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좌청룡과 우백호가 있다. 조선이 건국되고 한양으로 천도를 할 때 철저하게 풍수지리를 따져가며 도읍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서울의 우백호는 인왕산이다. 그럼 좌청룡은 어디일까? 이번에 소개하는 낙산이 바로 서울의 좌청룡이다.

낙산(駱山)은 산의 모양이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고 하여 낙타산 혹은 타락산으로도 불렸다. 낙산은 높이가 해발 125미터 정도로 산이라 불리기에는 턱없이 낮다. 실제로 한양도성을 두르고 있는 네 개의 산 중에서도 가장 낮다. 참고로 북악산은 342미터, 인왕산이 338미터, 남산이 270미터이다. 이 4개의 산은 서울 안쪽에 있다하여 내사산(內四山)이라고 부른다.

* 낙산 성곽길: 낙산공원에서부터 혜화문까지는 성 밖을 걷는다.

● 서울의 좌청룡 낙산

실제로 이렇게 키가 낮다보니 낙산은 좌청룡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질책에 시달려야했다. 이에 비해 우백호인 인왕산은 거대한 암반면이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어 돌이 많은 골산(骨山)의 면모를 강하게 드러낸다. 낙산도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워낙에 체급 차이가 나다보니 우백호인 인왕산에게는 도전장조차 못 내미는 것이다.

그럼 왜 좌청룡의 역할이 중시됐을까?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청룡을 굳이 끌어다가 멀쩡한 산에 이입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의미를 알려면 다시 풍수지리로 돌아가야 한다. 좌청룡은 남자, 장자를 뜻한다. 이에 비해 우백호는 여자, 차자를 뜻한다. 차자는 둘째나 셋째를 말한다.

다른 왕조국가들처럼 조선도 엄연히 장자 계승원칙이 있었다. 그러니 장자를 뜻하는 좌청룡이 튼실해야했던 것이다. 하지만 서울의 좌청룡은 우백호에게 게임이 되지 않았다. 용호상박은커녕 호랑이한테 냉큼 잡아먹히는 형상이다. 어쨌든 그 말대로 된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실제로 숙종이외에는 제대로 왕위를 이끈 장자 출신 왕이 전무했다.

좌청룡우백호니, 용호상박이니 판타지 같은 말들은 접어두고 낙산을 올라가보자. 우리는 말보다는 걷는 걸 더 잘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한양도성은 앞서 언급한 내사산을 두르고 있는데 그 길이가 18.6km에 달한다. 그런 한양도성을 걷는 것을 두고 순성놀이라고 부른다. 18.6km라면 걸을 만 하지 않은가. 트레킹 마니아라면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 옛 선조들은 짚신 신고도 잘 순성을 하셨다. 우리들이야 최신형 트레킹화를 신고 있지 않은가. 그렇게 순성을 잘 하려면 출발점이 중요한데 그 시작점을 많은 이들이 낙산 구간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낙산 성곽길에서 몸을 제대로 풀어주고 북악산 성곽길로 넘어가는 것이다. 키가 작은 것이 역설적으로 낙산의 강점이 되는 것이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에서 시작과 종료를 할 수 있으니 접근성도 무척이나 좋다.

 

 

* 낙산: 낙산공원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모습.

● 시원한 풍광을 품은 낙산공원

본격적으로 낙산 성곽길을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깎아지는 절벽 위에 세워진 집들이 보일 것이다. 이곳은 창신동인데 예전에 채석장이 있던 자리였다. 창신동하면 전태일 열사가 떠오르면서 작은 봉제공장들이 연상된다. 그런 창신동에 채석장이 있었다는 걸 아는 이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성저십리(城底十里)라 하여 도성밖 십리까지는 함부러 묘지를 쓰지도 못하게 했고, 돌도 캐내지 못하게 했다. 한양도성에 쌓여진 돌들은 해당 산에서 캐낸 것이 아니라 멀리 다른 산에서 가져온 것들이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성저십리 원칙은 훼손된다. 시가지의 확장으로 많은 석재가 필요했던 것이다.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고 도심지와 가까이에 있는 낙산은 그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때 인왕산도 채석장이 들어서 훼손이 된다. 일제에 의해 좌청룡우백호가 동시에 아픔을 겪었던 것이다.

“와 정말 시원한 풍광이네요. 저 앞에 있는 산이 북한산 맞죠?”

“예 맞아요. 북한산 북쪽에서 남쪽까지 파노라마로 보고 있어요. 도대체 이런 풍광을 어디서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낙산 정상부인 낙산공원 전망대에 올라가면 꼭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125미터라는 높이에 비해 품고 있는 풍광이 너무 아름답고 거대하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이들이 낙산공원을 좋아한다.

이제는 혜화문 방면으로 내려간다. 혜화문은 동소문인데 일제강점기에 철거됐다 1994년에 지금의 자리에 다시 만들어졌다. 낙산의 영역은 흥인지문과 혜화문 사이인 것이다.

* 낙산성곽: 낙산공원의 성곽. 여장의 구멍 3개가 보인다. 가운데 구멍은 근총안이고 양 옆에 구멍은 원총안이다. 근총안은 가까운 적을 공격할 때, 원총안은 원거리 적을 공격할 때 이용된다.

● 낙산 성곽길을 걸으며 성곽 공부를 한다

낙산공원 이전까지는 성곽의 안쪽을 걸었다면 혜화문까지는 성곽 밖을 걷게 된다. 그렇게 걷는다는 것은 한양도성 밖, 즉 4대문 밖으로 나왔다는 뜻이 된다. 그 이전까지는 여장(女墻)이라는 낮은 담장을 따라 걸으며 그 너머로 보이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었다. 구멍이 3개가 뚫린 여장은 성가퀴라고도 불리는데 구체적인 전투행위가 벌어지는 곳이다.

 

“여장 꼭대기 부분의 명칭은 옥개석인데요, 요거를 넘어서 보려면 좀 불편하시죠?”

“네 까치발 들고 봐야 돼요. 왜 이렇게 만들었대요. 키 좀 낮추지.”

 

다 이유가 있다. 한양도성은 애초 방어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관광을 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병사들이 그곳에서 생사를 걸고 싸워야했기에 방어에 적합한 높이로 여장을 만든 것이다. 여장이 높으니 성 밖에서는 그곳에 군사가 얼마나 배치되어 있는지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이와 달리 바깥쪽은 커다란 장벽 같은 성체를 끼고 걷게 된다. 적군은 그 큰 장벽을 기어 올라가야 성을 함락시킬 수 있다. 이렇게 안쪽과 바깥쪽이 다른 축성 방식을 두고 편축법(片築法)이라고 칭한다. 편축법은 한마디로 한쪽만 쌓았다는 뜻인데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에 적합한 축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쪽만 쌓으니 돈도 덜 들고, 공기도 단축된다. 얼마나 좋은가. 또한 편축법은 지형과 합치되는 방식이기에 성체가 자연의 일부로 녹아든 형상을 보인다.

 

그럼 평지에서는 어떤 식으로 성을 축조할까. 협축법(夾築法)이란 방식으로 쌓는다. 협축법은 성벽의 안팎에서 성체를 올려쌓는 것을 말한다. 유럽의 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편축법이 바깥쪽만 낭떠러지라면 협축법으로 쌓여진 성들은 안쪽과 바깥쪽 모두 다 낭떠러지다.

사진에 등장하는 아빌라성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서북쪽으로 약 1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이 아빌라성은 중세에 건립됐음에도 보존 상태가 좋아 1985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에서 보듯 아빌라성은 협축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 찍은 스페인 역사 기행 사진을 여기서 써먹는다.

한양도성은 크게 세종, 숙종, 순조까지 세 시기에 걸쳐 성을 고쳐 쌓았다. 시간이 갈수록 성돌 낱낱의 크기는 커졌고, 다듬질의 강도는 정교해졌다. 낙산 성곽길을 걸을 때 놓치지 말고 관찰해보면 좋다. 이렇듯 낙산 성곽길 구간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성곽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 이거야 말로 교과서 밖으로 나온 살아있는 역사 공부다.

*아빌라(Avilla)성: 협축법으로 축조된 아빌라성. 저 좁은 협로에서 병사들이 전투를 한다. 사진 왼쪽과 정면에 보이는 건물은 아빌라 대성당이다.

* 아빌라성: 성 안쪽에서 바라본 모습. 협축법으로 축조가 됐으니 성 안쪽과 바깥쪽 모두 낭떠러지다. 그나저나 정원 참 예쁘다.

* 낙산 지도: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지도임.

 


■ 낙산 성곽길

1. 코스: 흥인지문 ▶ 낙산공원 ▶ 성곽길 ▶ 혜화문

2. 가는법: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에서 하차한 바로 흥인지문을 탐방할 수 있음. 이후 혜화문에서는 4호선 한성대역으로 이동할 수 있음.

3. 같이 가면 좋을 곳: 심우장(만해 한용운 선생 집), 수연산방(수필가 이태준의 집. 지금은 전통찻집으로 변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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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산 역사트레킹


좌청룡우백호라는 말 아시죠서울에도 좌청룡우백호가 있답니다우백호는 인왕산이고좌청룡은 낙산을 말합니다조선이 건국되고 한양으로 천도를 했을 때 도성방어를 위해서 성을 쌓기 시작합니다그것이 바로 한양도성입니다내사산(낙산인왕산남산북악산)을 연결하여 만든 한양도성은 이제 서울의 명물이 됐습니다.


그렇게 한양도성의 동쪽 축선은 낙산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키가 작은 낙산은 낙타산이라고 불리는데 혜화동의 뒤편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형상입니다낙산 성곽길 바로 아래에는 벽화로 유명한 이화동 벽화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낙산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정말 일품입니다서울시내는 물론 북한산까지 한 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시원스러운 풍광을 자랑하니까요. ‘북한산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낙산에 올라야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낙산의 또다른 자랑은 성곽길입니다낙산 구간은 걷기 좋은 성곽길로 꼽힐 정도로 순성로가 잘 정비가 되었답니다그 순성로를 따라 걷다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성곽의 변천사를 관찰할 수 있답니다성곽의 나이테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낙산 성곽길 구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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