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누구는 술부터 찾을 수도 있다. 또 누구는 사우나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제일 먼저 숲이 떠오른다.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를 맡다보면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그 나무들 사이로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축축한 흙 냄새가

전해져 얼굴에 생기가 감돈다.

 

녹색의 싱그러움이 가득찬 숲길은 현대인들에게 인간 본원의 감정들을 요동치게한다.

도시의 단절된 공간에서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근원적인 물음 혹은 관념들이 숲길에서는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된다.

 

-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당신도 자연의 일부다.

- 마지막으로 손에 흙을 묻힌 적이 언제인가. 흙 냄새를 제대로 맡아본 적이 언제인가.

 

인간이 점점더 탐욕스러워질수록 도시문명은 점점더 분할되고 단절된다. 카드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해진다. 회원이 아니면 접근도 안된다. 도시인들은 자신이 해당 장소에 접근이 가능한지 항상

자문을 해야한다. 스스로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원래 그랬었나? 파티션 치듯이 나누고 가르고 제한하고...

 

숲은 나누지 않고 품는다. 잘났든 못났든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숲에서는 꾸밀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에서 굳이 나눌 필요가 있겠는가, 굳이 꾸밀 필요가 있겠는가...

 

그 어떤 향수보다도 더 향긋한 피돈치드 덕분에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세레나데를 흥얼거리는 새들의 울음 소리도 정겹다. 몸과 마음이 싹 다 씻겨내려가는 느낌이다. 한 1년쯤 젊어졌다고나 할까?

 

다시 이 숲길을 벗어나면 또 번뇌가 그림자처럼 따라오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생생한 기운을 누구도 못 뺏아가지!

 

그래서 난 삶이 힘들 때 숲으로 들어간다!

 

 

 

 

 

일상을 확 바꿀 무언가가 일어났으면 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무언가가 내 현실에서 확 일어났으면 했다. 큰 데미지를 입더라도 감수할 테니까 그런 일이 발생했으면 했다. 모 아니면 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처럼 말이다.

기적, 영적체험, 마법 등등... 어떤 식으로 표현해도 상관없다. 냉수 먹고 속 차리라는 손가락질이 뻔했지만 그런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것들에 더 관심이 커져갔던 게 사실이었다. 혹세무민한 미신을 동경한다고 욕을 먹어도 상관없었다.

오죽했으면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이나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었다. 귀신의 멱살을 잡고 다음주 로또 번호를 딸 생각이었지. 그런데 멱살 잡은 귀신이 나보다 더 멍청하면 어쩌지?^^

이런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사고에 마음을 두었던 건 현실의 삶이 녹녹치 않아서였다. 당연한 것이 아닌가? 현실 생활이 술술 잘 풀리고, 통장 잔고가 넉넉한 사람들이 뭐하러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것들을 동경하겠는가? 현재의 삶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데 뭐하러 혹세무민한 미신을 동경하겠는가? 로또 번호도 모르는 멍청한 귀신의 멱살을 잡고 흔드느니 자신의 자산 관리사와 글로벌 증시에 대해서 환담을 나누는 게 더 남는 장사지.

불혹이 훨씬 넘었음에도 철딱서니 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스스로도 웃기기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인지 현재의 삶은 점점 더 빈곤해졌고, 그런 마법 같은 일이 발생했으면 하는 생각은 늘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 능력치를 한 번에 확 뛰어넘을 수 있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내 잠재적 능력치를 확 발현시킬 수 있는 기적 같은 일이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이미 마법을 체험했다. 또 앞으로도 계속 체험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걸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이래서 사람이나 귀신이나 무식하면 안 된다니깐!

 

 

 

 

 

내가 체험한 마법은 숲길 걷기다. 숲길 걷기는 매우 손쉬운 활동이지만 내게는 큰 마법과도 같은 행위였던 것이다. 물론 한 번에 확 바뀌는 건 아니었고 역사트레킹처럼 느림보처럼 스며들었다. 역사트레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숲길의 매력에 빠졌었는데 예전에는 그 진가를 잘 몰랐던 것이다.

역사트레킹 코스를 세팅하면서 항상 숲길 비율에 신경을 썼었다. 아무래도 트레킹 참가자분들의 연령대가 높으니 숲길 걷기에 대한 갈망이 매우 높았던 것이다. 그리고 떠들썩한 것보다는 한적한 것이 좋으니 숲길로 세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인파에 밀리고 자동차 매연을 마셔가면서 걸을 거면 뭐하러 트레킹을 하시나.

 

그렇게 숲길을 우선해서 걸으니 참가자들만 좋은 것이 아니었다. 리딩을 하는 나도 좋았다. 이상하게 숲길을 걷고 오면 무언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업이 됐다. 숲길을 걷고 난 후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항상 방긋하게 웃고 있었다.

분명 내 삶은 녹녹치 않았다. 하지만 숲길에 다녀오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생글생글 웃고 있었던 것이다. 억지웃음이 아닌 생기가 있는 웃음이었다. 숲의 기운을 듬뿍 받은 그런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숲은 온갖 생명이 꿈틀대는 작은 우주이기에 그곳을 탐방하고 오면 생명의 기운이 내 몸 속으로 스며들었던 것이다. 숲이 주는 이런 마법을 늦게나마 깨달았던 것이다. 이제까지 괜히 엉뚱한 곳에서 멱살잡이나 하고 있었던 셈이다. 멱살 흔든다고 로또 번호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말야.

 

숲에서 마법을 몸소 체험했으니 이제는 그 값을 조금이나마 하려고 한다. 복채를 낼 돈은 없으니 몸으로 해결할 것이다. 숲에 들어갈 때는 좀 더 신중하게 몸가짐을 할 생각이다. 숲을 더 아끼고 사랑할 생각이다.

숲의 정령들, 아니 한국이니까 한국식으로 하자. 산신령님의 진노를 사지 않게 숲에서는 경거망동 하지 않고 숲과 물아일체가 될 생각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산신령이라니! 혹세무민한 미신 같은 이야기를 설파한다고 욕을 해도 상관없다. 산신령이든 정령이든 숲을 지켜주는 존재는 내게는 너무나 소중할 뿐이니까.

 

 

 

 

 









이전 포스팅에서 제가 멧돼지와 격렬(?)하게 한판 붙었다고 한 적이 있지요.


에헴~ 사실은 멧돼지를 만나 단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열심히 도망을 갔다는... ^^;

그렇게 멧돼지 녀석과 조우한 곳을 다시 한 번 탐방하러 갔답니다. 

사실은 썩 내키지는 않았습니다. 멧돼지 녀석을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라면 해야합니다. 또 녀석을 만나면 삼겹살로 구워 먹으면 되는 거고! ^^;

그렇게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알록달록한 빛깔을 발하고 있는 단풍들이 눈에 띄더군요.

"참, 좋다!"

아직까지는 단풍이 짙게 물들지는 않았습니다. 제대로 색감이 실리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겁니다. 

하지만 조금 덜 물들었어도 저는 좋더군요. 그렇게 단풍들이 드리워진 숲길을 걷고 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이 숲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숲길을 떠나면 항상 숲길이 그리웠고 다시 숲길로 들어서려는 생각 뿐이었으니까... 그러고보면 난 숲길 중독자구나!'
    
그렇습니다. 저는 숲길중독자였습니다. 그걸 이제서야 깨달았네요. 제가 다른 사람들한테 스스로를 

'커피중독자'라고 칭하기를 여러번 했는데 '숲길중독자'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별로 영양가 없는 '커피중독자'보다는 '숲길중독자'가 훨씬 더 낫지요? 그렇게 저는 멧돼지골에서 귀중한 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답니다. 

저랑 같이 숲길중독자 되실 분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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