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도: 속초해수욕장에서 바라 본 조도.







파도를 따라 걷는 속초 해변트레킹

지루할 틈이 없는 속초 해변트레킹

  

    

 

동해바다가 보이는 속초로 가자!

 

이번 화는 서울을 떠나서 동해바다 쪽으로 방향을 잡아봤습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속초입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개통, 미시령터널의 개통 등으로 이제 속초는 서울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해안 도시가 되었습니다. 속초시 관광안내 책자에는 ‘1시간 40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그만큼 강원도 해안 도시로의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뜻이겠지요. 너무 서울 중심적인 발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속초나 강릉 같은 지역들은 서울의 근교 바닷가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트레킹의 특징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걸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속초의 해변길을 걷기 때문에 속초해변트레킹이라는 이름도 붙여봤습니다. 속초해변트레킹은 해안가를 걷지만 꼭 바다 풍광만 바라보는 트레킹 코스는 아닙니다. 일단 코스 반대편에 우뚝 솟아 있는 설악산의 장엄함을 관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외옹치라는 작은 언덕에도 오릅니다. 갯배도 타고요.

    

 

    


* 고깃배




 

아바이마을과 갯배

 

속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닷가 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동명항이 나옵니다. 이 곳에 속초등대전망대가 있는데, 그곳에서부터 트레킹은 시작됩니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속초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또한 속초해변트레킹 코스를 눈으로 먼저 걸어볼 수도 있습니다.


동명항 탐방을 마친 후에는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을 향해갑니다. 아바이 마을은 1.4후퇴 때 남하했다가 영영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이 정착한 곳입니다. 정착 초기에 함경도 사람들, 특히 노년층이 많았는데 함경도 방언으로 '아바이'가 할아버지란 뜻이기에 아바이 마을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게 됐습니다.


속초는 38선 이북에 있던 지역으로 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쪽에 속해 있었습니다. 휴전이 됐을 때, ‘동쪽의 38은 북상했습니다. 그러나 서쪽의 38은 하강을 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38선 이북이었던 속초는 현재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이지만, 38선 이남이었던 개성은 마음대로 갈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개성공단이 폐쇄되었으니 더더욱 그렇게 된 것이지요.






* 갯배





그렇게 실향민들은 조금이라도 고향에 가까운 곳에다 삶의 터전을 잡았던 것입니다. 함경도 도민들이 집단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그곳에는 전통적인 속초지역의 문화와는 다른 음식문화와 언어문화가 자리 잡게 됐습니다.


그런 음식문화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입니다. 동네 떡볶이 집에서 파는 일반적인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당면을 넣지만 아바이순대는 찹쌀과 선지 등을 넣어 독특한 맛을 연출합니다. 오징어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부터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서는 돼지가 귀해 오징어를 이용하여 순대를 만들어왔습니다. 그런 방식의 오징어순대가 아바이마을에서는 함경도식으로 변형이 됐습니다.


한편 아바이마을에는 갯배라는 명물이 하나 있습니다. 갯배는 중앙동과 아바이 마을이 있는 청호동을 이어주는 무동력 선을 말합니다. 양쪽 선착장에 걸려 있는 밧줄을 끌어 당겨 그 힘으로 이동을 하는 것이죠.


아바이마을은 육지속의 섬과 같은 형상입니다. 그래서 이 갯배가 없었다면 5분 정도 걸릴 거리를 30분 정도 돌아가야 했다고 합니다. 지금이야 설악대교와 금강대교가 건설되어 이 갯배가 없어도 시내로 들어갈 수 있지만 그 전에는 이 갯배가 아바이마을 사람들의 다리 역할을 해주었던 것입니다.

    





* 속초해수욕장: 뒤로는 외옹치가 보인다.




 

 

속초해수욕장과 조도

 

아바이마을을 빠져나오는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해변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거기서부터가 속초 제일의 명소라고 불리는 속초해수욕장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속초 해수욕장은 황토빛 모래사장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1km 정도에 걸쳐 질 좋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새들의 낙원이라고 불리는 조도(鳥島)가 눈앞에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습니다. 더구나 바다 반대편에는 우뚝 솟은 설악산이 내려다보고 있어 여느 바닷가 해수욕장과는 다른 운치를 자아냅니다.


사실 속초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닙니다. 느릿느릿 걸어도 20~30분 정도면 끝부분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운대나 경포대 같은 큰 백사장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성이 안 찰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큰 것보다는 아기자기함을, 더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초해수욕장에 더 높은 점수를 줄지도 모릅니다.


속초해수욕장의 끝자락에는 외옹치라는 작은 언덕이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속초해수욕장 일대와 속초 중심부를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푸른 동해바다의 물결과 황토빛 모래사장이 서로 서로의 배경색이 된 모습은 그야 말로 장관을 연출합니다

 





* 외옹치에서 바라 본 속초해수욕장: 현재 외옹치에는 대규모 리조트시설이 들어 서고 있다. 외옹치에는 고구마밭이 많았었는데 이제 그 밭들은 찾아 볼 수 없을 것 같다.





속초해수욕장에서 외옹치를 바라다보면 마치 어떤 산 하나가 바닷가를 향해 뛰어들려는 형상입니다. 평평한 해안가가 계속 이어지다 외옹치 부근에서 무언가가 불쑥 튀어 나온 모습이라는 뜻이죠. 외옹치(外瓮峙)라는 명칭도 바깥()으로 튀어 나온 항아리() 같은 언덕()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속초시 지형도를 보면, 설악산 대청봉에서 동쪽 방면으로 내려온 줄기는 주봉산을 타고 내려오다 바다를 앞에 두고 외옹치가 됩니다. 즉 외옹치에서는 동해바다와 설악산이 서로 만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지형적인 특색 때문인지 외옹치는 지금이나 예전이나 군사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됩니다. 사실 외옹치 해변은 2005년 전까지만 해도 군사용 철책이 들어서서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습니다.


그런 군사시설은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외옹치의 안쪽은 덕산이라고 불렸는데 그 곳에 봉수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덕산 봉수대는 북쪽으로는 간성 남쪽으로는 지금의 양양으로 봉화를 연결해주는 곳이었습니다.


그런 외옹치에 지금은 대규모 리조트 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리조트가 건설되면 속초경제가 활성화되겠지요. 또한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외옹치에서 밭을 경작하는 모습은 그저 옛 사진으로만 남아 있을 겁니다. 외옹치의 옛 모습은 그저 우리의 기억 속으로만 남아 있게 될 겁니다.

 

    


* 외옹치항의 낮



 

 

작고 아담한 외옹치항

 

외옹치에는 마을도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외옹치 마을은 바닷가 쪽이 아닌 도로와 인접한 곳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어촌 마을이라면 조금이라도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어야 이치에 맞을 텐데 그렇지가 않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1984년에 있었던 수해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1984년에 있은 수해로 인해 산사태가 나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습니다. 그 이후 마을은 보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을 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당시 수해는 외옹치 마을의 어로 활동에도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1984년 이전에는 '뗀마'라고 불리던 무동력선을 타고 문어를 잡는 재래식 어로 작업을 많이 했답니다. 하지만 수해복구와 함께 항구도 현대식으로 탈바꿈 했고, 무동력선도 동력선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재래식 어로 활동도 자취를 감추었고요

 

외옹치 마을에서 조금만 이동하면 외옹치항이 내려다보입니다. 외옹치항은 작고 아담한 항구입니다. 외옹치항은 외옹치가 숨겨놓은 보물(?)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 보물이 가장 빛날 때는 달빛을 받을 때입니다. 동해바다에 떠 있는 달빛이 은은하게 항구를 감쌀 때, 외옹치항은 그 고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 외옹치항의 밤





 

유명한 대포항 수산시장

 

외옹치에서 유명한 대포항까지는 약 1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행정구역상 외옹치는 대포동에 속합니다.


대포항은 어시장이 잘 발달되어 속초 최고의 항구로 손꼽힙니다. 몇 해 전 현대화 공사가 끝나 대포항은 항구와 어시장이 확 바뀌었습니다. 싱싱한 횟감이 즐비한 어시장과 말끔하게 정비된 접안 시설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해안트레킹에서 어시장탐방으로 변형이 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대포항 일대를 다 걸어보려면 1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항구와 어시장은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대포항과 어시장 탐방을 마치면 약 8km에 달하는 속초해변트레킹이 종료가 됩니다.


속초해변트레킹의 특징은 바다만 따라가는 코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은 처음에는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어 시원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2차원 적입니다. 아기자기한 멋이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바닷가를 끼고 걷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한 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속초해변트레킹은 갯배도 타고, 외옹치도 오르고, 설악산도 관망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해변도 걷고요. 한마디로 지루할 틈이 없다는 뜻이죠!

    

 

    


 

속초해변트레킹

 

1. 코스: 시외버스터미널 동명항(속초등대전망대) 아바이마을(갯배)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대포항


2. 이동거리: 8km


3. 예상시간: 3시간 30(쉬는 시간 포함

 

4. 난이도: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