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자전거여행 3편] 아웃도어 스펙 조작하기

여행 후기, 걸러서 보세요

13.12.16 15:40   최종 업데이트 13.12.16 15:4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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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계천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금계천에서 캠핑을 했을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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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일째 : 2013년 8월 16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을 출발한 필자는 홍천을 거쳐 횡성군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시 여행일지를 찾아보니 낮 12시에 출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전날 야간주행의 여파로 너무 밤늦게 잠이 든 게 원인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아직 몸상태가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 적합할 정도로 달아오른(?) 것도 아니었으니 삭신이 다 쑤실 정도였다. 그래서 필자는 묘한 신음 소리를 내기까지 했다.

'아~ 정말 적응 안 되네. 몇 년을 달렸어도 여행 첫날이랑 그 다음날은 죽음이란 말이야! 오늘은 기필코 해 떨어지기 전에 텐트 치고 자야지. 오늘 저녁은 두부 송송 썰어서 김치찌개 해먹어야겠다. 푸하핫! 오늘은 캠핑 특별식이다!'

 

 

# '사흘 갈 길 하루에 갔다, 열흘 앓아눕는다'


'사흘 갈 길 하루에 갔다, 열흘 앓아눕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마디로 과유불급이라는 소리다. 그렇다. 이 속담은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들이 깊게 새겨 들여야 하는 격언일 것이다. 그건 자전거 여행이든 도보 여행이든 마찬가지다. 자신의 체력, 장비의 한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진격! 진격"만 외치다가는 큰 코 다치게 된다. 여행을 통해 하나라도 배워가야지 여행이 '중노동'으로 변질된다면 곤란해진다.

스스로에게 적합한 일일 적정 주행거리를 설정하고 그것에 맞춰 이동을 한다면 보다 더 즐겁고 재밌는 여행이 될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일일 적정 이동거리는 자전거 여행일 때는 50~60km, 도보 여행일 때는 20~25km이다. 둘 다 취사와 캠핑장비로 완전무장한 상태를 가정한 것이다.

자전거 여행일 때는 자전거에 주렁주렁 매달 수 있어서 상황이 좀 낫다. 하지만 도보 여행일 때는 거의 20kg에 육박하는 무거운 배낭을 온전히 자신의 신체만으로 버텨야 한다. 그래서 장거리 도보 여행을 떠날 때는 5~6일을 이동했으면 하루 정도는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좀 더 여유롭게 여행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위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에 기울어져 있다. 필자의 경험과 아웃도어 선배들의 의견들을 한 데 모아서 정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자신의 체력이 좋으면 하루에 100km 이상을 주행할 수도 있고, '천리행군' 빰칠 정도로 수십 킬로를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고유의 특색이 중노동으로 변질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 타협책이 바로 일일 적정 이동거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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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잿골터널 홍천군 북방면에서 홍천 읍내를 향해 갈 때 이용했던 잿골터널. 보행자의 편의를 위해 한쪽에 보행자 통행로가 있다. 방음벽까지 갖춘 보행자 통로가 인상적이어서 한 컷 찍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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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리어 '뻥튀기'의 유혹


전에 어떤 유명 여행 블로그를 눈팅하면서 혀를 찬 적이 있었다. 4개월 동안 무려 1800km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 여름인 6월에서 9월 사이에 그랬다는 것이다. 억지로 하면 할 수도 있을 듯싶지만 그래도 필자의 머릿속에서는 물음표가 떠나지 않았다.

'이 분은 장맛비가 오고 태풍이 불어도 트레킹을 하셨나? 한 여름에는 제대로 아웃도어를 할 수 있는 날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이 신규 진입을 하는 여행판. 더 정확히는 여행작가판에서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의 스펙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려고 무진 애를 쓸 수밖에 없다. 그건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한 곳이라도 여행지를 더 다니려고 발품을 팔고, 글감을 뽑아내려고 에피소드 찾는 데 혈안이 된다.

그런 와중에 유혹도 생긴다. 커리어를 '뻥튀기'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웃도어 스펙을 조작하는 것이다. 500km짜리 도보여행을 했는데 거기에 한 300km를 더 붙여서 800km 정도로 늘려 잡는 것이다. 딱히 검증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500이 고무줄처럼 800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500보다는 800이, 5000보다는 8000이 더 장사가 잘 되는 법이다. 5000을 뛴 것보다는 8000을 뛰었다고 하면 방송이나 언론에서 더 주목을 받지 않겠는가? 카메라는 조금이라도 더 드라마틱한 그림을 요구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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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강 강원도 홍천군을 흐르고 있는 홍천강. 이 강은 북한강의 지류이다. 앞쪽에는 강이 흐르고 뒤로는 산이 있는 곳에 들어선 아파트가 눈에 띄어서 한 번 찍어보았다. 그러고보면 이곳도 강변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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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으로 원웨이(편도) 티켓만으로 세상을 누볐다는 이야기도 필자는 물음표를 붙인다. 이런 식으로.


'여비나 생활비는 그렇다 쳐도, 비자 받을 때도 공짜로 받을 수 있나?'

누군가는 필자에게 이렇게 질책을 하실 수도 있겠다.

"너는 그렇게 잘났냐? 넌 네가 주장하는 커리어가 딱 일치하냐? GPS로 다 찍어봤어?"

솔직히 할 말이 없다. GPS로 다 찍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의 GPS는 싸구려라서 그런지 기록이 고무줄로 나온다. 간간이 종잡을 수 없을 때가 있다.

아웃도어 여행을 하는 필자가 왜 이런 제살 깎아먹기(?) 식의 발언을 하고 있는가. 커리어 '뻥튀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필자가 왜 이런 동업자 정신에 반하는 짓을 하고 있는가. 이런 주문을 드리고 싶어서다.

'걸러서 보세요. 너무 액면 그대로 믿지 마시고! 아웃도어도 따라쟁이 식으로 하지 마시고 주체적으로 하자고요!'

 

 

 

*박수근과 자전거: 박수근 미술관에 가면 무언가 하나 작품을 제작해야 할 것 같다. 그 곳에 가면 누구나 다 예술가가 되는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한 번 설치미술(?)을 해보았다. 박수근 선생은 내 자전거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박수근 화백 작품: 박수근 화백이 이런 작품도 그렸다. 박수근 화백에게서는 서양 화풍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 전편에 이어서

 

 

 

난 양구읍내로 진입했다.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했듯이 양구는 소양호와 파로호를 끼고 있다. 그래서 호반의 도시로 보이기도 한다.


양구 읍내에서 가까운 곳에 박수근미술관이 있었다. 양구 읍내에서 걸어갈 수도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난 그곳에서 좋은 감흥을 받고 왔다. 자전거여행에 지역축제가 접목되고, 또 미술관 탐방까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박수근(1914~1965)은 양구군 양구면(현 양구읍) 정림리에서 출생을 했다. 가난했던 그는 독학으로 미술 공부를 하게 됐는데

그런 성장배경은 박수근의 작품들에 오롯히 스며들게 된다. 그는 화강암처럼 두툼하고 거친 풍의 질감으로 작품들을 많이

제작을 했는데 그런 작품들은 서민적이면서도 소박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수근 공원 박수근 미술관 앞에 있는 박수근 공원. 산책하거나 사색하기 제격이다.

 

 

 

〈농악〉(1932),〈나무와 여인〉(1950년대),〈행인〉(1964), <할아버지와 손자〉(1964) 등등... 작품명만 봐도 한국적이지 않은가?

그런 박수근미술관은 선생의 작품들과 함께 일대기를 기록한 공간이었다. 2002년에 개관한, 비교적 최근에 개관한 곳이라 그런지

전시공간과 편의시설도 합격점을 줄만 했다. 

 

박수근 선생 생가 터에 200여 평 규모로 건립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은 그 자체로 문화공간이었다. 앞산이 보이는 확 트인 공간에

위치한 미술관은 전면에 공원과 함께 야외전시장이 있었다. 그냥 얼핏 봐도 산책하기도 좋고, 사색하기도 좋은 공간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나는 공원에 앉아 야외전시물들을 감상하며 식사를 했다. 왜 이상하게, 난 그렇게 멋진 문화공간에 들어서면

허기가 지는지 모르겠다. 야유회를 가면 도시락부터 챙기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긴 잘 먹어야지. 그래야 구비구비 돌아가는 한계령을

넘을 수 있지 않겠는가!

 

 

 

* 박수근 공원

 

 

 

 

박수근 미술관 탐방을 마친 후 나는 야영지를 찾아야 했다. 전날 너무 늦게 텐트를 치는 바람에 몸이 많이 피곤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리저리 좋은 야영지를 찾다가 난 어느 섬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은 한반도 섬이었다. 앞서 포스팅에서 양구는 한반도의 정중앙임을

브랜드화 했다고 기술했다. 한반도 섬도 양구의 그런 점을 부각시켜 놓은 인공섬이었던 것이다.

 

한반도섬에는 북쪽의 백두산에서부터 남쪽의 제주도까지 미니어처 형식으로 만들어 놓았다. 물론 울릉도와 독도도 있었다.

나는 이런식으로 한반도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백두산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제주도까지 마실을 갔다왔고,

다음날에는 울릉도와 독도를 살펴본 후 한반도섬을 떠나왔다. 그러고보면 난 그날 한반도를 다 품에 앉고 잠이 들었던 셈이다.

 

 

 

 

 

* 박수근 미술관 외부 설치예술품

 

 

 

*박수근 미술관과 자전거: 이것도 설치 미술???

 

 

 

*박수근 선생 좌상: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다 

 

 

 

 

*박수근 미술관: 박수근 미술관은 시원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

 

 

 

* 박수근과 자전거: 박수근 선생께서 내 자전거를 보고 계시다. 

 

 

 

*고구려이야:기 가난했던 박수근 화백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역사 그림책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감옥에서 역사편지를 썼던 인도의 네루 총리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 박수근 미술관

 

 

* 박수근 미술관

 

 

*한반도 섬: 한반도 섬 내부의 지리산에서 한 컷

 

 

 

*한반도 섬: 한반도 섬 내부의 제주도에서 한 컷

 

 

 

*한반도 섬

 

 

 

이외수 작가와 필자 이외수 작가님의 패션 감각은 남달랐다. 파란색 바지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필자의 파란색 티셔츠와 묘하게 매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시 내 자전거에는 태극기와 함께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걸려있었는데 한국 대표팀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서 달아본 것이다.

 

 

* 세계평화안보문학백일장에 참석한 외국인 대학생: 문학축전에는 각국에서 온 외국인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를 했다.

웃는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인 외국인 여대생이다. 이 분이 수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3편> 이외수 작가님은 나랑 잘 어울리셔!

 

 

 

 

---> 2편에 이어서

 


 

첫째 날인 15일에는 사전 행사로 '평화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기획자 탁현민 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오프닝 멘트로 이런 말을 했었다.


"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외수한테 빚진 사람들은 다 화천으로 와라!"


그렇게 이외수 선생님에게 빚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16일에 있은  '평화의 종 콘서트'에는 김제동, 김C, YB 등 국내의 유명 뮤지션과 방송인이 출현을 하여 축제의 밤을 불태웠다. 달리 보면 이것이 소설가 이외수의 힘인 것 같다. 강원도 화천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학을 테마로 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 이것이 그 유명한 평화의 댐이다. 북한 임남댐의 담수 능력을 엄청나게 부풀려, 북한의 수공 위협을 가공하여 자신의 정권 보위에 이용한 대단한 전두환 정권! 당시 임남댐이 대규모 방류를 하면 63빌딩의 허리까지 물이 찬다며 국민성금을 거두어들였는데... 당시 나도 돈 천원을 내야 했다. 내 돈 돌려줘라! 29만 7천원 밖에 없으신 분이라 골프장 갈 돈 밖에 없으시겠지 

 

  

 

 

 

문학축전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세계평화안보백일장'은 화천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의 종 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의 종 공원은 2009년도에 평화의 댐 바로 옆에 만들어진 공원으로, 그 곳 중심부에는 평화의 종이 걸려있었다. 평화의 종은 높이 4.7미터에 무게가 무려 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무척 특별한 종이다. 현재도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을 위해 그 평화의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백일장을 치르고 있을 때 종을 치니까 그건 별로였다. 전날 붕어섬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잤던 터라 집중이 안 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땡~'하고 종을 치니, 어쩌란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원고를 제출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하지만 1등이 아니더라도 2,3등 정도만 되도 여행비가 빠지고도 남으니, 한편으로는 느긋해 있었다.


'2등 상금이 기백만원 정도 되니까, 남은 여행을 좀 풍족하게 보낼 수 있겠군! 시간되면 정선에 있는 카지노에서 한판 땡기고 가야겠어! 푸하하!'

 

 

* 평화토크에서 사회를 맡은 공연기획자 탁현민

 

 

 

개뿔, 땡기길 뭘 땡겨! 결과는 꽝이었다. 붕어섬에서 벌벌 떨며 버텼던 지난 시간이 너무나 허무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승복을 해야지. 재미나게 화천 구경도 하고 했으니,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십 몇 년 전의 약속을 깨고 다시 와서 화천과 재회를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실 난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아웃도어를 하면서도 화천 쪽은 계속 누락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화천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화천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천국이었던 것이다. 아참,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을 했다고 한다.

 

 

 

* 김C와 뜨거운 남자 평화의 종 콘서트에 오프닝을 맡았던 밴드 뜨거운 감자. 뜨거운 감자에서 김C는 기타 겸 리드보컬이다.

 

 

 

그렇게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처음 시작되는 행사라 그런지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수상자들에게 미리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는지 상을 수여받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덤덤했다. 하물며 천 만 원의 상금을 받는 1등 당첨자의 모습은 덤덤하다 못해 무척 차분해보였다. 명색히 수상식이라면  '와!'라는 함성과 '어머 어떡해'라는 놀라움이 교차해야 하는데, <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의 수상식은 긴장감은커녕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입선자들이 수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주최측이 미리 수상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 같은데, 다음 대회부터는 그런 편법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은 백일장에 떨어졌다는 충격과 수상식에서 받은 허무감 때문에 화천에서 하룻밤을 더 지내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컸기에 그냥 화천에서 하루를 더 보내며 체력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백일장이 꽝이 됐어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계속해야 하지 않겠나! 

 

 

 

* 평화토크 왼쪽부터 공연기획자 탁현민, 작가 이외수, 개그맨 전유성씨다.

 

 

 

 

* 부다리터널: 춘천에서 화천을 넘어갈 때 넘어야 할 곳이다. 사실 터널은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소음이 소음이 정말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 수 있는가? 가야 할 길이라면 가야지!

 

 

 

 

* 춘천 사북면: 춘천 사북면에서 저렇게 캠핑을 했다. 나는 버팔로 텐트를 구매해서 사용했는데

차후에 그와 관련하여 리뷰를 한 편 쓸 생각이다.

 

 

*평화의 댐 부근: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이 왜 남북으로 갈려야 하는가? 왜 아직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가?

평화안보 교육장으로 많이 이용되는 평화의 댐 부근은 정말로 평화로웠다.

 

 

 

 

 

 

 

 

 

 

*평화의 종: 평화의 종은 세계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다. 2009년 평화의 종 공원의 개장식에

구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방문을 하여 화재를 낳은 바 있다.

 

 

 

 

 * ITX 객실 내부에 있는 자전거 거치대: ITX는 경춘선이 복선화 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준 고속열차이다.

서울 용산역이 첫 시발역인데 이렇게 자전거 거치대가 있어 편리하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 2편:

화천에서 세계평화안보 축제에 참석하다!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드디어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이었다.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6월이라 좀 이르긴 했지만 당시 강원도 화천에서는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라는 문화 행사가 하나 개최되었다. 평화와 안보? 현재의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평화'와 '안보'는 서로 접합 점을 찾을 수 없는 각 세력들이, 대표적으로 부르짖는 '프로파간다'처럼 보인다. 소위 진보와 보수, 각 진영에서 그 낱말들을 중심으로 구심점을 삼아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피력한다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명칭을 내걸고 문화행사를 한다고 했으니 나도 처음에는 의심부터 품었다. 더군다나 문학축전의 메인 행사는 <2012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이었는데 통상적인 백일장 행사는 반 나절치기로 족하지 않던가?  그런데 2박 3일 동안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것 또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것들 사짜 아니야?'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그저 그런 행사가 아닌, 꽤 의미 있는 행사였다. DMZ을 끼고 있는 최전방 강원도 화천이라면 평화와 안보가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난 '이외수'라는 이름 석자를 믿고 화천으로 나아갔다. 백일장 최고 상금이 천만 원인 터라 잘하면 여행비용 충당은 물론 유럽 여행까지 '한방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또 난 자전거로 화천까지 왔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초반부를 문학축전에서 보낸 만큼 적어도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두고 1타 3피라고 해야 할까?

 

 

*산천어와 수달: 화천의 상징은 산천어와 수달이다. 수달이 낚시대를 들고 산천어를 어획하는 모습이 상당히 흥미롭다.

 


<2012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은 6월 15일(금요일)부터 2박 3일간 '평화의 종' 공원과 붕어섬 일원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산천어 축제는 한겨울에 진행되는 대표적인 얼음낚시 축제인데 군부대로 둘러싸인 화천의 이미지를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바꾸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붕어섬은 화천 읍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야외무대 및 편의시설이 있어 산천어 축제의 부대행사도 이 곳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붕어섬은 서울의 선유도 공원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데 거기에 야외공연장, 공원, 운동시설, 수상레포츠,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강원도 화천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산보 삼아 붕어섬을 탐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거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실제로 인근 군부대에서 외박을 나온 군인 아저씨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붕어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붕어섬: 북한강을 뒷배경하여 붕어섬에서 한 컷 찍어봤다. 이렇듯 붕어섬은 상당히 좋은 출사지인 듯싶다.

 

 

그런 붕어섬에서 난 3일을 캠핑을 하며 보냈다. 지갑이 얇은 관계로 숙소를 잡는 것은 내게 사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2박 3일을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보냈다면 바로 여행 예산이 바닥났을 것이다. 한편 화천은 군부대가 몰려 있어 주말에는 외박 나오는 군인들 때문에 숙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문학축전에는 500명의 예비문학인과 그 가족들이 참관하는 터라 가뜩이나 수용력이 한정된 화천의 숙소 문제를 더욱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나도 그런 의문이 들어 행사 스태프들이나 군청 관계자분들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를 해보았다.

 

나의 '민원'이 잘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원래 붕어섬은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곳이지만 나는 행사 기간 내내 캠핑을 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며 낭만의 섬, 붕어섬에서 캠핑을 하는 그 맛이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하실지 모른다. 아담하고 예쁜 붕어섬에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러워하실 거 없다. 6월 중순이었지만 붕어섬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새벽에는 얼어 죽는 줄 알았다.

 

 

 

 

 

 

* 배후령을 넘는 자전거: 강원도 춘천에서 화천으로 가려면 배후령을 넘어야 한다.

명색히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서 그랬는지, 이번 여행에서는 고개를 무척 많이 넘었다.

 

 

 

 

 

 

 *북한강가의 캠핑장: 숙박 시설이 부족한 화천에서는 이렇게 군청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었다.

붕어섬의 맞은편에 있는 캠핑장인데 군청에서 운영하는 터라 비용이 무료였다. 그날 캠핑장에는 나 혼자였다. 무척 쓸쓸하고 추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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