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고어코리아에서 행하는 마스터클래스 again 서울 7대명산 이벤트와 관련된 등산여행기입니다.

마스터클래스는 고어코리아에서 진행하는 품격있는 아웃도어 이벤트라고 합니다. 그런 품격 있는 곳에 제가

참여를 하게 된 셈인가요? 이번에 오르게 된 산은 관악산입니다.

 

 

 

 

 

 

 

 

* 마스터클래스 11차 회원들: 노란색 복장을 입고 오신 별님. 복장 때문인지 확실히 눈에 띄더군요.

뒤로는 다솜님과 라라님. 선우아빠님도 보입니다.


 

* 관악산과 가자쥔장님: 매일 사진을 찍어 주시느라 고생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주인공이 되셨네요!

 

 

 

 

이번 산행은 뜻깊은 산행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제 기존의 틀을 깨준 산행이었다고 할까요?

건방진 말일 줄 모르겠지만 전 서울 근교산을 오를 때는 거의 기록 카운팅을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한강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하시는 분들이 기록을 체크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것이죠.

그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지요. 오르면 오르는 거고 말면 마는 거지 뭐... 이런 식이었죠.

지리산 권역이나 강원도 권역에서 해야 등산다운 등산으로 취급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관악산 산행에서 그런 오만함이 확 깨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스터클래스 11차

서울근교 산행이 제게는 보약 같은 존재가 됐네요.

어차피 저도 아웃도어 쪽의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으려고 준비중이라 이번 마클 참여가

큰 자극제가 되어 준 셈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옛 격언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산에서는 건방 떨지 마!'

 

 

 




* 에릭님: 아웃도어 경험도 풍부하시고 입담도 좋으신 에릭님.

 

* 멋진여행가님과 선우아빠님: 여행가님은 2주 만에 오셨다고 하네요. 뒤로는 나이스미님이 보입니다.

 

 

관악산은 제 서식처와 가까운 곳에 있기에 예전에도 자주 오르던 산이었습니다.

전 주로 신림동 방면으로 in을 한 후 안양방면으로 out을 했습니다.

과천 방면은 거의 가보질 않았습니다. 그러니 관악산의 배후면이 암벽 투성인 걸

그날에서야 알았네요. 사실 관악산 정상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관악산의 줄기인 서쪽 줄기인 삼성산 방면으로 내려왔으니까요.

역시 '악'자 들어가는 산은 오를 때 '악' 소리가 나더군요.

그 이전까지 얼마나 관악산을 몰랐던지... 전면과 후면이 판이하게 다른 관악산!

앞과 뒤가 다른 산인가요?ㅋ

 

 

 


* 관악산 암벽: 로프를 타고 암벽을 잡고. 그러다보니 손에 상처가 생기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 관악산: 조선시대 수묵화가 떠오르는 풍광입니다.

 

 

 

암벽타고, 로프타고. 그러다보니 손에 상처도 나고. 그렇게 정상에 올라가니

횡풍이 불어 등산 하기 전부터 걸려 있던 감기는 종합감기로 발전하고!

그 감기 아직도 안 떨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감기 정말 지독하네요!

이제 도봉산 산행을 마치면 마클 산행도 2번 밖에 남지 않았네요.

처음에는 완주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이제 꼭 완주를 해서 배낭 하나 더

받아야겠다는 결심이 불끈 솟아 오릅니다.

토요일 산행 잘 하자구요! 그리고 종합감기에 걸리지 마시길!

건강이 최고입니다.


 

 



* 나무들: 저도 인증샷 한 컷 올립니다. 맨 왼쪽은 믹님. 중간분은 고개를 돌리셔서 모르겠네요.


 


 

* 관악산과 윌로우님: 열심히 로프를 붙잡고 오르시는 윌로우님

 

 


* 파워블로킹: 역시 이번에도 제 후기의 대미는 파워블로킹님이 장식해 주셨습니다.

옆쪽으로는 삐수님과 경천님이 함께 등장하셨네요.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사진 은근히 잘 나왔네요.

재밌기도 하고요. 주인공인 파워블로킹님이 다른 곳 보시느라 사진 전체가 무척 재밌게 됐습니다.

 

 

 

 

 

 

 

 

 

 

 

 

 

 

 

 

 

 

 

 

 

 

 

 

 

 

 

*나무들: 으샤으샤~ 열심히 오르자!

 

 

* 이 글은 고어코리아에서 행하는 마스터클래스 again 서울 7대명산 이벤트와 관련된 등산여행기입니다.

마스터클래스는 고어코리아에서 진행하는 품격있는 아웃도어 이벤트라고 합니다. 그런 품격 있는 곳에 제가

참여를 하게 된 셈인가요? 이번에 오르게 된 산은 관악산입니다.

 

 

 

 

* 청계산 꽃길: 모래부대로 만들어 놓은게 눈길을 끈다.

 

 

 

 

청계산 후기를 지금에서야 올리네요. 당장 내일이 수락산 등반날인데...

인생사 타이밍이라고 역시 후기도 제때 올려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산행장소: 청계산(입산:서울 양재동, 하산: 경기도 과천)

산행시간: 약 6시간

산행자: 마스터클래스 11차 회원들

기상조건: 해가 떴으나 흐렸음

특이사항: 야유회 인원들이 많았음. 특히 신입사원 환영회를 청계산에서 하는 인원들이 눈에 띄었음.

그 인원들이 정상을 접수함~ 산에서 지하철 분위기를 느끼기는 처음이었음!ㅋ

 

 

전에 약식 후기를 한 편 올렸는데 아무래도 좀 찜찜하더군요. 사진 한 장 안 올라간 후기는 좀 밋밋하잖아요. 저는 후기를 올리는 것도 마스터클래스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여간 저는 약속을 중시하는 입장이라 사진이 포함된 후기를  남겨봅니다. 

 

 

첫번째 불암산 산행에서 호흡이 늦게 터져서 무척 고생을 했었답니다. 아무리 늦어도 30분 이내에는 호흡이 터져야 매끄럽게 산행을 마칠 수 있는데 불암산 때는 거의 막판 무렵에 호흡이 터지더군요. 그런 앞전 산행의 경험을 빗대서 이번 청계산 산행에서는 호흡관리를 좀 했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제 컨디션에 맞게 호흡이 터지더군요.

 

 

 

 

* 나무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나! 뒤에는 도깨비님.

 

 

 

 

 

청계산.

 

서울 동남부와 경기도 일원에 맞닿아 있는 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 때,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운전자들의 시선을 빼앗기게 하는 산. 입구에 아웃도어 메이커들이 '갤러리'를 차려 놓은 산.

 

저는 예전에 청계산을 서너번 정도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이번 산행외에 가장 최근에 오른 적이 한 5년 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과천에서 입산하여 성남 외곽으로 하산을 했었답니다. 하산할 때 비를 억수로 맞고 내려갔는데, 하산을 하니 허허벌판이더군요. 시내버스가 1시간에 한 대씩 오는 동네였습니다.

 

그 아픈(?) 기억 이후로 청계산은 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이번 마스터클래스가 아니었으면 두 번 다시 청계산을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왜? 청계산이 싫어서. 그 비 맞은 기억이 싫어서? 아닙니다. 저도 나름대로 산행이나 여행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청계산은 그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거든요. 북한산도 마찬가지입니다.

 

 

 

 

 

  * 공중부양: 이거 상당히 재밌었음. 난 왼쪽에서 세번째.

 

 

 

 

계속 여행을 다니다보니 눈만 높아져서 지리산이나 설악산이 기준점이 되어버렸지요. 도보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에 500개 이상의 도보여행길이 있는데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에 눈에 맞춰져서 그런지 다른 트래킹 코스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군요. 왠만한 트래킹 코스는 성이 차지 않는다고 할까요?

 

그런 면에서 이번 마스터클래스 서울7대 명산은 서울 인근의 산들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기회인 것 같습니다. 7대 명산 중에 제 리스트에 유일하게 오른 산은 관악산이죠. 관악산은 제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라 평생을 꾸준히 오를 생각이거든요. 아참, 제 베이스캠프는 관악산 말고 또 있습니다. 바로 안양천입니다. 둘 다 저희 집에서 가깝습니다. 제가 주로 서식하는 곳이 신도림이라 안양천과 관악산을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죠.

 

5년 만에 다시 오른 청계산은 좀 변한 것 같더군요. 편의시설도 많이 늘었고, 안전시설도 많이 확충됐더군요. 그보다 더 많이 눈에 띄는 건 등산객들이었습니다. 청계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엄청 많이 늘었더군요. 확실히 아웃도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답니다.

 

 

 

* 나무들: 땀나냐? 아니면 힘드냐?ㅋ

 

 

 

역시 우리 마스터클래스 팀은 다르더군요. 그렇게 등산객들이 많이 있다고 해도 단연 눈에 띄더군요.

고어 배낭 때문인가요? 멋진 고어 배낭을 메고 매너 있게 등산을 하니 다른 사람들이 우리 마클을 경이롭게 바라보지!!!ㅋ

 

어떤 분들은 고어 배낭이 탐난다고 하더군요. 마스터클래스가 무엇하는 팀이냐고 묻는 분들도 계셨고.

그런 물음에... 라라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물음에 차근차근 설명을 잘 해주시더군요.

 

두번째 산행이어서 그랬는지 피로감은 확실히 덜했습니다. 제 체력이 많이 올라온 것 같습니다. 

다른 회원분들도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군요. 7대 명산 종주는 시간 문제인 것 같네요.

 

벌써 다음 산행이 기다려지는데... 아무래도 3번째 수락산 산행은 참여가 힘들 것 같습니다.

안타깝네요.

 

 

 

 

*** 간식 싸주신 분들 덕택에 아주 맛나는 산행이었습니다. 삐수님의 쌈 간식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음식을 가져다주신 다른 분들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 후기에 올려진 몇몇 사진은 가자주인장님과 여유님의 사진입니다. 제가 등장한 사진은 두 분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제가 두 분의 사진을 좀 수정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원작자의 오리지널을 건들면 안되는데... 좀 더 잘 해보겠다고 수정을 했으니...

용서를 구합니다. 사진을 올려주신 분들 덕택에 산행의 여운이 더욱더 살아있는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파워블로킹님: 항상 밝은 미소를 지니신 파워블로킹님!

전번에 이어 제 후기도 파워블로킹님이 마무리를 지어주시네요~!ㅋ

 

 

 

 

 

 

 

 

 

▲ 다이센 눈꽃산행: 뜻하지 않게 일본에서, 겨울 산행의 백미인 눈꽃 산행을 했다.

 

 

 

 

▲ 다이센의 설국: 산 중턱 부근에 오르자 저렇게 설국(雪國)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겨울 눈꽃 산행을 제대로 해보았다.

 

 

 

 

# 겨울산행은 만만치가 않아!

 

하지만 필자도 한 가지 고민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겨울산행인데, 그에 걸맞은 장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 흔한 스틱도 안 챙겨왔고, 신발도 등산화가 아닌 그냥 트래킹화를 신고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행 진입로를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서 그렇게 미끄러울 것 같지 않았고 쿠션감도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대충 지형을 파악해보니 특별히 난코스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까짓것 아웃도어맨이 어디를 못 가겠는가? 낙엽 쌓인 산길을 사뿐히 갔다가 내려오는 게 뭐가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리고 하산하면 상금이 기다리고 있는데. 푸하하!'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일정 정도 고도에 이르자 눈길이 시작됐다. 난 좀 당황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필자는 겨울 산행에 필요한 장비들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리! 세상의 모든 일들이 우리가 마음먹은 대로 되던가? 예상외의 난관들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고도가 높아질수록 적설량도 많아졌다. 눈이 발목 이상으로 쌓여 있던 것이다. 덕분에 내 바지 밑단은 다 젖어있었다. 계속 나아가다보니 아예 눈 속에 발이 푹푹 들어가는 것이었다. 전날 비가 내렸는지 어떤 곳은 물웅덩이도 있었다. 눈길에 빠져, 물웅덩이에 빠져, 진흙탕에 빠져... 내 바지는 아주 거지꼴이 되어 갔다.

 

산길을 오르면 오를수록 세상은 새하얀 설국(雪國)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상이 흰색으로 변해갈수록 상금에 대한 생각도 서서히 희석되어 갔다. 이미 페이스 조절은 실패했고 선두권과의 격차도 상당히 벌어진 상태였다.

 

 

 

 

 

▲ 미즈키시게로 로드: 돗도리현 미즈키시게로 거리에서 만난 일본 처자들. 이 거리는 요괴만화로 유명한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작품에 등장한 요괴들을 형상화한 거리다. 미즈키시게로 로드에는 총 134개의 요괴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다이센을 등반 하기 전에 잠깐 그 곳을 방문했었다. 그나저나 저 요괴들은 무섭기보다는 우수꽝스럽다. 사람을 혼비백산 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사람들한테 놀라서 줄행랑을 칠 거 같다. 

 

 

 

 

 

 

▲ 외눈박이 요괴: 미즈키시게로 로드에서 만난 외눈박이 요괴. 역시 이 요괴도 무섭기보다는 좀 우수꽝스럽다

 

 

 

 

 

 

 

# 상금을 포기하니, 설국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니 벌써 반환점 찍고 내려오시는 거예요?"

"예. 쫌만 올라가면 반환점이에요. 고생하세요."

 

1등으로 보이는 분이었다. 마치 산악마라톤을 하듯 쏜살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후.

 

"얼마 안 남 았어요. 고생하세요."

 

2등 권으로 보이는 분들이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분들도 산악 마라톤 하는 것처럼 빠른 스피드로 하산을 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시네. 저런 분들을 어떻게 이겨!'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나는 그 분들에 비하면 아주 세 발의 피였던 것이다. 선두권 분들이 대여섯 명이었으니까 이미 상금은 물 건너 간 셈이었다.  울고 싶은데 빰 때려준 격이라고, 나는 그 분들이 미운 게 아니라 아주 고마웠다. 상금에 대한 생각을 싹 다 정리를 해주셨으니까. 그렇게 상금에 대한 미련이 사라지니 제대로 겨울 눈꽃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진짜 느긋하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멈춰 서서 사진도 찍고, 꼬마 눈사람도 만들며 느릿느릿하게 산행을 했다. 느리게 산행을 하다 보니 더 많은 광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더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상금도 좋지만 산행이 목적이라면 빠름보다는 느림이 더 알찬 산행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등반대회가 끝나고 난 후에 대충 필자 나름대로 등수를 매겨보았다. 다행히 난 중간 순위 정도에 들었다. 맨 마지막으로 출발을 했고, 겨울산행 장비도 갖추지 않은 것치고는 나름대로 선전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나의 다이센 등반대회는 무사히 종료가 됐다. 참가상으로 만족을 해야 했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다. 자연 앞에 겸손하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격언들을 새삼스럽게 떠올려보았던 산행이었으니까.

 

 

 

 

 

 

 

 

 * 요괴들: 이 녀석들도 별로 변변치가 않은 듯~ㅋ

 

 

 

 

▲ 우리나라 도깨비: 아무리 미즈키시게로 화백의 요괴들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난 이 도깨비 녀석들이 더 좋다. 거창귀농학교 복도에 걸려 있는 도깨비들.

 

 

 

 

 

 

 

 

 

▲ 다이센 등산로: 등산로 입구에는 저렇게 낙엽이 쌓여 있었다.

 

 

 

 

 

 

▲ 일본의 순시선: 앗! 일본의 순시선이다. 혹시 저 배도 우리의 독도 인근에 출몰 한 적이 있었을까?

돗도리현의 서쪽은 시마네현이다. '다케시마'의 날로 유명한 그 시마네현이다.

 

 

 

 

 

# 14시간동안의 기나긴 항해

 

나는 느긋해 있었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재빠르게 계산기를 작동시켰다.

 

'등반대회에서 1등을 하면 50만원 주니까, 그 돈으로 여행 경비를 충당하면 되겠군. 남는 돈으로는 돼지고기 사 먹어야지!'

 

이렇게 큰 소리를 칠 수 있었던 건 내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아웃도어 여행가인데 등반대회 1등 하나 못 하겠는가! 5600Km짜리 무동력 여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아니면 누가 1등상을 받겠는가! 이렇게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여행도 하고, 상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강원도 동해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에서 DBS호를 타면 일본 돗도리현 사카이미코항에 갈 수 있다. 동해항-사카이미나코항 항로는 450Km에 달하는데, 그 거리를 DBS호는 14시동안 달린다. 비행기로 한 두 시간 정도면 닿을 거리를 14시간을 달리니 만만치 않은 항해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이다.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재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둠 속에서 한 점의 빛을 점멸하는 고기잡이배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면, 자연스럽게 '로맨틱'하고 '센티멘털'한 감정이 스며들게 된다. 야간에 설악산 대청봉 부근 산행을 하시다 동해바다에 떠있는 오징어잡이 배들의 불빛들을 보신 분들은 필자의 감정을 잘 이해하실 것이다.

 

그렇게 선상에서 로맨틱한 감정이 돋우어지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놀이가 하나 있다. 바로 '타이타닉' 놀이다. 안 그래도 그날 '타이타닉' 놀이에 흠뻑 빠져있던 커플이 하나 있었다. 아랫배가 출렁거리는 어떤 남자가 디카프리오 흉내를 내며 포즈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 포즈는 상당히 어색했다. 애초 의도는 영화 타이타닉이었지만 그 결과물은 <코미디빅리그>처럼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포즈였다.

 

 

 

 

 

 

 

 

▲ DBS호의 항로: DBS호는 우리나라 동해항을 기점으로 일본 돗도리현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일본 사카이미나코항에서 찍은 사진이라서 그런지, 일본을 우리나라보다 위쪽으로 올려놓았다. 우리가 보는 통상적인 동아시아 지도가 아니었다.

 

 

 

 

 

▲ DBS호의 항로: 사진편집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돌려봤다. 사실 이게 더 눈에 잘 들어온다.

 

 

 

 

 

 

# 등반대회 1등은 나의 것이다!

 

내가 그렇게 긴 항해를 감내하며, 돗도리현에 갔던 이유는 '다이센(大山) 등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함이었다. 등반대회는 지난 11월 24일에 개최됐었다. 다이센은 일본인들이 가장 등반하고 싶어 하는 산들 중에서 세 번째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 선호도가 거짓이 아님을 입증하듯, 다이센은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멀리서 다이센을 보면 마치 후지산처럼 보이는데, 그래서 현지인들은 다이센을 후지산의 '짝퉁'으로 부르기도 한다.

당시 나는 <아름다운 도보여행>이라는 도보여행 카페 회원분들을 비롯한 여러 산악인들과 함께 다이센 산행에 나섰다.

 

다이센은 일본 혼슈의 서쪽 주고쿠 산지의 핵심을 이루는 산이다. 다이센은 해발 1729m로 우리나라의 설악산(1708미터)와 비슷한 높이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난 좀 더 느긋해졌다. 10년 전, 지리산 천왕봉 근처에서 홀로 침낭 깔고 잠을 잤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리산 천왕봉이 1915미터인데, 그 보다 작은 산이라면... 푸하하! 1등은 내 것이다!'

 

한국산이든 일본산이든 자연 앞에 겸손하라고 하는데 나는 상금에 눈이 멀어 '시건방'을 떨었던 것이다. 또 얼마나 등반대회를 우습게 봤는지 맨 마지막으로 산길에 진입을 했다. 한 사람이 겨우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다이센의 등산로는 아주 좁았다. 하지만 난 곧바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등산로 입구에서 관계자와 잡담도 하고, 노상방뇨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맨 마지막으로 등산로에 진입했던 것이다. 대신 뒤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음... 내가 여기서 젊은 축에 속하는군. 페이스 유지하다가 중간 부분에서 확 치고 나가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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