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암: 본전인 대웅전과 삼층석탑

 

 

 

 

 

 

 

2021년 6월 13일 일요일

 

이날은 광주광역시에 있는 무등산 일대를 탐방했다. 정확히는 광주 동구에 있는 증심사와 약사암을 방문했다. 뭐 정상까지 가고 싶었지만 워낙 공사가 다망하다보니...^^ 그래도 천 년 고찰을 동시에 두 개나 방문을 했다. 무등산에 온 보람이 있었다.

 

광주는 여러번 방문했었다. 배낭여행 뿐아니라 예전 자전거여행을 행했을 때도 여러번 방문했었다. 광주 시내로 들어갔다가 길을 헤매인 것이 기억난다. 원래 자전거여행이나 장거리도보여행을 할 때는 대도시의 중심지는 피해야 한다. 길을 헤매일 수도 있고, 자동차들로 인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도시는 경유지 개념으로 방문해서 그랬는지 그곳에 자리잡은 산들도 그렇게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광주의 무등산, 대구의 팔공산, 부산의 금정산 등등... 하지만 이제는 대도시의 큰 산들도 좀 다녀볼 생각이다. 지역의 산들이 주는 매력이 있듯이 도시의 산들이 주는 매력도 있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어졌다. 광주 지하철을 타고 학동증심사역에서 하차를 했다. 증심사까지 시내버스를 탈까 하다 그냥 하천변을 걷기로 했다. 증심사천. 3km정도였는데 무등산을 바라보면서 걸으니 걸을만 했다.

 

해발 1,187미터인 무등산(無等山)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 혹은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이라는 뜻이다. 1972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13년에 국립공원으로 승격되었다. 그런 무등산에 천년고찰인 증심사(證心寺)가 자리잡고 있다.

 

증심사는 후기 신라시대인 860년(헌안왕4)에 철감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이후 여러번의 중창이 있었다. 한국전쟁 때 큰 피해를 입어 대다수의 전각들이 불탔다. 지금의 건물들은 1971년 이후에 지어진 것들이다.

산 중에 있는 사찰이라 그런지 산지가람형을 띄고 있었다. 일주문부터 아주 가파르게 올라갔다. 그렇게 산을 깎아 단을 쌓고 건물을 올려야 했으니 사찰 경내가 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무등산을 대표하는 사찰이라는데 그 명성에 비해서는 좀 아담할 정도였다.

 

 

 

 

 

 

 

 

 

 

* 증심사 오백전: 오백전과 삼층석탑. 오백전은 조선시대 만들어졌고, 석탑은 후기 신라시대에 제작됐다.

 

 

 

 

 

 

 

 

 

*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

 

 

 

 

 

 

 

증심사에서 눈여겨 볼 문화재들은 대웅전 뒤편에 몰려있다. 먼저 1609년(광해군2)에 지어진 오백전을 살펴보자. 정면 3칸 측면 3칸인 이 오백전은 오백나한상이 봉안되어 있다. 세종 시기였던 1443년, 당시 전라도 관찰사였던 김방은 자신의 사제를 털어 증심사를 중창한다. 이때 오백나한상을 봉안하게 된다. 막돌허튼층 쌓기로 높은 단을 쌓고 그 위에 두리기둥을 올려 오백전을 지었다.

 

무슨 말인가? 막돌허튼층 쌓기는 무엇이고? 두리기둥은 또 무엇인가? 외계어인가?ㅋ 막돌허튼층 쌓기는 다듬지 않은 막돌을 층층이 쌓았다는 것이다. 막돌로 쌓아 올리니 층계가 확 드러나지 않고 불규칙하게 쌓이게 된다. 막돌허튼층 쌓기라고 막돌로만 쌓지는 않는다. 막돌과 막돌 사이에 찐득찐득한 진흙을 채워넣기도 한다. 호박돌로 쌓아 올린 돌담을 생각해보시라. 본드보다 더 강력한 진흙으로 돌과 돌을 붙여놓았다.

 

그럼 두리기둥은 무엇인까? 배흘림기둥은 들어봤는데 두리기둥은? 두리기둥은 원형, 즉 둥근기둥을 말한다. 배흘림기둥이 같은 원형기둥이면서 중간 부분이 똥배처럼 불쑥나왔다면 두리기둥은 똥배없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일하게 통원형 스타일을 유지한다.

 

막돌허튼층 쌓기, 두리기둥...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말들을 사용하다보니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이렇게 또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 않은가!^^

 

다시 오백전 이야기. 오백전에 봉안된 오백나한상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다른 점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그럼 시간이 너무 오래걸리나?

 

오백전 앞에는 후기 신라시대에 세워진 증심사 삼층석탑이 자리잡고 있다. 2단 기단으로 이루어진 삼층석탑은 높이가 3.2미터로 좀 아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증심사 삼층석탑은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보물이 아닌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어 있다. 오백전도 조선 후기 한옥 양식을 지녔음에도 보물이 아닌 광주광역시 유형문화재 13호 지정되어 있다.

 

이외에도 오백전 옆에는 고려시대에 만든 오층석탑과 조선시대 만든 칠층석탑이 있다. 그러고보니 증심사에는 신라, 고려, 조선 등 각기 다른 시대의 탑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자 이제 오백전 옆에 있는 비로전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곳에 또 귀한 문화재가 있다. 신라 후기인, 9세기경에 만들어진 철조비로자나불이 바로 그것이다. 철조비로자나불은 원래 옛 전남도청 자리에 있던 대황사에 있었다가 1934년에 지금의 증심사로 옮겨졌다. 이때 조선시대에 만든 칠층석탑도 함께 옮겨왔다. 대황사는 조선 말기에 폐사가 됐다고 한다.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은 전체적으로 늘씬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도 작게 표현되어 있다. 워낙 우리나라 불상, 보살상들이 후덕한 모습을 많이 하고 있는터라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의 모습이 좀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높이 90cm의 이 불상은 재료의 성분이 거침없이 드러난 것처럼 전체가 초코렛빛깔을 띄고 있다. 그 검은 빛깔 마디마디에 새겨진 선과 선이 정교함으로 가득차 있다.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은 철로 튼튼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천 년의 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보존 상태가 상당히 좋다. 그래서 보물 제 131호로 지정되어 있다.

 

증심사 탐방은 참 유익했다. 메인 등산로 곁에 있는 사찰인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호젓한 사찰 탐방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무등산 중턱부에 있는 약사암을 향해 간다.

 

증심사 일대는 예로부터 차밭이 유명했다. 증심사에서 차 공양을 위해 재배했던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이 경영을 하다 광복 후에 허백련이라는 분이 인수하였는데 그는 고유의 차를 재배하는 등 차 문화 발전에 큰 공헌을 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등산로에 차 향이 풍기는 것도 같고...^^

 

 

 

 

 

 

 

* 증심사 대웅전

 

 

 

 

 

 

 

* 증심사 오층석탑과 칠층석탑

 

 

 

 

 

 

 

 

무등산 약사암은 증심사에서 약 1km 정도 올라가면 닿을 수 있다. 약사암도 증심사를 세운 철감선사 도윤이 개창한 사찰인데 처음에는 인왕사라고 불렀다. 이후 고려 예종 때 혜조국사 담진이 중창을 하면서 약사암으로 이름을 고쳤다.

 

약사암에서 가장 주목해서 볼 문화재는 보물 제600호로 지정되어 있는 석조여래좌상이다. 약사암 석조여래좌상은 9세기인 후기 신라시대에 제작되었다. 석불 양식은 석굴암 석불에서 정점을 찍게 된다. 이후에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개성이 살아있는 형식으로 변모해 간다. 아무래도 신라후기에서 고려 초기에는 지방호족 세력들이 강성해지는데 그런 사회상이 반영된 것일테지. 약사암 석조여래좌상도 그런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목재 건물에 돌로 만든 석불이 주존불로 모셔져 있어 좀 독특해보였다. 돌로 만든 대좌도 있고 해서 석조여래좌상은 수미단에 올려져 있지 않았다. 중간에 단을 싹뚝 잘라서 홈을 만들고 그 안에 석조여래좌상을 모셨다. 그것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하긴 그 무거운 석불을 나무로 만든 수미단에 올려놓는다고 생각해보라. 올려놓는 순간 우루르 무너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증심사 철조비로자나불도 그렇고 약사암 석조여래좌상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불상이 아니어서 더 눈길이 간다. 이 귀중한 문화재들을 볼 수 있으니 필자는 행운아인가?^^;

 

본전 건물을 나오니 무등산 새인봉이 한 눈에 들어왔다. 새인봉은 봉우리가 옥새처럼 생겼다하여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 본전 앞에는 약사암 삼층석탑이 사찰의 중심을 잡고 있다. 후기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아직 문화재지정이 안 됐다. 문화재지정이 안 됐다고 하더라도 삼층석탑은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 천 년의 세월을 약사암과 함께 했으니까.

 

새인봉과 어우러진 약사암의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대도시에 있는 사찰이 이렇게나 호젓할 수 있다니!

다음에 무등산을 가면 증심사와 약사암을 또 방문할 생각이다. 그때는 정상도 한 번 찍고 오는거야?ㅋ

 

 

 

 

 

 

 

 

* 약사암 석조여래좌상

 

 

 

 

 

 

 

 

* 약사암 석조여래좌상: 수미단에 홈을 내서 봉안했다.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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