항미륵이라고도 불리는 미륵이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청어미륵은 매끈한 자연석을 미륵불로 모신 형태다. 통상적으로 미륵불이라고 하면 큰 돌을 잘 다듬어서 양각이든 음각이든 부처님의 형상을 새겨넣어 만든다. 혹은 돌장승처럼 마을 수호신 형태로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청어미륵은 길죽한 돌 하나, 오목한 돌 하나를 올려놓고 남녀미륵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다.

이름도 독특하다. 청어라니! 논산 관촉사에 있는 은진미륵처럼 동네 이름을 붙이는게 일반적인데 물고기인 청어를 접두어처럼 붙인 것이다. 역시 섬에 있는 미륵이라서 그런지 풍어(豊漁)와 관련된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 홍도: 깃대봉 왼쪽 바다에 떠있는 바위섬들. 홍도 2구에서 가깝다.

 

 

* 깃대봉: 사진 왼쪽 중단부에 길게 늘어진 섬이 바로 흑산도다.

산길을 오를수록 숲은 더욱더 푸르렀다. 한겨울에 울창한 녹색숲을 볼 수 있다니! 이것도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숯가마터가 나타났다. 예전 홍도 주민들은 숯을 구워 지나가는 배에 판매하였다고 한다. 그 돈으로 쌀을 사고 소금도 샀다는 것이다. 망망대해가 끝없이 펼쳐진 섬 한가운데서 산골짜기에서나 보던 숯가마터의 흔적을 보니 좀 의아스러웠다. 달리말하면 홍도의 임산 자원이 풍부하다는 뜻일 것이다.

드디어 깃대봉 정상에 올랐다. 확트인 바다가 눈앞에 펼쳐졌다. 저멀리 흑산도가 길게 늘어진 모습으로 바다위에 누워있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가 서로 맞물린 풍광을 바라보며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열심히 찍었다. 이런 환상적인 곳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어쩌면 이것도 정말 행운인 듯싶다. 셀카봉을 가져오길 잘 했어~^^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와 그 위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섬들의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2년 전에 다녀왔던 거문도가 연상되더라. 거문도도 홍도처럼 숨어있는 비경을 품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둘 다 이쁘니 둘을 같이 묶어서 생각하는 것이지!

그렇게 해서 짧은 홍도 섬 산행(?) 여행을 마치고 다시 흑산도로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일정이 끝나고 비가 내리니 다행이지.


* 세부코스: 홍도여객선터미널 -> 흑산초등학교 -> 전망대 -> 청어미륵(죽항미륵) -> 숯가마터 -> 깃대봉

* 길이: 약 2.5km -> 지리적 여건상 원점회귀를 해야 함. 그래서 총 5km로 잡고 이동해야 함.

* 소요시간: 약 3시간 정도(왕복시간임)

* 난이도: 중

* 교통편: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홍도행 쾌속선을 탄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 홍도에 내려서는 도보를 통해 이동해야 함. 홍도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없음.

* 참고: 홍도행 쾌속선은 박스형태라 운항중에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없음. 그래서 멀미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 배멀미가 심한 사람은 미리 약을 복욕하시는게 좋음.

 

* 홍도: 깃대봉쪽에서 바라본 홍도의 남쪽면.

 

 

* 깃대봉: 홍도 깃대봉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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