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첫 장에 2019년 목표를 적어놓았다. 남들처럼 연초에 결심하는 뻔한 것들을
기술하였다. 어차피 그렇게 정한 목표들이 성공할 거라고 기술한 건 아니었다. 작심삼일은
둘째치고, 해당 목표들이 성공 / 실패로 딱 떨어지는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 불교, 생태에 관심 갖기
2. 독서 많이하기

뭐 이런 목표들을 성공 / 실패 틀거리로 담아낼 수 있겠는가? 난 계속 불교와 생태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한 시간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불교와 생태에 대한 나의 내공이 확
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실패를 하지 않았지만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독서도 그렇다. 책을 계속 읽고 있기는 하지만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실패를 하지 않았지만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런데 올해 확실히 한 가지 성공한 목표가 있다. 이제 상반기가 지났을 뿐인데...

3. 트레킹 코스 60개 이상 확정하기

정확히는 2019년 7월 3일 현재 58개이니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정을 앞둔 예비 코스가 3개이니 목표 성공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트레킹으로 밥을 먹고 사는 나에게 트레킹 코스는 생명줄과도 같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하지만 코스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뭐 그까이거 지도보면 다 나오는 거 코스 하나 짜는 게 뭐가 어렵다고 징징대고 있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까이거 대충~' 하기에는 코스 만들기라는게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나 혼자 행하는 트레킹이라면 고민을 할 필요도 없지! 하지만 난 수강생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대중트레킹 강사다. 대중트레킹을 행하는 만큼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춰 코스를 기획해야 한다. 

* 역사유적이 있어야 한다.
* 화장실이 최소 2개 이상되야 한다. 
* 숲길이 적어도 50%이상 되어야 한다. 
* 스토리텔링이 있는 코스여야 한다. 
* 전망대가 있으면 좋다.
* 팔각정 같은 시설이 있으면 좋다. 우천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 계절적 특성에 맞는 코스가 좋다. 갈대가 있는 구간은 가을, 봄꽃이 피는 구간은 봄에 배치한다.
* 너무 완경사로만 다니면 지루할 수 있다. 적절한 높낮이가 있어야 한다.

혼자 다닌다면야 이런거 저런거 다 고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트레킹으로 밥을 먹고 살려면 이런거 저런거 다 고려해야 한다. 그게 수강생들이 내게 바라는 점이다. 

하여간 요즘 트레킹 코스를 짜기 위해서 열심히 발걸음을 분주히 옮겨댔다. 10km 짜리 코스를 만들기 위해 100km를 탐방한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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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렇게 일정이 반복되다 보니 좀 탈이 났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강행군을 하다보니 몸살이 제대로
걸린 것이다. 뭐 일하다보면 몸살도 걸리고 약도 먹고 그러는 거지... 

그렇게 몸살을 걸리면서까지 움직였더니 2019년 목표 중에 한가지를 조기 달성하게 된 것이다. 

* 트레킹 코스 60개 이상 확정하기!!!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 아직 하반기가 남아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다니! 내일은 내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해야겠다. 맛난 거라도 하나 사 먹어야지.

목표가 조기에 달성됐다고 하더라도 난 앞으로도 계속 답사를 다녀야 한다. 

* 트레킹 코스 75개 이상 확정하기!!!

목표를 상향했기 때문이다. 올 해까지는 힘들고, 내년 2020년까지 달성할 생각이다. 시간적 여유는 있으나 좀 만만치 않은 구간을 탐방해야 한다. 몸살약을 달고 살아야 하나? 조절 좀 하면서 다닐란다. 

트레킹 강사가 체력이 저질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잖아! ^^;
 


















이제 서울에도 슬슬 봄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축제의 계절이 눈 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럼 걷기 대회도 곧 열리겠구만! 

이제까지 내가 트레킹 코스를 잡을 때 몇가지 원칙이 있었다. 

1. 숲길 비율이 최소 50% 이상 되어야한다. 
2. 문화재 포인트가 최소 2개 이상 되어야한다. 
3. 전망대가 있어야한다. 
4. 화장실이 있어야한다. 
5. 대형 코스 안내지도가 있으면 좋다.

물론 이 모든 걸 충족하는 딱 떨어지는 코스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대한 여기에 맞추려고 노력을 했고,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코스에 대해서는 크게 욕을 먹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코스를 기획해낸 것에 대해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했다...ㅋ

잠깐! 여기서 내가 예상한 트레킹 인원은 20명이다. 아무리 많아도 25명 이상이 넘지는 않는다. 그 이상 넘어가면 트레킹 강의의 질이 확 떨어진다. 중구난방이 되고 돗대기 시장이 되버린다. 

하지만 1000명이 모이는 행사를 위한 코스 기획이라면!!! ㅋ

 

서울명산트레킹이라고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코스 2개 정도를 기획하는 임무를 맡았다.
1000명이 모이니 말 그대로 사이즈부터 달라진다. 위에서 언급한 원칙들은 아예 쓸모가 없어졌다. 대신 출발점과 종료점에 반드시 행사 진행용 광장이 필요했다. 


소규모 코스 기획도 해보고, 대규모 코스 기획도 해보고...ㅋㅋㅋ


둘 다 재밌기는 했는데 역시 나는 소규모 기획을 더 잘하는 거 같다. 저 원칙을 깨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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