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상 사과의 붉은 빛깔, 이렇게 만들어진다 2편

일조량 높이기 위해 잎따기 작업도... 온 몸에 파스를 붙이며 한 사과 출하

 

14.09.08 16:37
최종 업데이트 14.09.08 16:37

 

 

 

 

---> 전편에 이어서

 

 

 

# 잎사귀 따다가 사과를 날려 먹기도...

색깔이 안 난 건 일조량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8월의 뜨거운 햇살이 스며들어야 백설공주가 먹었던, 그 빨간 사과처럼 홍로가 붉은 색을 띤다. 하지만 올해 8월은 일조량이 적었고, 그만큼 사과에 붉은 기운이 들지 않았다. 이런 '색깔의 문제' 때문에 농장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떤 농장주는 하늘을 원망하기까지 했다.

색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장주들은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색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강한 햇살이 최고다. 하지만 그건 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잎따기'를 해준다. 사과 주변에 달려있는 잎사귀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무성하게 감싸고 있는 잎사귀들을 제거함으로써 사과에 직접 도달하는 햇볕의 양을 높여주는 것이다.

 

 

 

▲ 홍로 색이 잘 든 홍로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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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따기는 매해 수확에 앞서 꼭 진행되는 작업이다. 하지만 올해는 잎따기가 더 강화됐다고 한다. 색깔이 안 났던 만큼 잎사귀 제거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그런 잎사귀 제거가 필자의 첫 번째 사과작업이었다.

햇살을 더 잘 받도록 하기 위하여 열심히 잎사귀들을 제거했다. 그러다 애꿎은 가지도 몇 개 '제거'했다. 또한 알이 굵은 멀쩡한 사과들도 날려먹었다. 농장주의 시선이 싸늘했다. 

 

 

# 사과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색깔이 안 났다고 사과 따기를 계속 미룰 수는 없는 법! 농장주들은 8월 마지막 주를 기점으로 사과수확에 나섰다. 이제 고제면은 면 전체가 사과 수확에 매달리게 됐던 것이다. 필자는 매일 아침 마음을 다잡고 사과밭으로 향했다.

"열심히 일해서 사람들한테 누를 끼치지 않겠어. 내 명예를 지키겠어!"

하지만 저렇게 아침마다 한 다짐은 밤이 되면 달라졌다. 허리와 팔에 붙인 파스를 갈며 조용히 혼자말을 했다.

'내일 비가 왕창 와서 작업이나 취소됐으면...'

그만큼 사과 작업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매일밤 숙소에 돌아와 허리와 팔다리를 주물러야 했을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

사과수확 작업에서 가장 고역이었던 건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는 일이었다. 일단 사과나무에서 딴 사과는 일괄적으로 컨테이너 박스에 담기게 된다. 그렇게 쌓인 컨테이너를 화물차에 적재시키고 선별장으로 향했다. 선별장에서는 선별을 위해 컨테이너를 잘 쌓아 놓았다.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계속 컨테이너를 상차, 하차하는 것이 내 임무였던 것이다.



 

 

 

▲ 컨테이너 저 노란색 박스를 컨테이너라고 부른다. 저 컨테이너를 '들었다 놨다'했다. 아주 삭신이 다 쑤셨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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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놨다'를 계속하다 보니 사람이 무척 단순해졌다. 컨테이너 중에는 사과가 덜 담긴 것들도 있었고, 많이 담긴 것들도 있었다. 적게 담긴 것에는 콧노래를 불렀고, 가득 담긴 것에는 속으로 욕을 해댔다. 컨테이너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콧노래와 욕을 번갈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들었다 놨다'를 무한반복한 날은 밥숟가락도 잘 잡히지 않았다. 음식을 뜨다가 실제로 숟가락을 놓친 적도 있었다. 또한 펜을 잡기 힘든 날도 있었다. 작업일지를 작성하려다 손가락이 시큰거려 그만 둔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 직접 작업한 사과라 그건가? 더 맛있네!

그래도 버텼다. 매일밤 온 몸을 파스로 도배하며 버텼다. 사과 농장주들은 매년 이렇게 고되게 작업을 해왔는데... 겨우 이거 가지고...

그렇게 그렇게 버티다 보니 마침내 필자가 잡아두었던 서울 상경일이 다가왔다. 잘 버텼던 셈이다. 어떤 농장주는 필자에게 일당 이외에 사과 한 박스를 선물로 보내주셨다. 또 어떤 농장주는 다음해에도 꼭 같이 자기와 사과작업을 하자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이런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필자가 일을 못했던 건 아닌 것 같다. '들었다 놨다'의 역경을 뚫고 애초 다짐했던 명예를 사수했던 것이다.

추석 과일의 대명사 사과. 그 사과가 식탁, 혹은 차례상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사과작업은 그 땀과 눈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는 좋은 시간이었다.

필자의 집 한 편에는 '들었다 놨다'하며 작업했던 사과들이 놓여 있다. 식사를 한 후 후식으로 베어 먹는 사과 맛이 좋다. 아삭아삭... 소리까지 맛있다. 내가 작업한 사과라서 더 맛있는 건가?

 


 

 
▲ 사과작업 사과작업을 하는 분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멀리 삼봉산 자락이 보인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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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녕하세요?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 거창귀농학교: 거창귀농학교를 배경으로 한 컷

 

 

 

 


 

* 앤젤리: 홍콩에서 온 앤젤리. 귀농학교 황토방을 혼자 차지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안녕하세요?emoticon

저는 자칭 거창귀농학교의 미디어 담당인 곽작가라고 합니다.

가을비 치고는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9월 14일 오전에,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있어 이렇게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봅니다.

우프코리아라를 통해 홍콩에서 온 젊은 처자가 거창귀농학교에
약 4일간 머무르고 갔기에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보려고 합니다.

아참 우프가 무엇이냐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우프(WWOOF: Willing Workers on Organic Farms) 는 세계 각국의
유기농 농가들이 가입되어 있는 전세계적인 모임입니다.

한국 유기농 농가나 서구의 유기농 농가나 일손이 딸리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사람의 손발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그런 부분을 우프가 채워주는 것입니다.
우프 지원자들은 4~6시간 정도의 노동력을 투여하고, 그에 대한 댓가로
농가들은 지원자들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노동의 댓가로 임금을 받는 워킹홀리데이하고는 다른게 우프는 원칙적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답니다.  뭐 일을 잘한다면 농장주가 차비 같은 거마금 정도는 주지 않을까요???ㅋ

지금까지 많은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거창귀농학교를 다녀갔답니다.
우프를 통해서요. 가까운 아시아 뿐아니라 미국에서 온 친구들도 있었고,
심지어 동유럽인 불가리아에서 온 친구들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친구들은 우프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싶어하더군요.
지금 소개하는 앤젤리도 한국의 문화와 농촌에 대한 관심 때문에
한국에 왔고, 이곳 거창 귀농학교까지 찾아 왔다고 하더군요.



* 앤젤리: 귀농학교에 와서 앤젤리는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하고 갔답니다. 효소 담기 작업, 풀베기 작업 등을 잘 해주더군요.



* 사과작업: 앤젤리가 귀농학교를 방문했을 때는 한참 홍로 사과 수확 작업으로 바쁠 때였습니다.
한편 앤젤리는 고제 사과가 맛있다고 '아삭아삭' 거리며 맛있게 잘 먹더군요



 


더불어 거창귀농학교와 관련된 소식이 하나 더 있어 이 자리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추석을 코 앞에 앞 둔 9월 14일 오전 9시,
거창귀농학교에서는 경사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모둠반 14기 수료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곳 거창군 고제면은
홍로 사과로 유명한 고장입니다. 홍로는 붉은 빛깔이
일품인 품종으로 추석 차례상에 올려 지는 좋은 사과입니다.

그 홍로를 추석을 앞두고 수확하는 터라 9월 초순이 되면
고제면은 전체가 정신이 없을 정도가 됩니다.
오죽하면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바쁠 시기에 모집된 기수라서 그런지
14기분들은 매일같이 사과농장에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사과를 따고, 선별을 하고, 포장을 하고...

이번 기수들은 이론적인 면보다는 과수 농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수료를 한 셈입니다. 한마디로 현장 교육을 제대로 수행한 셈입니다.

이번 모둠반 14기는 총6명이 입교하여 아무러 사고 없이 6명 전부가
수료를 했답니다. 이제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셔서 구체적인 귀농에 대한
설계도를 그리실 겁니다. 그 설계도가 잘 그려져서 성공적인 귀농, 귀촌을
이루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 경상남도 거창군 고제면: 해발고도가 높은 고제면에는 이렇듯 탐스러운 홍로가  재배된다.

 

 

 

 

 

* 홍로: 빨갛게 잘 영근 홍로가 탐스러워 보인다. 색깔만큼이나 맛도 좋다.

 

 

 

 

 

내게 경상남도 거창은 무척 흥미로운 지역으로 각인되어 있다. 서쪽으로는 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북쪽으로는 경상북도 김천과 맞닿아 있어 조금만 이동을 하면 도 경계를 넘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거창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서울로 복귀할 때, 나는 시골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무려 4개나 되는 도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였다.

 

경남 거창 -> 전북 무주 -> 경북 김천 -> (또다시) 전북 무주 -> 충북 영동 

 

실제로 서편으로는 덕유산, 동편으로는 합천 가야산, 남쪽으로는 함양 지리산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곳이, 경남 거창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듯 험준한 산들로 둘러싸인 거창이지만 읍내 만큼은 쑥 내려앉은 지세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거창 외곽은 해발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지만 거창의 다운타운(?)은 분지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런 거창에 난 베이스캠프(?)가 하나 있다. 그곳이 어디냐? 바로 고제면에 있는 거창귀농학교이다. 거창귀농학교는 1996년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 하여 귀농학교로 탈바꿈을 시켰는데 현장 위주의 노작 활동이 강점인 곳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거창귀농학교는 고제면 면소재지에서도 약 5Km 정도 떨어져 있을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그만큼 실제 농업활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이 풍부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거창귀농학교: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현대식 시설을 갖추었다. 나에게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베이스캠프다.

 

 

 

* 황토방: 거창귀농학교 운동장 한 켠에 황토방이 있다. 저 곳은 왠만한 고급 폔션 저리가라 할 정도로, 좋은 시설과 전망을 자랑한다.

 

 

 

여기서 잠깐! 베이스 캠프를 언급하다 갑자기 뚱딴지 같이 귀농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고 질책을 가하실 분도 있을 듯싶다. 결론적으로 거창귀농학교가 내게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주는 것은 맞는 말이다. 거창 귀농학교는 백두대간인 삼봉산 등산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거창귀농학교는 삼봉산 예술학교로 불리기도 하는데 그건 분명 지역명에서 네이밍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또 거창귀농학교에서 조금만 더 가면 대덕산이 있다. 이렇게 아웃도어 접근성이 강한 곳인데 어떻게 내가 그곳을 베이스캠프화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베이스캠프 선언은 개인적으로 거창귀농학교 교장선생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시골인심이 좋다지만 뚱딴지 같이 불쑥 '베이스캠프 선언'을 한다면, 그 지역분들에게 볼기짝을 훅씬 두들겨 맞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런 거창귀농학교를 난 지난 9월 중순경에 방문을 했다. 왜? 사과작업을 하려고! 아웃도어는 잠시 접어두고 말야.

귀농학교의 정확한 위치는 거창군 고제면 봉산리이다. 고제면은 읍내에서 북서방면으로 25Km 정도 떨어진 곳인데 전라북도 무주군 무풍면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무주군의 무풍이 어떤 곳인가? 덕유산의 무주 구천동을 끼고 있는 곳이 아닌가? 그렇다. 덕유산의 기운이 넘쳐 흐르는 백두대간에 고제면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제면도 해발이 높은 곳이다.

 

그렇게 해발 고도가 높은 곳이기에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건 당연한 일이다. 이에 비해 거창 읍내는 해발고도도 낮고 분지 형태를 띠고 있는 터라 고제면보다는 더 기온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볼 일이 있어 잠시 읍내에 다녀온 후 다시 고제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온도 변화를 피부적으로 체감했을 정도다. 그런 지형적인 특성 때문인지 고제면 지역은 고랭지 농업이 잘 발달되었다. 과수원과 밭이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특히 고랭지 사과 재배가 유명한 곳이었는데 큰 일교차가 사과의 당도를 현격히 높여주는 듯싶었다. 그런 고제 사과 중에서도 홍로 품종이 농가 소득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홍옥과는 다른 품종인 홍로는 추석 차례상에 올려지는 사과로 9월 초순경에 수확을 한다. 그렇다. 홍로는 '홍동백서'할 때 쓰이는 그 사과다. 한가위 차례상은 햅쌀과 햇과일 등 그해 가을걷이로 얻어진 재료들을 올려야 하기에, 추석 직전에 출하되는 홍로는 자연스럽게 차례상에 올려지는 과일 품목 1순위에 속하는 것이다.

 

"사과를 아기 다루듯이 해주세요!"

 

 

 

 

 

 

 

*삼봉산과 사과농장: 앞쪽에 보이는 산이 삼봉산이다. 사진에 등장하신 분들은

당시 거창귀농학교에서 본격적인 귀농교육을 받으시는 귀농희망자 분들이었다.

 

 

 

 

* 강물이 범람한 거창 읍내: 16호 태풍 산바는 15호 태풍 볼라벤과 달리 한반도에 폭우를 뿌리고 갔다. 

산바가 지나간 후 거창 읍내를 흐르는 위천이 수위가 높아져 범람하고 있다.

 

 

 

*수위가 높아진 거창군의 위천

 

 

 

* 홍콩 아가씨들:  '우프'를 통해 전세계에서 한국의 농촌문화를 탐방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거창귀농학교까지 찾아 왔다.  우프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가에 집적 가서 일손을 돕는 국제 조직을 말한다. 우프지원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에 농장주는 식사와 숙소를 제공한다. 노동력을 제공하지만 임금을 받지 않는 관계로 워킹홀리데이와는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거창귀농학교도 우프에 조직되어 있어 이렇게 홍콩아가씨들도 멀리 거창까지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도깨비: 거창귀농학교 복도에 걸린 도깨비들이다. 무서운 것이 아니라 우수꽝스러운 모습에 친근한 감정까지 들 정도다.

 힘든 사과작업이 끝난 후에는 항상 저 녀석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거창 귀농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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