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외수 작가와 필자 이외수 작가님의 패션 감각은 남달랐다. 파란색 바지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필자의 파란색 티셔츠와 묘하게 매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시 내 자전거에는 태극기와 함께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걸려있었는데 한국 대표팀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서 달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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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드디어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이었다.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6월이라 좀 이르긴 했지만, 당시 강원도 화천에서는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라는 문화 행사가 개최되었다.

평화와 안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평화'와 '안보'는 서로 접합 점을 찾을 수 없는 각 세력들이, 대표적으로 부르짖는 '프로파간다(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처럼 보인다. 소위 진보와 보수, 각 진영에서 그 낱말들을 중심으로 구심점을 삼아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피력한다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명칭을 내걸고 문화행사를 한다고 했으니 나도 처음에는 의심부터 품었다. 더군다나 문학축전 메인 행사는 <2012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이었는 데, 통상적인 백일장 행사는 반 나절 치기로 족하지 않던가? 그런데 2박 3일 동안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것 또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것들 사짜 아니야?'

 

 



▲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홈페이지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을 알리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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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안보가 공존한 <세계평화안보축전>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그저 그런 행사가 아닌, 꽤 의미 있는 행사였다. DMZ을 끼고 있는 최전방 강원도 화천이라면 평화와 안보가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난 '이외수'라는 이름 석자를 믿고 화천으로 나아갔다. 백일장 최고 상금이 천만 원인 터라 잘하면 여행비용 충당은 물론 유럽 여행까지 '한방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또 나는 자전거로 화천까지 왔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초반부를 문학축전에서 보낸 만큼 적어도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두고 1타 3피라고 해야 할까?

<2012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은 6월 15일(금요일)부터 2박 3일간 '평화의 종' 공원과 붕어섬 일원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산천어 축제는 한겨울에 진행되는 대표적인 얼음낚시 축제인데 군부대로 둘러싸인 화천의 이미지를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바꾸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붕어섬은 화천 읍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야외무대 및 편의시설이 있어 산천어 축제의 부대행사도 이 곳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붕어섬은 서울의 선유도 공원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데 거기에 야외공연장, 공원, 운동시설, 수상레포츠,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강원도 화천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산보 삼아 붕어섬을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거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실제로 인근 군부대에서 외박을 나온 군인 아저씨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붕어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 붕어섬 북한강을 뒷배경하여 붕어섬에서 한 컷 찍어봤다. 이렇듯 붕어섬은 상당히 좋은 출사지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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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에 붕어섬에서 캠핑하다 얼어 죽을 뻔 했다! 

 

그런 붕어섬에서 3일을 캠핑했다. 지갑이 얇은 관계로 숙소를 잡는 것은 내게 사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2박 3일을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보냈다면 바로 여행 예산이 바닥났을 것이다.

한편, 화천은 군부대가 몰려 있어 주말에는 외박 나오는 군인들 때문에 숙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문학 축전에는 500명의 예비문학인과 그 가족들이 참관하는 터라 가뜩이나 수용력이 한정된 화천의 숙소 문제를 더욱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나도 그런 의문이 들어 행사 스태프들이나 군청 관계자분들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해 보았다.

나의 '민원'이 잘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원래 붕어섬은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곳이지만, 나는 행사 기간 내내 캠핑을 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며 낭만의 섬, 붕어섬에서 캠핑을 하는 그 맛이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하실지 모른다. 아담하고 예쁜 붕어섬에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러워하실 거 없다. 6월 중순이었지만, 붕어섬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새벽에는 얼어 죽는 줄 알았다.

 



▲ 평화토크 왼쪽부터 공연기획자 탁현민, 작가 이외수, 개그맨 전유성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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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의 공원에서 행한 백일장대회

 첫째 날인 15일에는 사전 행사로 '평화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오프닝 멘트로 이런 말을 했었다.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외수한테 빚진 사람들은 다 화천으로 와라!"

그렇게 이외수 선생님에게 빚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16일에 있은 '평화의 종 콘서트'에는 김제동, 김C, YB 등 국내의 유명 뮤지션과 방송인이 출현하여 축제의 밤을 불태웠다. 달리 보면 이것이 소설가 이외수의 힘인 것 같다. 강원도 화천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학을 테마로 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문학축전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세계평화안보백일장'은 화천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의 종 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의 종 공원은 2009년도에 평화의 댐 바로 옆에 만들어진 공원으로, 그 곳 중심부에는 평화의 종이 걸려있었다.

평화의 종은 높이 4.7미터에 무게가 무려 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무척 특별한 종이다. 현재도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을 위해 그 평화의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백일장을 치르고 있을 때 종을 치니까 그건 별로였다. 전날 붕어섬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잤던 터라 집중이 안 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땡~'하고 종을 치니, 어쩌란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원고를 제출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하지만 1등이 아니더라도 2,3등 정도만 되도 여행비가 빠지고도 남으니, 한편으로는 느긋해 있었다.

 

 

 



▲ 평화의 종 평화의 종은 세계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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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장이 '꽝' 됐어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계속해야...

 


'2등 상금이 기백만 원 정도 되니까, 남은 여행을 좀 풍족하게 보낼 수 있겠군! 시간되면 정선에 있는 카지노에서 한판 땡기고 가야겠어! 푸하하!'

개뿔, 땡기길 뭘 땡겨! 결과는 꽝이었다. 붕어섬에서 벌벌 떨며 버텼던 지난 시간이 너무나 허무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승복을 해야지. 재미나게 화천 구경도 하고 했으니,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십 몇 년 전의 약속을 깨고 다시 와서 화천과 재회를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실 난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아웃도어를 하면서도 화천 쪽은 계속 누락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화천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화천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천국이었던 것이다. 아참,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했다고 한다.

그렇게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처음 시작되는 행사라 그런지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수상자들에게 미리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는지 상을 수여받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덤덤했다. 하물며 천 만 원의 상금을 받는 1등 당첨자의 모습은 덤덤하다 못해 무척 차분해보였다. 명색히 수상식이라면  '와!'라는 함성과 '어머 어떡해'라는 놀라움이 교차해야 하는데, <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의 수상식은 긴장감은커녕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 김C와 뜨거운 남자 평화의 종 콘서트에 오프닝을 맡았던 밴드 뜨거운 감자. 뜨거운 감자에서 김C는 기타 겸 리드보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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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자들이 수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주최측이 미리 수상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 같은데, 다음 대회부터는 그런 편법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은 백일장에 떨어졌다는 충격과 수상식에서 받은 허무감 때문에 화천에서 하룻밤을 더 지내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컸기에 그냥 화천에서 하루를 더 보내며 체력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 북한강가의 캠핑장 숙박 시설이 부족한 화천에서는 이렇게 군청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었다. 붕어섬의 맞은편에 있는 캠핑장인데 군청에서 운영하는 터라 비용이 무료였다. 그날 캠핑장에는 나 혼자였다. 무척 쓸쓸하고 추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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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동시에 게재합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 이 포스팅은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 원문 기사를 가져온 것입니다.

<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은 성공적으로 연재가 마무리 됐답니다!

 

 

 

 

 

* 북한강의 자전거도로: 화천에서 양구를 향해 가는 길. 이 길을 따라 시원하게 강변을 질주했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4편> 국토의 정중앙 양구를 가다!

 

 

2012년 6월 18일 월요일.

 


강원도 화천에서 행한 <평화안보백일장>의 쓰라린 패배를 뒤로 하고 나는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다. 내 스스로 생각해봐도 자전거여행에, 지역축제 방문을 접목하는 방식은 확실히 신선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몸은 많이 축났다. 그저 방문객의 입장에서 보고 즐기는 축제에 참가했으면 모르겠는데, 스스로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글쓰기 대회에 참여를 했으니, 예상치 못한 체력의 소진이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난 1등을 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1등은커녕 가작에도 못 들어, 인건비도 못 건졌으니 강원랜드에서 '한 판 땡길' 이유도 없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념으로 정선에도 가보고, 가리왕산도 탐방할 생각이었는데 애초 계획이 어긋난 것이다. 그래서 여행 경로를 수정했다.

 


화천 -> 양구 -> 인제 -> 양양 -> 강릉 ->울릉도

 

 

 

* 파로호 전망대: 파로호라는 명칭은 한국전 때 이 곳에서 중국 공산군, 즉 호로군을 격파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이 코스로 길을 잡았고, 실제로 이 코스로 주행을 했다. 그런데 이 코스에는 중간에 한계령이 자리잡고 있다.

한계령! 그 이름만으로도 아웃도어 여행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설악산 한계령!

일단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을 넘는다는 것이 무척 '환상'적인 일인데, 게다가 다른 고개도 아닌 한계령을 넘어간다는 것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화천에서 한계령으로 가려면 양구를 거쳐 가야 한다.

 


'국토중앙 양구'

 


위의 명칭은 양구군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지역을 두루 다니다보면 각 지자체마다 자신들의 특색을 슬로건화 해, 네이밍 한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 거창군은 '거창한 거창', 장흥군은 '정남진 장흥'

등으로 브랜드화 했다. 거창군의 '거창한 거창'이야 지역 명칭을 브랜드화 시켰음을 단 번에 알아낼 수 있지만 장흥군의 '정남진'이나 양구군의 '국토중앙 양구'는 쉽게 그 뜻이 와닿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정남진은 장흥군이 서울에서 정남쪽으로 있다하여 정남진이라는 명칭을 썼다고 했는데, 정동진을 빗대서 생각해보니 그 뜻을 쉽게 이해하게 됐다.

그럼 국토중앙 양구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양구군은 DMZ를 끼고 있는데... 조금만 더 가면 북한인데...

국토중앙 양구라는 슬로건은 남한, 북한을 뛰어넘는 한반도적인 슬로건이다. 휴전선 남쪽이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양구는 철책선에 갖힌 변방에 불과하지만 철책선을 걷어낸 후의 양구는 국토의 정중앙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국토중앙 양구라는 슬로건은 미래지향적이고 통일지향적인 구호라고 할 만 하다.

 

 

 

*국토중앙 양구: 한반도 중앙에 양구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

 

 

 


남쪽만 나와 있는 교통지도와 남쪽지역 날씨만 알려주고, 북한 지역은 '언저리'로 알려주는 날씨방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국토중앙 양구라는 슬로건은 죽비소리와도 같은 일침을 가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날 구글 어스에는 북한지역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옛날 <대동여지도>에는 남북한의 구분이 없지 않았던가? 지리적으로 남과 북을 구분하는 사고도 극복해야 할 분단고착적인 사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휴전선으로 남북이 갈려있다고 하지만 백두대간이 갈렸는가? 남쪽 백두대간이 따로 있고, 북쪽 백두대간이 따로 있겠는가? 다 똑같이 소중한 우리의 백두대간이지 뭐!

 


국토의 정중앙이라서 그런가? 양구를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근에 양구는 도로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 올 봄에 배후령 터널이 개통됐기 때문이다. 5.1Km라는 국내 최장거리 터널이 개통이 되어 양구와 화천을 오가는 길이 많이 편리해졌다고 한다. 기존의 양구는 소양호와 파로호를 끼고 있어 도로교통이 무척 불편했었다. 그 두 호수가 보기에는 아름다워도 길이 그 곳을 '뼁~'하고 돌아가야 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차에 배후령 터널이 개통되었으니 화천과 양구에 사시는 분들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난 왜 양구를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말을 했나? 이율배반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5.1Km나 되는 터널을 통과한다고 생각을 해봐라. 그거 정말 못할 짓이다. 400~500m 짜리 터널을 지나는 것도 정말 괴로운 일인데 무려 5.1km에 달하는 터널 구간을 지날 때의 고통이란! 내 고막을 도려낼 것 같은 자동차의 소음은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지나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이다. 그나마 뒤에서 오는 차가 승용차면 다행이지, 22톤짜리 바퀴 8개 달린 덤프트럭이 뒤따라온다고 생각해봐라!

 


그 긴 장거리 터널을 지나고 나니, 탈진할 정도로 온 몸에 기운이 빠졌다. 설상가상이라고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어둠속에서도 야영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여행일지를 보니, 난 양구군 양구읍에 있는 사명산 양구학생캠핑장에서 텐트를 쳤었다. 도착 시간을 보니 23시였다.

 

 

 

 

 

 * 소양호: 화천에서 양구로 가는 길에 한 컷

 

 

 

 

 

 

 *파로호 화천에서 양구로 넘어가기 위해서 파로호 인근을 지나야 했다. 멀리 파로호댐이 보인다

 

 

 

 

 

 

 

 

 

 

이외수 작가와 필자 이외수 작가님의 패션 감각은 남달랐다. 파란색 바지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필자의 파란색 티셔츠와 묘하게 매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시 내 자전거에는 태극기와 함께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걸려있었는데 한국 대표팀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서 달아본 것이다.

 

 

* 세계평화안보문학백일장에 참석한 외국인 대학생: 문학축전에는 각국에서 온 외국인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를 했다.

웃는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인 외국인 여대생이다. 이 분이 수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3편> 이외수 작가님은 나랑 잘 어울리셔!

 

 

 

 

---> 2편에 이어서

 


 

첫째 날인 15일에는 사전 행사로 '평화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기획자 탁현민 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오프닝 멘트로 이런 말을 했었다.


"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외수한테 빚진 사람들은 다 화천으로 와라!"


그렇게 이외수 선생님에게 빚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16일에 있은  '평화의 종 콘서트'에는 김제동, 김C, YB 등 국내의 유명 뮤지션과 방송인이 출현을 하여 축제의 밤을 불태웠다. 달리 보면 이것이 소설가 이외수의 힘인 것 같다. 강원도 화천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학을 테마로 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 이것이 그 유명한 평화의 댐이다. 북한 임남댐의 담수 능력을 엄청나게 부풀려, 북한의 수공 위협을 가공하여 자신의 정권 보위에 이용한 대단한 전두환 정권! 당시 임남댐이 대규모 방류를 하면 63빌딩의 허리까지 물이 찬다며 국민성금을 거두어들였는데... 당시 나도 돈 천원을 내야 했다. 내 돈 돌려줘라! 29만 7천원 밖에 없으신 분이라 골프장 갈 돈 밖에 없으시겠지 

 

  

 

 

 

문학축전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세계평화안보백일장'은 화천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의 종 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의 종 공원은 2009년도에 평화의 댐 바로 옆에 만들어진 공원으로, 그 곳 중심부에는 평화의 종이 걸려있었다. 평화의 종은 높이 4.7미터에 무게가 무려 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무척 특별한 종이다. 현재도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을 위해 그 평화의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백일장을 치르고 있을 때 종을 치니까 그건 별로였다. 전날 붕어섬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잤던 터라 집중이 안 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땡~'하고 종을 치니, 어쩌란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원고를 제출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하지만 1등이 아니더라도 2,3등 정도만 되도 여행비가 빠지고도 남으니, 한편으로는 느긋해 있었다.


'2등 상금이 기백만원 정도 되니까, 남은 여행을 좀 풍족하게 보낼 수 있겠군! 시간되면 정선에 있는 카지노에서 한판 땡기고 가야겠어! 푸하하!'

 

 

* 평화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공연기획자 탁현민

 

 

 

개뿔, 땡기길 뭘 땡겨! 결과는 꽝이었다. 붕어섬에서 벌벌 떨며 버텼던 지난 시간이 너무나 허무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승복을 해야지. 재미나게 화천 구경도 하고 했으니,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십 몇 년 전의 약속을 깨고 다시 와서 화천과 재회를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실 난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아웃도어를 하면서도 화천 쪽은 계속 누락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화천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화천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천국이었던 것이다. 아참,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을 했다고 한다.

 

 

 

* 김C와 뜨거운 남자 평화의 종 콘서트에 오프닝을 맡았던 밴드 뜨거운 감자. 뜨거운 감자에서 김C는 기타 겸 리드보컬이다.

 

 

 

그렇게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처음 시작되는 행사라 그런지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수상자들에게 미리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는지 상을 수여받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덤덤했다. 하물며 천 만 원의 상금을 받는 1등 당첨자의 모습은 덤덤하다 못해 무척 차분해보였다. 명색히 수상식이라면  '와!'라는 함성과 '어머 어떡해'라는 놀라움이 교차해야 하는데, <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의 수상식은 긴장감은커녕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입선자들이 수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주최측이 미리 수상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 같은데, 다음 대회부터는 그런 편법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은 백일장에 떨어졌다는 충격과 수상식에서 받은 허무감 때문에 화천에서 하룻밤을 더 지내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컸기에 그냥 화천에서 하루를 더 보내며 체력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백일장이 꽝이 됐어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계속해야 하지 않겠나! 

 

 

 

* 평화토크 왼쪽부터 공연기획자 탁현민, 작가 이외수, 개그맨 전유성씨다.

 

 

 

 

* 부다리터널: 춘천에서 화천을 넘어갈 때 넘어야 할 곳이다. 사실 터널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소음이 소음이 정말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 수 있는가? 가야 할 길이라면 가야지!

 

 

 

 

* 춘천 사북면: 춘천 사북면에서 저렇게 캠핑을 했다. 나는 버팔로 텐트를 구매해서 사용했는데

차후에 그와 관련하여 리뷰를 한 편 쓸 생각이다.

 

 

*평화의 댐 부근: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이 왜 남북으로 갈려야 하는가? 왜 아직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가?

평화안보 교육장으로 많이 이용되는 평화의 댐 부근은 정말로 평화로웠다.

 

 

 

 

 

 

 

 

 

 

*평화의 종: 평화의 종은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다. 2009년 평화의 종 공원의 개장식에

구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방문을 하여 화재를 낳은 바 있다.

 

 

 

 

 * ITX 객실 내부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 ITX는 경춘선이 복선화 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준 고속열차이다.

서울 용산역이 첫 시발역인데 이렇게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편리하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2편:

화천에서 세계평화안보 축제에 참석하다!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드디어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이었다.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6월이라 좀 이르긴 했지만 당시 강원도 화천에서는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라는 문화 행사가 하나 개최되었다. 평화와 안보?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평화'와 '안보'는 서로 접합 점을 찾을 수 없는 각 세력들이, 대표적으로 부르짖는 '프로파간다'처럼 보인다. 소위 진보와 보수, 각 진영에서 그 낱말들을 중심으로 구심점을 삼아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피력한다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명칭을 내걸고 문화행사를 한다고 했으니 나도 처음에는 의심부터 품었다. 더군다나 문학축전의 메인 행사는 <2012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이었는데 통상적인 백일장 행사는 반 나절치기로 족하지 않던가?  그런데 2박 3일 동안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것 또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것들 사짜 아니야?'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그저 그런 행사가 아닌, 꽤 의미 있는 행사였다. DMZ을 끼고 있는 최전방 강원도 화천이라면 평화와 안보가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난 '이외수'라는 이름 석자를 믿고 화천으로 나아갔다. 백일장 최고 상금이 천만 원인 터라 잘하면 여행비용 충당은 물론 유럽 여행까지 '한방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또 난 자전거로 화천까지 왔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초반부를 문학축전에서 보낸 만큼 적어도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두고 1타 3피라고 해야 할까?

 

 

*산천어와 수달: 화천의 상징은 산천어와 수달이다. 수달이 낚시대를 들고 산천어를 어획하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롭다.

 


<2012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은 6월 15일(금요일)부터 2박 3일간 '평화의 종' 공원과 붕어섬 일원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산천어 축제는 한겨울에 진행되는 대표적인 얼음낚시 축제인데 군부대로 둘러싸인 화천의 이미지를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바꾸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붕어섬은 화천 읍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야외무대 및 편의시설이 있어 산천어 축제의 부대행사도 이 곳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붕어섬은 서울의 선유도 공원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데 거기에 야외공연장, 공원, 운동시설, 수상레포츠,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강원도 화천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산보 삼아 붕어섬을 탐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거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실제로 인근 군부대에서 외박을 나온 군인 아저씨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붕어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붕어섬: 북한강을 뒷배경하여 붕어섬에서 한 컷 찍어봤다. 이렇듯 붕어섬은 상당히 좋은 출사지인 듯싶다.

 

 

그런 붕어섬에서 난 3일을 캠핑을 하며 보냈다. 지갑이 얇은 관계로 숙소를 잡는 것은 내게 사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2박 3일을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보냈다면 바로 여행 예산이 바닥났을 것이다. 한편 화천은 군부대가 몰려 있어 주말에는 외박 나오는 군인들 때문에 숙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문학축전에는 500명의 예비문학인과 그 가족들이 참관하는 터라 가뜩이나 수용력이 한정된 화천의 숙소 문제를 더욱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나도 그런 의문이 들어 행사 스태프들이나 군청 관계자분들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를 해보았다.

 

나의 '민원'이 잘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원래 붕어섬은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곳이지만 나는 행사 기간 내내 캠핑을 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며 낭만의 섬, 붕어섬에서 캠핑을 하는 그 맛이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하실지 모른다. 아담하고 예쁜 붕어섬에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러워하실 거 없다. 6월 중순이었지만 붕어섬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새벽에는 얼어 죽는 줄 알았다.

 

 

 

 

 

 

* 배후령을 넘는 자전거: 강원도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려면 배후령을 넘어야 한다.

명색히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서 그랬는지, 이번 여행에서는 고개를 무척 많이 넘었다.

 

 

 

 

 

 

 *북한강가의 캠핑장: 숙박 시설이 부족한 화천에서는 이렇게 군청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었다.

붕어섬의 맞은편에 있는 캠핑장인데 군청에서 운영하는 터라 비용이 무료였다. 그날 캠핑장에는 나 혼자였다. 무척 쓸쓸하고 추운 밤이었다.

 

 

 

 

 

 

 

 

 

 

 

 

 

 

 

 

 

 

 

 

 

 

 

 

 

 

 

 

 

 

 

 

 

 

 

 

 

 

 

 

 

 

 

 

 

 

 

 

 

 

 

 

 

 

 

* 충남 부여: 2009년 1차 국토종단 자전거여행 중에 한 컷. 자전거는 한편으로는 빨래 다이가 된다.

 

 

다시 자전거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난 올 여름 자전거로 백두대간을 누빌 생각이다.

앞뒤로 짐을 잔뜩 싣고 낑낑대며 백두대간을 오를 생각이다. 남들은 그 중노동(?)을 왜 사서 하냐고

하는데, 난 그 일이 정말 재밌다.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 정상까지 올라간 후 시원하게 들이키는  물 한 잔의

감흥이란! 그 기분을 아시는 분이라면, 분명 내 여행을 격려해 주실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행 루트를 나열하면 이렇다.

 

서울 신도림 -> 강원도 춘천까지 ITX로 이동 -> 강원도 화천 -> 횡성 -> 춘천-> 원주-> 영월 ->정선 -> 동해

-> 울릉도 -> 묵호 -> 경북 안동 -> 이후 백두대간을 타고 남행

 

거의 이동거리만 1,000Km가 넘을 것 같다. 또한 여행 일수도 30일 정도를 잡고 있다.

중간에 폭우가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염두하고 여행 일수를 늘려 잡은 것이다.

 

힘들고 외로운 길이지만 가야 한다. 돈이 없어 서러운 길이지만 가야 한다.

왜? 난 아웃도어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왜 난 백두대간을 동경하는 사람이니까!

백두대간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뭐 좋은 일 생기겠쥐!

 

아참, 여행의 시작점을 강원도 화천으로 잡은 것은 화천에서 <세계평화안보 축제>가

있어서이다. 가서 소설가 이외수씨도 만나고 좋은 대회에도 참여하고 할 생각이다.  

 

 

* 충남 천안: 2009년 1차 국토종단 자전거여행 때 충남 천안 외곽에서 한 컷 찍었음. 단독 여행이고 해서 혼자 밥 해묵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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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위해 구매한 물품들임.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이렇게 따로 물품을 구매해야 한다.

신형 디카추가: 261,000원

텐트 구매: 75,000원

GPS: 67,000원

타이어튜브: 20,000원

타이어교체: 25,000원

안장 패드: 12,000원

충전기: 10,000원

의약품.기타: 20,000원

식료품: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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