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백두대간 종단이었으나 끝은 대폭 수정

[중부내륙자전거 여행 1] 실패(?)한 여행의 기록들

13.10.31 17:23l최종 업데이트 13.11.03 08:34l
곽동운(artpunk)             

 

 

 

여행은 8월 15일부터 시작하여 9월 15일에 다녀왔습니다. 이동 경로는 강원도 춘천 -> 홍천 -> 횡성 -> 영월 -> 충북 단양 -> 제천 -> 경북 문경 -> 경남 거창을 자전거로 다녀왔습니다. 여행수첩과 사진기록을 토대 삼아 약 5편에 걸쳐 여행기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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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영월군의 한반도 지형 한반도 지형 옆으로 관광용 뗏목선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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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5일 오후 4시.

나는 우쭐해 있었다. 왜? 여름 정기 투어에 나서려고 용산역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몰골은 '우쭐'하지 못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 중고자전거에 짐을 잔뜩 실었는데 그나마 패킹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그것들이 한쪽으로 쏠렸다. 뒤에서 보면 자전거의 뒤태가 완전히 껑뚱했던 것이다.

나의 신발도 문제였다. 어차피 장거리 여행을 끝내고 나면 새로 산 신발도 망가지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나는 자전거만 타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트레킹과 등산을 병행한다. 그래서 2012년에 행한 '백두대간 자전거여행'때에도 신고 갔던 트레킹화는 서울로 복귀하자마 쓰레기통에 던져졌다. 그런 점을 잘 알기에 나는 아예 '빵구' 난 트레킹화를 신고 갔던 것이다. 자전거 뒤태는 껑뚱하지, 신발은 옆면이 터져 양말이 보이지... 뒤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관련기사:
흥미진진했던 56일, 나는 '백두대간'을 달렸다)

"자전거... 노숙자...?
"정말...?"

 


광복절을 맞아 시작한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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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태가 구린 여행자전거 내 여행자전거의 이름은 블루야크. 모 아웃도어 회사의 이름을 빗대서 네이밍을 해 본 것이다. 그나저나 무슨 여행 자전거가 저렇게 뒤태가 안 이쁜가? 패킹을 잘못해서 그런지 짐이 한쪽 편으로 쏠려 있다. 사고 나기 딱 좋은 모습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사고가 안 났다. 필자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홍천군 방면으로 길을 잡을 때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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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런 괄시를 쿨하게 받아넘겼다.

'난 지금 백두대간을 종단하고 거기다 남해를 횡단할 거다. 푸하핫! 이거 아무나 못하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쉽게 못 덤빌걸. 억만장자 워런 버핏도 쉽게는 못 덤빌 거야!'

워런 버핏도 못할 일을 시작한다고 그렇게 한참 우쭐해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여행의 시작일이 또 8·15 광복절이 아닌가? 광복절 맞이 국토대행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니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백두대간을 횡단하고 남해바다를 횡단할 테니 이름을 '백두-남해 자전거여행'이라고 붙이면 되겠군! 푸하핫!'

백두대간 종단과 남해바다 횡단? 호기는 좋았으나 내 앞에 놓인 상황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백두대간 횡단에 1200Km 이상, 남해바다 횡단에 흑산도까지 입도하려면 600Km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약 1800km 정도 되는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짐이 주렁주렁 매달린 자전거를 다 떨어진 트레킹화로 페달을 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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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도로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지고 난 뒤의 도깨비 도로. 이 도로는 하도 경사가 가팔라서 그런지 왕래하는 차들이 뜸했다. 그래서 '신기하고 재밌기'보다는 그냥 무척 힘든 도로로 기억된다. 도깨비도로는 강원도 횡성군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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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가 넘는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도 내가 느긋할 수 있었던 건 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첫 장거리 여행이 아니었기에 그런 여유를 부렸던 것이다.

'지리산에서 태풍도 맞아봤고, 공동묘지에서도 홀로 밤을 지새웠는데 겁날 게 뭐있겠어. 한두 번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이런 시건방은 아웃도어 여행에서는 독이다. 철저한 준비와 다부진 마음가짐을 갖고 떠나도 될까 말까인데, 시건방부터 떤다면 여행의 성공 여부를 떠나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악사고도 보면 초심자들보다는 '산 좀 탔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당한다. 네팔도 다녀오고 했는데 해발고도가 낮은 우리나라 산 쯤이야, 하다가 큰 낭패를 당하고 마는 것이다.

하여간 나의 시건방은 열차 출발 시각에서도 표출됐다. 여행의 시작점을 춘천으로 잡기 위해 용산역에서 ITX를 탔는데 그 시간이 오후 4시였던 것이다. 남춘천역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되니 첫 페달을 굴린 시각이 오후 6시 경이 되고 말았다. 여름에는 해가 길다고 하지만 그래도 오후 6시가 가까이 된 시각에 여행을 시작하면 그거 문제 있는 거 아닌가?

 

 


시건방은 장거리여행의 독(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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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자전거여행 중에 가장 난감할 때는 터널을 통과할 때다. 강렬한 굉음이 고막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질때의 그 느낌이란! 강원도 횡성에서 영월로 넘어갈 때 찍은 사진이다. 이 터널은 극히 교통량이 적었기에 이와 같은 사진 촬영이 가능했음을 밝혀 둔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터널 중간에 정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위험한 짓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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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과 관악산: 저 아파트 뒤편으로 보이는 산이 관악산입니다. 올 여름에 찍은 사진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앞 마당과도 같은 곳이 있을 것이다. 굳이 명칭을 붙인다면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다.

그런 베이스캠프에 대한 글을 한 번 써봤다. 이것도 모 아웃도어 회사에서 하는 공모전에 올린 글인데

그냥 내 블로그에 옮겨 놓아도 좋을 것 같아 별다른 수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가져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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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을 길러준 베이스켐프가 있을 겁니다. 그 곳에서 잔뼈가 굵어지고, 더불어 '통'도 커지는 것이지요.

똥개도 자기집 앞마당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처럼...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반은 먹고 들어갈,

그런 베이스캠프가 필요한 법이지요. 전에 언론보도에서 봤는데, 어떤 국내 유명 산악인이 자신을 키운건

도봉산이었다고 하더군요. 히말라야니, 킬리만자로니 이런 것이 아니라 동네 뒷산인 도봉산이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도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나네요. 

 

 

안녕하세요? 서설이 길었습니다.

 

저는 등산, 자전거, 트레킹 등 아웃도어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스포츠에서 하는

이벤트에 자주 노크를 하고 있지요. 작년, 딱 이 맘 때입니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제가 삼남길 1기 주자로

 참여를 했지 뭡니까! 당시 <나무드리>라는 아이디를 썼었죠. 지금은 개명을 해서 <나무들>입니다. 옆동네

 '당신이 주인공'편에도 포스팅을 올리고 여기에도 또 글을 올립니다.

 

 


* 안양천 우마차길? : 경기도 광명시쪽의 안양천입니다. 이 길을 걸으면 마치 어느 시골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입니다. 대신 이 구간이 좀 짧답니다. 이 길을 오른편 쪽에는 KTX광명역이 있답니다.

 

 

 

 

 

제 소개를 좀 더 해보자면...

저는 등산, 자전거, 트레킹 등 아웃도어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여행도 자동차나 기차여행보다는 자전거나 도보여행을 선호한답니다. 즉 무동력(No Moter) 여행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무동력 여행이 쌓이고 쌓이고 하다보니 어느새 벌써 4200Km 정도가 되었답니다. 정확히 카운팅이 된 것은 아니지만 얼추 그 정도가 될 겁니다. 아니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고요. 제 스스로에게 떳떳하자는 다짐이 있어서, 허위로 카운팅을 하지는 않지요. 자기 자신도 속이는 사람이라면 아웃도어를 즐길 자격이 없는 법이잖아요!

 

무동력 4200km...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기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저 기록에 제 스스로가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해놓은 것은 없지만 저 기록만큼은 소중하게 더 늘리고 싶네요. 그래서 5천도 찍고, 1만도 찍고 싶습니다.

 

제 자랑인가요? 도심속 자연을 안내해 달라는데, 웬 4200km니 무동력이니 하냐고요? ㅋㅋㅋ

 

 

 

 


* 안양천과 무궁화: 무궁화가 예쁘게 피어서 한 컷 담아 봤답니다.

 

 

 

 

생각해보니 제 베이스캠프인 안양천과 도림천이 없었다면, 과연 저 기록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맞습니다. 제 베이스캠프는 안양천과 관악산입니다. 저는 서울에 있는 관악산에 갈때도 서울대학교 방면보다는

안양천을 따라 가 안양 방면으로 등반을 한답니다.

 

매일 같이 안양천을 우리동네 삼아 워킹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이지요.  더불어 관악산에서는 트레킹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소소하지만 하나하나씩 내공이 쌓이다보니 좀 더 멀리가고 싶어지고, 결국에는 4000km가 넘는

장거리를 뛸 수 있게 된 것이지요.

 

 

 

 


* 도림천과 억새, 그리고 빌딩들: 도림천은 안양천의 지천입니다. 도림천 옆으로는 첨단 IT빌딩들이 꽤 많이

들어서서 이런 오묘한 광경들이 간간이 잡힌답니다. 이 사진은 2011년 10월 중순에 찍은 사진입니다.

 

 

 

 

 

 

세상에 공짜 없듯이, 세상에 한 번에 확 되는 일은 없는 듯합니다. 하나하나가 쌓여 크게 이루어지는 것이겠지요.

이런 단순하지만 뼈가 있는 명언들이 전에는 제 마음속에 와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제 것이 된 듯합니다.

이것도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면서 바뀐 제 라이프 스타일인 것 같습니다!

 

 

 

 

 

* 안양천의 뚝방길: 이 뚝방길을 걷다보면 백로들이나 물오리들이 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안양천과 구일역: 저기 보이는 역이 경인선 구일역입니다. 구일역에서 김포공항이 그리 멀지 않아 구일역 위로

큰 비행기가 날아갈 때가 있답니다. 그 모습도 볼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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