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타이밍, 강릉항에서 타이밍을 잘 잡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5] 강릉항에서 울릉도행 배를 타다

 

 

 

 

 

12.10.22 21:23l최종 업데이트 12.10.22 21:23l
곽동운(artpunk)

 

 

 

 

 

 

▲ 주문진항의 블르야크 ?산에 갔다, 바다에도 갔다 내 자전거인 블루야크 종횡무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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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3일 토요일: 여행 10일차



설악산 한계령이 '원통'함을 풀어주어서 그랬는지 다음 일정은 좀 수월한 편이었다. 이전 여행기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계령, 특히 양양군 방면의 경사도는 상당했다. 가뜩이나 브레이크가 잘 안 드는 중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지라,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내 마음은 콩닥콩닥했다. 난 자전거 속도 측정용 GPS를 가지고 여행을 떠났는데 당시 순간 시속이 65km까지 찍혀 있었다. 그런 한계령을 사고 없이 무사히 통과했으니 정말 감사할 일이었다.

무사히 강원도 양양군에 도착한 나는 양양군 현남면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강릉항(구 안목항)을 향해 출발했다. 일명 낭만가도라고 불리는 7번 국도를 따라 양양군에서 강릉시로 이동을 한 것이다.

 

 

 


▲ 주문진항 주문진항의 오징어잡이 배들. 그냥 주문진항은 '항구 한바퀴'놀이를 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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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에게는 낭만, 자전거에게는 비낭만

낭만가도. 물론 그곳이 낭만 가도이기는 했다. 푸른 동해바다를 배경삼아 시원하게 내달리는 것 자체가 낭만적인 일이 아닌가? 그때 옆에 사랑하는 이가 동승하고 있다면 그 낭만은 두 배, 세 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낭만가도를 짐 40Kg이 실린 블루야크(내 자전거 이름)를 끌고 혼자 낑낑거리며 페달을 굴린다고 생각해보라! 낭만이 아니라 낭패지!

필자는 7번 국도를 달리는 이들의 낭만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에서부터 부산까지 연결된 종단 국도로 유명 해수욕장과 리조트들을 많이 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비수도권 국도치고는 교통량이 상당히 많고 차들도 과속을 많이 하고 있었다. 또한 유명해수욕장 주변에는 교통정체 현상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갓길이 잘 발달이 되어 있냐? 그것도 아니다. 자동차들과 노면을 같이 써야 하는, 나 같은 자전거족들에게 7번 국도는 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도로였던 것이다. 물론 군데군데 자전거도로가 놓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일부 구간에 한정된 시설이었다. 나도 낭만을 느끼고 싶어 가끔 느긋하게 주행을 했는데 그때마다 뒤에서 나는 '빵빵' 소리에 산통을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편 흉하게 서있는 동해안 철책선도 낭만가도의 낭만성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푸른 동해바다와 고운 모래사장을 철책선와 함께 감상해야 하는 게 썩 유쾌하지가 않았었다. 철조망 너머의 동해바다는 그저 해류의 흐름이 있을 뿐 남북으로 갈라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 주문진오징어 문제의 그 오징어다. 한편, 이 사진을 보니 그때의 오징어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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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천 원에 두 마리, 주문진항에서 오징어로 배를 채우다

그런 비낭만적인 난관들을 뚫고 강릉시 주문진항에 도착했다. 주문진항에 도착을 하니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오징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나는 맥주를 마실 때도 새우깡보다는 오징어땅콩을 선택할 정도로 오징어를 좋아한다. 그런 차에 주문진항까지 왔으면서 그냥 갈 수 있겠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주문진항은 매년 10월경에 <오징어축제>를 개최할 만큼 오징어 산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오전 10시 30분 경에 주문진항에 도착했었다. 이리저리 주문진항과 어시장 구경을 하며 '시장 한 바퀴 놀이'를 했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 자체가 좋은 관광명소인 것처럼 주문진항과 어시장 자체도 좋은 볼거리였다. 시장 한 바퀴 놀이를 끝낸 후 난 오징어 회를 파는 곳으로 갔다. 항구에서는 통상 만 원에 4마리를 팔았는데, 나는 혼자였기 때문에 아주머니들이 내게만 5천원에 2마리를 팔았다. 거기에 회 뜨는 비용 천 원이 추가됐다. 항구를 둘러보니 거의 다 가족단위나 연인단위였지 '뻘쭘'하게 혼자 다니는 사람은 나 말고는 거의 없는 듯싶었다. 더군다나 혼자 와서 오징어를 사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 자신이 초라하면 어떤가? 오징어가 맛있는데. 초장에 착착 찍어 맛나게 먹었다. 혼자서 두 마리를 다 먹기에는 버거웠지만 '우구적거리며' 그냥 다 먹었다. 그 아까운 걸 그냥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오징어로 뱃속을 든든히 채운 후, 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강릉항에 가서 울릉도로 향하는 쾌속선을 타야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울릉도로 가려고 몇 번 시도를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실패를 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다. 돈이 없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고, 태풍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제주행 여객선보다 비싼 배 삯에 쓴 입맛을 다시며 발길을 돌려야 했고,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태풍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했다. 그만큼 울릉도는 쉽게 나를 반겨주지 않는 곳이었다.

 

 

 

 



▲ 동해바다 여름바다이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되지 않아서 그랬는지 좀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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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0분경.

강릉항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는 오전에 딱 한 편만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여객터미널 방향으로 향했다. 배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지 물어도 보고, 사전에 동선도 파악할 생각이었다.

"배 타시려고요?"
"지금 출발하는 배가 있어요?"
"네. 편도 4만 9천원이에요."

대합실로 자전거를 끌고 들어온 내 모습이 이상했는지 매표소 아줌마가 퉁명스럽게 말을 건냈다.

 

 

 

 

# 인생사 타이밍! 여행도 타이밍! 


배가 있단다. 그런데 배에서 먹을 간식거리 같은 필요 물품들을 구매하지 않았는데. 강릉항 근처에서 1박을 하면서 그때 마트에 가서 물품들을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터미널 구조나 알아보려고 들어왔는데 바로 배가 있다니. 어차피 물품이야 울등도에 가서 구매를 하면 되지 않은가? 물론 울릉도 물가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말야. 인생사 타이밍아닌가! 지금 안 잡으면 또 언제 타이밍을 잡을 것인가.

나는 그 즉시 배에 올랐다. 알고 보니 그 배는 부정기편이었는데 그래서 승선 인원도 적었다. 나를 포함해서 40명도 안 되는 인원이 탑승을 했던 것이다. 그런 만큼 자전거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여유가 있었다. 강릉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차량 탑승이 안 되는 밀폐형 배다. 일명 박스(box)배로 불리는 쾌속정으로 선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속 50Km 이상의 속도로 해상을 질주를 하는 터라 승객 안전을 위해 그런 구조로 배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속도가 빠른 만큼 파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울렁증이 심하게 생길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출항 직전에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구토용 검은 비닐봉지를 하나씩 나눠줄 정도였다.

까짓것 무슨 배멀미인가!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배를 타봤는데. 그동안 섬여행을 얼마나 많이 다녔는데. 난 받아든 비닐봉지를 하찮게 여기며 그냥 쓰레기 비닐봉지로 사용을 할 생각을 했었다.

 

 

 



▲ 시스타(sea star)호 울릉도와 강릉항(구 안목항) 구간을 운항하는 쾌속정이다. 배수량 590톤에 433명을 태우고 3시간 정도로 강릉-울릉 구간을 주파한다. 한편 밀폐형 배라서 그런지 배멀미가 심하다. 사전에 배멀리 약을 준비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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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여행의 팁: 멀리약을 챙기자!

깜빡 잠이 들었다 깼다.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왜이리 속이 울렁거리지? 울릉도에 간다고 이렇게 울렁거리나. 역시 울릉도는 내게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속에서 무언가가 뿜어져 나올 기세였다. 난 당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윀. 해상 날씨가 안 좋았던지 배가 요동을 쳤다. 다시 우윀. 난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아까 주문진에서 먹은 오징어가 꿈틀대며 내 몸에서 빠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또다시 우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승선 인원이 별로 없어 화장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도 구토를 심하게 하다 보니, 난 오기가 생겼다. 그래 몇 번까지 하냐, 한 번 카운팅을 해보자. 또 우윀. 총 여섯 번이었다. 총 여섯 번에 걸쳐 구토를 했다. 나중에는 개어낼 것이 없어서 그냥 위액이 쏟아졌다. 아까운 내 주문진 오징어들이 변기통으로 싹 다 쓸려 내려간 것이다.

필자도 느껴진다. 내게 가해지는 따가운 시선들. 좋은 것도 아닌데 왜 굳이 이렇게 세밀하게 '우윀' 장면을 묘사 하냐고 항의를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만약 이 기사를 식사 시간 전후로 읽으신 분들은 필자에게 엄청난 저주를 퍼부으실 것이다.

 

 


▲ 울릉도 저동항 배에서 구토를 6번이나 해서 그런지 넋이 빠진 모습에서 인증샷을 찍었다. 저동항에서 정신 좀 차리고 하다보니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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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뱅이들을 위한 울릉도여행!

 

하지만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필자는 몇 가지 당부를 하려고 이 부분을 세밀하게 그린 것이다. 그렇다. 배멀미를 주의하라는 것이다. 꼭 배멀미 약을 준비하신 후에 승선을 하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자신이 배멀미에 강하다고 과신하지 마시고 미리 약을 준비하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배멀미를 앓으면 그만큼 자신도 괴롭고 향후 여행 일정에도 막대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필자처럼 56일 동안 여행을 하실 시간적 여유가 없으신 분들은 돈 2~3천원 들여서 멀미약을 복용하신 후에 승선을 하시면, 더 기분 좋게 울릉도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것이다. 이게 필자가 독자들에게 드리는 첫 번째 울릉도 여행 팁이다.

여기서 잠깐! 당시 필자는 울릉도에 입도를 할 때까지 여행 경비로 110,000원을 지출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때가 여행 10일차였었다. 하루에 만 원 정도 썼는데, 7일을 머물렀던 울릉도에서는 얼마를 지출했을까? 항간에는 울릉도 여행이 제주도여행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울릉도의 물가가 비싸다는 것이다. 그럼 주머니가 가벼운 필자가 7일 동안 울릉도 곳곳을 다니면서 쓴 돈이 얼마일까? 필자는 놀 거 다 놀고, 볼 거 다 보면서 울릉도의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었을 텐데, 이거 경비 부족으로 울릉도가 자전거여행의 마지막이 되는 건가?

다음편을 기대해주시라. 울릉도에서 쓴 경비내역들을 올릴 생각이다. 가난뱅이 여행가가 고물가 지역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보여드릴 생각이다. 아웃도어여행 앞에 모든이들이 공평하다는 게 내 여행 철학인만큼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도 울릉도 여행을 재밌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 생각이다.

 

 

 



▲ 시스타호 저렇게 시스타호 후미 부근에 자전거를 적재했다. 원칙적으로는 자전거 탑승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항 당시 워낙 사람들이 적게 승선해서 그냥 승무원들이 탑승을 시켜줬다. 본 사진은 창문 넘어로 찍었다. 운항중에는 승무원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선실밖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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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바우길 강릉에도 도보여행 길이 있다. 일명 바우길이다. 소설가 이순원씨가 이 바우길 개척에 참여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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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진어시장 주문진항 바로 옆에 있는 어시장이다. 그냥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구경거리다. 우리동네 낭만고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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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오두막 내가 오징어회를 먹고 있는데 대가족이 몰려왔다. 그래서 난 냉큼 자리를 비켜줬다. 꿔다 둔 보리자루 마냥 내 자전거가 저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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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울릉도는 그 자체가 출사지가 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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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포항 일대 북면 현포항. 이국적인 모습이 들 정도로 참 아름다운 풍광이다. 저런 곳에서 낙조를 본다면 더욱더 멋질 것 같다.

 

 

 

 

 

* 현포항: 정말 멋있다!

 

 

 

 

---> 전편에 이어서

 

 

 

 

 

#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팁

 

필자는 2012년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울릉도에 머물렀다. 6월 29일까지 쓴 비용은 29만7000원이었다. 이를 다시 울릉도에서만 지출한 비용을 계산해보니 19만6000원이었다. 여기에 강릉-울릉도 여객선 왕복요금인 9만8000원을 빼보니 9만8000원이 되었다. 즉 약 7일간 울릉도에 있으면서 9만8000원으로 여행을 한 것이다. 이 비용에는 태하 모노레일 비용, 섬목-저동 구간 배 삯, 울릉도 군내버스 비용 등이 다 포함된 것이다.

 

물론 필자는 텐트를 치고 밥을 지어 먹으며 여행을 하는 터라 위와 같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저렇게 가난뱅이처럼 다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을 위한 울릉도 탐방에 대한 팁을 드리려고 한다.

 

울릉도는 숙박이나 음식점의 90%가 울릉읍 저동-도동-사동에 밀집되어 있다. 그래서 읍내를 빠져나오면 호젓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울릉도도 성수기 시즌에는 민박 잡기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은 성수기 시즌을 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울릉도 중심가만 빠져나오면 텐트 칠 곳은 아주 많기에 캠핑 장비를 완비했다면 여름에도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천부항: 천부는 북면의 중심지이다. 천부에 면사무소와 함께 버스종점이 있기 때문이다. 울릉도 버스노선의 주선은 도동-천부 라인이다.

만약 북면 일대에서 해안도로 걷기를 하신다면 천부항은 꼭 방문하시게 될 것이다.

 

 

 

* 관음도: 울릉도의 또다른 자랑거리인 관음도다. 사진에서도 보듯 현재 관음도는 다리로 울릉 본섬과 연결이 되어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본인이 관음도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관음도에 진입을 할 수 없었다. 입구는 공사중이었는데, 관리자가 없었다.  

 

 

 

 

 

 

# 버스와 도보를 결합한 여행이 울릉도 여행으로 제격!

 

울릉도의 해안은 그 자체가 명품이다. 그래서 울릉도의 일주도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 일주도로가 해안가를 끼고 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주도로를 걷는 여행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일주도로가 걷기에 편한 것은 아니다. 길을 가다보면 입출입이 한 곳인 단방향 터널이 나온다. 그런 터널을 걸어서 넘어가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필자는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넘었는데, 어찌나 차들이 빨리 다니는지 등 뒤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울릉도에는 단방향 터널이 여러 곳이 있는데, 신호를 잘 받으면 한 번에 여러 터널을 쉽게 건널 수 있는 구조였다. 반면 신호를 놓치면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터널에서 차들이 빨리 지나갔던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도보로 터널을 지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해안가 걷기는 북면 일대가 최적이었다. 내가 시시포스 놀이를 했던 항목령을 넘으면 북면 현포항이 나온다. 이곳부터 섬목까지는 걷기도 좋고, 풍광도 멋있다. 그 길을 따라가면 코끼리 바위나 삼선암, 관음도 같은 멋진 풍광을 시원스럽게 볼 수 있다.

 

울릉도는 버스 운행이 자주 있는 터라 버스와 도보를 결합하는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버스가 1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데 시골버스치고는 상당히 자주 운행하는 편이다. 중요 관광지를 둘러보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다음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여행 중에 만난 대학생들은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버스 요금도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울릉도 시내버스의 기점인 도동 읍사무소 입구에서 북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천부까지 거리는 30Km가 넘는다. 여행일지를 찾아보니, 6월 26일(여행13일차)에 나는 천부항 인근에 텐트와 자전거를 주차해 놓고 도동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앞서 언급한 '일몰 관광버스'를 이용했던 것이다. 당시 왕복요금으로 3000원 정도를 지불했으니 무척 저렴하게 여행했던 셈이다.

 

다른 지역의 시골버스 같은 경우는, 30Km 이상 이동했으면 편도 요금만 3000원이 넘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울릉도 버스-도보를 결합한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면 굳이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고도 재미난 여행을 할 수 있을 듯싶다. 물론 이런 방식은 단독이거나 소규모 팀으로 움직여야 가능할 것이다.

 

걷기를 하다 식사를 못할 경우도 생길 것이다. 울릉도의 경우 면소재지 정도에 가야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전거여행 중에 거의 매일 5끼를 먹었다. 영양보충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 중에 3식은 시리얼과 두유로 해결을 했다. 우유보다는 두유가 보관하기가 편하고 유통기간이 길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하니 무척 간편했다. 또 시리얼과 두유를 섭취하면 영양공급 문제가 해결이 되는 장점도 있었다.

 

 

기왕 하는 여행, 맛집도 다니고 그래야 하지 않냐고? 맛집 기행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무슨 재미냐고? 혼자 몸으로 식당에 들어가면 식당 주인이 별로 안 좋아한다. 서울이야 혼자 밥먹는 사람도 많지만 유명관광지는 단체손님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냥 눈치 보면서 밥먹는 것보다 시리얼로 때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한 끼 식사 정도는 그런 식의 행동식을 섭취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맛집 너무 좋아하지 마라. 남이 맛있다고 해도 나한테는 별로일 수 있는 게 음식이다. 음식 맛이라는 건 매우 주관적인 개념 아니겠는가?

 

전쟁 때는 주먹밥 먹고도 전투를 잘 했다고 하지 않던가! 주먹밥보다는 두유나 우유에 시리얼 둥둥 띄어서 먹는 게 더 맛있을 것이다. 가난뱅이 여행자라면 이런 정도는 감수를 해줘야지!

 

 

 

 

 * 관음도: 석포전망대에서 찍었다.

 

 

 

▲ 석포전망대에서 본 관음도: 석포전망대에서 본 관음도이다. 석포전망대에 오르면 저런 멋진 풍광들을 볼 수 있다.

한편 관음도에는 다리가 놓였지만, 필자가 입구에 갔을 때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관음도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 관음도의 다리: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은 관음도 입도 편의를 위해 마련된 엘레베이터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공사중이었다.

 

 

 

 

* 소라계단: 태하모노레일 옆으로는 소라계단이 있다. 소라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해안산책로가 나온다. 전편에 나온 소라계단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보았다.

 

 

 

 

 

* 나리분지 가는 길: 나리분지는 울릉도 유일의 평지 구간이다. 나리분지를 가기 위해서는 또 꾸불꾸불한 길을 올라가야 한다.

 

 

 

 

* 나리분지를 알리고 있는 표지판: 나리분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천부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물론 난 그냥 걸어 올라갔다.

 

 

 

 

* 나리분지: 울릉도 유일의 평지라 그런지 경작지가 잘 마련되어 있었다.

 

 

 

 

 

* 울릉도의 투막집: 투막집은 울릉도의 기후조건과 섬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많은 강우와 강설이 내리는 기후 조건이 울릉도에서 투막집을 짓고 살게 했던 것이다.

 

 

 

 

 

*울릉도의 우데기

 

 

 

* 나리분지 캠핑장: 나리분지 캠핑장은 울릉도 유일의 공식 캠핑장이다. 캠핑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시원하게 삼림욕을 할 수 있다.

 

 

▲ 북면 석포 인근의 해안가: 석포 인근에는 삼선암이나 딴바위 같은 큰 바위들이 해안도로 주변에 위치해 있다.

사진에 나오는 '물개바위'도 석포 일대에서 볼 수 있다. '물개바위' 뒤편으로 보이는 섬은 관음도이다.

석포전망대에서 보는 관음도의 풍광은 일품이었다. 한편 '물개바위'는 필자가 임의적으로 네이밍을 해 본 것이다.

 

 

 

 

 * 저동항: 울릉도여행을 마치고 다시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을 하기 위해 저동항으로 돌아왔다. 사진 중앙에 있는 배를 타고 다시 강릉항으로 되돌아 갔다.

 

 

 

▲ 태하 산책길에서 서면 태하 모노레일 인근에는 소라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을 타고 오르면 해안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바위투성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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