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백두대간 종단이었으나 끝은 대폭 수정

[중부내륙자전거 여행 2편] 실패(?)한 여행의 기록들___ 2부 

 

 

 

 

 

 

 

 

 

나는 춘천 도심지를 떠나 홍천으로 길을 잡았다. 역시 첫 날이라 그런지 몸이 풀리지 않은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춘천에서 홍천가는 길에는 왜그리 오르막이 많던지! 당시 여행일지를 찾아보니 오후 8시에 원창고개 도착, 오후 9시 40분 모래재 도착이라고 적혀 있었다. 모래재에 도착했을 때, 이미 주위는 암흑으로 변한 뒤였다. 달빛도 없어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갓길도 없는 춘천-홍천간 국도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달빛도 없어 적막한데...'

콘플레이크를 두유에 말아 저녁식사를 했다. 서울에서부터 품고 왔던 그 우쭐함과 시건방은 이미 어둠속으로 사그러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근사한 야영지에서 멋진 '파티'를 벌이겠다는 계획도 이미 암흑 속으로 자취를 감춘 뒤였다.

자칫하면 캠핑은커녕 야산에서 노숙을 해야 할 판이었다. 장거리 여행 경력이 풍부한 나에게 노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모기였다. 모기와 정면 승부를 벌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새벽에 강원도 모기와 맞대결을 한다고 생각해보시라! 웬만한 공포영화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소름이 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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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부내륙자전거여행 시작은 우쭐했으나 끝은 쪼글아 들었다. 백두대간-남해바다횡단이 중부내륙자전거여행으로 축소 변경되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경북 문경에서 경남 거창까지는 시외버스를 타고 '점핑'을 했다. 라이더로서 반칙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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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많이 잘못됐어. 첫날부터 꼬여버렸어. 완전 꼬여버렸어!'

그랬다. 첫 단추가 잘못 끼어지니 마지막까지 엉켰던 것이다. 여정도 대폭 축소가 되었고, 몸도 종합병원으로 변하고 말았다. 실제로 여행 중에 나는 허리가 아파서 드러누웠고, 위장병 때문에 밤잠을 설쳤으며, 이빨에 이상이 생겨 얼굴이 퉁퉁 부은 상태로 이동을 해야 했다. 한마디로 여행 내내 약봉지를 달고 살았던 셈이다.

하지만 가장 안타까웠던 건 여정이 대폭 축소되었다는 점이다. 여행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중간에 경남 거창에서 사과작업을 했는데 그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졌던 것이다. 사과작업을 하느라 에너지도 많이 허비됐고, 추석은 코 앞으로 다가왔고... 그렇게 되다보니 중간 기착지가 종착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결국 여행 명칭도 '백두-남해 자전거여행'에서 '중부내륙자전거여행'으로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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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영월 영월의 서강이다. 영월 지역은 자전거여행이 아닌 도보여행으로 많이 방문을 한 지역이었다. 트레킹 여행을 했던 곳을 자전거여행으로 다시 왔으니 그 감회가 새로웠다. 이 서강은 그 유명한 동강과 합수되어 남한강을 이룬다. 남한강은 단양을 거쳐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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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

그러고보면 여행도 우리들의 인생살이처럼 딱, 딱 안 떨어진다. 그런면에서 우리들의 손에 들린 건 네모가 반듯한 벽돌이 아니라 모양도 제각각인 퍼즐이 아닌가 싶다. 차곡차곡 반듯하고 미끈하게 나의 성을 쌓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외형이 울퉁불퉁한 퍼즐 조각들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

그 퍼즐 조각을 긁어모아다 하나하나 끼워 넣기도 힘든 일이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그렇게 고생해서 맞춘 퍼즐의 최종 결과물이 어떤 것인지 우리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대박이라고 생각해서 열심히 끼워 맞췄는데 쪽박을 찰 수도 있고, 쪽박만 면했으면 하는 심정으로 끼웠는데 예상치 못한 대박으로 '해피엔딩'을 맞을 수도 있는게 우리들의 인생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이번 여름 정기 투어는 쪽박이었다. 엉뚱한 퍼즐 조각들을 긁어모아 가지고 와서 대박이 나올 것처럼 우쭐해 있었던 것이다. 쪽박을 찼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열심히 여행기를 작성해서 문제점을 찾아야지! 그래야 다음에는 대박을 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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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조라떼 녹조가 일어났다는 것은 수질이 개선됐다는 것'이라는 MB 말씀에 그저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 말대로 녹조가 수질 개선의 징표라면 깊은 산 속 청정계곡에도 녹조가 발생하길 간절히 기원해야 할 판이다. 8월 하순경, 충북 단양군 고수교 부근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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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 남한강 단양군의 고수교. 필자는 강원도 영월을 거쳐 단양으로 입성했다. 한편 바로 위에 사진처럼 녹조가 낀 남한강은 흉물스럽다. 같은 강인데 왜 4대강 사업이 진행된 남한강은 '녹조라떼'가 되고, 4대강 사업에서 제외된 영월 서강은 푸른 물결을 드러내고 있을까? 둘 중에 어느 강이 더 수질이 좋은가?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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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사실 이 여행기는 이미 한 달 전 쯤에 작성된 것이다. 처음 기사를 작성했을 때는 바로 송고를 할 셈이었는데 중간에 계속 일이 생겨 송고시기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인생사 타이밍'이라고 기사 작성도 타이밍이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는 허송세월을 보내다 그 시기를 놓쳐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본 기사와 이후에 나올 후속 여행기들을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굳이 좋은 이야기 거리를 사장시킬 필요는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시기를 놓쳤든 아니든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물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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