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도: 속초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조도.







파도를 따라 걷는 속초 해변트레킹

지루할 틈이 없는 속초 해변트레킹

  

    

 

동해바다가 보이는 속초로 가자!

 

이번 화는 서울을 떠나서 동해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아봤습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속초입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개통, 미시령터널의 개통 등으로 이제 속초는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해안 도시가 되었습니다. 속초시 관광안내 책자에는 ‘1시간 40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만큼 강원도 해안 도시로의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뜻이겠지요. 너무 서울 중심적인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속초나 강릉 같은 지역들은 서울의 근교 바닷가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트레킹의 특징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속초의 해변길을 걷기 때문에 속초해변트레킹이라는 이름도 붙여봤습니다. 속초해변트레킹은 해안가를 걷지만 꼭 바다 풍광만 바라보는 트레킹 코스는 아닙니다. 일단 코스 반대편에 우뚝 솟아 있는 설악산의 장엄함을 관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옹치라는 작은 언덕에도 오릅니다. 갯배도 타고요.

    

 

    


* 고깃배




 

아바이마을과 갯배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동명항이 나옵니다. 이 곳에 속초등대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부터 트레킹은 시작됩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초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속초해변트레킹 코스를 눈으로 먼저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동명항 탐방을 마친 후에는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을 향해갑니다. 아바이 마을은 1.4후퇴 때 남하했다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정착한 곳입니다. 정착 초기에 함경도 사람들, 특히 노년층이 많았는데 함경도 방언으로 '아바이'가 할아버지란 뜻이기에 아바이 마을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속초는 38선 이북에 있던 지역으로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쪽에 속해 있었습니다. 휴전이 됐을 때, ‘동쪽의 38은 북상했습니다. 그러나 서쪽의 38은 하강을 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38선 이북이었던 속초는 현재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이지만, 38선 이남이었던 개성은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었으니 더더욱 그렇게 된 것이지요.






* 갯배





그렇게 실향민들은 조금이라도 고향에 가까운 곳에다 삶의 터전을 잡았던 것입니다. 함경도 도민들이 집단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그곳에는 전통적인 속초지역의 문화와는 다른 음식문화와 언어문화가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런 음식문화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입니다. 동네 떡볶이 집에서 파는 일반적인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당면을 넣지만 아바이순대는 찹쌀과 선지 등을 넣어 독특한 맛을 연출합니다. 오징어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부터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돼지가 귀해 오징어를 이용하여 순대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 방식의 오징어순대가 아바이마을에서는 함경도식으로 변형이 됐습니다.


한편 아바이마을에는 갯배라는 명물이 하나 있습니다. 갯배는 중앙동과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을 이어주는 무동력 선을 말합니다. 양쪽 선착장에 걸려 있는 밧줄을 끌어 당겨 그 힘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죠.


아바이마을은 육지속의 섬과 같은 형상입니다. 그래서 이 갯배가 없었다면 5분 정도 걸릴 거리를 30분 정도 돌아가야 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설악대교와 금강대교가 건설되어 이 갯배가 없어도 시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이 갯배가 아바이마을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해주었던 것입니다.

    





* 속초해수욕장: 뒤로는 외옹치가 보인다.




 

 

속초해수욕장과 조도

 

아바이마을을 빠져나오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해변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거기서부터가 속초 제일의 명소라고 불리는 속초해수욕장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속초 해수욕장은 황토빛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1km 정도에 걸쳐 질 좋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조도(鳥島)가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습니다. 더구나 바다 반대편에는 우뚝 솟은 설악산이 내려다보고 있어 여느 바닷가 해수욕장과는 다른 운치를 자아냅니다.


사실 속초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닙니다. 느릿느릿 걸어도 20~30분 정도면 끝부분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운대나 경포대 같은 큰 백사장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성이 안 찰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것보다는 아기자기함을, 더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초해수욕장에 더 높은 점수를 줄지도 모릅니다.


속초해수욕장의 끝자락에는 외옹치라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속초해수욕장 일대와 속초 중심부를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푸른 동해바다의 물결과 황토빛 모래사장이 서로 서로의 배경색이 된 모습은 그야 말로 장관을 연출합니다

 





* 외옹치에서 바라 본 속초해수욕장: 현재 외옹치에는 대규모 리조트시설이 들어 서고 있다. 외옹치에는 고구마밭이 많았었는데 이제 그 밭들은 찾아 볼 수 없을 것 같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를 바라다보면 마치 어떤 산 하나가 바닷가를 향해 뛰어들려는 형상입니다. 평평한 해안가가 계속 이어지다 외옹치 부근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 나온 모습이라는 뜻이죠. 외옹치(外瓮峙)라는 명칭도 바깥()으로 튀어 나온 항아리() 같은 언덕()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속초시 지형도를 보면, 설악산 대청봉에서 동쪽 방면으로 내려온 줄기는 주봉산을 타고 내려오다 바다를 앞에 두고 외옹치가 됩니다. 즉 외옹치에서는 동해바다와 설악산이 서로 만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지형적인 특색 때문인지 외옹치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됩니다. 사실 외옹치 해변은 2005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용 철책이 들어서서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그런 군사시설은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외옹치의 안쪽은 덕산이라고 불렸는데 그 곳에 봉수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산 봉수대는 북쪽으로는 간성 남쪽으로는 지금의 양양으로 봉화를 연결해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외옹치에 지금은 대규모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리조트가 건설되면 속초경제가 활성화되겠지요. 또한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외옹치에서 밭을 경작하는 모습은 그저 옛 사진으로만 남아 있을 겁니다. 외옹치의 옛 모습은 그저 우리의 기억 속으로만 남아 있게 될 겁니다.

 

    


* 외옹치항의 낮



 

 

작고 아담한 외옹치항

 

외옹치에는 마을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외옹치 마을은 바닷가 쪽이 아닌 도로와 인접한 곳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어촌 마을이라면 조금이라도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어야 이치에 맞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1984년에 있었던 수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1984년에 있은 수해로 인해 산사태가 나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습니다. 그 이후 마을은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당시 수해는 외옹치 마을의 어로 활동에도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1984년 이전에는 '뗀마'라고 불리던 무동력선을 타고 문어를 잡는 재래식 어로 작업을 많이 했답니다. 하지만 수해복구와 함께 항구도 현대식으로 탈바꿈 했고, 무동력선도 동력선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래식 어로 활동도 자취를 감추었고요

 

외옹치 마을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외옹치항이 내려다보입니다. 외옹치항은 작고 아담한 항구입니다. 외옹치항은 외옹치가 숨겨놓은 보물(?)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 보물이 가장 빛날 때는 달빛을 받을 때입니다. 동해바다에 떠 있는 달빛이 은은하게 항구를 감쌀 때, 외옹치항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 외옹치항의 밤





 

유명한 대포항 수산시장

 

외옹치에서 유명한 대포항까지는 약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행정구역상 외옹치는 대포동에 속합니다.


대포항은 어시장이 잘 발달되어 속초 최고의 항구로 손꼽힙니다. 몇 해 전 현대화 공사가 끝나 대포항은 항구와 어시장이 확 바뀌었습니다. 싱싱한 횟감이 즐비한 어시장과 말끔하게 정비된 접안 시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해안트레킹에서 어시장탐방으로 변형이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대포항 일대를 다 걸어보려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항구와 어시장은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대포항과 어시장 탐방을 마치면 약 8km에 달하는 속초해변트레킹이 종료가 됩니다.


속초해변트레킹의 특징은 바다만 따라가는 코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은 처음에는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어 시원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2차원 적입니다. 아기자기한 멋이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바닷가를 끼고 걷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한 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속초해변트레킹은 갯배도 타고, 외옹치도 오르고, 설악산도 관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도 걷고요. 한마디로 지루할 틈이 없다는 뜻이죠!

    

 

    


 

속초해변트레킹

 

1. 코스: 시외버스터미널 동명항(속초등대전망대) 아바이마을(갯배)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대포항


2. 이동거리: 8km


3. 예상시간: 3시간 30(쉬는 시간 포함

 

4. 난이도:

 










 

 

 

철썩철썩... 파도를 따라 걷는 속초해변트레킹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

 

 

 

 
▲ 속초해수욕장 황토빛 모래사장과 푸른 동해바다가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 주는 모습이 장관이다. 외옹치에서 바라본 속초해수욕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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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옹치 외옹치에는 약간의 경작지가 존재한다. 두 노부부가 경작하는 이 고구마밭은 가을걷이가 끝났다. 고구마밭을 넘어 펼쳐진 속초해수욕장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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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가 보이는 속초로 가자!

 

서울 - 춘천간 고속도로의 개통, 미시령터널의 개통 등으로 이제 속초는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해안 도시가 되었다. 속초시 관광안내 책자에는 '1시간 40분'이라고 적혀 있다. 그만큼 강원도 해안 도시로의 접근은 용이해졌다. 너무 서울 중심적인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속초나 강릉 같은 도시들은 서울의 근교 바닷가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속초에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 있다. 일명 속초해변길!

속초해변트레킹의 시작은 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외버스터미널→ 속초관광수산시장(입구)→ 아바이마을→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대포항

속초해변트레킹은 이런 곳들을 통과하는데 거리는 약 8km 정도 되며, 휴식 시간을 포함하여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시내를 중심으로 속초는 남쪽과 북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속초해변트레킹은 속초시 남쪽에서 이루어진다.

 

 



아바이마을과 갯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유명한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방향을 잡고 가면 아바이 마을 있는 청호동이 나온다. 아바이 마을은 1·4 후퇴 때 남하했다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정착한 곳이다. 정착 초기에 함경도 사람들, 특히 노년층이 많았는데 함경도 방언으로 '아바이'가 할아버지란 뜻이기에 아바이 마을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됐다고 한다.

속초는 38선 이북에 있던 지역으로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 쪽에 속해 있었다. 휴전이 됐을 때, '동쪽의 38선'은 북상했다. 그러나 '서쪽의 38선'은 하강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38선 이북이었던 속초는 현재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이지만, 38선 이남이었던 개성은 아무나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그렇게 실향민들은 조금이라도 고향에 가까운 곳에다 삶의 터전을 잡았던 것이다. 함경도 도민들이 집단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그곳에는 전통적인 속초지역의 문화와는 다른 음식문화와 언어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그런 음식문화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다.

동네 떡볶이집에서 파는 일반적인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당면을 넣지만 아바이순대는 찹쌀과 선지 등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낸다. 오징어순대도 마찬가지다. 옛날부터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돼지가 귀해 오징어를 이용하여 순대를 만들어왔다. 그런 방식의 오징어순대가 아바이마을에서는 함경도식으로 변형이 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입가에는 군침이 흐르고 있다. 아바이마을에서 맛 본 오징어순대가 입가에 맴돌아서...

 
▲ 갯배 배 삯이 200원인 갯배. 시내 중심부와 아바이 마을을 연결해주던 갯배는 이제 속초의 또다른 명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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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마을이 있는 청호동은 트레킹을 하기에 적합한 곳은 아니다. 그냥 동네 주택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초에 가면 한 번쯤은 꼭 가볼 곳인데다 청호동과 중앙동을 이어주는 설악대교에서 바라보는 속초 시내의 모습이 장관이기에 속초해변트레킹 코스에 포함시켰다.

한편 아바이마을에는 '갯배'라는 또 하나의 명물이 있다. 갯배는 중앙동과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을 이어주는 무동력 선을 말한다. 양쪽 선착장에 걸려 있는 밧줄을 끌어 당겨 그 힘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다.

아바이마을은 육지 속의 섬과 같은 형상이다. 그래서 이 갯배가 없었다면 5분 정도 걸릴 거리를 30분 정도 돌아가야 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설악대교(2003년 개통)와 금강대교(2013년 7월 임시개통)가 건설되어 이 갯배가 없어도 시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이 갯배가 아바이마을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다. 한편 이 갯배의 배 삯은 200원이라 부담이 없어 좋다.

 

 
▲ 조도 속초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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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해수욕장과 조도

 


아바이마을을 빠져나오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해변 트레킹이 시작된다. 거기서부터가 속초 제일의 명소라고 불리는 속초해수욕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속초 해수욕장은 황토빛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곳이다. 약 1km 정도에, 질 좋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조도(鳥島)가 두둥실 푸른 동해바다에 떠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더구나 바다 반대편에는 우뚝 솟은 설악산이 내려다보고 있어 여느 바닷가 해우욕장과는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사실 속초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다. 느릿느릿 걸어도 30~40분 정도면 끝부분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해운대나 경포대 같은 '광대역' 백사장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성이 안 찰 수도 있다. 하지만 광대역보다는 아기자기함을, 더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초해수욕장에 더 높은 점수를 줄지도 모른다.

속초해수욕장의 끝자락에는 외옹치라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속초해수욕장 일대와 속초 중심부를 조망해 볼 수 있다. 푸른 동해바다의 물결과 황토빛 모래사장이 서로 서로의 배경색이 된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 외옹치 외옹치는 해안가로 툭 튀어나온 형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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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옹치와 외옹치항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를 바라다보면 마치 어떤 산 하나가 바닷가를 향해 뛰어들려는 형상이다. 평평한 해안가가 계속 이어지다 외옹치 부근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 나온 모습이라는 것이다. 외옹치(外瓮峙)라는 명칭도 바깥(外)으로 튀어 나온 항아리(瓮) 같은 언덕(峙)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외옹치에는 짧기는 했지만 숲길도 있었다. 속초시 지형도를 보면, 설악산 대청봉에서 동쪽 방면으로 내려온 줄기는 주봉산을 타고 내려오다 바다를 앞에 두고 외옹치가 된다. 즉 외옹치에서는 동해바다와 설악산이 서로 만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지형적인 특색 때문인지 외옹치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된 것이다. 사실 외옹치 해변은 2005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용 철책이 들어서서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다. 한편 같은 해에 동쪽에 주둔하고 있었던 군부대도 철수하게 되어 지금의 외옹치의 모습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외옹치 일대에는 해안 방어를 위해 군 초소가 남아있다.

 

 

 

 

 

 

 

 
▲ 외옹치항의 야경 철책선 위로 불빛이 비취고 그 반대편에는 보름달이 떠올랐다. 동해바다와 어루어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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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변트레킹 코스 빨간색으로 그려진 부분으로 이동한다. 이동거리는 약 8km 정도다.

 


● 도움말
1. 서울 동서울터미널 기준으로 속초 시외버스터미널까지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속초에는 고속버스터미널도 있는데 그 곳은 속초해수욕장 입구 부근에 있다.

2. 대포항에서 트레킹을 마친 후에는 7번 국도쪽 나와서 시내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돌아올 수 있다. 버스 노선이 많기 때문에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3. 춘천에서 속초까지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춘천 같은 강원도 서부 내륙지역도 속초까지 가는 것이 부담스럽지가 않다.

 

 

 

 

 

 

 

 

 

 

 

태어나면서 가장 많은 사과했던 그 날, 잊지 못해요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에서 있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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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수욕장 속초해수욕장 앞에 있는 조도. 처음에는 이런 낭만적인 여행, 낭만적인 트레킹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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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쭐해 있었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6월 3일, 오랜만에 필자의 기사가 <오마이뉴스> 메인(오름)에 게재됐던 것이다.  그 글을 작성한 필자의 의도가 표심으로 연결된 것 같아 무척 의기양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서울시교육감선거에서 고승덕 후보가 물을 먹지 않았던가! (관련기사 : 스스로를 폭로한 루소, 딸이 폭로한 고승덕)

"푸하핫! 선거의 여왕이 있다는 데 난 이제부터 선거의 왕이다! 그럼 나도 정치컨설턴트나 해볼까?"

하지만 선거는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필자도 다시 역사트레킹을 리딩해야 했다. 선거가 끝난 이틀 후인, 6월 6일에 강원도 속초에서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을 주최해야 했던 것이다. 

<집밥> 소셜다이닝 홈페이지서 속초 해변길 트레킹 모집

속초해변길 트레킹은 <집밥>이라는 소셜다이닝 홈페이지에서 모집했다. <집밥>은 홀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1인 가족이나 자취생들을 위한 모임으로, 파편화된 도시적인 삶을 극복하고, 서로 식사를 나누며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해 보자는 의미로 만들어진 공유기업이다. 그렇다고 <집밥>이 밥만 먹는 모임은 아니다. 자전거 타기나 버스투어, 악기 연주 같이 음식과는 상관없는 모임들도 개설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자도 <집밥>에서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 모임을 개설했다. 모임 회비로는 1만 7천원을 책정했다. 이렇게 회비를 걸어놓아야 중구난방식의 참여를 막을 수 있을뿐더러 참가자들에게 행동식도 제공할 수 있다. 6월이었지만, 30℃에 육박하는 날씨가 많았던 터라 일찍 모집완료가 되었다. 초여름, 동해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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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해수욕장 외옹치에서 바라본 속초해수욕장. 푸른 동해바다와 황토빛 모래사장이 서로의 배경색이 되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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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정도 참가 신청했는데, 출발 전날 그 인원에 맞춰 간식을 샀다. 장시간 트레킹에 필요한 영양바, 초코바, 영양갱, 소시지, 육포, 음료수 등을 샀다. 품목이 다양해서 그랬는지 무게도 엄청나서 비닐봉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트에서 사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그렇게 저렴하게 샀더니 머리 한 구석에서는 이런 '창조'적인 생각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 이렇게 구매를 해도 돈이 남네! 그러고 보니 다 지출해도 고속버스비, 저녁식사비, 담배값 정도가 더 남잖아. 야 이거 남는 장사네. 창조경제가 따로 없구나! 푸하핫~ 이거 완전 창조경제야! 창조경제!' 

모임의 집결지는 속초시 동명동 시외버스터미널이었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럼 서울사람만을 대상으로 하는 모임으로 전락 될 수 있기에 일부러 속초시에서 직접 만나기로 했다. 이 말은 모임의 마스터인 필자를 포함한 참가자 전부가 다 다른 고속버스로 개별적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버스로 이동을 할 때는 오직 문자나 카톡(모바일 메신저)으로만 대화가 가능할 뿐이었다. 또한 그 대화의 주관자도 리더인 필자라는 것이다. 왜? 해당 참가자들의 연락처는 모임지기인 필자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강남터미널로 

6월 6일, 오전 8시.

날씨는 화창했다. 발걸음은 가벼웠다. 동서울터미널이 있는 강변역으로 향하는 전철은 한산했다. 10인분에 가까운 간식과 음료를 넣은 배낭이 무겁기는 했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전철에 앉아 갈 수 있었다.

'간만에 동해바다도 보고, 돈도 벌고... 오늘 제대로 창조경제 좀 해보자고!'

필자는 전철을 타는 내내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총 얼마나 이익을 보려나? 

오전 9시경, 동서울터미널 매표소.

"예? 표가 없다고요?"
"지금 당장 떠나는 건 없고 2시간 정도 지난 후에 출발하는 건 있어요."
"두 시간 후면...?"
"오전 11시 차에요."
"왜 이런 거에요. 왜 이렇게 빨리 매진 됐어요?"
"오늘이 연휴잖아요. 강원도 쪽은 차들이 매진된 게 많아서 증차한 노선도 있어요. 끊으실 거에요?"
".... 그거라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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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배 유명한 아바이마을의 갯배. 속초해변길 트레킹에서는 갯배를 타고 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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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결 시간은 오후 1시경이었다. 속초까지 거의 2시간 정도니 꾸역꾸역 가도 좀 늦을 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모임의 주관자가 지각할 수 있는가? 더군다나 2시간 동안 터미널 대합실에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차라리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10시 이전에 차만 타면 그래도 해볼 만한 '게임'이었다.

"이거 환불해주세요."
"수수료 10%가 공제되고 환불됩니다."
"......."


터미널마다 다른가? 다른 지역터미널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던데... 그래도 수수료보다는 시간 약속이 더 중요했다. 환불을 하고 그 길로 20분 거리에 있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속초까지 가는 제일 빠른 차표 하나 주세요."
"제일 빠른 게 10시 50분차인데 괜찮으세요?"
"예? 그보다 빠른 건요?"
"다 마감됐어요."


터미널에 나타난 관광버스

그냥 동서울터미널에 있을 걸 그랬다. 외형적으로는 10분을 번 것처럼 보였으나 강남보다는 동서울터미널이 더 동쪽인데다 강원도로 진입하는 길이 더 수월하기에 결과적으로 오히려 더 시간을 잃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네. 참가자들한테 집합시간을 늦춰달라고 해야겠다. 미안하지만 말야.'

참가자들은 흔쾌히 수락해 줬다. 그런데 이구동성으로 차가 많이 밀린다는 멘트를 남겼다.

'밀리면 얼마나 밀리겠어. 5일 빼면 투표일부터 8일까지 계속 연휴인데. 여행객들이 많이 분산됐겠지. 난 오늘 트레킹 리딩만 잘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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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항 속초해변길의 종착지는 대포항이다. 대포항은 어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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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버스 출발시각이 되자 그 마음은 우르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속초 예상 도착시간이 4시간 30분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플랫폼에 서 있는 버스는 정식 고속버스가 아니라 'XX관광'이라는 로고가 선명한 일반관광버스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떠났으면 터미널에서 일반 관광버스까지 '대절'하여 승객을 실어 나르겠나! 

서울을 빠져나가기 전부터 정체가 시작됐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버스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에서부터는 아예 도로에 멈춰 섰다. 그렇게 가다가는 오늘 내로 못 도착할 것만 같았다. 일이 완전 꼬이게 된 것이다. 

6일 현충일을 맞아 속초 동명항 입구에 서 있는 '수복기념탑' 앞에서 설명하려 했던 한국전쟁과 현재의 동북아 정세는 저 멀리로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속초해수욕장 옆에 불쑥 튀어나온 외옹치에서 설명하려 했던 무동력선을 이용한 재래식 문어잡이 방식도 역시 저 멀리로 흩어져버리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속초해변길 역사트레킹 카톡 단체 채팅방은 무기력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 말들에 휩싸인 필자는 가시 방석 위에 있는 느낌이었다. 언제 그런 무기력 말들이 칼날이 되어 필자를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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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옹치항 작은 항구인 외옹치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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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칼날이 날라 왔다. 유독 날카로운 카톡 메시지를 날렸던 참가자가 있었는데 그 분이 결국 이런 멘트를 날렸던 것이다.

"환불해줘요!"

그 분은 왜 '교통량 예측을 하지 못했냐'는 원망의 메시지도 함께 남겼다. 필자는 죄인처럼 연거푸 사과의 멘트를 날려야 했다. 교통량을 예측하지 못한 것까지도 사과해야 했다. 모바일 상이기는 했지만 태어나서 그렇게 사과를 많이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속초에 도착하니 오후 5시 30분이었다. 무려 6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이다. 도착하자마자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편을 알아봐야 할 처지였다.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인 필자는 청문회에 불려나온 것처럼 진땀을 흘리며 말을 이어나가야 했다. 다행인건지 아닌지, 그 날카로운 멘트를 날린 분은 미리 서울로 올라갔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속초해변길 트레킹은 한 걸음도 제대로 떼지도 못하고 종료가 됐다. 참가자들의 원망이 섞인 환불명세서를 받아들고... 10인 분에 가까운 행동식은 현지에서 풀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울로 가져왔다. 간식들을 먹으며 계산기를 두들겼다. 참가비를 환불하고, 은행수수료를 부담하다보니 적자였다. 내 고속버스비에 저녁식사는커녕 5만 원 이상이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이걸 어쩌냐. 마이너스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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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옹치 모임이 깨진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이렇게 모래사장을 거닐었다. 뒤로 보이는 곳이 외옹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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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안녕하십니까? 역사트레킹 마스터 곽작가입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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