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라그로스수도교(Acueducto de los Milagros): 유명한 세고비아 수도교와는 달리 많이 파괴가 됐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메리다 로마교(Puente Romano de Merida): 유유히 흐르는 과디아나강 위에 놓여 있다. 과디아나강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데 하류에서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계를 이루기도 한다.

 

 

 

* 2024년 1월 17일 수요일: 35일차 / 소나기

- 몸이 슬슬 회복되는 느낌이다. 역시 여행하면서 얻는 병은 쉬면 거의 다 낫더라. 역시 여행하면서 얻는 병은 쉬면 거의 다 낫더라. 이제 세비야를 뒤로 하고 메리다(Merida)로 떠날 시간이다. 메리다는 세비야에서 북쪽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다. 버스로는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 세비야에서 메리다로 가려면 아르마스(estacion de autobuses plaza de armas) 터미널을 이용해야 한다. 예전 리스본에서 심야버스를 타고 내린 그 터미널이다. 터미널을 가기 전에 황금의 탑(Torre del oro)을 보러 갔다. 1220년대에 만들어진 탑으로 세비야 구도심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돌풍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쏟아진 것이다. 겨울비가 세차게 내렸다. 정말 짧은 순간에 비바람이 몰아치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결국 비를 쫄딱 다 맞았다. 겉옷은 그렇다쳐도 배낭까지 젖으니 당혹할 수밖에... 황금의 탑 인근에 있는 바르(bar)로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이미 온 몸이 다 젖은 상태였지만...ㅋ

- 터미널에 가니 따로 메리다로 가는 티켓을 파는 곳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안내실에 물어보니 메리다행 버스는 기사한테 직접 현금을 주고 타라고 했다. 메리다로 가는 버스편도 많지 않고 티켓 창구도 따로 없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세비야 - 메리다행은 인기가 없나 보더라.

- 오후 1시 30분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는 구글 지도상에는 표시되지 않는 버스였다. 구글에서는 알사버스 위주로 표시됐다.

- 메리다 터미널에 내리니 큰 다리가 보였다. 과디아나강(Rio Guadiana)에 놓인 루시타니아(Lusitania Bridge)라는 다리다. 그 다리를 건너 구도심쪽으로 향했는데 남쪽을 보니 메리다 로마교(Puente Romano de Merida)가 보이는 것이다. 그 로마교가 끝나는 지점에는 메리다성(Alcazaba de Merida)도 보였다. 감기는 낫지 않고 배낭은 젖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답사를 해야 할 때는 답사를 해야 한다!

- 열심히 메리다 로마교 일대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왕복으로 로마교를 걸었다. 생각보다 로마교는 꽤 길었다. 과디아나강의 폭도 넓었다. 그 옛날에 이렇게 넓은 강물에 돌다리를 건설하다니... 로마인들도 참 대단했다!

- 메리다에는 도미토리 호스텔이 없는 것 같아 그냥 일반 호스텔로 예약을 했다. 호스텔 이름은 La Flor de Al-Andalus였다. 메리다는 안달루시아 지역이 아닌 중부지역으로 분류되는데 , 왜 안달루시아가 들어가지?

- 원래는 스페인 탐방을 마치면 그리스-튀르키예를 여행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 여건상 그리스를 건너 뛰고 터키로 가기로 했다. 막판에 감기몸살만 아니였다면 그리스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런면에서 참 아쉬웠다. 하지만 어차피 이것도 여행의 일부가 아니겠는가!

 

 

 

* 메리다성: 성 안에 물 저장소가 있다. 처음에는 무슨 목욕탕인 줄 알았다.

 

 

 

* 2024년 1월 18일 목요일: 36일차 / 소나기

-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비가 오고 있었다. 이슬비 정도가 내리고 있었는데 그래도 전날의 기억이 있어 별로 맞고 싶지 않았다.

- 중심가에 있는 바르에 가서 아침을 먹는데 가격이 정말 저렴했다. 바게트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주문해서 먹었는데 겨우 2.4유로였다. 다른 곳 같으면 4~5유로가 나왔을 것이다. 이때 쓰이는 스페인어가 있다. 바라타(barata)이다. 저렴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스페인식 샌드위치는 보카디요(bacadillo)라고 부른다. 바게트빵에 토마토, 치즈, 베이컨 등을 넣은 후에 먹는 것이다. 가벼운 식사로 딱이다.

- 어제 누볐던 과디아나강 주변을 다시 거닐었다. 밀라그로스수도교(Acueducto de los Milagros)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밀라그로스 수도교도 메리다성처럼 로마시대 다리와 인접해 있었다. 이 다리는 알바레가스 다리(Puente Romano sobre El Albarregas)이다. 알베레가천(Arroyo de Albarregas) 위에 놓였다하여 알바레가스 다리다. arroyo는 스페인어로 하천을 말한다. 도림천, 중랑천 등을 연상하면 된다. 알베레가스천은 알바레가스 다리에서 서쪽으로 500미터를 더 흐른 후에 과딜아나강에 합수된다.

- 밀라그로스 수도교도 많이 훼손이 됐다. 상부 수로 구간은 거의 다 망실되고 기둥들만 남은 상태였다. 덜하기는 했지만 기둥들도 파손된 곳들이 많았다. 그런 상태라도 남아 있어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 밀라그로스 수도교 탐방 이전에 메리다성을 먼저 탐방했다. 메리다성도 많이 파괴가 됐다. 그냥 폐허 상태로 있는 걸 안전장치를 한 후 관람을 시키는 형식이었다. 그런데도 6유로나 받았다.

- 처음에는 티켓 창구에서 17유로 짜리 통합 티켓을사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통합 티켓에 포함된 장소들을 다 둘러보지 못할 거 같아 메리다성 단일 티켓만 구매한 것이다. 시간이 되고 여유가 된다면 퉁합티켓을 구매해서 다 둘러보면 좋을 거 같다.

- 메리다성은 훼손이 심했다. 로마시대부터 무어인시대까지 중개축을 여러번 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메리다성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물 저장고였다. 계단을 다라 내려가면 만날 수 있는데 처음에는 목욕탕인 줄 알았다. 과디아나강의 물을 끌어와 필터링을 한 후 저장한 것이다. 강물을 끌어오니 물이 마르지 않았을 것이다.

- 이후 로마 신전인 디아나신전(Temple of Diana)를 찾아갔다. 골목을 도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신전을 만난 것이다. 역시 메리다는 작은 로마가 맞는 듯하다. 여기가 스페인인지 로마인지 헤깔릴 정도였다.

- 디아나 신전 옆 골목으로 빠지니 그 저렴한 바르가 나왔다. 늦은 점심, 혹은 저녁을 배불리 먹었다.

 

 

 

* 메리다성: 성 내부 시설물들. 망실된 채로 전시되어 있다.

 

 

* 밀라그로스교와 알바레가스다리

 

 

 

* 디아나신전

 

 

 

 

* 구즈만엘부에노성(castillo de Guzeman el Bueno)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구즈만엘부에노성 내부: 훼손된 형태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 2024년 1월 12일 금요일: 30일차 / 맑음(강한 바람)

- 타리파에 있는 La cocotera boutique hostel & coworking에서 진짜 체크아웃을 했다. 타리파는 그저 거쳐가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어쩌다보니 3박을 하게 됐다.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이다!

- 타리파항에서 가까운 구즈만엘부에노성(castillo de Guzeman el Bueno)를 탐방했다. 이 성은 외형적으로 많이 훼손됐다. 그래서 '답사할 꺼리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거 입장하기로 했다. 입장료도 4유로라 부담이 없었다.

- 역시 안으로 들어가니 구즈만부에노성의 훼손된 부분을 더 자세히 바라볼 수 있었다. 안전을 고려한 동선을 그리기는 했겠지만 일부 구간은 성채가 무너져 내릴 거 같았다. 그래도 성의 타워에 오르니 타리파항구 일대를 비롯해 타리파섬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정말 시원하게 바람이 세게 불었다.

- 타리파터미널에서 카디스행 버스를 탔다. 카디스(Cadiz)까지는 약 1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였다. 카디스 대성당을 지나 예약한 숙소를 향했다. 숙소 이름은 planeta Cadiz hostel.

 

 

 

 

* 구즈만엘부에노성: 이 성도 일부 구간이 겹성 형태이다. 그래서 이 문은 중문으로 사용되었다.

 

 

 

* 타리파섬: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출발한 페리가 타리파항으로 입항하고 있다. 저 등대가 있는 곳이 유럽의 최남단이다.

 

 

 

* 2024년 1월 13일 토요일: 31일차 /맑음

- 카디스에서 가장 탐방하고 싶은 곳은 1812헌법제정탑(monumento a la constitucion de 1812)이었다. 1812년에 카디스 헌법이 공포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기념물로 카디스 성당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사실 1812년헌법제정탑은 전날 밤에 탐방을 했었다. 숙소랑 가까운 곳에 있어서 사전 탐방을 한 것이다. 조명 속에 비친 기념탑은 묘한 웅장함을 발산하고 있었다. 달리 말하면 1812년 카디스 헌법이 주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한 후 카디스카를로스장벽(Murallas de san Carlos)을 보러갔다. 역시 카디스가 항구 도시이기에 장벽은 바다에서 침입하는 세력들을 막기 위해 세워졌다. 다른 해안 도시처럼 시커멓고 길쭉한 옛날 대포들이 바다를 향해 전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안가를 중심으로 탐방했고, 마지막으로 전통시장인 카디스 중앙시장(mercado central Cadiz)을 방문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수산물과 농산물들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이 토요일이라서 그랬는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 이제는 세비야로 갈 시간이다. 카디스에서 세비야까지는 약 12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버스로는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날이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매표소는 다 닫았다. 그래서 기사에게 직접 요금을 내야했다. 약 15유로.

- 세비야 남쪽터미널에 내리니 그 유명한 스페인광장과 무척 가까웠다. 그래서 숙소로 바로 가지 않고 스페인 광장을 탐방했다.

 

 

 

* 카디스1812헌법제정탑: 야간에 촬영하여 선명하게 나오지 못했다.

 

 

 

* 카디스카를로스장벽: 초소와 대포가 나란히 있다.

 

 

 

* 카디스대성당: 뒤쪽에서 본 모습

 

 

 

* 카디스 중앙시장

 

 

 

 

 

 

* 지중해: 지브롤터해협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지브롤터해협: 뒤로 타리파 도심과 항구가 보인다.

 

 

 

 

* 2024년 1월 10일 수요일: 28일차 / 맑음

- 어제는 비가 엄청내렸지만 이날은 날씨가 화창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쇼를 했다. 개인 사물함에 카메라를 넣고 잠궈두었는데 열쇠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여기저기 계속 찾았는데도 없는 것이다. 패킹한 배낭을 싹 다 다시 꺼내 주머니마다 검사를 했다. 침대 주변을 비롯해 손이 닿는 곳을 전부 다 뒤졌다. 하지만 없는 것이다. 결국 스태프에게 '절단기가 있냐'고 물을 지경까지 됐다. 하지만 절단기가 없다고 했고, 공구상에 가서 구매를 해야할 판이었다.

- 아침에 일어나서 움직인 곳이 뻔한데 더군다나 내가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데... 도대체 어디있는가? 마지막으로 침대 아래부분을 찾아보려 매트리스까지 들어보았다. 그냥 공구상에 가서 절단기를 사야겠다 하고, 다시 매트리스를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무언가 손에 닿았다. 잃어버린 열쇠였다. 이거 찾느라, 정말 이거 찾느라 1시간을 허비했다. 그런 내 모습에 스태프들이 좀 한심하게 보더라~ㅋ

- 검색을 해보니 근처에 로마시대의 신전건물이 있다고 해서 그곳을 탐방하기로 했다. 왕복 1시간 정도 거리인 듯해서 무작정 길을 나섰다. 호스텔에서 벗어나 해안길로 접어 들었다. 순례길 표식이 있어 그걸 길잡이 삼아 이동했다. 잠시 숲길을 지나니 멋진 풍광이 펼쳐진 해안길이 나타났다. 푸른 바다를 벗삼아 걸을 수 있는 길이었다. 깎아질듯한 해안 절벽 위로 길이 이어졌는데 바다 너머로 북아프리카 모로코 땅이 가깝게 보였다. 직선거리로 대충 20킬로 정도 밖에 안 떨어져 있는 듯했다.

- 해안가 절벽 위를 걷다보니 여수 금오도 비렁길도 생각나고, 제주 올레길도 떠올랐다. 이곳이 지브롤터해협 일대이다보니 곳곳에 벙커들이 산재해있었다. 전략적으로 엄청 중요한 곳이다보니 그런 시설물들이 있던 것이다. 오래된 군사보호구역 표지판도 보았는데 예전에는 이곳을 민간인이 출입하지 못하게 막아 놓았을 것이다. 옛 유물처럼 군사시설물들은 방치되고 훼손됐다. 지브롤터해협 일대의 중요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지만 그곳을 지키는 감시시스템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 열쇠 소동 때문에 정신없이 체크아웃을 해서 그런지 준비가 소홀했다. 생수도, 행동식도 챙기질 못했다. 1월이었는데 스페인 남부의 햇살은 뜨거웠다. 마시지 못하고, 먹지 못한 상태로 2시간 이상을 걸으니 좀 아니다 싶었다. 배낭 무게도 무시 못했다. 줄인다고 줄였어도 순례길 구간 때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는 듯했다. 아니 기념품 사느라 더 무거워진 듯했다.

- 신전 건물 찾는 것은 일단 접고, 다시 타리파 호스텔로 돌아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호스텔에 연박을 하고, 배낭도 두고 올 걸... 열쇠 소동부터 신전 건물 못 찾는 거까지 이날은 좀 일정이 꼬였다. 내일은 좀 좋아지려나?

 

 

 

* 지브롤터해협: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곳곳에 해안 벙커가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음. 바다 멀리 보이는 곳이 북아프리카임.

 

 

 

* 2024년 1월 11일 목요일: 29일차 / 맑음

- 전날 해안가 길을 가다가 중단한 것이 영~ 찜찜했다. 준비 소홀로 가던 길을 되돌아 간 게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지브롤터 해협을 위시한 지중해 일대를 마음껏 둘러보기로 했다.

- 전날 탐방을 중단한 '개조심'집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호스텔에서 개조심 집까지는 꽤 멀었다. 약 4~5km 정도 떨어져 있는 듯싶었다. 자세히보니 이 길은 윗길, 아랫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아랫길은 말그대로 좁은 소로길로 절벽 바로 옆을 걷는 길이다. 이에 비해 윗길은 자전거는 물론 자동차도 운행이 가능한 길이었다. 대신 비포장길이었다. 그래서인지 산악자전거를 타는 자전거족들이 많이 보였다.

- 윗길은 예전에 군사작전도로였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해안 벙커를 비롯한 시설물들은 폐쇄됐고, 도로도 관광, 레저용으로 그 기능이 변형됐다. 푸른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옛 군사시설물 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평화로운 풍광 속에 숨은 그림처럼 군사실설물들이 숨어 있는 모습이었다.

- 이 해안길은 트라팔가(Trafalgar) - 타리파(Tarifa) - 알헤시라스(Algeciras)로 연결된다. 그 중 타리파에서 알헤시라스 구간을 걸었던 것이다. 트라팔가에서 타리파가 약 60km, 타리파에서 알헤시라스까지가 약 25km 정도다. 트라팔가는 넬슨 제독이 이끄는 영국 함대가 프랑스, 스페인 연합함대를 패퇴시킨, 그 트라팔가 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 날씨가 좋아서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중에서 과달메시탑(Torre de Guadalmesi)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두드러지게 잘 나오더라. 지중해를 향해 늠름하게 서있는 과달메시탑을 보니 첨성대가 생각이 났다. 과달메시탑은 수백년간 지중해의 해풍을 묵묵히 다 맞으면서도 보존 상태는 꽤 좋았다. 그런데 출입구가 안 보이는 거다. 있긴 있는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정도로 높이 있었다.

- 과달메시탑 이후로는 해안가에서 벗어나 산길로 들어섰다. 전날 준비소홀을 만회하려고 음료수, 행동식을 듬뿍 준비했더니 배낭이 뚱뚱했다. 그 뚱뚱한 배낭을 메고 산길을 오르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파이팅이다.

- 역시 20km가 넘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알헤시라스로 진입할 무렵 해가져 세상이 컴컴했다. 거의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 이상 산길이 이어졌다. 그나마 포장도로였다. 불빛 하나없는 산길을 1시간 이상 걸으니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해졌다. 그렇게 피곤한 상태였지만 열심히 걸었고, 결국은 알헤시라스 도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충 8시간 정도 걸은 거 같다. 물론 사진을 찍으며 느릿느릿 걸어서 그렇게 오래 소요된 거 같다.

- 알헤시라스에 있는 호스텔로 갈까하다가 그냥 타리파행 버스를 탔다. 8시간 동안 걸었던 거리를 버스를 타니 약 40분 만에 도달하더라. 읔~ 허탈함!ㅋ

- 그냥 스쳐갈 거라고 생각했던 타리파에서 3박을 하게됐다. 타리파 호스텔 스태프가 또 왔냐는 식으로 씨~익 웃더라!

 

 

 

* 과달메시탑: 1588년 경에 만들어진 과달메시탑. 해안 감시용 망루로 만들어졌다. 오래됐지만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 해안경비시설

 

 

 

* 지브롤터해협: 과달메시탑이 보인다.

 

 

 

* 지브롤터해협: 저 배낭을 메고 27킬로 정도를 걸었으니...ㅋ

 

 

 

 

 

* Royal Walls: 직역하면 '왕립장벽'이 될 것이다. 애초 이 성벽은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후 스페인이 세우타를 점령했고, 왕립장벽도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계속 보강되었다. 성체에 여기저기 탄환의 흔적들이 있다. 보기만해도 참 치열하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항해클럽등대(Faro del Club Nautico): 세우타항 한쪽에 자리잡고 있는 오래된 등대. 항해클럽에는 값비싼 요트들이 즐비했다.

 

 

 

 

 

* 2024년 1월 8일 월요일: 26일차 / 맑음

- 알헤시라스에 있는 hospedaje Lisboa Algeciras 호스텔에 또 1박을 하기로 했음. 이날은 세우타(Ceuta)에 가기로 했는데 세우타에서 1박을 하기보다 그냥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것이 좋을 거 같아 그렇게 했음.

- 오전 10시 배편을 타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지브롤터 해협을 가로질러갔다. 항구에서 떠날때보니 어제 탐방한 지브롤터가 한 눈에 펼쳐졌다. 해안선 위에 거대한 암벽이 불쑥 솟아오른 형상이었다. 반대편에서 보니 왜 지브롤터가 그렇게 중요한 곳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 알헤시라스 항구에서 여객선을 탈 때 공항과 동일한 수속을 밟았다. 테러 방지 때문인가?

- 세우타에 내리니 날씨가 더운 것이다. 스페인 남부보다 더 더웠다. 그렇다, 아곳은 북아프리카다. 세우타는 Foso de san Felip 해자를 통해 구도심과 신도심으로 나뉘었다. Royal Walls라는 도시장벽이 있었는데 그곳에 바닷물이 드나들고 있었다. 해자를 지중해 바닷물로 채운 셈이다.

- 일부 구간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Royal Wall는 철옹성의 이미지를 하고 있었다. 해안가와 맞닿아 있는 성벽의 모습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고보면 Royal Walls은 그냥 도시장벽이기 보다는 도시장벽과 전략적 요새가 합쳐진 모습이었다.

- 세우타 대성당과 그 앞쪽에 서 있는 아프리카 광장을 탐방한 후 해안가 방면으로 이동했다. 세우타에 있다는 헤라클래스 기둥상을 찾았다. 지브롤터에서 본 헤라클래스 기둥상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세우타 기둥상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세우타 항구 방파제에 헤라클래스 기둥상이 있긴 했다. 배를 타고 방파제를 지날 때, 저거 말고 다른게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 요트 선착장 앞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헤라클래스 기둥상이 떡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유레카였다! 지브롤터 기둥상이나 세우타 항구 앞 기둥상과는 다른 힘찬 기운이 감돌았다. 사실 세우타에 온 이유가 헤라클래스 기둥상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 목적이 달성된 것이다.

- 시계를 보니 시간이 좀 남았다. 돌아가는 배편은 밤 8시 30분이었다. 구글 지도를 보니 Monolith Llano Amarillo Ceuta라는 조형물이 있었다. 원래 모로코 땅에 있었던 것인데 1962년 세우타로 옮겨졌다고 한다. 대충 찾아보니 1936년에 있은 군사반란과 관련된 조형물이라고 했다. 딱 봐도 좀 헛군기가 들어가 있는 조형물이었다. 그런데 그 주위가 너무 더러웠다. 낙서도 있었고... 이것이 군사반란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생각일지 모른다. 1936년에 있던 군사반란이 스페인 내전의 시초였다.

- 세우타가 모로코로 둘러쌓여 있긴 했지만 이곳이 아프리카 땅이라는 사실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스페인 남부의 어느 도시를 거닐고 있는 느낌이었다. 지브롤터가 유로파를 강조하며 유로화도 유통되는 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 밤 8시 30분경 세우타항에서 알헤시라스행 여객선을 탔다. 왕복으로 끊으니 약 60유로였는데 운항거리가 편도로 약 30km에 달하는 거에 비해서는 좀 비싼편이었다.

- 지중해의 야경, 특히 지브롤터의 야경에 취해있었는데 누가 내 배낭의 지퍼를 열었던 거 같다. 당시 난 큰 배낭을 호스텔에 두고, 작은 배낭을 둘러메고 있었다. 배 뒤쪽 모서리에서 바람을 맞으니 뒤에서 누가 뭐를 해도 모를 정도이긴 했다. 별로 돈 값어치도 없는 것들만 배낭에 넣어두었는데... 도대체 왜?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담배 핀 그 놈이 그랬나?

참고) 세우타는 북아프리카에 있는 스페인령으로 모로코에 둘러쌓여 있다. 지브롤터가 스페인에 둘러쌓인 영국령인 것과 같은 이치다.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지브롤터와 세우타가 나란히 위치해 있다. 그만큼 이 지역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편 세우타 이외에도 모로코 땅에 있는 스페인령 도시가 하나 더 있다. 멜리야(Melilla)라는 도시이다. 멜리야는 이전에 탐방했던 알메리아에서 가는 배편이 있다.

 

 

 

* 헤라클래스기둥: 세우타항 방파제에 있다. 아차하면 놓칠 수 있다. 바로 왼쪽에 바다 건너 봉우리 두 개가 바로 지브롤터이다.

 

 

 

* 세우타 헤라클래스 기둥: 이게 진짜 헤라클래스 기둥 조형물이다. 세우타항 방파제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웅장하다.

 

 

 

 

* 2024년 1월 9일 화요일: 27일차 / 비

- 아침부터 비가 쏟아졌다. 오랜만에 우비를 꺼내 입었다. 전날 밤에 잠시 보았던 유적지를 가려고 알헤시라스의 중심인 알타광장(plaza Alta)으로 갔다. 그 광장 앞에는 parroquia of our lady of la palma 교회가 있었다. 알헤시라스가 북아프리카와 가까워서 그런가? 알타광장은 화려한 타일로 장식된 벤치가 늘어서 있었다. 이후 마리아 크리스티나 공원(parque maría Cristina)에서 빗물에 젖은 나무들을 바라본 후 Murallas Merinies로 향했다. 유적들을 복원하지 않고 발굴한 채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곳의 성 이름이 지브롤터문(puerta de Gibraltar)이다.

- Murallas는 스페인어로 '벽'이란 뜻이다. 영어로 Wall이 스페인어로는 Murallas이다.

- 그냥 그칠 비가 아니었다. 빵 가게에서 빵과 커피를 사 먹은 후 고민을 했다. 다음 일정은 카디스(Cadiz)였는데 알헤시라스에서 카디스까지는 약 100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멀리가기 보다 가까이에 있는 타리파(Tarifa)로 가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리파는 이베리아반도의 최남단으로 우리나라 땅끝마을과 비슷한 개념의 도시이다.

- 알헤시라스에서 타리파까지는 약 25km 정도 떨어져있다. 가까워서 그런지 소요시간은 약 40분 정도였고, 요금도 2.5유로였다. 또 시외버스가 아니라 시내버스 개념이었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 타리파에 있는 La cocotera boutique hostel & coworking에 체크인을 했다. 비가 좀 그치는 것 같았다. 근처에 해수욕장이 있어서 한 번 가봤다. 타리파가 서핑의 성지라고 불리던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치카해수욕장(playa chica)이 있는데 서핑보드를 타는 서퍼들이 많이 보였다. 아무리 남부 스페인이라고 하지만 1월, 한 겨울이 아닌가! 더군다나 바람도 세게 불고, 파도도 크게 일렁이는데...

- 파도 넘어 섬이 하나 있었다. 타리파섬(Isla de Tarifa)이었다. 요새와도 같은 이 섬에는 이베리아반도의 최남단 끝점(punto masal al sur de la peninsula iberico)이 있다.

- 치카해수욕장 뒤에 있는 산타 카탈리나성(castillo de Santa Catalina)와 타리파항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구스만성(castillo de Guzman de Bueno)을 탐방한 후 호스텔로 돌아왔다.

- 이 타리파 호스텔은 협업(coworking) 공간이 있어서 그런지 호스텔 죽돌이들이 있는 거 같았다. 호스텔이 무척 소란스러웠다. 뭐 호스텔이 다 그런거지만...

 

 

 

* Royal Walls: 독특하게도 해자를 지중해 바닷물로 채웠다.

 

 

 

* Royal walls: 끝단에 달린 둥그런 초소(sentry box)가 이색적이다.

 

 

 

* Monolith Llano Amarillo Ceuta: 1936년 모로코 주둔 스페인군이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그걸 기념하기 위해 모로코땅에 세운 조형탑. 모로코땅에 있다 1962년경에 세우타로 이건을 했다. 좀 외떨어져 있는데다 주변도 지저분했다. 낙서도 많았다. 1936년 군사반란은 스페인 내전의 도화선과 같은 역활을 했다.

 

 

 

* 알헤시라스 알타광장(plaza Alta)

 

 

 

 

 

 

* 코르도바수변성: 과달키비르강을 따라 건설된 도시장벽이다. 곳곳이 훼손되기는 했지만 산책하기에는 딱이었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로마신전

 

 

 

 

* 2024년 1월 4일 목요일: 22일차 / 이슬비

-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우비를 입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안경에 빗물이 튀는게 싫어서 모자를 사러 갔다. 전에 있던 모자는 알라칸테에서 잃어버렸다. 못생긴 모자였지만 나름 쓸만한 모자였다. 귀돌이도 붙어있고... 데카트론이 숙소 근처에 있어 가봤더니 창이 달린모자는 안 팔았다. 그래서 근처에 있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만물상에 가서 4.5유로 모자를 구매했다.

- 코르도바(cordoba)에 왔으니 당연히 메스키타대성당(mezquita-catedral de cordoba)부터 보러갔다. 메스키타대성당은 과달키비르강 옆에 있는데 이곳을 보려면 코르도바 로마다리(puente romano de cordoba) 반대편에서 바라보는게 제일 나은거 같더라.

-코르도바 로마다리의 끝부분에는 칼라오라탑(torre de la calahorra)이 있다. 이곳도 입장료를 받더라. 메스키타 입장료는 이해가 되는데 그 조그마한 칼라오라탑도 입장료라니!

- 비오는 날의 메스키타는 무척 아름다웠다. 방문객도 엄청 많았다.

- 메스키타에서 사진을 넉넉히 찍은 후 코르도바 알카사르(Patio Morisco - Alcázar de los Reyes Cristianos) 부근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코르도바 알카사르 뿐아니라 강변쪽으로도 성곽이 있었다. 하지만 곳곳이 허물어져 있었다.

천천히 그곳을 둘러본 후 코르도바 알카사르성에 입장했다. 입장료는 5유로였다. 코르도바 알카사르는 여러모로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을 연상시켰다. 성곽의 중심 공간을 둘러본 후 성체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하는 Jardines del alcazar de los reyes cristinos 정원을 둘러보았다. 잘 가꾸어져 그런지 그냥 한들한들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곳이었다.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들이 싱그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한겨울에 녹색의 싱그러움이라니! 스페인 남부는 남부인가보다!

- 코르도바 로마다리 한편에는 칼라오라탑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puerta del puente가 있었다. puerta del puente를 직역하면 '다리문'이다. 처음에는 로마시대 문이라고 했는데 16세기 경에 르네상스 양식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여기도 티켓을 구매해야 정상부에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영업을 하지 않았다.

- 호스텔로 돌아오는 길에 어젯밤에 봤던 로마신전(templo romano)를 다시 봤다.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 호스텔로 돌아왔다. 하루 더 묵기로 했다. 어제 체크인을 해주었던 스태프인, 다비드가 친절히 맞아주었다. 알고 보니 다비드는 역사선생님이라고 했다. 지금은 호스텔에서 돈을 벌어 학업을 이어갈 거라고 했다. 전날 스페인 역사책 한 권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이날은 스페인 지리책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소개만, 누가 읽는데...ㅋ

- 하여간 다비드는 꽤 유쾌한 녀석이었다. 또한 Libere cordoba patio santa marta호스텔도 꽤나 정감가는 호스텔이었다. 어떤 호스텔에서는 사기를 당했지만 어떤 호스텔에서는 환대를 받았다. 이것도 다 여행의 일부 아니겠는가!

 

 

 

* 로마다리와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

 

 

 

참고) 코르도바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 있는 도시로 과달키비르강(rio de guadalquivir)이라는 큰 강이 흐르고 있다. 코르도바는 로마시대부터 도시가 들어섰는데 과달키비르강 위에 세워진 로마시대 다리도 그 당시에 만들어졌다.

로마다리를 건너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mezquita-catedral de cordoba)을 가보자. 메스키타(mezquita)는 스페인어로 모스크를 뜻하는 보통 명사다. 고유명사로 쓰면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을 뜻한다. 그만큼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의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풀어쓰면 모스크대성당이라는 말인데, 모스크와 성당이 붙어 있나? 애초에 그곳에는 로마시대 신전이 있었다. 이후 서고트 시대에 성당이 들어서게 된다. 711년 북아프리카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한 후, 성당 자리에 모스크가 지어지게 된다.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그리스도교도들이 무어인들을 물리친 뒤, 그 모스크 자리에 다시 대성당이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로마신전 -> 성당 -> 모스크 -> 대성당

이렇게 복잡한 역사가 있다보니 '모스크대성당'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명칭을 얻게 된 것이다.

 

 

* 코르도바성: 안쪽에 근사한 정원이 있다.

 

 

 

 

* 2024년 1월 5일 금요일: 23일차 / 맑음

- 코르도바 구시가지를 다시 둘러봤다. 비오는 날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코르도바성(alcazar de los reyes cristianos) 주위는 더 유심히 살펴보았다. 또한 그 앞에 있는 코르도바수변성(Huerta del Alcázar de Córdoba)으로 번역될 수 있는 도시장벽도 자세히 살펴보았다. 코르도바수변성은 코르도바의 옛 도심지역을 크게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부 구간은 망실됐고, 한양도성 신당동 구간처럼 성곽 위에 집이 들어서기도 했다.

- 스페인 남부는 확실히 북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1월이었지만 무척 더웠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배낭 위에 빨래를 널 수 있을 정도였다.

- 이제 론다(Ronda)로 가야한다. 코르도바에서 론다를 가려면 일단 말라가(Malaga)로 가는게 좋을 거 같았다. 말라가에서 론다로 가는 편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내가 갈 때는 끊겼고, 마르베야(Marbella)라는 도시를 거쳐가는 버스편은 있었다. 이미 어두운 상태였다. 마르베야에서 1박을 할까 하다가 늦더라도 론다에 가는게 낫다는 생각에 버스표를 끊었다. 그런데 중간에 버스를 갈아탔다. 기사는 같았는데 갑자기 하차해 다른 버스로 갈아탄 것이다. 좀 웃기는 상황이었다.

- 론다에 있는 hostal doña carmen에 예약을 했는데 체크인 시간이 밤 12시까지였다. 겨우 11시가 넘은 시간에 호스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두운 밤길, 그것도 꾸불꾸불한 산길을 달리느라 버스는 거북이 걸음이었다. 대충 계산해보니 말라가에서 론다까지 거의 2시간 40분 이상이 걸렸다. 거리로만 따져보면 120km 정도였지만 돌아돌아, 그것도 산길을 돌아돌아 가니 2시간 40분이 걸린 것이다. 물론 말라가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버스도 있다고 한다.

- 말라가에서 마르베야까지 큰 리조트와 대형호텔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쪽 해변이 그 유명한 태양해안(Costa del Sol)이다. 이 말라가 주변에 위치한 태양해안은 안달루시아 관광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곳이다. 연간 17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용할 정도로 태양해안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좋은 해안가에서 숙박도 하고 그래야 하는디...ㅋ

 

 

 

*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 아랍풍의 외벽 장식.

 

 

 

 

 

*다리문(puerta del puente)

 

 

 

* 코르도바 메스키타대성당: 종탑

 

 

 

* 코르도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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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메리아성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알메리아성

 

 

 

* 2024년 1월 3일 수요일: 21일차 / 맑음

- 숙박 사기를 당하고 난 후에 잡은 delpin verde 호스텔에서 잘 쉬었다. 급하게 잡았지만 주인장도 좋았고 하룻밤 묵기에 제격이었다. 처음부터 이쪽으로 올 걸 그랬다. 그러고보니 스페인어로 돌고래가 'delpin'이다. 숙박 사기를 친 viejo hostal B&B는 간판도 없이 장사를 하는 곳인데...이제 간판없이 장사하는 호스텔은 예약하지 말아야겠다. 간판도 없이 무슨 숙박업을 하는지...

- 숙박사기를 당했다고 여행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알메리라 탐방의 메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primer recinto de la alcazaba de Almeria라는 다소 긴 이름의 성을 탐방했다. 간단히 말하면 알메리아성이다.

- 알메리아성은 한쪽에서는 탐방을 할 수 있게 해놓았고, 다른 쪽에서는 복원 공사를 하고 있었다. 복원이 완료되면 유료 입장으로 바뀔 수도 있을 듯싶었다. 알메리아성은 꽤 멋스러운 성이었다. 특히 알메리아방어장벽(almeria defensive walls)이라는 익성이 보조성으로 역할을 해서 더 눈에 띄었다. 언뜻 우리나라 탕춘대성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 무거운 배낭을 계속 둘러메고 성 안쪽 곳곳을 누볐다. 좁은 통로를 피해가기도 하고, 좁은 계단을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진짜 좁고 경사가 심한 타워를 앞에 두고 배낭을 벗어 한쪽 구석에 놓았다.

그런데 보안 요원이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배낭 메는 시늉을 하면서 빨리 아래로 내려가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배낭쪽으로 갔더니 다른 보안요원 둘이서 내 배낭을 둘러싸고 있었다. 혹시 폭발물로 신고가 들어간 것일까? 혹시 나를 테러범으로...?

- 성곽 구조물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배틀멘트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았다. 구멍이 뚫린 것도 있고, 안 뚫린 것도 있었다. 총안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안내소에 문의를 했더니 화살 쏘는 구멍이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그럴만도 했다. 화살을 쏘면서도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조였다.

- 알메리아를 떠나서 코르도바를 향해갔다. 알메리아에서 코르도바까지는 약 370km 정도 떨어져있는데 버스로 5시간 정도 걸렸다. 밤 11시경에 코르도바에 있는 Libere cordoba patio santa marta호스텔에 체크인을 했음.

참고) 알메리아성은 995년경, 무어인들이 알메리아를 지배했던 시기에 만들어졌다. 알메리아 항구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알메리아성은 복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군사시설 뿐아니라 지방 행정 시설까지 성 안에 자리잡았다. 한편 외부에 장벽을 설치하여 방어력을 증강시키기도 했다.

 

 

 

* 알메리아 방어장벽: 본성과 외성을 연결해주고 있다. 이를 두고 날개성, 혹은 익성이라고 말한다. 서울에도 탕춘대성이라고 하여 익성이 있다. 얼핏 탕수육 잘하는 중국집이 생각는 이름이지만... 탕춘대성은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서로 연결해준다.

 

 

 

* 알메리아 방어장벽: 장벽 안쪽에는 예수상이 있다.

 

 

 

* 알메리아성: 현재도 복원중이다.

 

 

 

* 화살구멍: 영어로는 arrowslit 혹은 loophole이라고 부른다. 위에는 밋밋한 1자형이지만 어떤 화살구멍은 십자가처럼 만들기도 했다.

 

 

 

* 화살구멍: 화살구멍을 가까이에서 찍어봤다. 이 구멍 안으로 화살을 쏘기보다는 적들의 동태를 살펴보는 게 더 나을 거 같다. 구멍이 작아서 조준이라도 제대로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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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례길누렁이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메세타평원

 

 

 

 

* 2023년 12월 20일 수요일: 7일차 / 맑음(엄청추웠음)

- 순례길 구간을 포기하고 버스투어로 전환하려다가 다시 순례길에 도전하기로 했다. 걷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심했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 걷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또한 어제 만남 루시아님에게 스페인의 음식 문화 같은 것을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어쨌든 여차저차해서 신발끈을 다시 동여맸다. 다시 길에 선 것이다.

- 왕물집이 터져서 발바닥이 쓰린 것이지 발목에 이상이 있어서 못 걷는게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이전 순례길에서도 매번 발바닥이 쓰렸었다. 하긴 순례길이 주단이 깔린 비단길이겠는가?

- 길을 걸으니 옛 기억이 새록새록 일깨워졌다. 오늘 목적지는 Hornillos del camino였다. 2019년에 왔을 때가 기억이난다. 그때 과식을 해서 오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Hornillos del camino 공립 알베르게에서 숙박을 했는데 주인장이었던 이탈리아 아저씨가 음식을 맛나게 해주었다.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시원하게 오바이트를 해버렸다. 그런데 오바이트를 할 대 옆을 보니 공동묘지가 있더라.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운이 있었던 것이다.

- 이번에 가보니 알베르게 주인이 스페인 아줌마로 바뀌었다. 아줌마가 좀 까칠했다. 공립 알베르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마인드가 아니었다.

 

 

 

* 메세타평원

 

 

 

* 2023년 12월 21일 목요일: 8일차 / 맑음

- 저녁이면 발바닥이 불타올랐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가라앉았다. 생각해보니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항상 순례길은 쉽지 않았다. 겨울 카미노는 더 그렇다.

- 부르고스(Brugos) - 레온(Leon) 구간은 메세타 평원 구간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이 인상적인 곳이다. 한편 고원지대에 있다보니 안개가 자주끼는 곳이다. 거기에 더해 겨울이니까 서리도 자주 내린다.

- 부르고스에서 만난 루시아님과 길동무를 했다. 루시아님은 7년 동안 스페인 현지에서 가이드 생활을 했고, 스페인 음식에 대해서도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는 분이었다. 그동안 스페인 여행에서 만났던 한국인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분이었다. 스페인어를 능통하게 구사해서 현지인들과도 막힘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 루시아님 같이 스페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분을 만나니 좀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여행의 테마가 스페인 콘텐츠를 작성하기 위한 답사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루시아님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지식이 얄팍하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솔직히 충격먹었다. 그런 알량한 지식으로 스페인 콘텐츠를 작성했다면 두고두고 오점을 남겼을 것이다.

- 냉정하게 따지면 현재의 내 지식으로는 스페인 책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걸 루시아님을 만나면서 제대로 깨닫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 된다. 더 많이 답사하고, 더 많이 자료를 섭력해서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그게 내 재능이다! 재능을 썩혀서는 안 된다!

- 루시아님이 스페인 음식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내가 계속 스페인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작성해보라고 부축였다. 어쩌면 꼰대스럽고, 질척거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루시아님이 착해서 그런지 다 받아주었다. 얼굴이 복스럽게 생겼는데 마음도 참 복스럽다. 하여간 루시아님은 충분히 재능이 있었고, 난 그 재능을 알아본 사람이다. 반대로 루시아님은 내게 큰 죽비소리를 내린 사람이다.

- 메세타평원은 끝없이 펼쳐진 평야가 지평선은 이루고 있는 곳이다. 만주벌판을 그리워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걸어볼만한 곳이다.

- 오늘의 일정은 castrojeriz까지다. Hornillos del camino castrojeriz까지는 약 20km 떨어져 있다.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에서 신년 연휴 주간까지는 알베르게는 물론, 바르까지 문을 닫는 곳이 많다. 겨울 카미노가 이렇게 어렵다.

- castrojeriz 공립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음. 오후 3시경. 이후 루시아님과 함께 식당에서 맛나게 식사를 했음.

 

 

 

* castrojeriz가는길

 

 

 

 

*메세타평원

 

 

 

 

 

* 팜플로냐 도시성벽: 4개의 큰 홈은 대포가 거취되는 곳이다. 가운데 종처럼 생긴 공간은 초소다.

 

 

 

 

☞ 지난 2023년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6일까지 스페인과 튀르키예를 여행했습니다. 여행은 크게 3단계로 나눠서 했는데 1단계는 산티아고 순례길, 2단계는 스페인 도시여행, 3단계는 튀르키예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내내 여행일지를 기록했습니다. 이 포스팅들은 그 여행일지 노트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여행일지를 중심에 두고 작성된 포스팅이라 그렇게 재미진 포스팅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디테일한 정보를 가져다 주지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여행일지를 객관화 하는 작업은 분명히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것이 개인의 역사가 되고, 더 나아가 모두의 지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 인천공항

 

 

 

 

* 2023년 12월 14일 목요일: 1일차 / 서울 비

- 비행기가 12시 55분발이라 아침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집을 나섰다. 미리미리했어야 했는데... 하다보니 일이 많아져 시간에 쫒기는 형편이 됐음. 이러다 비행기를 못 타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오전을 분주하게 보냈음.

- 부모님께 인사하고 나오는데 비가 오고 있었음. 마드리드는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 약3년 만에 비행기를 타게 됐음. 정말 오랜만임. 신형 B-787 드림라이너를 탔음.

- 사실 전날 밤을 세우고, 작업까지 해서 몸이 무척 피곤했음. 그래서 나름대로 비행기에서 잘 잤음. 코 골고 잤나? 그렇게 자서 그런지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음.

- 인천공항에서 약 20분 정도 연착해서 그런지 마드리드 공항에 예상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했음. 서울은 비가 내렸지만 마드리드는 비가 오지 않았음. 4번째 스페인 여행이 시작됐음.

- 새벽 1시 15분발 심야버스를 타려고 마드리드 터미널4(T4)로 이동했음. 근데 이 버스가 팜플로냐(Pamplona)로 직접 가지 않아 중간에 Soria라는 곳에서 환승을 해야함. 한 새벽에 낯선 동네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음.

-T4 버스터미널에서 식사할 곳이 없어 첫 끼니부터 샌드위치로 떼웠음. 궁시렁대면서도 맛나게 먹었었음.

 

 

*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터미널4에서 심야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배낭 무게가 대충 17kg 정도였음. 하지만 계속 줄어들었음.

 

 

 

 

 

*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2일차 / 맑음(팜플로냐 비 온 뒤 갬)

- 새벽 1시 15분에 마드리드발 소리아(soria)행 버스에 탑승함. 이후 소리아에서 팜플로냐(pamplona)행 버스로 환승함. 피곤해서 그랬는지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았음. 대신 비행기에서도 버스에서도 계속 앉아 있다보니 허리가 눌리는 느낌이었음.

-팜플로냐 버스터미널에 내리니 오전 7시가 안 되는 시각이었음. 문을 연 바르(bar)가 있어 오랜만에 cafe con leche와 함께 빵을 먹었음. 역시 스페인은 커피와 빵이 맛남. bar를 스페인어에서는 '바'라고 하지 않고, '바르'라고 읽음. animal(동물) 같은 경우도 '애니멀'이 아니라 '아니말'로 읽음. 영어와 스페인어는 좀 다르다. 카페콘레체(cafe con leche)는 카페라떼를 말함. 레체(leche)가 우유를 뜻한다.

- 순례길을 걸으려면 순례자여권이 필요함. 그래서 팜플로냐 대성당 인근에 있는 알베르게 albergue Jesus y Maria에 갔음. 이곳에서는 순례자여권도 발급받고, 1박도 할 것임. 그런데 12시에 문을 연다고 했음. 알베르게는 순례자들의 숙소를 말함.

- 이렇게 된 거 팜플로냐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음. 나름대로 팜플로냐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 우연히 fortin o medialuna de san bartolome라는 작은 요새를 탐방했다. 이곳은 작은 정원이 딸려있었는데 순례길에서는 살짝 벗어나 있었다. 유명한 팜플로냐 요새(ciuadadela de pamplona)나 팜플로냐 구시가지 성벽하고도 다른 곳이었다.

- fortin o medialuna de san bartolom 옆쪽으로 작은 공원이 있는데 이곳에는 나무조각 같은 조형물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안내판을 봤더니 스페인내전 당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조형물이었다. 얼핏봤을 때는 낙엽이 떨어져 있고 해서 그 위에 발을 올려놓고 신발끈을 묶으려고 했는데... 그랬으면 큰일날 뻔 했다.

- 이번에 처음 알게된 명소가 하나 더 있다. monument to the fueros라는 기념비이다. 이 길쭉한 조형물은 1893년 나바로의 푸에로법을 수호하기 위한 걸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monument to the fueros는 유명한 카스티요 광장(plaza del castillo)에서 불과 200여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카스티요 광장은 예전에도 몇 번 둘러봐서 익숙한 장소다. 이곳에는 헤밍웨이가 맛집 탐방하듯 자주 들르던 식당도 있다. 익숙한 곳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인근에 중요한 기념탑이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이걸 두고 등잔밑이 어둡다라고 말하는 것이겠지.

- 이미 두 번이나 팜플로냐에 왔으면서 이런 조형물의 존재자체도 몰랐다니! 아무래도 순례길만 허겁지겁 걷느라 그랬던 거 같다. 오늘은 몇 킬로를 걸어야 하나, 오늘은 어느 알베르게에서 자야 하나... 뭐 이런 고민들 때문에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솔직히 예전에는 이런 기념물들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 무슨 속도 경쟁하듯 너무 열심히 걸었던 거 같다.

-전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팜플로냐 도시성벽(city wall)도 자세히 둘러봤다. 도시성벽(city wall)은 앞서 언급한 팜플로냐 요새(ciuadadela de pamplona)와는 좀 다르다. 성벽 사진을 찍다가 보니 귀엽게(?) 생긴 초소가 눈에 들어온다. 초소를 영어로는 sentry box, 스페인어로는 garita라고 부른다. 스페인은 워낙 성이 많은 곳이라 다양한 모습의 초소(garita)의 모습이 존재한다. 그중 팜플로냐 시티월의 초소 모습은 꽤 잘 생긴(?) 편에 속한다.

- albergue Jesus y Maria에 도착해 크레덴셜과 1박 숙박비를 지불했다. 크레덴셜 2유로, 1박 숙박 11유로. 숙박비가 좀 오른 거 같다. 3년 전에는 8유로였던 거 같은데...

- 샤워를 하고 누가 남기고간 즉석 해물스파게티를 데워 먹었다. 침대에 누우니 딱 좋다. 3년 전에 왔을 때는 1층에서 묵었는데... 이제는 침대를 다 제거해서 1층은 빈 공간으로 남겨놨다. 왜지?

- 그런데 강력한 발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누구야? 너야? 도대체 누구 발냄새야! 내 발냄새였다. 알베르게에 나 혼자밖에 없었으니까...ㅋ 아무래도 신발에 물이 들어와서 그런거 같다. 하긴 오래신긴 했지. 고민 끝에 새 신발을 구매하기로 했다. 마침 데카트론 매장이 가까이에 있었다. 카스티요 광장에서 5분 정도의 거리였다. 어차피 바꿀 신발이었으니 과감히 바꾸기로 했다. 약 70유로.

- 이 선택 때문에 이 여행은 아주 큰 격변을 겪게 된다. 순간의 선택이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도보여행 중에 신발을 바꾸는게 아닌데... 그런 기본중의 기본을 무시한 댓가가 아주 혹독했다!

- 성탄절 주간이라 그런지 팜플로냐 대성당에서 행사가 있었다. 무슨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의식이었는데 거리행진도 하고 그랬다. 하루 사이에 팜플로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거 같다. 팜플로냐의 속살을 봤다고 해야 하나?

 

 

* 스페인내전 조형물: memorial de los centros de detención이 공식 명칭이다. 직역하면 '시내 구금자들의 추모' 로 읽힐 수 있다. detención은 스페인어로 구금, 체포를 뜻한다. 이 조형물은 구글 지도에서도 검색이 안 된다.

 

 

 

* fortin o medialuna de san bartolome

 

 

 

* 팜플로냐 도시성벽: 방어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겹겹이 쌓은, 겹성 형태를 띄고 있다.

 

 

 

* 소몰이축제 조형물: 팜플로냐는 바스크 지역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투우가 아닌 소몰이 축제가 열린다. 왜 그 순한 소를 화나게 하는지...

 

 

* monument to the fueros: 좀 어둡게 나왔다.

 

 

* 초소: 귀엽게 생겼다. 선물 가게 같기도 하다. 내가 군대 있을 때 들락거렸던 초소는 못 생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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