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재 표지석

 

 

 

 

 

 

전편 <충주미륵대원지>에 이어서...

 

미륵대원지 옆으로는 큰 마방터가 있다. 이전편에도 언급했듯이 미륵대원은 원(院)을 겸하고 있었다. 옛 통신교통 수단인 역원이 있었다는 건, 그 앞으로 길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 미륵대원지 앞으로는 하늘재라는 고갯길이 있다.

 

계립령 혹은 지릅재라고도 불리는 하늘재는 신라 아달라 이사금(왕) 때인 서기 156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보니 하늘재는 문헌상으로 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 됐다. 1900년도 더 지난 아주 오래전에 고갯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재 하늘재를 중심으로 미륵대원지가 있는 곳은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이고, 반대편은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다. 하늘재를 두고 한쪽은 미륵신앙을 받들고, 반대편은 관음신앙을 중시하는 모양새다. 그러고보면 하늘재는 불교 문화 전파에 중요한 행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마방터를 둘러 본 후 하늘재 표지석 앞에 있는 3층 석탑과 불두(부처님 머리)를 친견했다. 불두만 있는 것은 아무래도 석불을 만드려다 사정상 중지가 된 것 같았다. 얼핏봤을 때는 이스턴섬에 있는 모아이 석상처럼 보였다. 아니면 제주도의 돌하루방루방처럼 보이던가...^^

 

3층 석탑의 위치도 좀 애매했다. 하늘재 표지석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은 마방터 외곽이라 미륵대원지와는 거리가 좀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땅의 기운을 채우기 위한 비보의 의미로 세웠다는 게 중론이라고 한다.

 

 

 

 

 

* 3층석탑: 고려시대 만들어졌다. 하늘재 표지석 인근에 서 있다.

 

 

 

 

 

 

* 불두: 오른쪽에 불두가 있다.

 

 

 

 

 

 

 

자 이제 본격적인 하늘재 트레킹에 나서보자. 입구에서 하늘재 정상까지는 약 2km 정도인데 경사도가 급하지 않아 트레킹 초심자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울창한 숲길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 순간 콧노래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만큼 걷기도 편하고 탐방로도 잘 정비되어 있다. 옆쪽으로는 계곡물도 흐르고 있어 나름 여름에도 시원하게 걸을 수 있을 거 같다.

 

하늘재를 가다보면 '연아 닮은' 소나무가 있으니 한 번 눈여겨 보자. 김연아가 피겨 스케이팅을 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그런 명칭을 붙였는데... 정말 닮았나?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드디어 하늘재 정상에 도착했다. 해발이 525미터다. 출발점 고도가 높아서인지 겨우 2km를, 그것도 순하게 이동했는데 그 높이에 닿은 것이다. 하늘재에 닿으니 시야가 넓어졌다. 옆쪽으로 암반면이 드러난 포암산이 반겨주고 있었다. 역시 돌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물론 거기를 올라가면 힘들지...^^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라 그런지 당연히 산신각이 있었다. 간단히 합장을 하고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는데... 중국풍이었다. 기왕 그리는 거 산신령님은 우리풍으로 그리는게 맞지 않나? 호랑이도 백두산 호랑이로 그려야 제 맛이지. 호랑이가 뱅골 호랑이였던 거 같았다...ㅋ

 

상주쪽으로 넘어갔다. 도를 넘은 것이다. 그런데 상주쪽 하늘재는 아스팔트 길이었다. 더이상 걸을 이유가 없었다. 단전된 느낌이었다. 인근에 있는 문경새재는 그렇게나 잘 관리를 하면서... 사람들은 흙길, 숲길을 걸으려고 하지 아스팔트를 걸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당연한 것이다.

 

하늘재는 조령, 즉 문경새재가 개통되면서 그 위치를 상실해간다. 문경새재는 조선 초기 서울에서 동래까지 영남대로가 만들어지면서 함께 개통이 된 것이다.

 

삼국 항쟁기에는 온달 장군이 '계립령 서쪽이 돌아오지 않으면 나도 돌아오지 않겠다'고 할만큼 전략상으로 무척 중요했던 곳. 고려 후기 공민왕이 홍건적들의 침입을 피해 몽진을 할 때 넘었던 그 고개. 망국의 한을 품은 신라의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도 눈물의 발걸음을 했을 그 하늘재!

 

이렇듯 이 땅의 고개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고, 그 발걸음들은 수많은 이야기거리들을 길 위로 뿌려댔던 것이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있는 발걸음을 미륵리석조여래입상은 큰바위 얼굴처럼 묵묵히 지켜보고 계셨겠지!

 

 

 

 

 

 

* 마방터

 

 

 

 

 

 

 

* 하늘재

 

 

 

 

 

 

 

* 연아 닯은 소나무

 

 

 

 

 

 

 

 

* 하늘재: 정상석

 

 

 

 

 

 

 

* 포암산

 

 

 

 

 

 

 

 

 

 

 

 

 

 

 

* 미륵리5층석탑

 

 

 

 

 

 

 

2021년 3월 8일 월요일.

 

이날은 충청북도 충주에 있는 미륵대원지와 계립령을 탐방하러 갔다. 이 답사기는 3월 31일에 작성하고 있으니 거의 20일 만에 정리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가 게으른 것도 있지만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다. ^^

 

미륵대원지는 온천으로 유명한 수안보에 자리잡고 있다. 정확히는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이다. 서울에서 수안보까지 다이렉트로 도착하는 시외버스를 타면 가장 좋다. 하지만 그 버스편이 많지가 않다. 수안보의 명성이 예전만 못한 것이다. 차선책이 있다. 동서울이나 강남터미널에서 충주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 것이다. 생각보다 버스편이 꽤 많아서 좋다. 이후 충주터미널에서 수안보행 시내버스를 탄다. 수안보행 시내버스도 적은편이 아니다. 어쨌든 수안보는 미륵대원지를 가기 위한 전진 기지가 되는 셈이다.

 

2016년이었다. 당시 필자는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라는 곳에서 시행하는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를 하고 있었다. 보건, 위생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트레킹을 리딩하는 것이었다. 문경새재 트레킹을 리딩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교육 프로그램보다 필자의 트레킹 강의가 훨씬 더 인기가 많았다. 수강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으로 우천시에도 우비를 뒤집어 쓰고 문경새재를 누볐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당시 강사료도 짭짭했는디...ㅋ

 

갑자기 이렇게 문경새재에 대해서 언급하는 건 이유가 있다. 문경새재의 전진 기지도 수안보이기 때문이다. 수안보에서 미륵리 방면으로 가면 미륵대원지가 나오고, 괴산군 연풍면 연풍리 방면으로 가면 문경새재가 나온다. 문경새재를 두고 충북 괴산군 쪽에서는 연풍새재라고 부른다.

 

미륵대원지든 문경새재든 둘 다 아름다운 곳이다. 국내여행을 좋아하시고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두 곳 모두 방문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륵대원지는 하늘재라고도 불리는 계립령이 있어 이 둘을 묶어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수안보에서 미륵대원지까지는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뚜벅이가 택시를 타다니! 그래도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었다. 중간에 월악산 국립공원을 지나가는데 눈이 호강할 정도로 아름다운 숲길이 펼쳐져 있었다. 그 울창한 숲길에는 인적도 없고 차편도 드문드문이라 참 묘한 느낌이 들더라.

 

미륵대원지에 들어섰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북향을 향하고 있다는 미륵리 석조여래입상을 친견할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드디어 이곳에 왔구나!

 

'에이~ 이게 뭐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공사중이었다. 공사장 가림막 넘어 곁눈질로 친견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유일의 북향 석불을 보러왔더니만 곁눈질이라니!

 

 

 

 

 

 

 

*미륵대원지: 미륵대원지에 있는 대표적인 석물들을 한 컷에 담아보았다. 미륵리5층석탑, 미륵리석등,미륵리사각석등.

 

 

 

 

 

 

 

미륵대원지(彌勒大院址)는 충북과 경북을 잇는 하늘재에 자리잡고 있는 사찰로 원(院)을 겸하고 있는 특별한 형태의 절이었다. 원은 공적인 임무를 띈 관리나 상인들에게 숙식과 편의를 제공하는 공공 숙소를 말한다. 원은 대개 말을 다루는 역(驛) 인근에 설치하였다. 이를 두고 역원(驛院)제도라고 불렀다. 역원은 30리마다 세워졌는데 중앙의 행정력을 지방까지 빠르게 전달하는 첨병 역할을 했다. 조치원, 퇴계원이 바로 그 역원이었다. 그래도 가장 유명한 지명은 어디? 이태원이다. 우리가 아는 그 이태원! 이태원이 원래 클럽이 즐비한 곳이 아니었다니깐~!^^

 

보물 제96호인 충주미륵리석조여래입상은 미륵대원의 본존불이었다. 미륵리석불도 고려 초기에 만들어져서 그런가? 키가 엄청 크시다. 무려 10.6미터에 달하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불인 관촉사 은진 미륵이 약 18미터에 달하는 거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10미터가 넘는 큰 석불이 산 중에 있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실제로 석불 뒤편에 올라서면 가까이로는 북바위산 일대가, 멀리는 월악산의 영봉 일대가 보인다. 그 광경을 보면 석불이 북향을 향하는게 아니라 주위 산들을 굽어보시는 거 같더라.

 

물론 이런 장면은 사진 속에서 봤다. 지금은 공사중이니까...

 

미륵대원은 석굴사원이다. 거대한 암석을 쪼개서 굴 형식으로 만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석굴 사원이다. 돌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감실을 만들고 그 가운데에 거대한 충주미륵리석조여래입상을 모신 것이다. 처음에는 지붕 역할을 하는 목조 건축물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되는데 지금은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돌들이 석불에 둘러져 있으니 석굴사원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더불어 공사 이전에는 뒤편까지 올라갈 수 있어 석불이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시선에는 월악산 영봉 일대가 보이는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공사중이라 석불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미륵리 석불의 강한 기운을 느끼고파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그런 아쉬움은 충주 미륵리 오층석탑에 투영할 수밖에 없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해야 하나?

 

보물 제95호인 미륵리 오층석탑은 높이가 6미터에 달한다. 바로 뒤에 있는 석불도 크고 석탑도 크다. 얼핏보면 6층 석탑같은 이 석탑의 기단은 자연석에 가까워보인다. 앞쪽에 있는 돌거북처럼 그 자리에 있던 자연석을 다듬어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탑신과 옥개석을 올려 지금의 석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1층 탑신은 기단처럼 아주 거대하지만 2층 탑신은 확 줄어든 모습이 정교성을 떨어뜨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차피 뒤에 있는 석불도 디테일은 떨어지니까. 필자는 그런 덜 정교하고 더 순박한 불교 미술도 좋아한다. 정교한 것은 정교한대로 투박한 것은 투박한대로 눈길이 가는게 우리들의 시선이 아니겠는가.

 

 

 

 

 

 

* 미륵리석조여래입상: 옛날 사진을 필자의 카메라로 찍었음.

 

 

 

 

 

 

 

미륵리사각석등, 미륵리석등, 거북바위, 온달장군 공기돌 등등... 미륵대원지는 협소한 공간에 문화재들이 오밀조밀하게 뭉쳐있고, 옆쪽으로는 새로 지은 절이 있어서 그런지 다른 폐사지와는 달리 분주함이 느껴졌다. 다른 페사지에서 느꼈던 허허로움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띄엄띄엄이지만 계속해서 탐방객들이나 기도객들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곳에 문화해설사가 배치되었을까!

 

다른 페사지에도 보물이나 문화재들이 많이 남아있다. 국보급 문화재를 품고 있는 페사지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도 어김없이 허허로움이 강하게 밀려든다. 넓디넓은 공간에 덩그러이 남아 있는 석조물들이 세상사의 흥망성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서다.

 

하지만 미륵대원지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으니 폐사지의 느낌이 덜하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폐사가 된 것도 사람 때문이겠지만 그 곳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도 사람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 것은 누가뭐래도 미륵리 석불이다. 다른 폐사지에는 석불이 없으니 덜 할 수밖에 없지만 미륵대원지에는 석불이 있으니 발걸음이 분주할 수밖에... 그렇게 필자의 발걸음을 이끈 것도 미륵리 석불 때문이었지.

 

미륵대원지 옆쪽으로는 넓은 마방터와 3층 석탑, 또 불두(부처님 머리)가 있다. 그 옆쪽으로는 하늘재 입구가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편에서~

 

 

 

 

 

 

* 거북바위: 미륵대원지의 마스코트 같은 거북바위. 형태를 봐서는 당연히 등에 비석을 올려놓았을 거 같은데 인근에서 비석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이 형태가 최종결과물인 셈이라 더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 미륵리석조여래입상과 5층석탑: 빨리 공사가 끝나길 기원해본다.

 

 

 

 

 

 

* 미륵리석등

 

 

 

 

 

 

 

 

* 미륵리사각석등

 

 

 

 

 

 

 

 

* 공기돌: 온달장군이 가지고 놀았다는 공기돌. 그럼 온달장군은 헤라클라스인가? 충북 일대에는 온달장군과 관련된 설화가 아주 많이 있다.

 

 

 

 

 

 

 

* 미륵대원지 가는법

 

1. 동서울터미널에서 수안보행 시외버스 탑승. 편수가 많지 않음. 약 2시간 40분 소요. 이후 미륵대원지행 시내버스 탑승. 거리는 약 11km임.

 

2. 서울강남터미널이나 동서울터미널에서 충주터미널행 고속버스(시외버스) 탑승. 이후 미륵대원지행 시내버스 탑승. 미륵대원지행 시내버스는 충주시내에서 출발하고 수안보를 경유함. 충주버스터미널에서 미륵대원지까지는 약 33km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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