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은 조선총독부 총리로 지명됐는가?

 

 

'야동 학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야한 동영상들이 탄압을 받는다는 거야?'

아니었다. '아동학대'를 '야동학대'로 잘못 본 것이다. 요즘 들어 난독증 때문에 뒷골을 몇 번 잡은 적이 있다. 아직까지는 팔팔한 청춘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필자도 점점 주름살이 짙어지는 나이 대에 진입한 것이다.
한편 언론인 문창극 씨가 총리로 지명된, 당일 날에는 이런 일까지 겪었다.

'총리 후보자? 일본의 아베 총리가 권좌에서 물러났나? 얼마전에 북한과 스톡홀롬에서 납치피해자에 대한 당국간 회담을 했잖아. 또 요즘은 집단자위권 문제 때문에 발바닥에 불나고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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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창극 총리 지명자에 대한 착시현상


착시현상이었다. 인터넷 창을 여러 개 띄어놓고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면 뉴스를 번갈아 가면서 봤더니 그런 착시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피식 웃음이 나왔고, 문창극 지명자에 대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아무리 그가 나와 반대편에 서 있다고 하더라도 억지로 아베 신조와 엮어, 그를 비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억지로 엮는다면 필자는 '적폐'로 낙인찍힐 것이다. 말 그대로 '개조'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필자는 문 후보자에게 미안한 감정을 덜어내고 가뿐한 마음으로 이 기사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아시다시피 문 후보자가 온누리교회 강연에서 '일본지배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분명히 언급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문 후보자는 이를 특종보도한 KBS를 향해 고소를 준비한다고 했다.
이렇게 문 후보자가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니 필자가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레이크 없이 우경화로 치닫고 있는 아베 신조 정권, 그 정권에서 잊혀질 만 하면 쏟아져 나오는 망언들과 동영상에서 드러난 문창극 후보자의 발언이 대동소이했기 때문이다.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한 우리 민족 DNA'
'일본지배,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일본이 이웃인 건 지정학적인 축복'
'제주 4․3은 폭동'

 

 

 


# 비겁하게 윤치호 뒤에 숨지 마시라!

제주 발언을 제외하고는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 우익세력들의 주장과 거의 일치하지 않은가? 조선은 고대 국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스스로 문명개화를 할 수 없으니 일본인들이 '시혜'를 베풀어 문명국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100년 전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일본 식민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나?

문 후보자 측은 위에서 언급된 내용들이 윤치호가 말한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인용했을 뿐이라며, KBS에 대해 악의적인 편집을 했다면서 고소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한 가지 묻고 싶은게 있다.

"왜 하필 친일 매국노인 윤치호의 입에서 나온 말을 인용하셨는가? 왜 솔직하지 못하고 윤치호 뒤로 숨으시는가? 제주 4․3 폭동 발언도 윤치호가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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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하여 문 후보자는 '강연은 종교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한 것이어서 일반인 정서와 다소 거리가 있다'고 반론을 한다. 필자는 이런 시각이 무척 우려스럽다. 문 후보자 말에 의하면 교회 정서와 일반인의 정서 사이에는 간극이 명확해진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를 더욱 확장하면 교회는 친일 매국노들과 매카시즘의 '해방구'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을 얻게 된다. 왜? 교회 안과 일반인들의 정서가 다르니까. 무엇을 하더라도 교회가 방패막이가 된다는 뜻이 아닌가?

한편 필자는 그 강연을 들었던 온누리교회 신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문창극이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쌍수 들고 환영할, 그런 강연을 할 때 여러분들은 뭐하셨습니까? 혹시 '아멘'하고 화답한 거 아닙니까?"

 

 


# 총독부 총독으로 지명 받으셨나?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사과 받을 필요 없다'는 올해 4월, 문 후보자의 서울대 강연 내용을 12일 밤 인터넷 기사로 읽었다. 그 기사를 읽은 후, 필자는 착시현상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필자가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제대로 봤던 것이다.

아무리 주어가 빠졌다고 하더라도 광운대 강연 동영상으로 MB는 BBK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윤치호의 뒤에 숨는다고 하더라도 문창극의 발언은 일본 군국주의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 할 수밖에 없다.

올해는 동학농민전쟁이 일어난 지 120주년이 되는 해다. '사람이 곧 하늘이다(인내천)'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어선 동학군들이나 혹은 독립군들이 문창극의 발언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혹시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게으르고 자립심 부족한 우리 민족 DNA, 일본지배는 하나님의 뜻,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사과 받을 필요가 없다!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조선총독부 총독으로 지명 받었어? 총리가 아니라 총독으로 착시현상 겪고 있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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