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8일 월요일.

강원도 화천에서 행한 <평화안보백일장>의 쓰라린 패배를 뒤로하고, 나는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아야 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자전거여행에, 지역축제 방문을 접목하는 방식은 확실히 신선한 발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몸은 많이 축났다. 그저 방문객의 입장에서 보고 즐기는 축제에 참가했으면 모르겠는데, 능동적으로 움직여야하는 글쓰기 대회에 참여했으니, 예상치 못한 체력의 소진이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난 1등을 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던가!

1등은커녕 가작에도 못 들어, 인건비도 못 건졌으니 강원랜드에서 '한 판 땡길' 이유도 없어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념으로 정선에도 가보고, 가리왕산도 탐방할 생각이었는데 애초 계획이 어긋난 것이다. 그래서 여행 경로를 수정했다.

 



▲ 북한강의 자전거도로 화천에서 양구를 향해 가는 길. 이 길을 따라 시원하게 강변을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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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 양구 -> 인제 -> 양양 -> 강릉 ->울릉도

이 코스로 길을 잡았고, 실제로 이 코스로 주행을 했다. 그런데 이 코스에는 중간에 한계령이 자리 잡고 있다. 한계령! 그 이름만으로도 아웃도어 여행객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설악산 한계령!

일단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을 넘는다는 것이 무척 '환상'적인 일인데, 게다가 다른 고개도 아닌 한계령을 넘어간다는 것이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화천에서 한계령으로 가려면 양구를 거쳐 가야 한다.

'국토중앙 양구'

위의 명칭은 양구군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지역을 두루 다니다 보면 각 지자체마다 자신들의 특색을 슬로건화 해, 네이밍 한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순천시는 '대한민국 생태도시 순천', 거창군은 '거창한 거창', 장흥군은 '정남진 장흥' 등으로 브랜드화했다. 거창군의 '거창한 거창'이야 지역 명칭을 브랜드화 시켰음을 단 번에 알아낼 수 있지만 장흥군의 '정남진'이나 양구군의 '국토중앙 양구'는 쉽게 그 뜻이 와 닿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남진은 장흥군이 서울에서 정남쪽으로 있다고 하여 정남진이라는 명칭을 썼다고 했는데, 정동진을 빗대서 생각해보니 그 뜻을 쉽게 이해하게 됐다.

그럼 국토중앙 양구는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나? 양구군은 DMZ를 끼고 있는데... 조금만 더 가면 북한인데...

 

 



▲ 국토중앙 양구 한반도 중앙에 양구가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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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배꼽 양구

 

국토중앙 양구라는 슬로건은 남한, 북한을 뛰어넘는 한반도적인 슬로건이다. 휴전선 남쪽이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바라보면 양구는 철책선에 갇힌 변방에 불과하지만 철책선을 걷어낸 후의 양구는 국토의 정중앙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국토중앙 양구라는 슬로건은 미래지향적이고 통일지향적인 구호라고 할 만하다.

남쪽만 나와 있는 교통지도와 남쪽지역 날씨만 알려주고, 북한 지역은 '언저리'로 알려주는 날씨방송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국토중앙 양구라는 슬로건은 죽비소리와도 같은 일침을 가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늘날 구글 어스에는 북한지역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옛날 <대동여지도>에는 남북한의 구분이 없지 않았던가?

지리적으로 남과 북을 구분하는 사고도 극복해야 할 분단고착적인 사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휴전선으로 남북이 갈려있다고 하지만 백두대간이 갈렸는가? 남쪽 백두대간이 따로 있고, 북쪽 백두대간이 따로 있겠는가? 다 똑같이 소중한 우리의 백두대간이지 뭐!

 

 



▲ 파로호 화천에서 양구로 넘어가기 위해서 파로호 인근을 지나야 했다. 멀리 파로호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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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령 터널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진 양구

 

국토의 정중앙이라서 그런가? 양구를 진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에 양구는 도로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 올봄에 배후령 터널이 개통됐기 때문이다. 5.1Km라는 국내 최장거리 터널이 개통되어 양구와 화천을 오가는 길이 많이 편리해졌다고 한다. 기존의 양구는 소양호와 파로호를 끼고 있어 도로교통이 무척 불편했었다.


그 두 호수가 보기에는 아름다워도 길이 그곳을 '뼁~'하고 돌아가야 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차에 배후령 터널이 개통되었으니 화천과 양구에 사시는 분들은 더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난 왜 양구를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말을 했나? 이율배반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5.1Km나 되는 터널을 통과한다고 생각을 해봐라. 그거 정말 못할 짓이다.


400~500m 짜리 터널을 지나는 것도 정말 괴로운 일인데 무려 5.1km에 달하는 터널 구간을 지날 때의 고통이란! 내 고막을 도려낼 것 같은 자동차의 소음은 자전거를 타고 터널을 지나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이다. 그나마 뒤에서 오는 차가 승용차면 다행이지, 22톤짜리 바퀴 8개 달린 덤프트럭이 뒤따라온다고 생각해봐라!

그 긴 장거리 터널을 지나고 나니, 탈진할 정도로 온몸에 기운이 빠졌다. 설상가상이라고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어둠 속에서도 야영지를 찾았다는 것이다. 당시의 여행일지를 보니, 난 양구군 양구읍에 있는 사명산 양구학생 캠핑장에서 텐트를 쳤었다. 도착 시간을 보니 23시였다.

 






▲ 박수근 공원 박수근 미술관 앞에 있는 박수근 공원. 산책하거나 사색하기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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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에서 만난 박수근 화백

 


다음날.

난 양구읍내로 진입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양구는 소양호와 파로호를 끼고 있다. 그래서 호반의 도시로 보이기도 한다. 양구 읍내에서 가까운 곳에 박수근미술관이 있었다. 양구 읍내에서 걸어갈 수도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난 그곳에서 좋은 감흥을 받고 왔다. 자전거여행에 지역축제가 접목되고, 또 미술관 탐방까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박수근(1914~1965)은 양구군 양구면(현 양구읍) 정림리에서 출생을 했다. 가난했던 그는 독학으로 미술 공부를 하게 됐는데 그런 성장배경은 박수근의 작품들에 오롯이 스며들게 된다. 그는 화강암처럼 두툼하고 거친 풍의 질감으로 작품들을 많이 제작을 했는데 그런 작품들은 서민적이면서도 소박한 모습들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농악〉(1932),〈나무와 여인〉(1950년대),〈행인〉(1964), <할아버지와 손자〉(1964) 등등... 작품명만 봐도 한국적이지 않은가? 그런 박수근미술관은 선생의 작품들과 함께 일대기를 기록한 공간이었다. 2002년에 개관한, 비교적 최근에 개관한 곳이라 그런지 전시공간과 편의시설도 합격점을 줄 만 했다. 

 

 




▲ 박수근 선생 좌상 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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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선생 생가터에 200여 평 규모로 건립된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은 그 자체로 문화공간이었다. 앞산이 보이는 확 트인 공간에 있는 미술관은 전면에 공원과 함께 야외전시장이 있었다.

그냥 얼핏 봐도 산책하기도 좋고, 사색하기도 좋은 공간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나는 공원에 앉아 야외전시물들을 감상하며 식사를 했다. 왜 이상하게, 난 그렇게 멋진 문화공간에 들어서면 허기가 지는지 모르겠다. 야유회를 가면 도시락부터 챙기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긴 잘 먹어야지. 그래야 구비구비 돌아가는 한계령을 넘을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부터는 '인제'로 향하는 것이다. 인제 가면 언제 오느냐고? 원통해서 어찌하라고? 그건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에 가서 물어보시라.
 

 

 



▲ 고구려이야기 가난했던 박수근 화백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직접 역사 그림책을 만들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감옥에서 역사편지를 썼던 인도의 네루 총리가 연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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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의 고구려이야기 박수근 고구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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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 화백 작품 박수근 화백이 이런 작품도 그렸다. 박수근 화백에게서는 서양 화풍의 면모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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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근과 자전거 박수근 미술관에 가면 무언가 작품을 제작해야 할 것 같다. 그 곳에 가면 누구나 다 예술가가 되는 듯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한 번 설치미술(?)을 해보았다. 박수근 선생은 내 자전거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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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http://blog.daum.net/artpunk / 제 블로그에도 게재를 합니다.

 

 

* 이 포스팅은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 원문 기사를 가져온 것입니다. <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은 성공적으로 연재가 마무리 됐답니다!






 

 

 

 

 

 

 

 

 

 

 

 

 

 

 

 

 

 

 

 

 

 

 

 

 

 

 

 

 

 

 

 

 

 

 

 

 
▲ 이외수 작가와 필자 이외수 작가님의 패션 감각은 남달랐다. 파란색 바지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필자의 파란색 티셔츠와 묘하게 매치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당시 내 자전거에는 태극기와 함께 영국 국기인, 유니온잭이 걸려있었는데 한국 대표팀의 2012년 런던 올림픽 선전을 기원하며서 달아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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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14일 목요일.

드디어 나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 시작됐다. 첫 목적지는 강원도 화천이었다. 여름은 축제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6월이라 좀 이르긴 했지만, 당시 강원도 화천에서는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이라는 문화 행사가 개최되었다.

평화와 안보?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평화'와 '안보'는 서로 접합 점을 찾을 수 없는 각 세력들이, 대표적으로 부르짖는 '프로파간다(어떤 것의 존재나 효능 또는 주장 따위를 남에게 설명하여 동의를 구하는 일이나 활동. 주로 사상이나 교의 따위의 선전을 이른다.)'처럼 보인다. 소위 진보와 보수, 각 진영에서 그 낱말들을 중심으로 구심점을 삼아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고 피력한다는 것이다.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명칭을 내걸고 문화행사를 한다고 했으니 나도 처음에는 의심부터 품었다. 더군다나 문학축전 메인 행사는 <2012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이었는 데, 통상적인 백일장 행사는 반 나절 치기로 족하지 않던가? 그런데 2박 3일 동안 행사가 진행된다고 하니, 그것 또한 신뢰가 가지 않았다. '이것들 사짜 아니야?'

 

 



▲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홈페이지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을 알리는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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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안보가 공존한 <세계평화안보축전>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니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그저 그런 행사가 아닌, 꽤 의미 있는 행사였다. DMZ을 끼고 있는 최전방 강원도 화천이라면 평화와 안보가 공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결정적으로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이 주도적으로 기획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난 '이외수'라는 이름 석자를 믿고 화천으로 나아갔다. 백일장 최고 상금이 천만 원인 터라 잘하면 여행비용 충당은 물론 유럽 여행까지 '한방에' 해결될 수도 있었다.

또 나는 자전거로 화천까지 왔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초반부를 문학축전에서 보낸 만큼 적어도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을 두고 1타 3피라고 해야 할까?

<2012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은 6월 15일(금요일)부터 2박 3일간 '평화의 종' 공원과 붕어섬 일원에서 진행됐다. 강원도 화천은 산천어 축제로 유명한 곳이다. 산천어 축제는 한겨울에 진행되는 대표적인 얼음낚시 축제인데 군부대로 둘러싸인 화천의 이미지를 좀 더 활기차고 밝게 바꾸어 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붕어섬은 화천 읍내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는데 야외무대 및 편의시설이 있어 산천어 축제의 부대행사도 이 곳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붕어섬은 서울의 선유도 공원 정도의 규모였다. 그런데 거기에 야외공연장, 공원, 운동시설, 수상레포츠,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강원도 화천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산보 삼아 붕어섬을 탐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소풍을 즐기거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실제로 인근 군부대에서 외박을 나온 군인 아저씨들과 애인으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붕어섬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 붕어섬 북한강을 뒷배경하여 붕어섬에서 한 컷 찍어봤다. 이렇듯 붕어섬은 상당히 좋은 출사지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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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여름에 붕어섬에서 캠핑하다 얼어 죽을 뻔 했다! 

 

그런 붕어섬에서 3일을 캠핑했다. 지갑이 얇은 관계로 숙소를 잡는 것은 내게 사치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2박 3일을 펜션이나 민박집에서 보냈다면 바로 여행 예산이 바닥났을 것이다.

한편, 화천은 군부대가 몰려 있어 주말에는 외박 나오는 군인들 때문에 숙소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문학 축전에는 500명의 예비문학인과 그 가족들이 참관하는 터라 가뜩이나 수용력이 한정된 화천의 숙소 문제를 더욱더 가중시켰을 것이다. 나도 그런 의문이 들어 행사 스태프들이나 군청 관계자분들에게 관련 사항을 문의해 보았다.

나의 '민원'이 잘 받아들여졌던 것일까? 원래 붕어섬은 야영과 취사가 금지된 곳이지만, 나는 행사 기간 내내 캠핑을 하고 밥을 지어 먹었다. 북한강의 시원한 풍광을 바라보며 낭만의 섬, 붕어섬에서 캠핑을 하는 그 맛이란!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나를 무척 부러워하실지 모른다. 아담하고 예쁜 붕어섬에서 '합법적'으로 캠핑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러워하실 거 없다. 6월 중순이었지만, 붕어섬의 밤은 무척이나 추웠다. 새벽에는 얼어 죽는 줄 알았다.

 



▲ 평화토크 왼쪽부터 공연기획자 탁현민, 작가 이외수, 개그맨 전유성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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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의 공원에서 행한 백일장대회

 첫째 날인 15일에는 사전 행사로 '평화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기획자 탁현민씨가 사회를 맡았는데 오프닝 멘트로 이런 말을 했었다.

"이외수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외수한테 빚진 사람들은 다 화천으로 와라!"

그렇게 이외수 선생님에게 빚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16일에 있은 '평화의 종 콘서트'에는 김제동, 김C, YB 등 국내의 유명 뮤지션과 방송인이 출현하여 축제의 밤을 불태웠다. 달리 보면 이것이 소설가 이외수의 힘인 것 같다. 강원도 화천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문학을 테마로 하여 축제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던가?

문학축전의 최고 하이라이트인 '세계평화안보백일장'은 화천읍내에서 멀리 떨어진 평화의 종 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평화의 종 공원은 2009년도에 평화의 댐 바로 옆에 만들어진 공원으로, 그 곳 중심부에는 평화의 종이 걸려있었다.

평화의 종은 높이 4.7미터에 무게가 무려 35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무척 특별한 종이다. 현재도 전쟁과 분쟁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지구촌을 위해 그 평화의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백일장을 치르고 있을 때 종을 치니까 그건 별로였다. 전날 붕어섬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잤던 터라 집중이 안 되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땡~'하고 종을 치니, 어쩌란 말인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원고를 제출했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하지만 1등이 아니더라도 2,3등 정도만 되도 여행비가 빠지고도 남으니, 한편으로는 느긋해 있었다.

 

 

 



▲ 평화의 종 평화의 종은 세계 분쟁지역에서 보내온 탄피를 녹여 만든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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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장이 '꽝' 됐어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계속해야...

 


'2등 상금이 기백만 원 정도 되니까, 남은 여행을 좀 풍족하게 보낼 수 있겠군! 시간되면 정선에 있는 카지노에서 한판 땡기고 가야겠어! 푸하하!'

개뿔, 땡기길 뭘 땡겨! 결과는 꽝이었다. 붕어섬에서 벌벌 떨며 버텼던 지난 시간이 너무나 허무해졌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승복을 해야지. 재미나게 화천 구경도 하고 했으니, 그렇게 손해 보는 장사를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던 십 몇 년 전의 약속을 깨고 다시 와서 화천과 재회를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사실 난 강원도 화천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그래서 아웃도어를 하면서도 화천 쪽은 계속 누락을 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화천을 다시 발견하게 된 것이다. 화천도 나름대로 아웃도어 천국이었던 것이다. 아참, 공연기획자 탁현민씨도 화천에서 군대 생활했다고 한다.

그렇게 <2012 세계평화안보 문학축전>은 마무리 됐다. 하지만 처음 시작되는 행사라 그런지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수상자들에게 미리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는지 상을 수여받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덤덤했다. 하물며 천 만 원의 상금을 받는 1등 당첨자의 모습은 덤덤하다 못해 무척 차분해보였다. 명색히 수상식이라면  '와!'라는 함성과 '어머 어떡해'라는 놀라움이 교차해야 하는데, <세계평화안보 백일장>의 수상식은 긴장감은커녕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 김C와 뜨거운 남자 평화의 종 콘서트에 오프닝을 맡았던 밴드 뜨거운 감자. 뜨거운 감자에서 김C는 기타 겸 리드보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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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선자들이 수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을 우려한 주최측이 미리 수상자들에게 연락을 취한 것 같은데, 다음 대회부터는 그런 편법을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은 백일장에 떨어졌다는 충격과 수상식에서 받은 허무감 때문에 화천에서 하룻밤을 더 지내고 말았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게 컸기에 그냥 화천에서 하루를 더 보내며 체력을 회복할 생각이었다.

 



▲ 북한강가의 캠핑장 숙박 시설이 부족한 화천에서는 이렇게 군청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있었다. 붕어섬의 맞은편에 있는 캠핑장인데 군청에서 운영하는 터라 비용이 무료였다. 그날 캠핑장에는 나 혼자였다. 무척 쓸쓸하고 추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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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동시에 게재합니다. http://blog.daum.net/artpunk

 

 

 

 

*** 이 포스팅은 제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 원문 기사를 가져온 것입니다.

<56일간의 백두대간자전거여행>은 성공적으로 연재가 마무리 됐답니다!

 

 

 

 

 

 

 

 

 

 

 

 

 

 

 

 

 

 

 

 

 

 

 

* 울릉도 투구바위

 

 

*** 언론 기고문이라는 폴더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언론에 기고한 콘텐츠를 게시할 예정입니다. 저는 언론사에 기고를 할 때 블로그에다 원문글을 작성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일단 개인 블로그에서 작성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편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현재 자전거여행기를 기고하고 있는 오마이뉴스도 기사작성 하는 것이 편리하지가 않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인터넷 신문인데도 기사 작성하는데 순탄치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제 개인블로그에다 초고를 작성합니다. 그런 후에 완성본을 오마이뉴스에 송고하는 식입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면 다음 블로그의 웹기반 성에 대한 찬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 모를 일입니다. 맞습니다. 저는 다음블로그의 웹기반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로거들에 대한 대접은 다음이 네이버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있는 현실이겠죠.

 

각설하고.

 

이 코너에 게재되는 기사들은 이미 제 블로그에 올라온 것들입니다. 블로그의 포스팅과 차이는 있습니다. 블로그 글보다 신문기사 글이 훨씬 더 깁니다. 기사글이 한 편이면 블로그 글은 3편으로 쪼개 놓았습니다. 길다고 좋은 게 아니니까요. 우리는 스코롤의 압박을 싫어하잖아요!

 

저는 블로그 글과 기고문을 좀 다르게 작성해 왔습니다. 아무리 인터넷 신문이라지만, 제 기명으로 발행되는 것이기에 나름대로 게이트키핑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최대한 블로그 원문글과 신문기사글을 일치시키려고 노력을 했었지요.

 

블로그에는 쪼개서 작성하였지만 기사에는 한 편으로 올라갔다, 이것이 가장 핵심일 것 같습니다.

 

 

 

 

 

 

 

 

▲ 울릉도 울릉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곳곳이 절경이라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그곳이 최고의 출사지가 되는 곳이다. 사진 왼쪽 하단에 있는 흰색 구조물은 작은 터널이다. 자연과 인공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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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와 자전거 일명 '철TB'라 불리는 '막강한 자전거'를 끌고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을 다녔다. 한편 울릉도는 자전거를 타기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해안도로가 놓여 있기는 했지만 가파르게 형성된 구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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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부터 거창하다. 그냥 자전거여행이면 자전거여행이지, 뭐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요즘은 백두대간이라는 명칭이 맥주 광고에도 차용될 정도로 대중화 됐다지만 자전거를 타고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거나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지 못했다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는 명칭은 한마디로 '낚시용' 제목이 아닌가.

그렇다.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난 이번 여행을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이름지었고, 다른 분들에게도 그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난 백두대간을 너댓번 정도 오르락내리락했다.

한계령을 넘어 울릉도에 입도했고, 태백산 야영장에 자전거를 주차(?)시켜 놓고 천제단까지 등산을 했다. 남덕유산 아래에 있는 육십령 고개를 통해 전라북도 장수에서 경상남도 거창으로 이동을 했다. 또한 각종 장비로 중무장한 철TB를 끌고 지리산 성삼재와 노고단까지 다녀왔다. 이 정도면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질책을 그나마 덜 당하지 않을까.

 

 


▲ 청량산에 위치한 청량사 청량사는 정말 시원한 배경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저기에 계신 부처님은 참 행복한 부처님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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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필자가 여행한 코스와 산악인들이 언급하는 백두대간의 코스는 다르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전거를 끌고 대청봉에 오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경북 지역에서 봉화와 안동지역을 여행했는데 이곳은 차라리 낙동정맥과 더 가까웠다.

어쨌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백두대간과 가장 근접한 지역을 여행을 했고, 지금은 무사히 서울로 돌아와 이렇게 여행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산악지역을 다니느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여행 일수가 소요됐고, 체력적인 부담도 무척이나 컸다. 더군다나 올 여름은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지 않았던가.

지난 56일간의 여행에서 나는 많은 것을 얻었고, 느꼈다. 더불어 아쉬움도 스쳐갔다. 이번 여행이 국내에서 행하는 장거리 자전거여행의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만 거의 1200km 정도를 주행했는데 지난 5년간 누적된 거리만 따지고 보면 한 5400km 정도가 된다. 그렇다. 필자는 자동차나 기차처럼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무동력(No-motor)으로 5000km 이상을 여행했다. 국내에서 축적한 5000km 이상의 자전거여행 경력을 이제는 해외로 발산할 순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행기는 제대로 잘 기록해 둘 셈이다. 구슬도 잘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던가. 장거리 여행을 한 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획득한 엄청난 스펙을 스스로 차버리는 어리석은 짓일 것이다.

필자도 그런 우를 범하지 않게 지난 56일간의 <백두대간 자전거여행>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 생각이다. 여행 내내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었고, 살벌한 이야기도 있었다. 또 폭염에 지쳐 황천길로 갈뻔한 이야기도 있었으니 통상적인 여행기보다는 좀더 '서프라이즈'한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 강원도 화천의 평화의 댐과 평화의 종 평화의 댐 부근은 DMZ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이게도 천혜의 자연 경관을 유지하고 있었다. 왼쪽에 보이는 타원형에 평화의 종이 걸려있다. 평화의 종은 탄피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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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노고단 부근 힘든 여정이 있었기에 지리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일까? 동이 트고 있을 때라 좀 어둡기는 하지만 지리산의 영험함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수 있어서 무척 행복했다.
ⓒ 곽동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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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1. 여행기간: 2012년 6월 14일~ 8월 8일

2. 주행거리: 약 1200km

3. 이동경로: 서울 -> 강원도 춘천 -> 화천 -> 양구 -> 인제 -> 설악산(한계령) -> 양양 -> 강릉 -> 경상북도 울릉군 -> 강릉 -> 동해 -> 삼척 -> 태백 -> 경상북도 봉화 -> 안동 -> 예천 -> 구미 -> 김천 -> 경상남도 거창 -> 함양 -> 지리산(성삼재, 노고단) ->전라남도 구례 -> 전라북도 남원 -> 장수 -> 거창

* 원래는 지리산에서 여행을 종료할 예정이었으나, 경남 거창에 볼 일이 생겨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음. 거창에서는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서울로 복귀함.


이기사는 제 블로그(http://blog.daum.net/artpunk)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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