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일요일.

비가 너무 많이 내렸습니다. 야외활동이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내렸습니다. 

"한 명도 안 나오겠네. 이러면 문화센터에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양재역에서 저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이렇게 혼자 궁시렁거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날은 태종이방원 역사트레킹이라는 독특한 트레킹 강의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한겨레문화센터에서 강의를 하는데... 아주 딱 강의하는 날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던 것이죠. 사진에서도 보듯 빗줄기가 아주 굵었습니다. 강수량도 상당했고요. 그래서 트레킹을 취소하는 게 옳았습니다. 

하지만 '물 들어올 때 노 젓으라'는 말이 있듯이 할 때 확 해버려야 합니다.그래서 저는 참가자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습니다.

"안전 문제도 있으니까, 헌인릉 위주로 탐방을 할게요. 우중트레킹 하면서 능 구경해요."

문자를 저렇게 보냈어도 노심초사했지요. 사람들이 한 명도 안 오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올 사람들은 오게 되어 있더군요. 인증샷에서 보듯 악천후를 뚫고 무려 네 분이나 태종이방원 역사트레킹에 참여를 해주셨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태종이방원 트레킹은 태종이 묻힌 헌릉을 탐방한 후 대모산 숲길을 넘는 코스로 짜였습니다. 종착지는 세종대왕의 다섯번째 아들인 광평대군 묘역이지요. 대모산 숲길이 상당히 괜찮아서 저도 나름대로 기대를 한 코스였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줄기에 아주 산통이 다 깨졌지요. 안전문제 때문에 대모산 숲길은 입구만 탐방을 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헌인릉을 탐방하다보니 아주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하게 됐습니다. 봉분에 방수포가 씌어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강력한 빗줄기에 의해 능침이 손상되지 말라고 방수포를 씌었던 것입니다. 능침은 봉분을 말합니다. 능침은 능상이라고도 불리고요. 

사진에 은빛 방수포가 이색적이죠? 헌릉은 은빛 방수포로 덮어져 있더군요. 헌릉은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의 무덤으로 쌍릉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왕권을 상징한 태종이었기에 능 주변에 있는 석물들도 큼직큼직합니다. 

이에 비해 인릉은 아주 아담하지요. 녹색 방수포로 씌어진 인릉은 순조와 순원왕후 김씨의 무덤으로 합장릉입니다. 그래서 능침이 하나입니다. 형식이 단릉 형식이라는 거지요.

하여간 비 맞으면서 트레킹을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능에 방수포를 씌우는 이색적인 모습도 관찰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흥미는 있었지요? 특히 은빛 방수포가 덮어진 헌릉의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쌍릉이었으니... 더 크게 느껴졌지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