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암

 

 

 

 

 

*** 지난 11월 22일부터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11월 26일. 경상남도 남해군에서의 일정이 시작됐다. 남해에서는 보리암 탐방을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잡았다. 보리암은 상주면에 있는 금산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금산은 원효대사의 기도처였는데 원효대사께서는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고 한다. 그때 당시에는 보광산이라고 불렸다. 그러다 이성계가 이 산에서 기도하였고, 마침내 왕으로 등극을 하였다. 이성계는 그 은혜를 갚기 위해 산 이름을 비단 ‘금(錦)’ 자를 써서 ‘금산(錦山)’으로 고쳤다고 전한다.

 

금산은 산악으로서는 유일하게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금산은 빼어난 절경을 품고 있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다양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기암괴석들을 보시라. 눈이 다 즐거워진다.

 

그런 금산 정상 아래쪽에 보리암이 자리잡고 있다. 깎아질 듯한 지형 위에 자리잡고 있어서 그런지 보리암은 다른 사찰들과는 다른 가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기암괴석들과 하나로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랄까? 예전에 탐방했던 도봉산 원통암이 생각이났다.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과 어우러진 원통사의 모습이 보리암 앞에서 떠올랐다.

 

원통사도 우이암 정상부 아랫부분에 자리잡고 있고, 또한 우리나라 관음사상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물론 도봉산 원통사는 보리암보다는 덜 알려져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3대 관음성지는 강화군 석모도 보문사,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홍련암, 그리고 보리암이다. 서해, 동해, 남해바다를 관음보살께서 살펴주시고 계신다. 더 정확히는 해수관음 성지다. 모두 바닷가에 면해 있으니까.

 

 

뚜벅이들은 보리암을 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보리암을 가려면 남해읍내에서 상주면행 버스를 타야한다. 그리고는 보리암 입구(?)에서 하차한 후 약 30분 정도 복곡 1주차장이라는 곳을 향해 걷는다. 문제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여기서 보리암의 관문인 복곡 2주차장까지 약 7km나 떨어져있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총 9km의 거리를 걸어가야 보리암을 탐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주차장과 2주차장 사이에 마을버스가 운행되기는 하는데 그건 성수기 때의 일이다. 배차 시간이 있는게 아니라 일정 정도 사람들이 모아져야 운행을 하는 것이다. 나는 운이 좋았는데 상주면행 버스에서 보리암을 가는 보살님 두 분을 만나 함께 택시에 동승했다. 9km 거리에 택시 요금이 1만원이었는데 셋이 나눠냈다. 난 3천원 냈다. ㅋ

 

 

사찰 탐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보리암은 한 번 쯤 방문해보시면 좋을 거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암괴석과 조화를 이룬 가람이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리암 해수관음상 앞에서 바라보는 남해바다의 모습은 정말 절경이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하지만 너무 유명해서 그런가? 조금은 어수선하다. 산 꼭대기에 있는 사찰에 사람들이 붐벼서 좀 당혹스러웠다. 이런 말을 해서 좀 그런데... 마치 유원지 같았다.

 

 

 

 

 

* 보리암 3층 석탑: 왼쪽으로 해수관음상이 보인다.

 

 

 

 

 

 

마음이 거시기해서 일부러 상주은모래해수욕장으로 길을 잡고 내려갔다. 이곳은 금산 등산로로 향하는 길이기도 한데 상당히 경사가 심했다. 그래서인지 동굴인 쌍홍문 부근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 이 맛이지! 이렇게 호젓하게 탐방하려고 그 멀리 남해까지 온 거잖아!

 

보리암에서 금산 등산로 입구까지는 약 2km 정도인데 무척 가파르다. 하지만 등산에 자신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 해볼만 할 것이다. 택시 1만원이 없는 분들이라면 그쪽으로 가시는 것도... 나도 다음에는 금산 등산로로 올라가 볼 생각이다. 다리에 파스 좀 엄청 뿌리겠구먼~^^

 

상주은모래해수욕장까지 다시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그냥 걷기로 했다. 어차피 해수욕장까지는 약 2~3km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까. 하지만 도로옆을 지나가는 길이니 조심해야 한다. 참고로 금산 등산로 앞에 정차하는 버스는 복곡주자장도 지나가고 상주은빛해수욕장도 지나가는 버스다. 그 버스가 그 버스다.

 

상주은빛해수욕장에 가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렇게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결국 바다에 온 것이다. 모래사장도 어쩜 그렇게 좋은지 느긋하게 음미하면서 걸었다. 이토록 여유롭게 겨울바다를 걸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남도라서 그런지 겨울인데도 바닷바람이 살랑거린다. 그 바람결이 좋구나!

 

 

 

 


 

 

*** 뚜벅이들을 위한 금산 보리암 가는법

 

A. 복곡주차장 방면으로는 가는 방법 

 

1. 남해군 읍내에서 상주면행 시골버스 탑승. 복곡주차장 입구에서 하차. 이때 버스기사에게 꼭 보리암으로 간다고 말을 해야함. 

2. 진행방향은 이렇다.  주차장 입구 -> 제1 복곡주차장 -> 제2 복곡주차장.

3. 제1 복곡주차장까지 걸어간다. 거리는 약 2km 정도.

4. 여기서 제2 복곡주차장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탄다. 제1주자창에서 제 2주차장까지는 약 7km 정도임.

주의할 점이 있음. 문제는 해당 셔틀버스가 비수기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차시간이 있는 게 아니라 일정 정도 사람이 모이면 운행되는 버스임. 

5. 정 안되면 보리암 경내까지 걸어간다. 예전에는 비포장 임도였는데 지금은 포장이 되었다. 총 9km 정도를 이동하면 된다. 약 3시간 정도 잡고 걸어간다. 

6. 시골버스에서 하차 한 지점에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있음. 제2 복곡주차장까지 택시비 1만원임. 

 

B. 금산 등산로로 올라가는 방법

 

1.  역시 남해군 읍내에서 상주면행 시골버스 탑승해서 금산 등산로 입구에서 하차. 이때도 금산 등산로 입구에서 내리겠다고 이야기를 해야 함. 

2. 진행방향은 이렇다. 등산로 입구 -> 도선바위 -> 쌍홍문 -> 보리암

3. 등산로 입구에서 보리암까지는 계단도 많고 가파르다. 거리는 약 2km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넉넉하게 2시간 정도 잡고 산행을 하면 좋을 듯싶다. 

4. 가팔라서 그런지 등산로 입구에서 보리암까지는 아주 한적하다. 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갈 수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고. 필자도 나중에는 이 코스로 올라갈 생각이다. 올라갈 때는 화끈하게 올라가야지~^^

5. 참고로 금산의  높이는 해발 700미터다. 보리암은 금산의 9부 능선 쯤에 자리잡고 있다. 

 

 

 

 

* 금산

 

 

 

 

 

* 금산 정상 망루

 

 

 

 

 

 

* 보리암

 

 

 

 

 

 

* 쌍홍문

 

 

 

 

* 금산 전경

 

 

 

 

 

 

 

* 상주은빛해수욕장

 

 

 

 

 

 

 

* 상주은빛해수욕장

 

 

 

 

 

 

 

 

 

 

 

 

* 가천 암수바위: 다랭이논 탐방로 중간에 있었다. 남근석은 그 형상이 독특하여, 여성 탐방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 가천 다랭이논: 명승 지정 이후, 다랭이논 주변으로 산책로와 휴게시설이 정비 되었다.

 

 

 

 

# 피와 땀, 그리고 똥으로 일군 가천 다랭이논

다랭이논과 같은 계단식 경작지는 널찍한 평야가 없는 지역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고산지대나 도서지역에 주로 분포되고 있다. 산의 비탈면을 깎고, 돌 축대를 쌓아 한 뼘이라도 더 농작물을 심을 수 있게 옛 농부들이 피땀을 흘렸던 것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견디며 돌이 박힌 척박한 땅을 고르고, 또 골랐던 것이다.

특히 염분이 많이 함유된 도서 지역의 토양 성분 때문에 일부러 육지에서 똥을 퍼 나르기까지 했다고 한다. 육지의 똥을 실은 '똥배'까지 운항을 했을 정도로 가천 다랭이논에는 남해사람들의 생생한 '스토리텔링'이 토양 속에 스며들어가 있던 것이다.

비록 똥지게를 메고 가파른 산비탈을 오갔겠지만 남해 사람들은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척박한 땅을 옥토로 개간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는 현재 가천 다랭이논의 농업 생산성을 잘 모른다. 그 땅이 소출이 넉넉한 '금싸라기' 땅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천 다랭이논은 옥토가 맞다. 왜? 연평균 20만 명 이상이 그 곳을 다녀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경작지가 연평균 20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가?

 

 

 

 

 

* 가천 다랭이논: 명승 지정 이후, 다랭이논 인근에 현대식 설비를 갖춘 팬션이나 민박집도 많이 들어섰다고 한다.

또한 기존의 농가를 리모델링 해서 팬션으로 개조한 집들도 여러채 있었다.

 

 

* 가천 다랭이논: 다랭이 논의 외형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공중에서 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다 항공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노릇이니, 뒷산인 설흘산에 올라가서 다랭이논을 내려다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 다랭이논 하나 지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비탈이 져서 그런가, 다랭이논에서의 농사일은 일반 논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또한 지형적인 한계상 기계영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농사지을 사람이 노인들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놀고 있는 땅도 많다고 한다. 이렇듯 다랭이논을 지키는 것이 힘든 일이다.

인분을 실고 오던 '똥배'들이 오갔던 뱃길에는 거대한 컨테이너선과 유조선들이 푸른 물결을 헤쳐 나가고 있었다. 저멀리 건너편 여수 앞바다에는 여수항 입항을 기다리는 큰 배들이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렇듯 남해바다는 그간 많이 변해왔다.

무엇이든 변하기 마련이고, 또 변해야 하겠지만 변하지 않고 우리곁에 계속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가천 다랭이논은 그냥 그대로 있어 주었으면 한다. 그냥 그렇게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

 

 

 

 

 

 

 

 

 

* 달품 게스트하우스: 가천 다랭이논과 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월포 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주인장께서 문화 활동을 하시다 게스트 하우스를 오픈했다고 한다. 여행에 대한 주인장의 마인드가 참 좋아서 추천해 본다. 비용도 무척 저렴해서 좋다.

 

 

 

 

 

▲ 뱀: 본 기사와는 상관없지만 계사년 뱀띠의 해를 맞아 뱀 사진을 하나 올려본다. 이 사진은 필자가 2011년 여름,

충남 서산시 아라메길 탐방중에 촬영한 것이다.녀석은 누가 지나가던지 말던지, 그냥 저렇게 누워 있었다.

마치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재미있는 것은 뱀꼬리 부근에 똥파리가 한마리 앉아 있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 하단부를 보시라

 

 

 

 

 

* 가천 다랭이논: 다랭인논 앞쪽은 푸른 남해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 남해군 가천 다랭이논: 층층이 쌓아 올려진 모습이다.

 

 

 

 

옛말에 벼농사는 '팔십팔(八十八)', 즉 88번의 손이 간다고 할 만큼 번거로운 작업이었다. 농업기술의 발달과 영농의 기계화로 말미암아 그 수고가 훨씬 덜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벼농사는 막걸리와 줄담배를 떠올리게 하는 고된 작업이다.

벼농사는 그동안 우리 땅에서 농업의 근간으로 받들어져 왔다. 하지만 형편없는 식량 자급률과 그보다 더 형편없는 농협 수매가가 말해주듯 그 근간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화 현상, 농촌 인구의 감소, 농업 생산성 저하 등. 이런 누구나 다 아는 내용들을 필자까지 나서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꼭 한 가지는 언급할 부분이 있다. 필자는 여행 프리랜서이기에 그동안 많은 지역을 탐방해 왔고, 현지에 있는 많은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중에는 귀농하신 분들도 많았다.

그렇게 귀농자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벼농사를 짓겠다는 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기존부터 농촌을 지켜오던 분들은 물론 신규 진입을 원하는 분들도 벼농사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도시가 변해가듯, 농촌도 변해가기 마련이다. 쌀이 주곡으로 자리 잡아 농업의 중심을 이루기 시작한 건 조선 후기부터였지만, 지금은 주곡의 개념부터가 완전히 바뀐 시대다. 탐관오리들이 놋그릇 하나까지도 수탈해 가던 시대는 역사책으로 존재할 뿐, 지금은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각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시대다.

그렇듯 변화의 물결은 농촌에도 불어 닥쳤고, 그 변화로 인해 벼농사 감소 추세는 더욱 더 가팔라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 변화의 추세를 단적으로 대변하는 것이 가천 다랭이논의 명승지 지정이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농사를 짓던 땅을 명승지로 지정하여 보전해야 될 만큼 이제 벼농사는 그 입지가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 가천 다랭이논: 돌 축대를 쌓아 층층이 계단 식으로 논을 만들었다.

 

 

* 가천 다랭이논: 농한기라서 그런지, 다른 밭작물을 심었다. 파를 심은 것 같다. 아니면 마늘인가? 남해군은 마늘로 유명한 곳이다.

 

 

 

 

 

# 계단식논과 남해바다가 어우러진, 가천 다랭이논

필자가 다랭이논을 방문했을 때는 지난 1월 27일이었다. 남해군 남면 가천 다랭이논(국가지정 명승 15호)은 우리가 보아왔던 통상적인 육지 논과는 다른 독특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비탈진 경사면에 층층이 이어진 계단식 논과 푸른 남해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은 그 자체가 명승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다랭이논은 미국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3위'에 선정했다. 물론 외부적 권위를 끌어와서, 우리 명소의 경중을 가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판타스틱'한 풍광에 대한 감흥은 미국 사람이든, 영국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동일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래서 CNN이든, BBC든, NHK든 세계 각국의 유수의 언론들이 많이 몰려와서 다랭이논을 비롯한, 우리의 명소와 문화재에 대해 다각도로 취재를 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바로 돈 안들이고 한류를 퍼트리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필자가 한겨울에 그곳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논에 벼들이 쑥쑥 자라고 있는 계절에 갔으면 더욱더 생생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녹색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는 다랭이논과 쪽빛 남해바다가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준다는 여름에, 다시 한번 남해군을 방문해볼 생각이다.   

 

 

 

* 다랭이논: 논에서 벼들이 파릇파릇하게 자라는 계절에 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한겨울에 가니, 다랭이논도 농한기였다.

녹색의 색감이 없어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다시 한 번 방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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