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자전거여행 3편] 아웃도어 스펙 조작하기__2부

여행 후기, 걸러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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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벼락 치는데 이 와중에 잠 자는 사람이...'  

오후 4시경. 엄청난 소나기가 쏟아졌다. 맞으면 쓰라린 굵은 빗줄기가 천둥, 번개와 함께 쏟아지고 있었다. 다행히 필자는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예감했다. 그래서 홍천군청 앞에 있는 팔각정에 몸을 숨겼다. 바람에 휘날리는 빗줄기가 얼굴을 세게 때려댔지만  그 와중에도 필자는 큰 대(大)자로 뻗어서 잤다. 팔각정에는 급작스럽게 내린 폭우를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개의치 않고 그냥 잤다. 왜? 피곤하니까!

"날벼락 치는데, 이 와중에도 잠을 자는 사람이 있네."
"그러게요. 대자로 뻗었네요. 낮술 먹었나?"

잠결에 들리는 소리였다. 이런 비판에 반론(?)을 하고 싶었으나 필자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팔각정은 텅 비어 있었다.

'낮술은커녕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 먹었다!'

우리나라 여름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언제 어디서 게릴라성 집중 호우와 마주칠지 모른다. 그렇게 집중호우를 국도 주행 중에 만난다면? 아주 큰 낭패다. 몸을 숨길 수 없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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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천군 군청 홍천 군청에 있는 팔각정에서 소나기를 피한 후 찍은 사진.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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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충남 홍성을 여행하고 있었을 때다. 김좌진 장군 기념관 부근에서 큰 소나기를 만났다. 당시 기념관 앞에서는 부스를 차려놓고 무슨 기념행사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필자는 잠시 몸을 피할 생각으로 부스 안으로 쏙 들어가 있었다. 갑작스런 폭우로 행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진행요원도 아니면서 자리를 잡고 있기에 '거시기'했지만 관계자들은 별 신경을 쓰지도 않는 듯 싶었다.

오히려 한 자리라도 채워준  모습이 기특했는지 잔치국수와 떡을 건네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국수와 떡을 먹었다. 또 거기서도 한숨을 잤다. 피곤했으니까. 하지만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김좌진 장군 기념관 앞에서 두어 시간을 대기해야만 했다.

이렇듯 여름 여행은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양이 적은 비는 그냥 그렇게 맞을 수도 있지만 온 몸이 싹 다 젖는 폭우는 맞아서는 안 된다. 비를 맞고 주행을 하면 에너지 소모가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 119에 SOS를 요청하다!

주위는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난 야영지를 찾지 못했고 계속 페달을 밟아야 했다. 시계를 확인해 보니 이미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오늘은 기필코 해 떨어지기 전에 텐트 치고 자겠다고? 캠핑 특별식으로 김치찌개를 해 먹겠다고? 이래가지고?'

아침에 한 다짐들은 이미 물 건너 간 상태였다. 소나기 때문에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에 또 일정이 어그러진 것이다. 한우로 유명한 횡성에 왔으니, 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불렀건만! 그저 탄식만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죄송하지만 근처에 텐트 칠 만한 곳이 있을까요?"

횡성군 공근면에 도착한 후 이리저리 헤매다 소방서를 찾아들어간 것이다. 소방서에는 야간근무를 하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 분들은 필자를 보고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필자를 불청객으로 봤던 거 같다. 하지만 119는 119였다.  

"음… 아, 맞다. 거기 가시면 되겠네요. 여기서 한 3km 정도 위쪽으로 올라가면 캠핑할 때가 있을 거예요."
"사람이 많은 곳인가요?"
"아니요. 너무 사람이 안 와서 탈이죠. 가면 깜깜해서 무서울지도 모르는데…."
"괜찮습니다. 저는 차라리 한적한 곳이 좋더라고요."
"근데 문제가 있어요. 거기 가려면 좀 헤매실 수 있을 텐데요…."

문제가 있긴 있었다. 그곳은 동네 주민 분들만 아는 곳이었다. 그래서 길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더군다나 불빛 하나 없는 곳이라 방향잡기가 난감했다.

"이거 보면서 하면 되겠네. 와보세요. 여기 모니터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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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계천 119분들 덕택에 하룻밤 느긋하게 야영을 할 수 있었다. 사진은 횡성군 공근면을 흐르는 금계천이다. 금계천은 대관대천과 합수되어 섬강을 이룬다. 섬강은 원주를 휘돌아 나가다 경기도 여주에서 남한강에 합수된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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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19는 119였다. 고맙게도 지도 보기를 통해 필자가 가야하는 곳을 일일이 찍어주었던 것이다.

"여기 보세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마을이 나오는데, 그 마을은 그냥 지나치시고 앞으로 쭈욱~ 직진하시다보면 그곳이 나올 겁니다."

그냥 말만 들었으면 한참을 헤맸을지 모르지만 위성지도를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훨씬 이해가 빨랐다. 119가 응급환자만 이송하는 것이 아니었다. 필자 같은 난관에 봉착한 여행자도 '응급구조'를 한 것이다. 정말 감사했다.

염치불구하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신 후에 소방서에서 빠져 나와 목적지로 향했다. 지도를 숙지해서 그랬는지 어렵지 않게 그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위는 불빛 하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은밀함을 즐기는 연인들이 이용하기 딱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앞에는 강물이 흐르고 주위는 산들로 둘러싸여 있고….

어쨌든 그렇게 여행의 이틀째가 마무리됐다. 텐트를 치고 김치찌개를 떠올리며 콘플레이크로 늦은 저녁을 때웠다. 내리 4끼를 행동식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다 병나지! 한 두 끼도 아니고. 그러다 진짜 병이 났다.

병이 난 이야기는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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