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량사: 청량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 사찰 한 가운데에는 석탑과 함께 부처님이 계셨다.

 

 

 

 

 

* 청량사: 보기만 해도 시원한 곳에 부처님이 계셨다!

 

 

 

 

 

# 청량산 베이스 캠프 완성

 

 

그러면서 손수 커피 한 잔을 타서 내게 건네주었다. 역시 아웃도어를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다르긴 다른 듯싶었다.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자칫하면 숙소도 못 잡고 노숙을 할 판이었는데 말이다. 시골 인심에 아웃도어 인심까지 더해진 행운이었다.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그 직원이 알려준 곳을 찾아갔다. 그 곳은 팔각정 같은 곳으로 나무 의자와 테이블을 설치해두고 있었다. 좋은 풍광을 바라보면서 도시락을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 장소인 듯싶었지만 내 시야는 가로등 불빛 너머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주위 풍광만 지레짐작 할 수밖에 없었다. 난 서둘러 의자와 테이블을 한 쪽으로 몰아 텐트 칠 공간을 마련했다. 그것들이 돌처럼 무거워서 힘을 좀 쓴 후에야 그럭저럭 비가 들치지 않을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드디어 나의 '청량산 베이스캠프'가 완성될 수 있었다.

 

 

▲ 청량산 하늘다리: 저 하늘다리를 건너는 것만으로도 스릴이 넘친다.

다리를 건널때 강력한 횡풍이 불면 그 스릴감은 공포감으로 바뀔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 청량산 하늘다리: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청량산 하늘다리는 해발 800m 고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바람이 세차게 분다. '바람의 계곡'에 하늘다리를 걸어놓은 셈이다

 

 

 

 

청량산 하늘다리에서 스릴을 즐기다!

다음날. 시계를 보니 오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정신없이 잠에 빠져 있었는지 늦잠을 잔 것이다. 세면을 하고 난 후에 어제 내가 '물아일체'를 했던 곳을 찾아보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곳을 찾았는데, 자세히 보니 거기는 좀 움푹 파인 곳처럼 보였다. 선녀탕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충의 틀은 나왔다. 그래서 난 내식대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신선탕으로.

그런데 신선탕 주변에 쓰레기가 눈에 띄는 게 아닌가! 누군가가 먹다 남은 술병과 안주거리들을 그대로 놓고 간 것이다. 어제밤에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난 좀 짜증이 났다. 자연은 가만히 있는데 사람들이 와서 '유명관광지 티'를 내고 갔기 때문이었다. 어떤이들이 '유명관광지 티'를 내던 곳에서 난 좋다고 물아일체를 했던 것이다.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청량산까지 와서 등산을 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자전거와 텐트를 잘 놓아두고 등산 버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등산을 하기 전에 신선탕 근처에 있는 쓰레기들을 수거하고 갔다. 내가 전날 물아일체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풍기문란도 했기에 그 벌로 환경미화를 자청했던 것이다. 내가 재미있게 즐겼던 만큼 남들도 재밌게 놀 수 있게 뒷정리를 깨끗이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청량산도 국립공원 클럽의 물망에 오를 정도로 절경을 뽐내는 산이다. 낙동강 상류와 어우러진 청량산의 모습은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산 중턱에 있는 청량사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처님도 만나 뵐 수 있다.

한편 청량산에는 하늘다리가 있다. 그 곳에 서면 자신의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산바람이 세게 분다. 스릴을 느끼고 싶지만 번지점프를 할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은 청량산 하늘다리를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필자가 구름다리를 통과할 때,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었는데 '삐그덕' 소리를 내면서 다리가 요동을 쳤다. 스릴 만점이었다.

 

 

▲ 래프팅: 낙동강 상류는 물살이 급해 래프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청량산 도립공원 인근에는 래프팅 업체들이 산재해 있었다.

 

▲ 청량사 산들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지만 부처님이 계신 곳은 주위가 확 트여 있어, 풍광이 시원스럽다.

 

▲ 낙동강 낙동강은 청량산을 굽이쳐 흘러간다.

 

 

 

 

▲ 낙동강과 청량산: 필자가 봉화를 방문했을 때는 장마철이라 그랬는지 무척 유량이 풍부했다. 물소리가 아주 거세게 들렸다.

 

 

 

 

 

 

강변을 바라보면서 잠이 드는 것처럼 로맨틱한 '굿나잇'이 또 있을까? 나는 바다도 좋아하지만 강변에서의 하룻밤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강변이 갖고 있는 아기자기함 때문이다. 난 광활한 망망대해를 인간의 한계를 일깨워 주는 각성의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유유히 흐르는 강물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다독여 주는 입체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강물을 끌어와 농사를 짓고, 강촌으로 친구들과 즐겁게 모꼬지를 가고, 캔 맥주 하나 들고 홀로 한강에 나가 실연의 아픔을 강물에 실어 보내고...

이런 강변에 산이 어우러지면 그 입체성은 더욱더 강조될 것이다. 경쾌하게 흐르는 강물 소리에 산 새 소리가 어우러지면, 최소한 사운드면에서는 이미 무릉도원에 도달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 이번 여행기는 강변 캠핑에 대한 이야기이다. 필자는 백두대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매일같이 텐트를 쳤다. 한계령 도로 정상에서 텐트를 쳤고, 울릉도 북면 천부항에도 쳤다. 또 수많은 초등학교와 폐교, 개활지에도 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최고의 캠핑지에 대한 순위가 매겨졌다. 그럼 최고의 캠핑지 1순위는 어디일까.


 

 

 

 

▲ 청량산 베이스캠프: 낙동강가에 세운 청량산 베이스캠프. 청량산을 병풍 삼고, 낙동강 끌어 안을 수 있었던 최고의 캠핑지였다!

한편 저렇게 정자 아래에 텐트를 치니 밤새 비가 내려도 물난리를 겪을 일이 없었다.

 

 

 

 

*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 필자가 방문을 했을 때는 방문객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느긋하게 주차장에서 베이스캠프를 칠 수 있었다.

 

 

 

 

 

# 청량산에 만난 도립공원 직원

 

당시 나는 경북 봉화를 거쳐 안동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강원도 태백을 통해 봉화군으로 입성을 했는데, 내가 보기에 봉화는 행정상으로는 경상북도이지만 지형적으로는 강원도와 별반 다르지 않아보였다. 그렇게 험준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봉화지역은 '심산유곡'의 절경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명소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명호면에 있는 낙동강시발지공원에서부터 청량산 도립공원 입구까지의 길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병풍처럼 서 있는 청량산을 따라 낙동강이 시원하게 내달리는 모습은 장관 중에 장관이었다. 

"안녕하세요. 혹시 이 근처에 캠핑장이 있나요?"

나는 조금 다급한 목소리로 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도움을 청했다. 낙동강과 청량산이 뽐내는 절경을 카메라로 담아내느라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그러다 덜컥 일몰 시간을 맞았기 때문. 설상가상이라고 그때 빗줄기가 한 두 방울씩 내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 여기는 근처에 캠핑장이 없는데... 여유가 있으면 민박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비수기라 민박 요금이 비싸지는 않을 텐데요."

자신도 아웃도어를 무척 좋아한다고 밝힌, 관리사무소의 한 젊은 직원은 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비수기에는 민박 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하지만, 내게는 비쌌다. 하루를 만 원으로 버텼던 내게 5만 원 짜리 펜션 숙박은 사치였기 때문이었다.

"아참,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여기에서 쭈욱 가다보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거기 보면 비를 막을 수 있는 오두막이 있거든요. 거기다가 텐트를 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장마철이라 사람도 거의 없으니까요."

 

 

 

 

* 청량산: 청량산의 최고봉인 장인봉에 올라 한 컷! 청량산은 유력한 국립공원 후보지 중에 한 곳이라고 한다. 


 

 

 

 

 

* 태백산 캠핑장: 숲이 우거져 있는 태백산 캠핑장

 

 

 

 

 

▲ 태백산 베이스캠프: 저렇게 태백산캠핑장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참 단출했다.

 

 

 

 

 

 

# 캠핑장에 템플스테이 식문화를 이식시키자

 

 

한편 그 음식물 찌꺼기는 필자가 버린 것이 아니었다. 음식물을 왜 남기는가? 넉넉히 먹고 즐기는 것도 좋다. 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은 캠퍼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 숨 가쁜 도시생활을 벗어나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도시생활의 안락함을 캠핑에서까지 이어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 필자는 답답함부터 느낀다.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 주말 섹션에 겨울캠핑과 관련하여 전기장판에 관련된 이야기가 언급됐다. 필자는 그 기사를 보고 혀를 찼다.

 

'과연 이 엄동설한에 뭐 하러 전기장판까지 준비해서 캠핑에 나서는가? 전기 꼽을 곳은 있나? 그렇게 갖출 거 다 갖추고 싶으면, 동네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는 게 최고일 텐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나라의 캠핑시장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질적으로도 그런가?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다.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캠퍼들이 기본적인 캠핑 매너도 안 지키는 모습들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나같이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캠핑장을 애용해야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캠핑장 사용을 매우 꺼리는 경향이 있다. 다음 일정을 위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먹고, 마시자, 죽자'라는 캠퍼들의 소음에 새벽까지 잠을 설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최첨단 장비에 걸맞게 캠핑문화도 최첨단으로 향상 시킬 때가 됐다. 성숙한 캠핑문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야 할 때가 됐다. 이제 캠핑장에서는 좀 덜 먹고, 덜 마시는 분위기가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각 같아서는 '템플스테이'와 같은 식문화와 정숙함이 전국 캠핑장에 만발했으면 좋겠다. 이건 너무 급진적인 생각인가? 

 

 

 

 

 

 ▲ 대형텐트: 내 텐트와 비교하면 저 텐트는 궁궐 같다. 나중에 기회가 닿는다면 나도 저런 멋진 텐트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

 

 

 

▲ 골든보이: 캠핑장에 가면 색다른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다. '골든보이' 이 친구도 태백산캠핑장에서 만났다.

 그는 3개월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강원도 일대를 여행했다고 한다. 3개월 동안 강원도를 돌아다닌 터라 그의 허벅지는 튼튼했다.

 

 

 

 

 

# 캠핑장에서 사기꾼을 극복하려면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 캠핑장에서 수금 징수원을 가장해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들이 있으니 주의를 요망한다. 대규모 캠핑장 같은 경우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이용을 하기에 사기꾼들의 좋은 활동처가 되곤 한다. 그들은 캠핑장 직원과 동일한 복장과 동일한 영수증 용지를 들고 다니며 캠퍼들을 현혹시킨다. 그런 사기에 넘어간 캠퍼들은 사기꾼과 정식 수금요원에게 두 번 요금을 납부해야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캠핑의 낭만은 사라지고 불쾌지수만 높아질 것이다.

 


텐트비를 받아서 얼마나 남겠냐고, 의문을 표시하실 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형텐트의 경우는 통상 2만 원 정도의 요금을 지불한다. 그런 텐트가 10동 이상 있다고 생각해보시라. 한 시간도 안 되서 사기꾼들은 수십 만원을 챙길 수가 있는 셈이다.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캠퍼 자신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몇 가지 팁을 제시해 본다.

 

1. 영수증을 꼭 확인한다.


2. 징수원의 직원증을 확인한다.


3. 쓰레기봉투를 요청한다.

 

2번 직원증 확인의 경우는 쉽지 않다. 수금요원이 직원증이 없는 단순 아르바이트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면, 사전에 캠핑장 관리사무소의 전화번호를 메모해뒀다가 전화를 걸어 수금 요원의 신분을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요즘은 웬만한 대형캠핑장은 사용료를 지불하면 해당 지자체에서 발행한 쓰레기봉투를 지급하니, 쓰레기봉투 지급여부도 잘 확인을 해보면 가짜 징수원들의 사기 행각의 덫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캠핑장 요금도 안 내고 도망간 주제에 말이 많다고, 아직도 필자를 질책할 분이 있을지 모른다. 여행이 다 그런 거지 뭐. 여행에 무슨 정답이 있겠는가! 그리고 캠핑장 팁도 알려드렸으니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캠핑 적기에 맞춰 이런 팁을 알려드렸어야 하는데 엄동설한에 이런 글을 쓰니, 필자도 그게 참 아쉽다.

 

 

 

 

 

 

▲ 백캠핑: 대형오토 캠핑도 좋지만 요즘은 호젓하게 백캠핑을 하는 캠퍼들도 많이 늘어났다.

백캠핑은 배낭에다 캠핑장비를 짊어 지고 다니며, 캠핑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백캠핑의 관건은 짐의 경량화에 달려 있다. 필자가 행한 캠핑도 백캠핑이다.

 

 

 

 

▲ 태백산은 참 복받은 산 등산 중에 배수로 작업을 하시는 분을 만났다. 그 분은 도립공원 직원이 아니었다. 그냥 자진해서 등산로 배수로 작업을 하시고 계셨다. 그냥 태백산이 좋아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작업을 하신다고 했다. 극구 사진 찍는 걸 원하지 않으셨지만 난 살짝 '몰카'를 찍었다.

그러고보면 태백산은 참 복 받은 산인 것 같다. 이렇게 좋은 분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 천제단: 천제단의 옆모습

 

 

 

 

 

필자는 태백산캠핑장에서 3일을 머물렀다. 이번편에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다.

 

 

# 물소리를 들으며 잘 수 있는 태백산 캠핑장

 

"야영비 받으러 왔습니다."

 

태백산 산신령님이 달콤한 잠을 내려 단잠에 빠져 있는데, 아침부터 누가 돈 타령을 하고 있는가? 난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다.

 

"내일 받으러 와요."
"..."

 

나는 당골매표소 아래쪽에 위치한 태백산캠핑장(일명 당골야영장)에다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당시가 장마철이라서 그랬는지 캠핑장에는 야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래 화장실 문을 잠가 놓고 샤워를 했다. 원래는 캠핑장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는 것은 규칙 위반이다. 하지만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렇게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놈의 돈이 원수지!

 

필자가 보기에 태백산 캠핑장은 상당히 좋은 곳이었다. 내부는 숲이 둘러싸고 있고, 외부는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어, 말 그대로 숲 속에서 캠핑을 하는 식이었다. 또 캠핑장 옆으로 당골천이 흐르고 있어, 밤에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잠자리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작은 소음에도 잠을 뒤척일 수 있지만 태백산 캠핑장은 당골천이 소음을 중화시키기에, 민감한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취침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밤에 산 새 소리와 함께 물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할 수 있는 캠핑장이라면, 정말 좋은 캠핑장이 아니겠는가?  물론 갈수기에는 물 흐르는 소리가 약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태백산캠핑장: 일명 당골캠핑장이라고도 불린다. 아침에 눈을 뜬 후, 바라보는 태백산의 전경이 일품인 곳이다.

 

 

 

 

 

▲ 태백산 캠핑장: 필자가 손으로 음식물 찌꺼기를 끄집어 낸 식수대. 그 뒤로 필자가 몰래 샤워를 한 화장실이 보인다.

 

 

 

 

 

 

그렇게 좋은 태백산 캠핑장에서 필자는 3일을 머물렀다. 하지만 돈 한푼 안냈다. 처음 수금하러 온 이후에는 징수원들이 다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규칙을 위반하고, 사용료도 지불하지 않는 등 민폐를 끼쳤다고 필자에게 손가락질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듯싶다. 하지만 필자는 민폐를 끼쳤으면 그만큼의 값을 한다. 화장실 청소를 깨끗이 했고, 캠핑장 식수대를 말끔히 치웠다.

어느 캠핑장을 가나 식수대는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로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퇴수가 잘 되지 않는다. 나는 그 찌꺼기들을 손으로 직접 다 끄집어내, 퇴수가 잘 되도록 하고 나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여행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캠핑장: 캠핑장에서 만난 분이다. 부산에서 여행을 오셨다고 했는데 나를 많이 챙겨주셨다!

 

 

 

 

 

*당골천: 캠핑장 바로 옆으로 당골천이 힘차게 흐르고 있다. 본인이 캠핑을 한 시기는 장마철이라 유량이 풍부했다.

 

 

 

 

▲ 태백산 주목: 죽은 것 중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이 있을까? 죽으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흉하게 썩고 만다. 그건 식물도 마찬가지다. 죽은 나무는 껍질이 썩어들어가 종국에는 흰개미가 득실거리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그래서 썩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주목은 다르다. 오히려 죽어서 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것 같다. 죽어서 더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 같다. 생(生)과 사(死)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태백산 주목을 바라보니

이런 생각이든다. '혹시 태백산의 진짜 산신령은 주목이 아닐까?'

 

 

 

 

 

▲ 태백산 주목: 이 사진을 보니 비룡이 용솟음 치기 위해 기지개를 켜는 장면이 연상된다.

 

 

 

 

 

 

# 태백산과 주목

 

태백산은 태백시내에서 약 5~6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강원도에 있는 다른 큰 산들에 비해 접근성이 더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태백시내에서  도립공원 입구까지 시내버스가 운행을 하는데, 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를 하면 바로 등산로에 진입할 수 있다.

 

태백산의 등산로는 잘 정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매표소 입구에서 부지런히 걸으면 정상까지 3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당골매표소-반재-망경사-단종비각-천제단 코스가 바로 그것이다. 하산을 할 때면 그 반대편인 유일사매표사 코스로 내려가면 되는데 그 코스도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태백산 산 정상부는 완만한 능선을 이루고 있는데 그 능선길 양 옆으로는 장구한 세월을 올곧게 서 있는 주목들이 있다. 그 중에서 단연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주목의 고사목들이다.

 

주목은 색깔이 붉다고 하여 적목(赤木)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생하는 고산 식물이다. 그래서 백두대간 고산 지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편, 주목은 가장 오래 사는 식물들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또 주목은 한약재로 쓰이는 좋은 나무라고 한다. 주목이 약재에 좋은 나무라는 것이 잘 알려져서 그런지, 알게 모르게 많이 벌목이 됐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소백산 정상에 있는 주목군락은 천연기념물 244호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다.

 

 

 

 

 

#죽어서도 아름다운 태백산 주목

 

주목이 오래 살고, 약재에도 좋다고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저 '죽은 주목'만이 눈에 뛸 뿐이었다. 왜? 주목의 고사목처럼 죽어서 아름다운 나무들은 거의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죽었지만 주목의 올 곧은 자태는 태백산의 정기와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도 등산 중에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린 적이 있다. 필자가 힘이 센 '슈퍼맨 나무꾼'이라서 그런게 아니다. 두께가 얇은 나무는 죽으면 쉽게 쓰러진다. 그 쓰러질 타이밍에 필자가 손을 댔던 것이다. 나는 그런 상황에 우쭐해 하며 내 힘 자랑을 떠벌렸다. 산행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런 광경을 보고 나를 진짜 슈퍼맨으로 알겠지만 노련한 등산가들은 필자를 허풍쟁이로 몰아붙일 것이다.

 

 

이렇듯 죽은 나무는 가벼운 외부 충격에도 제 본 모습을 잃고 흉하게 쓰러지고 만다. 그래서 죽은 나무는 땔감용으로 쓰는 게 제격이다. 하지만 태백산 정상에 서 있는 주목 고사목들은 기품이 있었다. 죽었으나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은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런 주목의 자태를 보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봤다. 
 
'죽어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 있구나! 혹시 태백산 산신령이 있다면 이 주목들이 아닐까?'

 

 

 

 

 

▲ 태백산 주목: 이 주목은 큰 수사슴의 뿔처럼 여겨진다. 이 기사가 발행되는 시점이 한겨울이라 태백산의 설경을 배경으로 한 주목 사진이 더 시의성에 적합할 것이다. 하지만 새해 2013년을 기약하는 마음과 따뜻한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사진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로 좋을 것 같다.

 

 

 

▲ 망경사 용정: 당골매표소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오르다보면 8부 능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망경사 옆쪽으는 '용정'이라는 시원한 샘물이 있다. 한편 사진 오른쪽에 있는 가부좌를 튼 보살상이 이채롭다. 용정에서 조금만 더 오르다보면, 단종 임금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단종비각에 닿을 수 있다.

 


 

 

 

# 태백산의 산신령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태백산은 우리민간 신앙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인식되는 곳이다. 속설에 의하면 태백산이 내뿜는 기가 매우 강렬하여 무속인들을 끌어당긴다고 한다. 그런 까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는 등산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샛길로 빠졌는데, 그 곳에서 형형색색의 비단으로 치장한 나무 성황단을 만나게 됐다. 그곳은 그나마 있던 샛길도 끝나는 후미진 곳에 있던 나무 성황단이었다.

아무래도 태백산 산신령을 모시기 위한 제단처럼 여겨졌다. 제단이 후미진 곳에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아지트와 같은 곳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제단에는 지폐 몇 장과 동전이 쌓여 있었다. 싹 쓸어 담으면 한 2만 원 돈 이상이 되는 듯했다.

 

 

'산신령님한테는 죄송한데, 저걸 가져다 여행 경비로 써? 어차피 지폐는 비 맞고 하면 훼손 되잖아. 이참에 한 번 조폐공사에서 감사패 한 번 받아봐?'

 

그 순간 갑자기 푸드득 거리며 내 앞으로 새가 한 마리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난 좀 놀랐다. 아무래도 그 짓을 하지 말라는 '산신령의 계시'인 것 같았다. 뒤가 밟혔던 나는 돈은 그대로 두고, 제단 주위에 있는 쓰레기들을 말끔히 치웠다. 그리고는 생수 하나를 개봉하여 정화수로 올렸다. 괜히 제단에 있는 재물을 탐했다가 화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하긴 앞으로도 수많은 '백두대간 산신령'들을 만나뵐 텐데 괜히 거기서 밑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 태백산: 그런 신성스러운 공간에 필자가 올랐다. 자전거는 저 산 아래 태백산캠핑장에 주차시켜 놓고.

 

 

 

 

▲ 나무 성황단: 태백산은 계룡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단종비각: 어린 나이에 억울하게 사사를 당한 단종은, 죽어서 태백산 산신령이 됐다고 한다.

 

 

 

 

* 태백산 주목

 

 

 

 

▲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은 태고적부터 우리조상들이 신성시한 곳이다.

 

 

 

 

* 황지연못: 강원도 태백시 중심가에 자리한 황지 연못. 이 연못은 낙동강 1300리의 발원점이 되는 곳이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그런지 태백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였다.

 

 

 

 

 

# 태백산과 관련된 스토리텔링

 

지난 7월 5일, 울릉도에서 다시 육지로 돌아온 나는 '태백산 산신령'을 만나러 강원도 태백시로 향했다.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 개천절이면 산 정상부에 있는 천제단에서 단군을 위해 제례를 들이는 곳. 예로부터 계룡산과 더불어 민간신앙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곳. 신라 오악(五嶽) 중 하나로 북악(北嶽)이라 불렸던 곳. 이렇듯 태백산(1567m)은 예로부터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축적되어 온 곳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태백산이, 국립공원이 아닌 도립공원 '품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동생뻘인 소백산(1440m)도 국립공원인데 태백산이 아직도 도립공원으로 묶여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 의문을 표하는 사람 중에 필자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 지역의 국립공원 지정은 첨예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게 '교통 정리'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이해관계 중에서 단연 두드러진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 제약이다. 군립공원보다는 도립공원이, 도립공원보다는 국립공원이 더 많은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 태백산: 지도상으로 보면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허리축에 자리잡은 중요한 산이다. 

 

 

 

 

* 태백산 망경사: 당골매표사에서 천제단 방면으로 2시간 쯤 정도를 오르다보면, 8부 등선 즈음에 망경사가 나온다. 

태백산을 오르다 지친 나그네를 위해 위로라도 해주듯 부처님이 인자한 미소를 띄우며 가부좌를 틀고 계셨다.

 

 

 

 

 

 

 

# 태백산은 언제 국립공원으로 승격을 할까?

 

지난 2012년 12월 27일에 지정된 21번째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국립공원이 지정된 해는 1988년이다. 그해, 변산반도와 월출산이 지정되었다. 지금으로부터 24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이 1967년에 지정됐고 20호인 월출산이 1988년에 지정됐으니, 21년 만에 무려 20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된 셈이다. 하지만 그 이후 24년 동안 새로운 국립공원 지정이 전무했던 것은 시대상황의 변화 때문으로 판단된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같은 권위주의적인 정권하에서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재산권 행사에 대해서 마음껏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을 거라는 건 불 보듯 빤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6월 항쟁 이후로는 재산권 행사와 관련해서 국민들 개개인의 의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그 수위가 높아졌을 거라는 걸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12월 27일에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의 경우는 참 반가운 사례다. 서울의 북한산과 더불어 무등산은 광주광역시라는 대도시에 인접해 있는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순번 대기를 하고 있는 국립공원 후보군들이 재산권 제약이라는 난관을 뚫고 '국립공원 클럽'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을 무등산의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보기에 번호표를 뽑고 '국립공원 클럽' 앞에서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는 '녀석'들이 몇 명 보인다.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하면서 오랫동안 기다린 '녀석'은 단연 태백산이다. 도대체 언제쯤 태백산은 국립공원의 지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 태백의 기찻길

 

 

 

 

 

 

 

 

 

 

 

 

 

 

 

 

 

 

 

 

 

 

 

 

 

* 울릉도 투구바위

 

 

*** 언론 기고문이라는 폴더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언론에 기고한 콘텐츠를 게시할 예정입니다. 저는 언론사에 기고를 할 때 블로그에다 원문글을 작성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일단 개인 블로그에서 작성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재 자전거여행기를 기고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도 기사작성 하는 것이 편리하지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인터넷 신문인데도 기사 작성하는데 순탄치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제 개인블로그에다 초고를 작성합니다. 그런 후에 완성본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하는 식입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면 다음 블로그의 웹기반 성에 대한 찬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를 일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다음블로그의 웹기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에 대한 대접은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겠죠.

 

각설하고.

 

이 코너에 게재되는 기사들은 이미 제 블로그에 올라온 것들입니다. 블로그의 포스팅과 차이는 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신문기사 글이 훨씬 더 깁니다. 기사글이 한 편이면 블로그 글은 3편으로 쪼개 놓았습니다.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요. 우리는 스코롤의 압박을 싫어하잖아요!

 

저는 블로그 글과 기고문을 좀 다르게 작성해 왔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신문이라지만, 제 기명으로 발행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게이트키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최대한 블로그 원문글과 신문기사글을 일치시키려고 노력을 했었지요.

 

블로그에는 쪼개서 작성하였지만 기사에는 한 편으로 올라갔다, 이것이 가장 핵심일 것 같습니다.

 

 

 

 

 

 

 

 

▲ 울릉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곳곳이 절경이라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그곳이 최고의 출사지가 되는 곳이다.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흰색 구조물은 작은 터널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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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와 자전거 일명 '철TB'라 불리는 '막강한 자전거'를 끌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다녔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해안도로가 놓여 있기는 했지만 가파르게 형성된 구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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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거창하다. 그냥 자전거여행이면 자전거여행이지, 뭐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요즘은 백두대간이라는 명칭이 맥주 광고에도 차용될 정도로 대중화 됐다지만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거나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지 못했다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는 명칭은 한마디로 '낚시용' 제목이 아닌가.

그렇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이번 여행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이름지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난 백두대간을 너댓번 정도 오르락내리락했다.

한계령을 넘어 울릉도에 입도했고, 태백산 야영장에 자전거를 주차(?)시켜 놓고 천제단까지 등산을 했다.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육십령 고개를 통해 전라북도 장수에서 경상남도 거창으로 이동을 했다. 또한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철TB를 끌고 지리산 성삼재와 노고단까지 다녀왔다. 이 정도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질책을 그나마 덜 당하지 않을까.

 

 


▲ 청량산에 위치한 청량사 청량사는 정말 시원한 배경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저기에 계신 부처님은 참 행복한 부처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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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가 여행한 코스와 산악인들이 언급하는 백두대간의 코스는 다르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전거를 끌고 대청봉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경북 지역에서 봉화와 안동지역을 여행했는데 이곳은 차라리 낙동정맥과 더 가까웠다.

어쨌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과 가장 근접한 지역을 여행을 했고, 지금은 무사히 서울로 돌아와 이렇게 여행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산악지역을 다니느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행 일수가 소요됐고, 체력적인 부담도 무척이나 컸다. 더군다나 올 여름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지 않았던가.

지난 56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느꼈다. 더불어 아쉬움도 스쳐갔다. 이번 여행이 국내에서 행하는 장거리 자전거여행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만 거의 1200km 정도를 주행했는데 지난 5년간 누적된 거리만 따지고 보면 한 5400km 정도가 된다. 그렇다. 필자는 자동차나 기차처럼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무동력(No-motor)으로 5000km 이상을 여행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5000km 이상의 자전거여행 경력을 이제는 해외로 발산할 순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기는 제대로 잘 기록해 둘 셈이다.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장거리 여행을 한 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획득한 엄청난 스펙을 스스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우를 범하지 않게 지난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 생각이다. 여행 내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었고, 살벌한 이야기도 있었다. 또 폭염에 지쳐 황천길로 갈뻔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통상적인 여행기보다는 좀더 '서프라이즈'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과 평화의 종 평화의 댐 부근은 DMZ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타원형에 평화의 종이 걸려있다. 평화의 종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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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 부근 힘든 여정이 있었기에 지리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일까? 동이 트고 있을 때라 좀 어둡기는 하지만 지리산의 영험함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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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 여행기간: 2012년 6월 14일~ 8월 8일

2. 주행거리: 약 1200km

3. 이동경로: 서울 -> 강원도 춘천 -> 화천 -> 양구 -> 인제 -> 설악산(한계령) -> 양양 -> 강릉 -> 경상북도 울릉군 -> 강릉 -> 동해 -> 삼척 -> 태백 -> 경상북도 봉화 -> 안동 -> 예천 -> 구미 -> 김천 -> 경상남도 거창 -> 함양 -> 지리산(성삼재, 노고단) ->전라남도 구례 -> 전라북도 남원 -> 장수 -> 거창

* 원래는 지리산에서 여행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경남 거창에 볼 일이 생겨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음. 거창에서는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서울로 복귀함.


이기사는 제 블로그(http://blog.daum.net/artpunk)에도 실렸습니다.

 

 

 

▲ 현포항 일대 북면 현포항. 이국적인 모습이 들 정도로 참 아름다운 풍광이다. 저런 곳에서 낙조를 본다면 더욱더 멋질 것 같다.

 

 

 

 

 

* 현포항: 정말 멋있다!

 

 

 

 

---> 전편에 이어서

 

 

 

 

 

#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팁

 

필자는 2012년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울릉도에 머물렀다. 6월 29일까지 쓴 비용은 29만7000원이었다. 이를 다시 울릉도에서만 지출한 비용을 계산해보니 19만6000원이었다. 여기에 강릉-울릉도 여객선 왕복요금인 9만8000원을 빼보니 9만8000원이 되었다. 즉 약 7일간 울릉도에 있으면서 9만8000원으로 여행을 한 것이다. 이 비용에는 태하 모노레일 비용, 섬목-저동 구간 배 삯, 울릉도 군내버스 비용 등이 다 포함된 것이다.

 

물론 필자는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으며 여행을 하는 터라 위와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저렇게 가난뱅이처럼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울릉도 탐방에 대한 팁을 드리려고 한다.

 

울릉도는 숙박이나 음식점의 90%가 울릉읍 저동-도동-사동에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읍내를 빠져나오면 호젓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울릉도도 성수기 시즌에는 민박 잡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성수기 시즌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울릉도 중심가만 빠져나오면 텐트 칠 곳은 아주 많기에 캠핑 장비를 완비했다면 여름에도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천부항: 천부는 북면의 중심지이다. 천부에 면사무소와 함께 버스종점이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버스노선의 주선은 도동-천부 라인이다.

만약 북면 일대에서 해안도로 걷기를 하신다면 천부항은 꼭 방문하시게 될 것이다.

 

 

 

* 관음도: 울릉도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관음도다. 사진에서도 보듯 현재 관음도는 다리로 울릉 본섬과 연결이 되어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관음도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관음도에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입구는 공사중이었는데, 관리자가 없었다.  

 

 

 

 

 

 

# 버스와 도보를 결합한 여행이 울릉도 여행으로 제격!

 

울릉도의 해안은 그 자체가 명품이다. 그래서 울릉도의 일주도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일주도로가 해안가를 끼고 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주도로를 걷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일주도로가 걷기에 편한 것은 아니다. 길을 가다보면 입출입이 한 곳인 단방향 터널이 나온다. 그런 터널을 걸어서 넘어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필자는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넘었는데, 어찌나 차들이 빨리 다니는지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울릉도에는 단방향 터널이 여러 곳이 있는데, 신호를 잘 받으면 한 번에 여러 터널을 쉽게 건널 수 있는 구조였다. 반면 신호를 놓치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터널에서 차들이 빨리 지나갔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보로 터널을 지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해안가 걷기는 북면 일대가 최적이었다. 내가 시시포스 놀이를 했던 항목령을 넘으면 북면 현포항이 나온다. 이곳부터 섬목까지는 걷기도 좋고, 풍광도 멋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코끼리 바위나 삼선암, 관음도 같은 멋진 풍광을 시원스럽게 볼 수 있다.

 

울릉도는 버스 운행이 자주 있는 터라 버스와 도보를 결합하는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버스가 1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데 시골버스치고는 상당히 자주 운행하는 편이다. 중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다음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여행 중에 만난 대학생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버스 요금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울릉도 시내버스의 기점인 도동 읍사무소 입구에서 북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천부까지 거리는 30Km가 넘는다. 여행일지를 찾아보니, 6월 26일(여행13일차)에 나는 천부항 인근에 텐트와 자전거를 주차해 놓고 도동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앞서 언급한 '일몰 관광버스'를 이용했던 것이다. 당시 왕복요금으로 3000원 정도를 지불했으니 무척 저렴하게 여행했던 셈이다.

 

다른 지역의 시골버스 같은 경우는, 30Km 이상 이동했으면 편도 요금만 3000원이 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울릉도 버스-도보를 결합한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면 굳이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고도 재미난 여행을 할 수 있을 듯싶다. 물론 이런 방식은 단독이거나 소규모 팀으로 움직여야 가능할 것이다.

 

걷기를 하다 식사를 못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울릉도의 경우 면소재지 정도에 가야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전거여행 중에 거의 매일 5끼를 먹었다. 영양보충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 중에 3식은 시리얼과 두유로 해결을 했다. 우유보다는 두유가 보관하기가 편하고 유통기간이 길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하니 무척 간편했다. 또 시리얼과 두유를 섭취하면 영양공급 문제가 해결이 되는 장점도 있었다.

 

 

기왕 하는 여행, 맛집도 다니고 그래야 하지 않냐고? 맛집 기행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무슨 재미냐고? 혼자 몸으로 식당에 들어가면 식당 주인이 별로 안 좋아한다. 서울이야 혼자 밥먹는 사람도 많지만 유명관광지는 단체손님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냥 눈치 보면서 밥먹는 것보다 시리얼로 때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한 끼 식사 정도는 그런 식의 행동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맛집 너무 좋아하지 마라. 남이 맛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별로일 수 있는 게 음식이다. 음식 맛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인 개념 아니겠는가?

 

전쟁 때는 주먹밥 먹고도 전투를 잘 했다고 하지 않던가! 주먹밥보다는 두유나 우유에 시리얼 둥둥 띄어서 먹는 게 더 맛있을 것이다. 가난뱅이 여행자라면 이런 정도는 감수를 해줘야지!

 

 

 

 

 * 관음도: 석포전망대에서 찍었다.

 

 

 

▲ 석포전망대에서 본 관음도: 석포전망대에서 본 관음도이다. 석포전망대에 오르면 저런 멋진 풍광들을 볼 수 있다.

한편 관음도에는 다리가 놓였지만, 필자가 입구에 갔을 때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관음도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 관음도의 다리: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관음도 입도 편의를 위해 마련된 엘레베이터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공사중이었다.

 

 

 

 

* 소라계단: 태하모노레일 옆으로는 소라계단이 있다. 소라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전편에 나온 소라계단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보았다.

 

 

 

 

 

* 나리분지 가는 길: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 구간이다. 나리분지를 가기 위해서는 또 꾸불꾸불한 길을 올라가야 한다.

 

 

 

 

* 나리분지를 알리고 있는 표지판: 나리분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천부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물론 난 그냥 걸어 올라갔다.

 

 

 

 

* 나리분지: 울릉도 유일의 평지라 그런지 경작지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 울릉도의 투막집: 투막집은 울릉도의 기후조건과 섬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강우와 강설이 내리는 기후 조건이 울릉도에서 투막집을 짓고 살게 했던 것이다.

 

 

 

 

 

*울릉도의 우데기

 

 

 

* 나리분지 캠핑장: 나리분지 캠핑장은 울릉도 유일의 공식 캠핑장이다. 캠핑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게 삼림욕을 할 수 있다.

 

 

▲ 북면 석포 인근의 해안가: 석포 인근에는 삼선암이나 딴바위 같은 큰 바위들이 해안도로 주변에 위치해 있다.

사진에 나오는 '물개바위'도 석포 일대에서 볼 수 있다. '물개바위' 뒤편으로 보이는 섬은 관음도이다.

석포전망대에서 보는 관음도의 풍광은 일품이었다. 한편 '물개바위'는 필자가 임의적으로 네이밍을 해 본 것이다.

 

 

 

 

 * 저동항: 울릉도여행을 마치고 다시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을 하기 위해 저동항으로 돌아왔다. 사진 중앙에 있는 배를 타고 다시 강릉항으로 되돌아 갔다.

 

 

 

▲ 태하 산책길에서 서면 태하 모노레일 인근에는 소라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안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바위투성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 태하 대풍감: 태하 대풍감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북면 일대의 해안선. 눈도 마음도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오른쪽 방면 풍광이다.

 

 

 

 

▲ 태하 대풍감: 태하 대풍감에 올라서면 울릉도 북면의 해안선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울릉도 여행에서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본다. 또 필자가 추천하는 저렴하게 울릉도를 여행하는 방법도 소개해본다.

 

 

 

# 기억에 남을 명소: 태하 등대와 대풍감

 

하지만 필자는 7일이나 머물렀지만 울릉도 곳곳을 다 다녀보지 못했다. 아무리 자전거여행이라고 해도, 통상적인 울릉도여행이 2박3일인 것을 감안하면 좀 오래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울릉도의 지붕인 성인봉도 못 가봤다. 입산을 하려고 나리분지까지 갔었는데 마침 그때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울릉도의 구석구석까지 다 탐방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남는 몇몇 곳을 소개해보겠다.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서면 태하 대풍감이다. 이곳은 태하 등대가 있는 곳인데 한 아웃도어 잡지에서 우리나라의 10대 비경으로 꼽은 곳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사실 필자는 아직까지도 태하 대풍감이 눈에 아른거린다. 대풍(待風)은 '바람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큰 바람이라는 대풍(大風)으로 뜻을 고쳐도 무방할 만큼 태하 대풍감 일대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이었다.

 

그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깎아질 듯한 절벽 위에 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모습을 상상을 해보시라! 그런 해안 절벽은 암벽타기를 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육상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런 해안절벽 위로 유유히 갈매기 떼들이 춤을 추듯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시라! 진짜 태하 대풍감은 그런 상상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다. 울릉도의 곳곳이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단 한 곳만을 찍으라고 하면 태하 대풍감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태하 등대까지는 모노레일이 깔려 있어서 왕복비용 4000원만 지불하면, 그곳까지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탑승하지 않아도 그 곳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해발 309미터를 6분 만에 주파하는 모노레일을 타는 게 체력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태하를 위시한 서면과 북면 지역의 일몰도 장관 중에 장관이다. 노을이 지는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은 육지의 일몰 명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듯했다. 어둠 속에 붉게 채색된 일몰이 스며드는 모습을 바라볼 때는 묘한 황홀감까지 들 정도였다. 필자는 그 광경을 울릉도 군내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았다. 운이 좋았는지 시간대가 맞았는데, 그 버스는 내게 일몰을 감상하는 '관광버스'가 된 셈이다.

 

 

 

 

▲ 태하등대: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태하등대가 있는 서면 부근은 일몰로 유명한 곳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태하등대에서 그 유명한 태하 낙조를 감상하고 싶다.

 

 

 

 

* 태하 등대에서 대풍감으로 향하는 길: 등대에서 대풍감까지 이렇게 데크로 연결되어 있다.

 

 

 

 

# 기억에 남을 명소: 석포

 

두 번째 추천할 곳은 북면 석포리 일대다. 석포는 울릉도의 동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석포의 해안도로에서는 삼선암이나 딴바위 같은 큰바위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관음도와 기암괴석과 항구가 어우러진 북면일대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석포 전망대는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석포전망대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망루로 쓰였다고 한다. 석포에는 전망대가 하나 더 있는데 그 곳은 '석포독도전망대'라고 불린다.

 

석포전망대는 두루봉(281m) 일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해안가에서 올라가려면 좀 시간도 걸리고 힘도 많이 든다. 태하 대풍감처럼 모노레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석포전망대에 올라서면 호젓하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그 길을 걷다보면 멀리 있는 관음도의 모습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기억에 남을 항로: 섬목-저동 간 여객선

 

석포 독도 전망대 아래쪽으로 하산을 하면 섬목항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섬목-저동 간 여객선이 운항을 했다. 앞선 여행기에도 언급했듯이 울릉도 일주도로는 섬목-저동 간의 구간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섬목까지 탐방한 사람들은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고스란히 돌아가야 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야 느긋하지만, 나같이 철TB에 짐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 무시무시한 항목령에서 '시시포스 놀이'를 또 하라고! 시시포스 놀이는 한 번으로 족했다. 섬목-저동 간의 여객선을 타면 느긋하게 저동항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탑재도 가능한 여객선이라 자전거 탑승은 문제 없었다. 배 삯은 1인당 5000원이었고, 자전거는 3000원의 추가 운임을 받았다. 전남 완도-청산도의 여객선 운항거리가 30km 정도이고 배 삯이 8000원 안팎인 것에 비하면 섬목-저동 간의 배 삯은 좀 비싼 편이다. 총 운항거리가 10Km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섬목-저동 간의 여객선을 타보라고 권해드린다. 바닷가 위에 우뚝 솟은 울릉도의 기암절벽들을 스쳐지나가듯 배를 타고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가며 울릉도 동쪽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 배를 타고 가면, 왜 아직까지 섬목-저동 구간 도로가 개설되지 않은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 곳은 지형이 험하다. 다시 말하면 그런 해안가 기암괴석들을 배를 타고 느긋하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석포에서는 산길을 따라 내수전으로 갈 수 있다. 석포와 내수전을 잇는 산길은 동편 울릉둘레길이다. 동편 울릉둘레길을 따라가면 정매화골을 지난다. 내수전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이름하여 '내수전 일출전망대'라고 불린다. 내수전 코스도 무척 아름다운 곳으로 울릉도의 절경 중에 한 곳으로 꼽힌다.

 

 

 

 

 

 

 * 소라계단: 태하모노레일 옆으로는 소라계단이 있다. 소라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사진 오른쪽은 태하 황토굴이다. 황토굴은 말그대로 동굴의 색깔이 황토색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동굴의 바깥색이 검은색인 반면에 안쪽은 황토색이라서 묘한 대비를 이룬다.

 

 

 

 

 

 * 태하 모노레일: 경사도가 상당히 급하다. 그래서 타는 재미가 있다.

 

 

  

 

 ▲ 태하 대풍감: 태하 대풍감의 왼쪽편 해안선이다. 깎아지는 듯한 해안절벽이 자아내는 풍광은 한마디로 명품풍경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위를 유유히 비행하고 있던 갈매기들이 부러웠다. 저런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삼아 날개짓을 할 수 있는 울릉도 갈매기들은

정말 복받은 갈매기들이다. 한편 태하대풍감은 천연기념물 제49호 '대풍감향나무'의 자생지이다.

 

 

 

 *태하 대풍감 왼쪽편 해안 

 

 

 

* 태하 대풍감 오른쪽 해안

 

 

 

 

 

▲ 섬목-저동간의 여객선: 울릉도 일주도로는 섬목에서 끊긴다. 그래서 울릉도 동북쪽인 섬목에서 읍사무소가 있는 도동까지 가려면,

왔던길을 다시 또 가야 한다. 하지만 저 배를 타면 저동항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배를 타면서 아름다운 울릉도의 동쪽 해안을

느긋하게 즐길 수도 있다.

 

 

 

 

* 천부항: 천부는 북면의 중심지이다. 천부에 면사무소와 함께 버스종점이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버스노선의 주선은 도동-천부 라인이다.

사진 중앙에 높게 솟구친 바위는 송곳바위다. 해발고도가 452미터에 달하는 큰 바위다.

 

 

 

* 북면의 해안가: 울릉도 해안도로 트래킹은 북면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북면 일대의 해안도로는 인공터널이 없을 뿐더러 교통량도 적어 걷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아래에 있는 사진과 비교해보자.

 

 

 

▲ 울릉도의 단방향터널:울릉도 남부지역 해안가도로에는 단방향터널이 상당히 많았다. 단방향터널 앞에는 신호등이 있어, 양측방면의 차량소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신호를 제때 받으면 저런 터널을 몇개씩 통과했기에 차들이 터널 안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도보로 터널을 넘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입구가 흰색인 단방향터널 3개를 동시에 렌즈 속에 담아보았다.

 

 

 

 

 

* 삼선암: 북면 석포리 일대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사진 오른쪽의 바위는 삼선암이다. 사진에 나타난 흰색 점들은 갈매기들이다. 울릉도는 갈매기 천국이다.

 

 

 

 

 

* 석포 안내판: 울릉도 버스 노선의 주라인은 도동-천부 선이다. 석포-천부 라인은 간선 개념으로 운행되어 버스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

천부에서 석포,섬목까지는 충분히도보로 걷을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걷기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버스 운행시간을 잘 체크해야 할 것이다.

 

 

 

 

 

▲ 섬목-저동간의 여객선: 저 배를 타면 울릉도의 동쪽 해안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 내수전 전망대: 내수전도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한 곳이다. 내가 탐방을 하러 간 날은 날씨는 맑은데 안개는 많이 낀 날이었다.

 

 

 

 

▲ 섬목-저동간의 여객선: 저동항으로 접안을 하러 가는 중이다. 그 배를 탔었기에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해상 정면에서 저동항 일대를 카메라로 담기가 쉽지는 않을 테니까!

 

 

 

* 투구봉: 울릉도 서면에 있는 투구봉이다. 급경사를 자랑하는(?) 울릉도 지형을 잘 설명해주는 사진이다. 울릉도는 종상형 화산지형이라 이렇게 경사도가 급한 지형이 나타난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 아닌가? 왼쪽 하단에 하얀색을 띈 터널이 있어 더욱더 이채로운 사진이라고 생각된다.

 

 

 

* 투구봉: 울릉도를 탐방할 때는 멀리 있는 풍광을 담을 수 있게 고배율 카메라를 휴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사진도 좀 멀리에서 찍었다.

 

 

 

 

---> 전편에 이어서

 

 

 

 

#울릉도 vs 제주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그래서 울릉도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듯 계속적으로 울릉도행 배편은 증편되고 있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에 의해 탄생된 섬이다. 하지만 두 섬의 지형적 특색은 다르게 나타난다. 제주도가 솥두껑 모양의 완만한 순상화산 지형이라면, 울릉도는 급격한 경사도를 나타내는 종상화산 지형이다. 제주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올레길이 개설됐을 정도로 해안지형이 완만한 경사도 나타내지만 울릉도는 그렇지가 않다. 울릉도의 해안은 수직적인 해식애 지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식애란 바닷물의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를 말한다.

 

그런 지형적 한계 때문에 아직까지 울릉도는 완전한 일주도로가 없다. 1963년부터 2001년까지 39.8km에 이르는 도로가 저동(울릉읍)-섬목(북면)까지 개설이 됐는데, 섬목-저동까지는 도로가 끊겼다. 울릉도 중앙에 성인봉(986m)이 있는데, 성인봉을 중심으로 1시 방향 지역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동리 -천부(북면 면소재지)간 4.75km 도로의 기공식이 2011년 12월에 거행됐고, 2016년에는 완전한 울릉도 일주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듯 울릉도에는 둘레길이 있다. 하지만 경사도 완만성이나 접근성면에서 제주 올레길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울릉도 둘레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면 남양리에서 태하리까지 개설된 7km 구간은 섬 안쪽에 있는 태하령(496m)를 넘어가는 코스다. 저동-섬목 구간에 개설된 둘레길도 남양-태하 구간보다는 바닷가에 접하기는 하나 내수전과 정매화골등을 지나쳐야 하기에 산행코스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대신 울릉도에는 '행남해안산책로'라는 해안도보길이 따로 개설돼 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 팀이 탐방해 유명해진 길인데, 해안절벽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주는 멋진 길이다.

 

 

 

 

 

▲ 태하 해안산책길: 서면 태하 모노레일 인근에는 소라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안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중앙에서 보듯 데크로 놓인 구간이 있는가 하면 바위투성이 길도 있다.

 

 

 

 

 * 울릉도 서면의 해안길

 

 

 

 

 

#오르락내리락, 울릉도는 내게 시시포스가 되길 '강요'했다

 

필자는 주로 울릉도 해안을 따라 이동을 했다. 울릉도는 역시 섬지역이라 해안을 따라 관광명소가 즐비했다. 예를 들어 서면 통구미 마을에 거북바위나 북면 석포리의 삼선암 등은 해안도로 바로 옆에 있어 힘들이지 않고 그 바위들을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무척 힘든 곳이었다. 급격한 경사도로 인해 자전거를 끌고 가기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철TB'인 블루야크(내 자전거의 애칭)에 무려 40kg 달하는 짐을 싣고, 울릉도의 꾸불꾸불한 길을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오르락내리락은 반복하니, 마치 내 자신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가 된 것 같았다.

 

설악산의 한계령을 넘고, 그밖에 강원도의 험준한 고개들 줄줄이 넘어온 나였지만, 울릉도의 꾸불꾸불한 길에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서면 태하에서 북면 현포리로 넘어가는 항목령 부근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 험하기로 소문난 지리산 관통도로와 필적할 정도로 꾸불꾸불했기 때문이다. 지리산 관통도로야 해발고도가 높기라도 하지. 항목령은 겨우 300m밖에 안 되는 곳이었지만 내게 시시포스의 역할을 강요시켰던 것이다.

 

 

 

 

 

* 항목령: 항목령은 300고지 정도였으나 한계령을 빰칠 정도로 난코스였다. 저 곳을 오르려다 거의 탈질할 뻔했다.

 

 

 

 

* 항목령: 정말 꾸불꾸불한 길이다. 난 항목령에서 '시시포스'놀이를 해야 했다. 내가 무슨 그리스 신화를 쓰는 사람도 아닌데.

 

 

 

 

* 울릉도의 깔딱고개: 오르고 오르다보면 결국에는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난 의지의 한국인이다!ㅋ

 

 

 

 

 

* 울릉도의 갈매기들: 울릉도는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도도한 녀석들 같으니... 딱봐도 성격(?)이 있는 것 같다.

 

 

 

* 울릉도의 바위: 북면 송곳바위 앞쪽에 있는 코끼리 바위

 

 

 

 

 

* 북면의 해안길: 울릉도 해안길을 트래킹하려면 울릉읍이나 서면보다는 북면쪽 길이 훨씬 더 좋다.

북면쪽의 도로에는 인공터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좀 더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 울릉도의 꽃: 북면 석포에서 한 컷.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알려주셨으면...

 

 

 

* 울릉도의 바위: 촛대 바위인가?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리미리 기록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울릉도의 바위

 

 

 

 

 

▲ 내수전 가는 길: 저동항에서 내수전 가는 길이다. 내수전 전망대에 오르면 바닷가 쪽으로는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관음도와 죽도를 볼 수 있고

내륙 쪽으로는 성인봉 일대를 바라볼 수 있다. 필자가 내수전 전망대에 올랐을 때는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있어 원활한 관찰을 할 수 없었다.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있는 섬은 죽도다.

 

 

 

▲ 울릉공설운동장: 서면에 있는 울릉공설운동장. 저렇게 멋진 곳에서 축구를 하면 나도 메시나 호나우두처럼 공을 잘 몰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 울릉공설운동장: 저 곳에서 축구를 한다면, 나도 호나우두나 메시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도 있을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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