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강변 걸으며 '소셜다이닝'하다

 

'집밥' 식구들과 '영월강변둘레길' 역사트레킹을 다녀와서

 

14.03.27 10:51  /  최종 업데이트 14.03.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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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령포 가는 길 산보를 하듯, <역사트레킹> 참가자들이 즐겁게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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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강 필자의 '비밀화원'이었던 환상의 뷰포인트다. 여러명이서 같이 동행을 하니 이렇게 사진 찍어줄 사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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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행의 장점은 무엇일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여행을 하는 것이 단독여행의 장점일 것이다. 느긋하게 아름다운 풍광 속을 거닐다 보면 콧노래도 자연스럽게 입가에 울려 퍼진다.


그럼 단독여행의 단점은? 그 콧노래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광 속에 서 있지만 내 노래를 들어줄 사람도, 내 사진을 찍어줄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누구는 이렇게 훈수를 두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찍어달라고 하면 되잖아. 뭐가 그리 어려워?"

한국 사회에서 풍광이 수려하다는 것은 개발의 손길에서 벗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인적이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적이 거의 없으니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다. 오히려 인적을 찾는 것보다 고라니나 물떼새 같은 야생동물들을 찾는 게 훨씬 더 빠를지 모른다.

그렇게 풍광이 수려한 곳을 다녀온 후, 사진기를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사진에 필자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낭이나 자전거가 필자를 대신할 때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햇빛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가 대신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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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돌: 선돌 전망대에 올라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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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식구들과 함께 떠난 '영월강변둘레길'


3월 22일 토요일. 봄바람이 살랑거리던 강원도 영월군의 선돌 앞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필자는 그들을 향해 이런 말을 전했다.

"영월까지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에 보이는 게 선돌이고, 그 뒤로는 서강이 흐르고 있어요.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우리는 그 서강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일명 영월강변둘레길 역사트레킹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날 '영월강변둘레길' 역사트레킹에 참여를 했던 분들은 소셜다이닝 모임인 '집밥'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었다.

집밥?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밥 해먹는, 그 집밥? 아니다. 파편화된 사회에서 외롭게 끼니를 때워야 했던 1인 가구들이나 자취생들이, 같이 모여 식사를 하자는 의미에서 모임을 꾸렸는데 그 이름을 '집밥'이라고 네이밍을 한 것이다.

'소셜다이닝'이라는 말처럼 '집밥'에서는 음식을 테마로 많은 모임들이 생성됐다. 하지만 식사 모임 이외에도 각기 다른 테마를 가진 모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필자도 역사트레킹이란 테마를 들고 '집밥'에서 모임을 개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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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돌 아슬아슬한 낭떠러지에 올라 선돌과 서강을 바라보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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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은 했지만 고민부터 앞섰다. 서울이 아닌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해야 하는 모임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하는 트레킹이야 참가자들을 모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강원도 영월에서 하는 트레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더군다나 영월강변둘레길은 필자가 직접 개척한 길이다. 이 길에 대한 인터넷 정보도 필자가 생산한 것 밖에 없다. 이 길을 이끌 수 있는 사람도 오직 필자뿐이다.


'듣도 보도 못한 역사트레킹 마스터라는 사람만 믿고 영월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을 사람이 있을까? 또 영월강변둘레길을 뭐라고 설명하지?'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무슨 일이든 너무 많이 고민을 하면 안 된다. 돌파할 때는 돌파를 해야 한다. 그래서, 그냥 '여럿이서 맛있게 식사를 하듯 영월 서강에서 재밌게 봄 소풍을 즐기자'라는 멘트를 남겨놓고 지켜보기로 했다. 기다리다 보면 좋은 소식이 있겠지.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정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대박(?)이 난 것이다. 모집마감이 됐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지원을 해주어서 재미나게 봄 소풍을 떠날 수 있게 됐다. 필자 혼자 쓸쓸하게 걸었던 서강길, 그 서강길이 북적북적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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