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각 새벽 2시 30분 경. 

이제 몇 시간 후면 파리행 비행기에 오른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자전거로 탐방한다. 이후로는 버스 여행도 하고.

작년에도, 2014년에도 다녀왔던 순례길을 또 가는 것이다. 그냥 얌전하게 순례길을
걸을 것이지... 그때 왜 자전거 타는 순례객들에게 시선을 빼앗겨서...ㅋ

2010년도 전후로 해서 자전거여행을 참 많이다녔었다. 국토종단 4회, 국토횡단 2회.
여름만 되면 고물자전거 끌고 그렇게 다녔었다. 장마철에 여행을 시작했으니 비도 엄청맞았다.

자전거만 고물인가? 텐트도 고물이었다. 텐트에 계곡이 생길 정도로 내 장비들은 참으로 열악했다. 5만원 짜리 고물 자전거에 2만원 짜리 텐트, 1만원 짜리 침낭... 돈을 아끼려 밥은 당연히 해 먹었고. 그러다보니 짐은 엄청나게 불었다. 자전거 자체가 무게가 꽤 나가는 철TB에다 이것저것 짐을 때려 넣었더니 약 무게가 약 40킬로 정도가 됐다. 물론 자전거 무게 포함이다. 또 약간의 뻥이 들어가서...ㅋ

그때도 비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비싼 자전거를 타며 전국일주에 나선 라이딩족들도 많이 만났다. 

"꼭 비싸고 좋은 자전거로만 여행을 다니나요? 이런 중고 자전거도 쌩쌩 잘 달립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좀 쪽팔렸다. 여행 중에 만난 대학생들보다도 더 장비가 열악했다. 자격지심이라는 말은 이때 쓰는 거겠지.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칭하기에는 당시 내 상황이 좀 애매했다.  그때 내 나이는 이미 서른 중반이 넘은 상태였으니까. 변변한 직업없이, 마땅한 돈벌이도 없이... 그렇게 내 삼십대 중반은 바닥이었다. 뭐 그 이전이라고 잘 나간건 아니었고...ㅋ

그런 바닥 같은 삶에 한줄기 빛 같은 게 있었으니 바로 자전거 타기였다. 텐트를 칠 수만 있다면 공동묘지에서도 잘 잤으니 매년 여름만 되면 페달을 열심히 굴렸던 것이다. 장비빨이 떨어져 좀 쪽팔기는 했지만 페달을 굴릴 때만큼은 그냥 모든게 잊혀졌다. 요즘 숲길 트레킹을 하다보면 가끔 무아지경 비스무리하게 빠지는게 있다. 그런 무아지경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좀 느꼈었던 것 같다.  

엄청난 무게를 싣고 갔으니 언덕길은 당연히 자전거를 끌고 갔다. 사진에 나온 곳은 한계령인데 2012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때 끌고 올라갔었다. 여름이라 제설장비를 모아 둔 곳이 놀고 있었고, 그곳에다 텐트를 쳤었다. 하루밤을 아주 잘 자고 그 다음날 한계령을 찾은 관광객이 찍어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강원도 인제군 읍내에서 열심히 자전거를 끌고 약 4시간 만에 도착했던 걸로 기억한다. 한계령 초입에서 정상부까지. 고갯길에서 자전거를 끌고 갈 때는 몸이 뒤로 밀리기도 한다. 급경한 경사도에 질려서 도로변에 그냥 자전거랑 같이 털썩 넘어진 적도 있었다. 

그러다 마침내 정상부에 오르면!!! 엄청난 쾌감이든다. 등산할 때 정상을 찍는 맛과는 다르다. 정말 그 쾌감은 짜릿할 정도다. 그런 맛이 내 삼십대 중반을 버티게 해주었던 것 같다. 몸을 혹사시켜서 얻는 그런 맛? 혹시 변태?ㅋ

산티아고 순례길은 지형이 완경사라서 자전거를 끌고 갈 일은 거의 없을 거 같다. 몇 군데가 있기는 한데... 한계령도 가고 지리산 관통도로(노고단)도 가 본 적이 있기에 그렇게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 차라리 비 오는 거에 대한 걱정이 더 많다. 

지금도 살림살이가 넉넉하지가 않다. 통장은 '텅'장이 되려고 준비중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10년 전 보다는 확실히 더 낫다. '강사'님이라는 호칭도 듣고 있고, 나만 잘하면 꾸준히 강의도 할 수 있으니까. 많이는 못 벌어도 나 혼자 묵을 거는 마련할 수 있다. 

자전거여행이든 트레킹이든, 아니면 배낭여행이든. 안전하게 행해야 한다. 이번 여행도 안전하게 잘 하고 와야겠다. 

좋은 기운 팍팍 받고, 2020년에는 더욱더 활기차게 생활해야겠다! 아자아자 파이팅!
 



 

 

 

 

 

 

 

 

 

 

 

 

 

 

 

 

 

 

 

 

* 울릉도 투구바위

 

 

*** 언론 기고문이라는 폴더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언론에 기고한 콘텐츠를 게시할 예정입니다. 저는 언론사에 기고를 할 때 블로그에다 원문글을 작성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일단 개인 블로그에서 작성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재 자전거여행기를 기고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도 기사작성 하는 것이 편리하지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인터넷 신문인데도 기사 작성하는데 순탄치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제 개인블로그에다 초고를 작성합니다. 그런 후에 완성본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하는 식입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면 다음 블로그의 웹기반 성에 대한 찬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를 일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다음블로그의 웹기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에 대한 대접은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겠죠.

 

각설하고.

 

이 코너에 게재되는 기사들은 이미 제 블로그에 올라온 것들입니다. 블로그의 포스팅과 차이는 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신문기사 글이 훨씬 더 깁니다. 기사글이 한 편이면 블로그 글은 3편으로 쪼개 놓았습니다.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요. 우리는 스코롤의 압박을 싫어하잖아요!

 

저는 블로그 글과 기고문을 좀 다르게 작성해 왔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신문이라지만, 제 기명으로 발행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게이트키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최대한 블로그 원문글과 신문기사글을 일치시키려고 노력을 했었지요.

 

블로그에는 쪼개서 작성하였지만 기사에는 한 편으로 올라갔다, 이것이 가장 핵심일 것 같습니다.

 

 

 

 

 

 

 

 

▲ 울릉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곳곳이 절경이라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그곳이 최고의 출사지가 되는 곳이다.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흰색 구조물은 작은 터널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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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와 자전거 일명 '철TB'라 불리는 '막강한 자전거'를 끌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다녔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해안도로가 놓여 있기는 했지만 가파르게 형성된 구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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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거창하다. 그냥 자전거여행이면 자전거여행이지, 뭐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요즘은 백두대간이라는 명칭이 맥주 광고에도 차용될 정도로 대중화 됐다지만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거나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지 못했다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는 명칭은 한마디로 '낚시용' 제목이 아닌가.

그렇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이번 여행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이름지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난 백두대간을 너댓번 정도 오르락내리락했다.

한계령을 넘어 울릉도에 입도했고, 태백산 야영장에 자전거를 주차(?)시켜 놓고 천제단까지 등산을 했다.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육십령 고개를 통해 전라북도 장수에서 경상남도 거창으로 이동을 했다. 또한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철TB를 끌고 지리산 성삼재와 노고단까지 다녀왔다. 이 정도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질책을 그나마 덜 당하지 않을까.

 

 


▲ 청량산에 위치한 청량사 청량사는 정말 시원한 배경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저기에 계신 부처님은 참 행복한 부처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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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가 여행한 코스와 산악인들이 언급하는 백두대간의 코스는 다르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전거를 끌고 대청봉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경북 지역에서 봉화와 안동지역을 여행했는데 이곳은 차라리 낙동정맥과 더 가까웠다.

어쨌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과 가장 근접한 지역을 여행을 했고, 지금은 무사히 서울로 돌아와 이렇게 여행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산악지역을 다니느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행 일수가 소요됐고, 체력적인 부담도 무척이나 컸다. 더군다나 올 여름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지 않았던가.

지난 56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느꼈다. 더불어 아쉬움도 스쳐갔다. 이번 여행이 국내에서 행하는 장거리 자전거여행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만 거의 1200km 정도를 주행했는데 지난 5년간 누적된 거리만 따지고 보면 한 5400km 정도가 된다. 그렇다. 필자는 자동차나 기차처럼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무동력(No-motor)으로 5000km 이상을 여행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5000km 이상의 자전거여행 경력을 이제는 해외로 발산할 순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기는 제대로 잘 기록해 둘 셈이다.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장거리 여행을 한 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획득한 엄청난 스펙을 스스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우를 범하지 않게 지난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 생각이다. 여행 내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었고, 살벌한 이야기도 있었다. 또 폭염에 지쳐 황천길로 갈뻔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통상적인 여행기보다는 좀더 '서프라이즈'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과 평화의 종 평화의 댐 부근은 DMZ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타원형에 평화의 종이 걸려있다. 평화의 종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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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 부근 힘든 여정이 있었기에 지리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일까? 동이 트고 있을 때라 좀 어둡기는 하지만 지리산의 영험함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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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 여행기간: 2012년 6월 14일~ 8월 8일

2. 주행거리: 약 1200km

3. 이동경로: 서울 -> 강원도 춘천 -> 화천 -> 양구 -> 인제 -> 설악산(한계령) -> 양양 -> 강릉 -> 경상북도 울릉군 -> 강릉 -> 동해 -> 삼척 -> 태백 -> 경상북도 봉화 -> 안동 -> 예천 -> 구미 -> 김천 -> 경상남도 거창 -> 함양 -> 지리산(성삼재, 노고단) ->전라남도 구례 -> 전라북도 남원 -> 장수 -> 거창

* 원래는 지리산에서 여행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경남 거창에 볼 일이 생겨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음. 거창에서는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서울로 복귀함.


이기사는 제 블로그(http://blog.daum.net/artpunk)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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