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정사 8각9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

 

 

 

 

 

 

 

 

* 전나무숲

 

 

 

 

 

 

 

2021년 5월 25일 화요일

 

전날 동해 두타산 무릉계곡 탐방을 한 후 오대산이 있는 평창으로 이동했다. 오대산이 있는 평창군 진부면으로 향했는데 오랜만에 KTX를 탔다. 동해역 -> 진부역까지 탑승했는데 생각보다는 요금이 비싸지 않았다. 저렴하게 KTX를 타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이다. 고속열차가 왜이리 느리지? 무궁화호랑 별 차이가 없네.

 

요금이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동해 -> 강릉 구간은 단선 철도다. 양방향 선로가 아니라 앞에서 기차가 오면 비켜줘야 하는 하나짜리 선로라는 것이다. 그러니 KTX가 느릿하게 운행됐던 것이다. 물론 강릉 이후 구간부터는 복선이라 KTX다운 속도로 내달렸다.

 

진부역에 내리니 밤 10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이렇게 늦은 시각에 왜 평창군 진부면에 왔는가? 오대산에 가려고 왔다. 오대산이 가까워서 그런지 진부역의 다른 명칭은 오대산역이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오대산을 방문했다. 2014년 가을경에 방문하고 다시 왔으니 7년 만이다. 물론 2014년 이전에도 오대산을 방문했었는데 그때는 비로봉(1,565m)을 오르려고 왔었다. 이와 달리 2014년에는 선재길을 걸으려고 방문했다. 오대산 선재길이 2013년 10월경에 개통을 했는데 개설 1년만에 단풍의 명소로 입소문을 엄청 탄 것이다. 이에 필자도 단풍 구경을 갔던 것이다.

 

예전부터 오대산은 단풍의 명소로 손꼽이는 곳이었다. 그런 오대산에 계곡길을 따라 도보여행길인 선재길이 개설이되니 도보여행자들은 신이 날 수밖에! 가을이 깊어갈수록 선재길의 단풍도 더 깊은 빛깔을 내고 있었다. 맑은 계곡물과 어우러진 오색빛깔 단풍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길을 걷고 있으니 근심걱정이 계곡물 위로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 얼마나 좋은가!

 

가을이 좋으면 다른 계절도 다 좋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스스로를 뽐내는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5월말에 왔으니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그래서 초록의 싱그러움을 한껏 기대하고 왔다. 과연 그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유유히 흐르는 오대천 계곡물, 그 사이로 퍼지는 싱그러운 피톤치드의 향...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1975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대산은 다섯개의 대(臺)가 모여있는 곳이다. 중심인 중대(中臺)를 동대, 서대,남대,북대가 둥글게 두르고 있는 형상이다. 그래서 오대산(五臺山)이라 불린다. 중대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연꽃잎이 감싸고 있는 모습과 흡사하다하여 오대산은 천하 명당이라고 불린다. 그래서인지 조선시대 실록을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도 있었다.

 

이렇게 오대산이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게 된 건 자장율사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자장율사는 643년(선덕여왕12)에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가지고 귀국한 후 오대산에 진신사리를 모시는 절을 짓는다. 그곳이 바로 오대산 중대 적멸보궁이다. 상원사 적멸보궁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한편 자장율사는 경주 황룡사9층목탑 건립을 주도하는 등 신라 불교 진흥에 큰 공헌을 했다.

 

오대산은 문수보살 신앙의 중심지로 불리고 있다.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오대산에서 수도를 했고 그 자리에 월정사가 창건된 것이다. 문수보살은 지혜의 화신으로 코끼리를 타고 다니시는 분인데 동자의 모습으로 현세계에 나타나신다고 한다.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조는 만났다고 한다. 등까지 밀어줬다고 한다. 오대산 선재길을 찬찬히 걸어가면서 관련된 이야기를 알아보자.

 

 

 

 

 

 

* 선재길

 

 

 

 

 

 

 

* 선재길

 

 

 

 

 

 

 

선재길은 2013년 가을에 개통된 도보여행길로 월정사와 상원사를 연결하는 트레일(오솔길)이다. 선재길은 스님들이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갈 때 다니던 옛길이었다. 월정사가 643년, 상원사가 724년에 창건됐으니 길 자체가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길인 셈이다. 오대산은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다. 부드러운 흙산의 면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선재길도 부드럽게 걸어갈 수 있다.

 

'선재'라는 말도 불교용어다. 동자인 선재는 지혜와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표상으로 <화엄경>의 중심인물이다. 월정사를 창건한 자장율사는 선재동자의 구도행각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뒤뜰에 53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53은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만난 선지자의 숫자였다. 정리를 해보면, 옛 스님들이 오가던 선재길을 걸으며 '나를 찾아보는'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안내문에도 선재길을 걸으며 선재동자처럼 깨달음을 얻어 보라고 적혀 있었다.

 

그 깨달음을 찾아 본격적으로 선재길을 걸어보자. 첫번째 탐방지는 전나무숲으로 유명한 월정사다. 일주문을 지나면 월정사 전나무숲이 시작되는데 시내버스는 일주문을 지나친다. 그래서 월정사 정류장에서 내려 일주문 방향으로 역순으로 이동했다. 주차장에서 다리를 건너기 전에 주차장 방면 전나무 숲길로 접어들 수 있다. 이 숲길은 메인이 아니다. 메인 숲길은 하천 반대편에 있다. 한마디로 오대천을 사이에 두고 메인과 사이드 전나무숲이 있는 것이다.

 

일주문을 통과하니 더 울창한 전나무숲이 등장했다.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 전나무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 전나무숲은 '천년의 숲'이라고도 일컬어지는데 약 1,700여 그루의 전나무에서 발산되는 알싸한 나무향이 탐방객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전나무는 상록수라 사계절 내내 녹음을 유지하지 않던가. 꼿꼿함 속에 피어나는 푸르름을 사시사철 만끽할 수 있다니! 전나무숲이 주는 감동만으로도 월정사는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전나무숲은 약 1km 정도에 달했다. 이후 사천왕문을 지나 월정사 중심영역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어째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 본전인 적광전도 연륜이 느껴지지 않았다. 월정사가 조계종 제4교구의 본사아니었던가?

 

그렇다. 월정사의 전각들은 한국전쟁 이후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수많은 전란으로 소실과 중건을 반복했던 월정사였다. 그러다 한국전쟁, 그 중에서도 1.4후퇴 당시 작전상의 이유로 국군이 월정사의 전각들을 불태웠다. 이렇게 전쟁이 무서운 것이다. 전쟁때문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니까.

 

유명한 탄허 스님이 1964년에 본당인 적광전을 다시 짓는 것을 시작으로 월정사의 중건이 시작되었다. 오대산과 인연이 많으셨던 탄허 스님은 1983년. 세속 나이로 71세에 월정사 방산굴에서 속세과의 인연을 마감하셨다.

 

월정사 적광전은 좀 독특하다. 통상적으로 적광전에는 비로자나불이 본존불로 모셔지는데 월정사에는 석가모니불을 본존불로 모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찰에 가면 대웅전은 꼭 가본다. 그 대웅전에 모셔진 분이 석가모니불이다. 이 부분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사찰에는 무조건 대웅전이 있어야 하고 그곳에 모셔진 분이 최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 않다. 이 부분은 나중에 한 번 쫘~악 한 번 설명해보겠다.

 

건물에서 느껴졌던 헛헛한 느낌은 월정사 팔각구층(8각9층)석탑과 보살상 앞에 가면 싹다 사라질거다. 높이 15.2미터의 이 거대한 석탑은 주위의 전각들을 호령하듯 절 마당 중심에 우뚝하게 솟아있다. 그 앞으로는 석조보살좌상이 인자한 미소를 품고 그윽하게 9층석탑을 바라보고 있다.

 

 

 

 

 

 

 

* 월정사 8각9층석탑

 

 

 

 

 

 

 

 

* 월정사 전나무숲: 전나무숲과 성황당

 

 

 

 

 

 

 

8각9층석탑은 말그대로 탑신이 8각형으로 되어 있다. 신라시대 대표적인 석탑인 석가탑을 생각해보자. 생일케이크 상자처럼 탑신이 네모꼴이다. 하지만 월정사 9층석탑은 표준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다각형으로 탑신부를 조각하였다. 이런 방식으로 제작된 석탑은 경천사지10층석탑과 원각사지10층석탑 등이 있다. 교과서에서 한 번 쯤 다보셨을 것이다. 혹시 보시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셨을지 모른다.

 

'이 탑들 정말 큰데! 커서 사진에 다 안 나와!'

 

기회가 되시면 탑돌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 천천히 돌면서 9층석탑을 관찰하는 것이다. 석조보살의 은은한 미소와 아름다운 뒤태를 살펴보는 것도 잊지 말자. 또 석조보살-9층석탑-적광전이 일직선상으로 늘어서 있는 부분도 놓치지 말고 꼭 눈여겨 보자. 주위 산세와 어우러진 석탑과 보살상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보인다. 그렇게 고운 자태를 선사하는 8각9층석탑은 국보 제48호로 석조보살좌상은 보물 제13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제 본격적인 선재길 탐방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오대산은 단풍의 명소다. 그래서 선재길도 가을에 오면 제일 좋다. 선재길을 걸으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걷다보면 오색찬란한 단풍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아름다운 단풍을 바라보며 집착과 번뇌를 잊어버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섶다리, 징검다리 같은 정겨움을 더하는 구조물들이 있었지만 선재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계곡이다.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는 계곡길 주위로 울긋불긋하게 펼쳐진 단풍나무 숲을 지날 때의 매력이란! 그 매력에 빠지며 걷다보면 무아지경에 이를지 모른다. 맑은 계곡물 위로 붉은빛을 머금은 단풍잎 하나가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니까.

 

오대산 선재길은 약 9km 정도에 달하는데, 계곡을 끼고 있는 길치고는 경사도가 상당히 완만하다. 그래서 휴식시간을 갖는다고 해도 3시간 30분이면 완주가 가능하다. 필자는 넉넉히 아예 4시간을 잡고 이동했다. 계곡길이란 한계 때문에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는 통행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수해때 망실된 것으로 보이는 몇몇 시설물들은 아직까지 복구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여름에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은 조심해야한다.

 

그렇게 선재길이 끝나는 지점에 상원사가 자리잡고 있다. 전통찻집 옆에 관대걸이 혹은 갓걸이라고 불리는 비석이있는데 이는 상원사 계곡에서 목욕을 했던 세조가 의관을 걸어두웠던 비석이라고 한다.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이후 피부병에 걸리고만다. 이에 오대산 상원사 계곡에 와서 목욕을 하게된다. 이때

숲에 있던 동자승을 불러 자신의 등을 밀게한다.

 

"어디 가서 임금의 몸을 씻겨주었다고 말하지 말거라."

"임금께서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다고 말하지 마세요."

 

오대산이 문수보살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화라고 할 수 있다. 그나저나 세조는 꽤나 호사를 누린 셈이다. 문수보살은 깨달음의 지혜를 품고 있는 분인데 그분한테 등을 밀게 했다니... 뜻하지 않게 VIP 서비스를 받은 것인가? 정작 문수보살을 그토록 친견하고했던 자장율사는 문수보살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 상원사

 

 

 

 

 

 

상원사는 월정사와는 또다른 멋이 있다. 산 봉우리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 경내 안으로 들어가면 포근한 느낌이든다. 상원사 경내로 들어섰으면 상원사 동종부터 찾아보자. 725년에 만들어진 상원사 동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으로 국보 제36호로 지정되어 있다. 원래 이 종은 안동에 있었는데 1469년(예종1)에 상원사로 옮겨왔다.

 

보호각 안에 있어 유리너머로 보아야 하지만 아름다운 그 자태는 가둘 수가 없어보인다. 특히 중심부에 새겨진 비천상의 흥겨운 연주는 주파수만 잘 맞추면 당장이라도 들을 수가 있을 거 같다. 혹시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 대역으로 연주를 하시나? 참고로 비천(飛天)은 한자에서도 보이듯 날아다니는 천상인을 말한다.

 

상원사 동종이 제작됐을 때는 신라 성덕왕 24년이었는데 성덕대왕 신종(국보제29호)보다 46년이나 앞선 것이다. 성덕왕이 성덕대왕인가? 그렇다. 그리고 성덕대왕 신종은 이렇게 이야기하면 다 아실 것이다. 에밀레종!

 

중심지답게 상원사에서는 문수보살이 가장 중요한 신앙의 대상이 된다. 그 중심에는 국보 제221호로 지정된 목조문수동자좌상이 있다. 세조가 목격했다는 동자의 모습을 나무로 조각을 했다고 하는데 둥근 꼭지 두 개를 딴 머리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앳띈 동자의 모습이 맞긴하지만 한편으로는 후덕한 보살님의 낯빛도 묻어나온다.

 

목조문수동자좌상은 1466년(세조12)에 의숙공주가 봉헌을 했다고 전해진다. 의숙공주는 세조의 둘째 딸이다. 이렇게 봉헌자와 봉헌시기가 구체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던 건 동자상 안에서 유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해 조사를 하다 그 안에서 서책, 기원문, 저고리 등등의 복장 유물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 유물들은 일괄로 보물 제793호로 지정되었다. 관대걸이를 비롯하여 동종, 목조문수동자좌상까지 상원사는 세조와 관련된 유물들이 참 많은 곳이다.

 

상원사가 높은 고지대에 있어서 그런지 전망대에서 주위를 둘러보는 느낌이든다. 주위가 아늑하다. 좋은 기운을 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곳이 문수 신앙의 요람이자 천하 명당으로 불리는 것인가? 이렇게 좋은 기운을 받으며 걸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대산 선재길이다.

 

 

 

 

 

 

* 상원사 동종

 

 

 

 

 

 

*상원사

 

 

 

 

 

 

 

 

 

 

*** 도움말

 

1. 오대산 선재길: 약 9km / 예상이동시간 3시간 30분 정도.

2. 동서울터미널에서 평창군 진부면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음. 소요시간 2시간 30분.

3. 진부면 공용터미널에서 월정사 입구까지 시골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음. 소요시간 약 25분.

4. 필자는 월정사 -> 상원사 방향을 추천함. 상원사가 버스 종점이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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