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돌: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선돌. 뒤로 보이는 강이 바로 서강이다. 영월강변둘레길은 서강을 따라 걷는다.








영월,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다!


서강길 따라 걷는 영월강변둘레길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앞에 보이는 게 선돌이고, 그 뒤로는 서강이 흐르고 있어요.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우리는 저 서강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게 됩니다. 일명 영월강변둘레길 역사트레킹을 하게 되는 거죠. 저 아름다운 길에 흠뻑 빠져볼까요?”

 

당시 저와 트레킹팀은 선돌이란 큰 바위 앞에 서 있었습니다. 선돌은 강원도 영월군에 위치해 있는데 그 뒤로는 서강이라는 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선돌의 기묘한 자태가 푸른 강물과 어우러지니 그 멋이 한층 더 격조 있어 보이더군요.


영월에는 유명한 동강 말고, 서강도 있습니다. 워낙 동강의 유명세가 강해 서강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서강도 무척 아름다운 절경들을 여럿 품고 있습니다. 유명한 한반도지형도 서강이 품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이번에 떠날 곳은 영월입니다. 영월 중에서도 서강길을 따라 갑니다. 영월강변둘레길을 걷는 것이죠.

 






* 선돌: 아래쪽 서강에서 바라 본 선돌. 다른 바위에 가려서 갈라진 부분이 작게 보인다.





 

 

기묘한 자태의 선돌

 

영월강변둘레길은 선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진에서처럼 선돌은 서강 강변에 우뚝 솟아 있는 기암괴석입니다. 선돌은 그 높이가 70m에 달하는데 그 자태가 오묘하여 예로부터 신선암으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푸른 서강을 배경삼아 기묘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선돌은 그 자체만으로도 명물 중에 명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기묘한 모습 때문에 선돌은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단종 임금도 그들 중에 한 명이었지요. 단종 임금의 유배지는 영월의 청령포였는데 그 곳을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돌을 지나쳐야 했습니다. 단종도 기묘한 형상의 선돌을 볼 때만큼은 고된 귀양길에서 오는 피곤함을 잠시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트레킹 팀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선돌과 서강의 모습에 반한 듯, 한 컷이라도 더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 카메라 각도를 조절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러번 방문했던 선돌이었지만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지요

 




* 서강






즐거웠던 순간도 잠시! 이제 난이도 상()에 해당되는 구간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선돌에서부터 서강의 뚝방길로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그 구간은 등산로가 무척 험했습니다. 경사가 상당히 심했습니다. 심지어 낭떠러지를 스쳐지나가야 하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리딩자였던 저는 무척 고민을 많이 했었지요.

 

제발 무사히! 아무도 다치지 말고 제발 무사히!’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참가자분들의 트레킹 실력이 출중해서 그랬는지 모두 다 그 위험구간을 무사히 통과했답니다. 리딩자로서 그런 모습이 참 고맙더군요. 그래서 저는 참가자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저만 알고 있던 비밀화원같은, 환상의 뷰 포인트(view-point)로 안내했던 것입니다.


그 곳에 올라선 참가자들은 더 열심히 사진을 찍더군요. 독사진을 찍고, 짝을 지어서 찍고... 저에게 이런 말들을 건네면서요.

 

이런 멋진 곳에서 사진 찍게 해줘서 고마워요!”

 

 




* 환상의 뷰 포인트: 실제로 가보면 사진보다 훨씬 더 멋진 곳이다.





 

단종의 한이 서린 청령포

 

서강 뚝방길은 5km 정도에 달합니다. 옆으로 서강이 흐르고 있고, 간간이 기차도 지나고 하니 볼거리가 꽤 됩니다. 하지만 5km에 달하는 평지를 쉬는 시간 포함하여 1시간 반 이상을 걷고 있자니, 살짝 지루한 감이 밀려오더군요.


그렇게 살짝 지루한 감이 밀려올 때쯤, 트레킹팀은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에 도착했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트레킹팀은 청령포를 보자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청령포는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배후면에는 가파른 육륙봉이 놓여 있어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립니다. 그래서 청령포는 지금도 배가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곳입니다. 

 

단종은 청령포에 오랫동안 머무르지 못했습니다. 계유정난 발생 3년 후인 14566, 단종 복위 계획은 사전에 발각되고, 주도자들이었던 사육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청령포: 청령포의 여름.



어두운 그림자는 단종에게도 드리워지게 되지요. 한명회, 권람 같은 일파들이 단종을 가만히 두었겠습니까? 엄청나게 단종을 몰아붙였고, 결국에는 노산군으로 강봉시켜 영월 땅으로 유배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때가 14576월이었습니다.


졸지에 노산군으로 강봉된 단종은 청령포에 왔다 그해 여름 홍수를 피해 영월 읍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옮겨 갔습니다. 그러다 그해 10월 하순에 관풍헌에서 숙부인 세조에 의해 사사됐지요. 단종의 짧았던 생애와 4개월 남짓한 영월 유배기간을 되새기며 저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한명회가 없었다면 수양대군이 정권을 틀어잡은 계유정난도 없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수양대군은 정권을 잡았고, 한명회도 부귀영화를 누리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단종 대왕의 뜻을 기리는 곳에 왔습니다. 한명회가 아닌...”

 

계유정난 당시는 한명회가 승리자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단종의 자취를 따라갑니다. 한명회를 따라가지는 않지요. 김구 선생의 자취를 따라가는 공주 마곡사 트레킹도 같은 이치입니다. 해방공간에서는 이승만이 승리자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김구 선생의 뜻을 기리며 마곡사 트레킹에 나섭니다. 이승만의 자취를 따라 걷지 않는다는 뜻이죠.

 

 



* 청령포: 청령포의 겨울





 

청령포와 관련하여 한 가지 더!

 

기회가 되시면 겨울에 청령포를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청령포는 그 맞은편에서 배를 타고 갑니다. 하지만 겨울에는 그 앞을 흐르는 서강이 꽁꽁 얼게 되지요. 그래서 배를 타고 들어갔던 청령포를 겨울에는 얼음 위를 걸어 입장하게 됩니다.


살살살,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떼며 강을 넘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그렇게 꽁꽁 언 강을 넘다보면 미끄러지듯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갈지 모릅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단종 임금이 겨울에 유배를 왔으면 저 얼음을 넘어서 다시 한양 땅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명도 짧고, 유배도 짧았던 우리의 슬픈 임금...’

 






* 참가자: 청령포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역사트레킹 참가자.




 

 

방절리에 있는 방절산

 

트레킹 팀은 청령포를 지나 방절산으로 향했습니다. 방절산은 강 건너 청령포 앞쪽에 있는 야트막한 산인데 제가 임의적으로 네이밍을 한 것입니다. 제가 영월에 사는 것도 아닌데, 감히(?) 그렇게 산 이름을 지은 것이죠.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동네 분들을 붙잡고 계속 그 산 이름을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건 이런 대답뿐이었습니다.

 

그 산 이름 없어요. 저쪽 산도 이름 없는데...”

 

그래서 방절산이라고 지었습니다. 그 동네가 방절리였기 때문입니다. 방절(芳節)리의 뜻을 거칠게 풀어보면 꽃다운 나이에 꺾이다라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역시 동네 지명도 단종 임금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트레킹 코스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임의적으로 네이밍을 한 만큼 누군가 좋은 이름을 제시한다면 방절산은 곧 다른 이름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 방절산: 사진 오른쪽, 아파트 뒤편이 동강과 서강이 합수되는 지점이다.





이름이야 어찌됐든 방절산은 충분히 올라갈 가치가 있는 산입니다. ? 동강과 서강이 합수되어 남한강을 이루는 곳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 곳에 올라서면 영월 읍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온답니다. 그러니 충분히 올라갈 만 하지요.


지금은 무인역사가 된 청령포역 탐방을 끝으로 영월강변둘레길 트레킹은 종료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영월강변둘레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당장 배낭을 꾸려 떠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굳이 영월이 아니어도 괜찮겠지요. 어디든 좋습니다.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면... 우리나라도 갈 곳이 많으니까요.

 


 



* 서강 뚝방길: 뚝방길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역사트레킹 참가자들.





 

영월강변둘레길

 

1. 코스: 선돌 서강 뚝방길 청령포 방절산(가칭) 청령포역(폐역사) 세경대학교

 

2. 이동거리: 10km

 

3. 소요시간: 4시간 30

 

4. 이용불가 계절: 겨울철과 여름철. 겨울에는 눈 때문에 이용불가. 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 등산로가 사라짐. 또한 서강의 범람이 우려됨.

 

 

 

 

 

 

 

 

 

 

    









 

 

 

 

 

 

 

 

 

 

 

 

중부내륙자전거여행 5편: 강원도 영월의 여름과 겨울

 

 

14.01.07 14:06  최종 업데이트 14.01.0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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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지형 영월군 서면 선암마을 부근의 한반도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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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천강 기암괴석들이 열을 지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다. 얼핏보면 물 속에 괴물이나 악어떼가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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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6일째: 2013년 8월 20일


겨울 다르고, 여름 다른 우리나라! 기후 온난화로 뚜렷한 4계절이라는 말이 퇴색되긴 했지만 그래도 봄·여름·가을·겨울이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우리나라! 그래서 누구는 이런 말을 한다. 방문한 여행지를 제대로 알려면 4계절을 다 맛(?) 보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일상에 쫓기는 생활인들이라면, 제대로 마음 놓고 여행하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지역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곳이 계절마다 '패션너블'한 옷을 갈아입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철마다 달라진 옷 색깔을 보기 위해 여행자들은 분주히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런 '패션쇼'를 경탄의 눈으로 감상하며 여행자들은 이런 말을 내뱉을 지도 모른다.

"계절 바뀌고 나서 또 와야지."

 

 


# 철이 바뀔 때마다 오고 싶은 영월

강원도 영월은 필자에게 그런 곳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고 싶은 곳이 바로 영월인 것이다. 봄에는 꽃들이 만발해서 좋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서 좋고, 가을에는 단풍여행 해서 좋고, 겨울에는 얼음놀이 해서 좋은 곳이다.

이전까지 영월에서는 주로 트레킹을 했었다. 영월은 유명한 동강 뿐아니라 서강과 주천강 등도 흐르고 있는데 이런 강들은 하나 같이 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필자는 이런 곳에서 강변트레킹을 했었다. 꾸불꾸불한 강변길을 걷다보면 저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꼭 '철 바뀔 때마다' 다시 올 것을 다짐했었다. 그래서 중부내륙 자전거여행에서도 일부러 영월을 코스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트레킹을 했던 곳을 자전거여행으로 다시 찾았을 때의 그 느낌이란 참으로 묘했다.  감정이 오묘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터져 나왔다.

"다시 왔군. 다시 왔어. 이번에는 혼자 오지 않고 자전거랑 같이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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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천강 강물에 누군가가 돌로 금을 그은 것 같다. 멀리서보면 괴물의 등지느러미나 악어떼처럼 보이는데 자세히보니 차별침식을 받은 돌들이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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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강이 흐르는 주천면에서 1박을 한 후, 물길을 따라 한반도 지형이 있는 선암마을 부근에 도착했다. 주천강은 태기산에서 발원한 하천으로 한반도면에서 평창강과 합수되어 서강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다시 서강은 영월읍내에서 동강과 합수되어 남한강을 이루어 충북 단양으로 물길을 잡는다.

한편 주천강은 기이한 풍광을 품고 있었다. 물 속에 잠겨 있는 암석들이 일렬로 늘어진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다. 등지느러미 같이 생긴 것들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강물 속에 엄청난 괴물(?)들이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네스호에 괴수가 살 듯... 혹시 주천강에도?

 

 



#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

어느덧 필자는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에 도달하게 됐다. 청령포 선착장 인근에다 베이스캠프를 꾸렸다. 24시간 개방되는 화장실도 있고 텐트를 칠 공간도 넉넉해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렇게 청령포 베이스캠프에서 삼 일을 머물면서 본격적인 영월 탐방에 나섰다.

청령포는 3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배후면에는 가파른 산이 놓여 있어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린다. 그래서 청령포는 지금도 배가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다. 
1457년 6월 초순, 단종을 복위시키겠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단종도 그 사건에 연류된다. 불똥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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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령포 청령포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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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령포 청령포의 겨울. 이렇게 강물이 꽁꽁 얼 때는 배가 운항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음 위를 걸어서 청령포에 간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 바로 청령포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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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에서 졸지에 노산군으로 강봉된 단종은 청령포로 유배를 오게 된다. 하지만 단종은 청령포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해 여름 홍수를 피해 영월 읍내에 있는 관풍헌으로 옮겨 갔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해 10월 하순에 관풍헌에서 숙부인 세조에 의해 사사됐다. 그때는 그나마 있던 '노산군'이라는 지위도 박탈되고 서인 신분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넉 달 정도 밖에 안 되는 단종의 유배생활. 그의 짧은 생애만큼 유배생활도 아주 짧았던 셈이다.


단종의 탄식과 절규가 곳곳에 베어 있는 청령포지만 그 모습은 절경중의 절경이다.
깎아질 듯 급경사를 이룬 육륙봉과 청정한 서강의 모습이 어우러진 청령포의 모습은 누가 봐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곳이다. 350도로 청령포를 휘돌아 나가는 서강의 물줄기 또한 힘이 넘친다. 이런 모습들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다고 생각해 보시라! 그 모습은 분명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하는 광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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