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 가장 많은 사과했던 그 날, 잊지 못해요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에서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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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수욕장 속초해수욕장 앞에 있는 조도. 처음에는 이런 낭만적인 여행, 낭만적인 트레킹을 꿈꿨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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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쭐해 있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6월 3일, 오랜만에 필자의 기사가 <오마이뉴스> 메인(오름)에 게재됐던 것이다.  그 글을 작성한 필자의 의도가 표심으로 연결된 것 같아 무척 의기양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고승덕 후보가 물을 먹지 않았던가! (관련기사 : 스스로를 폭로한 루소, 딸이 폭로한 고승덕)

"푸하핫! 선거의 여왕이 있다는 데 난 이제부터 선거의 왕이다! 그럼 나도 정치컨설턴트나 해볼까?"

하지만 선거는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필자도 다시 역사트레킹을 리딩해야 했다. 선거가 끝난 이틀 후인, 6월 6일에 강원도 속초에서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을 주최해야 했던 것이다. 

<집밥> 소셜다이닝 홈페이지서 속초 해변길 트레킹 모집

속초해변길 트레킹은 <집밥>이라는 소셜다이닝 홈페이지에서 모집했다. <집밥>은 홀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1인 가족이나 자취생들을 위한 모임으로, 파편화된 도시적인 삶을 극복하고, 서로 식사를 나누며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 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공유기업이다. 그렇다고 <집밥>이 밥만 먹는 모임은 아니다. 자전거 타기나 버스투어, 악기 연주 같이 음식과는 상관없는 모임들도 개설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자도 <집밥>에서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 모임을 개설했다. 모임 회비로는 1만 7천원을 책정했다. 이렇게 회비를 걸어놓아야 중구난방식의 참여를 막을 수 있을뿐더러 참가자들에게 행동식도 제공할 수 있다. 6월이었지만, 30℃에 육박하는 날씨가 많았던 터라 일찍 모집완료가 되었다. 초여름, 동해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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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수욕장 외옹치에서 바라본 속초해수욕장. 푸른 동해바다와 황토빛 모래사장이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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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정도 참가 신청했는데, 출발 전날 그 인원에 맞춰 간식을 샀다. 장시간 트레킹에 필요한 영양바, 초코바, 영양갱, 소시지, 육포, 음료수 등을 샀다. 품목이 다양해서 그랬는지 무게도 엄청나서 비닐봉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트에서 사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렇게 저렴하게 샀더니 머리 한 구석에서는 이런 '창조'적인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 이렇게 구매를 해도 돈이 남네! 그러고 보니 다 지출해도 고속버스비, 저녁식사비, 담배값 정도가 더 남잖아. 야 이거 남는 장사네. 창조경제가 따로 없구나! 푸하핫~ 이거 완전 창조경제야! 창조경제!' 

모임의 집결지는 속초시 동명동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럼 서울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으로 전락 될 수 있기에 일부러 속초시에서 직접 만나기로 했다. 이 말은 모임의 마스터인 필자를 포함한 참가자 전부가 다 다른 고속버스로 개별적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버스로 이동을 할 때는 오직 문자나 카톡(모바일 메신저)으로만 대화가 가능할 뿐이었다. 또한 그 대화의 주관자도 리더인 필자라는 것이다. 왜? 해당 참가자들의 연락처는 모임지기인 필자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남터미널로 

6월 6일, 오전 8시.

날씨는 화창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동서울터미널이 있는 강변역으로 향하는 전철은 한산했다. 10인분에 가까운 간식과 음료를 넣은 배낭이 무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전철에 앉아 갈 수 있었다.

'간만에 동해바다도 보고, 돈도 벌고... 오늘 제대로 창조경제 좀 해보자고!'

필자는 전철을 타는 내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총 얼마나 이익을 보려나? 

오전 9시경, 동서울터미널 매표소.

"예? 표가 없다고요?"
"지금 당장 떠나는 건 없고 2시간 정도 지난 후에 출발하는 건 있어요."
"두 시간 후면...?"
"오전 11시 차에요."
"왜 이런 거에요. 왜 이렇게 빨리 매진 됐어요?"
"오늘이 연휴잖아요. 강원도 쪽은 차들이 매진된 게 많아서 증차한 노선도 있어요. 끊으실 거에요?"
".... 그거라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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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배 유명한 아바이마을의 갯배. 속초해변길 트레킹에서는 갯배를 타고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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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 시간은 오후 1시경이었다. 속초까지 거의 2시간 정도니 꾸역꾸역 가도 좀 늦을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모임의 주관자가 지각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2시간 동안 터미널 대합실에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10시 이전에 차만 타면 그래도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이거 환불해주세요."
"수수료 10%가 공제되고 환불됩니다."
"......."


터미널마다 다른가? 다른 지역터미널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던데... 그래도 수수료보다는 시간 약속이 더 중요했다. 환불을 하고 그 길로 20분 거리에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속초까지 가는 제일 빠른 차표 하나 주세요."
"제일 빠른 게 10시 50분차인데 괜찮으세요?"
"예? 그보다 빠른 건요?"
"다 마감됐어요."


터미널에 나타난 관광버스

그냥 동서울터미널에 있을 걸 그랬다. 외형적으로는 10분을 번 것처럼 보였으나 강남보다는 동서울터미널이 더 동쪽인데다 강원도로 진입하는 길이 더 수월하기에 결과적으로 오히려 더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네. 참가자들한테 집합시간을 늦춰달라고 해야겠다. 미안하지만 말야.'

참가자들은 흔쾌히 수락해 줬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차가 많이 밀린다는 멘트를 남겼다.

'밀리면 얼마나 밀리겠어. 5일 빼면 투표일부터 8일까지 계속 연휴인데. 여행객들이 많이 분산됐겠지. 난 오늘 트레킹 리딩만 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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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항 속초해변길의 종착지는 대포항이다. 대포항은 어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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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버스 출발시각이 되자 그 마음은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속초 예상 도착시간이 4시간 30분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플랫폼에 서 있는 버스는 정식 고속버스가 아니라 'XX관광'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일반관광버스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났으면 터미널에서 일반 관광버스까지 '대절'하여 승객을 실어 나르겠나! 

서울을 빠져나가기 전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버스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서부터는 아예 도로에 멈춰 섰다. 그렇게 가다가는 오늘 내로 못 도착할 것만 같았다. 일이 완전 꼬이게 된 것이다. 

6일 현충일을 맞아 속초 동명항 입구에 서 있는 '수복기념탑' 앞에서 설명하려 했던 한국전쟁과 현재의 동북아 정세는 저 멀리로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속초해수욕장 옆에 불쑥 튀어나온 외옹치에서 설명하려 했던 무동력선을 이용한 재래식 문어잡이 방식도 역시 저 멀리로 흩어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 카톡 단체 채팅방은 무기력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말들에 휩싸인 필자는 가시 방석 위에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 그런 무기력 말들이 칼날이 되어 필자를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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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옹치항 작은 항구인 외옹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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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칼날이 날라 왔다. 유독 날카로운 카톡 메시지를 날렸던 참가자가 있었는데 그 분이 결국 이런 멘트를 날렸던 것이다.

"환불해줘요!"

그 분은 왜 '교통량 예측을 하지 못했냐'는 원망의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필자는 죄인처럼 연거푸 사과의 멘트를 날려야 했다. 교통량을 예측하지 못한 것까지도 사과해야 했다. 모바일 상이기는 했지만 태어나서 그렇게 사과를 많이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속초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었다. 무려 6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편을 알아봐야 할 처지였다.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인 필자는 청문회에 불려나온 것처럼 진땀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가야 했다. 다행인건지 아닌지, 그 날카로운 멘트를 날린 분은 미리 서울로 올라갔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속초해변길 트레킹은 한 걸음도 제대로 떼지도 못하고 종료가 됐다. 참가자들의 원망이 섞인 환불명세서를 받아들고... 10인 분에 가까운 행동식은 현지에서 풀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울로 가져왔다. 간식들을 먹으며 계산기를 두들겼다. 참가비를 환불하고, 은행수수료를 부담하다보니 적자였다. 내 고속버스비에 저녁식사는커녕 5만 원 이상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이걸 어쩌냐. 마이너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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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옹치 모임이 깨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렇게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뒤로 보이는 곳이 외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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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녕하십니까?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 속초해수욕장: 속초해수욕장 앞에 있는 조도. 처음에는 이런 낭만적인 여행, 낭만적인 트레킹을 꿈꿨다.

 

 

 

* 속초해변길: 마스터를 제외한 유일한 남성 참가자. 이 분과 함께 속초해수욕장을 거닐었다. ㅋ

 

 

 

지난 6월 6일.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을 하려고 강남터미널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막혀봐야 얼마나 막히겠냐? 하는 마음을 가지고 고속버스에 올랐지요. 그런데 헉!이었습니다. 무슨 추석날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차들이 꽉 막히다니요! 결국 속초까지 6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트레킹은 하지도 못하고 서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역사트레킹 역사상(?) 가장 안타까운 날이었습니다. 이 일을 교훈삼아 다음에는 제대로 역사트레킹을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역사트레킹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 본 포스팅에 사진들에 나타난 장소들은 <속초해변길> 코스에 포함된 곳들입니다. 한마디로 속초해변길은 무척 걷기 좋은 길이라는 겁니다. 풍광도 좋고, 걷기도 좋은 곳이라는 거죠.

 

 

 

 

 

 

 

 

 

 

 

 

* 외옹치: 모임이 깨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렇게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뒤로 보이는 곳이 외옹치다.

 

 

 

 

 

 

* 대포항: 속초해변길의 종착지는 대포항이다. 대포항은 어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 갯배: 유명한 아바이마을 갯배.

 

 

 

 

*외옹치항: 작은 항구인 외옹치항.

 

 

 

* 속초해수욕장: 외옹치에서 바라본 속초해수욕장. 저런 멋진 장면을 꿈꾸고 트레킹에 나섰는데...

 

 

 

*외옹치: 외옹치에는 경작지도 있었다. 푸른바다와 황토빛 경작지가 서로 대비되어 눈을 더 즐겁게 해준다.

 

 

 

 

 

 

 

 

 

*주의: 아래 미션에도 공지되어 있듯이 이 모임은 서울에서 만나, 해당지역인 속초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원도 속초 현지에서 직접 만나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행한, 기존의 집밥 모임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그래서 당황하실 분들도 있을 듯요...

 

속초로 당일치기 바닷가 구경을 간다고 생각하시고 우리 재미있게 놀아보자고요! 오랜만에 동해바다도 보고 바람도 쐬고 오자구요~!


 

 

미시령 터널의 개통,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의 개통 등으로 속초는 서울과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서해바다만큼이나 동해바다로 접근성이 많이 좋아진 셈이죠. 그래서 파도 소리가 그리울 때는

그냥 드립다 동해바다로 가고 싶어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현실은 만만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돈도 문제지만 혼자 가는 게 쓸쓸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십 분 정도는 푸른 물결에 취해, 파도 소리에 취해 열심히 사진기를 눌러대지만...

그 다음부터는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오지요. 아주 강하게...! 그럴 때 꼭 닭살스러운 커플들이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ㅋ

 

집밥 식구들과 함께 같이 간다면 그런 외로움과 쓸쓸함은 파도에 밀려 저멀리로 사라질 것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단순히 바다 구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변가 트레킹을 하는 것입니다. 파도소리를 벗삼아 즐겁게 역사트레킹을

하는 것이지요. 

 

 

 

 

 


 

 

생각해보니 돈도 많이 듭니다. 서울에서 행한 모임은 그저 전철비에 자기 저녁값 정도만 있으면 됐잖아요.

하지만 이번은 왕복 고속버스비에, 회비까지...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시는 분들은, 적어도 5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갑이 얇은 집밥 식구들에게는 큰 돈 일겁니다. .

돈만 문제인가요?  속초에서 늦게 귀경을 하면 밤 12시 경에 집에 도달할지도 모른답니다.

막차가 끊겨서 택시를 탈지도 모른다는 뜻이죠.  통금 시간이 있는 분이라면 더더욱 곤란하겠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는 모임이지만... 그래도 강추합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를 동시에 품고 있는 속초를 거닐다보면

돈과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1. 동해바다의 파도가 너무나 그리운 분~

2. 해변가를 트레킹하며 에어샤워를 하고 싶은 분~

3. 예전에 속초를 방문을 했지만 집밥 식구들과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분~

 

이렇게 나열을 했지만 그냥 집밥 식구들과 함께 동해바다를 보고 싶은 분들이면 누구나 다 환영합니다.

 

이번에 가는 <속초해변길>은 제가 직접 개척한 곳입니다. 개척은 했다고 하지만 그냥 브릿지 개념입니다. 

삽들고 땅파고 하는 그런게 아니죠...ㅋ

 

어쨌든 집밥 식구들과 함께 <속초해변길>을 걸으며 재미나게 역사트레킹을 해보고 싶습니다!

 

 

 

 

 



*** 미션: 속초해변길 트레킹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미션을 한 가지 수행하셔야 합니다.^^;

별 거는 아닙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모임 집결지가 서울이 아닌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입니다.  속초에는 조양동에 고속버스터미널도 있습니다. 좀 혼동스러울 수도 있지요.

그런데 절대 조양동 고속버스터미널로 가시면 안됩니다. 무조건 동명동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로

오셔야합니다. 그래야 트레킹이 원할하게 진행됩니다. 트레킹의 시작점이 동명동이기 때문입니다.

꼭! 동명동 시외버스터미널로! 이것이 바로 미션입니다. 


동서울터미널 ---> https://www.ti21.co.kr/

 

 

 

 




* 일시:  2014년 6월  6일 토요일  오후 12시 50분


* 집결장소
: 강원도 속초시 시외버스터미널 ---> 속초시 동명동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 속초에서 모이는 것이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서울에서 속초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 회비: 1만 7천원 ---> 간식비, 식수, 아이스크림, 오징어순대, 교통비, 리딩비, 수수료로 사용됩니다. 

* 이동경로: 시외버스터미널 ▶ 동명항 ▶ 아바이마을 ▶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 대포항

 

* 난이도 : 하   ---> 평이한 코스입니다.

* 이동거리: 약 8km / 약 5시간 정도 소요 예상(쉬는 시간 포함)

* 준비물
: 여분의 옷

* 주의점
: 트레킹을 하는 것이니 가급적 편한 복장을 해주세요. 여분의 옷도 준비해주세요. 바닷가에서 부는 바람이 무척 시릴 듯합니다!


 

 

 

 

 

 

 

 

 

 

 

 

 

 

 

추울수록 동해바다로 1편

동해바다와 함께 하는 속초해변 트레킹

13.11.29 11:32l최종 업데이트 13.11.29 11:3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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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수욕장 황토빛 모래사장과 푸른 동해바다가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 주는 모습이 장관이다. 외옹치에서 바라본 속초해수욕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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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운 날에 웬 동해 바다?"

"겨울 바다가 운치도 있잖아요. 좀 답답한 것도 있고 해서..."
"난 바다보다는 트레킹 쪽인데..."
"알아요. 그러니까 파도 소리 들으면서 트레킹도 하는 곳, 그런 곳 좀 알려주세요."

이 친구 많이 답답하기는 했나 보다. 이 엄동설한 같은 추위에 겨울바다를 보고 싶다니! 더군다나 파도소리를 들으며 트레킹을 2시간 정도 하고 싶다고 하는데... 그러다 감기 걸리기 딱 십상이지. 하지만 요즘 같은 때 이른 겨울 추위도 이 친구의 동해 바다행을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는데 이루어 놓은 것이 없이 또 한 해를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를 동해바다로 도망(?)치게 한 듯싶었다.

 

 

 

 



# 동해바다가 보이는 속초로 가자!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의 대화 내용이다. 후배도 필자도 삶의 무게 앞에 속절없이 늙어 갔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명제를 거역할 수 없다는 걸, 뼈 속 깊숙이 깨달았을 때였을 것이다. 그 때부터 쉽게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동경이 생겨났다. 산, 바다, 강, 상록수 등등... 너무나 쉽게 변해버리는 것들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그런 자연물들로 닦아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치유를 했던 것이다.

겨울바다가 보고 싶다는 후배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알고 있는 최적의 해안가 트레킹 코스를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알려준 곳이 바로 강원도 속초시의 속초해변트레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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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옹치 외옹치에는 약간의 경작지가 존재한다. 두 노부부가 경작하는 이 고구마밭은 가을걷이가 끝났다. 고구마밭을 넘어 펼쳐진 속초해수욕장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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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춘천간 고속도로의 개통, 미시령터널의 개통 등으로 이제 속초는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해안 도시가 되었다. 속초시 관광안내 책자에는 '1시간 40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만큼 강원도 해안 도시로의 접근은 용이해졌다. 너무 서울 중심적인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속초나 강릉 같은 도시들은 서울의 근교 바닷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도보여행을 할 수 있는 속초해변트레킹의 시작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외버스터미널→ 속초관광수산시장(입구)→ 아바이마을→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대포항

속초해변트레킹은 이런 곳들을 통과하는데 거리는 약 8km 정도 되며,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시내를 중심으로 속초는 남쪽과 북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속초해변트레킹은 속초시 남쪽에서 이루어진다.

 

 

 

 


# 아바이마을과 갯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유명한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방향을 잡고 가면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이 나온다. 아바이 마을은 1·4 후퇴 때 남하했다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정착한 곳이다. 정착 초기에 함경도 사람들, 특히 노년층이 많았는데 함경도 방언으로 '아바이'가 할아버지란 뜻이기에 아바이 마을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한다.

속초는 38선 이북에 있던 지역으로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 쪽에 속해 있었다. 휴전이 됐을 때, '동쪽의 38선'은 북상했다. 그러나 '서쪽의 38선'은 하강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38선 이북이었던 속초는 현재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이지만, 38선 이남이었던 개성은 아무나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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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로 설악대교 밑으로 새롭게 난 수로. 예전에는 이 곳이 바게트 빵처럼 길게 늘어진 육지였다. 하지만 그 곳에다 새롭게 수로를 냈다. 그래서 이 수로가 개통되기 전에 사진과 현재의 모습과는 차이가 난다. 설악대교 넘어로 보이는 산은 설악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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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대교 수로가 생기기 전에 모습이다. 가운데 있는 다리가 설악대교이고 다리 위, 아래로 있는 동네가 아바이마을이 있는 청호동이다. 수로가 생기기 전에는 사진에서처럼 아바이마을에도 모래사장이 있었다. 수로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포털에 있는 위성 사진은 옛날 모습을 담고 있다. 빨리 업데이트가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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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실향민들은 조금이라도 고향에 가까운 곳에다 삶의 터전을 잡았던 것이다. 함경도 도민들이 집단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그곳에는 전통적인 속초지역의 문화와는 다른 음식문화와 언어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그런 음식문화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다.

동네 떡볶이집에서 파는 일반적인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당면을 넣지만 아바이순대는 찹쌀과 선지 등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오징어순대도 마찬가지다. 옛날부터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돼지가 귀해 오징어를 이용하여 순대를 만들어왔다. 그런 방식의 오징어순대가 아바이마을에서는 함경도식으로 변형이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입가에는 군침이 흐르고 있다. 아바이마을에서 맛 본 오징어순대가 입가에 맴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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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배 배 삯이 200원인 갯배. 시내 중심부와 아바이 마을을 연결해주던 갯배는 이제 속초의 또다른 명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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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이 있는 청호동은 트레킹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그냥 동네 주택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초에 가면 한 번쯤은 꼭 가볼 곳인데다 청호동과 중앙동을 이어주는 설악대교에서 바라보는 속초 시내의 모습이 장관이기에 속초해변트레킹 코스에 포함시켰다.

한편 아바이마을에는 '갯배'라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갯배는 중앙동과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을 이어주는 무동력 선을 말한다. 양쪽 선착장에 걸려 있는 밧줄을 끌어 당겨 그 힘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아바이마을은 육지 속의 섬과 같은 형상이다. 그래서 이 갯배가 없었다면 5분 정도 걸릴 거리를 30분 정도 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설악대교(2003년 개통)와 금강대교(2013년 7월 임시개통)가 건설되어 이 갯배가 없어도 시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이 갯배가 아바이마을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한편 이 갯배의 배 삯은 200원이라 부담이 없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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