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계속 강했군이었다. 강의가 있는 날은 강의 때 에너지를 쏟아부었고, 강의가 없는 날은 문서 작업에 열을 올려야했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이 짬봉이 됐었다. 

독서를 통한 자료 정리도 필수다. 엊그제는 조선 중기 왕실 가계도를 정리하느라 새벽 4시에 취침을 했다. 그리고는 오전에 강의가 있어 바로 눈비비고 나가야했다. 뭐 가계도 쯤이야 그냥 정리 안하고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좀 더 정확한 정보를 주고 싶어서 그랬다. 그냥 나 혼자서 떠드는 것보다 실외교재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주목도를 높일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이다. 

솔직히 나도 버벅대는 것보다 뭐라도 보고 이야기 하는게 훨씬 편하다. 그래서 요즘은 계속 실외교재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만드려고 하니 끝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건 누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본인이 크리에이터가 되어 만들어야 한다. 

사전답사 해야 해, 동선 파악 해야 해, 문화재 설명 해야 해, 교통편 알려드려야 해...

극한 직업까지는 아니더라도 역사트레킹 리딩은 만만한 직업이 아닌 거 같다. 예전에 단독으로 도보여행을 했을 때, 하루에 30km 를 걸었을 때도 좀 피곤하기만 했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샤워하고 마사지 좀 하면 몸이 좀 회복이 됐다. 하지만 설명을 하면서 8~9km를 걷는 게 그렇게 힘들더라. 종료할 때쯤에는 머리가 띵~할 때도 있었다. 현기증이 났던 것이다. 

30km 이상 8~9시간을 걸을 때는 가뿐하더니만, 8~9km 4시간 걷는게 그렇게 힘들다니! 
설명을 하면서 걷는게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 금요일 수업이 끝난 후에 이상 징후가 왔다. 

- 제대로 걸렸네!

감기 몸살에 기침에... 콜록콜록, 카악 퇘...ㅋ

덕분에 이틀간 잘 쉬었다. 원래는 경기도 광명시로 사전 답사를 갈 예정이었지만 감기몸살 핑계로 몸조 누웠던 것이다. 계속된 강행군에 브레이크가 한 번 걸린 셈이다. 

약을 먹고 뒹굴뒹굴 거렸더니 좀 나아졌다. 월요일에는 도심권50에서 인왕산 역사트레킹을 리딩하는 날이라 어차피 월요일부터는 뒹굴거릴 수도 없다. 

이틀동안 잘 쉬었다. 좋아하는 일 한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야지! 요즘 같은 세상에 오래가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복 받은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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