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

드디어 책이 나왔다. 발간일 2023년 9월 1일.

누구는 자신의 실물 책을 보면서 감격도 하고,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오프라인 서점 매대에 가서 은근 슬쩍 자신의 책을 중앙으로 옮겨놓기도 한단다. 하지만 필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앓던 이 하나가 빠진 것처럼 좀 후련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 원고를 건성으로 작성해서 그런가? 아니면 그동안 책을 많이 냈나?

이 책은 너무 늦게 나왔다. 첫 꼭지를 2013년에 썼으니 10년이나 걸려서 출간이 된 것이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초고를 쓴 지가 오래되서 그런지 중간에 상황이 확~ 바껴 다시 작성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해당 부근에 지하철이 개통되면 그거에 맞춰 집합장소와 종결장소가 변경된다. 또한 그에 맞게 코스 자체도 변경된다. 코스가 바뀌니 원고를 재작성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크게 4번 정도 갈아 엎었다. 재작성 수준의 리라이팅을 4번씩이나 하다보니 나중에는 원고를 검수하는 것조차 신물이 날 정도였다.

사진은 또 어떻고! 시간이 길어지다보니까 사진도 크게 갈이를 해야했다. 탐방 사진이야 패션 사진처럼 유행을 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현재성을 유지해야 하니까.

거기서 거기인 트레킹 원고, 뭐하러 그렇게 갈아넣으며 작성하느냐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쓰면서 햄스트링 건염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축구 선수나 걸리는 햄스트링을 트레킹하다가 걸린 것이다. 한편 이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린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어차피 가족이나 지인들의 주머니를 공략할 게 아닌가?

사실 이 책은 기성 출판사에서 여러번 퇴짜를 맞았다. 처음에는 퇴짜를 맞으니 얼얼했지만 나중에는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면서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어차피 돈도 안 되는 책, 내가 출판사차려서 내가 만들어보자. 잘나도 내 원고, 못나도 내 원고가 아닌가!'

코로나가 한참 맹위를 떨치던 2021년 가을경에 역사트레킹북스라는 1인 출판사를 창간하게 된다. 그때 이미 원고의 90%가 준비되긴 했지만 사정이 있어 2023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편집과 디자인작업이 끝나고 인쇄를 할 시기였는데 약 3주간의 공백이 생겼다. 편집 작업이 끝날 때가 8월 초순이었는데 이 시기에 인쇄소가 휴가 기간이었다. 인쇄업 특성상 휴가를 함께간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 번 맥이 끊기니 3주나 지체가 됐다. 역시 땡길때 땡겨야 하는 거다!

예전부터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이 있다.

'나무한테 미안한 짓은 하지 말자!'

인쇄소에 원고를 넘기면서 저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어봤다.

서점과 계약을 하느라 판매 시기가 늦춰졌다. 끝날때까지 계속 늦춰졌다. 어쨌든 이제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같은 서점에서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을 구매할 수 있다. 10년 간의 노고가 이제 결실로 다가와야 하는 시기다. 그러고보니 곧 추석이네~

지금 다시 책을 응시했는데 역시 별 감흥이 없다. 첫 책인데도 그렇다. 그저 무언가 내 몸에서 툭툭 털려나가는 느낌이들 뿐이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허허로운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별 감흥은 없지만 이것만큼은 말하고 싶다.

이 책은 그저 앉아서 쓴 책이 아니다. 두 발로 빚은 책이다. 손은 그저 글씨를 옮겼을 뿐 발로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다.

글에서 발냄새가 나나?ㅋ


 

교보문고 바로가기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987565

알라딘 바로가기

http://aladin.kr/p/c4heK

예스24 바로가기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425606

 









 * 안산 자락길: 서대문 안산 자락길 표식
        








요즘도 가끔가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트레킹으로 먹고 살 수 있어요?"

그런 질문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입 속에서 우물거리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하지만 대응능력은 예전보다는 좀 더 나아졌다.

"우리나라에서 글만 써서 밥 먹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요?"
"거의 없지 않나요."
"그렇죠. 거의 없죠. 이 트레킹 바닥은 그것보다 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걷기열풍이 휘몰아치지 않았던가. 그에 편승되어 각 지자체에서 앞 다투어 도보여행길을 개설하지 않았나. 그렇게 만들어진 트레일(trail:오솔길)이 무려 2만km가 넘는다. 또 아직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길 열풍은 또 어떤가.

참 아이러니컬하다. 그렇게 트레킹에 대한 물리적인 저변이 크게 확장됐음에도 트레킹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니! 

솔직히 나도 트레킹만으로 먹고 사는 입장이 못 된다. 얼마 전에도 시멘트 포대를 좀 날랐다. 각기목도 나르고. 공사판에서 일을 했던 것이다. 또 요즘은 추석 시즌이라 농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공사장일도 농장일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 자리에서 일당을 딱딱 받는 재미가 있으니까. 또 삼시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을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트레킹으로 먹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적어도 트레킹과 관련된 일로 생활이 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필자: 남도의 어느 임도 길에서.     




● 트레킹의 정확한 어원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더 많이 답사를 다니고, 더 많이 자료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적절할 때 '아재 개그'를 터뜨려서 참가자들의 배꼽을 빠뜨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트레킹이든 답사여행이든 재밌어야하니까.

어쨌든 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트레킹의 어원을 잘못 쓰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아래는 그와 관련된 이야기다.

최근 몇 년간 거세게 일어났던 도보여행 덕분일까? 우리는 트레킹(trekking)이라는 낯선 단어를 꽤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물며 이 글의 서두에서는 '트레킹으로 먹고 살 수 있냐'는 질문까지 적시되어 있다.

그렇듯 우리는 트레킹이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고 있다. 그것도 그냥 액면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접두사까지 붙여서 사용한다. 힐링트레킹, 숲길트레킹, 봄꽃트레킹 등등...








 * 공산성: 공산성 성곽길을 걷고 있는 도보여행자.      
        





한마디로 '트레킹'이란 명칭은 이제 우리에게 '등산'이란 단어만큼이나 친숙해진 말이 됐다. 하지만 트레킹이란 말은 자주 입에 올려도 그 어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싶다.

트레킹은 남아프리카의 보어인들이 소달구지 등을 이용하여 정처 없이 이동한다는 것을 그 어원으로 두고 있다. 여기서 보어(bore)인들은 네덜란드에서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지칭한다. 즉 보어인들은 남아프리카 지역의 원주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들은 백인이었고 네덜란드어를 썼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트레킹(trekking)이라는 말도 네덜란드어 'trek(끌기, 이동)'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일부에서는 보어인들을 남아프리카 원주민으로 잘못 설명하고 있다. 남아프리카의 원주민은 흑인인 줄루족인데도 보어인들을 원주민으로 잘못 지칭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어원 설명도 뒤바뀌어 버렸다.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썼던 말을 남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썼던 말로 잘못 설명한 것이다.

그 설명대로 하자면 넬슨 만델라도 보어인이 된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때문에 온갖 박해를 받은 넬슨 만델라가 보어인이 되는 것이다. 보어인들은 아파르트헤이트를 정책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어원 설명이 잘못되다보니, 나머지 사실들도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참고로 만델라는 줄루족이 아닌 템부족 출신이다. 줄루족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수 종족이다.

일부 도보여행 전문가들의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온라인 백과사전에도 그런 식으로 트레킹의 어원 설명을 잘못 기재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사안은 확실하게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삼신봉: 지리산 삼신봉. 1284고지에 위치한 삼신봉. 저 곳에 올라서면 지리산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져진다.










● 트레킹 VS 등산

사실 트레킹의 어원이 네덜란드이든 남아프리카이든 걷기에 나선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걷기가 트레킹으로 불리든 도보여행으로 불리든 배낭을 둘러메고 나서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트레킹의 장점일 것이다. 트레킹의 효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동어반복이 될 수 있다. 트레킹 좋은 거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차라리 누구나 다 아는 트레킹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보다 등산과 비교하는 것이 더 알찬 일이 될 것이다.

등산은 '산에 오른다'라는 말처럼 수직적인 개념이다. 이에 비해 트레킹은 수평적인 개념이다. 산에 올라야 하기에 등산의 등판각은 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비해 산 주위를 둘러가는 트레킹은 등판각이 완만하다. 거의 평지를 걸을 때도 있다. 그렇게 완만한 길을 걷기에 등산보다는 관절에 부담이 덜 한 것이다.

관절의 부담만 덜한 것이 아니다. 심장의 부담도 덜하다. 등산 시에는 종종 호흡이 가팔라지지는 경우가 있지만 트레킹을 할 때는 그렇게 심장박동이 빨라질 일이 별로 없다. 그렇게 완만함이 유지되다 보니 접두사가 붙여질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풍류, 역사, 봄꽃, 인문학 등등...

그런 접두사들은 테마로 도출된다. 한마디로 테마트레킹이 되는 것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이 '헥헥' 거리는 게 아니라 느긋하게 걸어 다니니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추석 연휴도 막바지를 향해간다. 한 해의 소출을 거두는 귀중한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가을걷이가 이루어지는 들녘은 언제 봐도 풍요롭다.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농부들의 미소가 달덩이처럼 보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모두 다 보름달 같은 미소로 추석 연휴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나도 보름달 같은 미소를 짓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머뭇거렸지만 내년에는 당당히 답을 하고 싶다.

"트레킹으로 먹고 살 수 있어요?"
"네, 많이는 못 벌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 안산 자락길: 안산 자락길을 산책하는 모습.


















안녕하세요?


늦은 명절 인사올립니다! 추석은 잘 보내셨습니까?


미리미리 인사를 올렸어야 하는데... 제가 요즘에 다음카카오에서 펀딩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함께걷는 서울트레킹>이라는 펀딩이지요. 전에도 관련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사진 하단 빨간 박스에서 보듯, 이번에는 '트레킹으로 밥 먹고 살 수 있어요?'라는 글을 발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이 다음 메인면에 올라갔네요.


포털 1면에 올라간 게 뭐 대단한 일은 아닐 겁니다. 1면에 올라간다고 로또 맞는 것도 아니고...ㅋㅋㅋ   그리고 전에도 몇 번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우리사회에서 포털의 위력이 강력하다고 하지만, 그래서 그 포털의 1면에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인 저의 삶에는 뭐 그닥...


그래도 작은 선물이나마 추석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이런 것들이 하나 하나 쌓여서 큰 보름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 보름달이 크게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머리 위에도 넉넉한 한가위 보름달이 비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대낮처럼 주위를 밝혀주는 보름달이 있기에 추석 명절이 더욱더 정감가니까요.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817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