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덥다 했을 때가 불과 엊그제인데, 갑자기 가을이 찾아온 듯하네요. 마치 도둑 같이 찾아온 듯합니다. 제가 있는 곳이 경남 거창의 산골짜기라서 그런지 계절 변화의 폭이 크게 느껴지네요. 아는 분은 벌써 보일러를 틀었다고도 하던데...

산골짜기에 찾아 온 가을은 색깔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붉은 빛이 곱게 든 오미자, 연두색에서 빨간색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는 사과.
 

그렇습니다. 이곳의 특산품인 오미자와 사과에는 벌써 가을의 색깔이 깊게 배이고 있습니다. 농부들의 땀과 노력이 붉게 익어가고 있는 것이죠.

그러고보니 벌써 추석이 코 앞이네요. 뜨거운 여름을 잘 견뎠으니, 올 추석은 더욱더 풍성했으면 합니다. 모든이들의 마음에 한가위 보름달 같은 넉넉함이 스며들었으면 하네요.



 




    

 


 

 

 

 

 

 

 

 

 

 

 

 

사과가 익고 있는 마을. 이 사과는 홍로라고 불리는 새빨간 사과입니다.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그 사과지요. 홍동백서 할 때 홍을 담당하는 녀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색깔이 붉게 잘 물들었지만 이제 가을햇살을 받으면 더욱더 붉은 빛을 머금을 것입니다. 그때 쯤이면 우리들의 발걸음은 추석을 보내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겠지요.

 

이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농꾼들이 땀을 쏟아낸답니다. 잎을 솎아내고 거름을 주고 가지를 치고... 하지만 도시인들이 만나는 사과는 마트에 잘 진열된 상품들이지요. 아주 정갈하게 잘 진열된...

 

 

상품의 비주얼이 제품 선택의 우선 순위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마케팅이 힘을 쓰는 공간에서는 농꾼들의 땀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한낱 수분과 같은 그저그런 존재로 밖에 취급받을지 모릅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제 20여일이 지나면 추석입니다. 시간 참 빠르지 않습니까?

 

올 추석에는 곡식이 영글 듯, 모든이들이 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농작물들을 서로 나누며 농꾼들의 땀과 노력에 대해서도 한 번 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백설공주 사과처럼 새빨간 사과가 익고 있는 이 곳이 어디냐고요? 이 곳은 경남 거창군 고제면입니다. 백두대간 삼봉산이 내려다보이는 사과 마을입니다.

 

 

 

 

 

 

 

 

 

 

 

 

 

 

 

 

 

 

 

 

 

 

 

 

 

 

 

                      

 

 

 

 

 

 

 

 

 

 

 

차례상 사과의 붉은 빛깔, 이렇게 만들어진다 2편

일조량 높이기 위해 잎따기 작업도... 온 몸에 파스를 붙이며 한 사과 출하

 

14.09.08 16:37
최종 업데이트 14.09.08 16:37

 

 

 

 

---> 전편에 이어서

 

 

 

# 잎사귀 따다가 사과를 날려 먹기도...

색깔이 안 난 건 일조량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8월의 뜨거운 햇살이 스며들어야 백설공주가 먹었던, 그 빨간 사과처럼 홍로가 붉은 색을 띤다. 하지만 올해 8월은 일조량이 적었고, 그만큼 사과에 붉은 기운이 들지 않았다. 이런 '색깔의 문제' 때문에 농장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떤 농장주는 하늘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색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장주들은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색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강한 햇살이 최고다. 하지만 그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잎따기'를 해준다. 사과 주변에 달려있는 잎사귀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무성하게 감싸고 있는 잎사귀들을 제거함으로써 사과에 직접 도달하는 햇볕의 양을 높여주는 것이다.

 

 

 

▲ 홍로 색이 잘 든 홍로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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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따기는 매해 수확에 앞서 꼭 진행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올해는 잎따기가 더 강화됐다고 한다. 색깔이 안 났던 만큼 잎사귀 제거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그런 잎사귀 제거가 필자의 첫 번째 사과작업이었다.

햇살을 더 잘 받도록 하기 위하여 열심히 잎사귀들을 제거했다. 그러다 애꿎은 가지도 몇 개 '제거'했다. 또한 알이 굵은 멀쩡한 사과들도 날려먹었다. 농장주의 시선이 싸늘했다. 

 

 

# 사과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색깔이 안 났다고 사과 따기를 계속 미룰 수는 없는 법! 농장주들은 8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사과수확에 나섰다. 이제 고제면은 면 전체가 사과 수확에 매달리게 됐던 것이다. 필자는 매일 아침 마음을 다잡고 사과밭으로 향했다.

"열심히 일해서 사람들한테 누를 끼치지 않겠어. 내 명예를 지키겠어!"

하지만 저렇게 아침마다 한 다짐은 밤이 되면 달라졌다. 허리와 팔에 붙인 파스를 갈며 조용히 혼자말을 했다.

'내일 비가 왕창 와서 작업이나 취소됐으면...'

그만큼 사과 작업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매일밤 숙소에 돌아와 허리와 팔다리를 주물러야 했을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

사과수확 작업에서 가장 고역이었던 건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는 일이었다. 일단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는 일괄적으로 컨테이너 박스에 담기게 된다. 그렇게 쌓인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적재시키고 선별장으로 향했다. 선별장에서는 선별을 위해 컨테이너를 잘 쌓아 놓았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계속 컨테이너를 상차, 하차하는 것이 내 임무였던 것이다.



 

 

 

▲ 컨테이너 저 노란색 박스를 컨테이너라고 부른다. 저 컨테이너를 '들었다 놨다'했다. 아주 삭신이 다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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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놨다'를 계속하다 보니 사람이 무척 단순해졌다. 컨테이너 중에는 사과가 덜 담긴 것들도 있었고, 많이 담긴 것들도 있었다. 적게 담긴 것에는 콧노래를 불렀고, 가득 담긴 것에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컨테이너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콧노래와 욕을 번갈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들었다 놨다'를 무한반복한 날은 밥숟가락도 잘 잡히지 않았다. 음식을 뜨다가 실제로 숟가락을 놓친 적도 있었다. 또한 펜을 잡기 힘든 날도 있었다. 작업일지를 작성하려다 손가락이 시큰거려 그만 둔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직접 작업한 사과라 그건가? 더 맛있네!

그래도 버텼다. 매일밤 온 몸을 파스로 도배하며 버텼다. 사과 농장주들은 매년 이렇게 고되게 작업을 해왔는데... 겨우 이거 가지고...

그렇게 그렇게 버티다 보니 마침내 필자가 잡아두었던 서울 상경일이 다가왔다. 잘 버텼던 셈이다. 어떤 농장주는 필자에게 일당 이외에 사과 한 박스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또 어떤 농장주는 다음해에도 꼭 같이 자기와 사과작업을 하자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이런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필자가 일을 못했던 건 아닌 것 같다. '들었다 놨다'의 역경을 뚫고 애초 다짐했던 명예를 사수했던 것이다.

추석 과일의 대명사 사과. 그 사과가 식탁, 혹은 차례상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과작업은 그 땀과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필자의 집 한 편에는 '들었다 놨다'하며 작업했던 사과들이 놓여 있다. 식사를 한 후 후식으로 베어 먹는 사과 맛이 좋다. 아삭아삭... 소리까지 맛있다. 내가 작업한 사과라서 더 맛있는 건가?

 


 

 
▲ 사과작업 사과작업을 하는 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멀리 삼봉산 자락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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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차례상 사과의 붉은 빛깔, 이렇게 만들어진다 1편

 

일조량 높이기 위해 잎따기 작업도... 온 몸에 파스를 붙이며 한 사과 출하

 

14.09.08 16:37
최종 업데이트 14.09.08 16:37

 

 

 

 

 

 

 
 
▲ 수승대 트레킹 표지판 사과 캐릭터를 이용한 트레킹 표지판. 유명한 거창의 수승대 트레킹 코스를 알리는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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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좀 발랐다. 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허리와 팔목이 욱신거린다. 손끝도 시려서 키보드가 부자연스럽게 터치된다. 이게 다 10여 일간의 사과작업 때문에 얻은(?) 증상이다.

지난 8월 21일. 필자는 전라북도 무주를 통해 경남 거창군 고제면으로 진입했다. 일명 '무진장'의 하나로 불리는 무주군은 백두대간인 덕유산과 삼봉산 등을 두고 거창군과 남북으로 맞닿아 있다. 그래서 무주 읍내에서 출발하는 무진장 시골버스를 타면 거창군 접경지역에 닿을 수 있다.

 

 

# 사과로 유명한 무주군 무풍면과 거창군 고제면


이렇게 두 지역이 인접해 있으니 특산품도 유사하다. 삼봉산 북쪽에 있는 무주군 무풍면과 남쪽에 있는 거창군 고제면 둘 다 사과가 특산품이다. 무주 무풍 사과의 명성을 잘 아실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거창군 고제 사과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일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쩌면 '고제면'이라는 지명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행여나 이런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거창하면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한국전쟁 때 일어난 거창 신원 민간인 학살은 알겠는데... 그나저나 거창이 사과 산지였어?"

 

 

 
▲ 사과 가로등 거창군 고제면에 위치한 사과테마파크의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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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거창은 사과 산지다. 그 거창 사과의 중심에 고제면이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고제면에는 삼봉산이 자리잡고 있다. 해발 1254미터인 삼봉산은 거창의 주산으로 그 일대는 큰 일교차를 이용한 고랭지 농업이 발달해 있다. 그렇게 큰 일교차는 사과의 당도를 현격히 높여주는 '촉매제' 역할을 해준다.


그렇게 삼봉산 아래 자락에 위치한 거창군 고제면을 방문했던 건 사과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참 손이 부족할 시기이기에 기꺼이 가서 손발 노릇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물론 품삯은 받았다. 대신 일당 이상의 값어치를 해준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올해로 벌써 사과따기 3년 차! 농장주들한테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겠어!'

 

 

# 무척 중요한 사과의 색깔


필자는 앞서 무주군 무풍면에서 시골버스를 타고 거창군 고제면으로 진입했다고 언급했다. 차창 밖으로나마 무풍면의 사과농장들을 관찰할 생각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관찰을 하다보니 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사과에 '색깔'이 안 났던 것이다. 색

깔? 무슨 색깔?

 

 

무풍면과 마찬가지로 고제면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홍로라는 품종이다. 홍옥과는 다른 품종인 홍로는 차례상에 오르는 사과로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한다. '홍동백서'할 때 '홍'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홍로인 것이다. 한가위 차례상은 햅쌀과 햇과일 등 그해 가을걷이로 얻어진 재료들을 올려야 하기에, 추석 직전에 출하되는 홍로는 자연스럽게 차례상에 오르는 과일 품목 1순위에 속한다.

 
▲ 홍로 홍로는 새빨간 사과다. 한 여름 일조량을 풍부하게 받아야 빨게진다. 사진에 등장한 사과는 색이 아직 안 들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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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차례상에 올려지는 과일이기에 홍로는 출하시기가 명확하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하면 모든 생산 역량을 추석이라는 한계 시간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추석을 넘겨 생산이 된다면 그만큼 시장에서의 가치는 감소될 수 있다. 사람들이 택배로 받아볼 수 있게 최소한 추석 연휴 이틀 전에는 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홍로는 시간에 쫓기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품종이다.

 

 

 

 

 


 

 

 

 

 

 

* 마임: 조명과 함께 모닥불이 소품으로 쓰였다. 마임의 소품으로 모닥불이 이용되는 건 처음 보았다.

그만큼 <거창아시아1인극제>는 품격 높은 공연을 많이 선보인다.

 

 

 

 

 

 

# '다시 서야 할 아시아1인극제'

그렇다. 돈이 문제였다. 오죽했으면 여름에 수박을 쪼개먹던 큰 평상 4개를 붙여서 무대를 만들 정도였을까. 또한 손·발이 턱없이 부족하여 필자와 같은 고급인력(?)이 화장실 청소를 하며 자원활동을 해야 했다. 필자는 계획했던 '여름 정기투어'를 잠시 접어두기까지 했다. 그러다 뒷마무리까지 마친 후, 8월 6일에서야 서울로 귀가할 수 있었다.

사실 2013년 <거창아시아1인극제>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칫 했으면 아시아1인극제의 명맥이 끊길 뻔했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 이번 대회의 부제는 '다시 서야할 아시아1인극제'였다. 그렇지만 십시일반이라고 공연자들이 무료공연을 펼치고, 뜻있는 분들이 격려금을 전달해 주셔서 어려운 상황에서나마 대회를 잘 마칠 수가 있었다.

지역의 문화행사가 돈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큰 문제일 것이다. 지원금의 유·무에 의해서 대회 개최의 유·무가 결정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지역문화 행사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과 관심은 꼭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 무대: 돈이 없어서 큰 평상 4개를 붙여서 무대를 만들었다. 큰 느티나무가 뒷배경으로 쓰인터라 환상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야간 조명이 무대 뒤 나무들을 비추었을 때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전화위복이라고 환상적인 무대 덕택인지 모르겠지만 올해<거창아시아1인극제>는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그런 의미에서, 입장료는커녕 오히려 동네 분들에게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대접하는 <거창아시아1인극제>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 집행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면소재지에 짜장면집 하나 없는 '깡촌'에서 마을 주민들이 언제 그런 수준 높은 문화예술 활동을 접할 수 있겠는가! 소외지역 문화행사 지원 차원에서라도 적절한 지원금은 반드시 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왕 돈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더 언급하고 가겠다.
2012년 <거창아시아1인극제>에서는 부대행사로 거창·함양지역의 다문화 가정들의 1박 2일 캠프가 개최됐었다. 참가자들은 국적도 다양하고, 피부색도 조금 다르긴 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 중요한가! 그저 축제를 재밌게 즐기면 그만 아니던가! 그래서 그런지 꼬맹이들의 장난 때문에 거창귀농학교의 운동장은 떠들썩했다. 그들의 엄마인 이주여성들도 조금은 느긋한 모습이었다. 공연을 즐기며 하룻밤 야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던지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했다.

 

 

 

 

 

 

 

 

 

 

 

 

* 거창아시아1인극제

 

 

 

 

당시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온 공연자들이 자국의 전통무를 공연했었다. 필리핀에서 온 공연자들이 필리핀 이주 여성들 앞에서 공연을 펼쳤고, 인도네시아 온 공연자들이 인도네시아 이주 여성들 앞에서 춤사위를 펼쳤다. 이주 여성들의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낯선 곳에서 자국의 전통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큰 감흥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공연중에 눈물을 훔치던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 돈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괜히 쓸데없는 토목 공사 하느라 세금 낭비하지 말고 이런 문화축제에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거창귀농학교

 

 

 

 

 

 

 

 

# <고제 사과길>

앞서도 언급했듯이 거창군 고제면은 홍로 사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8월 말 경에 가보면 '새빨간' 사과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다. 멀리서보면 마치 녹색의 그라운드에 빨간색 점들이 뿌려진 것처럼 보인다. 녹색과 빨간색이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 시각적으로 장관을 이루는 것이다.

필자가 누군가? 역사트레킹 마스터 아닌가! 자원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트레킹 코스를 하나 개척해보았다. 약 6km 정도 되는 짧은 코스인데 사과와 관련된 도보여행길이다. 이름하여 <고제 사과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탐스러운 사과와 함께 백두대간 삼봉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추석이 한 달 남짓 남았다. 그럼 사과 수확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음에 사과 작업하러 거창귀농학교에 갈 때는 '뺑끼'를 쓰지 않고 일을 좀 열심히 할 생각이다. 특히 화장실 청소에 역점을 둘 것이다. 그럼 이모님에게 이런 소리를 듣지 않을까?

'곽 작가. 조단조단 일 잘 하네. 이 막걸리 한 잔 묵고 하그래!'

 

 

 

 

 

 

 

 

* 거창군 고제면: 고제면은 전형적인 산촌 마을의 모습을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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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제 사과길>: 거창아시아1인극제 자원활동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에 <고제 사과길>이라는 트레킹 코스를 하나 개척해 보았다.

 

 

 

 

 

* 홍로: 거창군 고제면은 홍로하는 사과 품종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사과들이 푸른 빛을 띠지만 8월 말 정도 되면 아주 '새빨간' 사과가 된다.

뒤쪽에 보이는 산은 삼봉산이다.  

 

 

 

 

 

 

 

"곽 작가, 그딴 식으로 할라믄 다시는 여그 오지마라. 그라케 일하믄 여러사람 욕본데이..."

날카로운 이모님의 음성이 내 머릿속을 한바퀴 휘돌아 나갔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거지?

'아, 맞다. 1층 화장실 청소 때문에 그러시는구나!'

솔로 변기를 구석구석 세척해야 했지만 필자는 귀찮다는 이유로 물만 들입다 뿌려댔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화장실 청소가 말끔히 되지 않았고, 그 일이 이모님의 심기를 건드렸던 모양이다. '뺑끼' 좀 썼다가 제대로 혼쭐이 났던 셈이다.

 

 

 

 

 

 

 

 

 

* 사과: 8월 말이 되면 이렇게 사과는 새빨갛게 된다. 이 사진은 작년 9월 달에 촬영했다.

 

 

 

 

 

 

# 거창귀농학교

필자가 혼쭐이 났던 곳은 거창귀농학교였다. 거창귀농학교는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 있는 곳인데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설립되었다. 고제면은 거창 읍내에서 북쪽으로 약 20Km 정도 떨어져있는데 백두대간인 삼봉산과 덕유산이 자리잡고 있어 말그대로 '깡촌'인 곳이다. 이곳의 농업형태도 논농사보다는 고랭지 작물 위주로 경작된다.

특히 이곳은 홍로라고 불리는 사과 산지로 유명한데 이 홍로라는 품종은 잘 영글면 <백설공주>에 나오는 그 '새빨간' 사과처럼 아주 먹음직스럽고, 빛깔도 무척 고운 품종이다. 이런 환경적 특성 때문에 거창귀농학교는 사과나 오미자 같은 특산 작물에 대한 현장실습 교육을 많이 실시한다고 한다.

거창귀농학교? 귀농학교에서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욕을 먹었다? 그렇다면 필자에게 귀농을 준비하냐고 물으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사과 농사나 지으면서 말이다... 아니다. 필자는 귀농할 의사가 없다. 나이가 들면 백두대간 아래에 터를 잡고 누렁이들을 기르며 살고 싶기는 하지만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다. 그리고 농사는 아무나 짓나? 필자처럼 게으른 사람은 남의 집 소작도 못 부칠지 모른다.

 

 

 

 

 

 

 

* 죽방울놀이: 우리놀이문화연구회 이원하 소장이 아이들 앞에서 죽방울놀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자전거여행하다 자원 활동했다!

필자는 2012년 여름에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행했다. 강원도를 거쳐 경상북도를 종단한 후 경남 거창에 진입했는데 문득 한대수 선생이 떠올랐다. '물 좀 주소'를 부른 가수 한대수 말고 거창 민예총을 이끈 연극인 한대수 선생이 떠올랐던 것이다. 거창 한대수 선생은 민속무(民俗舞)로 유명한 분인데 그중에서도 살풀이와 관련된 춤사위가 일품인 연극인이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7년 만에 다시 뵈었는데 한대수 선생은 변한게 거의 없으셨다. 오히려 7년 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보이셨다.

"백두대간 여행한다고? 그라지말고 아시아1인극제나 와서 도와라."

그렇게 하여 필자는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잠시 멈추고 <거창아시아1인극제>와 인연을 맺게 됐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식으로 자전거여행을 하다가 연극제 자원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 삼봉산이면 백두대간인데 그곳에서 숨 좀 돌려보지 뭐!'

 

 

 

* 죽방울놀이

 

 

 

 


# <거창아시아1인극제>

거창아시아1인극제? 혹시 수승대라는 명승지에서 개최되는 <거창국제연극제>의 다른 이름인가? 아니다. 거창아시아1인극제는 <거창국제연극제>와 별개의 행사다. 둘은 단지 '거창'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합치되는 면이 없다. 더구나 수승대는 위천면에 소재해 있고, 아시아1인극제가 열렸던 거창귀농학교는 고제면에 소재해 있다. 서로 지역적으로도 거리가 있는 셈이다.

<아시아1인극제>는 민속극의 대가인 심우성 선생의 주관으로 1988년 서울에서 1회 대회가 개최됐다. 1회 대회 이후부터는 아시아 각국을 돌며 공연이 계속되었다. 남사당패처럼 유랑을 하며 공연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 1996년, 충남 공주에 안착하게 된다. 공주민속박물관이 들어섰는데 거기에 둥지를 튼 것이다. 그래서 명칭에 '공주'가 들어가 <공주아시아1인극제>가 된다. 하지만 아시아1인극제의 '유랑'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7년에 거창으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거창귀농학교의 다른 이름은 삼봉산문화예술학교인데 그 곳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1인극제는 거창에서 개최됐다. 그래서 명칭도 <거창아시아1인극제>로 변경되었다.

 

 

 

 

 

 

 

* 2013년 <거창아시아1인극제>: 한 여름밤, 야외무대에서 펼쳐진 공연은 신명이 넘쳤다.

 

 

 

 

 

1인극의 영어 명칭은 monodrama다. 즉, 무대에 오른 한 명의 배우가 무대 밖의 객관적 실체들을 내적 자아에 투영시켜 각양각색의 극중 인물상들을 풀어내듯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배우 1인이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다는 말인데 연극 <버지니아모놀로그>가 좋은 예이다.

하지만 아시아1인극제에서는 서구 연극계의 'monodrama'의 정의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유언극과 함께 무언극도 공연됐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모노드라마가 공연되는가 하면, 민간신앙에서나 볼 수 있는 무속무도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판소리의 거장 박동진 명창의 <진국명산>이 울려 퍼졌고, 공옥진 여사의 <심청전>이 무대에서 조용히 날갯짓을 펼쳤었다. 그 외에도 내로라하는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공연자들이 아시아1인극제의 무대를 수놓았다.

하지만 그건 옛날 말이 되어버렸다. 올해 8월 2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2013년 <거창아시아1인극제>는 '아시아'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국내파'들로만 꾸려졌다. 더욱이 초청된 국내파들은 공연료도 받지 않고 재능기부를 해주었다.

 

 

 

 

 

 

 

 

 

 

 

 

*홍로: 주렁주렁 탐스럽게 달린 홍로

 

 

 

* 8월 초순의 홍로: 9월 초순이면 홍로는 먹음직스럽게 붉은 빛을 드러내지만 8월 초순의 홍로는 아직 여물지도 않은 그런 모습을 나타낸다.  

 

 

 

---> 2편에 이어서

 

 

 

 

 

"사과를 아기 다루듯이 해주세요!"

 

 

나는 여러농장을 다니면서 사과작업을 했는데, 여러명의 농장주분들이 이구동성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과를 아기 다루듯이 해달라는 그 말에 농부님들이 바라보는 사과에 대한 애착을 조금이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봄부터 계속된 고된 작업의 결실이 가을 추수 기간에 사과라는 아기로 그들 곁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농장주 분들의 피와 땀이 대변된 말이 내게는 좀 부담이었다. 투박한 내가 사과를 아기처럼 다루어야 하다니!

사과 수확 작업은 단순했다. 일단 사과 나무에서 색이 제대로 든 녀석을 골라 사과가위로 잘라내고, 무작위로 프라스틱 콘테이너에 담았다. 그런 후 선별장에서 '과'라는 단위로, 크기별로 골라낸다. 통상 선별장에서는 10과에서부터 20과까지 걸러내는데, 10과가 가장 큰 녀석이고 20과 쪽으로 갈수록 크기가 작아진다. 얼핏보면, 10과 짜리 홍로는 빨간색 호박처럼 보일 정도로 상당히 컸다.

 

 

 

 

 

* 사과나무: 아래에 깔린 은박지는 반사 필름이다. 사과 하단면에도 태양빛을 받게 하기 위해 반사 필름을 까는 것이다. 태양빛을 잘 받지 못하는 부분은 홍로 특유의 붉은 빛이 감돌지 않게 된다. 위쪽은 새빨갛게 붉은 빛이 잘 영글었지만 아래쪽은 히물건한 홍로들이 가끔 발견되곤 했다.

 

 

 

* 컨테이너에 담긴 사과: 사과나무에서 떼어낸 사과를 이렇게 무작위로 담아 선별장으로 나간다.

 

 

 

 

그렇게 과별로 선별된 사과들은 박스 포장이 되어 영농조합으로 넘겨지거나 택배로 도시민들에게 직접 배송이 된다. 이렇듯 사과 수확 작업은 무척 단순한 진행 과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진행 과정이 단순하다고 노동 강도도 단순한 것이 아니다. 난 거창 귀농학교에 2주 동안 머물렀는데, 16호 태풍 산바가 들이닥친 날을 제외하고는 계속 사과작업을 했고, 잘 때마다 계속 파스를 발라대야 했다. 한마디로 '파스빨'로 버틴 것이다. 나는 '파스스타일'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사과작업을 하다보니 농부님들의 피와 땀이 저절로 내게 스며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B급으로 분류된 홍로도 난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다. B급은 점이 있거나 멍이 든 사과를 말하는데 상품성이 떨어질 뿐 맛과 품질에는 하등 문제가 없는 녀석들이었다. 점있는 거 점빼서 먹고, 멍든거 멍파서 먹고. 아삭아삭, 얼마나 맛있던지!

 

내가 사과를 아기 다루듯이, 섬세하게 사과작업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욕은 안 먹으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내가 모난 짓을 하면, 거창귀농학교가 욕을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좀 긴장감 있게 작업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하여 2주간의 나의 거창 고제면 사과작업은 무사히 마무리 됐다. 평소에 안쓰는 근육을 썼던 터라 온 삭신이 다 쑤셨지만 작업이 마무리 될 무렵에는 나도 사과를 아기처럼 다루어야 한다는 말을 내 입에서 스스럼 없이 하게 되었다. 허리가 욱씬거리기는 했지만, 농촌 사과체험을 제대로 했던 것이다.  

   

 

 

 

* 사과농장: '사과를 애기 다루듯이 해달라'고 하셨던 농장주 분이다.

두 분 다 거창귀농학교 출신으로 대도시에서 거주하다 최근에 귀농을 하신 분들이다.

 

 

 

 

* 사과작업: 사과작업을 하는 와중에 곽작가도 한 컷 찍어봤다.

 

 

 

* 구절초: 거창 귀농학교 운동장에 피어 있어서 한 컷!

 

*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 해발고도가 높은 고제면에는 이렇듯 탐스러운 홍로가  재배된다.

 

 

 

 

 

* 홍로: 빨갛게 잘 영근 홍로가 탐스러워 보인다. 색깔만큼이나 맛도 좋다.

 

 

 

 

 

내게 경상남도 거창은 무척 흥미로운 지역으로 각인되어 있다. 서쪽으로는 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김천과 맞닿아 있어 조금만 이동을 하면 도 경계를 넘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거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서울로 복귀할 때, 나는 시골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무려 4개나 되는 도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였다.

 

경남 거창 -> 전북 무주 -> 경북 김천 -> (또다시) 전북 무주 -> 충북 영동 

 

실제로 서편으로는 덕유산, 동편으로는 합천 가야산, 남쪽으로는 함양 지리산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곳이, 경남 거창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듯 험준한 산들로 둘러싸인 거창이지만 읍내 만큼은 쑥 내려앉은 지세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거창 외곽은 해발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거창의 다운타운(?)은 분지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거창에 난 베이스캠프(?)가 하나 있다. 그곳이 어디냐? 바로 고제면에 있는 거창귀농학교이다. 거창귀농학교는 1996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 하여 귀농학교로 탈바꿈을 시켰는데 현장 위주의 노작 활동이 강점인 곳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거창귀농학교는 고제면 면소재지에서도 약 5Km 정도 떨어져 있을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만큼 실제 농업활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이 풍부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귀농학교: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현대식 시설을 갖추었다. 나에게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베이스캠프다.

 

 

 

* 황토방: 거창귀농학교 운동장 한 켠에 황토방이 있다. 저 곳은 왠만한 고급 폔션 저리가라 할 정도로, 좋은 시설과 전망을 자랑한다.

 

 

 

여기서 잠깐! 베이스 캠프를 언급하다 갑자기 뚱딴지 같이 귀농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고 질책을 가하실 분도 있을 듯싶다. 결론적으로 거창귀농학교가 내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거창 귀농학교는 백두대간인 삼봉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거창귀농학교는 삼봉산 예술학교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건 분명 지역명에서 네이밍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또 거창귀농학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대덕산이 있다. 이렇게 아웃도어 접근성이 강한 곳인데 어떻게 내가 그곳을 베이스캠프화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베이스캠프 선언은 개인적으로 거창귀농학교 교장선생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시골인심이 좋다지만 뚱딴지 같이 불쑥 '베이스캠프 선언'을 한다면, 그 지역분들에게 볼기짝을 훅씬 두들겨 맞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런 거창귀농학교를 난 지난 9월 중순경에 방문을 했다. 왜? 사과작업을 하려고! 아웃도어는 잠시 접어두고 말야.

귀농학교의 정확한 위치는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이다. 고제면은 읍내에서 북서방면으로 25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무주군의 무풍이 어떤 곳인가? 덕유산의 무주 구천동을 끼고 있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 덕유산의 기운이 넘쳐 흐르는 백두대간에 고제면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제면도 해발이 높은 곳이다.

 

그렇게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기에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건 당연한 일이다. 이에 비해 거창 읍내는 해발고도도 낮고 분지 형태를 띠고 있는 터라 고제면보다는 더 기온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볼 일이 있어 잠시 읍내에 다녀온 후 다시 고제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온도 변화를 피부적으로 체감했을 정도다. 그런 지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고제면 지역은 고랭지 농업이 잘 발달되었다. 과수원과 밭이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고랭지 사과 재배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큰 일교차가 사과의 당도를 현격히 높여주는 듯싶었다. 그런 고제 사과 중에서도 홍로 품종이 농가 소득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홍옥과는 다른 품종인 홍로는 추석 차례상에 올려지는 사과로 9월 초순경에 수확을 한다. 그렇다. 홍로는 '홍동백서'할 때 쓰이는 그 사과다. 한가위 차례상은 햅쌀과 햇과일 등 그해 가을걷이로 얻어진 재료들을 올려야 하기에, 추석 직전에 출하되는 홍로는 자연스럽게 차례상에 올려지는 과일 품목 1순위에 속하는 것이다.

 

"사과를 아기 다루듯이 해주세요!"

 

 

 

 

 

 

 

*삼봉산과 사과농장: 앞쪽에 보이는 산이 삼봉산이다. 사진에 등장하신 분들은

당시 거창귀농학교에서 본격적인 귀농교육을 받으시는 귀농희망자 분들이었다.

 

 

 

 

* 강물이 범람한 거창 읍내: 16호 태풍 산바는 15호 태풍 볼라벤과 달리 한반도에 폭우를 뿌리고 갔다. 

산바가 지나간 후 거창 읍내를 흐르는 위천이 수위가 높아져 범람하고 있다.

 

 

 

*수위가 높아진 거창군의 위천

 

 

 

* 홍콩 아가씨들:  '우프'를 통해 전세계에서 한국의 농촌문화를 탐방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거창귀농학교까지 찾아 왔다.  우프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가에 집적 가서 일손을 돕는 국제 조직을 말한다. 우프지원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에 농장주는 식사와 숙소를 제공한다.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임금을 받지 않는 관계로 워킹홀리데이와는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거창귀농학교도 우프에 조직되어 있어 이렇게 홍콩아가씨들도 멀리 거창까지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도깨비: 거창귀농학교 복도에 걸린 도깨비들이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수꽝스러운 모습에 친근한 감정까지 들 정도다.

 힘든 사과작업이 끝난 후에는 항상 저 녀석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거창 귀농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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