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천 다랭이논: 다랭인논 앞쪽은 푸른 남해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 남해군 가천 다랭이논: 층층이 쌓아 올려진 모습이다.

 

 

 

 

옛말에 벼농사는 '팔십팔(八十八)', 즉 88번의 손이 간다고 할 만큼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영농의 기계화로 말미암아 그 수고가 훨씬 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벼농사는 막걸리와 줄담배를 떠올리게 하는 고된 작업이다.

벼농사는 그동안 우리 땅에서 농업의 근간으로 받들어져 왔다. 하지만 형편없는 식량 자급률과 그보다 더 형편없는 농협 수매가가 말해주듯 그 근간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화 현상, 농촌 인구의 감소, 농업 생산성 저하 등. 이런 누구나 다 아는 내용들을 필자까지 나서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꼭 한 가지는 언급할 부분이 있다. 필자는 여행 프리랜서이기에 그동안 많은 지역을 탐방해 왔고, 현지에 있는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귀농하신 분들도 많았다.

그렇게 귀농자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벼농사를 짓겠다는 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존부터 농촌을 지켜오던 분들은 물론 신규 진입을 원하는 분들도 벼농사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도시가 변해가듯, 농촌도 변해가기 마련이다. 쌀이 주곡으로 자리 잡아 농업의 중심을 이루기 시작한 건 조선 후기부터였지만, 지금은 주곡의 개념부터가 완전히 바뀐 시대다. 탐관오리들이 놋그릇 하나까지도 수탈해 가던 시대는 역사책으로 존재할 뿐, 지금은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시대다.

그렇듯 변화의 물결은 농촌에도 불어 닥쳤고, 그 변화로 인해 벼농사 감소 추세는 더욱 더 가팔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변화의 추세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가천 다랭이논의 명승지 지정이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농사를 짓던 땅을 명승지로 지정하여 보전해야 될 만큼 이제 벼농사는 그 입지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 가천 다랭이논: 돌 축대를 쌓아 층층이 계단 식으로 논을 만들었다.

 

 

* 가천 다랭이논: 농한기라서 그런지, 다른 밭작물을 심었다. 파를 심은 것 같다. 아니면 마늘인가? 남해군은 마늘로 유명한 곳이다.

 

 

 

 

 

# 계단식논과 남해바다가 어우러진, 가천 다랭이논

필자가 다랭이논을 방문했을 때는 지난 1월 27일이었다.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논(국가지정 명승 15호)은 우리가 보아왔던 통상적인 육지 논과는 다른 독특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비탈진 경사면에 층층이 이어진 계단식 논과 푸른 남해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은 그 자체가 명승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다랭이논은 미국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3위'에 선정했다. 물론 외부적 권위를 끌어와서, 우리 명소의 경중을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판타스틱'한 풍광에 대한 감흥은 미국 사람이든, 영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동일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CNN이든, BBC든, NHK든 세계 각국의 유수의 언론들이 많이 몰려와서 다랭이논을 비롯한, 우리의 명소와 문화재에 대해 다각도로 취재를 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바로 돈 안들이고 한류를 퍼트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필자가 한겨울에 그곳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논에 벼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계절에 갔으면 더욱더 생생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녹색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는 다랭이논과 쪽빛 남해바다가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준다는 여름에, 다시 한번 남해군을 방문해볼 생각이다.   

 

 

 

* 다랭이논: 논에서 벼들이 파릇파릇하게 자라는 계절에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한겨울에 가니, 다랭이논도 농한기였다.

녹색의 색감이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다시 한 번 방문할 생각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