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하 대풍감: 태하 대풍감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북면 일대의 해안선. 눈도 마음도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오른쪽 방면 풍광이다.

 

 

 

 

▲ 태하 대풍감: 태하 대풍감에 올라서면 울릉도 북면의 해안선을 조망해 볼 수 있다.

 

 

 

이번 편에서는 울릉도 여행에서 가볼 만한 곳을 소개해본다. 또 필자가 추천하는 저렴하게 울릉도를 여행하는 방법도 소개해본다.

 

 

 

# 기억에 남을 명소: 태하 등대와 대풍감

 

하지만 필자는 7일이나 머물렀지만 울릉도 곳곳을 다 다녀보지 못했다. 아무리 자전거여행이라고 해도, 통상적인 울릉도여행이 2박3일인 것을 감안하면 좀 오래 머물렀던 것이 사실이다. 울릉도의 지붕인 성인봉도 못 가봤다. 입산을 하려고 나리분지까지 갔었는데 마침 그때 비가 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울릉도의 구석구석까지 다 탐방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기억에 남는 몇몇 곳을 소개해보겠다.

 

제일 먼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서면 태하 대풍감이다. 이곳은 태하 등대가 있는 곳인데 한 아웃도어 잡지에서 우리나라의 10대 비경으로 꼽은 곳 중 한 곳이라고 한다. 사실 필자는 아직까지도 태하 대풍감이 눈에 아른거린다. 대풍(待風)은 '바람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하지만 큰 바람이라는 대풍(大風)으로 뜻을 고쳐도 무방할 만큼 태하 대풍감 일대는 바람이 세차게 부는 곳이었다.

 

그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깎아질 듯한 절벽 위에 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모습을 상상을 해보시라! 그런 해안 절벽은 암벽타기를 하지 않는 이상 도저히 육상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다. 그런 해안절벽 위로 유유히 갈매기 떼들이 춤을 추듯 비행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보시라! 진짜 태하 대풍감은 그런 상상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곳이다. 울릉도의 곳곳이 다 아름답지만, 그 중에서도 단 한 곳만을 찍으라고 하면 태하 대풍감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태하 등대까지는 모노레일이 깔려 있어서 왕복비용 4000원만 지불하면, 그곳까지 편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모노레일을 탑승하지 않아도 그 곳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해발 309미터를 6분 만에 주파하는 모노레일을 타는 게 체력에 많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태하를 위시한 서면과 북면 지역의 일몰도 장관 중에 장관이다. 노을이 지는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는 모습은 육지의 일몰 명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듯했다. 어둠 속에 붉게 채색된 일몰이 스며드는 모습을 바라볼 때는 묘한 황홀감까지 들 정도였다. 필자는 그 광경을 울릉도 군내 버스를 타고 가면서 보았다. 운이 좋았는지 시간대가 맞았는데, 그 버스는 내게 일몰을 감상하는 '관광버스'가 된 셈이다.

 

 

 

 

▲ 태하등대: 모노레일을 타고 태하등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태하등대가 있는 서면 부근은 일몰로 유명한 곳이다.

기회가 닿는다면 태하등대에서 그 유명한 태하 낙조를 감상하고 싶다.

 

 

 

 

* 태하 등대에서 대풍감으로 향하는 길: 등대에서 대풍감까지 이렇게 데크로 연결되어 있다.

 

 

 

 

# 기억에 남을 명소: 석포

 

두 번째 추천할 곳은 북면 석포리 일대다. 석포는 울릉도의 동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석포의 해안도로에서는 삼선암이나 딴바위 같은 큰바위들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관음도와 기암괴석과 항구가 어우러진 북면일대를 조망해 볼 수 있다. 석포 전망대는 울릉도에서는 유일하게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석포전망대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망루로 쓰였다고 한다. 석포에는 전망대가 하나 더 있는데 그 곳은 '석포독도전망대'라고 불린다.

 

석포전망대는 두루봉(281m) 일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그래서 해안가에서 올라가려면 좀 시간도 걸리고 힘도 많이 든다. 태하 대풍감처럼 모노레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석포전망대에 올라서면 호젓하게 트래킹을 즐길 수 있다. 그 길을 걷다보면 멀리 있는 관음도의 모습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기억에 남을 항로: 섬목-저동 간 여객선

 

석포 독도 전망대 아래쪽으로 하산을 하면 섬목항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부정기적으로 섬목-저동 간 여객선이 운항을 했다. 앞선 여행기에도 언급했듯이 울릉도 일주도로는 섬목-저동 간의 구간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섬목까지 탐방한 사람들은 차를 돌려 왔던 길을 고스란히 돌아가야 했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야 느긋하지만, 나같이 철TB에 짐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 무시무시한 항목령에서 '시시포스 놀이'를 또 하라고! 시시포스 놀이는 한 번으로 족했다. 섬목-저동 간의 여객선을 타면 느긋하게 저동항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탑재도 가능한 여객선이라 자전거 탑승은 문제 없었다. 배 삯은 1인당 5000원이었고, 자전거는 3000원의 추가 운임을 받았다. 전남 완도-청산도의 여객선 운항거리가 30km 정도이고 배 삯이 8000원 안팎인 것에 비하면 섬목-저동 간의 배 삯은 좀 비싼 편이다. 총 운항거리가 10Km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섬목-저동 간의 여객선을 타보라고 권해드린다. 바닷가 위에 우뚝 솟은 울릉도의 기암절벽들을 스쳐지나가듯 배를 타고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가며 울릉도 동쪽 해안을 바라볼 수 있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 배를 타고 가면, 왜 아직까지 섬목-저동 구간 도로가 개설되지 않은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 곳은 지형이 험하다. 다시 말하면 그런 해안가 기암괴석들을 배를 타고 느긋하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석포에서는 산길을 따라 내수전으로 갈 수 있다. 석포와 내수전을 잇는 산길은 동편 울릉둘레길이다. 동편 울릉둘레길을 따라가면 정매화골을 지난다. 내수전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이름하여 '내수전 일출전망대'라고 불린다. 내수전 코스도 무척 아름다운 곳으로 울릉도의 절경 중에 한 곳으로 꼽힌다.

 

 

 

 

 

 

 * 소라계단: 태하모노레일 옆으로는 소라계단이 있다. 소라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사진 오른쪽은 태하 황토굴이다. 황토굴은 말그대로 동굴의 색깔이 황토색이라고 해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동굴의 바깥색이 검은색인 반면에 안쪽은 황토색이라서 묘한 대비를 이룬다.

 

 

 

 

 

 * 태하 모노레일: 경사도가 상당히 급하다. 그래서 타는 재미가 있다.

 

 

  

 

 ▲ 태하 대풍감: 태하 대풍감의 왼쪽편 해안선이다. 깎아지는 듯한 해안절벽이 자아내는 풍광은 한마디로 명품풍경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위를 유유히 비행하고 있던 갈매기들이 부러웠다. 저런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삼아 날개짓을 할 수 있는 울릉도 갈매기들은

정말 복받은 갈매기들이다. 한편 태하대풍감은 천연기념물 제49호 '대풍감향나무'의 자생지이다.

 

 

 

 *태하 대풍감 왼쪽편 해안 

 

 

 

* 태하 대풍감 오른쪽 해안

 

 

 

 

 

▲ 섬목-저동간의 여객선: 울릉도 일주도로는 섬목에서 끊긴다. 그래서 울릉도 동북쪽인 섬목에서 읍사무소가 있는 도동까지 가려면,

왔던길을 다시 또 가야 한다. 하지만 저 배를 타면 저동항까지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배를 타면서 아름다운 울릉도의 동쪽 해안을

느긋하게 즐길 수도 있다.

 

 

 

 

* 천부항: 천부는 북면의 중심지이다. 천부에 면사무소와 함께 버스종점이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버스노선의 주선은 도동-천부 라인이다.

사진 중앙에 높게 솟구친 바위는 송곳바위다. 해발고도가 452미터에 달하는 큰 바위다.

 

 

 

* 북면의 해안가: 울릉도 해안도로 트래킹은 북면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북면 일대의 해안도로는 인공터널이 없을 뿐더러 교통량도 적어 걷기에 큰 불편함이 없다. 아래에 있는 사진과 비교해보자.

 

 

 

▲ 울릉도의 단방향터널:울릉도 남부지역 해안가도로에는 단방향터널이 상당히 많았다. 단방향터널 앞에는 신호등이 있어, 양측방면의 차량소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신호를 제때 받으면 저런 터널을 몇개씩 통과했기에 차들이 터널 안에서도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래서 도보로 터널을 넘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입구가 흰색인 단방향터널 3개를 동시에 렌즈 속에 담아보았다.

 

 

 

 

 

* 삼선암: 북면 석포리 일대도 볼거리가 많은 곳이다. 사진 오른쪽의 바위는 삼선암이다. 사진에 나타난 흰색 점들은 갈매기들이다. 울릉도는 갈매기 천국이다.

 

 

 

 

 

* 석포 안내판: 울릉도 버스 노선의 주라인은 도동-천부 선이다. 석포-천부 라인은 간선 개념으로 운행되어 버스 횟수가 그리 많지 않다.

천부에서 석포,섬목까지는 충분히도보로 걷을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걷기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은 버스 운행시간을 잘 체크해야 할 것이다.

 

 

 

 

 

▲ 섬목-저동간의 여객선: 저 배를 타면 울릉도의 동쪽 해안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 내수전 전망대: 내수전도 울릉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한 곳이다. 내가 탐방을 하러 간 날은 날씨는 맑은데 안개는 많이 낀 날이었다.

 

 

 

 

▲ 섬목-저동간의 여객선: 저동항으로 접안을 하러 가는 중이다. 그 배를 탔었기에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해상 정면에서 저동항 일대를 카메라로 담기가 쉽지는 않을 테니까!

 

 

 

* 투구봉: 울릉도 서면에 있는 투구봉이다. 급경사를 자랑하는(?) 울릉도 지형을 잘 설명해주는 사진이다. 울릉도는 종상형 화산지형이라 이렇게 경사도가 급한 지형이 나타난다. 그나저나 정말 아름다운 풍광이 아닌가? 왼쪽 하단에 하얀색을 띈 터널이 있어 더욱더 이채로운 사진이라고 생각된다.

 

 

 

* 투구봉: 울릉도를 탐방할 때는 멀리 있는 풍광을 담을 수 있게 고배율 카메라를 휴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사진도 좀 멀리에서 찍었다.

 

 

 

 

---> 전편에 이어서

 

 

 

 

#울릉도 vs 제주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그래서 울릉도를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런 요구에 부응하듯 계속적으로 울릉도행 배편은 증편되고 있다.

 

울릉도는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화산활동에 의해 탄생된 섬이다. 하지만 두 섬의 지형적 특색은 다르게 나타난다. 제주도가 솥두껑 모양의 완만한 순상화산 지형이라면, 울릉도는 급격한 경사도를 나타내는 종상화산 지형이다. 제주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올레길이 개설됐을 정도로 해안지형이 완만한 경사도 나타내지만 울릉도는 그렇지가 않다. 울릉도의 해안은 수직적인 해식애 지형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식애란 바닷물의 침식작용과 풍화작용으로 인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를 말한다.

 

그런 지형적 한계 때문에 아직까지 울릉도는 완전한 일주도로가 없다. 1963년부터 2001년까지 39.8km에 이르는 도로가 저동(울릉읍)-섬목(북면)까지 개설이 됐는데, 섬목-저동까지는 도로가 끊겼다. 울릉도 중앙에 성인봉(986m)이 있는데, 성인봉을 중심으로 1시 방향 지역이 서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동리 -천부(북면 면소재지)간 4.75km 도로의 기공식이 2011년 12월에 거행됐고, 2016년에는 완전한 울릉도 일주도로가 개설될 예정이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듯 울릉도에는 둘레길이 있다. 하지만 경사도 완만성이나 접근성면에서 제주 올레길이 우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울릉도 둘레길은 해안도로를 따라 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서면 남양리에서 태하리까지 개설된 7km 구간은 섬 안쪽에 있는 태하령(496m)를 넘어가는 코스다. 저동-섬목 구간에 개설된 둘레길도 남양-태하 구간보다는 바닷가에 접하기는 하나 내수전과 정매화골등을 지나쳐야 하기에 산행코스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대신 울릉도에는 '행남해안산책로'라는 해안도보길이 따로 개설돼 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 팀이 탐방해 유명해진 길인데, 해안절벽에 나무데크를 설치해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주는 멋진 길이다.

 

 

 

 

 

▲ 태하 해안산책길: 서면 태하 모노레일 인근에는 소라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안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중앙에서 보듯 데크로 놓인 구간이 있는가 하면 바위투성이 길도 있다.

 

 

 

 

 * 울릉도 서면의 해안길

 

 

 

 

 

#오르락내리락, 울릉도는 내게 시시포스가 되길 '강요'했다

 

필자는 주로 울릉도 해안을 따라 이동을 했다. 울릉도는 역시 섬지역이라 해안을 따라 관광명소가 즐비했다. 예를 들어 서면 통구미 마을에 거북바위나 북면 석포리의 삼선암 등은 해안도로 바로 옆에 있어 힘들이지 않고 그 바위들을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기에는 무척 힘든 곳이었다. 급격한 경사도로 인해 자전거를 끌고 가기가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다. '철TB'인 블루야크(내 자전거의 애칭)에 무려 40kg 달하는 짐을 싣고, 울릉도의 꾸불꾸불한 길을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그 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오르락내리락은 반복하니, 마치 내 자신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가 된 것 같았다.

 

설악산의 한계령을 넘고, 그밖에 강원도의 험준한 고개들 줄줄이 넘어온 나였지만, 울릉도의 꾸불꾸불한 길에 그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 중에서도 서면 태하에서 북면 현포리로 넘어가는 항목령 부근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 험하기로 소문난 지리산 관통도로와 필적할 정도로 꾸불꾸불했기 때문이다. 지리산 관통도로야 해발고도가 높기라도 하지. 항목령은 겨우 300m밖에 안 되는 곳이었지만 내게 시시포스의 역할을 강요시켰던 것이다.

 

 

 

 

 

* 항목령: 항목령은 300고지 정도였으나 한계령을 빰칠 정도로 난코스였다. 저 곳을 오르려다 거의 탈질할 뻔했다.

 

 

 

 

* 항목령: 정말 꾸불꾸불한 길이다. 난 항목령에서 '시시포스'놀이를 해야 했다. 내가 무슨 그리스 신화를 쓰는 사람도 아닌데.

 

 

 

 

* 울릉도의 깔딱고개: 오르고 오르다보면 결국에는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난 의지의 한국인이다!ㅋ

 

 

 

 

 

* 울릉도의 갈매기들: 울릉도는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도도한 녀석들 같으니... 딱봐도 성격(?)이 있는 것 같다.

 

 

 

* 울릉도의 바위: 북면 송곳바위 앞쪽에 있는 코끼리 바위

 

 

 

 

 

* 북면의 해안길: 울릉도 해안길을 트래킹하려면 울릉읍이나 서면보다는 북면쪽 길이 훨씬 더 좋다.

북면쪽의 도로에는 인공터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좀 더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다.

 

 

 

 

* 울릉도의 꽃: 북면 석포에서 한 컷. 무슨 꽃인지 잘 모르겠다. 누가 알려주셨으면...

 

 

 

* 울릉도의 바위: 촛대 바위인가? 정확한 명칭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미리미리 기록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 울릉도의 바위

 

 

 

 

 

▲ 내수전 가는 길: 저동항에서 내수전 가는 길이다. 내수전 전망대에 오르면 바닷가 쪽으로는 울릉도의 부속도서인 관음도와 죽도를 볼 수 있고

내륙 쪽으로는 성인봉 일대를 바라볼 수 있다. 필자가 내수전 전망대에 올랐을 때는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 있어 원활한 관찰을 할 수 없었다.

 사진 중앙에 조그맣게 있는 섬은 죽도다.

 

 

 

▲ 울릉공설운동장: 서면에 있는 울릉공설운동장. 저렇게 멋진 곳에서 축구를 하면 나도 메시나 호나우두처럼 공을 잘 몰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 울릉공설운동장: 저 곳에서 축구를 한다면, 나도 호나우두나 메시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도 있을 듯....ㅋ

 

 

 

 

 

 

 

▲ 현포항이 바라다보이는 전망대 북면 현포항이 보이는 전망대다.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현포항 부근은 옛날 우산국의 도읍지로 추정되는 곳이다.

 

 

 

 

 

 

 

▲ 울릉도의 해안도로 울릉도의 해안은 그 자체가 명품이다.

 

 

 

 

* 여행 10일차: 2012년 6월 23일


내가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석양이 지고 있을 때였다. 당시 여행일지를 살펴보니 오후 8시에 하선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배멀미로 구토를 여섯 번이나 해서 진이 다 빠졌지, 주위는 이미 어두워진데다 하룻밤 잘 곳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였지. 울릉도 섬 여행이고, 백두대간 여행이고 다 귀찮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여행을 ‘쫑 내고’고 서울로 복귀하고 싶었다. 그냥 편하게 안양천이랑 한강 자전거도로에서 ‘이쁜 여자’들이나 쳐다보면서 자전거나 탈 걸 무엇 하러 이고생을 사서 하는가? 그런 필자의 우울한 마음도 몰라주고 어떤 울릉도 아줌마가 이런 말을 외친다.


“어이, 자전거 끌고 가는 아저씨 민박 3만원.”


가뜩이나 울릉도에 와서 우울한 감정에 휩싸였는데 그 호객행위 하는 아줌마의 말이 귀에 잘 들렸겠는가. 난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텐트 있어요.”

 

 

 

# 울릉도의 첫 번째 베이스캠프 울릉한마음회관


텐트만 있었을 뿐이지, 캠핑 장소는 없었다. 조바심이 들었다. 아무리 필자가 노숙에 익숙하다고 해도 진이 빠진 상태에서 텐트 세팅도 없이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고민 끝에 도동항 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읍 소재지인 도동항에 가면, 무언가 해결책이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울릉도의 지형은 한계령 빰칠 정도로 험했다. 저동항에서 도동항으로 이동할 때는 저동재를 넘어야 했는데 이 고개의 경사도가 엄청 가파른 것이다. 배멀미의 여파로 정신은 혼미하고, 뱃속은 허하고, 저동재의 경사도는 내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정말 울릉도와 나는 서로 궁합이 안 맞는 것일까?

 

 

 

▲ 울릉한마음회관에 친 텐트 울릉도에 너무 늦게 입도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노숙을 할 판이었지만, 다행히 울릉한마음회관 앞마당에

저렇게 텐트를 칠 수 있었다.

 

 

▲ 저동항 울릉한마음회관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울릉도에서 맞은 첫 아침 풍경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텐트 칠 곳을 찾았다. 울릉한마음회관이라는 곳 앞뜰에 팔각정이 있어 거기다 그냥 텐트를 쳤던 것이다. 더 이상 이동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그냥 텐트 세팅을 했던 것이다.

 

텐트를 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하지만 바로 밥을 지어 먹을 수 없었다. 배멀미로 위액까지 쏟아낸 터라 내 뱃속이 음식물을 잘 소화할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죽을 먹으면 제격이었기에 그 길로 다시 저동항 부근 편의점으로 가, 동원 야채죽을 하나 사 먹었다. 울릉도에 입도해 처음으로 먹은 음식이 편의점 죽일 줄이야!

 

 

다음날.

 

육지에서 피로가 많이 쌓여서 그랬는지 잠은 잘 왔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울릉한마음회관이라는 관공서 앞에 야영지를 잡았지만 그럭저럭 하루를 잘 보낸 셈이었다. 텐트에서 나와 야영지 일대를 둘러보았는데 난 놀라운 풍광들을 보게 됐다. 내가 있던 울릉한마음회관은 저동재 중턱 부근에 있었는데 그 아래로 저동항 일대가 아름답게 펼쳐져 있던 게 아닌가! 내 눈은 휘둥그레졌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울릉도는 섬 전체가 비경을 품고 있기에 필자가 놀랄 일은 앞으로도 수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 도동일대: 도동은 울릉도의 중심지이다. 군청과 읍사무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 도동항: 도동항 일대는 울릉도에서 가장 번성한 지역이다. 한편 야간에

내수전전망대에 오르면 도동항과 저동항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 독도사랑호: 사동항 인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너무 원거리에 있는 배를 찍어서 그런지 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독도사랑'이라는 로고가 있어 한 컷 찍어 봤다.

 

 

 

* 도동항의 갈매기들: 울릉도는 갈매기들의 천국이었다. 은근히 도도한 녀석들이다.

 

 

 

▲ 거북바위 서면 통구미 마을 부근에 있는 거북바위다. 형상이

 기묘하여 사진동호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바위다.

 

 

 

 

▲ 거북바위와 내 자전거

 

 

 

 

 

 

▲ 울릉도 지도 포스팅의 이해 높이기를 위하여 지도를 가져와 봤다.

노란색 줄은 울릉도 일주도로를 뜻한다. 동북쪽 지역은

일주도로가 연결이 안 된 것을 지도상의 표시로도 알 수 있다.

 

 

 

 

 

 

내수전: 울릉읍에 있는 내수전. 울릉도에 가면 꼭 둘러봐야 할 곳 중에 하나다.  구름 사이로 펼쳐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 거북바위: 울릉도 서면에 위치한 거북바위. 생김새 자체가 워낙 독특하여 사진작가들에게 인기가 좋은 바위다. 바위 바로 옆에서 파도가 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배수구인지 시멘트 블럭 사이로 구멍이 몇 개 난 곳이 있었는데, 파도가 치면 그 구멍에서 분수가 뿜어지듯 물줄기가 차올랐다.

 

 

 

 

 

----> 전편에 이어

 

 

“배 타시려고요?”

“지금 출발하는 배가 있어요?”

“네. 편도 4만 9천원이에요.”

 

 

 

대합실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온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매표소 아줌마가 퉁명스럽게 말을 건냈다.

배가 있단다. 그런데 배에서 먹을 간식거리 같은 필요 물품들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강릉항 근처에서 1박을 하면서 그때 마트에 가서 물품들을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터미널 구조나 알아보려고 들어왔는데 바로 배가 있다니. 어차피 물품이야 울등도에 가서 구매를 하면 되지 않은가? 물론 울릉도 물가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말야. 인생사 타이밍아닌가! 지금 안 잡으면 또 언제 타이밍을 잡을 것인가.

 

나는 그 즉시 배에 올랐다. 알고 보니 그 배는 부정기편이었는데 그래서 승선 인원도 적었다. 나를 포함해서 40명도 안 되는 인원이 탑승을 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자전거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여유가 있었다. 강릉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차량 탑승이 안 되는 밀폐형 배다. 일명 박스(box)배로 불리는 쾌속정으로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로 해상을 질주를 하는 터라 승객 안전을 위해 그런 구조로 배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빠른 만큼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울렁증이 심하게 생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출항 직전에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구토용 검은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줄 정도였다.

 

까짓것 무슨 배멀미인가!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배를 타봤는데. 그동안 섬여행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데. 난 받아든 비닐봉지를 하찮게 여기며 그냥 쓰레기 비닐봉지로 사용을 할 생각을 했었다.

 

 

 

* 시스타(sea star)호 객실: 울릉도와 강릉항(구 안목항) 구간을 운항하는 쾌속정이다. 배수량 590톤에 433명을 태우고 3시간 정도로 강릉-울릉

구간을 주파한다.  한편 밀폐형 배라서 그런지 배멀미가 심하다. 사전에 배멀리 약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  북면 석포동: 울릉도 북면에 가면 석포동이 있는 그 곳에 석포전망대가 있다. 석포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이 험난 했는데, 그때 찍은 사진이다.

울릉도의 산길은 경사도가 급했다.

 

 

 

 

#울릉도여행의 팁: 멀리약을 챙기자!

 

깜빡 잠이 들었다 깼다.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왜이리 속이 울렁거리지? 울릉도에 간다고 이렇게 울렁거리나. 역시 울릉도는 내게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속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난 당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윀. 해상 날씨가 안 좋았던지 배가 요동을 쳤다. 다시 우윀. 난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아까 주문진에서 먹은 오징어가 꿈틀대며 내 몸에서 빠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또다시 우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선 인원이 별로 없어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도 구토를 심하게 하다 보니, 난 오기가 생겼다. 그래 몇 번까지 하냐, 한 번 카운팅을 해보자. 또 우윀. 총 여섯 번이었다. 총 여섯 번에 걸쳐 구토를 했다. 나중에는 개어낼 것이 없어서 그냥 위액이 쏟아졌다. 아까운 내 주문진 오징어들이 변기통으로 싹 다 쓸려 내려간 것이다.

 

필자도 느껴진다. 내게 가해지는 따가운 시선들. 좋은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이렇게 세밀하게 ‘우윀’ 장면을 묘사 하냐고 항의를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만약 이 기사를 식사 시간 전후로 읽으신 분들은 필자에게 엄청난 저주를 퍼부으실 것이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필자는 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이 부분을 세밀하게 그린 것이다. 그렇다. 배멀미를 주의하라는 것이다. 꼭 배멀미 약을 준비하신 후에 승선을 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자신이 배멀미에 강하다고 과신하지 마시고 미리 약을 준비하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배멀미를 앓으면 그만큼 자신도 괴롭고 향후 여행 일정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필자처럼 56일 동안 여행을 하실 시간적 여유가 없으신 분들은 돈 2~3천원 들여서 멀미약을 복용하신 후에 승선을 하시면, 더 기분 좋게 울릉도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필자가 독자들에게 드리는 첫 번째 울릉도 여행 팁이다.

 

여기서 잠깐! 당시 필자는 울릉도에 입도를 할 때까지 여행 경비로 110,000원을 지출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때가 여행 10일차였었다. 하루에 만 원 정도 썼는데, 7일을 머물렀던 울릉도에서는 얼마를 지출했을까? 항간에는 울릉도 여행이 제주도여행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울릉도의 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그럼 주머니가 가벼운 필자가 7일 동안 울릉도 곳곳을 다니면서 쓴 돈이 얼마일까? 필자는 놀 거 다 놀고, 볼 거 다 보면서 울릉도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을 텐데, 이거 경비 부족으로 울릉도가 자전거여행의 마지막이 되는 건가?

 

다음편을 기대해주시라. 울릉도에서 쓴 경비내역들을 올릴 생각이다. 가난뱅이 여행가가 고물가 지역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드릴 생각이다. 아웃도어여행 앞에 모든이들이 공평하다는 게 내 여행 철학인만큼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도 울릉도 여행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생각이다.

 

 

 

 

 

 

* 울릉도의 해양경찰차: 울릉도의 지형이 워낙 험난한 터라 경찰차도 힘이 좋은 4륜 구동을 이용한다.

 

 

 

 

 

 

*울릉도 저동항: 배에서 구토를 여섯 번이나 해서 그런지 넋이 빠진 모습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저동항에서 정신 좀 차리고 하다보니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 울릉도 서면: 서면의 딴바위 부근에서 한 컷. 울릉도는 그 자체가 출사지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었다.

차를 타고 지나갔으면 제대로 사진을 못 찍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 울릉도: 울릉도의 지형 저렇게 급경사지가 많다. 그래서 사진에서처럼 해안도로 주변에도 터널들이 많았다. 재미있는 것은 저 터널들이 단방향이라는 것이다.

신호에 따라 한 편에 있던 차들이 쫘악 지나간 후에야 반대편 차량들이 움직일 수 있었다.

 

 

 

 

*울릉도 터널: 터널이 단일 차선이다. 그래서 신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 울릉도의 도동: 도동은 울릉도의 중심지이다. 도동에는 군청과 읍사무소, 군의회 등등의 행정기관과 각종 편의시설들이 몰려 있다.

 하지만 도로사정은 매우 열악했다. 사진처럼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도로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 시스타호: 저렇게 시스타호 후미 부근에 자전거를 적재했다. 원칙적으로는 자전거 탑승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항 당시 워낙 사람들이 적게 승선해서 그냥 승무원들이 탑승을 시켜줬다. 본 사진은 창문 넘어로 찍었다. 운항중에는 승무원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선실밖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 태하 황토굴: 서면 태하리의 황토굴. 사진 오른쪽에 나오는 것처럼 이 동굴은 황토굴이다. 울릉도는 이렇듯 신비로운 지형들을 품고 있다.

조선시대에 파견관리들은 울릉도 순찰의 증거로 향나무와 태하황토를 제출해야 했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농땡이 치는 넘들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농땡이를 막으려는 장치가 있는 것이겠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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